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全部章節:第 391 章 - 第 400 章

565 章節

제391화 뼈를 깎는 고통

서시은, 그 이름은 은혜를 베풀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어진 이름이었다.서지혁이 다가와 하시윤의 옆에 앉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는 손바닥 위에 천천히 글자를 써 내려갔다.특히 ‘시’를 강조하며 말이다.하시윤은 자신의 손바닥을 한참이나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고마워.”서지혁이 그녀를 품에 안으며 대답했다.“내가 고맙지. 너한테.”...하병우가 병원을 찾아왔다. 늦둥이를 본 기쁨에 취해 바깥소식에 어두웠던 그는 뒤늦게 하시윤의 출산 소식을 듣고 허겁지겁 달려온 참이었다.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나타난 그는 병실 문 앞에서 이윤미에게 가로막혔다.복도 너머로 하병우의 너스레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기가 하시윤의 아버지인데 왜 못 들어가게 하느냐며 떵떵거리는 소리였다.안에서 그 소란을 들은 서지혁이 한마디 했다.“안으로 들이세요.”그제야 병실에 발을 들인 하병우는 안색이 아주 화색이 돌아 있었다. 입꼬리가 귀에 걸린 게 좋은 일을 앞둔 사람 특유의 흥분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가져온 영양제 보따리를 내려놓기 바쁘게 그는 아기 침대부터 살폈다.“아이고, 이 아이가 내 손녀구나!”그는 아이를 한참이나 흐뭇하게 뜯어보더니 감탄을 쏟아냈다.“너 어릴 때랑 아주 판박이다. 조금 더 말랑말랑해 보일 뿐이지, 그냥 네 얼굴을 그대로 박아놨어.”하시윤은 그 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차갑게 물었다.“혼자 왔어요?”“응, 나 혼자 왔지.”하병우가 짐짓 딴청을 피우며 답했다.“그 사람은 몸도 무겁고 해서 집에서 쉬라고 했어.”누구를 말하는지 굳이 입에 올리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었다.하시윤은 침대 머리에 기댄 채 제 품에 안겨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는 서정우를 다독였다.그녀가 무심하게 툭 던졌다.“어떻게 할지는 결정은 됐고요?”하병우가 움찔하며 그녀를 보더니 잠시 뒤에야 눈치를 채고 대답했다.“나? 허허, 뭐 거의 다 됐지.”그가 말을 돌렸다.“일단은 좀 지켜보려고.”하시윤은 그 속내를 단번에 꿰뚫었다.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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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끝이 보인다

병원 복도에는 곳곳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서지혁은 보안실로 향해 한효진의 병실 앞 CCTV 영상을 확보했다. 그는 오후 내내 병실을 드나든 인물들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가정부의 말대로 의사 한 명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병실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영상 속 의사는 흰 가운에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며 고개를 숙인 채 차트를 보며 지나가고 있어 얼굴을 확인하기가 어려웠다.하지만 서지혁은 확신할 수 있었다. 저 사람은 한효진의 주치의가 아니었다.물론 회진을 반드시 주치의만 돌아야 하는 법은 없으니 그것만으로는 큰 허점을 찾기 힘들었다.서지혁이 보안실 직원에게 슬쩍 물었다.“저 사람이 어느 과 누구인지 아십니까?”병원 인력을 전부 꿰고 있을 리 없는 직원들은 저마다 고개를 가로저었다.“잘 모르겠는데요.”서지혁은 해당 영상을 복사해 받은 뒤 곧장 의사 사무실로 향했다.방금 회진을 돌았던 의사가 누구인지 대조해 볼 작정이었다.그런데 기록표를 확인하던 의사들이 오히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방금 회진 나간 사람은 없는데요.”서지혁은 즉시 휴대폰으로 아까 찍어온 영상을 보여주었다.“그럼 이 사람은 누굽니까?”영상을 한참 들여다보던 의사가 고개를 저었다.“모르겠는데요. 우리 병원 의사가 맞나?”그러더니 옆에 있던 동료에게 물었다.사무실 안에 있던 의사들이 서너 명 모여들었지만 영상 속 인물을 알아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서지혁은 차갑게 휴대폰을 거둬들였다.“다른 곳에 가서 더 알아보죠. 새로 들어온 인턴일지도 모르니까요.”사무실에서 나온 그는 비상구 계단으로 향했다. 휴대폰을 꺼내 영상을 다시 한번 찬찬히 재생했다.영상이 끝나고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그는 곧바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몇 번 가지 않아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나른하고 장난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셔요, 서 대표님?”서지혁이 낮게 말했다.“그 의사, 너지? 네가 우리 할머니 병실에 들어갔잖아.”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연재윤이 킥킥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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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탄력

