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첫사랑만 구한 남자: Bab 151 - Bab 160

260 Bab

제151화

엘리베이터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오자 김주리는 황급히 서류를 원래대로 정리해 손에 들고는 다시 방금 전의 고통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러자 신하나가 사탕을 내밀며 걱정스레 물었다.“온몸에 땀이 범벅이야. 근처 병원이라도 같이 갈까?”“괜찮아, 이제 좀 나아졌어.”김주리는 사탕을 입에 넣으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원래는 아래층 카페 가보려고 했는데... 오늘은 힘들겠네.”신하나는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 나중에 내가 커피 사다 줄게.”“고마워.”김주리는 짧게 답하고 엘리베이터를 나섰다.문이 닫히자 그녀는 방금 전까지 자신에게 푹 쉬라고 말하던 신하나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 한편이 쓰렸다.갓 졸업한 순진한 아이는 정말 속이기 쉽다는 생각에 잠시 죄책감이 스쳤다.이건 잘못된 일이란 걸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하지만 곧, 곧바로 머릿속에 떠오른 건 소우민이 곧 맡게 될 부성 그룹 프로젝트 책임자 자리.그리고 작년에 둘이 함께 보러 갔던 그 아파트였다.결국 김주리는 단호하게 마음을 다잡고 그에게 메시지를 전송했다.그날 밤, 인공지능 로봇 업계에선 두 건의 큰 뉴스가 터졌다.첫 번째, 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UME가 귀국한 지 한 달 만에 신제품 출시 예고를 내며 일주일 뒤 발표회를 연다고 공지했다.두 번째, 이제 막 로봇 시장에 뛰어든 부성 그룹이 같은 날 UME보다 한 시간 먼저 신제품 발표를 예고했다는 소식이었다.게다가 공식 홈페이지에는 제품의 상세 정보와 3일 뒤 발표회 일정까지 공개되어 있었다.속도로 따지면 부성 그룹은 UME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그 시각, UME 내부는 발칵 뒤집혔다.부성 그룹이 공개한 신형 로봇은 다름 아닌 얼마 전 신지아가 개발한 바로 그 모델이었고 기술부 전원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신지아는 7일 뒤 있을 발표회 연설문을 검토하던 중이었다.막 소식을 접하고 놀라기도 전에 서인호의 호출이 들어왔다.이윽고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서인호는 서류 한 뭉텅이를 그녀 얼굴에 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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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서인호는 사무실 안을 서성이며 초조하게 머리를 쥐어뜯다가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무언가 결심한 듯 고개를 들었다.“신 팀장님, 당장 변호사 불러요. 당장 부성 그룹 상대로 소송 준비합시다.”“그럴 필요 없어요.”신지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부성 그룹이 이런 일을 벌였다면 이미 모든 대비를 끝냈다는 뜻이에요. 지금 저희가 소송을 건다고 해도 얻을 건 없어요. 게다가 그쪽은 연성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잖아요. 괜히 소송 걸었다가 오히려 저희가 역풍 맞을 수도 있어요. 그럼 UME 상황은 더 나빠질 거예요.”서인호는 할 말을 잃었다.지금껏 그저 분노와 불안에 휘둘리고 있었을 뿐이었지만 생각해 보면 신지아의 말이 맞았다.그도 해외에 있을 때 부성 그룹의 이름은 여러 번 들었다.단 한 번도, 그들이 누구에게 밀린 적이 없었다.그런 회사가 이런 더러운 수를 쓸 줄은 몰랐지만 결국 현실이었다.신지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지금 로봇의 하드웨어는 완성 단계라 알고리즘이랑 기술 구조만 바꾸면 돼요. 일주일 내에 아마 가능할지도 몰라요.”“일주일이요?”서인호는 헛웃음을 터뜨렸다.“신 팀장님, 알고리즘을 바꾼다는 게 어떤 일인지 정말 알고는 계십니까?”그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저랑 고 대표님이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요? 새 알고리즘 하나 완성하는 데만 보름이 걸렸습니다. 그것도 밤새 붙잡고 일해서 겨우 만들었다고요. 그런데 신 팀장님은 일주일이면 된다고요?”이내 서인호는 비웃음이 섞인 한숨을 푹 쉬었다.“고 대표님이 신 팀장님을 좀 도와줬다고 그게 그렇게 쉬운 일로 보이십니까?”그는 신지아를 조롱하는 듯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됐어요. 돌아가서 쉬세요. 저는 홍보팀에 말해서 발표회 일정 미루라고 하겠습니다.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죠.”신지아는 서인호의 눈빛 속에 담긴 불신을 읽어냈고 그가 문을 나서려 하자 급히 가로막았다.“안 돼요. UME가 돌아와서 여는 첫 발표회예요. 이걸 갑자기 미루면 저희가 쌓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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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변도영은 요즘 박수미 회장의 환갑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그러다 어느 날,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만든 한 소식을 보고서야 부성 그룹의 인공지능 로봇 프로젝트가 첫 성과를 냈다는 걸 알게 되었다.