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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첫사랑만 구한 남자: Kabanata 21 - Kabanata 30

100 Kabanata

제21화

그 말에 신영호의 안색은 다시 어두워졌다.“정말 이혼했대?”임문영은 이 부분은 예상 밖이었기에 깜짝 놀라며 물었다.“아니요.”신하나는 고개를 저었다.“제가 직원에게 물어봤어요. 아직 절차가 끝나지 않았고 30일 동안 이혼 숙려 기간이 남았대요.”그 말을 하며 그녀는 한숨을 쉬다가 조금 실망한 듯한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그냥 시원하게 바로 이혼하면 좋을 텐데...”신하나의 말을 들은 임문영은 신영호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눈치챘다.그래서 그녀는 신하나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살짝 꾸짖었다.“그만 좀 말해, 설령 지아가 이혼한다고 해도 너는 변씨 가문에 시집 못 가.”“엄마!”신하나는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높였다.비록 임문영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잘 알지만 그녀는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사실 결혼이 확정되기 전, 신씨 가문은 신하나가 신지아 대신 변씨 가문에 시집가도록 고려한 적이 있었다.당시 변도영도 그 변경을 암묵적으로 허락했었다.하지만 이후 여러 우연한 사건으로 결국 약혼자가 된 것은 신지아였다.변씨 가문과의 결혼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는데 그 기회가 신지아에게 돌아간 것이다.좋지 않은 기억을 다시 떠올리자 신하나는 급격히 우울해졌다.자기가 아끼는 ‘보물’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눈치챈 임문영은 급히 달래며 말했다.“걱정 마, 엄마가 너에게 더 좋은 남편을 찾아줄 거야, 변도영보다 더 나은 남편으로.”그러자 신하나는 투덜거렸다.“연성시에서 변도영 씨보다 더 좋은 남자가 어디 있겠어요?”생각할수록 화가 나 원래 부모님께 계속 신지아가 자기 체면을 무너뜨렸다고 불평하려고 했지만 이때 임문영과 신영호 모두 신하나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그리고 임문영은 간단히 몇 마디 하며 따뜻한 말로 그녀를 방으로 보내 쉬게 했기에 신하나는 마지못해 자리를 떴다.이때 신지아가 실제로는 아직 이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들은 신영호는 한숨을 돌렸다.곧, 임문영은 그를 흘끔 바라본 뒤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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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이번에는 상대방이 거의 3분 가까이 멈춰 있다가야 답장을 보냈다.[내일 저녁 7시.]신지아는 알겠다는 답장을 보내고 그 뒤로 고우빈은 더 이상 답하지 않았다.‘아마 이미 비행기에 탔을 거야.’신지아는 핸드폰을 껐고 잠시 생각한 후 차를 돌려 별장으로 향했다.별장 문 앞에 도착하자 신지아는 많은 사람들이 짐을 들고 오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이나은은 하얀 원피스를 입고 사람들 사이에서 우아하지만 부드럽게 지시했다.“이건 도영이가 준 선물이에요. 저에게는 아주 소중한 것이니 조심히 다뤄주세요.”다른 사람들은 하나같이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사모님. 저희는 맡은 바를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이나은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모님’이라는 호칭에 대해 특별히 설명하지 않았다.신지아는 그 자리에 서서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보았다.어젯밤 이혼 계약서에 서명할 때는 이런 느낌이 없었는데 지금 처음으로 몇 년간 살던 별장이 낯설게 느껴지고 더 이상 자신에게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했다.