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Kabanata 201 - Kabanata 210

254 Kabanata

제201화 기가 막힐 노릇이네

서지혁은 다시 일어서더니 과일과 간식을 한 번 훑어봤다.“여기 물은 없네. 내려가서 한 잔 떠올게.”사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바로 전에 받은 물도 거의 안 마셨으니 말이다.그러나 잠시 고민하다가 하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하시윤은 그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그리고 숨을 길게 들이쉬고 내쉬었다.지금 이 감정이 정확히 뭔지 알 수 없었지만 가슴 위로 계속 치솟아 올랐다.그동안 하시윤에게 잘해준 남자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처음부터 그녀의 가정사를 모르는 사람들, 하민지에게 홀리지 않은 남자들은 그녀에게 꽤 친절했다.하지만 지금 같은 느낌은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복잡한 감정들 때문에 도저히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결국 잠시 앉아 있다가 그녀는 벌떡 일어섰다. 드레스 자락을 손에 쥐고는 계단 입구로 걸어갔다.아래를 내려다보니 서지혁이 직원에게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직원이 든 쟁반에는 술밖에 없었는데 서지혁의 설명을 듣고서는 고개를 들어 하시윤 쪽을 보았다.왠지 이따가 가져다주겠다는 뜻 같았다.하지만 서지혁은 고개를 저었다.직원과 함께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는데 아마도 물을 직접 가지러 가는 듯했다.하시윤은 입술을 꼭 다물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다시 소파로 돌아가려는 순간, 아래쪽에서 누군가 계단을 지나가면서 고개를 들어 올렸다.시선이 맞닿자 하시윤의 동작이 멈췄다.그 사람은 계단을 천천히 올라왔다.하시윤은 얼른 소파로 돌아가 앉은 뒤 드레스 자락을 한 번 더 정리했다.그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심태진은 이미 눈앞까지 와 있었다.그는 처음부터 그녀를 향해 온 게 분명했다.심태진은 바로 옆 소파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하시윤 씨, 안녕하세요.”하시윤은 이렇게 심태진을 유심히 바라본 건 처음이었다.세월이 흐른 얼굴이긴 해도 살지 찌거나 탈모가 진행되지 않아 지저분한 기색이 전혀 없다.너무 마르지도 않은 반듯한 체형이라 얼굴만 가리면 젊은이들 틈에 섞여도 크게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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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비바람

서지혁이 다가와 하시윤의 귀가에 흘러내린 잔머리를 정돈해 주며 말했다.“아주 기세등등해졌네.”그가 말을 끝내자마자 아래층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주최 측 인물이 등장해 인사를 시작한 모양이었다.서지혁은 난간까지 가더니 아래를 한 번 내려다보고는 하시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금방 올게.”하시윤이 손을 흔들었다.“다녀와. 나 여기 있을게.”서지혁이 내려간 뒤, 하시윤은 편한 자세를 잡고 살짝 눈을 감았다.아래층에서 들리는 인사말이 희미하게 들려왔다.처음에는 사회자의 목소리, 그다음은 연 회장의 인사말이 이어졌다.그리고 바로 누군가를 소개하기 시작했다.서지혁이 말했던 그 연씨 가문의 사생아였다.하나도 궁금하진 않았지만 말소리가 이어지는 동안 하시윤은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그런데 그 와중에 다른 소리가 또렷하게 끼어들었다.“또각, 또각.”하이힐 소리였다.누군가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하시윤은 눈을 감은 채 자는 척을 했다.하지만 그 하이힐 소리는 그녀 바로 곁에서 멈추더니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기 있었네? 한참 찾았는데 안 보이더라.”눈을 뜨기도 전에 하시윤은 바로 상대의 정체를 알아차렸다.하민지였다.하시윤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혼자 왔어? 너희 엄마는?”서지혁이 없는 자리라 하민지는 연기할 필요도 없었다.“아빠가 많이 편찮으시니 엄마가 옆에서 보살펴줘야지. 넌 아빠가 엄마한테 잘해주는 걸 영 못마땅하게 생각했잖아. 그런데 결국 아빠 챙기는 건 엄마밖에 없어.”“그럼 너는? 넌 왜 여기에 왔는데?”하시윤이 무심하게 말했다.“너희 아빠가 너한테도 잘해주잖아.”하민지의 얼굴이 굳었다.“나한테 말꼬리 붙이지 마.”그녀는 주변을 한 번 훑어보고는 옆에 털썩 앉았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하시윤의 드레스로 향했다.드레스는 딱 봐도 비싸 보였다.그다음에는 목걸이, 팔찌, 반지까지 세트로 된 보석을 훑었다.하민지도 액세서리에는 일가견이 있는 편이라 비싼 건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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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폭풍 전야

