All Chapters of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Chapter 41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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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아니.”강재혁이 고개를 저었다.“결혼은 인생 중대사야. 시간과 장소를 제대로 정한 뒤에 사람들에게 얘기할 거야.”강재혁은 다른 사람들처럼 SNS에 사진과 글을 올리는 것으로 혼인 신고했다는 걸 알리고 싶지 않았다.제대로 된 곳에서 성대한 파티를 열어 문채아와 부부가 됐다는 것을 정중히 선언하고 싶었다.문채아는 강재혁의 말에 문득 강지유와 박도윤이 3개월 뒤에 약혼할 거라고 얘기했던 장면이 떠올랐다.당시 박도윤은 호텔의 VIP홀을 대관했었고 강지유는 그 일로 사람들의 큰 부러움을 샀었다.강재혁은 박도윤보다 사회적 지위가 더 높은 사람이었기에 그들에 비해 약소하게 하면 이래저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다.문채아는 여기까지 생각하다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속물적인 생각에 깜짝 놀랐다.하지만 그게 잘못됐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허영심도 있고 남들과 자꾸 비교하려는 마음도 있는 게 바로 인간이었으니까.강지유도 그렇고 문영란도 그렇고 늘 그녀의 출신을 깎아내리며 그녀는 박도윤의 곁에 설 자격이 없다고 했지만 문채아는 지금 박도윤보다 훨씬 더 위에 있는 남자의 와이프가 되었다.문영란은 아마 자기 딸이 강재혁과 결혼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할 것이다. 그건 박도윤과 강지유도 마찬가지고 말이다.문채아는 강재혁과의 사이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그날, 그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벌써 기대가 됐다. 어쩌면 동상처럼 완전히 굳어버려 아무 말도 못 할지도 모른다.상상만으로도 좋은지 문채아는 기분 좋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혹시 파티장을 꾸미는 데 내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얘기해요.”“그래.”강재혁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사람들에게 알리는 자리이기는 하지만 네 마음에 드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강재혁 씨...”문채아가 감동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뭔가를 떠올렸다.“참, 우리 호칭은 어떻게 할까요?”두 사람은 이제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기에 호칭 정리가 필요했다. 그래야 사람들 앞에 섰을 때도 어색함이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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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네.”문채아는 애써 당황하지 않은 척 일부러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하지만 강재혁은 정확히 보았다.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귀와 얼굴을....호칭을 정한 후 찾아왔던 어색한 공기는 강재혁의 휴대폰 벨 소리로 다행히 금방 사라졌다.오늘은 평일이었고 지금은 벌써 11시가 넘어 있었다.몇 시간이나 밖에 있었으니 업무가 잔뜩 쌓였을 게 분명했다. 그래서 문채아는 얼른 강재혁더러 회사로 가보라고 하며 자신은 주연우을 만나러 가겠다고 했다.이에 강재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채아를 주연우가 있는 전시회관에 내려준 후 회사로 향했다.그 시각, 재호 그룹의 회의실에는 회사 임원들이 저마다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강재혁의 자리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두 자리에는 임무를 마친 후 무사히 회사로 복귀한 안강훈과 이무현이 앉아 있었다.