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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첫사랑만 구한 남자: Kabanata 11 - Kabanata 20

100 Kabanata

제11화

귀에 익은 낮은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흘러나오자 신지아는 순간 멍해졌다.한때, 유망한 커리어를 접고 결혼을 택했을 때 그녀의 선배였던 고우빈은 분노하며 신지아와 격렬히 다투었다.“신지아, 너 정말 불확실한 결혼과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걸 버릴 거야?”“변도영 씨는 널 사랑하지 않아. 언젠가 네가 버려지고 빈손으로 쫓겨난다면 그땐 어떻게 할 건데?”“신지아, 넌 반드시 후회할 거야!”그의 목소리는 실망과 안타까움으로 가득했었다.오래 침묵하던 고우빈은 끝내 신지아를 끌어안고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됐어. 언젠가 네가 후회한다면 언제든 돌아와.”그때의 신지아는 흔들림 없이 믿고 있었다.언젠가는 변도영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사실 그들과 전혀 감정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엄마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열여덟 살 생일 날.아버지와 계모에게 집에서 쫓겨나 추위에 떨고 있을 때, 변도영이 그녀를 집으로 데려갔다.그날이 생일임을 알자 그는 한밤중에 직접 케이크를 사 오게 했다.그 후 한동안, 수많은 집에 불빛이 켜질 무렵 신지아를 위해서만 켜져 있는 한 줄기 빛이 있었다.밤하늘의 불꽃이 터질 때에도 그녀를 위해 쏟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말이다.그 시절의 신지아는 믿었다.‘이런 사람이라면 평생을 맡겨도 좋겠어.’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면 그때의 자신은 어리석은 꿈을 좇은 우스꽝스러운 아이였다.사랑을 좇아 모든 걸 버린 자신이야말로 가장 큰 농담이었다.고우빈은 신지아에게 이혼하려는 걸 알았는지 묻지 않았지만 그녀는 휴대폰을 움켜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만큼 힘을 주며 낮게 속삭였다.“저 이제 돌아가고 싶어요.”...화려한 조명이 쏟아지는 고급 클럽 VIP 룸.변도영은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한쪽 팔은 머리를 괴고 다른 손엔 와인잔을 심드렁하게 흔들었다.그는 길고 곧은 다리를 탁자 위에 아무렇게나 얹은 채, 한마디 말도 없었다.그러니 방 안의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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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수년이 흘렀지만 신지아는 여전히 변도영 곁을 맴돌며 애써왔다.하민재 역시 그녀가 쉽게 이혼을 받아들일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그래서 괜히 도영의 기분을 더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위로의 말을 꺼내려던 찰나 변도영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그 표정엔 오히려 전에 없던 여유가 스쳤다.“그래서 그런 거구나.”그는 가볍게 웃으며 방금 전 품었던 의문에 스스로 답을 내렸다.‘그렇지. 신지아가 나 없이 살겠다고 나설 리가 없어.’이나은이 돌아온 걸 알고 불안해진 나머지 일부러 이혼을 내세워 자신을 붙잡으려는 수작일 뿐.그녀는 분명 이렇게 해서 자신이 미련을 갖고 떠나지 못하리라 믿은 거다.이런 생각이 들자 변도영의 눈가엔 묘한 웃음기가 번졌다.이를 지켜보던 하민재는 고개를 갸웃했다.‘아니, 신지아 씨가 첩 노릇을 자청한다는 말에 왜 기분이 더 좋아진 거지?’그때였다.“도영아, 역시 여기 있었구나.”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가 방에 울렸다.문가에 선 이는 잔잔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이나은.병에서 갓 회복한 탓인지 창백한 얼굴이 오히려 병약한 아름다움을 풍겼고 보는 이로 하여금 더 보호해 주고 싶게 만드는 모습이었다.“나은 누나!”