신지아는 앞으로 나서지 않았지만 이나은이 먼저 신지아를 알아보고 잠시 시선을 멈췄다.그 후 사람들에게 한 번 더 지시를 내리고 웃으며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신지아, 미안해. 내가 임대한 집이 최근 리모델링 중이라 당분간 거주할 수 없어. 도영이가 별장에서 잠시 지내라고 헤서 온 거야. 괜찮지?”이나은의 미소는 부드러웠다.하지만 신지아는 그녀가 자신을 바라볼 때 눈빛에 담긴 조롱과 적대감도 감지할 수 있었다.곧 신지아는 진지하게 물었다.“만약 제가 신경 쓰면 바로 나가시겠어요?”이나은은 잠시 멈칫했다.신지아가 이렇게 정면으로 맞서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이나은의 기억 속에 신지아가 가장 많이 한 행동은 언제나 양보였다.변도영과 결혼 기념일 날조차 변도영이 자신과 함께 있었지만 신지아는 아무 일 없던 듯 행동했다.그동안 신지아와 변도영의 친밀한 사진을 여러 번 전파하고 직접 메시지를 보내 신지아의 태도를 시험하기도 했지만 신지아는 한 번도 정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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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변도영은 미간을 더 잔뜩 찌푸렸다.처음엔 신지아가 그냥 툭 내뱉는 말인 줄 알았지만 정말 짐을 싸서 나가려는 모습에 당황했고 왠지 모르게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신지아, 너 이제 이런 장난은 그만해도 되지 않아?”“장난이요?”그의 말과 격앙된 얼굴을 보니 신지아는 더 어이가 없었다.‘내가 무슨 장난을 쳤다는 거지?’신지아는 서둘러 달려온 이나은을 힐끔 바라보고는 비웃듯 입을 열었다.“제가 여기서 나가는 게 뭐가 잘못된 거죠? 아니면 저희 셋이 같이 살길 바라는 거예요?”그 말은 곧, 자신이 자리를 비워주겠다는 의미였다.변도영과 이나은이 편히 지낼 수 있게 말이다.그가 알아줄 거라 생각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나은이는 그냥 여기서 잠깐 지내는 거야. 그게 왜 문제가 되는 건데?”이나은의 집은 공사 중이고 그저 잠깐 편의를 봐주는 것뿐인데 그것마저 질투하다니?그는 답답했다.‘이미 결혼한 사이인데 이런 질투는 터무니없는 거 아닌가?’신지아는 멍하니 서서 변도영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그럼 이런 상황이 오히려 즐겁다는 건가? 양쪽에 둘 다 끼고 있는 지금이?’“참 우습네요.”그녀는 코웃음을 쳤다.“미안하지만 저는 좁은 데 끼어 사는 건 질색이라서요.”그 말을 끝으로 신지아는 변도영의 곁을 지나쳐 곧장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신지아, 너 그 말 무슨 뜻이야? 확실히 말해!”도무지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인 변도영은 곧장 따라나서려 했다.그러나 이나은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그만해, 도영아. 지아 지금은 화가 나서 그래. 좀 진정할 시간을 줘.”“화가 났다고?”변도영은 오히려 더 화가 치밀었다.결혼까지 했으면서 아직도 뭐가 불만이란 건지 알 수가 없었다.‘가출 운운하며 나를 위협한다고? 그게 통할 줄 아는 건가?’이내 그는 옆방으로 시선을 돌렸다.곧장 걸음을 옮겨 들어가 보니 옷장도, 화장대도 그대로였다.심지어 작년에 자신이 선물했던 신지아가 가장 아끼는 주얼리 세트도 여전히 제자리에 놓여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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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신지아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결혼 후 변씨 가문에 들어온 이래 모두가 그녀를 부러워했다.변도영을 붙잡은 여자, 돈 걱정 없는 인생.겉으로만 보면 사람들의 말이 맞았다.명문가의 며느리라는 이름 아래 입는 옷도, 들고 다니는 가방도, 걸치는 액세서리 하나까지 모두 고급스러워야 했다.그래야 변씨 가문의 체면에 흠이 가지 않았다.그래서 변도영은 아낌없이 디자이너를 붙여 신지아에게 맞춤옷과 가방을 안겨줬고 원하는 주얼리는 비서에게 말만 하면 손에 들어왔다.