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全部章節:第 401 章 - 第 410 章

565 章節

제401화 연기

성씨 가문 사람들이 하강까지 들이닥쳤다.서씨 가문 저택부터 들러서 간을 보더니 사람이 없다는 걸 알자마자 서강 그룹까지 거침없이 찾아왔다. 안내 데스크 직원들은 처음 보는 성씨 가문 사람들의 기세에 눌려 일단 위층으로 전화를 걸었다.불과 몇 분 뒤, 서인준이 1층 로비로 내려왔다. 그는 대기실에 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는 잠시 흠칫했다.그동안 성문영은 친정 식구들이 제 몸에 빨대를 꽂고 등골을 빼 먹는 꼴이 보기 싫어 왕래를 거의 끊다시피 했다. 자연스레 서지혁과 서인준 형제 역시 혈육이라는 이름표만 달았을 뿐, 외가 식구들에게 그 어떤 애정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였다.서인준이 그들에게 다가갔다.“외할머니, 어쩐 일로 오셨어요.”박경희는 서인준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더니 그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아이고, 우리 인준이! 어쩜 이렇게 번듯하게 컸니?”박경희가 감격에 겨워 말을 이었다.“정말 오랜만이구나.”서인준이 말끔하게 슈트를 차려입은 모습을 박경희는 아주 꼼꼼하게 훑어내렸다.“지난번에 봤을 때는 아직 학생이었던 것 같은데. 벌써 회사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네.”박경희는 서인준의 팔을 연신 두드리며 흐뭇해했다.“역시 옷이 날개라더니. 이렇게 차려입으니까 아주 인물이 훤하다.”“외할머니, 여긴 어쩐 일이세요?”박경희의 표정이 순간 움찔하더니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냥 얼굴이나 좀 볼까 해서 왔지.”그러더니 박경희는 슬쩍 성문영의 행방을 물었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며 지금 사무실에 있느냐는 것이었다.성문영은 자리에 없었다. 오전에 회의를 마치자마자 미팅이 있어 밖으로 나갔기 때문이다.함께 온 일행이 대여섯 명이나 되는 걸 본 서인준은 일단 그들을 집으로 모시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박경희는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아니다, 아니야. 바쁘면 네 일 보러 가거라. 우린 여기서 그냥 기다리면 돼. 집에 너희 식구들도 아무도 없다는데 우리끼리 거기 가 있는 것도 모양새가 좀 그렇지 않니?”그 말에 서인준은 잠시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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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질문을 뭐 그렇게 해

지윤정에게 전화가 왔을 때, 하시윤은 한창 아기를 달래고 있었다.하시윤은 전화를 받고는 스피커폰을 켜서 옆에 두었다.지윤정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려 퍼졌다.“시윤 씨, 애 낳았어요?”하시윤은 깜짝 놀라 하마터면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그녀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그럼요, 낳았죠.”하시윤이 덧붙였다.“예쁜 딸이에요. 이제 나도 아들딸 다 가진 엄마가 됐네요.”지윤정이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방금 알았어요. 아니, 왜 이렇게 일찍 낳은 거예요?”하시윤은 사고가 좀 있었다는 사실을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아 그저 아이가 세상 구경을 빨리 하고 싶었나 보다고 적당히 둘러댔다.지윤정은 내심 아쉬운 듯 투덜거렸다.“잠깐 한눈판 사이에 애를 낳다니. 원래는 시윤 씨 출산할 때 내가 옆에서 지켜주려고 했단 말이에요.”그러더니 지윤정이 말을 이었다.“다음번에, 다음번에는 내가 꼭 옆에 있을게요. 미리 딱 대기하고 있다가 순산할 때까지 지켜줄 테니까.”다음번이라니.하시윤의 입가에 머물던 미소가 서서히 옅어졌다.그녀에게 더 이상의 다음은 없었다.설령 서지혁과 함께하지 않게 되더라도 앞으로 다시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으니까.지윤정은 아기를 보러 가겠다며 하시윤에게 서씨 가문의 본가로 들어갔는지 물었다.하시윤이 지금 지내는 곳을 알려주자 지윤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둘이서만 따로 지내는군요? 잘됐네요. 그럼 저도 좀 편하게 갈 수 있겠어요. 솔직히 산 중턱에 있는 그 어마어마한 저택은 좀 주눅 들 것 같았거든요.”몇 마디 대화가 더 오간 뒤, 지윤정이 점심쯤 방문하기로 약속하고 전화가 끊겼다.하시윤은 별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다 점심때가 다 되었을 무렵 다시 걸려 온 지윤정의 전화를 받았다.이번에 들려오는 지윤정의 목소리는 잔뜩 겁에 질린 듯 낮게 깔려 있었다.“시윤 씨, 집 앞에 웬 경호원들이 서 있어요. 저보고 들어가지 말라는데요?”하시윤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둘러 나가 문을 열었다.멀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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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인과응보