심연정이었다.혼자인 걸 보니 아까 서지혁과 같이 움직인 건 아닌 것 같았다.심연정은 하이힐을 신고도 자갈 위를 버둥거리며 걸어오더니 벤치 근처에 다다르자마자 자리에 앉고는 발목을 돌렸다.“여기서 뭐 해요? 홀에서 곧 공연 시작하는데, 안 가요?”하시윤은 고개를 갸웃했다.“그쪽은 지금 지혁 씨를 못 찾아서 이러는 거죠? 내가 여기 있으니까 지혁 씨도 같이 있는 줄 알고 온 거 아니에요?”심연정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요.”그녀는 말을 이었다.“지혁이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갔어요. 나랑 방금 헤어졌고 곧 돌아온다고 했어요.”하시윤은 눈썹을 치켜들었다.“그래요?”그리고 그녀도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혹시 여기서 지혁 씨 기다리려고요? 내가 여기 있으면 방해되니까 자리를 옮길까요?”심연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시윤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됐어요, 됐어. 자리를 옮길게요. 그쪽이 또 따라올까 봐 귀찮네요.”심연정은 서지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를 만나려면 하시윤 근처에서 얼쩡거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다가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로 시선도 주지 않았는데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인 것처럼 굴었다.하시윤은 다시 분수 쪽으로 갔다.바닥에 물이 튀어 있어 맨발로 밟자 서늘함이 전해졌다.분수 아래층 연못에는 금붕어들이 헤엄쳤고 물 위에는 연잎이 떠 있었다.하시윤이 연잎을 살짝 건들자 금붕어들이 꼬리를 흔들며 사방으로 흩어졌다.서씨 가문 저택에서 키우는 금붕어들은 이렇지 않았다. 통통하고 사람 손길에도 익숙해져 손을 내밀면 먼저 다가오곤 했다.그렇게 잠시 서 있다가 뒤에서 심연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혁아.”하시윤이 뒤돌아봤다.서지혁은 정원 입구에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심연정이 벌떡 일어서더니 한마디를 덧붙였다.“벌써 끝난 거야?”정원 입구 쪽에 사람들이 몇 명 모여 있었는데 하시윤과 심연정 쪽으로 슬쩍슬쩍 고개를 돌렸다.그런데 서지혁까지 모습을 드러내자 그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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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점괘