겉으론 화려한 생활을 보내고 있으니 부족할 게 없어 보였지만 현실은 달랐다.변씨 가문은 그녀가 밖에 나가 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처음엔 생활비라도 비서를 통해 받았는데 단 한 번 변도영의 심기를 거슬렀던 날 이후 그마저 끊겼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안의 일부 생활비는 신지아 몫이었다.처음엔 자신이 모아둔 부업 자금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수입이 막히니 통장은 점점 바닥이 났다.얼마 전엔 병원비와 자동차 수리비까지 겹쳐 이제는 통장이 텅 비어버렸다.지금 신지아는 사실상 빈털터리였고 통장 잔액도 다섯 자리를 채우지도 못했다.신지아는 중개인이 내민 집세 명세서를 내려다보며 어색하게 웃었다.“괜찮아요. 저... 살림 조건에 욕심 없는 편이에요.”사실은 돈이 없다는 말을 입 밖에 낼 수가 없었다.지금 이 차림, 수백 원대 맞춤 드레스에 고급 팔찌를 차고 가난하다고 말하면 누가 믿겠는가.아무도 믿지 않을 거라는 걸 누구보다 본인이 더 잘 알았다.게다가 신지아는 진심으로 숙소 따윈 크게 개의치 않았다.한 번은 변도영을 화나게 해 일주일 동안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문밖에서 버틴 적도 있었다.그 일을 겪고 나서는 그저 비와 눈을 막아줄 지붕만 있으면 족했다.예상대로였다.신지아의 대답에 중개인의 표정은 순간 굳어버렸지만 곧 억지로 절약하는 것도 좋을 거라며 건성으로 웃었다.그리고 태도는 이전보다 훨씬 성의 없었다.결국 집을 정하고 계약을 할 때쯤엔, 그의 태도는 노골적으로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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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변도영의 말에 양준명은 문득 깨달았다.‘아, 그래서 오늘 대표님 기분이 저렇게 엉망이구나.’또다시 신지아 씨와 다툰 게 분명했지만 이제는 익숙했다.처음부터 불편하게 시작된 결혼이었으니 변도영은 늘 신지아에게 차갑기만 했다.그럼에도 이상한 건 그가 아무리 선을 넘고 마음을 다치게 해도 신지아는 크게 화내지 않고 그저 혼자 꾹꾹 삼키며 묵묵히 넘겼다.그래서 매번 부딪히고도 다음 날이면 아무 일 없던 듯 제자리로 돌아갔다.두 사람의 관계는 묘하지만 견고한 균형 같았다.세상은 의심과 비난을 퍼부었지만 정작 가까이서 지켜본 양준명은 잘 알고 있었다.이 결혼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더군다나 그는 누구보다 변도영의 성격을 잘 알았다.정말 원치 않는 결혼이었다면 애초에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나은이 새집 찾는 건 어떻게 됐어?”변도영의 낮고 무심한 목소리에 양준명은 정신이 들었고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이미 이나은 씨가 원하시는 조건에 맞춰 집을 구했습니다. 매입 절차도 끝내서 명의 이전까지 완료했습니다.”“응.”변도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잠시 머뭇거리던 양준명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그리고 대표님. 신... 아니, 사모님이 새로 얻은 집 주소를 알아냈습니다. 혹시 확인하시겠습니까?”그는 손에 쥔 자료를 내밀었지만 변도영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필요 없어. 치워.”“네.”양준명은 고개를 떨구며 자료를 거둬들였다.신지아에 대한 변도영의 변덕스러운 태도는 이제 놀랍지도 않았다.“그럼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그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조용히 방을 나섰다.막 문을 닫고 나서자 복도에 서성이는 그림자가 보였다.여직원 한 명이 문 앞에서 안절부절못한 채, 들어가려다 멈추고 돌아서려다 서 있는 모습이었다.“무슨 일이에요?”양준명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자 그녀는 구세주를 만난 듯 달려왔고 손에 쥔 서류를 내밀며 절망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양 비서님, 제발 좀 도와주세요. 