연재윤이 보란 듯이 공을 구멍에 집어넣자 주변에 있던 녀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고 아부하기 바빴다.그는 한껏 우쭐해진 기분으로 큐대를 세워 짚고 한 손은 허리에 얹은 채 입을 털 기세였다.하지만 입을 채 떼기도 전에 누군가 그의 머리를 사정없이 낚아채 옆으로 끌고 갔다.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연재윤은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머리통이 뜯겨 나갈 듯한 통증에 그는 비명을 지르며 질질 끌려갔다.“아, 아악! 야, 너 뭐야? 어떤 새끼야?”쌍욕을 내뱉던 그는 머리카락이 팽팽하게 죄어오자 숨을 헉 들이켰다.함께 당구를 치던 의리 넘치는 녀석들이 깜짝 놀라 팔을 걷어붙이며 몰려들었다.“야, 너 뭐야? 죽고 싶어?”서지혁은 낮게 딱 한 마디만 내뱉었다.“꺼져.”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연재윤은 눈치를 챘다.“서지혁?”그는 혀를 차며 목소리를 높였다.“아니, 손찌검은 안 하기로 했잖아! 이것 좀 놔, 머리카락 다 뽑히겠다고!”서지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밖으로 끌고 나갔다. 연재윤은 보폭을 맞추지 못해 허리를 굽힌 채 꼴사납게 끌려가며 그의 손을 떼어내려 안간힘을 썼다.주변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모여들기 시작했다.연재윤이 다급하게 손사래를 쳤다.“오해예요, 오해! 내 친구인데 장난치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노세요.”그는 덧붙여 정말이라며 고개까지 끄덕였다.본인이 저렇게까지 말하니 구경하던 사람들도 금세 흥미를 잃고 흩어졌다.서지혁은 연재윤을 지하 바에서부터 바깥 공터까지 사정없이 끌고 나왔다.탁 트인 곳에 도착해서야 그는 손을 놓았다.연재윤은 얼얼한 두피를 양손으로 감싸 쥐며 투덜거렸다.“옷깃을 잡아도 되잖아! 멱살을 잡아도 얌전히 따라 나갔을 텐데 왜 하필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난리야?”서지혁이 그를 서늘하게 노려보았다. 연재윤은 허리를 반쯤 숙인 채 두피를 문지르며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냈다.“아이고, 나 죽네.”그러다 고개를 들더니 씩씩거렸다.“너 자꾸 이러면 나도 진짜 가만 안 있어...”하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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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폭풍우