안강훈은 이무현에게 업무에 관한 얘기를 보고하다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남자를 보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리고 이무현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말을 걸었다.“이거로 벌써 두 번째인 거 알아? 형이 업무를 뒷전으로 두고 나한테 회의 진행을 맡긴 게?”“생색내지 마. 그런 일 하라고 내 곁에 두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강재혁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 앉았다.이무현은 일리 있는 말에 머쓱한 듯 콧잔등을 긁어대고는 이내 표정 관리를 하며 임원들에게 한 명씩 보고하라고 했다.임원들은 그 말에 움찔하며 갑자기 식은땀을 흘렸다.그들이 이렇게까지 긴장하는 이유는 강재혁이 업무에 관해서는 가차 없기 때문이었다.프로젝트 진행이 늦은 임원들은 이무현이 진행하는 회의라고 해서 마음을 편하게 가졌다가 문을 열고 들어온 강재혁을 보고는 바로 망했다 라는 표정을 지었다.어떤 임원은 사직서를 내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얼굴이 완전히 창백하게 질려버렸다.그런데 평소와 똑같을 거라는 임원들의 예상과 달리 오늘의 강재혁은 말투도 한결 부드러웠고 그들에게 호통을 치지도 않았다. 또한 적절한 피드백을 주기도 했다.그리고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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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혼인 신고 서류에 적힌 이름은 강재혁과 문채아였다.‘문채아?!’이무현이 깜짝 놀라며 입을 떡하고 벌렸다.‘정말 형이 결혼했다고? 그래서 갑자기 부드러워진 거야? 유부남이 돼서?’이무현은 굳어버린 것처럼 몇 초간 가만히 있다가 입술을 살짝 떨며 강재혁에게 물었다.“그런데 왜 문채아랑 결혼한 거야?”강재혁은 그 말에 휴대폰을 다시 거둬들이고는 이무현을 바라보았다.“왜, 뭐 불만 있어?”“아니, 불만은 아니고...”이무현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머뭇거리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미리 얘기하는데 문채아가 주연우 그 여자의 베프인 것 때문에 문채아를 싫어했던 적은 맹세코 단 한 번도 없어. 내가 걸리는 건 문채아의 과거야. 박도윤의 여자였잖아. 그걸 나한테 얘기해준 사람이 바로 형이고. 그리고 문채아 남자였던 박도윤은 3개월 뒤면 형 동생인 강지유와 약혼하게 돼. 형이랑 가족이 된다고. 그런데 안 불편해?”이무현은 이해가 안 간다는 눈빛으로 말하다 뭔가가 떠오른 듯 다시 입을 열었다.“알겠다. 빚 때문이구나! 문채아가 결혼하는 거로 형한테 빚을 갚으라고 했지? 그렇지? 형을 이용해서 복수하려고!”이무현이 확신하며 말했다. 그간 강재혁을 노린 여자들이 워낙 많았으니까.그리고 일전에 강재혁과 함께 문채아에 관해 얘기를 나눴을 때 강재혁은 조금도 문채아를 좋아하는 것 같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그래서 이무현은 문채아가 빚으로 강재혁의 곁을 차지한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강재혁은 이무현을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나 13년 전부터 문채아 좋아했어.”강재혁은 이 말을 아무에게도 한 적이 없었다.좋아한 기간이 13년이나 되는 건 문채아가 그의 옥 펜던트 목걸이를 찾아줬던 그날, 바로 그녀를 좋아해 버렸기 때문이다.그날 이후, 강재혁은 줄곧 몰래 그녀를 지켜보았다.그녀가 웃고 있는 모습도 봤고 혼자 눈물을 훔치고 있는 모습도 봤고 그녀가 씩씩하게 일어서던 모습도 봤다. 그리고 언제나 박도윤만 바라보던 모습도 봤다.어쩌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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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하지만 다행히 문채아는 번복하지 않았고 나는 무사히 오늘 문채아와 혼인 신고까지 마치게 됐어.”강재혁은 그렇게 말하며 반지를 바라보았다.“문채아한테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아직은 전부 다 표현해버리면 문채아가 도망갈 것 같아 반지로 대신했어. 