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Kapitel 261 – Kapitel 270

362 Kapitel

제261화 예뻐

식사를 마친 서인준은 맞선을 준비했다는 게 진짜인지 확인하기 위해 곧장 성문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 성문영의 목소리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벌써 들었니?”그녀가 덧붙였다.“얘기는 오가고 있는데 지금 네 할머니가 편찮으시니 나도 도저히 기운이 안 나네. 당분간은 뒤로 좀 미뤄둬야 할 것 같아.”그러더니 되물었다.“왜? 벌써 마음에 둔 처자라도 있는 거야?”“아니요.”서인준이 대꾸했다.“그냥 물어본 거예요.”그는 슬쩍 서경민의 의중을 떠보았다.“아빠는 뭐라셔요?”성문영은 어디 기댄 채 몸을 뒤척이는지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나른하게 답했다.“네 아빠는 별말씀 없으셨어. 그냥 나보고 좀 알아보고 참고만 하라는데 딱히 눈에 들어오는 아가씨가 없네.”그녀는 기운이 없는 와중에도 잔소리를 잊지 않았다.“네 지랄 같은 성격을 아는데 내가 어떻게 함부로 맞선을 주선하겠니? 잠깐 얌전한 척 연기를 해서 속일 수는 있겠지만 결혼해서 네 본색이 드러나면 어느 집 딸내미가 널 견디겠어? 괜히 싸움만 나고 집안끼리 의만 상할까 봐 걱정이다.”참으로 사려 깊은 어머니였다. 그제야 서인준은 조금 안심한 듯했다.“알겠어요.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어요.”그는 이어 한효진의 상태를 물었다. 그 대목에서 성문영은 정말 할 말이 많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한효진이 대체 무슨 죄를 짓고 사는 건지, 낮이고 밤이고 악몽에 시달리며 불안해한다는 것이었다.의사가 처방해 준 수면제도 별 효과가 없자 급기야는 무속인을 불러 집에서 굿이라도 한판 벌여야겠다며 억지를 부린 모양이었다.“내가 겨우 말리긴 했다만 네 할머니 고집 알잖니. 아마 우리 몰래라도 기어이 사람을 부를 거야.”서인준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세요. 아빠가 워낙 효자니까 할머니가 저렇게 생떼를 쓰시면 결국 다 들어주실걸요.”성문영은 더 이상 대화할 기운도 없는지 전화를 끊으려 했다.“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며칠 간병했더니 온몸이 쑤시는구나.”사실 간병인이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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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너 지혁이 좋아하지?

저녁때도 식탁 앞에는 세 사람뿐이었다.화기애애하게 식사를 하던 중, 서지혁의 휴대폰이 울렸다. 성문영이었다. 그녀는 다짜고짜 서경민이 집에 있는지부터 물었다.서지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아니요, 아직 안 들어오셨어요.”전화기 너머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자 그가 되물었다.“무슨 일이에요?”성문영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가득 섞여 있었다.“네 할머니가 퇴원하겠다고 난리다. 집에서 요양하시겠다네.”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네 아빠한테 전화를 해도 안 받으시고 할머니는 저렇게 막무가내시니 내가 감당이 안 된다.”한 번 고집이 피어오른 한효진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의사들의 만류도 소용없었다. 옆에서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서인준이 눈짓을 보냈다.“뭐래?”서지혁이 휴대폰의 스피커폰을 켰다. 성문영의 목소리가 식탁 위로 선명하게 흘러나왔다.“네 아빠가 동의만 하면 바로 퇴원 수속 밟으려고 한다. 어차피 이제 주사 맞을 일도 없고 약 먹고 산소호흡기를 끼는 건 집에서도 할 수 있으니까.”하지만 그녀 역시 독단적으로 결정할 배짱은 없었다. 이번에 쓰러진 한효진의 상태가 워낙 위태로웠던 터라 섣불리 퇴원시켰다가 집에 가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서경민의 원망을 고스란히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할머니 좀 바꿔줘요.”잠시 후, 전화기 너머로 한효진의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기는 잠자리가 뒤숭숭해서 도저히 못 있겠다. 눈만 감으면 온갖 잡귀들이 들끓는다니까. 이러다간 내 명에 못 죽어! 토 달지 말고 당장 퇴원 수속 밟아라. 난 무조건 집에 갈 거다!”그녀는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도 안 한 채 고함부터 질렀다.“빨리! 빨리 수속 밟으라고!”“알았어요.”서지혁이 짧게 대답하자 다시 성문영이 전화를 넘겨받았다.“퇴원시키세요. 대신 가정의학과 의사 선생님을 불러서 일주일간 집에서 상주하게 할게요.”서지혁이 총대를 매자 성문영도 더는 토를 달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그가 휴대폰을 내려놓자 서인준은 황당하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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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우리 집안 사람 닮으면 안 돼

