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Chapter 181 - Chapter 190

254 Chapters

제181화 꿍꿍이

한효진이 고개를 돌려 보았다.하시윤이 내려오는 모습을 보더니 드물게 지은 미소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아까 가정부 불러서 너 데려오라고 할까 했는데 배고프면 알아서 내려올 것 같더라.”하시윤은 짧게 대답했다.“지금 배고파요.”한효진이 손짓하며 말했다.“배고프면 밥 먹자.”유민숙은 서둘러 한효진을 부축하려 했지만 그 전에 심연정이 다가왔다.“제가 할게요.”심연정은 한효진을 부축해 식탁 쪽으로 움직였다.하시윤도 자연스럽게 뒤를 따랐다.심연정은 서지혁이 늘 앉던 자리 옆에 앉았다. 그리고 건너편에 앉은 하시윤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시윤 씨, 입덧 심해요?”그리고 곧바로 말을 이었다.“며칠 전에 임산부들한테 좋은 간식 레시피들 좀 찾아봤어요. 조금 있다가 부엌에 전해 놓을게요. 틈날 때 만들어 드리라고.”한효진이 말했다.“연정이가 마음을 많이 쓰는구나.”심연정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요.”그러고는 자연스럽게 덧붙였다.“아기도 영양 잘 흡수해야 건강하게 태어나잖아요. 그래야 저도 맘이 놓이고요.”하시윤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웃기만 할 뿐, 딱히 대꾸하진 않았다.한효진은 잠깐 하시윤을 보더니 심연정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반찬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이거 좀 더 먹어.”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린 셈이었다.잠시 정적이 흐른 뒤, 심연정은 또 서정우의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의 컨디션이 괜찮다는 걸 듣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지혁이가 저한테 오해가 있어서요. 지금은 정우도 못 보게 해요. 이러다 정우가 저랑 점점 멀어질까 걱정돼요.”그러면서 금세 태연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그래도 뭐, 앞으로 시간 많으니까요. 천천히 다시 가까워지겠죠.”한효진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담담하게 말했다.“연정아, 밥 먹자.”한효진이 두 번이나 대답을 피하는 걸 보자 심연정도 결국 입을 다물었다.식사 후, 한효진은 약을 챙겨 마셨고 하시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저 잠깐 바람 좀 쐬고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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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꿈

하시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너무 오래 서지혁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그녀는 괜히 허리를 곧게 펴고 창틀에 몸을 반쯤 숨기며 말했다.“밥 먹을 때 내려갈게요.”아래에서는 서인준이 계속 말했다.“형 왔는데도 안 내려올 거예요?”그러더니 장난스럽게 말을 이었다.“그러면 형이 직접 형수님 찾으러 올라가면 되겠네요.”잠시 뒤, 서지혁의 낮고 담담한 목소리가 들렸다.“인준아, 적당히 해.”서지혁은 거실 쪽으로 들어간 모양이었다. 서인준의 목소리가 조금 멀어졌기 때문이다.“무슨 적당히야. 형, 진짜 올라갈 생각 없어?”거실에는 한효진이 있는데도 서인준은 ‘형수님’을 연발하며 아무렇지 않게 떠들어댔다. 오늘따라 욕 한마디 하지 않았다.하시윤은 창가에 조금 더 서 있다가 문 쪽으로 걸어갔다.틈 사이로 귀를 기울여봤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서지혁이 아래층에 있는지, 아니면 위로 올라갔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잠시 숨을 가다듬고 그녀는 밖으로 나왔다.계단을 내려가려 할 때 현관 앞에 서인준과 한효진이 나란히 서 있었다.한효진은 한 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있었고 평소 붙어 다니던 유민숙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두 사람은 바깥을 보며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서지혁은 보이지 않았다.아마 2층에 있는 서정우를 보러 간 듯했다.하시윤이 계단을 내려오자 서인준이 고개를 돌리고는 눈썹을 치켜들었다.“형이 위층에 있어요. 올라가 봐요.”“괜찮아요.”하시윤이 말했다.“밥 먹을 때 보면 되죠.”서인준은 문틀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오늘 심연정이 집에 왔다면서요?”그 말을 꺼내자 한효진이 지팡이를 짚고 거실 안으로 쓱 들어갔다.“그런 얘기는 밖에서 해. 난 좀 쉴 테니까 조용히 하고.”서인준은 피식 웃으며 하시윤에게 손짓했다.“가요. 밖이 시원하잖아요.”둘은 정원에 있는 흔들의자에 나란히 앉았다.하시윤이 발끝으로 바닥을 살짝 밀자 흔들의자는 가볍게 흔들렸고 그 느낌이 꽤나 편안했다.서인준이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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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사고가 나다

