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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첫사랑만 구한 남자: Chapter 251 - Chapter 260

440 Chapters

제251화

끊긴 전화를 한참 바라보던 신지아는 방금 윤해원의 말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예전에 윤형우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다.두 남매는 사이가 아주 좋았고 어릴 적 윤씨 가문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거의 의지하며 살아왔다고.그런데 지금 윤해원은 윤형우를 다른 윤씨 가문의 사람들에게는 맡기지 못하겠다면서 단 한 번밖에 만난 적 없는 자기에게는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맡기다니?‘나를 그만큼 신뢰한다는 뜻일까? 정말 나를 믿는 걸까?’가문 내부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이렇게까지 믿어주는 건 조금 의외였다.괜히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신지아는 곧장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했다.윤형우를 윤씨 가문에 다시 데려다주는 건 불가능했다.‘우리 집으로 가야 되나?’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원룸은 너무 좁았고 게다가 싱글 소파로는 사람을 눕힐 수도 없었기에 고민 끝에 신지아는 호텔을 택했다.이제 월급도 받았으니 예전처럼 궁핍하게 살 필요는 없었다.그렇다고 무턱대고 비싼 곳에 갈 순 없었다.결국 그녀는 자신의 형편에 맞는 깔끔한 호텔을 골랐다.윤형우는 결벽증이 있어서 위생이나 환경에 꽤 까다로운 편이었다.결정을 마친 뒤, 신지아는 힘겹게 윤형우를 부축해 술집 밖으로 나왔다.그의 몸 반쯤이 자신의 어깨에 실리자 금세 어깨가 결리고 허리도 욱신거렸다.더 큰 문제는, 윤형우의 머리가 자꾸 신지아의 목덜미에 닿는다는 것.뜨겁고 묵직한 숨결이 피부를 스칠 때마다 은은한 술 향기에 그 특유의 시원한 남자 향기가 섞여 들어왔다.신지아 역시 술을 조금 마셨기에 온몸이 살짝 나른하게 풀렸고 정신을 차리기 쉽지 않았다.이내 술집 밖으로 나오자 고우빈이 붙여준 두 명의 경호원이 다가왔다.“신지아 씨,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그녀는 잠깐 망설이다가 곧 무언가 떠오른 듯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제가 할게요.”신지아는 고우빈을 믿었다.그날 이후로 확실히 물어봤고 두 경호원이 안전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녀 곁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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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지난번에 입원했을 때도 신지아를 병원에서 내쫓은 건 바로 이 남자였다.물론 그 일들이 아마 변도영의 지시에 의한 거겠지만 신지아는 하민재 역시 진심으로 두 사람이 이혼하길 바랐다고 생각했다.그래도 신지아는 예의상 모른 척하지 않고 가볍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호텔에 왔는데 뭐 하겠어요? 당연히 방 잡으러 왔죠.”하민재는 그녀가 이렇게 현장에서 들키면 적어도 당황하거나 표정이 굳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신지아의 태연한 대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신지아 씨, 당신 지금은 도영이 형 아내잖아요!”그 말이 떨어지자 졸음을 참으며 하품하던 프런트 직원 두 명이 귀를 쫑긋 세웠다.“엄밀히 말하면 전처죠.”신지아가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저흰 이미 이혼했고 이혼 증서도 받았어요.”그녀는 지난번 생일연회 때 하민재도 거기 있었다는 걸 기억했다.“그래도 그렇죠. 이렇게 빨리 다른 남자랑 어울리는 건 좀 아니지 않아요? 도영이 형이 당신한테 7일간의 시간을 줬잖아요. 신지아 씨 대답을 기다리느라 나은 누나까지 별장에서 내보냈다고요!”그 얘기를 꺼내는 하민재의 목소리는 분노로 조금 떨리고 있었다.그는 신지아와 변도영이 이혼한 뒤, 그가 곧 이나은과 함께할 줄 알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변도영은 오히려 이나은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그 이야기를 이나은에게서 듣고 나서 하민재는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이제 변도영은 신지아와 재결합을 원하고 있는데 정작 그녀는 다른 남자와 호텔이라니?이상하게도 그는 분명 신지아가 다른 남자와 엮이는 걸 원해야 하는 입장이었다.그래야 변도영이 그녀의 본모습을 보고 미련을 버릴 테니까.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예전엔 신지아가 얼마나 변도영을 사랑했는지 그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모두가 알았다.그 사랑이 얼마나 비참하고 얼마나 낮아졌는지.