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Capítulo 371 - Capítulo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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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화 화풀이

하시윤은 회진을 돌던 간호사가 부르는 소리에 겨우 눈을 떴다.정신이 몽롱한 채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곁을 지키던 서지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간호사가 먼저 말을 건넸다.“오늘 이 층을 계속 돌았는데 남편분은 안 보이시더라고요.”하시윤은 잠시 숨을 고른 뒤 세수를 하고 돌아와 태아 심음 검사를 받았다.다행히 아이는 지극히 정상이었고 간호사도 그제야 안도하며 미소를 지었다.“마음 편히 먹고 계세요. 예정일도 며칠 안 남았으니까 조금만 더 고생하면 다 끝나요.”하시윤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간호사가 나간 뒤 그녀는 욕실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씻기 시작했다.양치를 막 끝냈을 무렵, 밖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서둘러 입을 헹구고 밖을 살폈다.서지혁이 돌아와 있었다. 본가에서 보낸 아침 식사를 두 사람분으로 나누어 작은 탁상 위에 정갈하게 차려둔 상태였다.기척을 느낀 그가 고개를 돌리며 짐짓 엄숙한 목소리로 걱정을 내비쳤다.“얼굴에 물기나 닦고 나오지, 왜 그렇게 칠칠치 못하게 굴어?”하시윤이 물었다.“언제 나갔던 거야?”서지혁은 고개를 숙인 채 수저를 꺼내며 담담히 대답했다.“날이 밝자마자 나갔어. 도통 마음이 안 놓여서 정우 좀 보고 왔어.”하시윤은 욕실 문을 열어둔 채 다시 들어가 얼굴을 닦으며 물었다.“정우는 좀 어때?”“여전히 축 처져 있어.”서지혁이 씁쓸하게 말을 이었다.“의사 말로는 다른 환자들은 체력이 안 받쳐줘서 항암 치료를 조금만 세게 받아도 고통을 못 이겨낸다고 하더라고. 그나마 정우 정도는 괜찮은 거래.”하시윤이 식탁 앞에 앉으며 나지막이 읊조렸다.“그래?”서지혁이 젓가락을 건넸다.“너무 걱정 마. 예전보다는 상태가 훨씬 좋아졌으니까.”두 사람은 말없이 아침 식사를 마친 뒤 함께 서정우의 병실로 향했다.아이는 다시 항암제를 맞고 있었다. 예전에 약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이 몸에 배었는지 링거 줄만 봐도 잔뜩 겁을 집어먹은 모양이었다.서정우는 침대 위에 가만히 누워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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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똥을 밟은 것 같은 기분

하시윤이 눈을 번쩍 뜨며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요?”연재윤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가슴을 부여잡았다.“와, 진짜 상처네. 역시 자는 척하고 있었던 거였어요?”하시윤이 다시 추궁했다.“아까 누구를 손봐줬다는 거죠?”“그 주우빈이라는 놈이요.”연재윤이 대답했다.“전에 그 마누라랑 짜고 형수님 뒤통수치려던 놈 있잖아요.”그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연재윤은 언제 서운해했냐는 듯 씩씩거리며 콧방귀를 뀌었다.“그 여편네는 이미 감방에 처박혀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둘 다 한 포대기에 쓸어 넣고 아주 가루가 되도록 밟아줬을 거예요.”하시윤은 깜짝 놀라 되물었다.“그걸 연재윤 씨가 왜...”“그 인간들이 형수님을 괴롭혔으니까요.”연재윤이 당연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지난번에 인준 씨가 슬쩍 귀띔해 주길래 사람 좀 시켜서 조사해 봤죠. 제 실력에 그까짓 놈들 뒤 캐는 거야 식은 죽 먹기 아니겠어요? 아주 탈탈 털어보니까 이 막돼먹은 인간들이 형수님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했더라고요. 정말 간덩이가 부어도 단단히 부었지.”그는 못내 아쉬운 듯 입을 쩝 다셨다.“그 여자는 이미 감옥에 들어갔고 남자는 키워야 할 애가 딸려 있으니 원. 그런 걸림돌만 없었어도 내가 그 인간들을 어떻게 요리했을지 상상도 못 하실걸요.”하시윤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저 대신 화풀이를 해주려고 그랬다고요?”