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Chapter 51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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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이건 이제 스물한 살밖에 안 된 문채아가 견딜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박진성은 아들의 말에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박도윤을 바라보며 물었다.“채아가 지유보다 중요해?”분위기가 한순간에 가라앉았다.박도윤은 5초 정도 가만히 있다가 박진성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연히 지유가 더 중요하죠. 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우리는 이미 채아한테 기회를 줬어요. 기회를 걷어찬 건 채아예요.”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폭로 글이 사실이 아니어도 박도윤은 사실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고 문채아가 사실은 피해자여도 가해자라고밖에 말할 수 없게 되었다.박도윤이 지켜야 할 사람은 문채아가 아닌 강지유였으니까.말을 마친 후 박도윤은 곧장 밖으로 나갔고 복도를 거닐며 휴대폰으로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런데 메시지를 다 보내고 보니 휴대폰 화면에 피가 묻어있는 것이 보였다.이건 조금 전에 박진성과 대화에서 주먹을 꽉 말아졌을 때 생긴 피였다.박도윤의 오른손은 피범벅이 되어있었다. 박도윤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몇 초간 가만히 서 있었다....문채아는 어제, 강재혁과 통화를 마친 후 호텔방을 돌아와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 사람들이 3년 전처럼 열광해 줄지에 대해 열심히 고민했다.고민은 침대에서까지 이어졌고 이리저리 고민하다 그녀는 서서히 잠이 들었다.그러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느껴질 때쯤에야 눈을 움찔거리며 반쯤 떴다. 하지만 아직도 조금 피곤한 것 같아 다시 자려는데 주연우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채아 너 괜찮아? 너 어디 가지 말고 거기 딱 있어! 절대 이상한 생각 하면 안 돼. 알겠지? 내가 지금 당장 갈테...!”“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문채아가 주연우의 말을 잘라버리며 물었다. 주연우의 목소리 때문에 잠이 다 깨버렸다.“내가 무슨 이상한 생각을 하는데?”“너, 너 혹시 인터넷 안 봤어?”주연우가 버벅거리며 물었다.“인터넷?”문채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뭐라 말을 이으려다가 마침 울린 알림을 봐버리고 말았다.[박씨 가문 양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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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지유야, 이건 내가 너를 위해 준비한 새로운 선물이야. 마음에 들어?]박도윤은 이 말과 함께 물방울 모양의 예쁜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 사진을 올렸다.실물도 아니고 그저 사진일 뿐인데도 가슴이 멋대로 뛸 정도로 예쁘고 눈이 부셨다.사진을 본 사람들은 난리가 났다.[이거 혹시 잡지에 몇 번이나 실렸던 ‘아도라엘’ 다이아몬드 아니에요?!][맞는 것 같은데요? 지유 언니, 맞아요?][언니, 대답해 주세요!]강지유는 네티즌들의 질문에 곧바로 SNS에 글을 올렸다.[자기야, 고마워! ‘아도라엘’ 다이아몬드는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다이아몬드인데 어떻게 알았어? 역시 나를 이 세상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우리 자기밖에 없어! 문채아 씨 때문에 속상하기도 했고 많이 울기도 했지만 그래도 자기가 곁에 있어 줘서 외롭지 않았어. 견딜 수 있었어.]그녀는 반지를 끼고 있는 사진도 찍어 올렸다.[와, 어떻게 박도윤 씨는 매번 달콤할 수가 있죠? 너무 부러워요.][그러니까요. 박도윤 씨는 정말 동화 속 왕자님 같아요. 저도 이런 왕자님 좀 제발 만났으면 좋겠어요.][여러분, 지금이 감상에 젖을 때입니까? 문채아를 혼내줘야죠! 문채아 때문에 우리 지유 공주가 속상해하고 울었다잖아요.][크루즈 사건 때 욕이라는 욕을 다 먹었으니 당연히 속상할 수밖에 없죠.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나네요. 불쌍한 척하면서 우리를 다 가지고 논 거잖아요. 어쩜 이렇게 파렴치한 여자가 다 있죠?][그러니까요. 저런 사람은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하는데! 으으, 소름 끼쳐.][저는 지유 씨 구두를 부순 게 제일 화가 나요. 어떻게 사랑의 증표를 아무렇지도 않게 망가뜨릴 수가 있죠? 완전 사이코패스 아니에요?][질투심에 눈이 먼 거죠. 그런데 질투한다는 것도 웃겨요. 자기가 뭔데 질투해? 양녀 주제에!][이래서 약자라는 타이틀에 속으면 안 되는 겁니다.]크루즈 사건 때 문채아의 편이었던 사람들은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다 돌아섰다.