변도영이 갓 데뷔한 여배우 대신 술을 마시라 하면 신지아는 묵묵히 마셨고 깊은 밤 교외에서 시내까지 20km를 걸어오라 하면 순순히 걸었으며 레이싱카를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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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만약 신지아와 윤형우가 진짜 어떤 일을 꾸미려 했다면 왜 스위트룸을 잡았을까?설마 그녀가 일부러 다른 남자와 호텔에 온 이유가 변도영을 질투하게 하려는 속셈은 아닐까?‘나를 이용하려는 건가?’하민재는 그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표정이 굳어갔다.아까는 신지아에게 화가 나서 흥분한 감정이 앞섰지만 냉정함을 되찾자 그 메시지를 곧장 변도영에게 전송하는 건 큰 실수라는 생각이 들었다.우선 그게 진짜 그녀의 계략인지 확실치 않다.그리고 만약 그 메시지를 보내서 변도영이 정말로 여기로 온다면 그의 성격상 윤형우를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상대는 윤씨 가문의 사람이니까.변씨 가문과 윤씨 가문은 원래도 적대관계 아닌가.만약 변도영이 윤형우를 다치게 하면 윤씨 가문이 이를 빌미로 더 크게 불을 붙일 수도 있고 결국엔 쌍방이 크게 다치는 사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그리고 고씨 가문은 오히려 그 틈을 이용해 이득을 볼지도 모른다.게다가 요즘 고우빈이 고씨 가문에 다시 복귀했다는 소식까지 들은 터였다.하민재는 불현듯 등줄기가 오싹해졌다.신지아가 고씨 가문과 내통해 일부러 그런 미인계를 꾸민 건 아닐까?아니면 왜 하필 신지아가 윤형우와 얽히는 걸까?그런 생각이 들자 하민재는 결국 전화를 내려놓았다.신지아는 하민재의 헛된 추측 같은 건 전혀 모른 채 묵묵히 행동을 이어갔다.프런트에서 카드를 받은 뒤, 그녀는 서둘러 윤형우를 방으로 옮겼다.낑낑거리며 소파에 그를 눕혀놓고 나서야 기진맥진해 바닥에 그대로 쓰러지듯 누웠다.다행히 신지아는 아팠던 사람을 돌본 경험이 있어 이 정도 일은 해낼 수 있었다.몇 분 후, 정신을 가다듬고 뜨거운 물을 데워 윤형우의 몸을 간단히 닦아줬고 모든 일이 끝나자 머리를 하나로 틀어 올리고 샤워를 했다.욕실에서 나오자마자 핸드폰에 변도영이 보낸 새 메시지가 띄어 있었다.그가 보낸 건 문자가 아니라 영상이었다.플레이하자 화면이 흔들렸고 카메라를 든 사람이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듯 초조하게 흔들렸다.게다가 몇 초 뒤 화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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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신지아가 끝내 자신을 믿지 않기로 한 순간 변도영은 깨달았다.지금 전화를 백 번, 천 번 건다고 해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오히려 더 초라해질 뿐이었다.그는 천천히 핸드폰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물이라도 한잔 마시고 싶었지만 전기주전자를 열어보니 텅 비어 있었다.심지어 물통도 비어 있었다.급히 정수기 쪽으로 가보니 거기 꽂힌 물통도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집 안을 한 바퀴 돌아봤지만 냉장고 속 생수병도 전부 사라졌고 벽 한쪽에 놓여 있던 예비 물통들도 이미 비워진 상태였다.보통 이런 건 항상 신지아가 챙겼다.물이 떨어지기 전에 교체 주문을 넣는 것도, 그가 앉기만 하면 바로 앞에 새 물컵을 내어놓는 것도 그녀의 몫이었다.신지아가 떠난 후 처음으로 변도영은 이런 사소한 불편함을 온몸으로 실감했다.이럴 때마다 그에게는 늘 신지아가 있었다.습관처럼 메시지를 보내 물으면 금세 해결됐을 일이지만 아까 그 싸늘한 대답이 머릿속에 맴돌았다.[제 판단은 제가 해요.]변도영은 결국 메시지를 보내지 못했다.그는 2층으로 올라가 세면을 하고 침대에 홀로 누웠다.너무 조용해 심장 뛰는 소리까지 들릴 것만 같았다.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또다시 잠이 오지 않았다.그는 한 달 전부터 잠을 거의 못 자고 있다.이토록 심한 불면은 오랜만이었다.정확히 말하자면 신지아가 떠난 뒤부터였다.변도영은 결국 몸을 일으켜 약상자를 열고 수면제를 두 알 꺼내 삼켰다.목은 타는 듯했고 창문 밑 커튼 사이로 달빛이 비집고 들어와 방 안을 하얗게 물들였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변도영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일으켰고 입안은 이미 바짝 말라 있었다.그리고 습관처럼 신지아의 이름을 불렀다.“지아야.”말이 입 밖으로 새어 나간 순간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이제 이 집에 신지아는 없다는 걸 깨닫는 데 몇 초가 걸렸다.새벽 3시, 고작 세 시간 남짓 잔 모양이었다.그는 목의 갈증을 참지 못해 세면대로 향했다.그런데 욕실 문을 열자 바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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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신지아가 거절할 새도 없이 전화는 이미 끊겨버렸다.‘놔두자. 어차피 지금 난 집에 없는걸?’