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Chapter 341 - Chapter 350

362 Chapters

제341화 아이도 아는 거짓말의 무게

하시윤이 고개를 돌려 서지혁을 보았다.“어린애들도 알 건 다 알아. 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는 거.”그녀의 말에 서지혁이 한술 더 떴다.“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데도 거침없어야 하고.”하시윤은 곧장 시선을 거두며 툭 내뱉었다.“참나, 지혁 씨랑 무슨 상관이라고. 말만 많아가지고.”아침을 진작 끝낸 서인준이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며 끼어들었다.“형, 이따 병원 갈 거야?”그 물음에 대답한 건 뒤따라 들어오던 성문영이었다.“내가 가보려고. 어머님도 걱정되고 민숙 아줌마 혼자 거기 두는 게 아무래도 마음이 쓰여서 말이야.”하시윤이 의아한 듯 되물었다.“민숙 아주머니가 병원에 있어요?”“할머니 편찮으시다는 소식 듣고 어제 병문안 왔더라고.”서지혁의 짧은 대답에 서인준도 궁금증이 생긴 모양이었다.“집 나간 뒤로 소식 끊겼었는데 어떻게 지낸대?”“안 봐도 비디오지.”서지혁이 성문영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어갔다.“심씨 가문 쪽에서 가정부를 붙여준 건 사실이야. 그런데 본인이 불편해서 그 가정부를 내보냈다는 건 순 거짓말이고.”실상은 이랬다. 가정부가 그녀 옆에서 시중을 들었던 건 고작 한 달뿐이었다. 그러다가 심씨 가문 쪽에서 일방적으로 사람을 빼버린 거였다.누구 머리에서 나온 생각인지는 몰라도 고용됐던 가정부는 짐을 싸서 떠났고 유민숙은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다.임대 주택에서 홀로 버티던 그녀는 나중에 심연정에게 전화를 걸어 매달렸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결국 등 떠밀리듯 심태진을 찾아가 겨우 생활비 정도나 푼돈으로 받아 낸 게 전부였다.그 돈을 쥐여주는 심태진의 태도가 어땠을지는 불 보듯 뻔했다.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그녀도 그 뒤론 두 번 다시 손을 내밀지 않았다.설상가상으로 심태진은 이혼 소동에 제 앞가림하기도 바빠졌고 심씨 가문과 서씨 가문의 관계까지 파탄 나면서 그녀를 챙겨줄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었다.한마디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셈이다.“해외에 있는 자식들한테도 SOS를 쳤나 본데.”서지혁이 비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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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저 대단하죠?

시간이 다 되자 일행은 병원으로 출발할 채비를 마쳤다.서지혁은 가정부를 위층으로 보내 성문영을 부르게 했다.성문영이 밖으로 나왔을 때, 일행은 이미 차에 올라탄 상태였다. 서지혁은 운전석 창문을 내리고 다가오는 성문영을 보며 물었다.“우리 차에 같이 타고 갈래요?”운전석에는 서인준이 앉아 있었고 뒷좌석에는 하시윤과 서정우가 있었다. 성문영이 앉는다고 해도 자리가 부족하지는 않았다.하지만 성문영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그냥 내 차 따로 가져갈게. 너희랑 같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그게 편할 것 같아.”“네.”서지혁의 무심한 대답과 함께 차가 출발했다. 운전대를 잡은 서인준이 입을 열었다.“형은 물어보나 마나 한 걸 왜 물어봐?”서지혁은 대꾸하지 않았고 서인준은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뒷좌석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하시윤은 확신했다.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걸 말이다. 서인준과 성문영 사이에 해결하기 쉽지 않은 갈등이 터진 게 분명했다.두 대의 차가 앞뒤로 병원에 도착했다. 성문영은 그들과 함께 입원 병동으로 들어섰다.1층 로비에는 환자들이 산책하다 쉴 수 있도록 소파 몇 개가 비치되어 있었다.일행이 엘리베이터를 향해 걷던 중, 성문영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하시윤이 그 시선을 따라가 보니 로비 소파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심태진이었다.그는 주변에 아무도 없이 홀로 앉아 원형 테이블 위에 휴대폰을 올려두고 있었다. 무슨 고민거리가 있는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이따금 휴대폰 화면을 만지작거렸다.하시윤은 다시 성문영을 살폈다. 그녀는 이미 시선을 거두고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있었다.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성문영은 가장 먼저 안으로 들어가 구석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하시윤은 바로 그 곁에 섰는데 고개를 들면 바로 심태진이 보였다. 마침 그의 위치가 엘리베이터 정면이었으니까.성문영 역시 고개를 들었지만 상대와 눈을 맞췄는지는 알 수 없었다. 표정 하나 없이 엄숙하고 진지한 것이 출근할 때의 모습과 다를 바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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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그 나물에 그 밥