그 소식이 터지자 회사 고위 간부들이 우르르 몰려와 그를 둘러싸며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늘어놓았다.“이나은 씨 정말 대단하네요.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이런 성과라니... 완전히 천재 아닙니까?”“변 대표님, 역시 사람 보는 눈이 남다르십니다. 이나은 씨 같은 인재를 곁에 두셨으니 부성 그룹은 앞으로 더 날아오를 겁니다.”“하, UME는 참 오만했죠. 한때 잘나간다고 거들먹거리더니 이제 이 대표님이 먼저 신제품 발표 예고를 해버렸잖아요. 이번엔 제대로 맛 좀 봐야죠.”변도영은 그들의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전에 이 프로젝트를 이나은에게 맡기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다들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었다.심지어 속으로는 자신이 실패하길 기다리는 눈빛이었다.그런데 지금은?다들 너나 할 것 없이 칭찬을 늘어놓고 있었다.그는 피식 웃으며 손짓했다.“됐어요. 이제 다들 나가보세요.”그 말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이들은 모두 과거에 변승주 회장과 함께 회사를 일군 일종의 ‘어른 세대’였다.하지만 변도영의 한마디면 지금은 감히 토를 달지 못했고 몇 사람은 쓴웃음을 지으며 조용히 문밖으로 물러났다.사무실 안이 고요해졌다.변도영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잠시 뒤, 문이 열리고 양준명이 들어왔고 손에는 두꺼운 보고서가 들려 있었다.“대표님, 로봇 신모델의 최종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그의 표정엔 흥분이 섞여 있었다.“모든 테스트 항목에서 이상 없습니다. 게다가 이나은 씨가 책임지고 개발한 신기능은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거라는 예측이 나왔습니다.”양준명은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이나은이 뛰어난 사람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이건 그냥 뛰어난 수준이 아니라 정말 타고난 천재였다.다만 한 가지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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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서인호의 사무실을 나온 신지아는 곧장 신하나를 찾아갔지만 그녀는 끝까지 버텼다.“그 파일, 나 말고는 아무도 못 봤어.”신하나의 태도는 단호했고 거짓을 꾸며내는 사람의 눈빛이 아니었다.오히려 시간이 지나자 신하나는 신지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그녀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채 말했다.“변 대표님은 네 남편이잖아.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도 네가 제일 잘 알고 있고. 내가 왜 일부러 자료를 넘기겠어? 그리고 지금 일부러 나한테 뒤집어씌웠다고 생각하는데... 내 말에 일리가 있지 않아?”그 말에 신지아의 손이 덜덜 떨렸다.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이 문제는 언젠가 밝혀질 것이다.지금은 그게 아니라 발표회 전에 새로운 제품을 완성하는 것이 급선무였다.그날 밤, 연구실엔 신지아 혼자 남아 있었다.컴퓨터 화면엔 수십 개의 폐기 폴더가 켜져 있었고 그녀의 눈빛은 점점 흐릿해졌다.언제 들어왔는지도 모르게 고우빈이 나타나더니 아무 말 없이 야식을 건넸다.신지아는 거의 허겁지겁 먹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고우빈은 말이 없었다.그저 곁에서 묵묵히 도와주며 필요할 때마다 짧은 조언을 해줬다.그 순간, 신지아는 잠시 대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졌다.그때도 둘은 밤새 프로젝트를 만들며 눈이 빨개지도록 코드를 짜곤 했었다.그러나 이번엔 결과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고 눈앞의 글자가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한 달 가까이 잠을 줄인 뇌가 한계에 다다랐다.신지아는 이마를 짚으며 낮게 신음했다.“그만하고 가자.”고우빈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울렸다.신지아는 더는 버티지 않았고 둘은 함께 집으로 향했다.집 앞에 도착했을 때, 신지아는 갑자기 멈춰 섰다.“선배.”문을 열려던 고우빈은 행동을 멈추고 고개를 살짝 돌렸다.“응? 왜?”신지아는 두 걸음 다가가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저 예전에 변도영 씨 많이 사랑했어요. 그리고 지금도 법적으로는 아직 변도영 씨 아내예요.”