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Chapter 171 - Chapter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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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화 우리 정우 살았네

두 사람은 위층으로 올라갔다.서정우는 이미 일어나 있었다.하시윤이 문을 열자 아이와 가정부의 대화가 들렸는데 그는 약간 언짢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내려가서 엄마를 기다릴 수는 없어요?”가정부가 부드럽게 달랬다.“조금 있으면 엄마 올라오실 거예요. 아빠도 도련님께 말했잖아요. 엄마가 요즘 너무 피곤해서 쉬어야 한다고요. 엄마를 방해하면 안 되죠.”서정우는 투덜거리며 말했다.“저 엄마를 방해 안 할 거예요. 그냥 옆에서 기다리기만 할 거라고요.”가정부는 웃으며 말했다.“방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까요? 엄마가 깨면 곧 도련님 보러 오실 거예요.”서정우가 말했다.“싫어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이는 얌전히 침대에 앉아 인형을 안았다. 아래층으로 내려가겠다고 소리를 지르거나 투정을 부리지 않았다.하시윤이 문을 열고는 말했다.“우리 정우, 좋은 아침이야.”서정우는 깜짝 놀라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그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엄마!”하시윤은 아이를 품에 꼭 안았다.서지혁은 두 걸음 뒤에서 서 있었는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조심해...”하지만 잠시 고민한 끝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쪽 의자에 조용히 앉았다.하시윤은 아이의 머리에 입을 맞췄다.그동안 영상으로 얼굴을 봤을 때는 컨디션이 괜찮아 보였지만 눈으로 직접 보니 그 변화가 더 또렷하게 보였다.전에 아이의 눈 밑은 푸르게 내려앉아 안색이 영 안 좋아 보였다.그리고 어제 가정부 말로는 아이가 살이 조금 빠졌다고 했다.막상 두 눈으로 직접 보니 아이의 볼살은 오히려 통통해진 듯했고 눈 밑에 푸르게 내려앉은 자리도 대부분 사라져 훨씬 생기 있어 보였다.서정우가 고개를 들었다.“엄마, 동생은요?”그는 양쪽을 둘러보며 다시 물었다.“동생 안 데리고 왔어요?”대답은 서지혁이 했다.“이따가 아빠랑 엄마가 병원 갔다 와서 의사 선생님이 동생이 왔는지 확인해 주실 거야. 다녀와서 알려줄게.”서정우는 이해하지 못한 듯 눈만 깜빡이며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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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무슨 명분으로

갑작스러운 성문영의 반응에 서정우는 놀라서 몸을 돌리고는 목소리를 높였다.“엄마! 엄마!”성문영은 아이의 머리에 두 번이나 입을 맞췄다.기쁨에 겨워 목소리가 떨릴 정도였다.“정우야, 정말 다행이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우리 정우도 다른 아이들처럼 살 수 있어.”하시윤은 복잡한 표정으로 성문영을 바라봤다. 사실 며칠 전 서정우가 겁에 질려 울었던 일 때문에 미운 마음이 남아 있었는데 지금 눈가를 붉히고 아이를 끌어안는 모습에 그 마음이 반쯤 가라앉았다.한편 서지혁은 여전히 검사 결과를 이해하지 못한 채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각 수치를 기록해 두더니 바로 병원으로 전화를 걸었다.하시윤은 바로 옆에 앉아 있어 통화가 다 들렸다.서지혁은 기록해 둔 수치를 말해주며 물었다.“이게 무슨 뜻이에요?”의사는 바로 대답했다.“임신하셨다는 뜻입니다. 축하드립니다!”“확실한가요?”서지혁은 다급하게 물었다.“정확한 거 맞죠?”의사는 웃으며 말했다.“임신은 확실합니다. 