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의 모든 챕터: 챕터 191 - 챕터 200

254 챕터

제191화 안 갔어

저녁을 먹고 나서 하시윤은 서정우를 데리고 일찌감치 위층으로 올라갔다.낮에 신나게 놀아서인지 아이는 밤이 되자 재우기도 전에 스스로 침대에 눕더니 천천히 눈을 감았다.아이가 깊이 잠든 걸 확인한 하시윤은 조심스레 방을 나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리고 씻고 침대에 누웠다.평소라면 이 시간엔 쉽게 잠들지 못했는데 임신하고 난 뒤로는 졸음이 정신없이 쏟아졌다. 베개에 닿기만 해도 스르륵 눈이 감겼다.하시윤은 누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잠에 스르르 빠져들었다.비몽사몽간에 문득 낮에 한효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오늘 밤, 서지혁은 심씨 가문과 저녁 식사 일정이 잡혀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심연정과의 혼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인 듯했다.그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말이 나올지, 몇 시나 되어야 끝날지 감도 안 잡혔다.그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하시윤은 생각을 이어보기도 전에 그대로 잠이 들었다.얼마쯤 지났을까.하시윤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한 번 뒤척였는데 한참 뒤 문득 눈이 번쩍 뜨였다.방 안은 새까맣게 어두웠다.하시윤은 그대로 가만히 누워 있었다.그리고 조심스레 손가락을 움직여 손끝에 닿는 걸 확인했다.따뜻한 체온, 단단한 가슴팍이 느껴졌다.지금 그녀는 누군가의 품에 파묻혀 있었다.하시윤은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한 침대에서 함께 잔 적 있는 남자가 단 한 명뿐인데 누군지 모를 리가 없었으니까.서지혁의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둘은 지금 한 이불 속, 서로를 향해 누워 있었다.하시윤의 손은 서지혁의 가슴에 닿아 있었고 다리는 자연스레 그의 다리 위에 얹혀 있었다.예전 함께 잠들었을 때의 자세 그대로였다.하시윤은 한참 있다가 몸을 돌려 등을 보였다.창문 쪽을 향하자 늘 그렇듯 반쯤만 친 커튼 사이로 바깥의 어두운 밤 풍경이 어렴풋이 보였다.잠깐 망설이다가 그녀는 손을 뻗어 침대맡의 휴대폰을 집어 들고는 시간만 확인했다.아니나 다를까, 아직 자정도 되지 않았다.휴대폰을 내려놓기도 전에 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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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어딜 갈 수 있겠어?

서인준이 고개를 돌렸다.“네? 왜요?”그는 태연하게 말했다.“제 말이 틀렸어요? 심씨 가문이랑 만나는 자리에 엄마만 가면 되는 거 아니에요? 형이 가봤자 자리만 비좁을 테고.”그는 시선을 거두고 밥을 뜨며 한 마디 덧붙였다.“거긴 엄마만 가도 충분해요. 왜 굳이 형을 끌어들이세요?”성문영은 입을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시윤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시선을 성문영에게로 향했다.형제 둘이 똑같은 논리로 몰아붙이는 바람에 그녀는 마음속에 불쾌감이 자리했지만 달리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들이 식사를 다 마쳤을 때까지도 한효진과 서경민은 내려오지 않았다.하시윤은 따로 묻지 않고 그저 조용히 기다렸다.서지혁이 식사를 마쳐 자리에서 일어선 뒤, 서인준도 뒤이어 일어섰다.“나도 같이 갈게.”서인준이 말했다.“어차피 할 일도 없고. 겸사겸사 바람도 좀 쐬고 싶어서.”셋은 거실을 나와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그때 하시윤이 물었다.“우리 가면 어머니한테 욕먹을까 봐 따라 나온 거죠?”서인준은 민망한 듯 웃으며 대답했다.“조금?”세 사람은 같은 차에 올라탔다.운전은 서지혁이 했고 하시윤은 조수석에, 서인준은 뒷좌석에 앉았다.차가 대문을 벗어나자 서인준이 바로 말했다.“형, 어제 식사 자리는 진짜 안 간 거야?”“안 갔다니까.”서지혁이 답했다.“내가 거짓말을 왜 해.”서인준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엄마가 방금 표정이 안 좋았던 것도 그 일 때문이네?”서지혁은 대답이 없었다.서인준은 입을 삐죽이더니 말을 이었다.“아빠도 뭐라고 안 하셨는데 엄마는 왜 그렇게 화를 내시는 거야?”그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엄마는 심연정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몰라.”하시윤은 말없이 창밖을 바라봤다.어제 성문영과 심태진의 모습을 떠올려 보니 설령 둘 사이에 감정이 남아 있다 해도 심태진 쪽에서 관계를 이어가려 하는 쪽임은 명확했다.정자에서 뛰어나와 성문영을 붙잡은 사람도 심태진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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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우리 가족은 계속 같이 있을 거야