고우빈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며 신지아가 계속 말하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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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신지아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화면에는 변도영의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찍혀 있었다.요즘 들어 그가 자주 연락해 오는 게 눈에 띄게 늘었다.변도영이 무슨 용건으로 전화를 한 건지, 굳이 알고 싶지 않았다.신지아는 메모지를 대충 테이블에 내려놓고 전화를 걸지 않은 채 욕실로 향했다.따뜻한 물이 몸을 적실 때까지도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차가웠다.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머리를 닦고 있을 때 휴대폰이 또다시 울렸다.변도영.이번에도 받지 않으면 몇 시간 동안 계속 울릴 게 뻔했다.신지아는 짧게 숨을 들이쉬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집에 들어왔어?”낮고 단호한 변도영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신지아는 머리를 말리며 짧게 대답했다.“네.”“내가 남긴 메모 봤지?”“봤어요.”짧고 무미건조한 대답은 그의 신경을 건드린 듯했고 아니나 다를까, 변도영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봤으면 왜 전화 안 했어?”“지금 늦었잖아요.”신지아는 무심하게 벽시계를 흘깃 봤다.“그래, 늦었지. 그런데 이렇게 늦게 들어오는 게... 그게 맞다고 생각해?”신지아의 눈빛은 싸늘하게 식어갔다.“왜요? 제가 늦게 들어온 게 그렇게 문제예요? 당신이 밤새 안 들어올 때보다 더 안 틀린 일인가요?”그 말에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예전의 신지아는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늘 조용히 참았고 상처받아도 내색하지 않았다.그래서일까, 변도영은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 웃음을 삼켰다.“여자가 이렇게 늦게 다니면 위험하잖아. 나는 남자고 넌 여자니까 다르지.”신지아는 짧게 숨을 들이켰다가 이내 닫았다.곧 이혼할 사람에게 남녀의 귀가 시간 따위로 논쟁을 벌이는 건 너무나 무의미한 일이었다.“무슨 일인데요?”결국 신지아가 먼저 화제를 돌렸다.“8일 후가 할머니 칠순 잔치야. 부모님이 이번 잔치 진행을 나한테 맡기셨어.”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지아는 이미 변도영의 의도를 알아차렸다.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씨 가문의 행사 때마다 그는 다른 여자를 데리고 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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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신지아는 끝내 집으로 돌아가길 거부했다.“그 치수만으론 안 돼.”변도영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디자이너가 정확한 사이즈를 알아야 수정이 덜 생겨.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까 실수하면 다 망쳐.”그의 말투엔 여전히 여지를 주지 않는 단단함이 묻어 있었다.신지아는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솔직히 말해 옷 사이즈가 뭐가 그리 큰 문제인가 싶었다.하지만 그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결국 약속을 잡고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머리를 반쯤만 말리고 침대에 쓰러졌고 의식이 꺼지듯 잠에 빠져들었다.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몸은 납덩이처럼 무거웠다.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뒤집히는 듯했다.그래도 신지아는 억지로 일어섰다.가방을 챙기고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세상이 한순간 까맣게 꺼졌다.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코끝에 소독약 냄새가 스며들었다.눈을 떠보니 하얀 천장, 그리고 곁에는 고우빈이 앉아 있었다.“깼어?”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묘하게 떨리고 있었다.“지금 기분은 어때?”신지아는 잠시 멍하니 고우빈을 바라보다가 손으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저...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집 앞에서 쓰러졌어.”그는 짧게 대답했다.“지금은 병원이야.”창밖은 이미 어두웠고 신지아는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지금 몇 시예요?”휴대폰을 찾아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5시 반, 그녀는 황급히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려 했다.그러나 고우빈이 빠르게 손을 뻗어 신지아의 어깨를 눌렀다.“어디 가?”“연구실이요. 아직 로봇 알고리즘 수정안 확정 못 했어요.”그녀의 목소리는 약했지만 눈빛은 여전히 단호했다.“지금은 아무 데도 가지 마.”고우빈은 진지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의사 말로는 지금 상태에선 절대 무리하면 안 된대.”