그때 네티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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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휴대폰 화면을 터치하던 문채아의 손이 덜덜 떨렸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완전히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폭로 글을 올린 폭로인 A는 박씨 가문에서 십여 년을 근무한 도우미가 맞다.하지만 그녀는 피해자가 아니라 엄연한 가해자였다. 문채아를 괴롭히던 도우미들의 우두머리 격인 사람이었다.박씨 가문 도우미들은 처음부터 문영란과 문채아를 아니꼽게 보았고 가문의 일원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늘 무시하며 괴롭혔다.문채아가 밥을 제대로 먹지 않았던 건 박도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제대로 된 음식을 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갓 지은 밥과 맛있는 음식은 모두 그들의 손주 입에 들어갔고 문채아에게는 쉰 음식밖에 차려지지 않았다.그러니 애초에 먹을 수 없었던 것이다.그리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는 얘기는 도우미들이 짜고 치고 그녀의 물건을 훔쳐놓고는 그녀가 간수를 제대로 못 한 탓이라며 음해했기 때문이다.뛰쳐나간 문채아를 찾으러 나온 건 박도윤뿐이었고 그때가 바로 문채아가 박도윤에게 반한 순간이었다.집으로 돌아온 후 박도윤은 그녀를 위로해 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녀를 제일 집중적으로 괴롭혔던 도우미 두 명을 바로 해고해 버렸다. 박도윤의 기세에 완전히 눌려버린 나머지 도우미들은 해고당할까 봐 두려웠는지 그 이후로는 문채아를 괴롭히지 않았다.문채아가 이 일을 주연우에게 전했을 때 주연우는 당시 감탄하며 이렇게 말했다.“네가 왜 박도윤을 빛이라고 했는지 이제야 알겠네. 그 집에서 유일하게 네 편을 들어주고 널 지켜준 사람이니 당연히 빠져들 수밖에 없지. 만약 그 도우미가 젊었으면 아마 더한 벌을 내렸을걸?”문채아에게 있어 그날은 제일 달콤한 날이었고 제일 따뜻한 날이었다.그런데 그 따뜻함을 줬던 사람이 지금은 그를 완전히 죽이려고 하고 있었다.도우미는 착한 강지유가 당하는 걸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폭로 글을 올렸다고 했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13년 전에 해고당한 도우미가 강지유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즉, 이건 박도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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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문채아는 강재혁의 말에 그제야 자신의 몸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안 무서워요. 그냥... 조금 추워서 그래요.”문채아는 애써 씩씩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방 안이 너무 조용해서인지 아니면 강재혁의 등장으로 갑자기 안도감이 들어서인지 자꾸 억울하고 울컥하는 마음이 밀려 올라왔다.“왜 갑자기 이런 상황이 생겼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정말 박도윤이 그냥 하는 얘기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박도윤은 나를 정말 벼랑 끝으로 내몰 생각이었어요.”문채아가 쓴웃음을 지었다.“폭로 글은 다 거짓이에요. 박도윤과 3년을 연애한 건 맞지만 꼬리 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네티즌들은 지금 도우미와 박도윤의 말에 휩쓸려 그녀를 완전히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라고 생각하고 있다.“재혁 씨, 내가 먼저 결혼하자고 한 건 맞지만 절대 나쁜 목적이 있어서 제안한 건 아니에요. 한 번도 재혁 씨한테서 뭘 얻으려고 해본 적 없어요. 나는 진짜...”문채아는 강재혁마저 그녀를 오해할까 봐 두려웠다.“채아야.”강재혁은 문채아의 말을 잘라낸 후 그녀의 볼을 가볍게 감쌌다.“나는 네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 한 번도 없어. 네가 나쁜 마음을 품고 나한테 접근했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리고 만에 하나 네가 정말 그런 마음을 품었다고 해도 나는 기꺼이 너한테 내 모든 걸 줄 수 있어. 우리는 부부잖아.”강재혁은 여자가 남자를 선택할 때 돈을 보거나 지위를 보거나 하면 속물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돈이나 지위 또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니까.마음만 보라느니 하는 남자 중에 여자 친구를 제대로 존중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문채아는 강재혁의 말에 갑자기 통증이 확 가라앉는 것 같았다. 또한 답답했던 마음도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래서일까, 눈물이 저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강재혁 앞에서 울기 싫었는데 결국에는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괜찮아. 