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오자 김주리는 황급히 서류를 원래대로 정리해 손에 들고는 다시 방금 전의 고통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러자 신하나가 사탕을 내밀며 걱정스레 물었다.“온몸에 땀이 범벅이야. 근처 병원이라도 같이 갈까?”“괜찮아, 이제 좀 나아졌어.”김주리는 사탕을 입에 넣으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원래는 아래층 카페 가보려고 했는데... 오늘은 힘들겠네.”신하나는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 나중에 내가 커피 사다 줄게.”“고마워.”김주리는 짧게 답하고 엘리베이터를 나섰다.문이 닫히자 그녀는 방금 전까지 자신에게 푹 쉬라고 말하던 신하나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 한편이 쓰렸다.갓 졸업한 순진한 아이는 정말 속이기 쉽다는 생각에 잠시 죄책감이 스쳤다.이건 잘못된 일이란 걸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하지만 곧, 곧바로 머릿속에 떠오른 건 소우민이 곧 맡게 될 부성 그룹 프로젝트 책임자 자리.그리고 작년에 둘이 함께 보러 갔던 그 아파트였다.결국 김주리는 단호하게 마음을 다잡고 그에게 메시지를 전송했다.그날 밤, 인공지능 로봇 업계에선 두 건의 큰 뉴스가 터졌다.첫 번째, 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UME가 귀국한 지 한 달 만에 신제품 출시 예고를 내며 일주일 뒤 발표회를 연다고 공지했다.두 번째, 이제 막 로봇 시장에 뛰어든 부성 그룹이 같은 날 UME보다 한 시간 먼저 신제품 발표를 예고했다는 소식이었다.게다가 공식 홈페이지에는 제품의 상세 정보와 3일 뒤 발표회 일정까지 공개되어 있었다.속도로 따지면 부성 그룹은 UME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그 시각, UME 내부는 발칵 뒤집혔다.부성 그룹이 공개한 신형 로봇은 다름 아닌 얼마 전 신지아가 개발한 바로 그 모델이었고 기술부 전원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신지아는 7일 뒤 있을 발표회 연설문을 검토하던 중이었다.막 소식을 접하고 놀라기도 전에 서인호의 호출이 들어왔다.이윽고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서인호는 서류 한 뭉텅이를 그녀 얼굴에 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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