내가 직접 디자인한 거로. 나는 내가 가진 것들을 전부 다 문채아에게 주고 싶어. 그래서 혼인 신고한 것도 성대하게 파티를 열어서 제대로 얘기할 거야. 문채아가 강지유에게 지는 걸 보고 싶지 않으니까. 문채아는 나를 계약 결혼 상대로만 보고 있지만 나는 아니야. 나는 3년이 지난 뒤에도 문채아를 놔줄 생각이 없어. 무현아, 내 말을 다 듣고도 여전히 문채아가 빚을 이용해 나를 억지로 곁에 둔 것 같아?”“...”이무현은 뭐라 말을 하지 못했다.이건 문채아가 수작을 부린 게 아니라 강재혁이 처음부터 끝까지 수작을 부린 거니까. 문채아가 알아서 들어오도록 하나하나 다 설계한 거니까.이무현은 멍한 얼굴로 가만히 서 있다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미안해. 내 상황이 그랬다 보니까 형도 억지로 결혼하게 된 거라고 생각했어. 솔직히 아직도 잘 안 믿어지기는 해. 형이 누군가를 그렇게까지 좋아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해봤으니까.”이무현이 솔직하게 말했다.“잠깐, 그럼 그때 형이 마지막에 터트려버리려 했던 강지유의 횡령한 증거를 갑자기 내놓은 것도 문채아 때문이었겠네? 그런데 강지유는 결국 아무런 선택도 안 했잖아. 이대로 덮어둘 거야?”강재혁이 피식 웃었다.“당연히 아니지. 강지유를 가만히 내버려둔 건 혼인 신고 전에 괜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야. 강지유 따위 때문에 방해받으면 안 되니까. 하지만 이제 혼인 신고도 했으니 슬슬 갚아줘야지.”...정원에서 느긋하게 홍차를 마시고 있던 강지유는 갑자기 한기가 들어 몸을 부르르 떨었다.요 며칠간 그녀는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강재혁을 피해 다녔다. 크루즈 사건 이후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선택을 하지 않았으니까.다행히도 강재혁은 그녀를 찾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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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약점이라니, 내가 그런 걸 잡혔을 리가 없잖아요. 나한테 약점이 될 만한 게 뭐가 있다고.”강지유는 양현주의 추궁에 심장이 철렁했지만 빠르게 부인했다.도저히 양현주에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분명 엄청 크게 화를 낼 테니까.하지만 오늘은 얘기하기 싫어도 할 수밖에 없었다.양현주는 딸의 어깨를 꽉 잡더니 눈을 무섭게 부릅뜨며 말했다.“강지유, 너 계속 거짓말하면 나도 너 못 구해줘. 강재혁이 네가 출근 안 한 틈을 타 또다시 세력을 넓혀갔어. 오늘은 임원진 회의에서 갑자기 태도를 바꿔 벌써 두 명이나 내 전화를 안 받아! 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알아?”“네? 강재혁이 그런 비겁한 수작을 부렸어요?”강지유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는지 모든 걸 다 얘기했다.“알았어요. 전부 다 얘기할게요. 사, 사고 친 거 맞아요. 하지만 나는 그저 프로젝트에 쓰이게 될 자금 중에 일부를 개인적으로 써버린 것뿐이에요. 그깟 돈은 다시 벌면 그만이잖아요. 그런데 강재혁이 횡령이니 뭐니 하면서 엄청 겁을 줬어요. 하지만 이건 다 핑계고 그냥 문채아 걔를 대신해서 복수해 주려는 게 목적이에요! 다 그 문채아 때문이라고요!”강지유가 이를 바득바득 갈며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그녀는 여전히 자신은 아무런 잘못도 없고 모두 문채아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다.한편 양현주는 딸의 말에 얼굴이 다 파랗게 질렸다. 딸이 설마 이 정도로 멍청한 줄은 몰랐으니까. 또한 강재혁이 생각보다 빨리 움직이려고 할 줄도 몰랐다.“그런데 문채아? 문채아라면 박씨 가문의 그 양녀? 네 생일 때 일부러 크루즈에서 떨어졌다던 걔?”양현주가 눈썹을 살짝 끌어올리며 물었다.“네! 13년 전에 강재혁이 문채아한테 빚을 진 일이 있었어요. 듣기로 엄마 유품을 찾아줬대요. 그래서 문채아가 그 빚으로 강재혁한테 부탁한 거예요. 나를 궁지로 몰라 달라고. 하지만 일의 발단은 다 문채아였어요. 