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Chapter 421 - Chapter 430

565 Chapters

제421화 가정에 전념하고 싶어요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 하시윤은 길게 답하고 싶지 않은 듯 딱 잘라 말했다.“서두를 거 없어요.”최예원은 품에 안긴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어린 녀석도 동그란 눈을 뜨고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서시은은 하시윤을 쏙 빼닮았으면서도 눈매에는 서지혁의 느낌이 서려 있었다. 두 사람의 우월한 유전자만 골라 물려받았으니 나중에 얼마나 예쁜 숙녀로 자랄지 안 봐도 뻔했다.“결혼식이야 천천히 올리더라도 혼인신고부터 해서 확 붙잡아두는 게 좋지 않겠어요?”최예원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덧붙였다.“사실 누가 봐도 지혁 씨가 시윤 씨를 더 안달 나게 붙잡고 싶어 하는 모양새긴 하지만요.”하시윤은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아이를 바라보다가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급할 거 없어요.”최예원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 남자 진 좀 빼놓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어차피 시윤 씨 손바닥 안인데 어디 도망가겠어요?”그때 가정부가 다가와 최예원이 사 온 선물들을 정리했다. 주방에서는 점심 준비가 한창이었다. 최예원이 온 이상 같이 식사하는 게 당연했기에 가정부는 그녀에게 못 먹는 음식이 있는지 물었다.최예원은 하시윤을 돌아보며 물었다.“지혁 씨는 집에 없어요? 나 점심 먹고 가도 되나? 괜히 중간에 들이닥쳐서 나 쫓아내면 창피해서 어떡해요.”하시윤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설마 그 정도까지 하겠어요?”잠시 생각하던 그녀가 말을 이었다.“점심때는 안 들어올 거예요. 회사에 일이 좀 있어서 처리하러 갔거든요.”“그럼 다행이네요.”최예원이 대답했다.“그럼 저 점심 먹고 갈게요.”그녀는 이어서 가정부에게 말했다.“전 아무거나 다 잘 먹으니까 평소 하시던 대로 차려주세요.”가정부가 자리를 뜨자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회사에 무슨 일이 있대요? 요새 출근도 거의 안 한다던데 대체 무슨 일로 그 사람을 불러낸대요?”그건 하시윤도 정확히 모르는 일이었다. 서경민이 아들을 밖으로 돌리려고 골치 아픈 일을 던져줬을 텐데 결코 사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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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조심해

아이가 분유를 다 마시자 서지혁이 팔을 뻗으며 말했다.“나한테 줘요.”하지만 가정부는 아이를 넘겨주는 대신 슬쩍 몸을 돌려 하시윤에게 안겨주었다.“시윤 씨가 받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대표님은 아직 옷도 안 갈아입었잖아요. 몸에 세균이 득실거릴 텐데.”서지혁은 예상치 못한 거절에 멈칫하더니 이내 손을 거두었다.“그렇겠네요.”그가 덧붙였다.“제가 깜빡했어요.”그는 하시윤을 한 번 쓱 바라보고는 옷을 갈아입으러 방으로 들어갔다.아이를 받아 든 하시윤은 가볍게 등을 토닥이다가 다시 침대에 뉘려고 했다.그러자 가정부가 급히 말을 가로막았다.“조금만 더 안아주세요. 아기가 모처럼 기운이 넘치는데 나중에 졸려 하면 그때 눕히시고요.”“살이 붙어서 그런지 좀 무겁네요.”하시윤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사실 아이가 살이 쪄봤자 얼마나 무겁겠는가. 그저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거리감과 염려가 아이를 실제보다 더 무겁게 느끼게 했을 뿐이었다.그녀는 결국 아이를 아기 침대에 내려놓으며 말했다.“자꾸 안아주면 손 타서 버릇돼요. 이 정도면 됐어요.”가정부는 잠깐 망설이더니 아기 침대를 하시윤 곁으로 바짝 밀어주었다.“좀 치대면 어때요. 딸인데. 엄마한테 응석 부리는 건 좋은 일이죠.”하시윤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더는 대답하지 않았다.옷을 갈아입고 나온 서지혁은 아이가 침대에 누워 있는 걸 보고도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를 번쩍 안아 들며 말했다.“방에 들어가서 좀 누워. 여기 앉아 있어 봐야 심심하기만 하잖아.”하시윤이 서지혁의 뒤를 따르는데 그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아까 샀다던 간식 좀 가져와 봐. 뭘 샀는지 구경이나 좀 하게.”하시윤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심장이 왠지 모르게 조여들며 긴장감이 몰려왔다.서경민도 상대하기 벅찬 인물이었지만 서지혁 역시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제 아버지와 똑같이 머릿속에 수만 가지 계산기를 두드리는 사람이었다.그녀는 돌아서서 주전부리 몇 개를 챙겨 방으로 돌아갔다.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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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꿈처럼 아득한