하시윤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서 왜 성문영은 시원하게 이혼 도장을 찍지 않는 걸까. 어차피 서경민 곁에 있어 봐야 껍데기뿐인 사모님 자리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그 광경을 잠시 지켜보던 하시윤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위층 VIP 병동으로 올라가 조경순의 병실을 찾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병실 안의 조경순은 얼굴 절반을 붕대로 감은 채 창밖을 멍하니 내다보고 있었다. 병실에는 하민지도 간병인도 없이 오직 그녀뿐이었다.사실 저 정도 부상이면 입원까지 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아무래도 피해자 코스프레라도 하려는 모양이었다.하시윤은 병실 안으로 발을 들이지 않았다. 독기가 바짝 오른 여자가 무슨 미친 짓을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멀찍이서 잠시 관찰하던 하시윤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복도 모퉁이를 돌 무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도시락통을 든 젊은 남자가 급히 걸어 나왔다. 하시윤은 옆으로 비켜서며 그와 스쳐 지나갔지만 왠지 모를 위화감에 고개를 돌려 그를 다시 바라봤다.남자는 복도 끝에 있는 병실로 향하고 있었다.하시윤은 가던 길을 멈췄다. VIP 병동 한 층에는 네 개의 병실이 있었는데 조경순이 있는 복도 끝자락의 옆방은 분명 비어 있었다. 남자가 도시락통을 들고 거침없이 향하는 곳은 바로 조경순의 병실이었다.궁금함을 참지 못한 하시윤이 살금살금 그 뒤를 쫓았다. 역시나 남자는 주저 없이 조경순의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그리고 바로 나오지 않은 걸 보니 잘못 찾아온 건 분명 아니었다.하시윤이 병실 문 너머로 안을 살피자 조경순은 어느새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 앞에는 남자가 정성껏 챙겨온 음식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면서 젓가락을 건네며 조경순을 향해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그는 단순히 심부름 온 사람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분명히 아는 사이인 듯했다.남자는 음식을 다 차려놓고도 떠나지 않고 조경순의 곁에 앉아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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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자백