저 대신 대표님께 이거 전해주시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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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양준명이 난처한 얼굴을 하자 여비서는 두 손을 모으고 거의 기도하듯 읊조렸다.“제발 부탁드려요. 제발요.”양준명은 결국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제가 전달할 테니 이제 그만 들어가세요.”구원의 손길을 잡은 비서는 감격한 표정으로 허겁지겁 달아났다.마치 그가 마음을 바꿀까 두려운 듯, 도망치듯 사라졌다.양준명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다시 대표실 문 앞에 섰지만 막상 손을 들어 노크하려다 멈칫했다.그리고 불현듯 방금 변도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앞으로 신씨 가문이랑 관련된 일은 전부 네가 알아서 해.”잠시 고민 끝에 그는 결국 손을 내렸다.‘대표님을 굳이 자극할 필요는 없으니까.’...한편, 신씨 저택.“정말입니까? 변씨 가문에서 투자를 확정했다고요?”신영호는 전화를 받고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터뜨렸다.“하하, 정말 고맙습니다. 꼭 대표님께도 제 감사 인사를 전해주세요. 이번 프로젝트는 반드시 성공시켜 대표님 실망시키는 일 없을 겁니다!”그가 거듭 인사를 마치고 전화를 끊자 집 안에 활기가 퍼졌다.소리를 듣고 내려온 임문영은 아직 잠옷 차림이었다.그녀를 본 신영호는 성큼 다가가 그대로 안아 올렸다.“여보! 성공했어!”그는 환희에 찬 얼굴로 아내를 안고 몇 바퀴나 빙글빙글 돌았다.“내 아내는 어쩜 이렇게 똑똑할까? 세상에, 내가 이렇게 영리한 아내를 두다니!”신영호는 기쁨이 가득 담긴 미소를 지었다.이전까진 변씨 가문 투자를 따내는 데 늘 박수미의 도움을 빌려야 했다.그런데 이번만큼은 달랐다.변도영이 처음으로 흔쾌히 투자를 약속한 것이다.임문영의 말은 옳았다.언제까지나 신지아의 힘에만 의존할 수는 없었기에 결국 스스로도 힘을 길러야 했다.“대체 어떻게 이런 방법을 생각했어? 평소엔 사업 쪽은 전혀 관심도 없는 줄 알았는데.”신영호의 물음에 임문영은 의미심장한 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사실은 그저 인터넷에서 본 아이디어를 흉내 낸 것뿐이었다.그런데 이렇게 성공하는 건 운이 따른 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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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신지아는 잠시 생각했다.비록 이미 이혼했지만 아직 법적 숙려기간이 끝나지 않았다.따지고 보면 여전히 변씨 가문의 며느리였다.그러니 변도영이 본가에 함께 가자고 한들 무리한 요구는 아니었다.게다가 박수민은 자신에게 늘 따뜻했기에 인사차 들르는 것도 맞았다.“네, 갈게요.”그래서 신지아는 거절하지 않았다.그 순간, 변도영의 시선은 곁에 놓인 서류로 향했다.양준명이 건넨 자료엔 신지아가 살고 있는 집의 정보가 적혀 있었다.허름한 오래된 단지. 누추한 환경.그는 코웃음을 쳤다.매달 600만 원이나 되는 생활비를 챙겨주는데 굳이 이런 곳으로 들어갔다고?동정을 끌려는 수작인가?아니면 변도영의 아내가 이런 곳에 산다고 세간의 뒷말을 만들려는 건가?둘 중 뭐든 우습기만 했다.그럼에도 그는 한 번쯤은 기회를 주려 했다.“할 말 더 있어요?”신지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대답했다.“저희 일... 내일 가족한테도 말씀드리죠.”“무슨 일?”‘이나은을 별장에 들이고 신지아는 따로 나와 살고 있다는 사실?’‘그걸 무기 삼아 가족들 앞에서 내가 먼저 고개 숙이라고 협박하는 건가?’순간, 간신히 가라앉힌 화가 다시 치밀어 올랐다.“요구가 있으면 직접 말해. 이런 사소한 일로 시끄럽게 굴 필요 없어.”“사소한 일이요?”신지아는 쓴웃음을 지었다.이 며칠간 자신을 괴롭히던 고민과 반성이 한순간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그토록 많은 걸 잃은 건 자기 자신인데 그의 눈엔 전부 ‘사소한 일’일 뿐이라니.아주 잠깐 가슴이 저릿했지만 이미 익숙해진 아픔이었기에 곧 평정을 되찾고 차분히 말했다.