다만 며칠 뒤에 병원에 와서 초음파는 따로 보셔야 해요. 아기집이 위치를 확인해야 하거든요. 혹시 출혈이나 통증은 없었죠?”서지혁이 그녀를 바라보자 하시윤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었으면 눈치 못 챘을 리가 없었다. 임신 사실을 모르고 지나갈 사람은 아니었으니.“없어요.”서지혁이 대신 대답하자 의사는 안도하며 말했다.“그럼 아기집 위치가 잘 잡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면 다른 증상이 동반되거든요.”의사는 서정우의 상황도 알고 있었기에 더욱 기뻐하며 연달아 축하를 전했다.전화를 끊고 난 뒤, 서지혁은 고개를 들어 하시윤을 바라봤다.하시윤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두 사람은 몇 초간 말없이 눈빛을 주고받다가 하시윤은 결국 눈시울이 붉어졌다.“정말 다행이다...”서지혁은 그녀를 끌어안고 등을 천천히 쓸어주며 말했다.“좋은 일인데 울긴 왜 울어.”옆에서 보던 성문영의 표정은 서서히 굳어갔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기색이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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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상상 이상이야

식탁에는 한 상 가득 반찬이 올려졌다. 대부분이 하시윤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술도 놓여 있었는데 한효진도 작은 잔에 조금만 따랐다.그녀의 기쁨은 눈에 보일 정도였다. 식사 전에 잔을 들고 감격에 찬 이야기를 늘어놓았다.“내가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정우도 곧 건강해질 거고 우리 집에 새 식구도 생길 테니 이보다 더 좋은 경사가 어디 있겠어?”잔을 가볍게 돌린 뒤, 이번에는 하시윤을 향해 말했다.“시윤아, 고생 많았다.”하시윤의 잔에는 갓 만든 싱싱한 과일 주스가 담겨 있었다. 이런 자리에 맞춰 한마디 하는 걸 어색해해 그대로 잔만 살짝 들어 보였다.다른 사람들도 술을 채우며 오랜만에 부드러운 분위기가 흘렀다. 서로 잔을 부딪치고 단숨에 넘겼다.하시윤은 오늘은 속이 괜찮은 편이었다.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어제처럼 고생스러울 정도로 못 먹는 건 아니었다.바로 옆에는 서지혁이 앉아 있었다. 식탁에 해산물이 나오자 서지혁은 깨끗하게 껍질을 벗겨 그녀의 앞에 놓아주었다.성문영이 흠칫하더니 입을 열었다.“이제 임신했으니 지혁이도 오늘부터 네 방에서 자는 게 좋겠어. 둘이 같이 자면 시윤이가 괜히 제대로 못 잘 수도 있잖아.”한효진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야지. 시윤이 방 쪽에는 사람 한 명 붙여둬야겠다. 그러면 우리도 마음이 놓이고.”서인준은 슬쩍 하시윤을 바라봤다. 하지만 하시윤은 고개 숙인 채 식사만 하고 있었고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서지혁에게 한 말도 아니니 그녀가 반응할 이유도 없었다.그러자 서인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가정부를 어떻게 붙여둘 건데요. 정우처럼 방에 침대 하나 더 들여놓으려고요? 침대가 하나 더 들어간다고 해도 좀 이상하지 않아요? 누가 방을 지키고 있다면 저는 잠도 안 올 것 같은데요?”그 말에 한효진도 잠시 멈칫했다.“그러네. 그건 그래.”서인준은 이어서 말했다.“지금 임신 초기라 몸도 예민하고 힘들잖아요. 옆에서 챙겨줄 사람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는 의도적으로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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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진짜 결혼하는 거야?