차가 서씨 가문 저택을 향해 달렸다.국도를 벗어나 산 중턱쯤 올랐을 때, 멀리 길가에 세워진 차 한 대가 보였다. 차 주변에는 서너 명의 남자가 내려서 있었는데 어떤 이는 차에 기대어 있었고 어떤 이는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일행의 차가 다가오자 그들은 몸을 일으켜 길 쪽으로 두어 걸음 다가왔다.서지혁은 무시하고 지나치려 했으나 조수석에 앉아 있던 서인준이 갑자기 몸을 바짝 세우며 목소리를 높였다.“형, 저 사람 집사 아저씨 아들 같은데?”그 말에 서지혁이 브레이크를 밟았다. 차가 조금 더 나아가 멈추자 길가에 있던 사람들도 이쪽을 바라보았다.서인준이 차에서 내리고는 목소리를 높였다.“재준이 맞아?”한 남자가 달려와 서인준을 살피더니 대답했다.“인준 형님이셨군요.”하시윤 쪽 창문은 이미 내려져 있었다.그녀는 밖을 내다봤는데 상대의 얼굴에서 임해광의 얼굴이 어렴풋이 보였다.서인준이 물었다.“집사 아저씨 일 때문에 온 거야?”상대는 초조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소식 듣자마자 앞뒤 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전달받은 정보가 부족한지 젊은이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우리 아버지가 살인 사건에 연루되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그는 억울함을 토로했다.“그 죽었다는 사람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데 대체 우리 아버지랑 무슨 상관이라는 거예요? 아버지는 지난 몇 년 동안 집에 거의 오지도 못하셨어요. 늘 여기서 바쁘다고 나갈 시간조차 없다고 하셨단 말입니다.”서인준 역시 많은 것을 말해줄 수는 없었다.“아주 오래전 일이라더구나. 아빠가 이미 변호사를 선임하셨으니 좀 기다려 보자. 집사 아저씨가 하신 일이 아니라면 절대 누명을 쓰는 억울한 일은 없을 거야.”서인준은 남은 사람들을 훑어보며 물었다.“다들 가족분들이야?”친척들이라는 대답에 서인준이 덧붙였다.“왜 길가에 서 있어, 그냥 올라가지.”임재준이 멋쩍게 대답했다.“다짜고짜 찾아가는 게 실례인 것 같아서요. 여기서 혹시라도 마주칠 수 있을까 싶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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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나 못 믿어?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서경민이 돌아왔다. 성문영이 그 뒤를 따랐고 두 대의 차가 앞뒤로 저택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두 사람은 곧장 거실로 들어왔다.서경민은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2층 서재로 올라갔다. 반면 성문영은 거실에 멈춰 섰다.뒷마당에 있던 서지혁과 서인준은 가정부의 전갈을 듣고 안으로 들어왔다.거실로 들어선 서지혁이 물었다.“아빠는요?”“위층에 올라가셨다.”성문영의 표정 역시 좋지 않았다.“병원에 있다가 전화를 한 통 받더니 급하게 자리를 뜨더구나.”그녀는 뒤를 따랐을 뿐, 서경민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전혀 알지 못하는 눈치였다. 서지혁이 이층으로 향하며 말했다.“제가 가서 보고 올게요.”성문영은 아들을 붙잡지 않았다. 대신 뒤따라 들어오는 서인준을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너는 대체 왜 그러니?”서재로 올라가려던 서인준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는 잠시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가 무미건조하게 대꾸했다.“뭐가요?”“내가 너한테 뭐 잘못한 거라도 있니? 요 며칠 왜 자꾸 나를 피하는 거야?”서인준은 성문영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오늘 간병인 구하러 가셨을 때, 왜 그렇게 오래 걸렸어요?”성문영은 당황한 듯 되물었다.“어?”“오늘 병원에서 간병인 구한다고 나가셔서 삼십 분 넘게 자리 비우셨잖아요. 그런 건 간호사한테 말하면 알아서 추천해 줄 텐데. 설마 병실마다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물어보고 다니신 거예요?”성문영은 입을 벙긋거리다 간신히 변명을 짜냈다.“간호사한테 가긴 했지만 마사지할 줄 아는 간병인이 흔치 않다더구나. 자기들보다 다른 간병인들이 서로를 더 잘 알 테니 직접 물어보라고 해서 그랬어.”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덧붙였다.“병실마다 찾아다닌 게 아니라 다른 병실 간병인한테 물어본 거야. 소개받은 사람하고 이것저것 따질 게 많아서 얘기가 좀 길어졌을 뿐인데 그게 무슨 문제라도 돼?”서인준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믿는지 마는지 알 수 없는 모호한 표정이었다.“그렇군요.”그는 툭 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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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한마디만 더 해봐

