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혁의 손길이 워낙 눈에 띄어 지나가는 사람들은 하나둘 시선을 돌렸다.서인준은 사무실 문 앞에서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형, 점심은 형수님이랑 밖에서 먹는 거야? 우리 같이 점심 먹기로 했잖아.”둘 사이에 점심 약속 같은 건 없었다.하지만 서지혁은 태연히 말했다.“취소됐어.”서인준은 괜히 심술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렸다.“형수님만 오면 난 바로 버리고 가네. 진짜 매정해.”하시윤은 숨을 길게 들이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해 뒤를 돌아보니 서인준은 아직도 서지혁의 사무실 문 앞에 서 있었다.그 뒤쪽, 조금 떨어진 곳에는 성문영과 심연정이 말없이 서 있었다.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이 서지혁이 심연정에게 보여주려는 계산된 연출이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서인준은 둘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채 해맑게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래. 데이트 가. 나 걱정은 말고. 난 혼자도 잘 다녀!”하시윤은 시선을 거두며 낮게 속삭였다.“지혁 씨 어머니 곧 폭발하실 것 같은데.”“어차피 나한테 화내는 건 아니잖아.”서지혁이 담담히 말했다.“인준이도 이제는 익숙해져야지.”“참 좋은 형이네.”하시윤이 말했다.“인준 씨는 아주 복 받은 거지.”‘형제가 서로를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상극이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섰다. 문이 닫히기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하시윤은 엘리베이터 안을 몰래 훔쳐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다.외부에는 심연정이 서지혁의 공식적인 여자친구로 알려져 있었는데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기도 했다.여자친구가 바로 옆에 있는데 서지혁은 다른 여자의 허리를 감싸 안고 떠났으니, 이건 거의 특종이나 다름없었다. 화장실과 탕비실에서 이 이야기가 얼마나 떠들썩하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지는 안 봐도 뻔했다.건물 밖으로 나와 차에 오른 두 사람은 곧장 교외로 향했다.도착한 곳은 여전히 그 한옥이었고, 여전히 한복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가 그들을 맞았다.하시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