그 통화 때문에 잠이 깨버린 신지아는 소파에서 일어났다.밤에 술도 마신 상태라 목이 너무 말랐다.물 한 잔을 따라 마시고 생각난 김에 한 잔 더 따른 뒤 조심스레 침실로 걸어갔다.윤형우는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그러나 취한 사람은 더 쉽게 탈수되기 마련이다.신지아는 물컵을 옆 탁자 위에 놓고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눈을 감은 채 얌전히 누워 있는 그의 얼굴은 너무 잘생겼고 귀 끝은 약간 빨개져 있었다.너무 가쁜 숨을 몰아쉬는 윤형우를 본 신지아는 문득 불안해졌다.‘혹시 큰일인가?’그가 술을 그렇게 마신 적이 별로 없다는 점도 신경 쓰였다.열이 있는 건 아닐까 싶어 그의 이마에 손을 대려는 순간 손목이 잡혔다.갑작스러운 힘에 균형을 잃은 신지아는 그대로 침대 위로 쓰러졌다.윤형우의 체온이 갑자기 가까이에서 느껴졌고 그는 그녀의 손을 단단히 잡은 채 몸을 눌렀다.이내 그는 미소를 띠며 신지아의 손가락을 살짝 깨물었다.“나 걱정돼?”낮은 목소리로 유혹하는 듯한 윤형우의 말투, 그리고 코끝에 번지는 짙은 술 향기에 신지아의 전신이 간질거렸다.“네.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네요.”말이 새어 나오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부드럽고 가늘게 떨렸다.이내 윤형우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나는 괜찮지만 지금부터 네가 곤란해지게 될지도 몰라.”말을 마친 그의 시선은 신지아의 입술로 향했고 그녀는 머릿속이 멍해졌다.방 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고 두 사람 모두 이마에 땀이 맺혔다.“지아야, 내가 누구지?”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낮게 물었다.“윤형우 씨죠.”신지아는 입술을 살짝 깨문 체 윤형우의 이름을 불렀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지아야, 나 이제 알았어. 내 이름이 이렇게 유혹적이라는 걸.”...한편, 변도영은 차 키를 집어 들고 외투를 입은 채 밖으로 나갔다.이미 마음속에선 온갖 결심을 다 했다.사과를 하든, 강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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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양준명이 머뭇거리다 대답했다.“변 대표님, 당직자들 말로는 이나은 씨가 두 시간 전부터 회사에 있다고 합니다. 보안요원들이 설득했는데도 이나은 씨는 끝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버틴답니다.”보고를 하는 양준명 또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변도영이 이미 일에 목숨 거는 스타일이라는 건 알지만 이나은이 자기보다 더 열심히 밤을 새워 일한다는 사실에 부끄러워졌다.“그래, 알겠어.”변도영은 한숨을 내쉬다가 생각을 정리한 뒤 이나은에게 전화를 걸었다.“회사에 남아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사실이야?”이나은은 피곤한 듯 잠긴 목소리로 조심스레 대답했다.“원래는 알리지 않으려 했어. 그런데 소문이 퍼진 모양이네. 괜찮아. 곧 끝내고 돌아갈게.”그 말에 변도영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그녀가 묵묵히 일하는 모습이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불안해지는 것이다.변도영의 침묵에 이나은이 가볍게 웃었다.“마음 쓰지 마. 내 개인적인 문제야.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끝까지 내 일만 하려는 거야.”그는 그녀가 일을 할 때는 진지하다는 걸 알기에 안심은 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늦은 시간에 큰 회사에 혼자 있는 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너도 바쁠 텐데 신경 쓰지 마. 난 하던 일이나 마저 할게. 몸조심해.”말을 마친 이나은은 변도영이 대답할 틈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러고는 의자에 등을 기대앉으며 핸드폰을 보더니 살짝 미소 지었다.잠시 뒤, 하민재에게서 메시지가 왔다.[나은 누나, 형이 회사로 갔대요.]메시지를 본 이나은은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곧이어 하민재가 문자 한 통을 또 보냈다.[오늘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누나.][별말씀을.]이나은은 짧게 답했다.한편 별장 앞, 차 안에 숨어 있던 하민재는 변도영의 차량이 부성 그룹 방향으로 향하는 것을 지켜보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는 아까부터 뭔가 수상하다고 느껴 급히 집을 나선 터였다.변도영이 지금 이 시간에 나간다면 분명히 신지아를 찾으러 가는 게 틀림없었다.