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박진성은 이수연의 죽음만큼은 죽을 때까지 함구하려고 했었다. 강재혁에게 얘기했던 것처럼 이수연은 그의 첫사랑이었으니까.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이었으니까.두 사람의 인연은 그들의 부모님 세대부터 시작되었다.박씨 가문과 이씨 가문은 줄곧 좋은 인연을 유지해 왔었기에 아이들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정략결혼을 맺을 것을 약속했다.아이들의 결혼으로 두 가문이 이어지면 그것보다 더 좋은 선물이 또 없을 테니까.박진성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신에게 이수연이라는 약혼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수연은 제원시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우 예뻤다.그런데 어느 날, 그런 그녀를 빼앗아 가려는 불한당이 나타났다.강의준은 파티에서 첫눈에 반했다는 것을 빌미로 이수연에게 갖은 애정 공세를 펼쳤고 그 방법이 안 통하자 나중에는 권력을 이용해 이수연을 손에 넣었다.당시 박진성은 시장 개척 때문에 해외로 나가 있었다. 뒤늦게 소식을 전해 듣고 부랴부랴 돌아왔지만 그때는 이미 모든 것이 다 늦어버렸다. 이수연은 강의준과 결혼해 버렸고 강씨 가문의 안주인이 되어버렸다.“재혁아,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 곁에 있는 것을 보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너는 잘 알 거야.”박진성은 그때의 감정을 떠올리며 강재혁에게 쓸쓸한 눈빛을 보냈다. 그러고는 갑자기 피식 웃더니 이내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여자한테 배신당한 기분은 모를 거야.”“부모님한테서 모든 상황을 다 전해 들은 난 서둘러 귀국했어. 그때의 난 강의준이 억지로 결혼을 성사시켰다고 생각했어. 수연이도 분명 억지로 한 결혼이라 기회만 된다면 강의준의 곁을 떠나고 싶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어. 그래서 네가 태어난 뒤에 강의준의 감시가 살짝 풀어진 틈을 타 수연이를 찾으러 갔어.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나게 해줄 테니까 나랑 같이 가자고, 수연이한테 손을 내밀었어.”“그런데 수연이가 거절했어. 뭐라고 거절했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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