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에게 전화가 왔을 때, 하시윤은 한창 아기를 달래고 있었다.하시윤은 전화를 받고는 스피커폰을 켜서 옆에 두었다.지윤정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려 퍼졌다.“시윤 씨, 애 낳았어요?”하시윤은 깜짝 놀라 하마터면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그녀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그럼요, 낳았죠.”하시윤이 덧붙였다.“예쁜 딸이에요. 이제 나도 아들딸 다 가진 엄마가 됐네요.”지윤정이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방금 알았어요. 아니, 왜 이렇게 일찍 낳은 거예요?”하시윤은 사고가 좀 있었다는 사실을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아 그저 아이가 세상 구경을 빨리 하고 싶었나 보다고 적당히 둘러댔다.지윤정은 내심 아쉬운 듯 투덜거렸다.“잠깐 한눈판 사이에 애를 낳다니. 원래는 시윤 씨 출산할 때 내가 옆에서 지켜주려고 했단 말이에요.”그러더니 지윤정이 말을 이었다.“다음번에, 다음번에는 내가 꼭 옆에 있을게요. 미리 딱 대기하고 있다가 순산할 때까지 지켜줄 테니까.”다음번이라니.하시윤의 입가에 머물던 미소가 서서히 옅어졌다.그녀에게 더 이상의 다음은 없었다.설령 서지혁과 함께하지 않게 되더라도 앞으로 다시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으니까.지윤정은 아기를 보러 가겠다며 하시윤에게 서씨 가문의 본가로 들어갔는지 물었다.하시윤이 지금 지내는 곳을 알려주자 지윤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둘이서만 따로 지내는군요? 잘됐네요. 그럼 저도 좀 편하게 갈 수 있겠어요. 솔직히 산 중턱에 있는 그 어마어마한 저택은 좀 주눅 들 것 같았거든요.”몇 마디 대화가 더 오간 뒤, 지윤정이 점심쯤 방문하기로 약속하고 전화가 끊겼다.하시윤은 별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다 점심때가 다 되었을 무렵 다시 걸려 온 지윤정의 전화를 받았다.이번에 들려오는 지윤정의 목소리는 잔뜩 겁에 질린 듯 낮게 깔려 있었다.“시윤 씨, 집 앞에 웬 경호원들이 서 있어요. 저보고 들어가지 말라는데요?”하시윤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둘러 나가 문을 열었다.멀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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