서정우의 검사 결과가 나왔다. 담당 의사의 예상대로 수술하기에 딱 좋은 컨디션이었다.수술 전 최종 전문의 협진 회의에는 하시윤과 서지혁이 나란히 참석했다.어려운 의학 용어가 난무해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의사들의 분석에 따르면 서정우의 상태는 매우 낙관적이었다. 수술 후 우려되는 거부 반응도 현저히 적을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회의실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수술 날짜는 다음 주 월요일로 확정되었다. 남은 며칠 동안 서정우의 체력을 조금 더 끌어올리며 만반의 준비를 하기로 했다.확정된 일정을 듣고 나서야 하시윤은 가슴을 짓누르던 무거운 돌덩이를 비로소 내려놓을 수 있었다.회의실을 나와 병실로 돌아가는 내내 그녀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가득했다.하지만 병실 앞에 도착하자마자 그 기쁨은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렸다.그곳에는 하병우가 서 있었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제 딸뻘인 어린 애인까지 대동한 채였다.하시윤의 시선이 하병우의 손에 들린 서류 뭉치에 머물렀다.병실 앞을 지키는 사람들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그는 애인을 부축한 채 밖에서 서성이고 있었다.서지혁과 하시윤이 나타나자 하병우가 얼굴 가득 비굴한 웃음을 띠며 다가왔다. 대충 상황을 짐작한 모양인지 그가 먼저 말을 걸었다.“정우 수술 날짜 잡혔다며?”하시윤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에 선 여자를 훑어보았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여자의 배 쪽으로 향했다.아직은 티가 나지 않았고 얼굴에서도 임신부 특유의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한동안 못 본 사이였지만 여자는 예전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해 보였다.다 함께 병실 안으로 들어온 뒤, 서지혁은 한효진의 상태를 확인하러 가봐야겠다며 자리를 비워주었다.천군만마 같던 서지혁이 사라지자 하병우의 태도는 한결 뻔뻔해졌다. 그는 손에 쥐고 있던 서류를 하시윤에게 내밀었다.주식 증여 계약서였다.하시윤이 내용을 훑어보니 하민지의 지분보다 딱 1%가 더 높게 책정되어 있었다. 참 그다운 발상이었다. 더 주기는 아깝고,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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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꼴도 보기 싫은 사이

하시윤은 침대에 누워 주식 증여 계약서를 찬찬히 훑어내렸다. 마지막 장에 찍힌 하병우의 서명과 인감을 확인하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지혁 씨.”그녀는 고개를 돌리고는 말을 이었다.“이 계약서 말이야...”그러다가 그녀의 시선이 창가에 서 있는 서지혁에게 머물렀다.“왜 그래?”서지혁이 손짓하며 그녀를 불렀다.“일단 이리 좀 와봐. 구경거리가 생겼어.”그 말에 하시윤은 고민하지도 않고 침대에서 바로 튀어 나갔다. 그녀는 쪼르르 달려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구경거리? 뭔데? 어디?”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그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래층 공터에서 사람들이 뒤엉켜 난리법석을 떨고 있었다. 멀리서도 째지는 듯한 비명이 들려올 정도였다.하시윤이 미간을 찌푸렸다.“저거...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인데?”세 남녀가 엉망진창으로 섞여 있었다. 가운데 낀 남자를 사이에 두고 두 여자가 서로 얼굴을 할퀴고 머리채를 휘어잡으며 개싸움을 벌이는 중이었다.남자는 어떻게든 한 여자를 감싸며 다른 여자를 밀어내려 애썼다.하지만 몸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는지 두 여자 사이에 끼어 이리저리 휘둘리며 볼품없이 비틀거렸다.하시윤이 아래쪽을 가리켰다.“저 사람 좀 봐. 딱 하병우 아니야?”서지혁이 낮게 웃으며 그녀의 등 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하시윤의 허리를 감싸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몸 너무 내밀지 마. 떨어질까 봐 겁나니까.”그가 덧붙였다.“응, 하병우 맞아.”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하시윤은 단번에 상황 파악을 끝냈다.“그럼 저쪽은 조경순이야?”두 여자가 원수라도 만난 듯 뒤엉켜 싸우는 통에 얼굴이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짐작은 충분히 가능했다.서지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 던졌다.“조경순이 가엽게 됐네. 조만간 독박 제대로 쓰겠어.”그게 무슨 뜻인지 하시윤도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한진경은 뱃속의 아이를 지킬 생각이 없었다. 그런 타이밍에 조경순이 나타나 시비를 걸어줬으니 아이를 떼버릴 완벽한 핑곗거리를 던져준 셈이었다.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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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액막이