하시윤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미 밖이 어둑어둑해진 뒤였다.몸을 뒤척이다 눈을 뜬 하시윤은 창가에 서 있는 서지혁을 발견하더니 흠칫했다. 그는 무언가 깊은 생각에 빠진 듯 멍하니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하시윤은 정신을 가다듬으며 몸을 일으켜 앉았다. 크게 숨을 들이켜자 뱃속의 아이가 발길질을 하는지 통증이 느껴졌다.그 소리에 서지혁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하시윤이 깬 것을 확인한 그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깼어?”그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왜 그래? 어디 불편해?”“애가 발길질을 해서 좀 아프네.”하시윤은 잠시 자리에 앉아 안정을 취하며 배 위에 손을 얹었다. 뱃속의 녀석은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꼬물거림을 멈추지 않았다.서지혁이 그 위에 손을 겹치자 태동이 선명하게 전해졌다.“착하지, 엄마 힘들게 하지 마.”아빠의 훈계 따위는 들을 생각도 없는지 꼬맹이는 안에서 쉴 새 없이 움직였다.하시윤은 침대 머리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이 녀석은 첫째랑은 완전히 딴판이야. 정우 때는 진짜 얌전했거든.”서정우가 배 안에 있을 때는 움직이긴 해도 이렇게 밤낮없이 극성을 부리지는 않았었다. 엄마가 자면 같이 자고, 주로 낮에만 활동하며 효도하던 아이였다.임신 말기에 의사가 태동에 주의하라고 했을 때, 하시윤은 아이가 너무 안 움직여서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태동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지만 워낙 조용한 녀석이라 불안한 마음에 하병우를 들들 볶아 병원으로 달려가곤 했었다.당시 하병우와 조경순은 꿍꿍이가 따로 있었으니 귀찮아 죽을 맛이었겠지만 대놓고 거절할 처지도 아니었다.하시윤이 웃음을 지으며 제 배를 내려다보았다.“이 정도 극성이면 정말 여자아이일지도 모르겠어.”그녀가 덧붙였다.“딸이라면 아주 천방지축 아가씨가 나오겠는걸.”서지혁은 하시윤의 배를 만지던 손을 옮겨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어. 네가 낳아준 아이라면 다 좋아.”하시윤이 고개를 들어 그를 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나중에 혹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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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내가 형이죠

하시윤은 서지혁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주방 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가정부가 식사 여부를 물었다. 하시윤이 반색하며 대답했다.“밥 주세요. 배고파서 현기증 날 지경이에요.”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고 아이도 그에 호응하듯 계속해서 발을 굴렀다.그녀가 식탁 앞으로 향해 앉으려는데 밖에서 가정부가 들어와 손님이 왔음을 알렸다.“연 대표님입니다. 지난번에 오셨던 분 말이죠.”서지혁은 못 들은 척 식탁 앞에 앉았다. 들어오라는 말도 하지 않았지만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손님이 제집 안방처럼 들이닥쳤다.연재윤이 너스레를 떨며 들어왔다.“이거 분위기가 왜 이래? 다들 버선발로 마중 나올 줄 알았더니 아무도 안 보이고 말이야. 내가 아주 급이 떨어졌나 보네.”그는 식탁 앞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보더니 곧장 다가왔다.“보라고, 내가 아주 기가 막히게 시간을 맞춰 왔다니까. 밥 먹을 시간인 줄 딱 알고 왔지. 지난번에 한 끼 못 얻어먹고 간 게 한이 돼서 잠이 안 오더라고. 남의 집 등쳐먹는 재미로 사는 놈이라 안 먹으면 병이 나거든.”그는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며 음식을 나르던 가정부에게 말했다.“여기 제 수저도 하나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이미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마당에 서지혁이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자 눈치 빠른 가정부는 알겠다는 듯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주방으로 돌아갔다.연재윤은 웃으면서 상에 차려진 음식들을 훑어보았다.“오, 괜찮은데?”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하시윤에게 말을 건넸다.“듣자 하니 서씨 가문에서 요리사까지 따로 붙여줬다면서요? 대접이 아주 극진하시네.”하시윤이 가볍게 웃어 보였다.“그냥저냥 먹을 만해요.”이윽고 가정부가 가져다준 수저를 받아 든 연재윤이 인사를 건넸다.“고마워요.”마침 위층에서 내려오던 서인준이 연재윤을 발견하고 멈칫했다.“어떻게 오셨어요?”잠옷 차림인 걸 보니 방금 깬 모양이었다.서인준은 의자를 빼고 앉으며 물었다.“이 시간에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아주 중요한 일이 있죠.”연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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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집에 찾아오다