역시 하민재의 직감은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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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신지아는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왜 갑자기 옥상 끝까지 나와 있는지, 지금 마음이 어떤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지금 윤형우의 행동은 너무 위험하다는 것.신지아의 손바닥엔 이미 땀이 나고 있었지만 섣불리 그의 이름을 부를 수도 없었다.혹시라도 놀라 중심을 잃기라도 한다면 그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될 테니까.그래서 그녀는 숨을 죽인 채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그때, 윤형우는 마치 뒤에 눈이 달린 사람처럼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아야.”신지아의 발걸음을 뚝 멈췄다.그러자 윤형우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곧 해가 뜨겠네.”그 말에 그녀도 그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흐릿했던 하늘이 이제는 은은히 밝아지고 있었다.금빛 햇살이 수평선 위로 살짝 고개를 내밀고 푸른 새벽하늘이 서서히 금색으로 번져갔다.마치 막 붓이 닿기 시작한 한 폭의 그림 같았다.신지아는 잠시 멍하니 그 풍경을 바라봤다.이상하게도 마음이 고요해졌다.언제 이렇게 가까이에서 해 뜨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던가.어릴 적, 어머니는 종종 그녀를 데리고 산이나 바다로 가곤 했다.일출을 보며 소원을 빌며 하루를 새롭게 시작하자고 말하던 그 따뜻한 목소리가 문득 떠올랐다.결혼 후 5년 동안, 신지아는 늘 새벽마다 집안일에 쫓기며 살았기에 그런 여유조차 없었다.무언가에 이끌리듯, 그녀는 천천히 윤형우 쪽으로 다가가 옆에 가만히 섰다.이윽고 그처럼 난간 위로 올라서자 순간적으로 다리가 후들거렸고 32층 높이에 눈앞이 아찔하게 어두워졌다.“조심해.”윤형우가 손을 뻗어 신지아를 꽉 붙잡고 나서야 그녀는 간신히 균형을 잡고 옆에 앉았다.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어딘가 짜릿한 감정이 묘하게 섞여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예전엔 이런 기분을 정말 싫어했어.”“어떤 기분이요?”“곧 무너질 것 같은, 통제 불가능한 느낌.”그 말에 신지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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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잠깐의 정적 끝에 신지아는 깊게 숨을 내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발아래로 보이는 도시가 장난감처럼 작았고 도로 위의 사람들은 마치 개미처럼 움직이고 있었다.“높은 곳의 풍경이란 정말 아름답네요.”그녀는 손바닥을 펴서 스치는 바람을 느꼈다.‘너무 시원하고 청명하네.’신지아가 눈을 감는 순간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고 너무 놀라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눈을 번쩍 뜬 그녀는 자신이 윤형우의 품에 안겨 있다는 걸 깨달았다.그는 언제 일어섰는지도 모르게 이미 신지아를 높이 들어 올리고 있었다.“윤형우 씨?”놀란 그녀가 외쳤지만 두려워서 몸을 움직이지도 못했다.“내려놔요.”신지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윤형우는 그런 그녀를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높은 곳의 풍경이 아름답긴 하지만 동시에 아주 위험하지.”그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지아야, 이렇게 경계심이 없으면 안 돼. 이런 높이에 서 있을 땐 언제든 위험이 따르니까.”윤형우는 곧 그녀를 바닥에 내려놓았고 신지아는 본능적으로 난간에서 몇 걸음 물러섰지만 여전히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그런 신지아의 모습이 귀엽다는 듯, 윤형우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짝 헝클어뜨렸다.“그래도 나를 믿어줘서 고마워. 난 그게 제일 기뻐. 그러니까 앞으로 네가 얼마나 높은 곳에 서더라도 내가 옆에서 잡아줄게. 끝까지.”신지아는 그를 노려봤다.“하.”그러다 그녀는 차갑게 등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고 놀란 윤형우가 급히 따라붙었다.“진짜 화났어?”신지아는 대꾸하지 않았다.그녀는 진심으로 화가 났다.이건 단순한 농담으로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장난이었어. 미안해.”윤형우가 서둘러 사과했다.“장난이요?”신지아는 그를 돌아보며 목소리를 높였다.“그게 장난이에요? 조금이라도 손에서 미끄러졌다면... 아니면 제가 놀라서 몸부림쳤다면 어떻게 됐을 것 같아요?”윤형우는 진지하게 대답했다.“그럴 일 없어. 난 널 절대 놓치지 않아.”“그래도 만일이라는 가능성은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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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사실 굳이 사진을 확대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이나은이 그 사진을 보낸 이유, 변도영과의 사이를 은근히 과시하기 위해서였다.