성문영은 하시윤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말을 이었다.“좋아해 봤자 소용없어. 너희 둘은 절대 이어질 수 없는 사이니까.”하시윤이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았다.“왜 그렇게 생각하시죠?”성문영은 백합 한 송이를 꺾어 코끝에 대고 향을 맡았다. 향이 너무 진했는지 금세 코를 찡그리며 꽃을 멀리했다.“왜냐고? 그걸 몰라서 물어?”그녀는 비웃듯 덧붙였다.“네 신분으로는 지혁이 곁에 설 수 없으니까. 너처럼 높은 가지 한번 잡아보려는 애들은 항상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보더라.”“그럼 여사님은요?”하시윤이 차분하게 맞받아쳤다.“여사님도 예전에 그 높은 가지 잡으신 거 아니었나요? 본인이 이미 갔던 길인데 왜 저는 못 간다고 하시는 거죠?”자신의 과거가 언급되자 성문영의 안색이 확 변했다. 하시윤은 무표정한 얼굴로 쐐기를 박았다.“제가 알기로 당시 여사님 조건은 지금의 저보다도 못했던 걸로 아는데요.”성문영이 콧방귀를 뀌었다.“말주변 하나는 끝내주는군.”그녀는 눈썹을 까딱이며 말을 이었다.“그래, 내 친정 조건이 별로였던 건 사실이야. 하지만 나에게는 네가 죽었다 깨어나도 못 가질 강점이 하나 있었지.”그러면서 승리자처럼 미소를 지었다.“어머님이 나를 아주 아끼셨거든. 당시 어머님은 나와 경민 씨의 결혼을 누구보다 찬성하셨어.”그녀는 비릿하게 웃으며 마무리했다.“나는 시어머니의 사랑을 받았지만 너는 나한테 미움받고 있잖아. 이게 결정적인 차이야. 네 조건이 제아무리 좋아봤자 소용없다는 뜻이지.”하시윤의 표정에는 미동조차 없었다.“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죠?”그녀가 덤덤하게 덧붙였다.“심연정 씨는 여사님 마음에 쏙 들었나 본데 결국 어떻게 됐나요? 아무 소용이 없었잖아요.”완벽한 카운터 펀치였다. 성문영은 할 말을 잃고 입을 떡 벌렸다.하시윤은 몸을 돌려 본채로 향하며 툭 던지듯 말했다.“오늘 나가는 길에 심 회장님을 만났는데 상태가 아주 안 좋아 보이더라고요. 혹시 두 분 싸우기라도 하셨어요?”갑작스러운 화제 전환에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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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태동

