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Chapter 351 - Chapter 360

362 Chapters

제351화 떠나려고 했지만

농담이 끝나자마자 서지혁의 휴대폰이 울렸다.서지혁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회사야. 잠깐 전화 좀 받고 올게.”화면을 보지 못해 발신자가 누군지 몰랐던 하시윤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바쁜 거니? 그러면 회사로 가봐. 어차피 여기는 의사도 있고 간호사도 있으니까 너 없어도 돼.”한효진이 말했다.“전화로 충분히 얘기할 수 있는 일일 거예요.”서지혁은 그렇게 말한 후 병실에서 나갔다. 하지만 바로 앞에서 받는 것이 아닌 병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화를 받았다.한효진의 휠체어는 여전히 하시윤의 옆에 멈춰있었다. 한효진은 등받이에 기댄 채 한숨을 크게 한번 쉰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시윤이 네가 아이를 낳고 정우도 무사히 수술을 받게 되면 집안 분위기도 다시 좋아질 거야. 도사님이 그러셨어. 정우만 괜찮아지면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바로 잡힐 거라고.”‘서지혁이 그렇게 말하라고 시킨 건가?’하시윤은 아무 말 없이 편한 자세를 찾아 기댔다.“참, 집사는 새로 고용했니?”한효진이 물었다.“네.”임해광의 자리를 대체한 사람은 다름 아닌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바로 그 증인이었다. 조사를 마치고 돌아온 그날, 그녀는 바로 임해광의 자리를 이어받았다.몇 분 후, 병실 문이 열리고 서경민이 안으로 들어왔다.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인 것을 보니 막 회사 일을 끝내고 온 것 같았다.서경민은 요 며칠 거의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오랜만에 본 그는 전보다 훨씬 기력이 있어졌고 늘 얼굴에 배어있던 짜증은 완전히 사라졌다.한효진은 부드럽게 웃으며 회사 일에 관해 물은 다음 곧바로 임씨 가문 사람들에 관해 물었다.“막 만나게 해주고 오는 길이에요. 변호사를 대동해서 10분 정도 얘기를 나눴어요. 상황이 상황이라 다들 어느 정도 납득한 얼굴이었어요.”“납득했다니 다행이네.”짧은 대화를 마친 후 한효진과 서경민은 침대 쪽으로 다가가 서정우와 놀아주었다. 그러다 한효진이 피곤하다며 서경민과 함께 자기 병실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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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오해

연재윤은 서지혁이 이런 질문을 하는 것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웃음을 살짝 머금은 채 되물었다.“왜 나일 거라고 생각해?”“네가 할 법한 짓이니까. 아니야?”서지혁의 말에 연재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그렇긴 해.”그러고는 바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그럴 생각이었어.”서지혁의 두 눈에 들어온 건 단추였다.“이건 우리 엄마가 할머니 행방을 물으러 너희 본가로 갔다가 너희 할아버지랑 말다툼했을 때 뜯어낸 거야. 나는 대나무숲에 이걸 남기고 오려고 했었어.”하지만 그는 결국 단념했다. 작고 어두운 색깔의 단추라 낙엽 더미 속에 던져지면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을 테니까.경찰이 현장을 다시 조사하게 될 건 분명했지만 그들이 이 단추를 발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그래서 손에 꺼내 든 채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보다가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꼭 현장에 손을 댈 필요는 없었으니까. 사람들의 이목을 서씨 가문 사람에게 집중시키는 건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했다.그런데 다른 방법을 모색하기도 전에 경찰들이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연재윤은 단추를 다시 주머니 안에 집어넣은 다음 말을 이었다.“사실은 너도 알고 있잖아. 내가 한 짓이 아니라는 걸.”“늦었어. 다시 돌아가 볼게.”서지혁은 그렇게 말한 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허! 이렇게 가버린다고? 너랑 얘기하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너무한 거 아니야?”연재윤이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와, 무시하는 거 봐. 필요할 때는 주저 없이 연락하더니 일을 다 처리해 주니까 바로 나를 버리네? 다음에 내가 도와주나 봐라!”연재윤도 말을 마친 후 주차장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화가 난 얼굴은 아니었다. 오히려 콧노래도 부르는 것이 상당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병실로 돌아온 서지혁은 곧장 하시윤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쌔근쌔근 잘 자고 있는 서정우의 손을 꽉 쥔 채 미동도 하지 않는 그녀에게 물었다.“왜 그래?”“왔어?”서지혁의 말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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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귀신이라도 본 얼굴