시간이 다 되어 서지혁은 출력된 검사지를 받아왔다.아까 의사가 이미 설명을 했는데도 그는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 내려갔다.서인준도 옆에서 고개를 들이밀었지만 정작 알아볼 수 있는 건 없었다.그렇게 셋은 다시 오래된 저택으로 돌아갔다.거실에는 한효진이 앉아 있었다.서인준이 콧노래를 부르며 들어오는 걸 보자마자 그녀는 이미 결과를 짐작한 듯했다.“결과는 받아왔어?”한효진은 밝은 얼굴로 물었다.서지혁이 결과지를 건네자 한효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확인하더니 다시 서지혁에게 돌려주었다.그러고는 하시윤에게 부드럽게 말했다.“과일 좀 먹어. 일부러 집사에게 신선한 걸로 공수해 오라고 했어.”하시윤은 고개를 끄덕이고 소파에 앉았다.잠시 뒤, 손질한 과일이 나오자마자 성문영과 서경민이 돌아왔다.서경민은 걸음이 빨랐고 성문영은 두 걸음 정도 뒤에서 뛰다시피 따라붙고 있었다.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서경민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얼굴은 굳어 있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현관을 지나 거실로 들어왔다.그런데 모두가 모여있는 걸 보자 성문영은 얼른 입을 다물었다.서경민도 잠시 멈칫했다가 물었다.“병원 가서 검사를 받았어?”서인준이 대답했다.“아기가 자리를 잘 잡았대요. 시간만 맞춰서 검진 잘 받고 몸조리만 하면 아무 문제 없다고 하셨어요.”서경민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됐다.”그는 바로 위층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지혁아, 서재로 와.”하시윤과 서인준은 동시에 서지혁을 바라봤다.“네.”서지혁은 표정 변화 없이 대답한 뒤 뒤따라 올라갔다.성문영도 하시윤을 흘끗 보고는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한효진은 아마 꽤 오래전부터 거실에 앉아 기다렸는지 기운이 없어 보였다.그녀는 곧바로 유민숙의 부축을 받아 방으로 돌아갔다.거실에는 하시윤과 서인준 두 사람만 남았다.서인준이 그녀에게 바짝 다가가더니 말했다.“큰일 났어요. 어제 형이 식사 자리에 안 간 걸로 아빠가 엄청 혼낼 건가 봐요.”“그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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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기구한 운명