서지혁은 하시윤을 살짝 끌어안은 채 정원 쪽으로 걸어갔다.그리고 서경민 앞에서 멈춰 섰다.“아빠, 벌써 돌아오셨어요?”서경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얼굴도 전혀 풀리지 않았다.분위기를 눈치챈 하시윤이 먼저 말했다.“저 먼저 안으로 들어갈게요.”“나도 같이 가.”그러고는 서경민을 향해 말했다.“금방 다시 올게요.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그는 하시윤과 조금 걷다가 갑자기 허리를 굽혀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하시윤은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서경민이 조금 가까이에 있다는 생각에 간신히 입을 다물었다.현관 쪽 긴 복도에 다다르자 하시윤은 낮게 속삭였다.“지혁 씨, 뭐 하는 거야?”서지혁이 되물었다.“발은 안 아파?”‘아프지, 왜 안 아프겠어. 하지만 이 정도 거리를 걸어서 못 갈 정도는 아닌데...’서지혁은 그녀를 안고 거실로 들어갔다.거실에는 한효진이 서 있었다.유민숙 대신 다른 가정부가 곁에서 그녀를 부축하고 있었다.서지혁이 하시윤을 안고 들어오는 걸 본 한효진은 순간 흠칫했지만 딴지를 걸 정신은 없었다.“너희 아빠에게 무슨 일이 있어? 급하게 들어오더니 금방 또 나갔어. 내가 불렀는데 대답도 안 하고.”서지혁은 하시윤을 소파에 앉히고는 맞춤 제작한 외투를 아무렇게나 옆에 던졌다.“저도 몰라요. 지금 정원 쪽에 계시던데 금방 가서 볼게요.”그는 가정부를 향해 말했다.“구급함 어디 있어요?”한효진이 흠칫했다.“왜? 어디 다쳤어?”그녀는 곧바로 소파 쪽으로 다가오며 물었다.“어디가 아픈데?”“아니에요.”서지혁이 대신 대답했다.“큰일 아니에요.”가정부에게서 구급함을 건네받자 서지혁은 익숙하다는 듯이 무릎을 꿇었다.그는 하시윤의 구두를 벗긴 뒤 그녀의 발을 자신의 허벅지 위에 살며시 올렸다.그리고 요오드로 뒤꿈치가 까진 부분을 소독하고는 조심스레 밴드를 붙였다.그의 손길은 여유롭기 그지없어 마치 서경민이 밖에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은 듯했다.하시윤은 괜히 민망해져 중간에 한번 말했다.“나 혼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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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뭐 숨기는 거 있어?

하시윤이 씻고 나왔을 때 서지혁은 이미 정장을 갈아입었다. 아래층 소파에 던져놓았던 외투까지 함께 들고 올라왔다.침대 위에는 그녀의 드레스를 정리해 넣은 박스가 올려져 있었다.“성빈이 쪽에서 세탁해 준대. 내일 가져다 놓을게.”하시윤은 그 박스를 바라보며 이제 이 드레스를 다시 입을 일은 없겠구나 싶었다.그냥 기성품 하나 사 입을 걸 하는 생각이 늦게서야 밀려왔다. 훨씬 싸게 끝났을 텐데 말이다.서지혁은 갈아입을 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누가 방문을 똑똑 두드렸다.가정부가 야식을 가져온 줄 알고 문을 열었는데 밖에는 서인준이 서 있었다.서인준은 이제 집에 들어온 모양이었다. 그는 곧장 물었다.“형수님, 형이랑 같이 왔어요?”하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욕실에서는 물소리가 들리고 있어 서인준이 그쪽을 힐끔 바라봤다.하시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몸을 옆으로 비켜 세우며 말했다.“들어와요.”서인준은 들어오자마자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아빠도 돌아오신 거죠?”하시윤은 고개를 끄덕인 뒤 아까 그 장면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물었다.“그때 뭘 본 거예요? 왜 그렇게 급하게 내려갔어요?”서인준이 대답했다.“그냥 아빠가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나가시더라고요. 형이 불러도 못 들은 것 같고요. 그래서 나도 무슨 일인가 싶어서 내려간 거였어요.”하시윤이 목소리를 낮췄다.“무슨 일인지 알아냈어요?”“몰라요.”서인준은 창가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말투도 동작도 아까 서지혁과 똑같았다.“내려갔을 때 아빠는 이미 없었어요. 형이 불렀는데도 아무 말도 안 하고 갔다고 들었어요.”서지혁은 신경도 안 쓰였는지 서인준을 데리고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협력사들을 줄줄이 연결해 주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지혁도 사라졌다.하시윤이 다시 물었다.“인준 씨 어머니는요? 돌아오셨어요?”“두 사람도 몰라요?”서인준이 되물었다.“나도 못 봤는데요.”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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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얼렁뚱땅