다음 날, 도사가 그린 노란 부적이 서씨 가문의 창문 귀퉁이와 벽면마다 빼곡히 붙었다. 본채뿐만이 아니었다. 하시윤이 뒷마당에 가보니 사람이 살지 않는 별채 외벽에는 훨씬 더 많은 부적이 도배되어 있었다. 언뜻 봐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풍경이었다.본채에는 부적 외에도 엽전 묶음이나 팥 묶음이 걸려 있었다. 귀신을 쫓는 건지 복을 부르는 건지 알 수 없는 조합이었다. 엽전은 한눈에 봐도 시장 바닥에서 대량으로 떼어온 듯 조잡하기 짝이 없었다.하지만 한효진은 이 조잡한 물건들을 철석같이 믿었다. 거동조차 불편한 몸으로 휠체어에 앉아 사람들을 불러 모으더니 어디에 무엇을 붙이고 걸지 일일이 지시했다.점심 무렵 퇴근한 서지혁과 서인준은 집 꼴을 보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서인준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아주 알록달록 난리가 났네.”그는 외벽에 붙은 부적 하나를 떼어내 요리조리 살폈다. 도대체 무엇을 그린 건지 알 수 없는, 그저 아이들이 낙서한 것처럼 기괴한 문양뿐이었다. 서인준이 덧붙였다.“누가 봐도 사기꾼 솜씨인데 이걸 믿는다고?”곁에 서 있던 서지혁이 차갑게 대꾸했다.“너무 겁에 질리면 판단력부터 흐려지는 법이니까.”가짜든 진짜든 상관없을 터였다. 한효진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테니까.서인준은 손에 든 부적을 구겨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며 중얼거렸다.“할머니가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저렇게까지 겁을 내시는 건지 모르겠네.”집안 곳곳에 부적을 붙이는 것도 모자라 한효진은 뒷마당에 작은 불당을 차리고 불상과 경전까지 모셔다 놓았다. 주방에도 따로 명을 내려 오늘부터는 고기를 끊고 채식만 하겠다며 선언했다.하시윤은 기가 찼다. 도사니 불교니 온갖 신앙을 잡다하게 섞어 믿는 꼴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만큼 그녀의 내면에 도사린 공포가 거대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서경민은 어머니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었다. 본인은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지만 그저 어머니의 마음이 편하다면 상관없다는 식이었다. 서경민은 남편으로서도, 아버지로서도 불합격이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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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매수

하시윤은 불당 안으로 걸어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은 후 침묵을 지켰다. 한효진은 불상을 향해 삼배를 올리고 손까지 깨끗이 씻은 뒤에야 휠체어를 몰고 다가왔다.“요즘 몸은 좀 어떠니? 배도 제법 불렀던데 힘들지는 않고?”그녀가 덧붙였다.“집안일에 신경 쓸 게 많고 내 몸도 이 모양이라 진작 너를 더 챙겼어야 했는데 도통 틈이 나질 않았구나.”하시윤은 그녀를 바라보며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한효진의 목소리는 온화했고 태도 역시 나무랄 데 없었다. 임신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도 잠시 잘해준 적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소름 돋을 만큼 자애로운 분위기를 풍긴 적은 없었다.잠시 침묵하던 하시윤이 답했다.“괜찮아요. 딱히 입덧이 심하거나 그렇지는 않아서요.”한효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다행이구나. 임신이라는 게 원래 기력을 다 쏟아붓는 일인데 별 반응이 없다니 천만다행이야.”그녀는 휠체어 등받이에 기대며 다시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손을 까딱하자 가정부가 서둘러 들어와 코에 산소호흡기를 끼워주었다. 산소를 한참 들이마신 뒤에야 호흡이 안정된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경민이를 가졌을 때는 나이도 젊고 체력도 좋을 때였는데도 고생을 참 많이 했단다. 일곱 달 넘게 구토를 해대는 바람에 뼈만 남을 정도였지.”그녀는 옛 기억이 떠오르는지 희미하게 웃었다.“의사도 방법이 없다더구나. 이런 건 사람 힘으로 어쩔 수 없으니 아이를 낳고 나서 천천히 몸을 추스르는 수밖에 없다고 말이야.”그녀는 하시윤을 빤히 바라보았다.“그런데 너는 안색도 좋아 보이니 이 아이는 분명 부모에게 효도하러 온 복덩이가 틀림없어.”복덩이라는 말을 내뱉던 한효진은 문득 서정우가 생각난 듯 눈빛이 복잡해졌다.“그 아이도 참 가엽지. 태어날 때부터 짊어진 짐이 있으니 불공평한 면이 있어.”하시윤은 자신의 배를 가만히 어루만지다 대답했다.“사랑만 충분하다면 괜찮아요. 그저 도구로 이용당하는 게 아니라면요.”한효진은 짐짓 놀란 듯 서둘러 손사래를 쳤다.“아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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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밑바닥