생각해 보니 딱 연재윤다운 방식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저 대신 복수해 준 정성을 봐서 다음번에 올 때는 자는 척 안 할게요.”그러자 연재윤은 다시 가슴을 부여잡으며 울상을 지었다.“형수님, 방금 제 가슴에 대못을 한 번 더 박으셨어요.”하시윤이 화제를 돌려 물었다.“그래서 아까 로비에서 주우빈을 본 거예요?”“봤죠.”연재윤이 대답했다.“경찰차에 실려 가더라고요. 그 집 애는 누군가 돌봐줄 사람이 있는지 일단 응급실 쪽으로 옮겨졌고요.”말을 마친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애 봐줄 사람이라도 남겨두려고 곱게 보내줬더니 정작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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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자초한 일

서지혁은 침대로 다가가 앉으며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별일 아니야.”그가 괜찮다고 말했음에도 하시윤은 기어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러고는 그의 얼굴에 남은 흔적을 뚫어지게 살폈다.상처가 길지도 깊지도 않았지만 분명 무언가에 긁힌 자국이었다.“어쩌다 이랬어?”서지혁이 대답하기도 전에 하시윤이 덧붙였다.“딴소리 말고 사실대로 말해.”그러면서 하시윤은 서지혁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상처를 살피는 그녀의 눈빛이 퍽 진지했다. 서지혁은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하시윤이 고개를 들어 그와 시선을 맞췄다.“물어보잖아. 지혁 씨 지금...”그녀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서지혁이 갑작스레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진하게 입을 맞춘 탓이었다.깜짝 놀란 하시윤이 몸을 뒤로 쓱 뺐다.“사람이 진지하게 묻는데. 장난치지 말고 점잖게 좀 굴어.”서지혁은 픽 웃으며 제 얼굴을 감싸고 있던 그녀의 손을 내려 제 입술로 가져갔다. 그러고는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다정하게 물었다.“뭐가 그렇게 걱정돼?”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이었다.“그냥 유리 파편에 좀 긁힌 거야. 상처가 이렇게 작은 것만 봐도 알잖아. 내가 정말 작정하고 사고를 쳤으면 겨우 이 정도로 끝났겠어?”하시윤은 가만히 그의 얼굴을 뜯어보다가 그제야 수긍이 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붙잡힌 손을 슬쩍 빼내며 물었다.“아까 밖에서 연재윤이랑 무슨 얘기를 그렇게 오래 속닥거린 거야?”“회사 일이야.”서지혁은 하시윤을 부축해 침대 머리에 기대게 해주며 담담하게 답했다.“두 회사에서 같이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어서 잠깐 상의 좀 했어.”거짓말이라는 것도, 그가 진실을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도 하시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는 캐묻지 않았다.“어디 가서 사고나 치지 마.”“그럴 일 없어.”서지혁이 부드럽게 대답했다.“무슨 일이 터진다고 그래.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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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두둔

서경민은 점심때가 다 되어서야 병원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먼저 서정우의 상태를 살핀 뒤, 한효진의 병실로 향했다.병실 안에는 성문영이 한효진의 침대 곁에 앉아 불경을 읽어주고 있었다.하지만 워낙 익숙하지 않은 탓에 읽는 내내 버벅거렸고 생소한 한자는 읽지 못하거나 잘못 읽기 일쑤였다.한효진은 침대 머리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으나 잔뜩 찌푸린 미간은 좀처럼 펴질 줄 몰랐다. 누가 봐도 기분이 좋지 않은 기색이었다.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성문영은 눈에 띄게 안도하며 불경을 덮었다.“이제 오는 거야?”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불경을 가방 안에 챙겨 넣었다.