서지혁과 성문영이 정원에 머문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10분도 채 되지 않아 성문영이 먼저 나와 거실 쪽으로 향했다. 걸음이 다소 빨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의 대화가 순조롭지 않았다는 건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잠시 뒤, 서지혁이 긴 복도를 따라 걸어왔다.하시윤은 그에게 들킬까 봐 몸을 살짝 옆으로 옮겨 커튼 뒤로 숨었다.서지혁은 거실로 들어오지 않고 복도 입구에서 난간에 기대어 멈춰 섰다.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동안 미동도 없었다.하시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방향을 틀어 밖으로 나가더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리고 주방으로 들어가 불을 켰다.불이 켜지자마자 서지혁이 알아차리고 안으로 들어왔다.“왜 내려왔어?”하시윤이 말했다.“목이 말라서.”서지혁은 곧장 컵에 물을 따라주고 생수 한 병까지 챙겨 주며 말했다.“내가 잘못했네. 네가 자기 전에 미리 준비해 뒀어야 했는데.”하시윤은 아무 말 없이 물을 마셨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침대에 누운 뒤, 하시윤은 몸을 돌려 그를 마주 보았다.“왜 내려갔어? 무슨 일 있었어?”“아니.”서지혁은 이불 아래에서 그녀의 손을 찾아 잡았다.“그냥 잠이 좀 안 와서.”하시윤은 잠시 생각하다가 그의 쪽으로 조금 더 다가가 일부러 물었다.“시간도 꽤 늦었는데 파티는 끝났겠지? 지혁 씨 어머니는 돌아오셨어?”“응.”서지혁이 말했다.“내가 기사 보내서 모셔 왔어. 별일은 없었고.”하시윤이 짧게 말했다.“그럼 다행이네.”서지혁은 더 이야기할 생각이 없는지 몸을 돌려 하시윤을 끌어안았다.“자자.”...그 뒤로 일주일 동안, 하시윤은 서경민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한효진의 말을 들어 보니 서경민은 아예 집에 들어오지 않은 듯했다. 회사에 문제가 생겨 계속 야근 중인 것 같았다.하지만 성문영은 매일 정시에 퇴근해 집에 돌아오고 있었다.회사에 정말 큰 문제가 있었다면 성문영이 저렇게 여유로울 리 없었다. 그래서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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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무자비하다

하시윤의 말이 거짓말이긴 했지만 어느 정도는 사실 기반이었다.그 말에 성문영의 표정은 순간적으로 굳어졌다.그때, 시야 한쪽으로 서지혁이 들어왔다.정원 입구까지 도착한 그는 성문영을 보자마자 걸음을 빠르게 옮겼다.가까이 오기도 전에 그는 입을 열었다.“엄마, 여기서 뭐 하세요?”성문영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하시윤은 그녀의 얼굴에서 잠깐의 당황스러움을 읽었다.“나도 방금 왔어.”잠시 숨을 고른 뒤, 성문영은 시선을 대문 쪽으로 돌렸다.“아빠는 어디 계셔? 아까 잠깐 이쪽으로 오라고 말해 놨는데.”“모르겠어요.”서지혁은 하시윤의 옆에 있던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며 물었다.“아까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요?”“별 얘기 안 했어.”성문영이 바로 말했다.“얘기할 게 뭐가 있겠어.”그녀의 대답은 유난히 빨랐다.“됐어. 두 사람 방해 안 할게. 가서 너희 아빠 뭐 하는지나 봐야겠다.”그 말을 끝으로 성문영은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걸음은 느릿했는데 하시윤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바로 직감했다.성문영은 떠나는 척하면서도 자신과 서지혁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한마디라도 더 들으려는 눈치였다.그래서 하시윤은 일부러 말을 꺼냈다.“파티가 있었던 날 우리 언제 나갔냐고 물어보시더라고. 그리고 그날에 여사님은 일이 많아서 늦게 들어왔다고 하셨어.”그러고는 시선의 끝자락으로 성문영을 훑었다.성문영은 발걸음을 잠깐 멈췄는데 온몸이 긴장으로 경직돼 있는 게 확실히 보였다.서지혁이 담담하게 반응했다.“그래?”다른 얘기가 더 없자 성문영은 그제야 안도한 듯 자리를 떴다.하시윤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성문영은 지나치게 긴장하고 있는 듯했다.뭐가 그렇게 찔리는 걸까.파티에 갔다가 귀가가 조금 늦었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긴장될 일인가?잠시 더 앉아 있다가 가정부가 찾아왔다.서정우가 깼다는 말에 두 사람은 본채로 돌아갔다.서정우는 이틀째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기운이 빠진 데다가 잠이 부쩍 늘어 있었다.의사가 와서 아이를 살펴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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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똑똑하긴 하지