연재윤은 서씨 가문의 저택을 빠져나왔지만 곧장 산에서 내려가지는 않았다. 대문을 나서자마자 그는 차를 돌려 대나무 숲으로 향했다. 폴리스라인이 여전히 남아 있었으나 그건 그저 형식적인 장식물에 불과했다.차에서 내린 연재윤은 트렁크를 열어 엄청난 양의 노잣돈 뭉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이미 익숙해진 길을 따라 유골이 발굴되었던 자리를 찾아냈다.그러고는 가져온 물건들을 구덩이 주변에 정성껏 차려놓고 라이터를 켜서 노잣돈을 태우기 시작했다.불길이 번지자 그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외할머니, 지난번에 드린 노잣돈은 잘 받으셨죠? 이번엔 좀 많이 챙겨왔어요. 절간 큰스님께 부탁해서 경문까지 읊은 돈이니까 저승에서도 아주 유용하게 쓰실 거예요. 수백억은 족히 되니까 아끼지 말고 펑펑 쓰세요.”빨간색 글자가 찍힌 종이 위에는 경문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연재윤이 말을 이었다.“우리 엄마 너무 원망하지 마세요. 몸도 안 좋은 데다가 그동안 참 고달프게 사셨거든요. 그래도 외할머니를 한순간도 잊은 적 없으셨고 제게도 꼭 할머니를 찾아내라고 신신당부하셨어요.”그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유골은 조만간 사람을 시켜서 수습할게요. 제가 직접 움직이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아서요. 하강 땅에 더 이상 안 둘 거예요. 여기 있어 봐야 좋은 꼴도 못 보실 테니 제가 봐둔 명당으로 모실게요.”노잣돈을 태우자 불빛이 주위를 환하게 밝혔다.연재윤의 눈동자에 서늘한 불꽃이 어렸다.“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우리를 비참하게 만든 인간들에게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거니까요.”그는 남은 재를 구덩이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고는 구덩이 옆에 무릎을 꿇고 세 번 절을 올렸다.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내고서야 그는 발길을 돌렸다.대나무 숲을 빠져나오니 서씨 저택 정문 앞에 차들이 멈춰 서 있었고 주위가 시끌벅적했다. 연재윤은 그 자리에 서서 담배 한 대를 물고는 잠시 후 슬그머니 다가갔다.가로등 하나 없는 어둠 속에 몸을 숨기자 그들이 무엇 때문에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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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언제쯤 사랑한다 말해줄래

