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순이 들이닥쳤을 때, 거실에 있던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그녀가 순식간에 거실 한복판까지 치고 들어오자 세 사람 모두 소스라치게 놀랐다.조경순은 눈을 부릅뜬 채 표독스러운 비명을 질렀다.“하병우, 이 나쁜 인간아!”하병우는 이미 술을 반 병 넘게 비운 상태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그는 조경순의 등장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이내 안색을 싹 바꾸며 험악하게 인상을 썼다.“당신이 여길 왜 왔어?”죄지은 사람 특유의 비굴함이나 미안함 따위는 없었다.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눈을 부릅뜨며 호통을 쳤다.“남의 집에 왜 함부로 들어와? 당장 나가!”그 태도에 조경순은 이성을 잃었다. 그녀는 탁자 위에 있던 술잔을 낚아채더니 하병우의 얼굴에 그대로 끼얹었다. 그러고는 달려들어 그를 마구잡이로 때리기 시작했다.“하병우, 당신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이혼할 때 우리 뭐라고 했어! 그냥 보여주기식으로 도장만 찍는 거라고, 이 고비만 넘기면 다시 합치기로 했잖아! 나를 배신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놓고 벌써 다 잊었어? 다 잊었냐고!”그녀의 주먹이 하병우의 머리와 얼굴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쏟아졌다.“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대답해 봐! 다른 여자를 집에 들인 것도 모자라 하시윤까지 불러서 가족 식사를 해? 당장 설명해! 어서 설명하라고!”갑작스러운 매질에 멍하니 당하던 하병우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무섭게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조경순의 손목을 낚아채더니 옆으로 거칠게 내팽개쳤다.“꺼져! 이 미친 여자가 어디서 행패야?”옆에 서 있던 젊은 여자는 겁에 질린 표정이었지만 도망치지는 않았다. 그녀는 재빨리 하병우 곁으로 다가가 그의 얼굴과 몸을 살폈다.“어머, 어떡해. 어디 다친 데 없어요?”여자를 향한 하병우의 눈빛은 순식간에 부드럽게 변했다.“괜찮아. 무서워하지 마.”다시 조경순을 돌아보는 그의 얼굴은 악마처럼 일그러져 있었다.“어디서 미친 짓이야? 우리 이미 남남이야! 내가 누굴 만나든 당신이 무슨 상관인데 여길 와서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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