두 사람은 서정우의 방에 한참 더 머물렀다.그러다가 하시윤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또 하민지였다.하시윤은 이미 그녀에게 질린 터라 첫 번째 전화는 받지 않았다.몇 초 지나지 않아 곧바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전화를 끊은 지 몇 초도 안 돼 협박에 가까운 문자가 날아왔다.전화 안 받으면 바로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내용이었다.하시윤은 황당함에 비웃음이 새어 나왔다. 동시에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싶은 궁금증도 몰려왔다.그래서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섰다.서지혁이 시선을 보내오자 그녀는 짧게 설명했다.“하민지한테서 전화가 왔네. 잠깐 나갔다 올게.”그녀는 복도에 서서 전화를 받았다.어떤 인사도 없이 하민지의 날 선 목소리가 그대로 꽂혔다.“너지? 하시윤, 네가 한 짓이지?”하민지 쪽은 살짝 소란스러웠다. 멀리서 조경순의 울음소리까지 들렸다.“무슨 말이야?”하시윤이 낮게 물었다.“똑바로 말해.”“모르는 척하지 마!”하민지는 말을 이었다.“무슨 일 있었는지 잘 알고 있잖아. 하시윤, 너는 어떻게 그렇게 독해? 그래도 네 아버지였어. 나를 좀 편애했어도 결국은 널 키운 분이라고. 어떻게 가족에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하시윤은 벽에 등을 기댄 채 차분하게 물었다.“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하민지는 거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지금 병원에 계셔. 일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신고 안 하실 거라고 했으니까 가식적인 연기는 이제 그만 해도 돼.”“똑똑하게 설명 안 할 거면 나 전화 끊는다.”하시윤이 차갑게 말했다.“원래 말 섞기도 싫은데 미친 사람처럼 소리나 질러대고.”“하시윤!”하민지가 다시 그녀를 불렀다.그녀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누군가 휴대폰을 낚아챈 듯했다.곧이어 조경순의 욕설이 이어졌다.짐승보다 못한 년이라느니, 사람도 아니라느니, 죽어서도 편히 못 살 거라느니, 끊임없이 저주를 쏟아냈다.그 난리통 속에서 몇 가지 정보가 전해졌다. 하병우가 사고를 당해서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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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최선의 결과

서경민은 성문영이 오전에 집에서 쉴 거라고 했지만 성문영은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섰다.출발 전에 한효진에게만 인사했을 뿐, 하시윤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하시윤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도 눈길 안 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으니까.굳이 눈 마주치면서 서로를 괴롭힐 이유가 없었다.성문영이 떠난 뒤, 한효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을 들자 유민숙이 다가왔다.“머리가 깨질 것 같네.”유민숙이 부축하겠다고 하자 한효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단으로 향했다.올라가던 중, 그녀는 물었다.“문영이는 어제 몇 시에 들어왔어?”유민숙이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아마 거의 새벽이었을 겁니다. 마중을 못 나갔지만 출입 기록이 남아있더라고요.”현관문은 열리고 닫힐 때마다 기록이 남는데 어젯밤 문이 마지막으로 열린 시간은 이미 자정을 훌쩍 넘긴 후였다.한효진은 계단을 올라간 뒤 자기 방으로 향했다.그녀의 모습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들려왔다.“경민이는 좀 더 일찍 들어왔지?”“네.”유민숙이 대답했다.“열 시쯤에 돌아왔습니다. 그때 제가 마침 아래층에 있어서 마주쳤거든요.”한효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아내가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왔는데 걱정도 안 되나 봐.”그 뒤의 말은 더 들리지 않았다.하시윤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이 저택은 부지 면적이 넓었지만, 그에 비해 사는 사람은 적었다.그런데도 고작 몇 안 되는 이들이 어떻게 이리도 복잡하게 일상을 꾸려나가는지 알 수 없었다.하시윤은 한참 더 앉아 있었다. 잠시 후, 위층에서 가정부가 내려왔다.“도련님 깼습니다.”...점심 시간, 서지혁이 돌아왔다.그런데 점심도 거르더니 그는 바로 하시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한효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어디 가는 거야?”서지혁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시윤이가 요즘 입맛이 없어서요. 바람 좀 쐬고 다른 데서 먹으려고요.”한효진은 의심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두 사람은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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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아버지가 한 거예요?

