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은은 아무 이상도 눈치채지 못한 채 도시락을 하나씩 꺼내 테이블 위에 정성스럽게 펼쳐놓았다.“도영아, 조금이라도 먹어. 아침도 안 먹었잖아.”하지만 변도영은 젓가락을 들기도 전에 속이 울렁거렸다.입안에 음식 냄새가 들어오는 순간, 위장이 확 뒤집히는 느낌이었다.부성 그룹 식당의 셰프들은 전부 해외에서 스카우트해 온 유명 요리사들이었다.보통이라면 냄새만 맡아도 식욕이 돋을 법했지만 지금의 그는 단지 속이 매스껍고 목이 타는 듯했다.“도영아, 너 얼굴이 왜 그래?”이나은이 당황한 표정으로 다가와 변도영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이게 뭐야? 너 왜 이렇게 뜨거워?”순간, 그녀의 표정이 잔뜩 굳어버렸다.“열이 심한데? 이 정도면 병원 가야 돼.”“병원?”그 말에 변도영은 잠시 멍해졌다.그의 머릿속에 오래된 장면 하나가 스쳤다.조금만 기침을 해도 신지아는 마치 세상이 무너진 듯 허둥지둥 약을 챙기던 모습, 그리고 밤새 자신의 곁을 지키며 체온을 재던 손길.신지아는 언제나 그랬다.분노해도, 냉정하게 대해도, 결국엔 변도영을 걱정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그는 가슴이 이상하게 저릿했다.이나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도영아, 민재한테 연락할게. 바로 가자.”그녀가 휴대폰을 꺼내려 하자 변도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괜찮아. 좀 있다가 양 비서 불러서 같이 가면 돼. 너는 먼저 들어가.”그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선을 긋는 건 분명했다.“날 돌보는 건 비서의 일이야. 그건 네가 할 일이 아니지.”그 한마디에 이나은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짧은 침묵이 흐른 뒤, 그녀는 조용히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알겠어.”문이 닫히자 사무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변도영은 한참 동안 휴대폰을 바라보다 문득 신지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신지아.]하지만 문자는 전송 실패.‘뭐지?’변도영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나를 왜 차단한 거지?’한참을 생각하고 나서야 그는 신지아가 화가 났다고 생각했다.원래는 이나은을 집에 보낸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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