한효진은 눈을 뜨고 서경민을 확인하자마자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서경민이 침대 가에 앉으며 다정하게 물었다.“어디 불편하세요? 선생님 말씀으로는 또 상태가 안 좋아지셨다던데 혹시 누가 화나게 했습니까?”“나이 먹으니 여기저기서 미움만 받는구나. 뭐, 당연한 일이지.”한효진의 말투에는 서운함이 가득 배어 있었는데 대놓고 어리광 섞인 불만을 늘어놓고 있었다.서경민이 픽 웃으며 대꾸했다.“또 누가 어머니 심기를 건드린 거예요?”그는 한효진이 대답하기도 전에 선수를 쳤다.“며느리가 불경 읽어주는 게 마음에 안 드셨나 보네. 저 사람이 원래 이런 거랑은 거리가 멀잖아요. 좀 틀렸더라도 그러려니 하세요.”성문영은 순간 멈칫하며 그를 돌아보았다.서경민은 자신이 한효진의 기분을 상하게 한 줄로 오해하고 나름대로 자신을 두둔해 주려는 모양이었다.하지만 한효진은 고개를 저었다.“문영이 때문이 아니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문영이한테 화낼 일이 뭐가 있다고.”서경민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다행이네요.”그는 이어서 아이 달래듯 능청스럽게 말을 붙였다.“그럼 대체 누가 눈치도 없이 우리 어머니 기분을 상하게 했을까? 얼른 말씀해 보세요. 제가 가서 따끔하게 혼내줄 테니까.”능구렁이 같은 아들의 말에 한효진도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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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태아 심음 검사를 마칠 때쯤, 서지혁이 병실로 들어왔다.오후 내내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다며 자리를 비웠는데 정말 업무 때문이었는지는 하시윤으로서도 알 길이 없었다.한동안 서경민이 신출귀몰하더니 이제는 서지혁까지 그 모양이었다.이미 서정우의 병실에 들렀다 온 서지혁이 다가오며 말했다.“정우 쪽은 오늘 밤에 인준이가 지키기로 했어. 내일은 별다른 일정이 없다면서 하룻밤 같이 있고 싶다네.”하시윤은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다른 화제를 꺼냈다.“조금 전에 경찰들이 왔었어.”이미 소식을 들었는지 서지혁이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어.”경찰들이 찾은 건 한효진이었다.그는 침대 가에 앉으며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별일 아니야. 내가 경찰 쪽에 확인해 봤는데 문제 될 거 없대.”“집사님 때문이라던데. 그 사람이 말을 바꿨다면서? 예전 일들이 전부 할머님 지시였다고.”하시윤의 물음에 서지혁이 헛웃음을 흘렸다.“안에서 고생 좀 하더니 정신이 나간 모양이야. 우리 할머니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다 불고 있더라고. 심지어 나까지 엮어서 내가 공범이라는 소리까지 해대나 본데.”그 당시 서지혁의 나이를 생각하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소리였다. 그 탓에 다른 진술들의 신빙성까지 바닥을 치고 있었다.서지혁이 덧붙였다.“우리 집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살던 인간이 감옥에 가게 되었으니 세상이 뒤집힌 기분이겠지. 게다가 안에서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못하니 멘탈이 나갈 법도 해.”그가 말을 이었다.“어떻게든 형량을 줄여보려고 앞뒤 가리지 않고 지껄이는 중이야. 경찰도 몇 번이나 재조사했는데 조서를 쓸 때마다 말이 바뀌어서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를 지경이라더군.”“그래?”하시윤이 되물었다.“그런데 왜 경찰까지 직접 와서 조사를 한 거야?”“형식적인 절차지.”서지혁이 그녀의 팔을 가볍게 토닥였다.“규정이 있으니 그들도 따라야 하지 않겠어? 왜, 우리 할머니가 걱정돼?”이런 상황에서도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그가 짓궂게 물었다.“너, 우리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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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사고

