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처음부터 이나은의 목적은 신지아와 변도영의 아이를 없애는 것뿐이었다.하지만 그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그 사고 소식을 들은 변도영이 신지아를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자기만 데리고 병원으로 달려간 것이다.그제야 그녀는 확신했다.변도영이 신지아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사랑하지 않는 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눈앞의 아내가 다쳐도 한 번 돌아보지 않을 정도로.그 사실을 떠올리자 이나은의 분노가 서서히 가라앉았다.‘그래, 어쩌면 내가 너무 조급했는지도 몰라.’변도영은 신지아와 5년을 부부로 지냈다.그런 그가 하루아침에 모든 걸 버리고 ‘배신’이라 부를 행동을 하길 기대하는 건 과연 너무 큰 욕심이었을까?그렇게 마음을 다잡자 이나은은 조금씩 냉정함을 되찾았다.그러나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변도영이 예전과 달라진 건 확실했다.그리고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도 없었다.고미애의 압박도 있었고 무엇보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길까 두려웠다.‘이제는 내가 움직여야 해.’이나은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천천히 한 가지 계획을 세웠다.그 무렵, 변도영은 이미 방을 나와 있었다.방금 전의 일 때문에 가슴속이 여전히 답답하고 숨이 거칠었다.무엇보다 이상한 건 이나은이 방금 불러일으킨 그 열기로 인해 신지아의 얼굴이 떠오른 것이었다.결혼 후, 변도영은 신지아와의 관계에서 억지로 욕망을 눌러본 적이 거의 없었다.그런데 지금, 그녀가 곁에 없자 묘한 허전함과 혼란이 그를 덮쳤다.변도영은 곧장 서재로 향해 찬물을 한 잔 들이키고 머릿속의 열기를 가라앉히려 했다.겨우 진정이 되고 씻으러 가려던 참에 휴대전화가 울렸다.화면에 뜬 이름은 박수미, 할머니였다.변도영은 잠시 숨을 고르고 전화를 받았다.“할머니, 무슨 일이세요?”그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건 날카롭고 비꼬는 듯한 한마디였다.“그래, 너 아직 살아 있구나?”그 말투에 변도영의 눈빛이 급격히 흔들렸고 박수미의 차가운 목소리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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