연성 그룹 사람들과의 미팅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귀찮은 걸 딱 질색하는 연재윤이 있는 덕분에 모든 절차가 간소화되었다. 계약서를 검토한 상대측은 조항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곧바로 도장을 찍었다.서류 작업이 끝나자마자 연재윤은 기지개를 크게 켜며 입을 열었다. 어젯밤 새벽녘에야 귀가해서 잠을 설쳤으니 이제 볼일 다 봤으면 집에 가서 잠이나 자겠다는 소리였다. 그를 따라온 직원들은 마치 어린애를 달래듯 어련하시겠냐며 맞장구를 쳤다.서지혁과 서인준은 그들을 건물 아래까지 배웅했다.그런데 차에 올라타려던 연재윤이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 친구와 어느 클럽에서 약속이 생겼으니 거기로 데려다 달라는 것이었다.엄연한 근무 시간에 놀러 가겠다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하건만, 연성 그룹 직원들은 이미 이런 행태에 익숙한 듯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전담 기사를 붙여 그를 목적지까지 모셨다.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서인준이 서지혁을 보며 감탄하듯 읊조렸다.“참 팔자 좋네. 안 그래? 쟤는 무슨 복을 저렇게 타고났대.”서지혁이 그를 힐끗 쳐다봤다.“부러워?”“당연히 부러우니까 하는 소리지.”서인준이 투덜거렸다.“똑같이 회장님 아들로 태어났는데 누구는 상전 노릇 하고 누구는 소처럼 일만 하잖아.”서지혁이 몸을 돌려 회사 로비로 향하며 무심하게 대꾸했다.“네 상전 노릇 할 날도 머지않았으니까 걱정 마. 곧 그렇게 만들어줄게.”두 사람이 사무실로 올라가던 중, 서인준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멈춰 섰다.“참, 회의실에 아직 손님 한 분 계시지 않아?”서지혁이 말했다.“내가 갈게.”서지혁의 말에 서인준이 웃었다.“나도 갈 생각 없었어. 혹시 형이 잊어버렸을까 봐 말해준 거야.”서지혁은 대답 없이 옆에 있던 직원에게 서류 뭉치를 건네며 제 사무실로 가져다 두라고 시킨 뒤, 회의실로 향했다.회의실 안에는 심연정이 넋을 놓은 채 앉아 있었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소리조차 듣지 못할 정도로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한동안 보지 못한 사이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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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실력이 모자랐던 대가

하시윤은 서정우를 데리고 퇴근 시간에 맞춰 서강 그룹을 찾았다.차가 정문 앞에 멈춰 서고 창문이 내려가자 서정우는 창틀에 매달려 고개를 내밀었다.“아빠는 어디 있어요?”하시윤은 아이가 위험할까 봐 뒤에서 살며시 감싸 안았다.“정우야, 조심해야지.”건물에서 쏟아져 나오던 직원들은 단번에 그들을 알아봤다. 지난번처럼 경악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다들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수군거렸다.잠시 후 나타난 서지혁은 차 안의 아이를 발견하자마자 다가와 창 너머로 서정우에게 입을 맞췄다.“우리 정우도 왔네.”그는 차 문을 열어 아이를 안아 올렸다.“아빠 차로 옮겨 타자.”하시윤도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품이 넉넉한 롱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지난번 방문 때는 배가 많이 나오지 않아 옷으로 어느 정도 가려졌지만 이제 뱃속의 아이가 존재감을 드러내며 부풀어 오른 배는 무엇으로도 감출 수 없었다.아직 퇴근하지 않은 직원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는데 눈치를 보며 자리를 뜨는 이들 사이에서는 벌써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시작될 기미가 보였다.서지혁의 차에 올라타자 가정부와 기사는 먼저 떠났다.서지혁이 운전대를 잡으며 말했다.“아는 분이 하는 레스토랑으로 예약했어. 미리 메뉴판 보내서 정우가 먹을 수 있는 요리들로 특별히 부탁해 뒀으니까 걱정 마.”세심한 배려에 하시윤은 고개를 끄덕였고 서정우도 신이 나서 물었다.“와! 저도 같이 먹어도 돼요?”평소 집에서 먹는 영양 식단은 건강에는 좋지만 맛은 그저 그랬다. 기름기도 소금기도 거의 없는 밍밍한 맛에 아무리 메뉴를 바꿔준들 아이 입맛에는 질릴 법도 했다. 서지혁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럼, 당연하지.”차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지혁은 백미러를 슬쩍 확인하고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시선을 돌렸다.레스토랑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해 차에서 내린 서지혁은 한 손에는 서정우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하시윤의 손을 잡은 채 안으로 들어섰다.그들의 뒤를 쫓던 차 한 대가 천천히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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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연애가 얼마나 달콤한데