사람들이 일제히 자세를 고쳐 앉고 공손히 인사했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담배를 피우던 이들조차 서둘러 불을 끄고 입김으로 연기를 지워내며 최대한 깔끔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변도영은 그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오직 그녀만을 향해 다가가며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왜 왔어?”이나은은 하민재가 보낸 위치 공유 덕에 찾아왔다는 사실을 숨긴 채, 차 키를 흔들어 보였다.“기분이 안 좋다길래 예전처럼 바람 쐬러 가자고.”“좋아.”변도영은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 시각, 신지아는 서류를 정리하던 중, 휴대폰에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보낸 이는 변도영의 친구였다.사진 속, 변도영은 고급 승용차 옆에 서 있었다.그의 손은 조심스레 문틀 위에 얹혀 있었고 곁의 여인을 배려하며 차에 태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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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고요한 새벽,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신지아는 눈도 뜨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침대 머리맡의 폰을 집어 들었다.그제야 발신자가 변도영이라는 걸 깨달았지만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이미 ‘통화 연결됨’이라는 글자가 떠 있었다.조건반사처럼 눌러버린 자신이 한심했지만 이건 몸에 밴 습관이었다.변씨 가문에 시집온 이래 고미애가 전화를 받지 않는 걸 눈치채기만 해도 직접 집으로 찾아와 ‘대화’라는 명목으로 괴롭혔기에 신지아는 24시간 대기하는 사람이 돼버렸다.게다가 변도영이 해외에 머무르며 이나은을 돌보는 동안 새벽에도 종종 전화를 걸어왔다.물어보는 건 대부분 사소한 것들.여자 생리통은 어떻게 완화해야 하는지, 어떤 브랜드의 생리대가 좋은지, 영양탕을 더 맛있게 끓이는 비법, 토마토 계란볶음은 계란을 먼저 부쳐야 하는지 토마토를 먼저 볶아야 하는지였다.그럴 때마다 신지아는 잠결에도 하나하나 알려줘야 했다.그래야 그가 이나은을 더 세심하게 챙길 수 있었으니까.처음엔 어리둥절해 머리가 멍해졌지만 이내 익숙해졌다.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과 이나은이 변도영 마음속에서 어떤 차이로 존재하는지 절실히 깨달았다.졸음에 잠긴 눈으로 휴대폰을 바라보며 신지아는 이 통화 역시 이나은과 관련된 거라 짐작했다.이미 받아버린 이상 돌이킬 수도 없으니 체념한 듯 습관적으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 생겼나요?”변도영은 그녀가 거의 기다리고 있던 듯 즉각 전화를 받은 걸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마치 휴대폰 앞에 앉아 자신만 기다린 것처럼 보였기에 그는 코웃음을 치며 짧게 명령했다.“별장 불 다 켜. 그리고 나와서 문 열어.”“네?”신지아는 이해할 수 없어 멍한 채로 사실 그대로 말했다.“저는 이미 자리에 누웠어요. 현관 비밀번호도 그대로도 불 스위치도 안 옮겨졌는데요.”벽시계를 보니 새벽 3시.변도영이 직접 손만 뻗으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굳이 나를 깨워 부려 먹는 이유가 뭘까?’혹시 평소처럼 심심풀이로 부려먹는 건가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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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해장국 한 그릇 끓여 와.”2분 뒤, 2층에서 문이 열리더니 변도영이 서 있었고 그는 위에서 내려다보듯 무심히 지시했다.무릎과 발가락을 부딪치며 생긴 통증은 이미 무뎌져 있었다.신지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주방으로 향했다.국을 다 끓인 뒤, 변도영의 방 앞에 섰다.문을 밀어 열려던 순간, 안에서 들려온 건 여자의 목소리였다.이나은이 깬 모양이었다.