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안.양준명은 꼿꼿이 선 채, 공손하게 보고를 이어갔다.“변 대표님, 예상대로입니다. 우리 회사와 경쟁하던 우림 그룹의 전략이 실패하면서 이미 파산을 선언했습니다. 한 시간 전, 미리 지시하신 대로 인수 제안을 넣었습니다. 다만 그쪽 대표님이 인수 금액을 200억을 더 얹어달라고 요구했습니다.”변도영은 의자에 느긋하게 몸을 기댄 채, 손에 든 자료를 넘겼다.그런 요구쯤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한 태도였다.“안 올려. 그대로 둬. 이틀만 더 버티면, 오히려 그쪽에서 찾아와 우리가 제시한 조건을 빌며 받아 달라고 할 거야.”“네, 대표님.”양준명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그는 변도영과 비슷한 또래였지만 졸업 후 곧바로 변도영에게 발탁되어 비서로 일했다.그동안 수십, 수백 번의 크고 작은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함께했는데 거의 매번 변도영은 상대의 치명적인 약점을 정확히 찔러 무너뜨렸다.그리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낮은 가격에 회사를 손에 넣었다.과장이 아니라 양준명에게 있어 변도영은 상업 전장의 신 같았다.변씨 가문의 사업을 불과 3년 만에 세 배로 불려놓은 인물.그가 상대가 직접 찾아올 것이라 말하면 정말 그렇게 될 거였다.“다른 보고는?”변도영이 무심히 고개를 들며 묻자 양준명은 잠시 망설이다 결국 입을 열었다.“신씨 가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곧 새 사업을 시작할 예정인데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합니다.”말이 끝나자마자 변도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고 양준명은 곧장 긴장감에 온몸이 조여왔다.그도 잘 알고 있었다.사업에서 단 한 번, 변도영이 반복적으로 ‘실패’를 맛본 사례.그것은 바로 신씨 가문 투자 건이었다.돈을 넣기만 하면 1년도 못 가 폭삭 망했고 결과적으로 수차례 손해를 봤다.그럼에도 변도영은 매번 얽혀야 했다.왜냐하면 신씨 가문은 신지아의 친정이자 변씨 가문의 혼인으로 맺어진 집안이었기 때문이다.변도영이 손을 떼려 하면 신씨 가문은 늘 박수미를 압박했고 박수미는 또 변도영에게 한 번 더 믿어주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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