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Capítulo 381 - Capítulo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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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나?

병실 문 앞에 멈춰 선 정경란이 먼저 말을 건넸다.“우리가 방해한 건 아니지?”서지혁이 대답했다.“들어오세요.”그제야 두 모녀가 안으로 들어왔고 심연정은 정경란의 뒤편에서 다소 민망한 기색을 띠고 있었다.두 사람은 들고 온 선물을 한쪽에 내려놓았다. 정경란은 곧바로 지난 일에 대해 해명하는 대신, 먼저 아기를 살폈다.그 나이대 어른들이 다 그렇듯, 핏덩이 같은 아기를 보니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모양이었다.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하얗고 예쁘네. 애가 참 예뻐.”그녀는 하시윤을 바라보며 덧붙였다.“하시윤 씨를 닮았군요.”하시윤이 의례적인 인사를 건넸다.“그래요?”“조금은 닮았어요.”정경란은 말을 마치고 옆에 있던 서정우를 보았다.“정우야, 몸은 좀 어떠니?”곁에 앉아 있던 서정우가 대답했다.“힘들어요.”정경란이 안쓰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이제 다 왔어. 동생도 태어났으니 정우 너도 금방 나을 거야.”그러더니 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아기의 속싸개 위에 올려두었다.“아기에게 주는 선물이에요. 큰돈은 아니지만 내 정성이니 받아둬요.”하시윤과 서지혁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는 뒤를 돌아 심연정을 불렀다.“연정아, 이리 와.”심연정이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섰다. 표정이 아주 불편해 보였다.정경란이 미간을 찌푸리며 나무랐다.“오기 전에 내가 뭐라고 했어? 지금 그런 표정 짓고 있을 때가 아니야. 할 말 있으면 제대로 하고, 뭘 설명해야 할지 네가 더 잘 알 거 아니야.”심연정은 심호흡을 한 뒤에야 입을 열었다.“하시윤 씨, 어제 일은 나한테도 책임이 있다는 거 인정해요. 내가 당신을 밀쳐서 넘어진 거니까 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책임질게요. 하지만 당신을 일부러 해치려던 건 아니었어요. 그럴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고요.”그녀는 억울한 듯 덧붙였다.“그리고 정말로 누군가 내 발목을 낚아챘어요. 안 그랬으면 난 중심을 잡고 서 있을 수 있었단 말이죠.”하시윤이 믿지 않을까 봐 겁이 났는지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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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사실을 말하는 게 어때서

서경민은 병실을 나서기 전 서지혁을 빤히 쳐다보았다. 누가 봐도 의도가 다분한 눈길이었다.서지혁은 시선을 피하지 않고 무표정하게 맞받았다.하시윤도 그 기류를 읽고 그가 서지혁에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하지만 아니었다. 부자는 몇 초간 그렇게 대치하듯 바라보다가 이내 서경민이 먼저 병실을 나갔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한효진이 서지혁을 보며 한마디 거들었다.“임해광이 대체 왜 저러는지 모르겠구나.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 미친개처럼 아무나 물어뜯고 말도 안 되는 소리만 늘어놓고 있으니.”서지혁이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미친개라면 굳이 신경 쓸 가치도 없죠.”한효진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마음이 영 좋지 않아. 우리 집에서 보낸 세월이 얼만데. 우리가 그 집안에 얼마나 잘해줬니. 민숙 아줌마처럼 자식놈 유학까지 보내주진 못했어도 그 집안 식구들 우리 덕 많이 봤어. 아들놈 직장도 네 아버지가 다 알아봐 줬으니까. 공무원 되고 싶다길래 네 아버지가 연줄까지 동원해서 길을 터줬잖니. 그 집안 실력으로는 꿈도 못 꿀 일이었지. 딸내미 시집갈 때도 기 안 죽게 우리가 앞장서서 판을 깔아줬는데.”그녀가 냉소 섞인 목소리로 덧붙였다.“그런데 이제 와서 우리 뒤통수를 쳐? 정말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더니.”서지혁은 서정우를 품에 안아 올리며 대답했다.“민숙 아주머니한테 그렇게 잘해주고도 뒤통수 맞으셨으면서 다른 사람은 다를 줄 아셨어요?”유민숙 이야기가 나오자 한효진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말을 이었다.“민숙 아줌마는 그날 가버린 뒤로 감감무소식이야. 얼마 전에 전화 딱 한 번 왔더구나. 어디 남의 집 가정부로 취직했는데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다고.”그녀가 혀를 찼다.“그 나이에 남의 집 가정부를 하러 가다니. 구박이나 안 당할지 모르겠다.”“평생을 남의 집 일만 하다가 결국 마지막까지 구박받는 신세라면 그건 그 아주머니 본인 문제죠.”서지혁의 냉담한 말에 한효진은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 더 말하려 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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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나만 괴로울까 봐?