신지아는 잠시 머뭇거리다 국그릇을 문 앞에 내려놓고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다.“해장국 문 앞에 놔뒀어요.”“응.”감정 없는 변도영의 짧은 대답이 이어졌다.방 안, 이나은은 여전히 희미하게 술기운이 남아 있었지만 정신은 돌아온 듯했다.그리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다가 고개를 들었다.“술 마시고 집 열쇠까지 강물에 던져버려서 어쩔 수 없이 일단 우리 집으로 데려왔어.”그녀가 의아해할까 봐 변도영은 차분히 설명을 덧붙였다.연성시를 한 바퀴 돌며 드라이브하던 중, 옛날이야기를 꺼내다 보니 분위기가 기울었다.이나은이 차에 있던 술을 꺼내 강가에서 한잔하자고 했을 때, 그는 원래 거절할 생각이었다.하지만 그녀가 한없이 슬퍼 보였고 과거의 아픔이 스쳐 지나간 듯해 끝내 두 잔을 함께 마셨다.변도영은 이나은의 술버릇이 약하단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심할 줄은 몰랐다.두 잔 만에 완전히 정신을 잃고 만 것이다.집에 데려다주려 했으나 그녀가 열쇠를 강물 속으로 던져버려 난감해졌다.호텔에 혼자 두고 올 수도 없었기에 결국 자기가 사는 별장으로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창피하네. 네 앞에서 이런 꼴을 다 보이다니.”술을 마시고 취한 다음의 기억이 떠오른 듯, 이나은이 이마를 문지르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괜찮아.”변도영은 담담히 대답했다.“다만 네가 술을 너무 못하니까. 다음부턴 좀 조심해. 혹시라도...”말끝은 흐려졌지만 이나은은 곧 알아채고 장난스럽게 눈웃음을 지었다.“지금 날 걱정하는 거야?”그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대답하지 않았다.“안심해. 다른 남자 앞에서는 절대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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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서재 안.양준명은 꼿꼿이 선 채, 공손하게 보고를 이어갔다.“변 대표님, 예상대로입니다. 우리 회사와 경쟁하던 우림 그룹의 전략이 실패하면서 이미 파산을 선언했습니다. 한 시간 전, 미리 지시하신 대로 인수 제안을 넣었습니다. 다만 그쪽 대표님이 인수 금액을 200억을 더 얹어달라고 요구했습니다.”변도영은 의자에 느긋하게 몸을 기댄 채, 손에 든 자료를 넘겼다.그런 요구쯤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한 태도였다.“안 올려. 그대로 둬. 이틀만 더 버티면, 오히려 그쪽에서 찾아와 우리가 제시한 조건을 빌며 받아 달라고 할 거야.”“네, 대표님.”양준명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그는 변도영과 비슷한 또래였지만 졸업 후 곧바로 변도영에게 발탁되어 비서로 일했다.그동안 수십, 수백 번의 크고 작은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함께했는데 거의 매번 변도영은 상대의 치명적인 약점을 정확히 찔러 무너뜨렸다.그리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낮은 가격에 회사를 손에 넣었다.과장이 아니라 양준명에게 있어 변도영은 상업 전장의 신 같았다.변씨 가문의 사업을 불과 3년 만에 세 배로 불려놓은 인물.그가 상대가 직접 찾아올 것이라 말하면 정말 그렇게 될 거였다.“다른 보고는?”변도영이 무심히 고개를 들며 묻자 양준명은 잠시 망설이다 결국 입을 열었다.“신씨 가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곧 새 사업을 시작할 예정인데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합니다.”말이 끝나자마자 변도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고 양준명은 곧장 긴장감에 온몸이 조여왔다.그도 잘 알고 있었다.사업에서 단 한 번, 변도영이 반복적으로 ‘실패’를 맛본 사례.그것은 바로 신씨 가문 투자 건이었다.돈을 넣기만 하면 1년도 못 가 폭삭 망했고 결과적으로 수차례 손해를 봤다.그럼에도 변도영은 매번 얽혀야 했다.왜냐하면 신씨 가문은 신지아의 친정이자 변씨 가문의 혼인으로 맺어진 집안이었기 때문이다.