지윤정이 점심을 먹지 않고 떠난 자리에는 금세 새로운 손님이 찾아왔다.연재윤이었다.연재윤의 얼굴에 있던 멍은 좀 가라앉았나 싶더니 그 위로 새로운 상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칼에 베인 상처였다. 광대뼈 쪽에는 꽤 길게 베인 자국이 있어 두어 바늘 꿰맨 뒤 커다란 밴드를 붙이고 있었다.원래도 건달처럼 입고 다니는 연재윤인데 얼굴에 ‘훈장’까지 달고 나타나니 그야말로 질 나쁜 양아치가 따로 없었다.식사 시간에 맞춰 들어온 연재윤은 군말 없이 손을 씻더니 자연스럽게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하시윤은 한참 동안 연재윤의 얼굴을 뜯어보다가 입을 뗐다.“그 상처, 아버님이 손을 댄 건가요?”상처가 이 꼴인 걸 보니 하시윤의 머릿속에서는 감히 연재윤에게 이런 짓을 할 사람이 연상훈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다.연재윤은 밥을 뜨더니 빠르게 씹어 삼키고는 하시윤에게 숨김없이 털어놓았다.“아니요. 그 영감탱이 아들놈이요.”하시윤은 잠시 머리를 굴리다 그가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차렸다. 연씨 가문의 장남이었다.하시윤이 물었다.“둘이 맞닥뜨린 거예요?”연재윤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옆에 있던 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한판 붙었죠.”서지혁이 끼어들었다.“그 사람은 지금 어디 있어?”“감방 갔지.”연재윤이 제 얼굴의 상처를 가리키며 덧붙였다.“나야 그나마 제일 가볍게 긁힌 정도고. 그놈이 완전히 눈이 뒤집혀서 칼을 들고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경찰이 왔을 때도 제압이 안 될 정도였다니까.”약이라도 한 건지 연씨 가문 장남은 거의 실성한 사람처럼 날뛰었다. 결국 경찰들에게 눌려 바닥에 처박히고서도 누구 하나는 꼭 죽여버리겠다며 악을 써댔다.물론 그가 가장 죽이고 싶어 했던 대상은 연재윤이었다. 몸부림을 치는 힘이 어찌나 센지 장정 둘이 달라붙었는데도 겨우 눌러놓을 정도였다.상처 하나 입지 않았지만 경찰은 그를 곧장 병원으로 끌고 갔다. 약물 복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연재윤이 말을 이었다.“나도 얼굴이 피범벅이었어서 병원에 같이 갔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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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큰 변화