하시윤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몸은 반응하고 있었지만 그 욕구보다 수치심이 앞섰다. 아래층에서 저 난리가 났는데 자신과 서지혁은 위층에서 모든 것을 외면한 채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니.하지만 서지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하시윤을 돌려세워 세면대 끝에 앉혔다. 그녀의 몸무게 대부분이 그에게 기대어졌다.서지혁의 거친 숨결이 입술 끝에 닿았다. 그는 잘게 끊으면서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시윤아.”하시윤이 힘겹게 대답하자 그가 다시 물었다.“나 사랑해?”끈질긴 질문이었다.“안 사랑해.”하시윤의 대답에 서지혁이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언제쯤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줄까?”“알면서 왜 물어.”하시윤은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나 좀... 나 좀 힘들어.”서지혁은 그녀의 허리를 감싼 손에 힘을 주며 대답했다.“금방 끝나.”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조금 전 대답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일부러 그녀를 더 애타게 만들었다.욕실에서 시작된 열기는 침대로까지 이어졌다.하시윤은 울먹이는 소리로 애원했다.“아기 생각 좀 해줘, 제발.”“응, 이번에는 진짜 금방 끝낼게.”모든 게 끝났을 때 하시윤은 완전히 탈진한 상태였다. 그녀는 배를 감싸 쥔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화가 난 그녀는 다리를 들어 서지혁을 툭 찼다.“이게 마지막이야. 앞으로는 꿈도 꾸지 마.”서지혁은 그녀를 품에 안고 등을 맞대며 속삭였다.“시윤아.”그가 다시 물었다.“언제쯤 사랑한다 말해줄래?”“안 해. 평생 안 할 거야.”말은 퉁명스러웠지만 그녀의 말투에는 애교 섞인 원망이 묻어났다. 조금 전 자신을 괴롭힌 것에 대한 소심한 복수였다.서지혁은 그녀의 등에서부터 목덜미, 뺨을 타고 올라오며 입을 맞췄다. 그리고 다시 그녀의 얼굴을 돌려 입술을 포갰다. 격정적인 순간은 지났지만 끈적하게 이어지는 입맞춤에 하시윤은 겁이 덜컥 났다.“이제 그만해.”그녀가 밀어내자 서지혁이 순순히 물러났다.“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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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확정된 결말

임해광 가족들은 30분 뒤에 저택을 떠났다. 어머니인 김현영은 제 발로 걷지도 못해 부축을 받으며 나갔다.경찰의 최종 결론이 나오기도 전이었지만 변호사의 설명을 들은 그녀는 이미 넋이 나가 다리에 힘이 풀린 상태였다.서지혁과 서인준은 창가에 서서 그 일행이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어 서경민과 변호사도 뒤따라 집을 나섰다.서인준이 씁쓸하게 입을 열었다.“정말이지, 갈수록 뭐가 뭔지 모르겠어.”서지혁이 몸을 돌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일찍 쉬어. 모르면 모르는 대로 둬. 우리가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문가에 다다랐을 때, 서인준의 목소리가 등 뒤를 쫓았다.“하지만 형은 다 알고 있는 것 같은데.”서지혁이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나도 몰라. 굳이 알고 싶지도 않고. 수십 년 세월 동안 우리 집구석이 언제는 뭐 앞뒤가 딱딱 맞게 돌아갔나? 그냥 다들 적당히 뭉개며 사는 거지.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파헤칠 필요 없어.”그는 곧장 방으로 돌아갔다.하시윤은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어지간히 고단했던 모양이었다.조금 전 정사 도중 그녀는 욕설을 내뱉으려다 간신히 삼켰다. 아마 그런 상황에서 욕을 해봐야 그를 더 자극할 뿐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모양이었다.서지혁은 침대맡에 앉아 이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그녀의 배를 어루만졌다. 아이가 꾸르륵거리며 반응하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그는 잠시 기다리다 몸을 숙여 옷 위로 배에 입을 맞췄다.“방금은 아무 일도 없었단다. 착하지, 잘 자렴.”...경찰들이 다시 한번 서씨 가문 저택을 찾았다. 임해광의 거처를 수색하기 위해서였다.워낙 오래전 사건이라 이제 와서 거처를 뒤진다고 뭐가 나올 리 없었지만 일종의 요식 행위였다.그 과정에서 남자 관리인 한 명도 참고인 조사를 위해 연행되었다. 저택에서 수십 년간 일해온 노련한 인물이었다.그는 반나절 정도 조사를 받고 다시 돌아왔다.밤이 되자 임해광 가족들이 다시 나타나 임해광의 짐을 모두 챙겨갔다. 이번에 온 이들은 머릿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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