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Chapter 251 - Chapter 260

362 Chapters

제251화 지혁 씨가 저를 좋아해 주는 걸로 충분해요

이야기가 나온 김에 서인준이 몇 마디 더 보탰다.“형도 나처럼 심연정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랬을 수도 있는데, 내가 듣기로는 4년 전 그 사건 이후로 아빠 태도가 꽤 유해졌었대. 엄마는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으셨지만 말이야.”그는 서지혁을 빤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그때 아빠가 집안이나 인품이나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참한 아가씨들을 몇 명 골라서 형 의사를 물었는데 형이 단칼에 다 거절했었잖아?”그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대체 왜 그랬던 거야?”서지혁이 차 문을 열며 말했다.“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그가 덧붙였다.“아빠는 그냥 툭 던져본 거고 나도 그냥 한 귀로 흘린 얘기야. 그게 어떻게 네 귀에까지 들어갔대.”서인준이 낄낄거리며 조수석에 올라탔다.“엄마한테 들었지. 아빠가 쓸데없는 데 참견한다고 투덜거리시더라고. 부부끼리 은밀하게 상의까지 한 거 보면 아빠는 나름 진지하셨던 게 분명해.”“그래?”서지혁이 시동을 걸었다.“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도 안 난다.”서인준은 안전벨트를 매며 형을 힐끗 쳐다봤다.“어려서부터 같이 자라온 심연정도 싫다, 다른 집안 귀한 따님들도 다 싫다 했잖아. 형이 그때 형수님을 끔찍하게 싫어했다는 걸 몰랐다면 난 형이 내내 형수님을 기다린 줄 알았을 거야.”서지혁이 헛웃음을 터뜨렸다.“너 소설 써도 되겠다.”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서인준은 창밖을 내다보며 중얼거렸다.“둘이 제대로 알고 지낸 지 얼마나 됐다고 그렇게 마음을 다 줬나 몰라. 내가 아는 형은 그렇게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드는 타입이 아닌데 말이지. 그렇다고 형이 예전부터 형수님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고 보기에는 또 앞뒤가 안 맞고.”혼자 생각하다 머리가 꼬였는지 그는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저었다.“모르겠다, 몰라. 내가 형 생각을 어떻게 알아.”서지혁은 대꾸 없이 액셀을 깊게 밟았다.가는 길에 그는 하시윤에게 전화를 두 번이나 걸었지만 받는 사람은 없었다. 곁에서 지켜보던 서인준이 의외라는 듯 물었다.“웬일이야? 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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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쇼윈도 부부

잠시 생각에 잠겼던 서지혁이 툭 내뱉었다.“하긴. 네가 살면서 내 마음에 쏙 드는 말을 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그는 하시윤을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체념한 듯 중얼거렸다.“말하기 싫으면 말아.”그녀의 다리 옆을 짚고 있던 손이 갑자기 올라와 하시윤의 턱을 가볍게 쥐었다. 서지혁은 그녀의 고개를 들어 올리게 하더니 그대로 입을 맞췄다.그녀의 입술에서 나오는 말들은 하나같이 가시가 돋아 아픈데, 막상 입을 맞추면 기가 막히게 달콤했다. 사람 홀리는 데 뭐 있는 게 분명했다.하시윤이 그를 밀어냈다.“비켜.”그녀가 쏘아붙였다.“누가 들어오면 어쩌려고 그래.”서지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누가 들어와도 상관없다는 태도였다.그는 아예 몸을 더 낮게 눌러 그녀가 도망갈 틈조차 주지 않았다.하시윤은 참다못해 무릎을 세워 올렸다. 정확히 그의 급소 근처를 방어하듯 막아섰다. 하지만 서지혁은 피하지 않았다. 설마 그녀가 진짜로 자기를 칠 리 없다는 데 판돈을 건 모양이었다.결국 하시윤은 진짜로 내리치지 못하고 발을 내려놓았다. 대신 손으로 서지혁을 밀어내며 고개를 돌려 피했다.서지혁은 그녀의 입술을 살짝 깨물고 나서야 비로소 놓아주었다. 하시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소파에 몸을 기대고 한마디 내뱉었다.“뻔뻔하기는.”“내다 이런 사람인 줄 몰랐어?”서지혁이 능청스럽게 대꾸했다.