의사의 설명은 거침이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위로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한효진이 겪는 고통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체 기능이 워낙 떨어진 탓에 통증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할 만큼 감각이 무뎌졌다는 설명이었다.설령 마지막 순간이 오더라도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평온하게 세상을 떠날 확률이 높았다. 이는 고통에 시달리는 수많은 환자에게는 사실 선택받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운이나 다름없었다.설명을 다 들은 서지혁이 입을 열었다.“이 내용, 우리 아빠한테도 전달했나요?”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회장님께도 가감 없이 말씀드렸습니다. 알겠다고 하시더군요.”서지혁이 다시 물었다.“할머니 면회 신청은 하셨나요?”“오늘 오후에 오시기로 했습니다.”서지혁은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다.오후가 되자 서지혁도 병원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서경민과 딱 마주쳤다.부자간에 얼굴을 마주한 지 며칠 되지 않았건만 서경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모습이었다.서지혁은 한효진의 상태가 워낙 좋지 않으니 효심 지극한 서경민이 꽤 큰 충격을 받았을 거라 짐작했다. 하지만 서경민의 얼굴 어디에서도 충격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평소처럼 서늘하고 무심한 안색뿐이었다.서지혁을 발견한 서경민이 조금 의아한 듯 물었다.“너도 면회하러 온 거야?”“정우 상태가 어떤지 물어보러 왔어요.”서지혁이 덤덤하게 대답했다.“할머니가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아빠뿐일 테니까요.”서경민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마침 면회 시간이 되자 서경민은 의료진의 안내를 받아 무균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옆으로 이동했다.서지혁은 곧장 서정우의 주치의를 찾아갔다.이미 전화로 대략적인 보고는 받았던 터라 이번 방문은 새로 나온 검사 결과지를 직접 확인하는 것에 가까웠다.확인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기에 서지혁은 중환자실 근처에서 잠시 서경민을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밖으로 나온 서경민의 눈가는 살짝 붉어져 있었다.서경민은 처음에 서지혁을 보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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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수모

저녁 무렵, 서인준이 집을 찾아왔다. 웬일로 야근이 없는 날인지 조카 얼굴이나 좀 볼 겸 들른 모양이었다. 입구를 지키던 경호원들은 서인준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두말없이 길을 터주었다.하시윤은 전신 마사지를 마친 뒤 샤워를 하고 머리까지 보송하게 말린 상태였다. 그리고 옷을 겹겹이 껴입고 작은 모자까지 눌러쓴 채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서지혁이 휴대폰 사용을 엄격히 금지한 탓에 그녀가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낙은 TV뿐이었다.하시윤의 품에는 작은 아기가 안겨 있었다. 모녀가 나란히 핑크색 옷을 맞춰 입고 핑크색 모자까지 쓰고 있는 모습은 꽤 앙증맞았다.집 안으로 들어선 서인준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서지혁이었다. 그리고 서지혁의 시선이 닿는 곳을 따라가자 소파에 앉은 하시윤과 아기가 보였다.서인준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서지혁의 곁으로 다가갔다.“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네.”서지혁은 서인준의 등장에 깜짝 놀란 듯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야, 너는 무슨 귀신도 아니고 인기척도 없이 들어오냐?”서인준은 어이가 없다는 듯 대답했다.“형이 너무 넋을 놓고 보고 있었던 거겠지. 내가 문을 그렇게 요란하게 열고 들어왔는데 못 들은 건 형 문제 아니냐?”하시윤이 고개를 돌려 서인준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웃으며 소파로 안내했다.“인준 씨, 어서 와요. 한동안 안 와서 어디 실종이라도 된 줄 알았어요.”“일이 죽을 만큼 많아서요.”서인준은 하시윤의 옆자리에 앉으며 팔을 뻗었다.“형수님, 아이 좀 이리 줘보세요.”하시윤은 조심스럽게 아이를 서인준에게 넘겨주었다.아이를 받아 든 서인준의 눈빛이 금세 다정해졌다.“이 녀석, 정말 말랑말랑하네.”서인준은 아이의 모자 위로 살짝 입을 맞췄다. 아기는 삼촌의 품이 편안한지 여전히 쌕쌕거리며 단잠에 빠져 있었다.서인준은 아이가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자세를 고쳐 잡았다.그때, 서지혁이 다가오더니 서인준을 툭 치며 말했다.“비켜봐.”서인준은 처음에 무슨 소린가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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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도와줘