“그만해.”서지혁이 말했다.“너무 흥분하지 말고.”서인준이 걸음을 멈추긴 했지만 얼굴에 남은 화기는 그대로였다.그는 고개를 홱 돌려 말했다.“그 인간 말고 누가 있어? 이런 짓을 한 게 처음도 아니잖아. 이번에는 형이 갈 필요도 없어. 내가 가서 끝장을 내면 되니까.”서지혁이 조용히 말했다.“그 사람이 여기 온 적 있어?”서인준은 흠칫했다.서지혁은 더 이상 그를 상대하지 않고 시선을 돌려 아이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누가 그런 말을 했어? 누가 엄마가 우리를 버린다고 했어?”그러면서 고개를 들고 하시윤을 향해 말했다.“정우야, 엄마한테 물어봐. 절대 그런 일 없어. 엄마가 우리를 왜 버려.”서인준은 눈을 깜빡이며 금방 태세를 전환해 끼어들었다.“그렇지. 엄마가 아빠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왜 떠나겠어?”그러더니 하시윤 옆으로 와 팔꿈치로 톡 건드렸다.“맞죠? 얼른 제대로 말해줘요. 정우가 무서워서 벌벌 떨잖아요.”하시윤은 서정우에게 다가가 눈가에 고인 물기를 닦아 주었다.“엄마 어디도 안 가. 정우야, 걱정하지 마.”하시윤은 자기를 향하는 서지혁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을 끝까지 이었다.“엄마가 왜 너도 동생도 버리고 떠나겠어? 엄마한테 얼마나 소중한 보물들인데?”서인준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그런데 왜 우리 형만 쏙 빼요?”서지혁이 다시 물었다.“정우야, 아빠한테 말해줘. 누가 그런 말 했어?”서정우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대답했다.“말하지 말라 그랬어요. 비밀이라고요.”“우리한테 비밀이 어딨어.”서인준이 말했다.“우리는 가족이잖아. 가족끼리는 말 못 할 비밀이 없어.”서정우는 그 말에 잠시 흔들리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아주머니요.”“누구?”서인준은 흠칫하더니 서지혁을 바라봤다.“누구를 말한 거야?”서지혁이 물었다.“왕할머니 옆에 있는 아주머니 맞아?”서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아주머니는 비밀을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 우리 둘만의 비밀이래요.”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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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착각하지 마

유민숙은 그날 밤 바로 집에서 쫓겨났는데 떠날 때 울면서 한효진의 옷자락을 붙잡고 한동안 놓지 않았다.그리고 다른 뜻은 하나도 없고, 그저 서정우와 하시윤이 너무 가까워지는 게 걱정돼서, 훗날 하시윤이 집을 떠나면 서정우가 감당을 못할까 두려울까 봐서 그 말을 했다고 한다.심지어 한효진이 평소 그 이야기를 자주 했기에 자기는 그저 대신 걱정을 덜어주려 한 것뿐이라는 말까지 보탰다.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이보다 더한 ‘충신’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한효진 역시 그녀와 오랜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그 말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서인준이 옆에서 듣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 아줌마가 할머니랑 같이 산 지 거의 50년이 되어 가요. 반평생을 여기서 보냈죠. 갑자기 쫓겨났으니 갈 데가 없긴 없을걸요.”그는 무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참나. 50년 있었는데도 저렇게 다른 마음을 품네요.”하시윤이 물었다.“아줌마는 어디로 보내졌어요?”서인준은 눈썹을 치켜들더니 말했다.“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엄마가 일단 본인 명의의 집에 보내는 수밖에 없었어요. 자식들도 손주들도 전부 해외에 있어서 국내에 따로 집이 없거든요.”하시윤은 그를 말없이 바라보았다.서인준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피식 웃었다.“집사한테 미리 말해뒀어요. 원래 엄마가 지정해 둔 곳으로 보내져야 하는데 내가 다른 곳으로 데려가라고 했죠.”그는 솔직하게 말했다.“심씨 가문으로 보냈어요.”그는 웃음을 터뜨렸다가 곧바로 해명했다.“나는 명령을 따른 입장일 뿐이에요. 이런 기막힌 아이디어는 난 생각도 못 해내요.”“지혁 씨가 시킨 거예요?”하시윤이 물었다.“머리 잘 썼네요.”서인준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처음에는 못 알아들었는데 형이 그러더라고요. 심씨 가문으로 보내면 거기 사람들 절대 박대 못 할 거라고요.”하시윤도 고개를 끄덕였다.유민숙이 그동안 심씨 가문에 매수당해 벌인 짓이 적지 않았을 텐데 이제 그 집에 보내지면 심씨 가문의 입장도 난처해질 것이다. 그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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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영리하네