하시윤이 회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나 있어 사무실에는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하시윤은 들어가지 않고 복도에서 잠시 기다렸다.곧 연정훈이 서류를 들고 나오자 하시윤은 재빨리 다가갔다.“과장님.”연정훈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봤다.“어, 하시윤 씨? 복귀한 거예요?”“아니요. 처리할 일이 있어서 잠깐 왔어요.”그녀는 바로 사직 얘기를 꺼냈다.연정훈은 예상 못 한 듯 눈이 커졌다.“왜요? 지금 막 정규직 되었고 월급도 올랐잖아.”하시윤은 미리 준비해 둔 말대로 대답했다.“집에 돌봐야 할 아이가 있어서요. 아무래도 두 마리 토끼 다 잡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것 같더라고요.”하시윤에게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연정훈은 한숨을 내쉬었다.“굳이 퇴사까지 안 해도 되는데요. 장기 휴가 쓰면 되죠. 대표님한테도...”“이미 대표님이랑 얘기 끝났어요. 인사도 드렸고요.”그 말에 연정훈도 더 붙잡지 않았다.하시윤이 작성한 사직서를 건네자 그는 곧바로 사인했다.“나중에 다시 일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연락해요. 자리 맞춰줄게요.”과장으로서 하시윤에게 일자리 하나 마련해주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하시윤은 조용히 감사 인사를 전했다.연정훈은 바인더에 그녀의 사직서를 끼워 넣으며 말했다.“남은 건은 내가 알아서 할게요.”그렇게 10분 만에 하시윤은 다시 회사 밖으로 나왔다.서지혁은 그녀에게 일이 끝나면 연락하라고 했지만 하시윤은 굳이 그를 부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택시를 타고 서강 그룹으로 향했다.하지만 회사 건물이 아닌 맞은편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따뜻한 우유를 주문했다.서지혁에게 연락도 하지 않았다.그가 일이 끝나면 알아서 연락할 테니 하시윤은 그저 조용히 기다리기로 했다.10분쯤 흘렀을까.서강 그룹 정문 앞에 차 한 대가 멈춰 섰다.멀지 않은 거리여서 하시윤은 한눈에 알아봤다. 심연정의 차였다.심연정은 맞춤 슈트에 머리를 단정히 묶어 올린 채 차에서 내렸다.옆에 따라온 비서에게 몇 마디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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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진짜 크네요

서지혁의 손길이 워낙 눈에 띄어 지나가는 사람들은 하나둘 시선을 돌렸다.서인준은 사무실 문 앞에서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형, 점심은 형수님이랑 밖에서 먹는 거야? 우리 같이 점심 먹기로 했잖아.”둘 사이에 점심 약속 같은 건 없었다.하지만 서지혁은 태연히 말했다.“취소됐어.”서인준은 괜히 심술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렸다.“형수님만 오면 난 바로 버리고 가네. 진짜 매정해.”하시윤은 숨을 길게 들이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해 뒤를 돌아보니 서인준은 아직도 서지혁의 사무실 문 앞에 서 있었다.그 뒤쪽, 조금 떨어진 곳에는 성문영과 심연정이 말없이 서 있었다.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이 서지혁이 심연정에게 보여주려는 계산된 연출이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서인준은 둘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채 해맑게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래. 데이트 가. 나 걱정은 말고. 난 혼자도 잘 다녀!”하시윤은 시선을 거두며 낮게 속삭였다.“지혁 씨 어머니 곧 폭발하실 것 같은데.”“어차피 나한테 화내는 건 아니잖아.”서지혁이 담담히 말했다.“인준이도 이제는 익숙해져야지.”“참 좋은 형이네.”하시윤이 말했다.“인준 씨는 아주 복 받은 거지.”‘형제가 서로를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상극이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섰다. 문이 닫히기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하시윤은 엘리베이터 안을 몰래 훔쳐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다.외부에는 심연정이 서지혁의 공식적인 여자친구로 알려져 있었는데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기도 했다.