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니었다.신지아는 윤형우의 진짜 ‘얼굴’을 본 적이 있다.겉으론 부드럽고 세련된 미소 뒤에,그의 뼛속에는 어딘가 차가운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그건 아마도 윤씨 가문이라는 이름 아래 자란 탓일 것이다.그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따뜻함 따위는 가장 먼저 버려야 했을 테니까.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찰나 윤형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아쉽네요. 집안일 때문에 손을 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아 씨를 못 챙기는 것도 좀 그렇잖아요. 제가 두 군데 다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늘 그랬듯, 완벽하게 계산된 온도의 말.신지아는 습관처럼 미소를 지었지만 그의 말은 흘려들었고 마음은 이미 딴 데로 가 있었다.“그럼... 기념품 뭐 갖고 싶습니까? 돌아오면 사다 드릴게요.”윤형우가 갑자기 물었다.“괜찮아요.”신지아는 건성으로 대꾸하며 몸조심하라는 말을 끝으로 통화를 끊었다.그 순간, 한 줄기 번개처럼 아이디어가 번쩍 떠올랐다.지금까지 그녀의 시야는 너무 좁았다.로봇의 기능을 넓히는 것만 생각했지 사람이 로봇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에 대해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윤형우의 말, ‘돌봐준다’는 게 바로 힌트였다.‘그래. 그 자체를 강화하면 돼.’신지아는 곧장 노트북을 켜고 설계안을 열었다.보조 기능이 아닌 케어형 로봇.정확히 사람을 돌보고 손끝의 힘, 움직임의 온도까지 계산하는 로봇.그녀는 몰입한 채로 구상도를 빠르게 적어 내려갔다.그리고 초안이 완성되자마자 서인호에게 파일을 보냈다.잠시 후, 답장이 도착했다.[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지만 이런 로봇은 섬세한 조정이 필요합니다. 노인이나 환자를 부축할 때의 압력, 마사지 시 손의 움직임 같은 세밀한 데이터 말이죠. 전문가의 도움과 장기간의 샘플 조사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아마 시간이 안 될 거예요.]단 한 문장으로 찬물을 끼얹은 셈이었다.신지아는 곧장 짧게 답장을 보냈다.[아니요. 시간은 충분해요.]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그 힘의 세기, 손의 각도, 사람의 반응.그건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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