“그깟 체면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하시윤은 이가 갈린다는 듯 그를 노려보더니 손등으로 입술을 닦아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으로 향했다.“나쁜 놈. 왜 이렇게 아프게 깨물어!”“장미꽃 챙겨가.”서지혁이 소파에 떨어진 장미 한 송이를 집어 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하시윤은 돌아보지도 않았다.“안 가져!”서지혁은 그녀를 따라가는 대신 밖으로 나갔다. 거실 문턱 옆에는 서인준이 벽에 기댄 채 서 있었다. 방금 안에서 벌어진 낯 뜨거운 광경을 다 지켜본 게 분명했다.서지혁은 부끄러운 기색 하나 없이 물었다.“갔냐?”“울면서 가더라.”서인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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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서지혁이 위층으로 올라갔지만 서정우의 방에 하시윤은 없었다. 아이와 놀아주던 그는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와 하시윤의 방으로 향했다. 문 앞에서 잠시 귀를 기울여 보았으나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간 서지혁은 그만 헛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하시윤은 잠옷으로 갈아입지도 못한 채 침대에 대자로 뻗어 잠들어 있었다. 이불도 덮지 않은 그녀의 손바닥 위에는 휴대폰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아마 휴대폰을 뒤적거리다 밀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곯아떨어진 모양이었다.그는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머금고 다가가 그녀를 조심스럽게 안아 바르게 뉘었다. 잠결에 기척을 느낀 하시윤이 살며시 눈을 떴지만 상대가 서지혁인 것을 확인하자마자 안심한 듯 다시 눈을 감고 제 몸을 맡겼다.서지혁은 능숙하게 그녀의 겉옷을 벗기고 편안한 잠옷으로 갈아입혔다. 옷을 갈아입히던 그의 시선이 잠시 그녀의 배 근처 머물렀다. 똑바로 누워 있으니 아직은 임신한 티가 전혀 나지 않는 매끈한 배였다.그는 몸을 숙여 그녀의 배에 귀를 가만히 대보았다. 아직은 너무 초기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그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배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러고는 잠옷 자락을 내려주고 이불까지 꼼꼼히 덮어주었다.그는 하시윤의 손에서 휴대폰을 가져왔다. 잠시 망설이다 화면을 켜보니 잠금이 걸려 있었다. 그는 자는 하시윤의 손을 끌어당겨 지문으로 가볍게 잠금을 풀었다.화면은 카톡 페이지에 멈춰 있었다. 그리고 지윤정과 주고받은 메시지들이 보였다.하시윤 쪽에서 답장이 끊기자 지윤정이 대체 어디 갔냐며 대여섯 개의 메시지를 연달아 보내둔 상태였다.서지혁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대신 답장을 보냈다. 하시윤이 잠들었다는 짤막한 내용이었다.상대방도 보낸 이가 서지혁이라는 걸 눈치챘는지 지난번에 말했던 식사 대접 이야기를 다시 꺼내며 언제 시간이 괜찮냐고 물어왔다.서지혁은 잠시 생각하더니 답장을 보냈다.[오늘 저녁 어때요?]지윤정 쪽에서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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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추악한 진심

한효진은 오후가 되어서야 정신을 차렸다.산소호흡기를 끼고 나니 상태가 훨씬 호전되었지만 여전히 숨 가쁜 소리가 거칠게 들려왔다.새로 고용한 간병인과 성문영이 함께 그녀를 부축해 침대 머리에 기대 앉혔다.한효진이 물었다.“경민이는?”그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성문영은 그저 적당히 둘러댔다.“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요. 금방 처리하고 올 거예요.”한효진은 시선을 내리깔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경민이가 많이 놀랐지?”성문영은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사실 그녀가 보기에 서경민은 걱정은 했을지언정 놀란 기색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녀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물잔을 건넸다.“물 좀 드세요.”