성문영은 정경란이 자기 사무실로 가 천천히 얘기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정경란은 소파에 앉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그래서 결국 성문영도 소파에 앉았다. 얼굴을 푹 숙이고 있는 것이 어지간히도 초조한 듯했다.서지혁은 그런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이곳에서 얘기 나누세요. 저희가 나갈게요.”말을 마친 후 그는 방 앞으로 가 문을 두드렸다.“시윤아, 자?”성문영이 깜짝 놀라며 서지혁을 바라보았다.“하시윤이 이곳에 있어?”문이 열리고 하시윤이 밖으로 나왔다.“안 잤어.”“할 일 다 마쳤으니까 이만 집으로 가자.”하시윤은 서지혁에게 손이 잡힌 채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소파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정경란이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상태로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요 며칠 신경 쓸 일이 많아 그런지 언뜻 보면 전과 다를 것이 없어 보지만 자세히 보면 눈에 띄게 피곤해 보였다.반면 성문영은 초조해하는 얼굴을 제외하면 머리 스타일도 그렇고 옷도 그렇고 상당히 살판나 보였다. 관리를 받은 건지 더 젊어지기도 했고 말이다.하시윤은 별다른 말 없이 시선을 거두어들인 후 서지혁과 함께 사무실에서 나왔다.문 바로 옆 벽에 기대있던 서인준은 두 사람이 나온 걸 보자마자 바로 몸을 바로 세웠다.“이렇게 두 사람만 남겨둬도 괜찮은 거야?”“걱정하지 마. 치고받고 싸우는 일은 없을 테니까.”말을 마친 서지혁이 발걸음을 옮기려 하자 서인준이 얼른 제지했다.“아버지가 정현 그룹의 주식을 인수한 사실을 형은 알고 있었던 거야?”“응. 임해광 일이 터졌을 그때, 아버지가 정현 그룹 주주들과 만나 지분을 넘겨받았어.”서인준은 서지혁의 말에 눈을 두어 번 깜빡이며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피식 웃었다.“재밌네. 엄청 바쁘게 돌아쳤던 게 다 그거 때문이었어? 아버지도 참 대단해. 그렇게도 많은 일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 뭐 하나 허투루 하는 법이 없으셔.”“누가 아니래. 간다.”서지혁은 더 이상 할 얘기 없다는 듯 하시윤의 손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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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뻔뻔하기도 하지

정경란은 심태진이 이곳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안으로 들어와 보지는 않았다.발걸음을 살짝 옮겨 거실을 한번 확인하자 예상했던 대로 집안은 매우 깔끔했다.심태진은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또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이라 전에도 청소만 가정부에게 맡기고 인테리어 같은 직접 꾸밀 수 있는 건 다 자기가 직접 했다.그리고 지금도 그는 아주 아늑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살고 있었다.심태진은 멍한 얼굴로 있다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네가 왜... 왜...”“왜 여기에 있냐고?”정경란이 대신 말을 이어주었다.“아니면 내가 어떻게 둘 사이를 알고 있는지가 궁금한 건가?”정경란은 마치 자기 집처럼 안으로 들어가 현관에 걸려있는 사진을 바라보았다. 손에 집어 들고 5초간 감상하던 그녀는 피식 웃더니 바닥에 내려놓고 다시 안쪽으로 들어갔다.심태진이 그녀의 진입을 막기 위해 손을 뻗자 성문영이 그보다 더 빨리 그의 팔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어차피 다 알고 온 사람인데 이제 와 숨기고 어쩌고 해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었으니까.잠시 후, 성문영과 심태진도 안으로 들어왔다.정경란은 두 사람이 소파에 앉든 말든 이리저리 둘러보며 집안 곳곳을 구경했다. 그러다 안방 앞에서 우뚝 멈췄다.문이 열려있어 넓은 침대와 그 위에 놓인 두 개의 베개, 그리고 옷장 옆에 걸려있는 성문영의 것으로 보이는 외투까지 한눈에 다 보였다.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간 정경란은 아무 말 없이 옷장 문을 열었다. 계절별로 완벽하게 정리된 심태진의 옷들이 그녀의 두 눈에 들어왔다.깔끔한 것이 아주 심태진다웠다.정경란은 옷장만 확인한 후 방에서 나와 다시 앞으로 걸었다. 화장실 옆을 지날 때 슬쩍 안을 들여다보니 칫솔과 양치 컵이 각각 두 개씩 놓여있었다.발걸음을 돌려 거실로 돌아온 정경란은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서 회장님이 생각보다 마음이 넓은 분이셨나?”성문영은 서경민의 말이 나오자 움찔하며 정경란을 쳐다보았다.“아니면 단순히 눈치채지 못한 건가? 흠, 눈치가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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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그녀도 알고 있었다