하시윤과 서인준은 문짝에 착 달라붙어 바깥의 소리를 듣고 있었다.사실 현관문 렌즈로도 밖이 훤히 보였지만 두 사람 중 누구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서로 혼자서만 보겠다고 투닥거리던 둘은 결국 한 발씩 물러나 문에 귀를 대고 청력에 의지해 상황을 파악하기로 합의했다.다행히 소리는 꽤 선명하게 들렸다.잠시 후 하시윤이 몸을 일으키며 서인준을 돌아보았다.서인준의 얼굴에는 하시윤과 똑같은 표정이 서려 있었다. 그건 경악을 넘어선 황당함 그 자체였다.하시윤은 당장이라도 속사포처럼 뒷담화를 쏟아내고 싶었지만 상대가 서인준의 외할머니라는 사실이 떠올라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서 튀어나오려던 말을 억지로 삼키며 아기를 건네받았다.“인준 씨나 계속 들으세요. 저는 가서 TV나 볼래요.”품에 안긴 서시은은 입술을 몇 번 오물거리더니 고개를 까닥이며 편한 자세를 찾아 다시 단잠에 빠져들었다.하시윤은 아기를 안고 소파로 돌아왔다. 눈은 TV 화면을 향해 있었지만 시선은 자꾸만 서인준 쪽으로 향했다.서인준은 여전히 혼자 문 앞에 붙어 렌즈를 통해 밖을 훔쳐보고 있었다.하시윤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성문영의 행보가 비밀로 남을 거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정경란이 이 정도로 수완 좋게 이 상황을 제 실속을 챙기는 도구로 써먹을 줄은 몰랐다.하기야 비즈니스 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인데 머리 회전이 느릴 리가 없었다. 남편을 뺏겼으니 그 대가로 상대의 돈이라도 털어내겠다는 심산이 분명했다.얼마 뒤 서인준이 다가와 하시윤의 옆에 앉고는 화면을 응시했다.하시윤이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슬쩍 말을 걸었다.“인준 씨 어머니는...”“말하고 싶지 않아요.”서인준이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그러니 묻지 말아 주실래요?”“그래요. 나라도 말하기 싫겠네.”몇 분 뒤, 현관문이 열리며 서지혁이 들어왔다.두 사람의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 듯 그에게 꽂혔다.서지혁은 무표정하게 다가와 아이를 받아 안았다. 그러더니 빤히 자신을 바라보는 두 사람을 향해 툭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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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인정

박경희는 결국 구걸 행각을 벌이던 친척들을 데리고 떠났다.하시윤은 서인준에게 그 소식을 들었다. 서인준이 굳이 전화까지 해서 알려줄 줄은 몰랐기에 하시윤은 꽤 의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니 그럴 법도 했다.서인준 입장에서도 이번 일은 어지간히 질색할 만한 사건이었고 어디 가서 털어놓을 곳도 마땅치 않았을 터였다. 같이 문짝에 붙어 엿듣던 사이니 하소연할 상대라고는 저밖에 없었을 테니까.하시윤이 물었다.“그래서, 결국 누가 돈을 내준 거예요?”“우리 엄마가 줬어요.”서인준이 답했다.“가지고 있던 보석들을 좀 팔았나 봐요.”지난 세월 동안 서경민은 성문영에게 경제적으로는 무척 관대했다. 각종 연회나 사교 모임에 필요한 명품 의상과 보석들을 아낌없이 사주었으니 말이다.그중 몇 세트만 처분해도 웬만한 거금은 금방 마련되었을 것이다.하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진작 보석을 팔면 됐지, 뭐 하러 그렇게 요란하게 소동을 피운 거예요?”서인준이 한숨을 내쉬었다.“모양 빠지잖아요. 돈이 없어서 보석까지 팔아치우는 꼴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게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일인데.”그 말도 일리는 있었지만 그렇게 난리를 피운 꼴도 우습기는 매한가지였다.하시윤은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그 심태진이라는 사람, 지금은 어떻게 지내요?”“별로 안 좋아요.”서인준이 말했다.“아주 평범하고 구석진 동네로 이사했더라고요. 수중에 돈도 거의 떨어진 모양이에요.”심태진은 당시 현금을 마련하려고 너무 서둘렀다. 만약 정현 그룹의 지분을 아직 쥐고 있었다면 지금쯤 그 지분을 무기로 정경란과 협상이라도 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결국 빈털터리가 된 그는 이제 정경란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이후 몇 마디가 더 오갔고 서인준이 바쁜 일 때문에 전화를 끊었다.하시윤은 침대에 누워 있다가 몇 초 뒤 다시 휴대폰을 들어 확인했다.산후조리 기간이 끝나려면 보름 정도 남았는데 그때는 서정우가 무균실에서 나오는 시기와도 맞물렸다.그녀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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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뿌리 뽑기