“이건 결국 변도영 씨 가족 일이에요. 말할지 말지는 당신이 정하세요. 더 할 말 없으면 끊을게요.”뚝!말을 마친 신지아는 더 이상 미련 두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남겨진 건 기계음만 가득한 무뚝뚝한 소리.변도영은 헛웃음을 터뜨렸다.‘이게 무슨 태도지?’‘집을 나간 게 누군데? 이제 와서 자기가 결정하겠다고? 게다가 감히 전화를 먼저 끊어?’늘 전화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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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세수를 마치고 나니 아직 한참 시간이 남아 있었다.갑자기 모든 게 한가해지자 뭘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누워 있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다시 눈을 뜬 건, 이미 다음 날 점심쯤이었다.침대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발끝에 찌릿한 통증이 몰려왔다.어제 부딪혔던 새끼발가락이 밤새 더 붓고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곧 변씨 가문에 가야 하는데 병원에 들를 시간은 없었다.신지아는 대충 약을 발라 처리한 뒤 준비해 둔 선물을 챙겨 나섰다.먼저 수리부에 들러 교통사고로 망가졌다가 이제 막 수리 끝난 차를 찾았다.그 차는 엄마가 생전에 선물해 준 신지아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차였다.차창을 내리고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천천히 교외로 향하자 가슴에 쌓여 있던 복잡한 감정들이 조금은 가라앉는 듯했다.변씨 가문 저택 앞에 도착해 차를 세우고 막 들어가려는 순간,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아야, 정말 너구나?”뒤돌아본 신지아는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변도영, 그리고 그의 팔짱을 꼭 끼고 있는 이나은.이나은의 다른 손에는 고급스러운 포장지에 싸인 선물이 잔뜩 들려 있었다.둘이 꼭 부부처럼 나란히 걸어오는 모습은 이 자리의 진짜 주인이 누군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아직 이혼은 법적 효력이 생기지 않았는데도 변도영은 거리낌 없이 이나은을 데리고 온 것이다.신지아는 그 의도가 뻔히 보였다.가문에 미리 눈치를 주고 분위기를 익숙하게 만들려는 것.심장이 서늘해졌지만 끝내 체면을 지키며 담담히 인사했다.“정말 우연이네요.”억지로 지은 미소였으나 표정은 무척 자연스러웠다.변도영은 스쳐 가듯 그녀를 바라보고 미간을 조금 찌푸렸다.‘이 상황에 웃음이 나오나?’늘은 아니지만 예전 같으면 신지아가 먼저 사과하며 분위기를 풀었을 것이다.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으니 괜히 마음이 더 뒤틀렸다.그래서 발걸음이 무의식적으로 빨라졌다.이나은은 그의 보폭을 따라잡기 벅차 다소 애교 섞인 말투로 변도영을 붙잡았다.“도영아, 좀 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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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사실 신지아는 이미 익숙했다.변도영과 변하늘은 남매 사이가 워낙 돈독했다.그래서 변도영이 자신을 싫어하듯, 변하늘도 늘 어깃장을 놓았다.“언니는 오빠한테 어울리지 않아요. 애초에 나은 언니랑 오빠 사이에 끼어든 제삼자잖아요.”그녀는 늘 이렇게 비꼬곤 했다.처음엔 신지아도 마음이 아팠다.그래서 어떻게든 변하늘에게 잘 보이려 애썼다.좋아한다는 아티스트의 사인을 해외에서 어렵게 구해오고 취향에 맞는 선물을 챙겨주며 정성을 다했다.하지만 돌아오는 건 늘 같은 반응이었다.냉소적인 웃음과 차가운 말.“언니 수작 다 알아요. 이런 걸로 절 매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언니는 오빠랑 나은 언니 사이를 가로막은 사람일 뿐이에요. 전 절대 언니 편 안 들어요.”그럴 때마다 신지아는 마음이 무너졌지만 시간이 흐르며 체념하는 법을 배웠다.오늘도 마찬가지였다.