하시윤이 가차 없이 쏘아붙였지만 하민지는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맞장구를 쳤다.“말도 마. 우리 아빠지만 정말 창피해서 고개를 못 들겠어. 그 나이에 내연녀랑 같이 노는 것도 모자라 애까지 만들다니.”그녀가 혀를 차며 덧붙였다.“본인은 좋아서 입이 귀에 걸렸던데 남들이 뒤에서 자기보고 뭐라고 하는지는 안중에도 없나 봐.”하병우가 그 젊은 여자를 데리고 병원 검진을 다닐 때 전혀 몸을 사리지 않은 탓에 그 바닥 사람들은 이미 그의 늦둥이 소식을 다 알고 있었다. 이런 일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딱 좋은 안줏거리였으니 밖에서 어떤 소문이 돌지는 뻔했다.하시윤이 입을 열었다.“네 아빠 감시할 시간 있으면 네 엄마나 잘 챙겨. 조심해서 나쁠 거 없으니까.”하민지는 그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자신과 조경순을 비꼬는 것이라 생각하며 픽 웃었다.“걱정 마. 우리 엄마 곁에는 내가 있으니까 여전히 잘 지내고 계셔.”그러더니 그녀가 본론을 꺼냈다.“너 지금 속으로는 엄청 좋지? 하병우한테 아들이 생기면 원래 내 몫이었던 것들이 다 그 핏덩이한테 돌아갈 텐데. 너도 못 가질 거 나까지 못 갖게 됐으니 이제 좀 속이 후련하지?”하시윤은 그녀를 힐끗 쳐다볼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하민지는 몇 초간 그녀의 반응을 살피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정말 화 안 나? 그런 아빠를 두고서? 도움은 하나도 안 되면서 뒤통수나 치는 아빠 말이야.”그녀가 다그치듯 물었다.“서씨 가문 사람들이 아빠를 곱게 볼 리 없고. 결국 너까지 우습게 볼 텐데 진짜 화 안 나냐고.”“내가 그 사람들 눈에 들어야 할 이유라도 있어?”하시윤이 무심하게 대답했다.“그들이 날 우습게 보든 말든, 나도 그들이 안중에도 없는데 뭐가 문제야?”이어서 그녀는 하병우를 언급했다.“하병우가 뭘 하든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제 명예 깎아 먹는 짓은 본인이 하는 거고. 내가 신경 안 쓰면 그 양반 일은 나한테 아무런 영향도 못 끼쳐.”말을 마친 그녀가 하민지를 빤히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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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동기

서경민은 나중에 다시 병원에 오겠다고 했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대신 경찰이 다시 찾아왔다.하시윤이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동안 곁에 앉아 있던 서지혁은 전화를 한 통 받았다. 그의 표정이 눈에 띄게 엄숙해지더니 몇 마디 나누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하시윤에게 말했다.“할머니 쪽에 가봐야겠어. 금방 올게.”하시윤은 품 안의 아기에게 온 정신이 팔려 그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알겠다고 답했다.그저 낮에 한효진을 한바탕 쏘아붙인 것 때문에 그녀가 또 뒷방 늙은이 행세를 하며 심술을 부리는 줄로만 알았다.하지만 수유를 마치고 트림까지 시킨 뒤, 한참 동안 놀아주다가 아기가 잠들 때까지도 서지혁은 돌아오지 않았다.하시윤은 아기 침대를 병상 곁으로 바짝 붙여 아이가 잠든 모습을 지켜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병실 문이 열렸지만 들어온 사람은 서지혁이 아니었다.서인준이었다.서인준은 밥이 든 도시락통을 들고 왔다.침대에 누운 아이를 발견한 그가 살금살금 다가왔다.“또 잠들었나요?”그가 나직이 덧붙였다.“애가 깨어 있을 때 맞춰서 얼굴 좀 보려 했더니 올 때마다 잠만 자네요.”하시윤은 침대에서 내려와 도시락통을 받아 소파 쪽으로 가서 앉았다.“경찰 왔었나요?”서인준도 그 사정을 아는지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는 침대 곁에 앉아 아기의 작은 손을 만져보며 말을 이었다.“벌써 몇 번이나 왔는지 몰라요. 이것저것 조사하고 다니는데 대체 뭘 캐내려는 건지 원.”그는 임해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임해광은 원래 순순히 자백하며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임씨 일가 사람들이 면회를 두어 번 다녀간 뒤로 갑자기 말을 바꿨다고 한다.