“하지만 시간이 없어요. 발표회까지 겨우 6일 남았다고요.”그녀의 말은 거의 애원에 가까웠다.“그건 내가 처리할게.”고우빈이 조용히 말을 이었다.“홍보팀이랑 이야기해서 일정 연기하도록 할게.”“왜요?”신지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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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고우빈은 신지아를 믿었다.그래서 그때 주저 없이 그녀의 편에 섰고 단 일주일의 승부에 모든 걸 걸기로 했던 것도 믿음 때문이었다.하지만 그때 신지아의 몸 상태를 알았다면 그는 결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우빈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예전에 난 이진이랑 약속했어.”그의 목소리는 살짝 떨렸다.“널 잘 지켜주겠다고. 그 약속도 못 지키고 네가 잘못되면 UME는 존재할 이유가 없어.”신지아는 그저 두 눈을 깜빡였다.그 말 속에 담긴 무게를 이해하는 데 잠시 걸렸다.고씨 가문은 늘 냉정했다.고이진은 가문의 이익을 위해 강제로 결혼했고 그 일은 결국 고우빈이 가문과 결별하게 된 계기였다.UME가 세워진 이유 중 하나도 그가 고이진을 지키기 위해 만든 울타리였다.고이진이 떠난 후, 고우빈은 신지아를 동생처럼 아꼈다.아니, 어쩌면 고이진을 대신해 신지아를 감싸온 걸지도 몰랐다.신지아는 그 의미를 알았고 고우빈의 마음 또한 진심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래서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저 정말 괜찮아요.”그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단호했다.“그리고 지금 UME가 국내 시장을 잡지 못하면 윤씨 가문을 이길 기회는 없어요. 이진이가 돌아올 수 있는 길도 막히겠죠.”신지아의 눈빛은 희미하게 빛났다.“이번이 첫 무대예요. 이걸 놓치면 저희에겐 다음은 없어요.”하지만 고우빈은 요지부동이었고 신지아의 말에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그녀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살짝 손을 뻗어 고우빈의 소매를 잡았다.“선배.”부드럽고 약하지만 어쩐지 이길 수 없는 목소리.신지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고우빈을 올려다봤다.그 눈빛엔 간절함과 피로, 그리고 어린아이 같은 의지가 함께 담겨 있었다.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입가에서 ‘안 돼’라는 말이 맴돌았지만 끝내 내뱉지 못했다.그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신지아가 한 번 결심하면 아무리 말려도 멈추지 않는다는 걸.결국, 고우빈은 낮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하지만 오늘은 꼭 쉬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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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변도영은 전화를 다시 걸었지만 도무지 연결이 되지 않았다.퍽!화가 난 그는 주먹을 꽉 쥐고 누군가를 힘껏 내리쳤다.방금 아래층에 내려가 수납을 마치고 돌아오던 고우빈의 얼굴에 강렬한 한 방이 꽂혔다.이내 입에서 진한 피 냄새가 났다.고우빈은 손끝으로 입술을 눌러 보며 고개를 들어 변도영을 냉정하게 바라보았다.어쩌면 밖에서 달려온 탓인지, 변도영의 주위엔 온통 냉기뿐이었다.그는 손목시계를 슬쩍 보았다.전화가 끊긴지 고작 10분 남짓이었기에 아마 그는 전화를 끊자마자 서둘러 위치를 파악하고 달려온 모양이었다.고우빈은 무척 여유로웠고 눈빛엔 조금의 두려움도 없었다.그와 변도영의 충돌은 불가피한 일이었다.자신이 돌아오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이미 대비를 마친 터였다.변도영은 고우빈의 손에 든 납부 영수증을 보고 잠깐 멈칫했다.병원에 있다는 위치를 확인하고 달려오는 동안 그의 분노가 조금 가신 것이다.하지만 방금까지 신지아 옆을 지키고 있던 사람이 바로 고우빈이라는 생각에 여전히 초조해했다.“도대체 지아한테 무슨 짓을 했습니까? 왜 병원에 있는 거죠?”변도영이 불같이 화를 내며 묻자 고우빈은 그저 씩 웃었다.“변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그따위로 돌려 말하지 마세요.”변도영의 눈빛은 더 차가워졌다.“고우빈 씨, 얼굴에 철판 깔지 마세요. 제 사람을 건드리기라도 하면... 그 후과를 똑똑히 치르게 할 겁니다.”고우빈은 그의 눈빛에 드러난 적의를 보았다.해외에 있을 때 들었던 변도영의 행보가 떠올랐다.지금 그는 진짜로 화가 난 상태였다.그럼에도 고우빈은 태연히 말했다.“변 대표님 사람이라고요? 아닌 것 같은데...”변도영의 눈빛은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그게 무슨 말입니까?”“지아의 몸 상태... 변 대표님은 아직 모르고 계시죠?”고우빈의 말엔 약간의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처음 돌아왔을 때, 그도 한때 신지아가 변도영에게 완전히 마음을 접었는지 의심했던 적이 있었다.지금 돌아보니 그 의심은 쓸데없는 것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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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고우빈의 말이 끝났을 때, 변도영은 놀랍게도 그가 자신에게 주먹을 날린 것보다 마지막 한마디가 더 우스웠다.