한효진은 그녀의 손에 들린 컵으로 물을 한 모금 축이더니 옆 탁자에 놓인 선물 상자를 발견했다.“누가 왔다 갔니?”“경란 씨요. 어머님 편찮으시다는 소식 듣자마자 달려왔더라고요.”“심 회장 와이프 말이냐?”한효진이 투덜거리듯 중얼거렸다.“부부가 같이 온 게야?”성문영은 입술을 축였다. 이상하게 심태진의 이름만 나오면 묘하게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 들었다.“아니요, 경란 씨 혼자 왔어요. 그쪽 회사에 일이 좀 생겨서 심태진 씨는 그거 처리하느라 못 왔대요.”한효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와이프는 참 괜찮은데 남편 쪽이 영 아니야.”성문영은 뜻밖의 말에 당황하며 어색하게 웃었다.“둘 다 참 좋은 사람들이에요.”“좋긴 뭐가 좋아?”한효진이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처가 덕이나 보고 사는 주제에 겉으로만 번지르르하게 꾸미는 거지.”그 말에 성문영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녀는 서둘러 시선을 피하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처가 덕이냐 시댁 덕이냐의 차이일 뿐, 자신 역시 서씨 가문의 그늘 아래 살고 있지 않은가.한효진은 잠시 앉아 있는 것조차 힘에 부치는지 다시 자리에 누우며 손을 저었다.“나 지키고 있을 필요 없다. 간병인도 있으니 너도 네 일 보러 가라.”성문영은 별일 없다며 사양했지만 얼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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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다른 남자가 눈에 들어오겠어요?

성문영은 밖에서 더 지체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서경민이 어디로 갔는지는 몰라도 떠날 때 분명 병원을 지키라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다. 만약 돌아왔을 때 자리에 없으면 의심을 살 게 뻔했다. 그녀는 할 말을 다 마쳤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녀가 막 방을 나서려는데 심태진이 무슨 생각으로인지 다급하게 쫓아와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문영아...”물기 어린 목소리로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성문영은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녀는 심태진의 손을 거칠게 떼어냈다.“이러지 마.”그녀가 덧붙였다.“설령 우리가 온갖 고난을 다 이겨내고 다시 합친다고 해도 분명 후회하는 날이 올 거야.”“그럴 리 없어. 절대 안 그래.”심태진은 나름대로 계산을 마친 모양이었다.“너도 이혼하고 나도 이혼하면 돼. 각자 재산 분할 좀 받으면 남부럽지 않게는 아니더라도 우리 둘이 여생을 보내기에는 충분할 거야.”그는 자식 문제까지 이미 결론을 내린 듯했다.“연정이나 지혁이도 이제 다 컸잖아. 자기네 인생 알아서 살 텐데 우리가 걱정할 게 뭐 있어? 우리 둘만 생각하자.”성문영은 기가 막혀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녀는 뒤를 돌아 그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난 후회할 거야.”그녀는 심태진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그러니까 여기까지 해. 더는 구질구질하게 굴지 마. 그나마 남아있던 옛 추억까지 다 망쳐놓기 싫으니까.”그녀는 조심스레 문을 열어 복도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서둘러 건물 밖으로 빠져나갔다.병원으로 미친 듯이 차를 몰았지만 병실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그녀의 발걸음은 딱 멈추고 말았다. 틈새 유리 너머로 서경민이 병상 옆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한효진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고 서경민은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무표정한 안색이었다.설마 했는데 역시나였다. 성문영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숨을 고른 뒤에야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녀가 먼저 말을 건넸다.“왔어?”언제 왔냐고 묻고 싶었지만 서경민이 아예 대꾸조차 하지 않는 바람에 뒷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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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뻔뻔함