하시윤은 김성빈과의 저녁 약속이 외곽에 있는 한옥에서 진행될 줄 알았다.하지만 차는 도심으로 향하더니 어떤 죽집 앞에 멈춰 섰다.그들이 도착했을 때, 김성빈과 살구는 이미 와 있었다.두 사람은 딱 붙어 앉아 휴대폰 하나를 가운데 두고 뭔가를 보고 있었다. 살구는 낄낄거리며 웃고 있는 반면, 김성빈은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둘은 화면에 너무 몰입해 있어서 서지혁과 하시윤이 문을 열고 들어올 때까지도 눈치를 못 챘다.서지혁이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했다.“야동 좀 꺼. 우리 왔어.”살구는 얼굴을 들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아이, 들켰네.”김성빈은 자세를 바로 하고는 살구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은 걸 확인하고서야 입을 열었다.“왜 여기서 보자고 했어. 너 갑자기 건강 챙기냐?”서지혁은 의자를 끌어당기더니 하시윤을 자리에 앉혔다.김성빈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주문은 했어?”“아니.”김성빈이 말했다.“두 사람 도착한 뒤에 하려고 했지.”그리고 하시윤을 보며 물었다.“시윤 씨, 뭐 드시고 싶어요?”죽집에서 죽만 파는 건 아니었다. 여러 가지 반찬과 탕 메뉴도 다양했다.두툼한 메뉴판을 넘겨 보던 하시윤은 간단히 두어 개를 골랐다.김성빈은 굳이 메뉴를 고를 필요도 없었다.살구가 이미 두 사람 몫까지 술술 주문하고 있었으니 말이다.직원이 나간 뒤, 김성빈이 입을 열었다.“아까 오다가 아는 사람 봤어.”하지만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살구가 재빨리 끼어들었다.“가게 앞에서 심연정 씨 봤어요. 바로 옆에 있는 조개구이집으로 들어가더라고요. 회식하는 분위기던데요?”살구는 혀를 차더니 말했다.“주말에까지 일하다니, 일복 터졌네.”그러고는 팔꿈치로 김성빈을 쿡쿡 찔렀다.“옆에 있던 남자, 방현석 맞죠? 전에 우리한테 맞춤 정장 주문했던 그 사람 아니에요?”김성빈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맞아.”살구가 입꼬리를 쭉 올렸다.“머리 엄청 빠졌던데요. 지난번엔 정수리가 저렇게 번쩍거리진 않았거든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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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두 사람 무슨 관계예요?

차가 출발하자 백미러로 방현석이 그 여자와 함께 차에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심연정은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지만 따라가진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렸다.하시윤은 더 이상 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 시선을 거두고는 의자에 편하게 기대었다.배가 부르니 졸음이 몰려왔다. 그러다가 정신이 반쯤 풀려 있을 때, 저도 모르게 질문이 흘러나왔다.“심태진 부부는 사이가 좋아?”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하시윤은 후회가 밀려왔다. 이런 걸 서지혁이 아니라 서인준에게 물어봤어야 했는데 말이다.순간적으로 정신을 차린 하시윤은 얼른 자세를 바로잡고 말을 돌렸다.“그냥 궁금해서. 부모 사이가 원만했으면 저렇게까지 극단적이진 않았을 것 같아서.”“그럭저럭.”서지혁이 입을 열었다.“심태진은 사람을 참 잘 다루는 것 같아. 정경란은 성질이 있는 편인데도 심태진 앞에서는 많이 누그러지지.”하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한두 번 마주쳤는데 말수가 적어 보이던데.”“정경란이 워낙 성격이 세니까 자연스럽게 좀 묵직해지겠지. 둘 다 조용하거나 시끄러우면 어떻게 살겠어.”하시윤은 더 묻지 않았고 서지혁도 말을 잇지 않았다.둘은 그대로 말없이 집으로 향했다.긴 복도를 지나자 거실 앞 흔들의자에 앉은 서인준이 보였다. 이미 잠옷으로 갈아입었는데 다리를 꼰 채 흔들의자를 앞뒤로 흔들고 있었다.거실은 노란 스탠드만 희미하게 켜져 있어 반쯤 어둠 속에 묻힌 서인준의 모습은 꼭 퇴직한 아저씨 같았다.둘이 말도 꺼내기 전에 서인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데이트 끝났어?”그는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나를 빼고 슬쩍 빠져나간다고? 둘 다 참 대단해.”그는 한숨까지 길게 내쉬더니 의자에서 일어섰다.“내가 잠깐 밖에 나갔다 오니까 둘이 안 보이더라고. 눈 깜짝할 사이에. 빨리도 도망갔어.”서지혁도 하시윤도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둘은 그대로 거실에 들어섰는데 서지혁은 주방에서 생수병 하나를 꺼내고는 하시윤에게 말했다.“가자.”하시윤이 고개를 끄덕인 뒤 그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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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형은 어떻게 생각하는데?