변도영이 손을 떼려 하면 신씨 가문은 늘 박수미를 압박했고 박수미는 또 변도영에게 한 번 더 믿어주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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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더 놀라운 건 신지아가 정말로 이혼에 동의했다는 사실이었다.변도영은 똑똑히 기억했다.친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신영호가 새아내를 맞이하면서 신지아는 줄곧 천대받았다.그 사실을 떠올리자 신지아는 더는 설명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어차피 정해진 일이에요. 더 이상 질질 끌 이유도 없잖아요.”이혼은 이미 확정된 수순이니 신지아는 그런 불확실함을 오래 두는 걸 무엇보다 싫어했다.“그래서 요즘 네가 했던 그 모든 짓이 다 이걸 위한 거였어?”변도영의 눈빛이 묘하게 바뀌었다.혹시 그녀가 신씨 가문의 투자 요청을 자기가 거절할까 봐, 일부러 이런 수를 쓴 건가 하는 생각이 스치자 변도영은 코웃음을 쳤다.신지아는 그 말뜻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의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기분이 한결 나아진 듯 보였다.아마도 이혼만 하면 당당히 이나은과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신지아는 속으로 비웃었다.입으로는 이혼은 아무 영향 없다고 말하더니 결국 마음속으로는 자기와 헤어져 이나은과 다시 시작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는 생각에.그녀는 입을 열지 않았다.변도영은 그것을 곧 ‘동의’로 받아들였고 더 묻지도 않고 마지막 장에 사인을 툭 하고 해버렸다.“내일 같이 구청...”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이미 여권을 꺼내 협의서와 함께 신지아 쪽으로 내밀었다.“난 바빠. 남은 절차는 네가 알아서 해. 모르는 건 비서한테 물어보면 되고.”차갑게 얼어붙은 목소리에 신지아는 한숨 섞인 미소를 지었다.결혼증서도 그랬다.당시에도 변도영은 직접 오지 않고 양준명을 대신 보냈었다.이혼도 마찬가지였다.단 한 번도 그녀와 나란히 앉아 함께 마무리하려 하지 않았다.그녀에게 이 결혼은 웃기게도 회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상처뿐인 일이었다.다행히 이제는 예전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그래요. 뭐... 오지 않아도 좋아요.”“합의서는 변호사한테 다시 확인 안 시켜보세요?”신지아가 물었다.“필요 없어.”변도영의 대답은 짧고 냉랭했다.“네가 이미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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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신지아가 휴대폰을 꺼내 보니 화면 위에 ‘변도영’이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잠시 망설이다 전화를 받으려는 순간 벨 소리가 뚝 끊겼다.신지아는 반사적으로 다시 걸어봤다.그러나 두 번 울리자마자 바로 끊겨버렸다.곧 메시지가 도착했다.[미안해, 신지아. 나야. 방금 전화도 내가 건 거야.”[원래는 네 잠옷을 빌리려 했는데 이제 필요 없어. 도영이가 자기 걸 내줬거든.]눈에 보기에 평범한 문자였지만 은근히 도발이 묻어 있었다.신지아는 그저 피식 웃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속에서는 아무런 파문도 일어나지 않았다.이나은은 이전에도 이런 식으로 종종 메시지를 보냈다.겉으로는 평범해 보여도 틈만 나면 도발을 숨겨놓은 문장들.예전엔 몇 번이고 변도영에게 이야기하려 했지만 그때마다 돌아온 건 그녀가 예민하고 지나치게 해석한다는 비난뿐이었다.이제 곧 이혼을 하게 됐으니 둘을 이어주면 그만이다.사람도 양보할 수 있는데 옷 한 벌쯤이 대수랴.신지아는 짧은 답장을 보내고 곧장 휴대폰을 꺼버렸고 다시 차분히 이혼 절차를 밟았다.구청 직원은 젊은 여성이었고 형식적인 위로를 건넸다.“정말 이혼하시겠어요? 다시 생각해 보시는 게...”신지아는 말없이 가방에서 사진 몇 장을 꺼냈다.이나은과 변도영이 함께 찍힌 사진들.그녀가 직접 찍은 건 아니었다.이나은과 그의 친구들이 일부러 보내온 것들이었다.사진 속의 변도영은 늘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이었지만 신지아의 눈에는 분명히 보였다.