하병우가 하시윤을 찾아온 건 가슴 속의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털어내고 싶어서였다.하지만 하시윤이 내뱉는 말마다 가슴을 후벼 파는 통에 그는 준비했던 하소연은 꺼내지도 못한 채 입술만 짓씹으며 침묵을 지켰다.하시윤은 그런 그를 곁눈질하며 무심하게 물었다.“조경순 씨는 어떻게 됐어요? 다친 데는 없고요?”“아주 팔팔해.”조경순이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하병우가 이를 갈았다.그가 덧붙이며 목소리를 높였다.“경찰에 신고했어. 절대로 그냥 안 넘어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하시윤은 그저 헛웃음을 한 번 내뱉을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하병우는 무릎 위에 올린 두 주먹을 꽉 쥐고 있었고 눈시울까지 붉어진 상태였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하시윤은 문득 기시감이 들었다. 친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그는 딱 저런 표정이었다.당시에는 다들 그가 버티지 못할 거라 걱정했었다. 금슬 좋은 부부였으니 한쪽이 떠난 자리가 남은 이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타격일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모두의 예상은 빗나갔다. 그는 장례를 마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새 애인을 만나러 다녔고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그러니 지금 저렇게 죽을상을 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도 하시윤에게는 아무런 울림이 없었다.저 남자는 연기라면 사족을 못 쓰는 부류였으니까.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서지혁이 서정우를 안고 들어왔다.병실에 들어서자마자 서정우가 환하게 웃으며 외쳤다.“엄마! 동생이다!”하시윤의 얼굴에 즉시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아이를 받아 안으려 팔을 뻗었다.하지만 서지혁은 아이를 넘겨주지 않았다.“너는 침대에 앉아 있어.”그는 침대 옆 협탁에 놓인 도시락통을 발견하고는 눈매를 엄하게 가다듬었다.“이거 왜 손도 안 댔어?”하시윤이 한숨을 쉬며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매일같이 이렇게 잔뜩 만들어 오는데 내가 무슨 수로 다 먹어?”그녀가 투덜거렸다.“영양 보충도 정도가 있지, 사육당하는 기분이라니까.”서지혁은 서정우를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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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다 본 사이

성문영은 잠시 기다리다 전화를 한 통 받고는 회사가 바빠서 가봐야겠다며 자리를 떴다.서경민이 회사로 복귀하지 않을 모양이었다. 이럴 때일수록 회사에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아무도 대꾸하지 않자 그녀는 일부러 제자리에 서서 사람들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자신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는 이내 발길을 돌렸다.심연정은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화장실 좀 다녀올게요.”목소리가 워낙 작아 서지혁과 하시윤은 듣지 못한 듯했고 곁에 있던 정경란만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심연정은 발걸음을 재촉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건물 밖으로 나와 주위를 살피던 그녀의 눈에 오솔길 너머로 익숙한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조심스럽게 길모퉁이를 돌아가자, 예상대로 그곳에는 성문영이 서 있었다.그리고 그녀의 앞에는 역시나 심태진이 있었다.마주 보고 선 두 사람 사이로 알 수 없는 대화가 오갔고 심태진의 표정은 다정하면서도 걱정이 서려 있었다.심연정은 나무 아래 멈춰 섰다. 몸을 다 숨기기에는 가냘픈 나무였지만 밀회에 빠진 두 사람은 주변을 살필 여유가 전혀 없었다.성문영이 몇 마디 하자 심태진은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손을 꼭 맞잡았다.지나다니는 이 하나 없는 한적한 길이라 그런지 두 사람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 심태진이 한 걸음 더 다가서더니 성문영을 부드럽게 제 품으로 끌어당겼고 성문영은 자연스럽게 그의 가슴팍에 머리를 기댔다.나이 지긋한 남녀의 애정 행각도 제삼자의 눈으로 보니 생각보다 거슬리지 않았다. 워낙 인물들이 출중한 데다가 차림새까지 세련된 덕분인지 다정한 몸짓이 외설스럽기는커녕 오히려 애틋해 보이기까지 했다.물론 심연정이 그들을 응원할 리는 없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묘한 감회에 젖어 들었다.지난 수십 년간 부모가 지내온 모습을 지켜보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눈앞의 광경과 대조해 보니 사랑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얼마나 극명한지가 뼈저리게 다가왔다.심태진은 정경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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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집을 찾아오다