서지혁은 그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 전혀 놀라지 않았다.그는 하시윤 옆에 놓인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우리가 지금 어떻게 보이는데요?”살구는 바로 대답했다.“제가 보기에는 부부 같은데요?”그녀는 장난스럽게 웃더니 또 금세 말을 바꾸었다.“그런데 서 대표님은 결혼 안 했으니까 그건 아닐 테고.”그러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그럼 연인 사이겠죠?”하시윤은 옆에 있던 스타일리스트를 흘깃 봤다.상대는 그들의 대화 내용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이 무표정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아마 교육이 철저하게 되어 있어 입이 무거울 것이다.하시윤이 대답하려는 찰나, 서지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살구 씨가 처음에 성빈이 밑에서 일한다고 했을 때, 다들 의아해했었죠. 김성빈 옆에서 일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성빈이는 그중에서 경험 없는 살구 씨를 뽑았으니까요.”질문과는 전혀 다른 얘기였다.살구는 미간을 찌푸렸고 하시윤도 고개를 갸웃했다.서지혁이 이어 말했다.“그런데 성빈이가 그러더라고요. 살구 씨는 나이가 어려도 눈이 정확하다고요.”그는 가볍게 웃었다.“전에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딱 맞는 말이었네요.”살구는 흠칫하더니 뒤늦게 깨달은 듯 말했다.“아니, 그 쉬운 질문을 왜 이렇게 빙 둘러서 얘기해요!”서지혁은 거울 속 하시윤을 바라봤다.둘의 시선이 그대로 맞닿았다.“칭찬도 같이 넣었잖아요. 싫어요?”“좋죠!”살구는 씩 웃더니 목소리를 낮추고는 물었다.“그런데 우리 사장님이 정말 그런 말을 했어요?”서지혁이 대답했다.“못 믿겠으면 직접 물어봐.”살구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물어보죠, 뭐!”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는 밖으로 달려 나갔다.살구가 사라지자 메이크업 룸 안에는 고요한 시간이 흘렀다.메이크업이 끝난 뒤 하시윤은 이어서 헤어 스타일링까지 마무리했다.그 뒤 스타일리스트가 하시윤의 드레스를 가져오겠다며 방을 나섰다.문이 닫히고 나서야 하시윤이 입을 열었다.“지금 방금 그 얘기는 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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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나 좋아하는 건 알겠어