하시윤이 담담히 물었다.“요즘 누구한테 원한 샀어요?”“어?”하병우는 눈을 깜박였다.딱 봐도 하시윤만 의심해 온 것 같았다.하시윤은 그런 그의 눈빛을 보더니 비웃음과 연민이 뒤섞인 시선을 내렸다.“경찰에 신고하세요. 누군지 모른다면서요. 이번에는 운이 좋았던 거예요. 다음번에는 목숨을 건질지 장담 못 하잖아요.”조경순은 경계하듯 그녀를 올려다보면서도 마음은 살짝 흔들렸다.‘정말 하시윤이 아니라고?’하병우도 마음이 흔들리는 듯했지만 하시윤을 바라보는 눈길에는 여전히 의심이 엉겨 붙어 있었다.부부가 어쩜 이렇게 닮았는지. 하시윤의 말을 반신반의하는 태도마저 똑같았다.“경찰에 신고하세요.”그때였다.서지혁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안 하신다면 제가 할게요.”그는 하시윤의 허리를 자연스럽게 끌어안았다.“괜히 딴소리하다가 책임 전가하지 말고요.”하병우가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하민지가 먼저 끼어들었다.“아빠, 그냥 형부 말대로 해요. 정말로 언니가 한 거 아닌가 보죠.”하시윤은 고개를 돌려 하민지를 바라봤다.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그건 억지로 짜낸 웃음이었다.조경순도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래, 경찰에 신고해. 다음에 진짜 큰일 나면 그때는 감당 못 한다고.”하병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이 없다는 건 곧 동의나 다름없었다.이제 할 얘기도 끝났으니 하시윤은 이곳에 더 머물 이유가 없었다.병실을 나서려는데 하민지가 그녀를 불렀다.“언니, 점심 먹었어? 안 먹었으면 우리랑 같이 먹을래? 우리도 아직 못 먹었어.”조경순은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며 딸을 바라봤다.하지만 하시윤은 그리 놀라지 않았다.아까 하민지가 그녀를 ‘언니’라고 부른 순간, 대강 의도가 보였기 때문이다.예전에도 늘 그랬었다.하시윤의 주변에 남자가 나타나기만 하면 하민지는 갑자기 그들이 우애 깊은 자매인 척 연기를 시작하며 그 남자 앞에서 끊임없이 존재감을 과시하곤 했다.그리고 결국에는 으스대듯 말하곤 했다.“엄마가 아빠를 뺏어간 것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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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좋지

서지혁은 돌려 말하지 않고 곧바로 물었다.“하병우 일, 아버지가 한 거죠?”서경민은 웃으며 손에 든 서류를 테이블 위로 내던졌다.그리고 대답 대신 그에게 물었다.“상태가 많이 심각했어?”서지혁은 테이블을 돌아서 서인준의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끊어진 힘줄은 다 이어 붙였대요. 후유증이 남든 안 남든 전신 마비가 되지 않았으니 심각하다고 말할 수는 없죠.”서경민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겠지. 내가 그 사람들 성향을 잘 알거든. 늘 깔끔하게 처리하지, 질질 끌지 않고. 덕분에 치료도 수월하게 진행될 거야.”그 말로 서경민은 사실상 인정한 셈이었다.서지혁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왜 그러셨어요?”그는 의문이 들었다.“4년 동안 가만히 있다가 제가 며칠 전에 한마디 했다고 갑자기 손을 쓰신 거예요?”당시 서지혁은 서경민에게 왜 일을 저지른 심연정과 하병우에게는 따져 묻지 않고, 오히려 똑같이 피해자인 하시윤을 문제로 삼는지 물었었다.그때 서경민은 담담하게 대답했었다. 하병우를 봐준 게 아니라 손 쓸 적절한 타이밍을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그렇다고 어제라는 시간이 그렇게 적절해 보이지는 않았다.서경민은 얼굴에 여전히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사실은 조금 더 놔두려고 했어. 그런데 이제 손을 써도 우리에게 아무 영향이 없더라고?”서경민은 천천히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인준이가 당장 돌아오지 않을 모양이니 기다릴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나중에 인준이를 보면 나 찾아오라고 해.”그는 말을 마친 후 문 쪽으로 향하다가 문득 뭔가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아, 내일 저녁에 심씨 가문과 저녁 약속 있어. 참석할 거지? 잊지 마.”그리고 문을 열고 사무실을 나섰다.서지혁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한동안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아무리 생각해도 왜 서경민이 갑자기 하병우를 건드렸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아까 뒤돌아보던 서경민의 눈빛에서 문득 답을 찾을 수 있었다.그건 서지혁을 향한 경고였다.4년 동안 손을 쓰지 않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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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그런 면도 있었어?