인터넷 쪽은 내가 비서한테 연락해서 당장 조치하라고 할게. 그럼 금방 사라질 거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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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문채아는 어릴 때부터 그다지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힘들게 지냈다. 그래서 강재혁은 13년 전에 마음을 먹었다.고통을 겪게 된다고 해도 꼭 권력의 정점에 서겠다고, 그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자리에 서겠다고 말이다.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그녀를 곁에 두고 지켜줄 수 있게 되었다. 어렵게 온 사람이기에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강재혁은 그녀가 제원시 전체를 뒤집어엎겠다고 해도 기꺼이 그의 힘이 되어줄 생각이었다.강재혁은 시선을 내린 후 다정한 눈빛으로 문채아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나는 너만 즐거우면 돼. 내 눈치 볼 필요 없어. 그리고 착한 애만 사랑받는 거 아니야. 너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너한테 착함을 강요하지 않아.”즉 나쁜 건 박도윤이지 그녀가 아니라는 뜻이었다.문채아는 그의 말이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햇볕보다 더 따뜻한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 꼭 포근하고 따뜻한 것에 감싸져 있는 것 같았다.문채아는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남자의 뜨거운 손을 느끼며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입꼬리는 활짝 올라가 있었다.“이 세상에 재혁 씨보다 더 좋은 사람은 아마 없을 거예요.”강재혁의 눈동자가 희미하게 반짝였다.“이제 말해봐. 어떻게 반격할 건지.”“간단해요.”문채아는 강재혁이 칭찬에 대한 대답을 자연스럽게 회피한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허리를 바로 세우며 답했다.“재혁 씨가 우리 관계를 알리기 위해 파티를 열겠다고 했던 거 말이에요. 어디에서 하고 언제 하고 또 어떻게 할지는 다 정했어요? 아직 안 정했으면 내가 정해도 돼요?”“그렇게 해.”강재혁은 그녀가 뭘 어떻게 할지는 몰랐지만 눈빛을 보니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 싶어 망설임 없이 바로 알겠다고 했다.문채아는 그 말에 기뻐하며 활짝 웃었다. 다만 눈매가 예쁘게 휘어지자마자 두 눈 가득 고여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강재혁은 그걸 보고는 아무 말 없이 눈물을 닦아주었다.웃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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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문채아는 오늘 일을 꾸민 사람이 박도윤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강재혁은 양현주와 강지유야말로 이번 일을 꾸민 장본인들이라는 걸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하지만 이 얘기를 굳이 문채아에게 해줄 필요는 없었다. 알아봤자 신경만 쓰일 테니까.양현주와 강지유는 그가 상대하면 된다.30분 후, 강재혁의 차량이 본가 앞에 멈춰 섰다.저택 안에는 강씨 가문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강지유의 예비 약혼자인 박도윤도 있었다. 다들 벌써 한 가족이 된 것처럼 화기애애하게 식사하고 있었다.강지유는 박도윤의 어깨에 기댄 채 아까부터 줄곧 약지에 끼워진 아도라엘 반지만 바라보고 있었다.박도윤이 이토록 낭만 가득한 것을 선물해 줄 줄은 몰랐으니까.아도라엘은 희소성이 강한 다이아몬드라 원한다고 언제든지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즉 그 말은 박도윤이 꽤 오래전부터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준비해 뒀다는 뜻이었다.사실 강지유는 양현주와 한창 계획을 짜고 있었을 때 조금 걱정이 됐었다. 박진성에게는 모든 계획을 다 얘기해 놓고 박도윤에게는 아무것도 얘기해 주지 않은 채 그저 지시를 따르게 했으니까.하지만 박도윤은 문채아가 진흙탕 속에 완전히 잠겨버린 것을 보고 화를 내기는커녕 참 잘했다는 듯 그녀에게 반지를 선물해 주었다.또한 문채아는 자신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며 그의 마음에는 오직 그녀뿐이라는 말까지 해주었다.이에 강지유는 기분이 날아갈 것처럼 기뻐 문채아에게 더한 오명을 씌우려 했던 것도 완전히 잊어버렸다.뒤늦게 다시 생각나기는 했지만 어차피 문채아는 지금도 충분히 파렴치한 여자가 되어 있었기에 굳이 손을 더럽힐 필요가 없었다.대신 다른 방식으로 문채아의 마음을 부숴버릴 생각이었다.강지유는 미소를 지으며 박도윤에게로 몸을 기울였다.“도윤아, 내 피드에는 나 혼자 반지를 낀 채 찍은 사진밖에 없어. 그러니까 우리 같이 찍자. 많이 찍어서 사람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지 보여주자.”