변도영이 행복해하는 것을.그녀도 언젠가 그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한 적 있었다.그러나 그는 매번 귀찮다며 카메라가 켜지면 곧장 자리를 피해버렸다.결혼식조차 마찬가지였다.웨딩사진은 없었다.결혼증명서에 붙은 사진조차 변도영이 사람 시켜 억지로 합성한 것이었다.변도영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증거는 너무 많았고 말하려면 며칠 밤낮을 세어도 모자랄 정도였다.직원은 그녀가 몇 가지만 들려주자 눈빛이 바뀌더니 더는 만류하지 않았다.그렇게 이혼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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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신지아는 똑똑히 기억했다.열여섯 살, 초경을 맞이했을 때 아버지가 걱정하며 그녀를 병원에 데려갔던 일.정상적인 생리임을 확인하고 나자 신지아와 아버지 모두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그래서 처음엔 신지아도 아버지의 재혼을 이해할 수 있었다.신하나는 늘 그녀를 괴롭혔다.장난감과 옷을 빼앗았지만 아버지는 항상 중재하며 신하나 편을 들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지아는 이해하며 순종했다.가정의 평화를 위해 자신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하지만 5년 전, 신하나가 실언을 하면서 진실이 드러났다.임문영은 아버지의 새 아내가 아니었고 신하나는 임문영과 다른 남자의 아이가 아니라 아버지 신영호의 사생아였다.진실을 알게 된 신지아는 분노로 폭발해 아버지에게 두 모녀를 집에서 쫓아내라고 소리쳤다.그러나 아버지의 한 대의 뺨에 그녀는 현실을 깨달았다.예전 자신이 사랑받던 집은 이미 사라지고 지금의 집은 신하나의 집이 되었으며 자신은 손님일 뿐이었다는 사실.그동안 신지아가 참았던 이유는 단순했다.처음엔 아버지를 위해서였지만 나중엔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였다.“하나야, 이 사람 누구야?”신하나의 곁에 서 던 여자가 궁금하다는 듯 신지아를 바라봤다.잠시 생각하는 듯한 그녀의 눈에 비치는 건 조롱.“아! 기억났어! 예전에 본 적 있어. 변 대표님 아내분 아니야?”신하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맞아, 도록 매달려서 도영 오빠랑 결혼한 사람. 덕분에 우리 신씨 가문도 같이 창피를 당했지.”실제로 신씨 가문운 별 피해를 보지 않았고 오히려 변씨 가문과의 관계 덕에 이득을 본 게 많았다.하지만 신하나는 그 사실은 신경 쓰지 않았다.과거 그녀도 변도영과 결혼할 수 있었는데 왜 신지아가 먼저 차지했는지 몰라 아직도 억울했다.신지아는 신하나의 조롱과 분노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그저 한 번 쓱 바라보고 아무 말 없이 떠나려 했다.그러나 신하나는 멈추지 않았다.“신지아, 도망가려는 거야?”신하나는 신지아 앞에 다가가 몸으로 길을 막고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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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신하나는 신지아가 받아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해 순간 화가 치밀어 얼굴까지 붉어지며 외쳤다.“너랑 내가 같은 피가 흐른다고?”신지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히 말했다.“그래, 맞아. 하지만 다르지. 어떤 사람의 몸엔 우리 아버지와 새엄마의 피가 흐르고 있으니까.”신하나는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신지아, 감히 우리 엄마를 그런 식으로 말해? 정말 미쳤어!”그러면서 손을 들어 신지아의 뺨을 때리려고 했지만 신지아는 재빠르게 그녀의 팔을 막았다.“내가 뭐라고 했는데? 그냥 너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잖아?”신하나는 말문이 막혔고 옆에 있던 여자는 신지아를 멍하니 바라봤다.그녀는 신하나가 신씨 가문의 딸이라는 것만 알았을 뿐, 진짜 출생 배경은 몰랐다.신지아와 신하나의 대화를 들은 뒤, 그녀의 눈빛도 미묘하게 변했고 어색하게 웃으며 급히 자신의 물건을 신하나에게서 받아들였다.