지윤정은 결국 눈물을 보였다.한 손으로 하시윤의 손을 꼭 잡은 채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는 다른 손으로 재빨리 눈물을 훔쳤다.지윤정은 억지로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날 밤에는 진짜 한숨도 못 잤어요.”그녀는 화가 너무 많이 쌓여서인지 속마음이 뒤틀릴 지경이었다.하시윤은 지윤정의 손을 더 꽉 잡아 주며 말했다.“다 지나간 일이에요.”지윤정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정말로요.”지윤정은 하시윤의 손을 한 번 꼭 쥐었다가 놓고는 테이블 위에 있던 휴지를 집어 눈가를 닦았다.“끝났어요. 이제 진짜 다 끝났어요.”감정이 어느 정도 가라앉자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를 넘겼다. 그리고 식사를 이어가며 다른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지윤정은 하시윤이 회사를 그만둔 걸 알고 있었기에 그 이유를 물었다.하시윤은 굳이 숨길 생각은 없었다.“저, 임신했어요.”지윤정은 눈을 크게 뜨더니 목소리를 높였다.“어머, 축하해요!”그러다가 다시 물었다.“그럼 결혼한 거예요?”지윤정의 기억으로는 아니었다.아니면 강수호가 하시윤에게 접근했을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하시윤은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굳이 자세한 설명을 늘어놓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끝을 흐렸다.지윤정도 더 파고들지는 않았다.“남편분이 어떤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강수호를 전혀 눈에 안 담을 정도면 조건이 꽤 좋나 보네요.”지윤정은 강수호가 여자를 꼬시는 데 능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때 그녀에게도 남자친구가 있었고, 두 사람의 관계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그런데도 지윤정은 결국 강수호의 공세에 버텨내지 못했다.겉으로는 어쩔 수 없이 강수호의 수작에 넘어갔다고 말하긴 했지만, 사실 그전부터 마음이 조금 흔들린 건 사실이었다.그건 지윤정 스스로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강수호는 외모가 괜찮은 데다가 돈도 아끼지 않았다.거기에 계산된 친절까지 더해지니 사회 초년생의 여자들은 쉽게 마음을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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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뭐가 대단하다고 그래?