하시윤은 간호사가 이런 말을 내뱉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해 적잖이 놀랐다.간호사가 내뱉은 말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었다.상대는 심태진의 딸인 심연정이었다.심태진과 성문영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있든 없든, 딸인 심연정 앞에서 그런 말을 꺼내는 건 상식 밖의 행동이었다.그건 대놓고 심태진과 성문영이 아주 가깝고 친밀한 관계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꼴이었으니 말이다.하지만 간호사의 입장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아는 정보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를 이어가려다 보니 나온 실언일 수도 있었다.내막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내뱉었을 가능성도 충분했다.심연정은 주변에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문영을 쏘아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었다.사색이 된 성문영은 간호사에게 날을 세우며 쏘아붙였다.“지금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내가 언제 심태진 씨 퇴원 수속을 했다고 그래요? 직접 보기라도 했나요? 함부로 지껄이지 마세요.”그녀가 덧붙였다.“간호사로서 개인의 사생활까지 낱낱이 말하는 게 맞는 일인가요? 아니면 누구한테 사주라도 받은 건가요? 어떻게 그런 말을 지어낼 수가 있죠?”극도로 흥분한 성문영은 간호사의 가슴팍에 달린 명찰을 확인하려 한 걸음 다가섰다.“당신 이름이 뭐죠? 도대체 교육을 어떻게 받았기에 그런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는 거죠?”당황한 간호사가 서둘러 해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그저 여쭤본 것뿐입니다.”그 기세를 틈타 심연정이 목소리를 높였다.“왜 애먼 사람한테 화풀이에요? 이 간호사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래요. 사실대로 말한 것뿐인데 왜 혼자 발끈하죠? 찔리는 구석이라도 있는 거예요?”복도에 울려 퍼질 정도로 큰 소리였기에 성문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심연정을 제지했다.“목소리 좀 낮춰!”“내가 왜 낮춰야 하는데요?”심연정이 비아냥거렸다.“남들이 알까 봐 겁나요? 그런 짓을 저지를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무서워요?”그녀가 말을 이었다.“우리한테 돈 좀 줬다고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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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득녀

하시윤은 자신이 낯선 곳으로 와 있다는 기분을 느꼈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곳 역시 병원이었다.하시윤은 어느 병실 앞에 서 있었다. 이상하게도 키가 작아진 탓에 문에 달린 유리창 너머로 안을 들여다볼 수가 없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문을 밀어 열었다.방 안에는 남녀가 한 명씩 있었다. 여자는 뼈만 남은 앙상한 모습으로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위태로워 보였다.침대 곁에 앉은 남자는 정성껏 끓여 온 국을 한 숟갈 떠서 정성스레 불더니 여자의 입가에 가져다 대었다. 목소리에는 애틋한 다정함이 뚝뚝 묻어났다.“못 먹겠어도 조금은 먹어야 해. 그래야 기운을 차리고 빨리 낫지.”그가 속삭였다.“우리 시윤이가 아직 어리잖아. 시윤이에게는 엄마가 필요해. 나도 당신 없으면 안 되고. 그러니까 제발 우리를 두고 떠나지 마.”여자는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수척해져 해골처럼 보였지만 표정만큼은 생생하게 전해졌다. 여자는 입가에 완연한 미소를 띠었다. 눈가에는 피로와 고통이 서려 있었으나 그보다 더 큰 행복이 자리 잡고 있었다.여자가 입을 열었다.“이번 생에 당신과 부부로 살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장면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하시윤은 여전히 문 앞에 서 있었으나 그곳은 병실이 아닌 하씨 가문의 저택이었다.남자는 그대로였지만 여자는 바뀌어 있었다. 젊고 건강한 여자 곁에는 어린 여자아이도 한 명 있었다.