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병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을 때, 하시윤은 위층에서 서정우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다.옆에 둔 휴대폰 화면이 밝아졌지만 저장되지 않은 번호가 나열되어 있었다.그래서 하시윤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예 무음으로 돌려버리고는 모르는 척 아이를 달래며 한참을 더 놀아주었다.아이가 흥미를 잃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시작해서야 하시윤은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화면을 켜보니 부재중 전화가 여덟 통이나 찍혀 있었고 문자도 와 있었다.하병우뿐만 아니라 하민지까지 그녀에게 전화를 해댄 모양이었다.하시윤이 하병우에게 전화를 걸자마자 저쪽에서 기다렸다는 듯 바로 전화를 받았다.그녀가 입을 떼기도 전에 하병우는 다급하게 말을 쏟아냈다.“시윤아, 제발 나 좀 도와줘. 우리 집 회사 좀 살려줘!”우리 집 회사라니.참으로 우스운 소리였다.하시윤은 벽에 몸을 기댄 채 무심하게 물었다.“무슨 일인데요?”하병우는 몹시 초조한지 말이 아주 빨랐다.현재 화성 그룹이 겪고 있는 일련의 난관들에 대해 그는 이미 원인이 무엇이고 누가 손을 썼는지 눈치채고 있었다.하지만 본인이 입을 잘못 놀려 화를 자초했다는 말은 쏙 빼놓은 채 모든 화살을 하시윤에게 돌렸다.4년 전의 일 때문이라고, 그녀가 서지혁과 하룻밤을 보낸 것 때문에 심태진 일가가 앙심을 품게 되었는데 그녀를 건드릴 수 없으니 대신 화성 그룹을 짓밟는 것이라며 억지를 부렸다.하시윤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나 때문이라고요?”그녀는 차갑게 덧붙였다.“4년 전 그 황당한 밤을 만든 게 대체 누구 때문이었는지 잊으셨나 봐요?”과거를 들추면 결국 모든 책임은 하병우에게 있었다.그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버벅거리다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웅얼거렸다.“에이, 그건 다 지나간 일 아니냐. 지금은 눈앞의 불부터 꺼야지.”그는 비굴하게 말을 이었다.“시윤아, 지금 서 대표랑 사이가 각별하다는 거 안다. 그 사람이 네 신분 따위 상관 안 할 만큼 너한테 푹 빠졌다면서? 하지만 사람 일은 멀리 봐야 하는 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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