그 말을 들은 하시윤은 더 이상 내려갈 수가 없었다.그녀는 돌아서서 벽에 기대어 선 채 무표정한 얼굴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서지혁이 물었다.“뭐? 뭘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건데?”서인준이 차분하게 말했다.“전에는 형이 심연정을 안 좋아하고 형수님이랑 애도 둘이나 있으니까 형이 끝까지 버티기만 하면 집에서도 결국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어.”그는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오늘 할머니 뜻을 보니까 전혀 그게 아니더라.”그는 서지혁에게 물었다.“형은 어떻게 할 생각인데?”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서인준이 먼저 말을 이었다.“그때 형수님이 임신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도 형은 형수님이랑 거리를 두려고 했었잖아. 혹시 그때 망설였던 거야?”“망설인 적 없어.”서지혁이 말했다.“그때는 잘 몰랐을 뿐이야.”그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았다.그리고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서인준의 담뱃갑을 자연스럽게 집어 들었다.익숙한 동작으로 하나를 빼 입에 물려다가 순간 멈칫했다.곧바로 담배를 손가락으로 으깨서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 케이스도 다시 테이블 위에 두었다.“그때는 내 마음을 정확히 몰랐던 거야.”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으니 좀 헤맬 수밖에 없었다.서인준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걱정이 남은 얼굴이었다.“그런데 만약... 부모님이 끝까지 반대하면? 형은 어떻게 할 건데?”“왜 그게 중요해?”서지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누굴 좋아하든, 누굴 만나든 그건 내 일이지.”서지혁이 말했다.“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면 본인들이 데려가서 살면 되잖아. 왜 내 인생에 끼어들게 하는데?”그는 아주 담담하게 덧붙였다.“결국에는 두 분의 동의 같은 건 필요 없어.”서인준이 난감한 얼굴로 물었다.“두 분 고집이 얼마나 센데. 형도 알잖아. 설득 안 되면 어떡하려고? 형, 예전처럼 또 연 끊을 거야?”그리고 이어서 말했다.“그때처럼 할머니께서 쓰러지시면? 집안이 뒤집히면서 형 다시 불러들일 거잖아. 그때 또 마음이 약해지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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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일부러

공교롭게도 그 옆에 서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있던 이는 바로 방현석이었다.서지혁을 본 순간 그의 얼굴은 살짝 굳었다.시선이 서경민과 성문영을 훑더니 얼른 몸을 돌렸다.“회장님, 사모님, 대표님, 안녕하세요.”그는 잔을 들고 인사를 하다가 시선이 하시윤에게 닿는 순간 말이 턱 막혔다.모르는 얼굴이라 뭐라고 불러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때 마침 직원이 다가왔다.“손님, 요청하신 물입니다.”트레이에는 샴페인과 와인, 그리고 물 한 잔이 놓여 있었다.하시윤은 물잔을 집어 들고 조용히 말했다.“감사합니다.”서지혁이 소개를 덧붙였다.“이분은 하시윤 씨입니다.”방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시윤 씨, 안녕하세요.”그리고 말했다.“지난번에는 경황이 없어서 인사를 못 드렸네요. 하지만 오늘 올 것 같았어요.”“지난번에요?”성문영이 물었다.“전에 본 적 있었나요?”“네.”서지혁이 대신 말했다.“방 대표님이 심연정이랑 같이 있었죠. 아마 식사 자리였던 걸로 알고요.”방현석은 고개를 끄덕이려던 참이었지만 서지혁이 바로 이어서 말을 던졌다.“심연정이 회사 홍보팀 여자 직원 데려왔더라고요. 그런데 식사 끝난 지 얼마 안 돼서 그 직원이 방 대표님이랑 같이 자리를 떴었죠.”그 순간, 방현석의 표정이 단단히 굳어졌다.그는 여자를 밝히는 걸로 소문난 사람이었다.서지혁이 말을 돌려서 했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그때 서경민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톤으로 입을 열었다.“지혁아, 장난도 적당히 해라.”서지혁은 씩 웃더니 잔을 든 채 방현석을 향해 말했다.“농담입니다, 방 대표님.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방현석도 어색하게나마 웃음을 따라 붙였다.비즈니스 판에서 그의 경험은 서지혁보다 많았고 수많은 상황을 겪어온 터라 쉽게 당황해하지 않았다.그는 분위기를 이어가듯 말했다.“그날은 연정 씨가 일이 있어서요. 그 여자 직원분을 제가 데려다줬습니다. 별일 아니고, 그냥 도와준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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