하민지는 잠시 하시윤을 뚫어져라 쳐다봤다.무슨 생각이었는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설마 오늘 서지혁이 그렇게 한 게 널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그녀는 말을 이었다.“이미 심연정이라는 그 여자에게 연락했어. 네가 그 사람들 눈에 어떤 존재일지 한번 맞춰볼래?”하시윤이 되물었다.“그럼 너도 맞춰봐. 내 눈에 너랑 그 여자가 어떤 존재일지. 난 전혀 타격이 없어. 너희들이 나를 깔본다고 해서 내가 슬퍼할 것 같아? 아니. 나도 똑같이 너희들을 깔보거든. 그러니까 허튼짓하지 마. 웃음만 나오니까.”하민지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하시윤, 설마 심씨 가문 쪽에서 정말 널 받아줄 거라 생각하진 않겠지?”“시윤아.”가까운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시윤은 고개를 들었다.하민지도 말을 멈추고는 돌아섰다.두 사람 모두 서지혁의 차가 언제 다가왔는지 눈치채지 못했다.그는 가까운 곳에 차를 세우고는 문을 열고 내렸다.걸어오는 사이, 그의 시선이 하민지에게 향했다.그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지만 하민지는 괜히 등골이 오싹했다.그녀는 본능적으로 옆으로 조금 몸을 옮겼다.서지혁이 옆까지 다가오자 하민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형부.”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조금 전 날 선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하시윤은 여전히 계단 위에 서 있었다.서지혁은 손을 내밀어 하시윤을 부축하더니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방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하민지는 먼저 입을 열었다.“아, 별 얘기 아니에요. 경찰이 아버지가 끌려가던 CCTV를 확인했거든요. 그 안에서 몇 사람의 모습이 찍혔는데 언니가 알아볼 수 있을까 해서 물어보고 있었어요.”서지혁은 그녀에게 시선을 주지도 않고 하시윤에게 물었다.“그래?”“당연히 아니지.”하시윤이 말했다.“하민지가 심연정 씨랑 연락해서 정보를 공유했대. 내 욕을 한 건 덤이고.”하민지는 눈을 질끈 감았다.하시윤이 이렇게 대놓고 망신을 줬는데 그녀로서도 딱히 놀랄 일은 아니었다. 어차피 처음이 아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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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가깝고도 먼 관계

저녁 식사 후, 하시윤은 서정우를 보러 위층으로 올라갔다.서지혁도 따라 올라갔지만 곧바로 멈춰 섰다.서인준은 1층에서 한효진과 이야기 중이었다.그는 아래층을 내려다보더니 서인준을 불렀다.“인준아, 잠깐 와 봐.”하시윤은 흠칫했지만 곧장 위층으로 향했다.하시윤은 방에서 아이가 피곤해 잠들 때까지 달래며 시간을 보냈다.아이가 잠든 후, 방에 조금 더 머물기도 했다.그동안 서지혁은 방에 들어오지 않았고 서인준도 마찬가지였다.가정부조차 의아해하며 말했다.“대표님 돌아오시지 않았나요? 일 때문에 많이 바쁜가요?”하시윤도 몰라 대답을 할 수 없었다.그 후, 그녀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씻고 침대에 누운 뒤 어렴풋이 잠이 들었다. 비몽사몽 중에 다시 깨어났지만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서지혁은 오지 않았다.왠지 마음 한편이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침대 위에서 뒤척이다 결국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거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스탠드 하나만 켜져 있었다.하시윤은 먼저 주방으로 가 물을 마신 뒤,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밖으로 향했다.주방에서 나가면 조그마한 빈터가 하나 있었는데 거기에는 그네가 하나 있었다.하시윤은 그 그네에 앉았다.주방 불은 켜지지 않았고 거실에도 작은 스탠드 하나만 켜져 있었기에 하시윤이 앉은 곳은 거의 어둠 속에 묻혀 있었다.밤바람이 불어와 하시윤은 그네 위에 놓인 얇은 담요를 덮은 뒤 몸을 움츠렸다.위층은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모두 돌아온 줄 알았는데 잠시 후 복도에서 소리가 들렸다.하시윤이 고개를 돌리자 서경민이 느릿하게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 서경민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고 늘 일찍 나가 늦게 들어오는 편이었다.서강 그룹의 규모가 워낙 컸기에 두 아들이 일손을 거들긴 하지만 여전히 그를 중심으로 모든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할 일이 많으니 바쁜 건 당연했다.하시윤은 다시 눈을 감았다.원래 서경민과의 관계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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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비밀을 알아내다