노크 소리가 들려왔을 때, 하시윤은 가정부가 또 보양식을 들고 들어오는 줄로만 알았다.그녀는 눈을 뜬 아기와 놀아주며 조금 지친 기색으로 대답했다.“정말 더는 못 먹겠어요. 소화 좀 시키게 내버려두세요.”하지만 문밖에서 들려온 건 가정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나다.”하시윤은 흠칫 놀랐다. 서경민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그는 밖에서 기다리며 들어와도 괜찮은지 정중하게 물었다.옷차림을 정돈한 하시윤이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들어오세요.”방문이 열리고 들어온 서경민은 침대에서 꽤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그리고 침대 위에 누운 아이를 발견한 그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깨어 있었어?”하시윤이 그렇다고 답하며 잠시 망설이다가 아기를 아기 침대로 옮겨 눕혔다.그제야 서경민이 다가와 침대 곁에 서서 아이를 살폈다.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사방을 구경하는 아기를 보던 서경민이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너를 닮았군.”하시윤이 담담하게 대답했다.“다들 그렇게 말해요.”서경민은 한참을 망설이다 아기의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아이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의 얼굴에는 하시윤이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자애로움이 서려 있었다.평소 워낙 엄격하고 굳은 표정만 짓던 사람이었다. 전에 서정우를 대할 때도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지긴 했지만 그저 온화한 수준에 불과했었다.하시윤 역시 침대에서 내려와 한쪽에 비켜섰다.잠시 후, 아기는 하품을 크게 한 번 하더니 별다른 투정도 없이 몸을 몇 번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아이가 깊게 잠든 것을 확인한 서경민이 아기 침대를 큰 침대 쪽으로 조심스레 밀어준 뒤, 몸을 돌려 창가에 섰다.“병원에 있을 때는 병실 문 앞을 지키는 사람들 때문에 나조차 들어갈 수가 없더군. 아이 얼굴 한 번 보는 게 참 쉽지 않았어.”그가 말을 이었다.“퇴원하면 당연히 본가로 들어올 줄 알고 기다렸는데 이쪽으로 왔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 놀랐네.”하시윤이 답했다.“여기가 편해서요. 무균실 면회가 아예 안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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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화성 그룹 주식이 필요해?