서지혁이 웃으며 잔을 들었다.“제 안목도 꽤 훌륭한 편이죠.”그 말에 연정훈이 얼른 맞장구를 쳤다.“그럼요, 서 대표님 안목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죠. 사실 시윤 씨가 우리 회사 식당에 딱 두 번 나타났을 때도 난리가 났었어요. 다른 부서 사람들이 시윤 씨 누구냐고 얼마나 캐묻고 다녔는지 모릅니다. 강수호만 아니었어도 줄 선 남자들 한 트럭이었을걸요?”서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거봐, 내가 먼저 채 가길 천만다행이라니까.”비즈니스 냄새 물씬 풍기는 낯간지러운 칭찬 릴레이를 더는 듣기 힘들었는지 하시윤이 서둘러 말을 끊었다.“자자, 다들 식사나 하세요.”서로 안면이 있는 사이라 식사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꽤 길게 이어졌다. 처음에 시킨 술 몇 병이 금세 비워졌고 도중에 술병이 몇 차례 더 추가되었다. 적당히 배를 채운 하시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에 마련된 소파에 몸을 기댔다.지윤정이 슬그머니 다가와 그녀를 유심히 살피더니 의아한 듯 물었다.“시윤 씨, 뭔가 좀 달라졌는데?”하시윤은 화장 때문인가 싶어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화장을 연하게 해서 그런가? 안색이 좀 별로예요?”“아니요, 그게 아니라...”지윤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진지하게 훑어봤다.“안색은 전보다 훨씬 좋아요. 뭐랄까... 그냥 좀 더 예뻐졌어요.”확신이 서지 않는지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에이, 설명이 안 되네요. 얼굴은 그대로인데 분위기가 확 변했어요.”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구석이 생겼다고나 할까.그 말에 하시윤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럼 내가 오늘 화장을 기가 막히게 잘했나 보네요.”대화는 거기서 마무리되었고 두 사람은 각자 휴대폰을 뒤적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문득 하시윤은 아까 서지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임신한 여자에게는 특유의 분위기가 풍긴다던 그 말. 어쩌면 지윤정이 느낀 게 바로 그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다.추가로 시킨 술까지 다 비워지자 술자리는 끝이 났다. 다들 취기가 오르긴 했지만 정신은 말짱했다. 식당 입구에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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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어서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났다. 하시윤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차 뒷좌석에 누워 있는 상태였다.서지혁은 차 안에 없었다.하시윤이 몸을 일으켜 창밖을 보자 잡풀이 우거진 공터 한복판에 서 있는 그가 보였다. 입에 담배 한 대를 물고 여유롭게 서 있는 그 모습을 보니 하시윤은 절로 헛웃음이 났다.그녀는 다시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다. 후회가 밀려왔다. 술기운 빌린 그 인간의 수작에 넘어가는 게 아니었는데. 그 때문에 몸은 천근만근이고 운전은 또 누가 한단 말인가.얼마 지나지 않아 서지혁이 차에 올라탔다. 차 안이 답답했는지 창문을 조금 더 내리더니 자신의 겉옷을 그녀에게 덮어주었다.“그러다가 감기 걸려.”사실 그리 춥지도 않았지만 하시윤은 대꾸할 기운도 없어 가만히 있었다. 체력이 조금 돌아오면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말할 참이었다.그때 서지혁의 휴대폰이 울렸다. 조수석에 앉아 전화를 받은 그가 몇 마디 주고받더니 짧게 답했다.“어, 바로 앞이야.”전화를 끊고 2분도 채 되지 않아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상대는 조수석에 있는 서지혁과 짧게 인사를 나누더니 곧장 운전석에 올라탔다.