변도영은 비웃듯 헛웃음을 터뜨렸다.“당신이 참견할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그의 목소리는 낮고 냉정했다.“신지아는 제 아내입니다. 저희 사이 문제에 외부 사람이 끼어드는 건... 선을 넘는 행동 같은데요.”말을 마친 변도영은 곧장 뒤돌아 병원 계단을 올랐다.두 성인 남자가 병원 로비에서 주먹을 주고받는 건 체면이 서지 않는 일이었다.밤이 늦어 비교적 한산하긴 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있었다.이미 그들의 싸움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고 더 길어지면 내일 기사 제목으로 오를 일만 남았다.고우빈을 처리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그럴 필요 없이 이런 곳에서 유치하게 몸싸움을 할 이유는 없었다.하지만 그가 떠난 뒤에도 변도영은 진정이 되지 않았다.고우빈의 말투, 그 뉘앙스.그는 진심으로 신지아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신지아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건 맞은편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는 변도영이었다.그녀는 자신이 아직 꿈속에 있다고 생각해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그러자 이번엔 변도영은 신문을 접고 일어서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걸어와 신지아의 침대 머리맡 호출 버튼을 눌렀다.곧 하민재가 급히 들어와 일련의 검사를 마치고 변도영에게 짧게 몇 마디를 남기곤 나갔다.내내 말이 없던 신지아는 무심코 변도영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그의 뺨 한쪽은 옅게 부어 있었다.마치 주먹이라도 맞은 듯한 자국.‘싸움을 한 건가?’신지아는 조금 놀랐다.변도영이 직접 손을 쓰는 일은 거의 없었다.그에게 폭력은 품격을 떨어뜨리는 행동이었고 무엇보다 지금의 위치라면 굳이 그럴 이유도 없었다.그의 한마디면 주변 사람들이 알아서 처리할 일이었으니까.게다가 이 도시에서 변도영에게 먼저 주먹을 날릴 사람은 거의 없었다.변도영은 그녀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듯 하민재가 나가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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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변도영이 이렇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신지아를 달래는 건 정말 드문 일이었다.하지만 신지아의 마음은 이상하게도 아무런 감동이 없었다.그가 내뱉는 위로엔 온기가 없었다.그건 감정이 아닌 도리, 혹은 습관적인 동정이었다.마치 길가에 버려진 강아지를 보고 불쌍하단 생각에 뼈다귀 하나 던져주는 자기만족 같은 온정.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지아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만약 정말 의사 말처럼 확률이 높다면요?”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조용했지만 묘하게 날이 서 있었다.“정말... 제가 아이를 가질 수 없다면요?”이미 마음속으로는 오래전에 이혼을 결심했지만 그래도 대답은 듣고 싶었다.변도영은 짧게 숨을 고르고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럼 안 낳으면 되지.”신지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웃음이라고 하기엔 씁쓸하고 조롱처럼 보이는 미소였다.“어머님이 그 말을 들으면 가만있지 않으실 텐데요.”고미애는 세속적이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지만 사실 속으로는 늘 말했다.아이를 낳아야 변도영을 붙잡을 수 있다고.물론 변도영이 신지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고미애였다.그래서 억지로 강요하지는 않았다.그녀가 변도영의 뜻대로 피임을 유지하는 것도 알고 있었으니까.하지만 아이를 못 낳는다면 그건 고미애가 결코 받아들이지 못할 일이었다.신지아의 말을 들은 변도영은 잠시 시선을 피했다.“아직 그런 일까지 간 건 아니잖아. 괜히 걱정부터 하지 마.”그녀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 다시 부드럽게 물었다.“그럼 같은 일이 이나은 씨한테 생긴다면... 어떡하실 거예요?”그러자 변도영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왜 또 다른 사람 이야기를 꺼내? 신지아, 우리 일은 우리 일이지 괜히 엉뚱한 사람 끌어들이지 마.”‘엉뚱한 사람?’신지아는 그 말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고 그 웃음엔 조롱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무고한 사람이라니?그 사고의 원인이 누구였는데?그날의 교통사고는 바로 이나은 때문이었다.그 사고로 인해 아이는 생명을 잃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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