박도윤은 붕대가 감긴 손으로 스테이크를 썰다가 강지유의 말을 듣고는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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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강재혁의 등장에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갑자기 얼어붙었다. 강지유는 그가 두려운지 본능적으로 박도윤의 곁에 더 찰싹 달라붙으며 잔뜩 경계했다.줄곧 누구에게도 시선을 주지 않고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던 강의준은 아들의 등장에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양현주는 그걸 보고는 이를 꽉 깨물었지만 금방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강재혁을 맞이했다.“재혁이 네가 갑자기 집에는 어쩐 일이야? 전에는 그렇게 불러도 안 오려고 하더니. 마침 다들 식사 중이니까 너도 와서 먹어. 그리고 온 김에 여기서 자고 가고. 그런데 네 방은 지유 드레스룸으로 만들어 버려서 이따 도우미한테 손님방 치워두라고 할게.”양현주는 말투만 다정했지 내용만 다시 곱씹어보면 완전히 외부인을 대하는 태도였다.그녀는 강재혁을 싫어했으니까.양현주는 아이 둘을 임신한 것으로 무사히 안주인 자리에 올랐지만 강의준은 그녀를 집으로 들이기만 했지 한 번도 그녀에게 다정하게 대해준 적이 없었다.강재혁이 유쾌 당했다가 다시 돌아온 뒤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해졌고 말이다.게다가 그녀의 자식들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장남이었어야 할 그녀의 아들이 강재혁의 등장으로 한순간에 둘째가 되어버렸다.그 사실이 마음에 안 들었던 양현주는 다정하고 온화한 모습으로 남편을 챙기며 뒤로는 강재혁을 완전히 쫓아내 버린 후 그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자식들에게 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현재로서는 꽤 순조로운 편이었다.회사 쪽은 그녀가 관여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기도 하고 강지유도 별다른 쓸모가 없어 아직 큰 수확은 없지만 집은 그녀가 마음대로 할 수 있었기에 강재혁이 집을 나간 후 그의 방을 바로 딸의 드레스룸으로 바꿔버렸다.강의준은 그런 그녀의 행동에 별다른 말도 하지 않았고 제지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집에서만큼은 더 활개 칠 수 있었다.양현주가 오늘 가족 식사에 박도윤까지 부른 건 모든 일이 순조로운 지금 이 타이밍을 이용해 강의준에게 강지유가 횡령했다는 일을 얘기하기 위해서다. 박도윤도 합세하면 큰일도 작은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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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글로리 호텔은 제원시에서 제일 고급스러운 호텔이고 재호 그룹 산하의 산업 중에서도 제일 수익이 높은 곳이었다.약혼 발표를 했을 때는 강지유가 기자들을 데리고 쳐들어가는 사람에 어찌어찌 빌릴 수 있었지만 약혼식은 그럴 수가 없었기에 꼭 강재혁의 동의가 필요했다.양현주는 말을 마친 후 다정한 얼굴로 다가가 강재혁의 손에 든 외투를 받아 들려고 했다.그런데 강재혁은 그녀의 곁을 쌩하고 스쳐 지나가고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강지유, 너는 약혼식 하나 올릴 곳이 없어?”강재혁의 말에 양현주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이건 빌려주지 않겠다는 뜻이었으니까.“뭐라고? 야! 너, 너무하는 거 아니야?”사실 강지유는 강재혁이 아직 무서웠기에 최대한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강재혁이 호텔을 빌려주는 걸 거절해 버렸다.시원하게 소리를 내지른 후 강지유는 문득 지금 이곳은 본가이고 박도윤도 있고 문영란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래서 그간의 분노를 꾹꾹 눌러 담아 더 세게 소리쳤다.“강씨 가문 사람이 강씨 가문 산하의 호텔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돼? 그리고 엄마한테 버릇없게 굴지 마. 엄마가 네 옷을 받아주려고 손을 뻗었는데 거절해버리면 엄마 체면이 뭐가 돼? 예의는 어디다 갖다 팔았어?!”“지유야, 그만해. 엄마 괜찮아...”양현주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재혁이는 원래 애가 좀 차갑잖아. 엄마는 다 적응했어. 정말 괜찮아.”“엄마! 이럴 때는 따끔하게 혼내셔야죠! 새엄마도 엄마잖아요!”강지유가 고개를 쳐들며 말했다.‘친엄마가 죽었으면 새엄마 말을 들어야지 어디서 뻗대고 있어?’탁!그런데 강지유가 의기양양 해하던 그때, 갑자기 강의준이 손에 든 젓가락을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앉아.”강의준의 차가운 음성이 울려 퍼졌다. 호통을 친 것도 아니고 목소리가 큰 것도 아니었는데 위압감이 엄청났다.양현주는 남편의 말에 이를 꽉 깨물고는 얼른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그때 집사가 의자를 하나 들고 와 강의준의 맞은편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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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강재혁! 