서지혁은 하시윤을 본가에 데려다준 후 바로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문 앞에 있는 의자에 잠시 앉았다.하시윤은 흔들의자에 앉은 채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며 서정우에 관한 얘기를 했다.서정우가 다 나으면 그때는 함께 등산도 가고 수영도 배우게 해주자고 말이다. 이건 서정우가 휴대폰으로 사진을 보며 자기도 꼭 하고 싶다고 했던 것들이었다.하시윤은 아들의 소원을 말하다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서지혁은 잠든 하시윤을 확인하고는 옆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아 들었다.하시윤은 지금 배가 남산만 하게 불러온 상태인데도 전혀 무겁지 않았다.서지혁은 정기검진 때마다 따라가 그녀의 몸무게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록해 봐도 눈에 확 띄는 변화는 없었다.의사가 영양가 있는 것들을 많이 먹이라고 해서 많이 먹였고 하시윤도 최대한 이것저것 많이 먹으려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좀처럼 몸무게가 안 늘자 의사도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음식에 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대신 소식만은 피하라고 했다.방으로 올라간 서지혁은 하시윤을 침대에 눕힌 후 옷을 벗기고 잠옷으로 갈아입혔다.하시윤은 깨지 않고 가만히 협조하다가 서지혁이 옷을 다 갈아입히자마자 뒤척이며 베개를 끌어안았다.서지혁은 침대에 걸터앉아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 이내 손을 잡았다. 반지를 돌려 살짝 빼보자 그 자리에 흰색 흔적이 남은 것이 보였다.하시윤이 본가에서의 생활을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다.서지혁은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다가 밖에서 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 쪽으로 향했다.아래에는 성문영이 있었고 성문영은 그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듯 고개를 들었다.서지혁은 그녀와 눈이 마주친 후 조용히 침실을 나갔다.성문영은 아까 서지혁이 앉아 있던 의자에 앉은 채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을 바라보며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 그러다 서지혁이 흔들의자에 앉는 듯한 기척을 느낀 뒤 먼저 입을 열었다.“너희 아버지 지금 정현 그룹의 주식을 인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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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뭐가 그렇게 두려우세요?

성문영은 하시윤에게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묻고 싶었지만 마침 서경민이 돌아와 결국에는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성문영은 서경민이 다가온 것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몸이 굳어버려 미동도 하지 않았다. 서경민은 그런 그녀를 힐끔 바라보더니 발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어디 아파?”성문영은 깜짝 놀라며 얼른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렸다.“아, 아니. 안 아파.”서경민은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계단 쪽으로 향했다.“아프면 얼른 약 먹어.”성문영은 서경민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혼자 남겨진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방금 그거, 걱정해 준 거야?’하시윤은 그새 밖으로 나가 정원에 도착했다.성문영은 그녀를 뒤쫓아가는 것이 아닌 그저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하시윤이 서 있는 바로 그 정원에서 심태진은 그녀에게 입을 맞췄고 성문영은 그를 밀쳐내지 않았다.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마치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저 가만히 심태진의 품에 안겨 있었다.당시 정경란은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에 갔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돌이켜 보면 아프다는 건 핑계고 둘만 있을 수 있게 자리를 만들어준 것 같았다.즉, 정경란은 이미 그때부터 눈치채고 있었다는 뜻이었다.성문영은 거실에서 한참을 그렇게 가만히 있다가 방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런데 문을 열어보니 서경민이 어디에도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바로 다시 발걸음을 돌려 서재로 향했다.똑똑.“들어가도 돼?”...하시윤은 서지혁이 돌아온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의자에 앉아 눈도 깜빡이지 않고 아주 먼 곳을 바라보았다. 하시윤의 옆에는 그녀가 만든 듯한 꽃다발이 놓여있었다.서지혁은 천천히 다가가 그녀 앞에 멈춰 섰다.“여기서 뭐 해?”하시윤은 서지혁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병원 가자. 곁에 아무도 없으면 정우가 무서워할 거야.”“그래. 저녁 먹고 바로 가자.”서지혁은 그렇게 말하며 꽃다발을 집어 들었다. 정원에 핀 꽃을 다 꺾기라도 한 건지 꽤 많았다.“여기서 나 기다리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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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신랑 없는 결혼식이 어디 있어?