하시윤은 빛의 속도로 옷 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창피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저 인간은 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 야밤에 사람을 여기까지 부른 걸까?운전대를 잡은 남자는 눈치가 없는 건지 상황 파악이 안 된 건지, 해맑게 물었다.“대표님, 차를 왜 이런 데 세워두셨어요?”시동을 걸어보던 그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덧붙였다.“멀쩡한데요? 저는 어디 고장 나서 멈춘 줄 알았거든요.”하시윤은 눈을 질끈 감았다.‘난 아무것도 안 들린다. 난 잠들었다.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다...’그렇게 속으로 주문을 외웠다.서지혁이 무심하게 대꾸했다.“됐으니까 출발해.”남자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차를 몰았다. 하시윤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서지혁을 대하는 태도가 격식 없이 편안한 걸 보니 꽤 가까운 사이인 듯했다.차를 몰아 국도로 들어선 그가 다시 말을 걸었다.“대표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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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문 너머의 진실

하시윤은 다음 날 오전 성문영의 전화를 받았다. 병원에서 한효진을 간병 중이라던 그녀는 서정우를 데리고 좀 와달라고 부탁했다. 한효진이 아이를 보고 싶어 한다는 이유였다.하시윤이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보고 싶으시면 영상 통화를 하면 되잖아요.”복도로 나온 듯한 성문영의 목소리에도 난처함이 묻어났다.“어머님이 어제 잠을 설쳤어. 악몽을 꾸셨는데 정우를 직접 봐야 마음이 놓이겠대.”대체 무슨 꿈을 꿨길래 저러는지, 오늘따라 상태가 아주 엉망이라 사람을 쳐다보는 눈빛조차 섬뜩할 정도라고 덧붙였다.“영상 통화나 직접 보는 거나 다를 게 없잖아요.”“나도 그렇게 말했지.”성문영은 드물게 하시윤과 의견이 일치했다.“그런데 막무가내야.”그녀 역시 어린아이를 병원까지 오게 하는 게 못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지난번 서지혁과 얼굴을 붉히며 헤어진 뒤로 과거 자신의 과격했던 언행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특히 서정우에게 깊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나도 정우를 병원에 부르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어머님 상태가 워낙 안 좋아서 어쩔 수가 없네.”잠시 머뭇거리던 그녀가 말을 이었다.“잠깐 얼굴만 비추고 바로 가도 되니까, 한 번만 와주면 안 될까?”하시윤은 서정우의 방에 서서 아이를 돌아보았다.“정우한테 물어볼게요.”전화를 끊지 않은 채 하시윤이 서정우에게 왕할머니를 보러 가겠냐고 물었다. 서정우는 눈을 깜박이며 대답했다.“네, 좋아요.”병원에 가야 한다는 말에 아이가 덧붙였다.“다 보고 나면 밖에서 좀 놀다 오면 안 돼요? 좀 구경하고 싶어요.”병원과 집만 오가는 생활을 해온 아이의 한마디에 하시윤의 가슴이 시큰해졌다.“그래, 그러자.”그녀는 가정부를 대동해 서정우에게 마스크와 모자까지 꼼꼼히 챙겨 입히고 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서지혁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렸다.서지혁 역시 탐탁지 않아 했지만 한효진이 고집을 부린다는 말에 결국 한발 물러섰다.“알았어. 이쪽 일 금방 마무리하고 갈 테니까 병원에서 기다려.”통화를 끝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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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공식적인 등장