심태진의 차는 유난히 느렸고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카페 앞에서 멈춰 커피를 사더니 이번에는 디저트 가게에 들러 봉지 하나를 들고 나왔다.그리고 작은 공원의 노천 주차장에 들어가 다시 차를 세웠다.하시윤은 처음에 자기가 너무 예민하게 굴고 있는 건가 싶었다.회사를 나설 때 좌우를 살피던 모습이 수상하긴 했지만 그걸로 의심하기에는 근거가 빈약했다.중간에 집에 돌아갈까도 고민했다. 굳이 심태진을 따라붙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심태진은 차를 세운 뒤 공원 벤치에 앉았다.그 순간, 하시윤은 확신했다. 이 사람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고 말이다.심태진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더니 손에 든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빈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버린 그는 다시 일어나 차에 올랐다.그 후에도 심태진은 목적 없이 빙빙 돌기만 했지만 더 이상 차를 멈추진 않았다.마침내 그는 도심 외곽 쪽으로 빠져나가 어떤 찻집에 도착했다.찻집이라 불리긴 했지만 사실은 부잣집 아줌마들이 즐겨 가는 프라이빗 사교 클럽이었다.예전에 조경순도 여기를 카드 게임하러 단골처럼 드나들었었다.심태진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차를 세우고 재빨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하시윤은 조금 기다렸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입구에 도착했을 때 직원이 그녀를 막아섰다.이곳은 일반 룸과 회원 전용 정자 구역으로 나뉘는데 일반 룸은 실내 찻집처럼 생긴 작은 공간이고, 회원 구역은 탁 트인 정원에서 카드 게임은 물론, 따뜻한 차와 맛있는 과일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하시윤은 조경순 명의의 회원 번호를 얘기했다.예전에 심부름 겸 한 번 들렀던 적이 있었는데 그게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다.덕분에 하시윤은 아무 문제 없이 정원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정원은 꽤 넓었고 정자 사이 간격도 컸다.주변에는 가짜로 꾸민 울타리가 둘러져 있었고 그 위로 넝쿨 식물이 감겨 있었다.정자 안의 사람들은 윤곽만 어렴풋이 보일 뿐 자세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조금 가까이 가면 누군지 가늠은 가능한 정도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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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인연의 뿌리

하시윤은 먼저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 쪽으로 이동했다.문가에 놓인 흔들의자에 앉으니 금세 잠이 쏟아졌다.밥을 든든하게 먹고 나서 그런지 눈이 반쯤 감겨 의자에 몸을 기대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식탁에서는 서지혁과 한효진이 아직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한효진은 그에게 많이 바쁜지 물어보더니 쉬어가면서 하라고 당부했다.일을 계속하려면 건강부터 챙겨야 한다는, 늘 하던 잔소리였다.잠시 뒤 식사가 끝나자 서지혁은 회사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거실로 향한 그는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하시윤을 보고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굳이 말을 붙이지도, 따로 확인하지도 않았다.하시윤 역시 그를 스쳐보기만 하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배가 차니까 더 나른해져서 의자에 반쯤 누운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 안쪽에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한효진이었다. 유민숙과 얘기하고 있는 듯했다.“지혁이가 진짜 서류 가지러 온 거 맞아?”유민숙은 이 질문을 한 그녀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그런 거 아닐까요? 아까 빈손으로 들어왔거든요. 그런데 나갈 때는 서류 챙기고 나갔잖아요.”하지만 유민숙은 한효진을 오랫동안 모셔 온 사람으로서 곧바로 깨달은 듯한 말투로 덧붙였다.“혹시 핑계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한효진은 대답을 피했다.대신 유민숙이 조심스레 속내를 꺼냈다.“사실 저도 하시윤 씨를 보러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그녀는 흠칫하다가 말을 이었다.“이제 아이도 생겼으니 두 사람은 해야 할 일을 다 한 거잖아요. 그러니까 거리를 둬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조금 가깝게 지내는 것도 괜찮긴 하지.”한효진이 말했다.“뱃속에 자기 자식이 있으니까 당연히 신경이 쓰이겠지.”둘은 하시윤이 위층으로 간 줄 알고 있었는지 목소리도 낮추지 않았다.하시윤은 두 사람의 대화를 똑똑히 들었다.그녀는 의자에 기대 누운 채, 하늘에 걸린 하얀 구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소리라도 내면 대화가 바로 끊기겠지만 그녀는 오히려 흔들의자의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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