그녀는 아무 말 없이 채팅창을 닫았다.그리고 곧장 변도영의 연락처를 삭제하고 차단했다.그의 번호를 남겨둔 건 단 하나의 이유였다.이혼 후 남은 지분 문제, 혹은 서류상 정리할 일이 있을까 싶어서.하지만 이제 그조차도 의미가 없었다.남은 대화가 상처뿐이라면 미련을 둘 이유도 없었다.변도영이 이나은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그녀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조용히 짐을 챙겨 택시를 부르려던 찰나, 윤형우가 말했다.“내가 데려다줄게.”신지아는 곧장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이따 회사로 갈 거예요.”며칠 전, 변도영은 그녀의 차를 수리한다며 가져가더니 ‘고쳐지지 않는다’는 핑계로 새 차를 보내왔다.하지만 신지아는 양준명을 통해 예전 차를 되찾았다.그 차는 어머니가 생전에 직접 골라준 차였다.그녀에게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추억이었다.그리고 이제 변도영에게 어떤 것도 빚지고 싶지 않았다.윤형우는 잠시 신지아를 바라보다가 더는 말하지 않았다.다만 계단 아래까지 함께 내려가며 말했다.“그럼 저녁에 끝나면 내가 데리러 갈게.”신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직도 아침의 그 장난 같은 일로 심장이 두근거렸다.그리고 문득 윤형우도 윤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그들은 모두 위험했고 정상과 광기의 경계에 선 사람들이었다.서로의 필요에 따라 손을 잡을 수는 있어도 감정까지 엮이면 파국이었다.“오늘은 안 돼요. 내일 봐요.”그녀의 시선을 마주한 윤형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신지아가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대신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살짝 감싸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좋아. 내일, 다시 연락할게.”신지아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간단히 화장을 했다.거울 속 얼굴은 차분했지만 눈빛은 냉담했다.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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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이나은은 아무 이상도 눈치채지 못한 채 도시락을 하나씩 꺼내 테이블 위에 정성스럽게 펼쳐놓았다.“도영아, 조금이라도 먹어. 아침도 안 먹었잖아.”하지만 변도영은 젓가락을 들기도 전에 속이 울렁거렸다.입안에 음식 냄새가 들어오는 순간, 위장이 확 뒤집히는 느낌이었다.부성 그룹 식당의 셰프들은 전부 해외에서 스카우트해 온 유명 요리사들이었다.보통이라면 냄새만 맡아도 식욕이 돋을 법했지만 지금의 그는 단지 속이 매스껍고 목이 타는 듯했다.“도영아, 너 얼굴이 왜 그래?”이나은이 당황한 표정으로 다가와 변도영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이게 뭐야? 너 왜 이렇게 뜨거워?”순간, 그녀의 표정이 잔뜩 굳어버렸다.“열이 심한데? 이 정도면 병원 가야 돼.”“병원?”그 말에 변도영은 잠시 멍해졌다.그의 머릿속에 오래된 장면 하나가 스쳤다.조금만 기침을 해도 신지아는 마치 세상이 무너진 듯 허둥지둥 약을 챙기던 모습, 그리고 밤새 자신의 곁을 지키며 체온을 재던 손길.신지아는 언제나 그랬다.분노해도, 냉정하게 대해도, 결국엔 변도영을 걱정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그는 가슴이 이상하게 저릿했다.이나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도영아, 민재한테 연락할게. 바로 가자.”그녀가 휴대폰을 꺼내려 하자 변도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괜찮아. 좀 있다가 양 비서 불러서 같이 가면 돼. 너는 먼저 들어가.”그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선을 긋는 건 분명했다.“날 돌보는 건 비서의 일이야. 그건 네가 할 일이 아니지.”그 한마디에 이나은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짧은 침묵이 흐른 뒤, 그녀는 조용히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알겠어.”문이 닫히자 사무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변도영은 한참 동안 휴대폰을 바라보다 문득 신지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신지아.]하지만 문자는 전송 실패.‘뭐지?’변도영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나를 왜 차단한 거지?’한참을 생각하고 나서야 그는 신지아가 화가 났다고 생각했다.원래는 이나은을 집에 보낸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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