서강 그룹에 도착한 타이밍이 절묘했다. 오후 근무 시작까지 딱 몇 분 남겨둔 시점이었다.1층 엘리베이터 앞에는 직원 몇 명이 줄을 서 있었고, 그 바로 옆이 전용 엘리베이터였다.서지혁은 하시윤을 데리고 전용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사람이 많지는 않아 서로 부딪칠 정도는 아니었지만 서지혁은 하시윤의 허리를 감싼 손을 끝끝내 거두지 않았다.지난번 하시윤이 한 번 회사에 들른 뒤로, 그녀의 정체를 두고 온갖 추측이 돌았다.하지만 서지혁과 하시윤이 함께 있는 모습을 직접 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소문만 무성했을 뿐, 다들 반신반의했다.무엇보다 서경민 부부가 심연정을 대하는 태도는 누구나 잘 알고 있었다.그날 이후 심연정은 서강 그룹에 여러 차례 드나들었다. 매번 성문영이 직접 동행했고 두 사람은 꼭 모녀처럼 다정해 보였다.하시윤보다는 심연정이 서씨 가문에서 차지한 자리가 더 확실하다고 믿는 쪽이 많았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소문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사람들은 눈을 크게 뜨고 시선을 옮겼다. 하시윤의 허리에 얹힌 서지혁의 손에서 그의 얼굴로 말이다.서지혁은 고개를 기울여 하시윤에게 말을 건넸다. 그 표정과 목소리는 그들이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전용 엘리베이터는 기다릴 필요가 없이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면 되었다.문이 닫히고 위로 올라가기 전, 바깥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어머, 봤어?”“대박.”“진짜야?”“봐, 내가 맞다고 했잖아.”하시윤은 눈을 질끈 감았다. 한마디쯤 투덜대고 싶었지만 결국 허리에 얹힌 그의 손을 툭 쳐내는 걸로 그쳤다.서지혁은 눈치 빠르게 몸을 옆으로 비켜서고는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며칠 전에 외부 미팅 갔다가 네 회사 동료를 봤어.”동료라는 말에 하시윤은 고개를 갸웃했다.퇴사할 때까지 말 한마디 섞지 않은 사람도 있었으니 정확히 기억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서지혁이 힌트를 줬다.“회사 로비에서 너한테 소리치던 여자 있잖아.”하시윤은 그제야 떠올렸다.“성라희.”“맞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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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연기에 소질 있어

성문영은 컵을 꽉 쥐고 있었다.얼굴에 스친 당황스러움은 아주 잠깐이었다. 그녀의 표정은 싹 가라앉았고 눈빛도 차갑게 식었다.이쯤 되니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시윤은 뭔가를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성문영이 입을 열었다.“너...”그러다가 갑자기 문밖에서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와 그녀는 결국 말을 잇지 못했다.성문영이 잠시 굳어 있는 사이, 하시윤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원래도 둘 사이의 거리는 가까웠다. 하시윤은 자연스럽게 다가가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더니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 그러셨구나. 사실은요, 제가 자주 와서 지혁 씨 업무를 방해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여사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이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하시윤은 말하면서 성문영의 팔을 다정하게 끼며 환하게 웃었다.그때 사람들이 탕비실 안으로 들어왔다.모두 컵을 들고 문 앞에 서 있다가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동시에 멈칫했다.하시윤은 그들을 못 본 척하며 말을 이었다.“여사님이 괜찮다고 하시니 그럼 저도 앞으로는 자주 올게요.”눈꼬리까지 휘어지게 웃던 하시윤은 그제야 문 앞의 사람들을 발견한 듯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성문영의 팔을 놓고는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그 사람들도 황급히 인사를 건넸다.“아, 안녕하세요. 이사님, 안녕하세요.”그들은 탕비실에 들어가야 할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그때 하시윤이 말했다.“여사님, 저는 이만 갈게요. 지혁 씨가 사무실에서 기다리라고 했어요. 제가 자리를 오래 비우면 걱정하거든요.”그리고 그 사람들에게도 다시 한번 목례를 한 뒤,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마침 서지혁은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하시윤이 보이지 않자 신경이 쓰였는지 이미 밖으로 나와 그녀를 찾고 있었다.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서지혁이 그녀를 불렀다.“시윤아.”하시윤은 재빨리 다가가 서지혁의 팔을 끌어안았다.“잠깐 깼는데 목이 말라서. 물 좀 마시고 왔어.”서지혁은 탕비실 앞에 서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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