레스토랑 사장과 친분이 있는 덕분에 서지혁이 예약한 룸은 전망이 가장 훌륭한 곳이었다.자리에 앉자마자 디저트가 나왔는데 서정우를 위해 특별히 준비된 두 조각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사장은 아이의 몸 상태가 일반적인 아이들과 다르다는 점을 배려하면서 주방에 따로 지시해 귀여운 동물 모양의 디저트를 만들게 했다.서정우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환성을 질렀다.“우와! 이거 다 제 거예요?”아이는 너무 예뻐서 차마 먹지도 못하겠다며 어쩔 줄 몰라 했다.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서지혁의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마음에 들면 내일은 집에 말해서 만들어 달라고 할게.”“와, 좋아요!”서정우는 신이 나서 작은 포크를 들고 아주 천천히 아껴 먹었다. 그러면서도 아빠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는 것을 잊지 않았다.“아빠는 정말 최고예요!”“물론 엄마도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엄마고요!”하시윤은 아이의 영특한 처세술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칭찬 고마워, 정우야.”잠시 후 음식이 차례로 서빙되었다.서정우를 위한 특별식을 제외하면 나머지 모든 메뉴는 철저히 하시윤의 입맛에 맞춘 요리들이었다.식사 도중 문이 열리더니 바이올린을 든 연주자가 들어왔다.그 모습에 하시윤은 웃음을 흘렸다.“이런 이벤트까지 준비한 거야?”바이올린 연주자는 부드러운 선율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곡이 끝나고 연주자가 인사를 하며 물러가고 나서야 하시윤이 입을 열었다.“미안해, 내가 음악적 소양이 부족해서 그런지 잘 모르겠네.”서지혁이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아. 다음에 내가 가르쳐줄게.”“지혁 씨, 바이올린 켤 줄도 알아?”하시윤이 의외라는 듯 묻자 서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어릴 때 이것저것 배운 게 많았거든. 회사에 들어가고 바빠지면서 손을 놓긴 했지만 그래도 몸이 기억하고 있을 거야.”하시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회상에 잠겼다.“나도 어릴 때 피아노를 배웠었는데.”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조경순이 집안에 들어오면서 그녀의 모든 수업은 중단되었다.그럴싸한 이유조차 없었다. 그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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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사랑한다고 말해줘