서인준은 회의를 마치고 복도로 나오자마자 경찰 두 명이 누군가의 안내를 받으며 서경민의 사무실로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했다.그는 멈칫하며 복도에 서 있던 직원에게 물었다.“무슨 상황이죠?”직원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잘 모르겠어요. 신 비서님을 찾으러 왔다던데요.”“신 비서님이요?”서인준은 잠시 생각한 뒤에야 그게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비서 신지원이었다.서경민의 비서였다.서인준이 다시 물었다.“신지원 씨는 왜 찾는대요?”상대방도 그 질문에는 딱히 대답할 말이 없는 듯했다.서인준은 손에 들고 있던 회의 서류를 일단 제 사무실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곧장 밖으로 나갔다.마침 서경민의 사무실 문이 열리고 있었다. 서경민은 형사 두 명과 함께 밖으로 나오더니 바로 옆 사무실로 향했다.그곳은 신지원의 사무실이었다. 서경민의 사무실과 딱 붙어 있는 그 공간은 그리 넓지 않았다.서인준은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평소 신지원과는 왕래가 거의 없었던 터라 그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서인준도 아는 바가 많지 않았다.서경민에게는 세 명의 비서가 있었는데 신지원은 특별 보좌관으로서 주로 외부 현장 업무를 전담했다. 회사 내부 사무는 나머지 두 비서가 맡아 처리했기에 신지원은 사내 직원들과 접촉하는 일이 드물었다.사실 비서라기보다는 경호원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인물이었다.서인준이 다가갔을 때는 이미 신지원이 경찰들에게 연행되어 나오고 있었다.안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서경민과 신지원, 그리고 두 형사 모두 표정 변화가 거의 없었다. 겉으로 봐서는 무엇이 문제인지 도통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서인준이 입을 열어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서경민은 아들을 한 번 쳐다봤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형사들 역시 별다른 설명 없이 신지원을 데리고 회사를 빠져나갔다.서인준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서경민에게 재차 물었다.“신 비서가 왜 잡혀가는 거예요? 무슨 사고라도 쳤어요?”경찰이 온 게 당연히 한효진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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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기본 소양