지난번에 흔쾌히 자백했던 건 뇌물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누구에게 뇌물을 받았냐는 물음에 서인준이 한숨을 내쉬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두 손을 무릎 위에 얹은 채 그가 말했다.“우리 할머니라고 하더군요. 처음부터 과실치사가 아니었고 할머니의 죄를 덮어주기 위해 거짓 자백을 했다는 거예요. 본인은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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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진실

한효진의 상태는 확실히 좋지 못했다. 그녀는 침대 머리에 기댄 채 산소호흡기를 끼고 두 눈을 감고 있었다.가정부는 이미 밖으로 내보낸 상태였고 병실 안에는 서경민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경찰들은 진작 돌아간 뒤였다.산소 공급이 끝나자 한효진은 코에 꽂았던 호스를 빼내며 깊게 숨을 들이켰다.“그래서, 임씨 일가가 정말 증거를 가지고 있다는 거냐?”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창밖을 보던 서경민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네, 그렇습니다.”한효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증거가 무엇인지는 묻지 않고, 대신 다른 것을 물었다.“그것들이 증거가 어디서 났대?”전에 임해광이 자수했을 때 경찰 조사가 이루어졌었다. 만약 그때 임씨 일가에게 임해광의 무죄를 입증할 증거가 있었다면 진작 내놓았을 터였다.그때 내놓지 않았다는 것은, 이른바 ‘증거’라는 것을 나중에야 손에 넣었다는 뜻이다.대체 어떻게 손에 넣었을까.임씨 일가의 형편에 수십 년 전의 일을 조사한다고 해서 결과가 나올 리 만무했다.누군가 증거를 그들에게 건넸다고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서경민은 대답하지 않았다.한효진은 가쁘게 몰아쉬던 숨을 가다듬으며 다시 몸을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다.“지혁이 짓이냐?”서경민이 입을 열었다.“확실치 않습니다. 임씨 가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증거를 나중에 받은 건 맞지만 누구에게 받았는지는 본인들도 모른다고 하더군요.”그들에게 익명으로 배달된 USB 안에는 영상 하나가 들어 있었다.서경민도 그 내용을 확인했다. 원본은 이미 경찰이 증거물로 압수해 갔기에 복사본으로 본 것이었다.그 영상은 원정희가 직접 촬영한 것이었다. 서씨 가문 본가로 찾아가면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보험을 들어둔 모양이었다. 대문에 도착했을 때부터 촬영이 시작되고 있었다.당시 그녀에게 문을 열어준 사람은 임해광이었다. 영상 속에서는 임해광의 목소리만 들렸는데 아주 깍듯한 태도였다. 원정희 역시 예의를 갖추고 있었다.이는 임해광이 이전에 했던 자백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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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승인

서경민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몇 분 뒤 걸려 온 전화를 받고는 적당히 대꾸하고 끊더니 바쁜 일이 있다며 곧장 자리를 떴다.연재윤이 그 뒷모습을 보고는 한마디 던졌다.“이 밤중에 또 출근입니까?”그가 덧붙였다.“회장님, 일을 하는 건 좋은데 몸도 좀 챙기세요.”서경민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더니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연재윤 씨, 안천 출신이라고 들었습니다만.”연재윤이 짐짓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네. 영감탱... 아니, 우리 아버지가 저 찾기 전까지는 안천에서 살았죠.”서경민이 다시 물었다.“들은 소문에 의하면 어머니는...”“진작에 돌아가셨습니다.”연재윤이 가벼운 미소로 그의 말을 잘랐다.