서지혁이 한참을 혼자 조잘거리다 고개를 돌려보니 하시윤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정말이지 화성 그룹이 어떻게 되든 쥐뿔도 관심이 없는 모양이었다.그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다리를 내려놓고 이불을 꼼꼼히 덮어주었다.바로 잠이 오지 않았던 서지혁은 창가에 서서 밤공기를 마시다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흔들의자에 몸을 뉘고 휴대폰을 뒤적이며 시간을 보냈다.한 시간쯤 지났을까, 서경민이 돌아왔다.오늘 하루 종일 얼굴도 못 본 부자였다.서경민이 다가오자 서지혁이 먼저 입을 뗐다.“정경란 씨가 계속 연락하는데 안 받으시니까 결국 심연정이 회사까지 찾아왔더라고요.”서경민은 대답 대신 옆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오늘 할머니 상태는 좀 어떠시니?”“그럭저럭요.”서지혁이 대답했다.“채식만 하시면서 불경 외우고 계세요. 무당인지 도사인지가 와서 한바탕 위로해 주고 가니까 그나마 좀 덜 불안해하시는 것 같더라고요.”서경민은 생각에 잠겼다.“요즘 내 개인 자산에서 자꾸 문제가 일어나네. 사람을 시켜 알아봐도 영 갈피를 못 잡겠어. 마치 누군가 나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빤히 꿰뚫고 있는 기분이야.”“무슨 자산인데요? 어떤 문제가 생겼는데요?”서지혁의 물음에 서경민이 눈을 가늘게 뜨고 아들을 쳐다봤다.“너 정말 모르고 묻는 거냐?”“말씀을 안 해주시는데 제가 점쟁이도 아니고 어떻게 알겠어요?”서경민은 그제야 헛웃음을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네가 여섯 살이었나 일곱 살이었나?”“할아버지요?”서지혁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기억을 더듬었다.“글쎄요, 워낙 오래전이라 정확히는 기억 안 나네요. 계산 좀 해봐야겠는데요.”서경민 역시 답을 원한 건 아니었다.“나도 가물가물하구나. 하도 오래전 일이라.”그가 덧붙였다.“하지만 네 할아버지가 참 고통스럽게 가셨다는 건 기억해. 그 병이 사람 피를 말리는 병이었거든.”“너무 어릴 때라 기억이 잘 안 나요. 유일하게 생각나는 건 가정부 아주머니가 저랑 인준이를 붙잡고 2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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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그때도 과연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을까

하병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을 때, 하시윤은 위층에서 서정우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다.옆에 둔 휴대폰 화면이 밝아졌지만 저장되지 않은 번호가 나열되어 있었다.그래서 하시윤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예 무음으로 돌려버리고는 모르는 척 아이를 달래며 한참을 더 놀아주었다.아이가 흥미를 잃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시작해서야 하시윤은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화면을 켜보니 부재중 전화가 여덟 통이나 찍혀 있었고 문자도 와 있었다.하병우뿐만 아니라 하민지까지 그녀에게 전화를 해댄 모양이었다.하시윤이 하병우에게 전화를 걸자마자 저쪽에서 기다렸다는 듯 바로 전화를 받았다.그녀가 입을 떼기도 전에 하병우는 다급하게 말을 쏟아냈다.“시윤아, 제발 나 좀 도와줘. 우리 집 회사 좀 살려줘!”우리 집 회사라니.참으로 우스운 소리였다.하시윤은 벽에 몸을 기댄 채 무심하게 물었다.“무슨 일인데요?”하병우는 몹시 초조한지 말이 아주 빨랐다.현재 화성 그룹이 겪고 있는 일련의 난관들에 대해 그는 이미 원인이 무엇이고 누가 손을 썼는지 눈치채고 있었다.하지만 본인이 입을 잘못 놀려 화를 자초했다는 말은 쏙 빼놓은 채 모든 화살을 하시윤에게 돌렸다.4년 전의 일 때문이라고, 그녀가 서지혁과 하룻밤을 보낸 것 때문에 심태진 일가가 앙심을 품게 되었는데 그녀를 건드릴 수 없으니 대신 화성 그룹을 짓밟는 것이라며 억지를 부렸다.하시윤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나 때문이라고요?”그녀는 차갑게 덧붙였다.“4년 전 그 황당한 밤을 만든 게 대체 누구 때문이었는지 잊으셨나 봐요?”과거를 들추면 결국 모든 책임은 하병우에게 있었다.그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버벅거리다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웅얼거렸다.“에이, 그건 다 지나간 일 아니냐. 지금은 눈앞의 불부터 꺼야지.”그는 비굴하게 말을 이었다.“시윤아, 지금 서 대표랑 사이가 각별하다는 거 안다. 그 사람이 네 신분 따위 상관 안 할 만큼 너한테 푹 빠졌다면서? 하지만 사람 일은 멀리 봐야 하는 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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