서지혁이 돌아왔을 때, 하시윤은 막 아기를 재운 참이었다.도어록 소리가 들리자 하시윤이 밖으로 나와 물었다.“어떻게 됐어? 병원 쪽은 상황이 좀 어때?”서지혁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대답 대신 짧게 한마디를 던졌다.“잠깐만 쉴게.”그는 침실로 들어가 갈아입을 옷을 챙겨 욕실로 향했다. 한참을 씻고 나온 서지혁은 커튼을 치고 침대에 몸을 뉘었다.하시윤도 딱히 서운해하지 않았다. 그저 문가에 서서 가만히 지켜보다가 조용히 문을 닫아주었을 뿐이다.그의 반응을 보니 대강 상황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짐작이 갔다.얼마 뒤 산후조리 재활 선생님이 도착했고 하시윤은 건너편 방으로 향했다.삼십 분 넘게 재활 운동을 하고 땀을 식힌 뒤 다시 침실로 돌아왔을 때, 서지혁은 자기는커녕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그의 손가락 사이에는 담배 한 대가 끼워져 있었다. 불은 붙이지 않은 채 그저 들고만 있었는데 피우고는 싶지만 아이를 생각해서 억지로 참는 모양새였다.하시윤이 먼저 씻고 나와 서지혁의 뒤에서 허리를 껴안았다.“할머님 쪽 상황이 많이 안 좋아?”한참 뒤에야 서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자백하셨어.”하시윤은 놀라지 않았다.“마음이 좀 그래?”“그건 아니야.”서지혁이 말했다.“딱히 슬퍼할 일은 아니지. 할머니 상태가 저런데 죄를 인정하든 아니든 무슨 상관이겠어.”그가 덧붙였다.“그저 좀 허망해서 그래.”중환자실에서 구 형사는 한효진이 말을 제대로 못 하니 소통에 착오가 생길까 봐 질문을 집요할 정도로 상세히 던졌다. 같은 질문을 몇 번씩 반복하며 확답을 받아냈다.구 형사는 서경민을 언급했다. 원정희가 죽었을 당시 서경민은 이미 성인이었으니 범행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충분했기 때문이다.하지만 한효진은 서경민을 완벽하게 혐의에서 빼내고 모든 죄를 혼자 뒤집어썼다.이어 서무열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서무열은 병이 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원정희가 살해당했으니 경찰은 당연히 서무열의 사인도 의심했다.한효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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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한계점

서인준은 오늘따라 야근도 없고 선약도 없었는지 또다시 집으로 찾아왔다.아직 저녁 식사 전이라 시간적 여유가 좀 있었고 서인준은 소파에 앉아 서지혁과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하시윤은 방에서 쉬고 있다가 아이가 잠에서 깨자 아이를 품에 안고 밖으로 나왔다.거실로 걸어 나갔을 때, 마침 서인준이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난 외곽 창고 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거든. 그래서 일부러 인터넷을 좀 뒤져봤는데 유출된 정보가 많지는 않지만 거기 숨겨둔 물건 규모가 장난이 아니라더군.”서인준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말했다.“난 도무지 이해가 안 가. 신지원 씨는 그저 아빠 비서일 뿐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그런 큰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릴 수 있지? 정말 그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우리 회사에서 나갔겠지. 뭐 하러 비서나 하고 있겠어.”서지혁은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그는 별다른 대꾸 대신 짧게 질문을 던졌다.“아빠 반응은 어때?”“화가 잔뜩 났지.”서인준이 답했다.“오늘 사무실에서 아주 제대로 난리를 피웠어. 컴퓨터 모니터까지 박살 냈다니까.”거기까지 말한 서인준이 픽 하고 실소를 터뜨렸다.“아빠가 그러는 거 처음 봤는데 꽤 볼만하더라고.”그는 몸을 뒤로 푹 젖히며 한결 여유로운 자세를 취했다.“고작 비서 한 명일 뿐인데 그렇게까지 이성을 잃고 화를 내다니. 정말이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더라고.”서인준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신지원 씨가 아빠 곁에 있은 지 꽤 오래됐잖아. 들리는 말로는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볼품없는 처지였다는데. 그런 사람이 저런 큰 사건에 엮여 있다는 게 아무래도 그 이면에 뭔가 구린 구석이 더 있는 것 같아.”서지혁은 그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아이를 안고 다가오는 하시윤을 발견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깼어?”하시윤이 아이를 서지혁에게 건네주며 물었다.“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해?”서인준이 웃으며 대꾸했다.“우리 집안의 구질구질한 뒷이야기 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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