연재윤은 하시윤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 고개를 푹 숙인 채 투덜거렸다.“그 영감탱이가 그럴 리 있겠어요? 내 털끝 하나라도 건드려 보라고 하세요. 가만 안 둘 테니까.”그는 그대로 몸을 돌려 거실로 향했다.“웃고 싶으면 그냥 웃어요. 뭘 그렇게 참아요.”하시윤은 아이를 안고 뒤따라 나갔다. 거실에 놓인 아기 침대에 아이를 눕히자 연재윤이 다가와 살폈다.아기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신기한 듯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소파에 앉아 있던 서지혁이 하시윤에게 손을 뻗었다.“이리 와.”그러고는 곧장 연재윤을 향해 핀잔을 줬다.“내 딸내미 놀라게 하지 말고 저리 비켜.”연재윤이 눈을 흘겼다. 눈가는 시퍼렇게 멍들고 광대뼈까지 부어오른 탓에 눈에 힘을 줘도 위협적이기는커녕 우스꽝스럽기만 했다.하시윤이 물었다.“그래서 대체 누가 그런 거예요? 재윤 씨면 웬만한 사람들은 감히 때릴 엄두도 못 낼 텐데.”“그러니까 나한테 손댄 놈이 보통 놈이 아니라는 거죠.”연재윤이 다시 아이를 내려다보며 툴툴거렸다.“내 잘난 얼굴에 질투라도 났나 봐요. 아주 작정한 듯이 얼굴만 골라서 주먹을 날리더라고.”하시윤이 서지혁을 돌아보며 목소리를 낮췄다.“지혁 씨는 뭐 아는 거 있어?”“내가 알 게 뭐야.”서지혁이 무심하게 대꾸했다.“맨날 밖에서 사고 치고 다니는데 원수가 한둘이겠어? 얻어맞고 다녀도 이상할 거 없지. 나조차 때려주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닌데.”연재윤이 콧방귀를 뀌며 입을 달싹거렸지만 정확히 무슨 욕을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다.서지혁이 잠시 기다리다 다시 물었다.“큰형이라는 사람은 찾았어?”“내 형님은 너잖아. 또 누가 있다고 그래?”연재윤이 너스레를 떨었다.서지혁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그제야 연재윤은 허리를 펴고 제대로 마주 섰다.표정은 자못 진지해졌지만 피멍이 든 얼굴 때문에 영 분위기가 살지 않았다.“못 찾았어. 누가 숨겨준 게 분명해.”누가 숨겼는지는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내가 연씨 가문에 들어가서 집안을 발칵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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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철제 테이블

하시윤이 처음에 하병우에게 회사 지분을 내놓으라고 했던 건 사실 홧김에 저지른 일에 가까웠다.그와 다시 엮일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을 뿐더러, 그 회사가 잘나가 봐야 어차피 시한부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서지혁의 뒷배가 사라지고 이미 정경란에게까지 미운털이 박혔으니 하병우의 앞날은 불 보듯 뻔했다. 파산까지는 아니더라도 몰락의 길을 걷는 건 시간문제였다.“그쪽 회사 규모도 나쁘지 않아. 회장님이 지금 정현 그룹 지분을 사들이고 계시니까 지혁 씨는 이 기회에 하성 그룹을 먹어버려. 그게 훨씬 수월할 거야.”그녀가 덧붙였다.“지분은 지혁 씨한테 판다고 했지만 사실상 명목이 그렇다는 거야. 하병우가 인간 말종인 건 맞지만 회사 자체는 꽤 탄탄하거든.”서지혁이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그래서?”하시윤이 눈을 깜빡였다.“그래서라니?”그녀가 대꾸했다.“그렇게 되면 서씨 가문 사업 규모는 더 커질 거고 탄탄대로를 달려서 돈을 쓸어 담게 되겠지. 뻔한 얘기잖아. 지혁 씨가 더 잘 알면서 왜 물어.”말하다 보니 스스로도 우스운지 하시윤이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묻는 건 그게 아니야.”서지혁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나한테 지분을 팔고 나서 너는 어쩔 셈이지?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이냐고 묻는 거야.”그가 정곡을 찔러왔다. 하시윤의 얼굴에서 미소가 조금씩 어색하게 굳어갔다.“나? 난 당연히 떵떵거리며 잘 살아야지. 게다가 지혁 씨가 날 박하게 대할 리는 없잖아. 덕분에 나도 돈 많은 사모님 소리 들으면서 남은 인생 편하게 즐기려고.”서지혁이 물었다.“그래서 아빠가 오늘은 또 무슨 소리를 하러 오셨는데?”서경민은 평소 똑똑한 사람과 상대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하시윤 역시 예전에는 머리 잘 돌아가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는 길이라 생각했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생각이 달라졌다.서지혁은 지나치게 영리했다. 적당히 얼버무리거나 눈 가리고 아웅 하듯 대충 넘어가려 해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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