“아주 어릴 때 돌아가셔서 보육원에서 한 2년 살았고요. 그 뒤로는 밑바닥에서 구르면서 남의 물건도 좀 슬쩍하고, 뭐 그렇게 개차반으로 살았죠. 딱히 자랑할 만한 인생은 아닙니다.”과거를 털어놓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도 수치심도 없었다.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덤덤했고, 자세히 들어보면 오히려 그 시절에 대한 묘한 자부심까지 느껴졌다.연재윤이 말을 이었다.“우리 영감탱이가 안 나타났어도 나 안 죽고 잘 살았을 겁니다. 나름대로 그 바닥에서는 잘나갔거든요.”그가 능청스럽게 덧붙였다.“회장님은 모르시겠지만 저 예전에 카지노 관리도 했었습니다. 밑에 애들만 백 명 넘게 거느리고 어디 가도 대접받고 살았다고요. 지금이랑 비교해도 딱히 꿀릴 거 없었습니다.”서경민이 짧게 대꾸했다.“오호, 그랬군요.”연재윤이 그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왜요? 저한테 관심 생겨서 뒷조사라도 하시게요?”서경민은 부정하지 않은 채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조금 궁금하긴 하네요.”그는 더 이상 말을 섞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그가 떠나자 연재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시간도 늦었는데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서인준도 인사를 건네고는 연재윤과 함께 병실을 나섰다.두 사람이 나가는 길에 서인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카지노 관리?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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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이름 짓기

하시윤이 물었다.“간호사는 뭐래?”서지혁이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할머니가 시킨 일이래. 너한테 해를 입히려는 건 아니었고, 그냥 겁 좀 줘서 분풀이나 하려고 했다더군.”하시윤이 눈을 깜빡이며 상황을 파악했다.“아, 그렇게 된 거야?”그녀가 한효진을 몰아붙이며 하필이면 서무열의 과거 일을 들춰냈던 게 화근이었다.아마 그 일은 평생 한효진의 가슴에 박혀 빠지지 않는 가시였을 것이다.그런데 하시윤이 그 가시를 다시 깊숙이 찔러 상처를 헤집어 놓았으니 한효진은 어떻게든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을 터였다.하지만 하시윤은 어딘가 의심쩍은 듯 머뭇거렸다.“정말 할머님이 시키신 거라고?”그녀가 덧붙였다.“할머님이 나를 눈엣가시처럼 여겨서 애를 낳자마자 손을 쓴 거라면 이해가 가.”아이가 아직 뱃속에 있을 때 사고라도 났다면 결과는 끔찍했을 것이다.본래 한효진은 그녀를 마땅치 않게 여겼지만 뱃속의 아이 때문에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온갖 정성을 다해 챙겨주지 않았던가. 그만큼 그녀에게는 아이가 훨씬 소중했다.그런데 이제 막 출산을 앞둔 시점에 하시윤에게 이런 일을 벌였다는 건 평소 그녀의 스타일과 맞지 않았다.하시윤은 문득 떠오른 생각을 내뱉었다.“혹시 회장님 아닐까...”말을 뱉고 나니 오히려 그쪽이 훨씬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아무래도 할머님이 그런 일을 했을 리 없어. 대신 회장님이 나를 혼내시려던 거 아닐까?”서경민은 소문난 효자였다. 만약 하시윤이 죽은 아버지의 치부로 제 어머니를 모욕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한효진보다 훨씬 냉혈한 인물이었기에 차라리 이 모든 게 그의 설계였다고 하는 편이 앞뒤가 맞았다.서지혁이 고개를 살짝 들어 하시윤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의 시선은 그녀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간호사는 할머니라고 했어. 그럴 수도 있지. 나이가 들어 노망이라도 난 거라면 무슨 짓인들 못 하겠어.”하시윤이 미간을 찌푸렸다.“정말 그런 걸까?”서지혁이 다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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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호랑이도 제 새끼는 잡아먹지 않는다던데