도윤이한테 꼬리 친 것도 모자라 내 구두까지 박살 냈다고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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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13년 전, 양현주는 자신의 친아들에게 강재혁를 괴롭히는 척 그의 옥 펜던트 목걸이를 던져버리고 했다. 이런 지시를 한 이유는 강재혁이 허구한 날 그 여자의 유품을 들고 남편 앞에서 얼쩡거리는 게 못마땅했기 때문이다.아들이 성공했다고 했을 때 그녀는 이제야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날 저녁, 다시 돌아온 강재혁의 목에는 여전히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그걸 본 그녀는 못마땅한 것을 넘어 나아가 분노까지 치밀었다.그러니 문채아가 목걸이를 찾아준 벌을 받는 것도 당연했다.강지유는 진작부터 문채아를 처리해 버리고 싶었기에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엄마, 어떻게 처리할 거예요? 어떻게 사회적으로 매장해 버릴 거예요?”“너 아까 문채아가 도윤이한테 꼬리 쳤다고 했지? 어디 제대로 꼬리치게 해보자고.”양현주가 무섭게 웃으며 차를 마셨다....“잠깐잠깐! 채아야, 진정해! 응? 내가 잘못했어!”주연우가 다급한 목소리로 문채아을 부르며 빌었다.30분 전, 문채아는 강재혁의 차에 앉아 주연우가 일하고 있는 전시회관에 도착했다.주연우는 졸업한 후 쉴 틈 없이 일하며 몇 년도 안 된 사이에 벌써 여러 번의 전시회를 열었다.전시회 안에는 신예 예술가들의 작품이 한가득 놓여 있었다. 전부 그녀가 인정한 작품들이었다. 전시회관 안은 사람들이 작품 하나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감상이 매우 편했다.그런데 문채아가 전시회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그녀에게로 쏠렸다. 그 어떤 작품보다 아름다운 여자였기 때문이다.특히 오늘은 혼인 신고 때문에 흰색 원피스를 입고 있어 정말 말 그대로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았다.문채아는 그들의 시선을 전부 다 느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목표물을 고정한 채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곧장 주연우의 사무실에 도착했다.주연우도 자신의 음성 메시지를 강재혁이 들어버리게 될 줄을 몰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녀가 보낸 음성 메시지 때문에 문채아가 곤란해진 건 맞았기에 문채아의 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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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문채아는 강재혁에게 변태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강재혁이 내가 자기 재산을 노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떡해? 가뜩이나 그것 때문에 예민한 사람인데.”큰 가문일수록 재산 때문에 다투는 일이 많다.양현주가 수년간 강재혁을 압박하고 여자까지 들이밀려고 한 것도 다 강재혁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전부 다 자기와 자식들 소유로 만들고 싶어서다.강재혁은 그런 악독한 여자에게 계속 시달려왔기에 문채아는 오해가 될 만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주연우는 문채아의 말에 눈을 깜빡이며 가만히 있다가 한참 뒤에야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채아야, 강재혁이 정말 그런 의심을 할 거라고 생각해? 네가 어떤 여자인지 다 파악을 끝냈을 남자가? 네가 재산 목적으로 접근할 만한 여자였으면 애초에 강재혁이 너한테 빚을 갚겠다고 하겠어? 박도윤은 멍청해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강재혁은... 어? 박도윤이다.”주연우가 말을 하다 말고 뒤를 바라보며 말했다.금테 안경을 쓰고 오늘도 여전히 자기가 세상의 중심인 것처럼 오만한 얼굴로 이쪽으로 다가오는 남자는 박도윤밖에 없었다.문채아는 그 말에 흠칫했다가 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아주 오랜만에 박도윤과 눈이 마주쳤다.