“하나야, 나는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그 말과 함께 여자는 신하나의 말조차 무시하고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그리고 신지아 또한 뒤돌아 가려고 했다.“신지아, 감히 날 괴롭혀? 기다려! 당장 아빠 엄마한테 말할 거야!”신하나는 발을 구르며 화를 참지 못했지만 신지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기에 아무리 화가 나고 창피해도 방법이 없었다.그때 문득 신하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잠깐... 쟤 지금 구청에서 나온 거 아니야?’그녀는 방금 전 신지아가 구청에서 나온 걸 기억했다.‘그럼 신지아는 지금 왜 여기 있는 걸까? 뭐 하러 왔지?’...신지아는 주차장에 도착해 차에 올랐지만 잠시 멍해졌다.이나은이 아직 별장에서 있는지도 모르겠고 지금 돌아가면 안 된다는 직감이 들었다.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친척과의 관계도 점점 멀어졌고 결혼 후 친구도 거의 없었다.지금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바로 그때,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아버지 신영호였다.대개는 신하나를 대신해 꾸중하거나 사과를 요구하려는 전화일 거라 예상했지만 뜻밖에도 이번 통화는 달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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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신지아가 매번 변도영 앞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한 이유 또한 이거였다.이때 신영호의 의도를 이해한 신지아는 코웃음을 쳤다.“더 이상 생각하지 마세요. 저와 변도영 씨는 이미 이혼했어요. 신씨 가문과 변씨 가문도 더 이상 가족이 아닙니다.”신영호는 잠시 멈칫하더니 갑자기 진지한 말투로 물었다.“뭐라고? 너 이혼했다고?”“네.”“언제 한 거야?”“방금요.”“도영이가 먼저 얘기한 거야?”“제가 먼저 제안했어요. 변도영 씨는 동의했죠.”“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수화기 너머로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신지아가 그 자리에 없더라도 지금의 신영호가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만약 그녀가 있었다면 신영호는 마치 신씨 가문을 망신시킨 죄인처럼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봤을 것이다.그러나 신하나에게는 결코 그런 표정을 짓지 않았다.심지어 신하나가 떼를 쓰며 회사에 수천만 원의 손해를 끼쳐도 신영호는 한숨만 쉬고는 언제쯤 어른이 될 거냐며 귀엽게 묻곤 했다.신지아는 그걸 지켜보며 옅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곧, 신영호의 목소리는 점점 차갑게 변했다.“이건 네 엄마가 목숨을 걸고 바꿔준 결혼이야. 너 이렇게 쉽게 이혼할 수 있는 거야? 네 엄마에게 부끄럽지 않아?”“네 엄마가 하늘에서 보고 있다면... 자기 호의를 이렇게 망치는 모습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 것 같아?”“지금 당장 사과해! 이건 명령이야.”신지아는 비웃었다.만약 엄마가 정말 하늘에서 보고 있다면 이미 마음이 식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하지만 그녀가 말문을 열기도 전에 전화는 이미 화난 상태로 끊겼다.한편, 신씨 저택.신영호는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고 얼굴은 거의 푸른빛을 띠었다.“너무 화내지 마세요. 제가 이미 말했잖아요. 지아는 저희를 더 이상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아요.”“아마도 이미 변씨 가문의 자원을 이용해 자기 길을 닦아놨겠죠. 지아 눈에 저희는 단지 변씨 가문에게 잘 보이려는 걸림돌일 뿐일 거예요.”임문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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