여자친구가 바로 옆에 있는데 서지혁은 다른 여자의 허리를 감싸 안고 떠났으니, 이건 거의 특종이나 다름없었다. 화장실과 탕비실에서 이 이야기가 얼마나 떠들썩하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지는 안 봐도 뻔했다.건물 밖으로 나와 차에 오른 두 사람은 곧장 교외로 향했다.도착한 곳은 여전히 그 한옥이었고, 여전히 한복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가 그들을 맞았다.하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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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챙길 게 있으니까

점심은 밖에서 해결했다.밥 먹는 내내 서지혁의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울렸다. 누군가 계속 전화를 걸어오는 듯했다.하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잠시 후에는 벨 소리가 아닌 진동으로 바뀌었고 문자도 여러 통 들어왔다.서지혁은 화면만 한번 보고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이 조용해졌다. 서지혁이 무음 모드로 바꾼 건지, 연락한 쪽에서 체념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서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하시윤도 묻지 않았다.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누가 전화 왔을지는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성문영이겠지.아침에 회사에서 그 난리를 피웠으니 심연정의 입장은 많이 곤란해졌을 것이다. 성문영은 심연정을 많이 예뻐했으니 전화로든 문자로든 캐물으려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식사를 마친 뒤 서지혁은 하시윤을 본가로 데려다주었다.오전 내내 한 것도 없는데 하시윤은 온몸이 녹초가 된 듯 피곤해 보였다.차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눈꺼풀이 축 내려가더니 그녀는 자리를 잡으며 말했다.“운전 천천히 해. 나 잠 좀 잘게.”서지혁이 대답했다.“응, 자.”그는 속도를 조금 늦추고 운전하면서 틈틈이 하시윤을 흘끗거렸다.전날 밤 임신 초기의 여러 증상들을 찾아봤는데 졸림이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곰곰이 생각해 보면 둘이 집에 돌아오기 전부터 하시윤은 이미 기력 없는 상태였다.호텔에서도 하루 종일 자기만 했는데 아무리 흔들어도 깨지 않았었다.차가 본가 주차장에 멈췄을 때도 하시윤은 여전히 잠든 채였다.서지혁은 한참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내려 조수석 쪽으로 돌아갔다. 문을 열고 안전벨트를 풀어주려 몸을 숙이자, 그 순간 하시윤이 눈을 떴다.그러나 반쯤만 깬 얼굴이었다.몽롱한 표정으로 손을 뻗더니 서지혁의 목을 감고 몸을 그의 품으로 기대었다.서지혁은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받치고, 다른 한 손은 무릎 뒤로 넣어 그녀를 가볍게 들어 올렸다.잠시 후, 하시윤은 다시 눈을 떴고 이번에는 완전히 깬 듯했다.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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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많이 좋아하는 거 알아

서경민은 창틀에 손을 올리더니 손가락으로 천천히 두드리며 말했다.“너는 우리가 그 집을 편든다고만 생각하나 봐? 심씨 가문이 우리에게 끈질기게 엮여 떨어지지 않는 건 왜 못 보는 거야?”그는 말을 이었다.“애초에 너 하는 짓을 생각해 봐. 심태진이나 정경란이 왜 널 아직까지 참고 있는 것 같아?”심연정은 그 부부가 금이야 옥이야 키운 외동딸이었다.그런 딸의 자존심이 서지혁에게 그렇게 짓밟혔는데 다른 이유가 없었다면 진작 뒤집어졌을 일이었다.서경민이 짧게 웃었다.“다들 목적이 있으니까 버티는 거다.”그리고 덧붙였다.“심씨 가문의 주력 시장은 해외고 지금 매출이 불안정하지. 그래서 후퇴할 길이 필요한데 우리는 반대로 그 사람들의 해외 라인을 통해 진출하고 싶어 해. 서로 필요한 거 챙기는 거지, 뭐 대단한 감정이 있겠어.”서지혁이 말했다.“해외 시장 뚫는 게 꼭 그쪽 집안을 통해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그래. 꼭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니지.”서경민이 그의 말을 끊었다.