상대가 바뀌었음에도 남자의 다정함만은 변함이 없었다.그는 여자의 손을 잡고 죄책감이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진작 당신을 아내로 맞이했어야 했는데.”여자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자 남자는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주며 덧붙였다.“내가 당신에게 몹쓸 짓을 했어. 그래도 이렇게 만회할 기회가 생겨서 정말 다행이야.”다행이라고? 기회가 생겨서 다행이라고?하시윤은 안으로 뛰어 들어가 그에게 도대체 무슨 뜻이냐고 따져 묻고 싶었다.그러나 곧이어 장면이 또다시 뒤바뀌었다.이번에 하시윤은 침대 위에 있었다. 뺨의 절반이 화끈거리며 타올랐고 침대 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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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나 아니야

가장 먼저 다가온 사람은 최예원이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기쁜 듯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있었다.“어제저녁에 바로 오고 싶었는데 갑자기 회사에 일이 터지는 바람에 야근하느라 좀 늦었어요. 너무 늦은 시간에 오면 실례일 것 같아서 참았는데, 아유,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올걸 그랬나 봐요. 딱 맞춰서 아이가 태어나는 것도 보고 말이에요.”그녀가 덧붙였다.“정말 아쉬워 죽겠네요. 그 귀한 순간을 놓치다니.”이미 침대 곁으로 다가온 최예원은 옆에 놓인 아기 침대를 들여다보더니 흠칫 놀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세상에, 어쩜 좋아. 꼬물거리는 것 좀 봐. 진짜 작고 소중하다.”그 뒤를 따라온 최승우는 들고 온 선물을 내려놓고 아이를 잠시 살핀 뒤, 하시윤에게 말을 건넸다.“모두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별일 없었죠?”하시윤이 엷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우여곡절이 좀 있었지만 다행히 큰 고비는 넘겼어요.”다음은 연재윤이었다. 그는 거북이마냥 느릿느릿 걸어오더니 투덜거리기 시작했다.“아니, 예고도 없이 갑자기 애를 낳으면 어떡해요? 예정일도 남았고 기척도 없었잖아요. 어제 서지혁 씨랑 통화할 때만 해도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하더니 밤사이에 뚝딱 낳아버리면 어떡해요? 여자들 애를 다 이렇게 빨리 낳는 거예요?”그가 한마디 더 보탰다.“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죠?”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서경민 옆에 서 있던 성문영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혹여나 연재윤의 입에서 더 곤란한 말이 나올까 겁이 났는지 성문영은 서둘러 한효진의 휠체어 뒤로 몸을 숨기듯 다가갔다.“어머님, 아기 보고 싶어 하셨잖아요. 제가 가까이 모셔다드릴게요.”한효진은 병실에 들어온 순간부터 온 정신이 아이에게 쏠려 있었기에 목을 길게 빼고 아기 침대 쪽만 바라보고 있었다.그녀가 반색하며 대답했다.“그래, 그래. 어서 좀 가보자꾸나.”침대 앞까지 다가간 한효진은 인형처럼 포근해 보이는 아기를 보자마자 입을 다물지 못했다.“아유, 또 자는구나.”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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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매정한 사람

병실이 고요해지자 하시윤은 몸을 돌려 서지혁을 마주 보았다. 그녀는 그의 손을 꼭 붙잡으며 속삭였다.“여기서 어디 가지 마.”그녀가 덧붙였다.“아기 옆을 지켜줘.”그녀가 겪은 트라우마를 잘 아는 서지혁은 그녀의 손을 힘주어 맞잡았다.“알았어. 안 가니까 걱정 말고 자. 아무도 들어와서 너랑 아기 해치지 못하게 할게.”하시윤이 작게 대답하더니 이내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에 빠져들었다.서지혁이 조심스레 그녀를 불러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정말 깊이 잠든 모양이었다.아기 침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서지혁은 하시윤의 자세를 편안하게 바로잡아준 뒤, 아기를 조심스럽게 안아 그녀의 곁에 뉘어주었다.