서지혁이 한효진의 병실 입구에 도착했을 때,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두 명의 경찰뿐만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연재윤도 함께 있었다.병실 안에서는 의사가 한효진의 상태를 살피며 검사를 진행 중이었다.입구에 서 있던 가정부는 서지혁을 보자마자 다급하게 상황을 설명했다.한효진은 어젯밤부터 잠이 들지 않았고 오늘 아침부터는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괴로워했다는 것이었다.그러다 겨우 잠시 눈을 붙였다고 한다. 그런데 대체 꿈속에서 무엇을 본 것인지 갑자기 발작하듯 비명을 지르며 누군가 자신을 찾아왔다고 울부짖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서지혁이 문 너머 유리창으로 안을 살피니 고통으로 일그러진 한효진의 얼굴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입술은 이미 보랏빛으로 변해 있었다.서지혁이 고개를 돌려 연재윤을 바라보며 물었다.“네가 여긴 왜 있어?”“너 찾으러 왔지.”연재윤이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마침 경찰들이 오길래 너도 곧 오겠구나 싶어서 여기서 좀 기다렸어.”그가 덧붙였다.“난 안에 안 들어갔어. 그냥 여기서 구경이나 좀 한 거지.”서지혁은 경찰들에게 잠시 실례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검사를 마친 의사가 그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목소리를 낮췄다.“어르신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위험한 상황입니까?”서지혁의 물음에 의사는 대답을 피했다.“우선 링거부터 맞히고, 정 안 되면 다른 방도를 찾아봐야겠습니다.”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치가 괜찮아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서지혁은 대답 대신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침대에 누워 눈을 가늘게 뜨고 있던 한효진은 그를 발견하고 고개를 저었다.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했지만 입술만 달싹일 뿐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의사가 처방을 내리고 간호사가 약을 준비하러 나간 사이, 병실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서지혁이 입을 열었다.“꿈에서 뭘 보셨길래 이토록 겁에 질리신 겁니까?”한효진은 눈을 감아버린 채 침묵을 지켰다.서지혁은 잠시 기다리다 이내 직설적으로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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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누구도 못 믿어

서지혁은 한효진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녀가 깊은 과거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그러더니 그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왜 진작 이혼하지 않았어요?”서지혁이 덧붙였다.“할아버지가 어떤 인간인지 누구보다 잘 아셨잖아요. 차라리 제때 손절하고 아빠 데리고 나와서 돈 챙겨 살았으면 어디 가서 험한 꼴은 안 당하고 살았을 거 아니에요.”한효진은 미동도 없었지만 그 말만큼은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왜 이혼하지 않았냐고?억울해서였다. 도저히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온갖 고생은 같이 다 했는데 이제 와서 웬 여편네가 나타나 그 단물을 다 빨아먹겠다니. 자기 피땀으로 일군 자리에 딴 여자가 숟가락만 얹는 꼴을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서지혁은 시선을 내리깐 채 이불 밖으로 나와 있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그가 읊조렸다.