줄곧 시선이 문채아에게 고정되어 있었던 걸 보면 이곳으로 나타난 게 우연은 아닌 것 같았다.“드디어 찾았네.”박도윤이 말했다.“여긴 왜 왔어?”문채아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미간을 찌푸린 채 박도윤에게 물었다.하지만 뒤로 가자마자 박도윤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꼭 문채아를 자신의 그림자 속에 가둬 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처럼 말이다.“집 놔두고 나가 있으니까 좋아? 너는 너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 생각은 안 해?”“집이라니, 거기가 언제부터 우리 채아 집이었어? 네 잘난 예비 약혼녀네 집 아니야? 대체 언제부터 채아를 신경 썼다고 돌아오라 마라야?”주연우가 나서며 말했다.그러자 박도윤의 얼굴이 한순간에 차가워졌다.“주연우, 넌 채아 친구지 가족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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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박도윤은 그날 문자로 문채아에게 집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그녀를 존중해주고 신분증도 더 이상 뺏지 않겠다고 했다.하지만 문채아는 그게 거짓말이라는 걸 문자를 보자마자 알아챘다.박도윤은 속내를 다 들키고도 일말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그래, 맞아. 강지유가 크루즈에서 너한테 무슨 짓을 할 거라는 거 이미 다 알고 있었어. 다 알고 있었는데도 제지하지 않았어. 그리고 네 신분증도 다시 내 손에 넣으면 돌려줄 생각 없어. 거짓말한 거 인정해. 하지만 우리 사이가 악화한 게 다 내 탓이라고 생각해? 너는 정말 잘못이 하나도 없는 줄 알아?”박도윤이 문채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전부터 내가 얘기했잖아. 얌전히 굴라고. 사람들 눈에 띄지 말라고. 내가 괜히 그랬을 것 같아? 다 너 지켜주려고 그런 거야. 네가 그날 강재혁을 부르지 않았으면 내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어.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었단 말이야.”박도윤은 아직도 일이 복잡해진 게 다 문채아가 강재혁을 불러서라고 생각하고 있다.문채아는 그 말에 잠시 침묵하다 이내 조금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평화롭게? 내가 종아리 터지도록 맞는 게 평화야? 강지유가 기분이 풀릴 때까지 날 괴롭히도록 내버려두는 게 네가 말한 평화야?”“그런 뜻이 아니잖아.”“맞잖아!”문채아가 주먹을 꽉 말아쥐며 박도윤을 무섭게 노려보았다.“너는 진짜 쓰레기 같은 인간이야. 나는 네가 나한테 정부가 되라고 했을 때부터 역겨워 미칠 것 같았어. 그래서 너랑 떨어진 지금, 살 것 같아! 그리고 나 착한 애 아니야. 네 말에 순순히 따르는 멍청이 아니라고. 알아들어? 집은 조만간 돌아갈 거야. 내 물건은 챙겨 나와야 하니까.”강재혁과 결혼한 지금, 그녀의 집은 더 이상 박도윤이 있는 그 집이 아니었다. 그래서 짐을 다 챙겨 나와야 했다.박도윤은 물건을 챙겨 나온다는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내 곁에서 완전히 떠나겠다는 소리야?”“그래.”문채아가 평온한 목소리로 답했다.“내가 그렇게 둘 것 같아?!”박도윤이 분노에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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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그간 날 괴롭히느라 재밌었지? 앞으로는 나를 건드리는 게 쉽지 않을 거야.”문채아의 말에 박도윤은 얼굴이 굳어진 채 가만히 있다가 다시금 문채아의 손목을 잡았다.“나는 다 널 위해서 그런 거야. 계속 고집부리면 나중에 너만 힘들어져!”문채아는 코웃음을 치더니 이내 탁 소리 나게 그의 팔을 뿌리쳤다.그러고는 한 발 앞으로 다가가 박도윤을 무섭게 바라보았다.“날 위해서 그랬다는 말로 나를 살살 꼬드기면 내가 넘어갈 것 같아? 날 위해서라고 하지만 어느 하나 날 위한 게 없었잖아. 