하시윤은 성문영을 바라보며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당시 성문영은 멸시와 경멸을 가득 담아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런데 지금은 눈동자에 경계와 불안, 그리고 초조함밖에 담겨있지 않았다.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고 아마 성문영은 이런 상황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하지만 누가 봐도 불리한 상황인데도 성문영은 순순히 깨갱 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협박해 왔다.하시윤은 속으로 피식 웃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괜히 찔리고 무서워서 엄한 사람 협박하지 마시고 사모님 일에만 신경을 쓰세요. 제 입 하나 막는 거로는 턱도 없을 테니까.”이 말로 성문영은 확신했다. 하시윤이 그녀와 심태진의 사이를 알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이 나이에 사생활에 관한 일로, 그것도 하시윤에게 한마디 듣게 되자 성문영은 창피함이 확 밀려왔지만 그래도 끝까지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말했다.“너야말로 네 일에만 신경 써.”성문영의 시선이 하시윤의 배 위에 떨어졌다.“아이를 낳은 뒤에 어디로 갈지 미리미리 생각해 두란 말이야. 알겠어?”성문영은 하시윤에게 대꾸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그대로 발걸음을 돌렸다. 목소리만 높았지 결국에는 도망치는 거나 다름없었다.하시윤은 어이가 없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일할 때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감정에 관한 일에서는 아주 손쉽게 자기 스스로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성문영이 나가고 얼마 안 가 서지혁이 안으로 들어왔다.“엄마랑 무슨 얘기 했어?”“병원에 간다고 하니까 자기는 컨디션이 안 좋아서 못 갈 것 같다고, 할머님께 대신 말 좀 잘해달래.”거짓말이었다. 성문영이 이런 얘기를 하시윤을 찾아와 할 리가 없었다.그걸 서지혁도 잘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병원.서지혁은 서정우의 병실 앞에 도착한 후 문을 열기 바로 전에 손에 든 것을 하시윤에게 건넸다.“네가 만든 거니까 네가 줘.”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서정우와 한효진이 보였다.서정우는 꺄르르 웃으며 놀다가 하시윤을 발견하고는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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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다 고백하려고 했지만

서지혁은 하시윤을 재운 후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부엌에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온 그는 문 쪽에 있는 누군가의 인영에 고개를 갸웃했다. 몸이 가려져 있기는 했지만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어 일단 여자인 건 확실해 보였다.서지혁은 몇 초간 고민하다 천천히 문 쪽으로 향했다.예상했던 대로 그곳에 앉아 있는 건 성문영이었다.“시간도 늦었는데 왜 안 주무세요?”서지혁이 물었다.“잠이 안 와서.”성문영도 막 나온 참이었다.“아버지는 나가셨어요?”“응. 너희들이 병원으로 가자마자 바로 따라 나갔어.”서지혁은 고개를 끄덕인 후 그녀의 옆자리로 다가가 앉았다.“오늘 서재에서...”“응, 모든 걸 다 고백하려고 했어. 어차피 막다른 길이니까 솔직하게 다 얘기하려고 했어.”그러면 두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결말은 이혼뿐이었다. 아직 준비가 안 된 상태기는 했지만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그런데 서재로 들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서경민이 대뜸 그녀의 몸 상태를 물었다.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최근 벌어진 일들 때문에 걱정이 많아진 거냐면서 말이다.솔직히 매우 의외였다. 전에 다리를 다치고 또 손을 다쳤을 때는 한마디 위로도 건네주지 않았으니까.그런데 오늘은 단지 얼굴색이 조금 창백해졌을 뿐인데 아주 몇 번이고 건강 상태를 물어봐 주었다.그래서 성문영은 결국 하려던 말을 하지 못했다.“웃기지 않니? 나이를 이렇게나 많이 먹어놓고 자기가 저지른 잘못 하나 제대로 고백하지 못하는 게 말이야.”“아니, 너희 아버지가 전처럼 차가운 얼굴로 나랑 얘기했으면 망설임 없이 바로 얘기했을 거야. 그런데 하필이면 내가 모든 걸 다 얘기하려고 할 때 갑자기 나를 걱정해 줬어. 네 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는 정말 모르겠다.”서지혁은 그녀의 말에 호응하는 것이 아닌 자기가 궁금한 것을 물었다.“제 삼촌 되는 사람한테 일이 생겼다던데 진짜예요?”“응, 진짜야. 너희 외할머니가 오늘 나한테 전화 와서 돈 좀 빌려달라고 했어.”서재에서 서경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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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당연히 저와는 다르죠