방 안에 들어서며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지만 변하늘은 곧장 미간을 찌푸리며 대놓고 눈을 굴렸다.“분위기 다 깨네.”그 태도는 조금 전 이나은을 대할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이나은은 오히려 변하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랬다.“하늘아, 그래도 지아 언니는 네 형수님이잖아. 그런 말 하면 안 돼.”“누가 형수님으로 인정했대요?”변하늘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저한텐 형수님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은 오직 나은 언니뿐이에요. 진짜라고요!”말끝을 힘주어 강조하는 변하늘을 본 이나은은 잠시 뿌듯한 미소를 지었지만 금세 감췄다.“미안해, 지아야. 애가 아직 어려서 그래. 너무 마음에 두지 마.”이나은의 말에 신지아는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굳이 개의치 않는 척할 필요는 없었다.게다가 이런 일은 처음도 아니었다.변하늘은 늘 변도영 앞에서 이나은을 추켜세우고 신지아를 깎아내렸다.그러니 신지아는 이제 그런 말에 화내지도 않았다.그녀의 묵묵한 태도는 변도영의 눈에도 익숙한 풍경이었다.늘 그렇듯 다투지 않고 반박하지 않으며 조용히 삼키는 여자.그런데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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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변하늘은 일부러 신지아를 무시한 채, 이나은과만 신나게 대화를 이어갔다.예전 같으면 신지아가 눈치를 보며 선물을 내밀었을 터.그 선물을 대놓고 내던져버리며 신지아의 선물은 필요 없다는 태도를 이나은에게 보여줄 작정이었다.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신지아는 묵묵히 소파에 앉아 있을 뿐, 손에는 고작 하나의 작은 선물 봉투만 들려 있었다.그 모습에 변하늘은 순간 당황했다.‘설마 오늘은 준비를 안 한 건가?’결국 참지 못한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신지아 씨, 제 선물은 어디 있어요?”예상치 못한 질문에 신지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담담히 대답했다.“준비 안 했는데요?”“뭐라고요?”변하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신지아는 잠시 그녀의 표정을 살피곤 덧붙였다.“아가씨는 평소에 제가 주는 선물 싫다고 하셨잖아요. 받자마자 버릴 게 뻔하니까 준비 안 했어요.”이 말에 변하늘의 화는 순간 가라앉아 버렸다.그녀는 방금 전까지 정말 받자마자 버릴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마치 자신이 선물을 달라고 조른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부끄럽게 느껴졌다.민망함을 억누르던 변하늘은 오히려 더 세게 쏘아붙였다.“버리든 말든 그건 제 마음이지만 사 오는 건 신지아 씨 책임이죠! 우리 오빠가 당신한테 돈을 그렇게 많이 주는데 그 돈 다 주머니에 챙겨 넣는 거 아니에요?”이 말은 신지아가 가장 두려워하던 공격이었다.예전 같으면 급히 해명하며 눈물겨운 설명을 했을 것이지만 지금은 달랐다.신지아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았다.“저는 변씨 가문에 시집왔어요. 남편이 준 돈을 제가 쓰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요? 그럼 누구 주머니에 넣어야 하죠? 아가씨 주머니에 넣어야 하나요?”짧고 날카로운 반격에 변하늘은 순간 얼어붙었다.‘감히 나한테 이런 말을 해?’말을 잇기도 전에 위층에서 발소리가 들렸다.고미애가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였다.장인이 수놓은 원피스가 고급스러운 곡선을 따라 흐르고 머리칼 끝까지 정교하게 손질된 모습.그 존재감만으로도 거실의 공기를 단번에 장악했다.신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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