“우리 수준으로 그 사람들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그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가 고개를 돌려 아들을 바라보더니 화두를 돌렸다.“넌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그래.”그러고는 말을 덧붙였다.“심연정이 싫으면 다른 방법 얼마든지 있다. 큰 흐름만 지나면 자연스레 정리할 시점도 오고.”서지혁이 뭐라고 말하려 하자 서경민은 손을 들어 저으면서 먼저 입을 열었다.“하시윤 말인데, 네가 많이 좋아하는 거 알아. 예쁘게 생겼는데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고생도 많이 해서 보면 마음 약해지겠지.”창밖을 향한 그의 눈빛이 조금 누그러졌다.“그런데 지혁아, 뭐가 중요한지는 알아야 한다.”그리고 조용히 덧붙였다.“그 애 한 명 책임지는 건 큰일도 아니야. 정말 계속 마음이 간다면 그때 가서 다시 방법을 생각해 봐도 되잖아.”다들 성인이니 굳이 말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할 필요는 없었다. 눈치껏 알아들으라는 뜻이었다.서경민이 피식 웃었다.“네가 연애 경험이 아직 부족해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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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우리 둘

하시윤은 잠이 깊게 들었다가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배고파서 깨어났다.세수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거실에는 한효진이 앉아 있었고 서정우도 내려와 있었다.소파에 앉아 머리 위에 화관을 쓰고 있던 아이는 손에 조립 장난감을 들고 있었는데 한효진에게 조립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한효진은 감탄하며 말했다.“이야, 이렇게 하는 거구나. 왕할머니는 하나도 몰랐네.”서정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저는 보면 바로 알아요. 저 되게 똑똑해요.”아이는 말을 이었다.“나중에 동생한테도 가르쳐 줄게요. 어떻게 조립하는지.”한효진은 흐뭇하게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그럼 동생은 정우한테 맡길게. 정우가 잘 돌봐줄 거지?”서정우는 시선을 장난감에 둔 채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리고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저는 분유도 타 줄 수 있고 기저귀도 갈아 줄 수 있어요.”조금 더 생각한 뒤 아이는 말을 덧붙였다.“노래도 불러줄 수 있어요. 잠도 재워 줄 수 있고요.”아이는 말을 마치고는 노래를 흥얼거렸지만 음이 하나도 맞지 않아 무슨 노랜지조차 알 수 없었다.한효진은 폭소를 터뜨렸다.“아휴, 귀여워라. 동생이 나중에 오빠를 참 좋아하겠다.”그때 계단 위에서 한참 서 있던 하시윤이 조용히 내려왔다.“정우야.”한효진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오래 잤네. 어디 불편한 데는 없지?”하시윤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푹 잤어요.”서정우는 하시윤을 보자마자 장난감을 내려놓고 두 손을 뻗었다.“엄마!”하시윤은 아이를 안아 올리려 했지만 한효진이 다급하게 그녀를 말렸다.“아이고, 지금 막 이렇게 안으면 안 되지. 무리하면 안 돼.”그제야 하시윤도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아이를 안아 들어도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조심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 그녀는 서정우의 어깨만 감싸고는 가볍게 토닥였다. 그리고 아이의 옆에 앉았다.“엄마 뱃속에 동생이 있어서 지금은 안아 주기 어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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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서지혁이 말했다.“나 진지해. 네가 원하기만 하면...”“아니.”하시윤이 그의 말을 잘랐다.“내가 원하면 정우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는 얘기야? 그런 뜻이라면 나는 원하지 않아.”담담한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묻어 있었다.“정우를 나한테 줄 생각이 없잖아. 그럼 나는 정우와 더 이상 이어질 방법이 없어. 