지금까지 쭉 나는 상처밖에 받은 적 없어. 반대로 강지유는 의기양양해졌고. 너는 내가 널 믿는다는 걸 이용해서 날 멋대로 휘두르려고 했고 내 마음을 마음대로 짓밟으며 나를 기만했어. 약혼 얘기가 나온 뒤에는 뻔뻔하게 나를 불륜녀로 만들려고 했고. 네가 사람이야? 너는 나를 한 번도 동등한 인간 체로 본 적이 없었어.”문채아가 이를 꽉 깨물었다.“박도윤, 세상이 너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지? 너는 평생 상처 안 받고 고결할 것 같지? 절대 그렇지 않을 거야. 아까도 말했지? 이건 시작일 뿐이라고. 나는 너를 절대 용서 안 해. 너뿐만이 아니라 강지유까지! 내가 당했던 거 그대로 다 갚아줄 거야. 그러니까 기대해.”문채아는 말을 마친 후 주연우의 손을 끌고 발걸음을 옮겼다.주연우는 박도윤의 곁을 스쳐 지나갈 때 있는 힘껏 어깨를 툭 쳐버리는 친구를 보며 통쾌하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그녀는 박도윤을 향해 중지를 치켜들었다.두 사람이 떠난 후, 박도윤은 창백한 얼굴로 휘청이다 이내 벽에 기댔다. 그러고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안경 너머로 문채아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하지만 문채아는 단 한 번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혼인 신고하러 갔을 때 문채아는 더 이상 박도윤에게 끌려다니지 않겠다고 결심했다.잠시 후.전시회관에서 나와 근처 카페로 들어간 문채아는 주연우와 얘기를 나누다 강재혁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따로 소식통이 있는 건지 강재혁은 박도윤이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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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언제 한번은 새로운 집에 적응을 못 하겠다고 하면서 하루 내내 끼니를 거른 후 그다음 날 초췌해진 얼굴로 우리가 자기를 괴롭혀서 도저히 못 살겠다며 집을 나가버렸어요. 박도윤 씨가 찾으러 와주길 기다리는 거죠. 착한 박도윤 씨는 결국 찾으러 나갔고 돌아와서는 문채아 씨의 요구대로 저와 다른 한 명의 도우미를 해고해 버렸어요.][하지만 저는 박도윤 씨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어릴 때부터 봐와서 얼마나 착한 분이신지 잘 알고 있거든요. 박도윤 씨는 그저 문채아 씨한테 속은 것뿐이에요.][저야 나이도 있으니 치사한 일 같은 건 그냥 조용히 덮고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박도윤 씨의 아내가 될 강지유 씨까지 건드리려고 들더군요! 여러분들도 다 보셨을 겁니다. 박도윤 씨와 강지유 씨가 약혼한다고 선언했던 그 아름다운 영상을. 문채아 씨는 그 영상을 보고 박도윤 씨 곁에 있을 가능성이 점점 사라져간다고 느꼈고 그래서 두 사람을 이간질하고 갖은 음해로 강지유 씨를 괴롭혔습니다.][일전에 있었던 크루즈 사건,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강지유 씨는 그렇게 괴롭힘당하고도 잘 지내보려고 문채아 씨에게 초대장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문채아 씨는 그 파티에서 갑자기 바다에 뛰어내리는 쇼를 벌이며 또다시 강지유 씨를 음해했습니다! 그리고 강지유 씨의 파티를 완전히 망쳐버렸죠.][제가 알고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다들 이쯤 되면 누가 나쁜 사람인지 알게 됐을 겁니다. 제발 나쁜 사람에게 이용당하지 말아 주세요!]폭로인 A는 신빙성을 위해 기사의 제일 아래에 자신의 얼굴도 첨부했다.노인의 폭로에 사람들은 금세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하나둘 댓글로 강지유가 불쌍하다는 동정의 댓글을 적었다.크루즈 일로 문채아가 얻었던 동정 글보다 훨씬 더 많았다. 폭로 글을 올린 사람이 다름 아닌 힘없는 노인이었으니까.박도윤은 기사를 확인한 후 얼굴이 확 굳어져서는 얼른 박진성의 사무실로 향했다.“아버지, 기사 보셨어요?”“봤다.”“여기서 일이 더 커지게 되면 저희 가문은 물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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