도윤이 우리 집 손님이야! 그런데 아버지 보는 앞에서 손님한테 뭐 하는 짓이야?”양현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강재혁을 제지했다. 박도윤의 얼굴이 상당히 어두웠기 때문이다.강재혁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고는 양현주를 바라보았다.“일이 벌인 대로 흘러가니까 재미있었습니까?”“일? 무슨 일? 내가 무슨 일을 벌였다고 그래? 너 혹시 뭐 이상한 사람들이 하는 얘기 같은 거 듣고 와서 이러는 거니?”양현주가 모른 척하며 되물었다.사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면서 말이다.오늘 일은 양현주가 주도한 일이고 댓글 알바와 박도윤까지 아주 야무지게 써먹었다.하지만 그걸 순순히 다 인정할 만큼 그녀는 멍청하지 않았다.양현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재혁아, 이상한 사람들하고는 엮이는 게 아니야. 이봐. 이상한 말 듣고 가족을 막 오해하고.”“오해는 무슨. 문채아가 없으면 내가 강지유한테서 손을 뗄 거라고 생각해서 이번 일을 벌인 거잖습니까?”강재혁이 의자에 앉으며 여유로운 태도로 말을 이었다.“그래서 인터넷에 문채아에 관한 유언비어를 퍼트렸고요. 그리고 걱정도 됐겠죠. 앞으로도 또 그런 일이 생길까 봐. 그래서 이번 기회에 아예 뿌리를 뽑아버리려고 인생 망치는 수준으로 괴롭힌 거 아닙니까? 하지만 아쉽게 됐네요. 문채아는 절대 무너지지 않을 거고 당신은 강지유를 절대 지키지 못할 겁니다.”말을 마친 후 강재혁은 외투 속에 있던 서류를 꺼내 강의준의 앞에 던졌다.그러고는 조롱 섞인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신 딸이 회사 공금을 횡령한 증거입니다. 자비를 베풀어서 선택이라도 할 수 있는 기회를 줬는데 멍청해서 그런지 사람 말을 제대로 알아먹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골라줬습니다. 인사부에 연락해 강지유를 완전히 해고해 버렸고 평생 회사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했습니다.”“뭐, 뭐야?! 강재혁, 너 미쳤어? 어떻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런 짓을 해!”양현주가 다정한 말투를 거둬들이고 강재혁을 노려보았다.“지유가 잘못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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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설마 문채아 때문에 이러는 거야...?’강재혁이 문채아 때문에 이렇게까지 미쳐버릴 줄 알았으면 양현주는 절대 문채아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한다고 한들 이미 늦어버렸다.강재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양현주를 바라보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딸로는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당신 아들도 함께 처리해 드릴 수 있어요.”“안 돼!”양현주가 다급하게 외쳤다. 그러고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았다.그녀가 당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그도 그럴 게 강준혁은 예전에 정말 강재혁의 손에 죽을 뻔했던 적이 있으니까.강준혁이 강재혁의 목걸이를 던져버렸던 그날, 양현주는 결과적으로 다시 목걸이를 걸고 온 강재혁을 보고는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기에 일단 다음을 기약했다.그렇게 그 일은 지나간 줄 알았다, 그런데 그다음 날, 강재혁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강준혁을 끌고 가 주먹으로 미친 듯이 때려버렸다.그 일 때문에 강재혁은 가문의 벌을 받게 되었고 굵은 채찍으로 살점이 거의 뜯겨 나갈 때까지 맞았다.당시 15살이던 그는 체벌을 받은 것 때문에 근 한 달을 침대 위에 꼼짝없이 누워있어야만 했다.그때의 강재혁은 아무런 힘도 없을 때였는데도 강준혁을 반죽음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그러니 권력도 있고 힘도 있는 지금, 어릴 때보다 몇천 배는 더 세게 나올 게 분명했다.강지유도 양현주처럼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서는 아무 말도 못 한 채 박도윤의 팔만 계속 잡고 있었다.그리고 박도윤은 아무 말 없이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다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잠시 후, 양현주가 휘청이며 강의준의 곁으로 다가가 안겼다.“여보, 재혁이 좀 어떻게 해봐요...”강의준은 옆에서 앓는 소리를 내는데도 여전히 양현주 쪽으로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하지만 3초 정도 있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강재혁, 나 아직 안 죽었다. 내 숨통이 붙어있는 한 나는 여전히 재호 그룹 회장이야.”“압니다.”강재혁이 강의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경멸과 혐오의 감정이 잔뜩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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