하시윤이 물 두 병을 사서 잔디밭으로 돌아왔을 때, 서정우는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녀는 물병을 내려놓으며 자리에 앉았다.“이리 줘요. 제가 안을게요.”아직 배가 많이 나오지 않아 아이를 안고 앉아 있는 것 정도는 무리가 없었다. 가정부가 아이를 넘겨주려 몸을 돌린 순간, 옆에서 큼지막한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오더니 아이를 가로챘다.“내가 안을게.”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 하시윤이 눈을 크게 떴다.“어머, 왜 이렇게 빨리 왔어?”서지혁이었다.“주차장에서 나오자마자 네가 보여서 이쪽으로 오나 했지.”그는 서정우를 받아 안고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물었다.“할머니 상태는 좀 어때? 왜 병실에 안 있고 다들 여기 나와 있어?”“심 회장님께서 오셨거든.”하시윤이 덧붙였다.“병실에서 안부 나누느라 시끄러울 것 같기도 하고, 마침 정우가 졸려 하길래 데리고 나왔어.”“심태진?”서지혁이 콧방귀를 뀌며 옆자리에 앉았다.“오늘 바로 잘렸다더니 한가하게 여기까지 기어 왔나 보네.”방금 계단에서 엿들은 내용이라 하시윤이 되물었다.“그럼 이제 심현 그룹에서 완전히 물러난 거야? 아무 직책도 안 맡고?”“심현 그룹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지.”서지혁이 말을 이었다.“원래는 정현 그룹이었어. 심태진 때문에 특별히 이름을 바꾼 거야.”“그렇구나.”하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벤치에 앉아 쉬던 서지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가자, 할머니 얼굴은 뵙고 가야지.”한효진이 어제 입원한 이후로 그는 아직 문안 인사를 드리지 못한 터였다. 세 사람은 다시 병동 건물을 향해 걸었다. 로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심태진과 딱 마주쳤다.심태진은 표정이 잔뜩 굳은 채 바닥만 보며 걷고 있었다. 하시윤은 그가 생각보다 오래 머물다 가는 것에 내심 놀랐다. 정면으로 마주치자 심태진은 몸을 비켜 지나가려다가 상대를 확인하고는 걸음을 멈췄다.“지혁이 왔구나.”서지혁이 무심하게 물었다.“혼자 오셨습니까?”심태진이 조금 어색한 표정으로 대답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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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완벽한 가족의 정석

하시윤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난 별로인데.”서지혁이 그녀의 손을 꼭 쥐며 낮게 웃었다.“말이랑 속마음이랑 따로 노네.”옆에서 지켜보던 서인준이 서지혁에게 물었다.“그런데 형, 정우는 어쩐 일로 데려온 거야?”“병원에 좀 다녀왔어. 할머니가 보고 싶어 하셔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얼굴이나 좀 비추려고 들렀지.”서지혁의 시선이 서정우의 얼굴에 머물렀다.“정우가 벌써 이만큼 컸는데 회사 구경 한 번 못 한 게 말이 돼? 사람들한테 인사도 좀 시켜야지.”서인준도 품 안의 조카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하긴, 지난 3년 동안 정우에 관한 소문만 무성했지, 실제로 본 사람은 없었잖아. 이제는 실물을 보여줄 때도 됐지.”그는 씩 웃으며 덧붙였다.“운도 없지, 아빠가 마침 자리에 안 계시네. 계셨으면 반응이 아주 볼만했을 텐데.”서인준은 서정우의 고사리 같은 손을 만지작거리며 화제를 돌렸다.“그나저나 연남구 쪽 장난감 공장 말이야. 어제 불법 약물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던데? 지금 산업단지 전체가 발칵 뒤집혀서 가동 중단되고 조사 들어갔대. 조만간 큰 거 한 방 터질 분위기야.”서지혁은 별 관심 없다는 듯 무심하게 대꾸했다.“딱히 신경 안 쓰고 있었어.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잖아.”“그건 그렇지. 그런데 내가 워낙 이런 뒷얘기에 환장하잖아. 밖에서 무슨 일이 돌아가는지는 꿰고 있어야지.”서지혁은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다가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아까는 왜 그렇게 불같이 화를 내고 있었어?”그 말에 서인준이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말도 마. 저 사람들이 보고서 검토도 안 하고 나한테 넘겼다니까? 데이터가 아주 엉망진창이야.”그는 콧방귀를 뀌며 투덜거렸다.“이거 나를 부대표 대우도 안 해주는 거 아니냐고.”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시윤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서인준이 억울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아니, 형수님! 그 눈빛 뭐예요? 태도 좀 똑바로 해줘요. 나 이래 봬도 서씨 가문의 귀한 둘째 도련님이라고요.”하시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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