아이는 안정된 환경에서 살아야 하고 그 안정된 환경에 내가 끼어들어선 안 되지.”서지혁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하시윤이 먼저 말을 이어갔다.“아니면 내가 여기 남아도 된다는 뜻이었던 거야?”하시윤은 문득 점심때 서지혁이 자신의 이마에 남긴 가벼운 입맞춤이 떠올라서 속이 답답해졌다.“나는 그것도 싫어.”하시윤이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지혁 씨 집안에서 나를 받아들일 가능성부터가 없고. 그리고 나는...”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정말로, 진짜로 지혁 씨네 가족이 너무 싫어. 정우 때문에 참고 있는 것뿐이지, 정우 아니었으면 하루도 못 버텼을 거야.”“시윤아.”서지혁이 말했다.“그런 문제들은 내가 다 해결할 수 있어.”“필요 없어.”하시윤이 고개를 저었다.“지혁 씨가 내 인생에 관여할 이유 없어. 내 선택은 내가 할게.”그녀는 누구든 자신을 위해 결정해 주는 걸 원하지 않았다.누군가 그녀 대신 선택해 준 일은 처음에 고마울지 몰라도, 나중에 마음이 변하면 원망으로 바뀔 수도 있는 법이니까.그래서 그런 부담을 지고 살고 싶지 않았다.서지혁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너 나한테 단 1%도 그런 마음이...”“없어.”하시윤이 다시 그의 말을 끊었다.“그런 마음 없어.”그녀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손에서 만지작거리던 블록을 어디에 둬야 할지조차 몰라 허공에서 맴돌았다. 목소리도 한 톤 낮아졌다.“나는 정우를 살리고 싶을 뿐이야. 그게 다야.”서지혁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 안의 분위기는 갑자기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그 기운은 어린 서정우에게까지 전해졌다.아이는 조심스레 다가와 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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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형수님뿐이었어요

서인준이 서지혁을 향해 말했다.“뭐 하고 있어. 가서 밥 먹자.”서지혁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가 잠시 뒤에 아이를 안은 채 식탁 앞에 앉았다.서인준은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껏 파악하고는 슬쩍 하시윤 쪽으로 다가섰다.“둘이 싸웠어요?”“아니요.”하시윤은 담담하게 말했다.“왜 싸워요.”서인준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죠. 형수님 지금 임신했는데 형이 극진히 챙겨도 모자랄 판이죠.”그는 식탁 쪽을 힐끗 보고는 의미심장하게 말을 덧붙였다.“어제 형이 자기 방에서 잔 것 같은데 제대로 못 잤나 봐요?”서인준은 하시윤의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뒤에서 살짝 밀며 말했다.“가요. 배고프다. 할머니가 형수님 내려오기 전까지 아무도 못 먹게 하셨어요.”식탁에서는 서지혁이 서정우를 의자에 앉히고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하시윤의 어깨 위를 스쳐 지나갔다. 순간 그의 얼굴은 굳었다.서지혁이 앉은 자리는 여전히 하시윤의 옆이었다. 하시윤이 다가와 자리에 앉았지만 그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한효진이 자리에 앉은 뒤 하시윤에게 물었다.“언제쯤 초음파 검사를 받을 거니?”하시윤이 채 대답하기도 전에 서지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토요일에요. 토요일은 제가 쉽니다.”“그래.”한효진이 짧게 답했다.“네가 같이 가야 마음이 놓여. 아줌마만 데리고 가는 건 불안하더라고.”그 후로 식탁 위는 다시 잠잠해졌다. 서지혁은 서정우에게 먼저 밥을 다 먹인 후에야 식사를 시작했다.그때쯤 하시윤은 이미 식사를 마친 상태로 수저를 내려놓았다.한효진은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말했다.“앞으로 밥을 다 먹었으면 굳이 여기 앉아 있을 필요 없다. 피곤하면 가서 쉬고 심심하면 밖에 나가 산책하렴. 다른 사람 신경 쓸 거 없어.”서인준은 곧바로 말했다.“우리 할머니 이렇게 따뜻한 분이신지 몰랐네요. 너무 형수님만 챙기는 거 아니에요?”한효진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그러니까 너도 좀 보고 배워라. 네 아버지가 어제 거의 새벽에 돌아왔잖아. 넌 젊은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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