서지혁은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집으로 돌아왔다.하시윤은 또 정원에 있었다.“할머니가 뒷목 잡고 쓰러지는 모습을 기어이 볼 생각이야?”서지혁이 다가오며 물었다.하시윤은 그 말에 미소를 짓고는 옆에 있는 꽃다발 두 개를 가리켰다.“이건 정우 거고, 이건 내 거야.”“안 힘들었어? 꽃다발이 저번보다 더 큰 것 같은데?”“괜찮아.”하시윤은 손을 쭉 뻗으며 스트레칭한 후 서지혁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가자. 짐 다 쌌어.”입원 얘기를 들은 가정부들은 임산부에게 좋은 국을 끓여 정성스럽게 통에 담았다.하시윤은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인사한 후 도시락통을 건네받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서지혁에게 성문영이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간 얘기를 꺼냈다.“친척한테 일이 조금 생겼다고 와달라고 했대.”“그런데 왜 지혁 씨 어머니한테 전화하지?”“몰라, 안 물어봤어.”서지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곧장 계단으로 향했다.“어디가. 짐 다 챙겼다니까? 이거 하나가 다야.”“내 거 안 챙겼을 거 아니야.”“응?”하시윤은 서지혁의 말에 눈을 깜빡이다 뒤늦게 반응했다.그녀가 입원하게 되면 서지혁은 당연히 그녀 곁에 있을 거고 그러면 그 역시 짐을 싸야만 했다.서지혁은 빠르게 이것저것 담고는 하시윤과 마찬가지로 캐리어 하나만 들고 내려왔다.잠시 후, 병원.서지혁이 미리 얘기해 둔 덕에 입원 절차는 빠르게 진행되었고 하시윤은 병실에서 옷만 갈아입은 다음 곧장 서정우의 병실로 향했다.서정우는 막 약을 받아먹은 뒤 침대 머리맡에 기대 가정부가 들려주는 동화를 듣고 있다가 하시윤을 보고는 바로 입꼬리를 활짝 올렸다.“엄마!”아이는 반가운지 연신 하시윤을 향해 손을 오므렸다가 또 폈다.“엄마!”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무언가가 떠오른 듯 멈칫하며 다시 손을 거두어들였다.“엄마, 여기 앉아요.”목소리도 급 차분해졌다.하시윤은 그런 아이를 보며 가슴이 찡했다. 이건 큰 움직임 때문에 위가 자극돼 몇 번이고 토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조건 반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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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싫으면 헤어지는거고요

하시윤은 서정우가 꿈나라로 간 뒤에야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그러고는 타이밍 좋게 안으로 들어온 가정부에게 아이가 깨면 전화해달라는 제스처를 취한 후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어차피 할 일이 따로 없었기에 그녀는 30분 정도 영상을 시청하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그런데 자려고 눈을 감자마자 병실 문이 드르륵하고 열렸다.하시윤은 당연히 간호사일 줄 알고 그대로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이에 눈을 살짝 떠보자 바로 옆까지 다가왔던 누군가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안 잤어요?”“심연정 씨가 여기는 어쩐 일이에요?”하시윤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내가 입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온 거예요?”한동안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탓인지, 하시윤은 지금 그녀가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심연정은 놀란 마음을 진정한 후 다시 옆으로 다가와 의자에 앉았다.“하시윤 씨 보려고 일부러 온 건 아니에요. 그냥 병원으로 왔다가 입원했다길래 잠깐 들린 것뿐이에요.”“심연정 씨 아버지는 이미 퇴원하셨잖아요. 혹시 또 입원하셨어요?”하시윤이 몸을 살짝 일으키며 물었다.심태진 얘기에 심연정의 얼굴이 부자연스럽게 굳었다.“아니요. 오늘은 내가 아파서 온 거예요.”심연정은 하시윤이 행여라도 오해할까 봐 이유까지 친히 설명해 주었다.“요 며칠 접대하는 일이 많아졌더니 아침에 갑자기 위가 아프더라고요. 그보다 하시윤 씨는 검사 다 받았어요? 괜찮은 거죠?”“네.”“그럼 이제 얼마 안 남았네요.”심연정이 가볍게 웃었다.“아이도 무사히 태어나고 정우 몸도 괜찮아지면 그때는 하시윤 씨의 처지가 결정이 나겠죠. 내가 없이도 서씨 가문에서 하시윤 씨를 받아줄지 한번 지켜볼게요.”“왜 당연히 그쪽에서 나를 받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내가 내 의지로 그 집에서 나올 수도 있는 거잖아요. 왜 나를 선택 당하는 쪽으로 보는지 솔직히 이해가 잘 안 가네요.”하시윤이 말에 심연정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코웃음을 쳤다.“지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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