꼬물거리는 아이는 아직 누구를 닮았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한효진은 서정우의 어릴 적 모습과 판박이라 했지만 서지혁은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을 꺼냈다.그의 휴대폰에는 서정우의 아기 때 사진이 있었다. 아이가 서씨 가문으로 처음 들어오던 날 남겨둔 사진이었다.사진 속의 아이도 이제 막 태어나서 너무나도 작고 소중했다.성문영이 아이를 품에 안고 어르고 있었다.그 시절의 서지혁은 그렇게 작은 아이를 어떻게 안아야 하는지도 몰랐다. 아니, 사실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마음 한구석에는 거부감마저 자리 잡고 있었다.어쩌다 하룻밤 실수를 저질렀는데 일 년 뒤에 느닷없이 아버지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상황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그리 좋지 못했던 그는 며칠 동안이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짜증만 부리곤 했었다.휴대폰 화면을 넘기다 보니 서정우의 사진이 나왔다.당시 집에는 아기 침대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아 아이는 거실 소파 위에 눕혀져 있었다. 달수를 다 채우고 태어난 덕에 건강했던 아이는 울지도 않고 얌전히 잠만 잤다.서지혁은 사진을 확대해 침대 위에 누운 작은 아이와 비교해 보았다.갓 태어난 아이들이 다 그렇듯, 정말 비슷해 보이기도 했다.서지혁의 시선이 다시 하시윤의 얼굴로 향했다. 창백한 안색은 그녀가 겪은 고초를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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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짧게 허락된 평온

김성빈은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터뜨렸다.“지금 나한테 하는 말이야? 내가 별거 아니라고? 앞으로 나한테 일 시킬 생각 마라.”“네?”살구는 금세 평소처럼 싱글벙글 웃으며 대꾸했다.“사장님, 갑자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그녀가 능청스럽게 덧붙였다.“사장님이 제 마음속에서는 최고인 거 아시면서.”그러더니 그녀가 말을 이었다.“사진 못 찍었으면 됐어요. 마침 지금 안 바쁘니까 제가 직접 갈게요.”수화기 너머로 누군가 그녀에게 말을 거는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이 일하는 한옥 쪽 사람이었다.살구가 대충 대답을 해주는 사이, 두 사람의 대화는 끊기고 말았다.잠시 후, 살구가 김성빈에게 말했다.“사장님, 아직 병원이시죠? 그럼 이따 만나서 얘기해요. 지금 갈게요.”곧이어 전화가 끊겼다.김성빈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잠시 숨을 고른 뒤 다가왔다.“살구가 이리로 오겠대. 어차피 네가 안 들여보내 줄 거 뻔하니까 내가 밑에서 대충 막아볼게.”서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진짜 안 들여보내 주려고?”김성빈이 장난스럽게 웃었다.“빈말이라도 들어와서 딸 얼굴 좀 보라고 할 줄 알았더니.”서지혁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의 온 신경은 방금 들은 한 단어에 꽂혀 있었다.‘딸, 참 예쁜 단어네. 내 딸이 생기다니.’김성빈이 떠나고 서지혁은 다시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하시윤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그는 침대 머리에 앉아 휴대폰으로 메시지 한 통을 작성해 보낸 뒤, 침대 위로 올라가 하시윤의 옆에 누웠다.그가 자리를 잡기가 무섭게 곤히 잠들어 있던 하시윤이 몸을 돌려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임신해서 배가 불렀을 때는 둘이 안고 있기가 영 불편했었다.이제 아이를 낳고 나니 두 사람의 몸이 한결 밀착되었다. 하시윤은 그를 껴안는 게 분명 편안한 듯 품 안에서 몸을 꿈틀거렸다.서지혁이 그녀를 지그시 누르며 잠긴 목소리로 속삭였다.“가만히 있어.”말을 잘 듣는 아이처럼 하시윤은 정말로 움직임을 멈췄다.그녀는 얼굴을 그의 가슴에 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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