“대체 왜 그러셨어요.”그러게 말이다. 대체 왜 그랬을까.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소용이 없었다.그땐 그저 앞뒤 가릴 것 없이 독기만 남아서, 설령 다 같이 죽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가보겠다는 생각뿐이었다.실제로 모두가 파멸할 뻔하기도 했다. 서경민이 수술실에서 영영 돌아오지 못할 뻔했으니까.서무열은 정말 잔인한 인간이었다. 친아들이 자신을 믿고 아무 의심 없이 따라나섰건만 돌아온 아이는 숨만 간신히 붙어 있는 시체나 다름없었다.응급실 밖을 지키던 그녀가 들은 소식은 처참했다. 아이의 몸에 외상은 없었지만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나머지 제 옷가지를 찢어 삼키는 바람에 위장이 천 조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내용이었다.그 순간 그녀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만약 아들이 잘못된다면 여기 있는 인간들, 자기를 포함해 단 한 명도 살려두지 않겠노라고.천만다행으로 아들은 살아남았지만 생살이 깎여 나가는 고통 속에 예전의 아들은 죽고 없었다.영특하고 착했던 소년은 그날 이후 비뚤어졌다. 음울하고 뒤틀린 성정이 그 자리를 대신했고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사라진 채 누구를 보든 서늘한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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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서시은

서지혁이 병실로 돌아왔을 때, 하시윤은 식사를 하고 있었다.두 아이는 각자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고 병실 안은 정적만이 감돌았다.하시윤이 그를 슬쩍 쳐다보며 물었다.“요리사 바뀌었어?”그녀가 덧붙였다.“맛이 변했길래.”서지혁이 다가오며 물었다.“좋은 쪽이야, 아니면 나쁜 쪽이야?”“나쁘진 않아.”하시윤이 답했다.“딱히 좋다 나쁘다 말하긴 어려운데 간이 너무 심심해. 내 취향은 아니라서 아무리 잘 만들어도 이 정도가 한계일 것 같네.”서지혁이 그녀의 곁에 앉으며 말했다.“바꾼 거 맞아.”그가 설명을 보탰다.“본가에서 보내주는 게 아니야. 병원 근처에 집을 하나 빌려서 요리사를 섭외했어. 오직 네 식사만 전담하도록 말이야.”그 말을 들은 하시윤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그렇게까지 할 일이야?”“당연하지.”서지혁이 단호하게 답했다.“본가에서 음식을 만들어서 가져오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오는 길에 맛이 변하기 십상이니까 가까이에서 만들어오는 게 훨씬 빠르고 편하지.”하시윤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잠시 후 입을 열었다.“안전 문제 때문이지?”그녀는 서지혁을 빤히 바라보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할머님이 나한테 손이라도 쓸까 봐 겁나서 그래?”서지혁이 입을 떼기도 전에 그녀가 말을 이었다.“그럴만해. 지혁 씨가 말 안 해도 내가 먼저 조심하자고 하려 했거든. 뱃속에 아이가 있을 때도 손을 쓰셨는데 지금이라고 못 할 게 뭐 있겠어.”그러더니 그녀가 물었다.“할머님 쪽 상황은 어때?”“별로 안 좋아.”서지혁이 답했다.“일단 링거를 맞으면서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아.”“회장님은?”하시윤이 다시 물었다.“돌아오셨어?”서지혁이 젓가락을 들어 반찬을 한 입 먹어보았다. 확실히 간이 삼삼했다.“오셨어.”그가 무심하게 덧붙였다.“그렇게 효자이신 분인데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오시는 게 당연하겠지.”하시윤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더는 묻지 않았다.서지혁은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했다.하시윤이 식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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