허성재는 구체적인 증거를 대지 못한 채 한참을 웅얼거렸다. 결국 내뱉는다는 말이 고작 처음에 했던 소리의 반복이었다.“알고 있어. 당신이야. 당신이 한 짓이라고.”서지혁은 같은 질문으로 맴돌기보다 화제를 돌렸다.“당신이 내 회사를 탈세로 신고한 거, 대체 누구 사주인지나 좀 알자.”“탈세를 했으니까 신고했지.”허성재가 쏘아붙였다.“세무 조사든 감사든 다 받아봐. 장부가 깨끗할 리 없어. 털어서 먼지 안 날 리 없다고.”“그러니까 증거도 없이 일단 지르고 봤다는 거네? 세무 조사해서 뭐라도 나오면 대박이고 안 나오면 그만이라는 심보로?”허성재가 입을 떼려 하자 서지혁이 말을 가로챘다.“당신네 회사 대표를 만났는데 본인은 시킨 적이 없다더군. 그럼 분명 다른 배후가 있다는 소린데.”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말하기 싫으면 관둬. 내가 못 찾아내도 경찰은 찾아낼 테니까. 난 당신을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면 그만이거든. 본인 언행에는 책임을 져야지? 당신이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당신 뒤에 숨은 배후라도 입을 여는지 지켜보자고.”이어서 서지혁이 덧붙였다.“그리고 이번에 다친 거 말이야. 경찰이 이미 도로 CCTV 확인에 들어갔어. 당신을 도시 외곽으로 끌고 갔다지만 거기도 감시망 안이거든. 이미 범행에 이용된 택시는 특정됐어. 오늘의 운행 기록이랑 누가 타고 내렸는지 밝혀내는 건 식은 죽 먹기지. 걱정 마. 당신한테 칼질한 놈들 절대 못 도망가니까. 당신 말대로 법이 우스운 게 아니거든. 죗값은 죄지은 놈이 받게 되어 있어.”허성재는 얼굴을 굳혔지만 여전히 겁을 먹은 기색은 없었다.서지혁이 서늘하게 한마디를 더 얹었다.“물론, 거짓말한 놈도 못 도망가고.”그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흥미롭다는 듯 화제를 전환했다.“며칠 전에 도시 외곽 도박장에서 하룻밤 만에 2억 넘게 날렸지? 그 돈은 어떻게 갚았어?”허성재가 흠칫 놀라며 그를 쳐다봤다. 설마 이것까지 알고 있을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그걸 어떻게 알았어? 도박장 놈들이 불었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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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입장을 바꿀 수는 없어서

서지혁과 연재윤이 몇 마디 나누기도 전에 연재윤의 전화기가 울렸다.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저 무음으로 바꾼 뒤 휴대폰을 탁자 위에 엎어놓을 뿐이었다.서지혁은 발신인이 누구인지 보지 못했지만 단번에 짐작할 수 있었다.“연상훈이야?”“응, 그 사람이야.”연재윤이 답했다.“벌써 몇 통째인지 모르겠네. 상대하기 귀찮아 죽겠어.”그가 덧붙였다.“변호사까지 대동해서 제 아들놈을 보고 왔다나 봐. 분명 내 험담을 잔뜩 늘어놓았겠지. 어제 돌아오자마자 나를 향해 눈을 부라리고 난리를 치더라고.”여기까지 말한 그는 픽 웃음을 터뜨렸다.“그런데 어쩌겠어. 금쪽같은 큰아들은 이미 폐인이 됐는데. 나 말고는 기댈 곳도 없으면서 눈을 부라려 봐야 답이 나오나. 결국 그 양반도 참는 수밖에 없지.”말을 마친 그는 뒤로 몸을 기대며 기지개를 켰다.“이건 다 그 사람이 나한테 빚진 거야. 때만 허락한다면 당장이라도 우리 엄마 앞에 끌고 가고 싶은 심정이라고.”서지혁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연재윤은 기지개를 켠 자세 그대로 팔을 거두지 않은 채 고개를 젖혀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무슨 생각이 스쳤는지 그는 심호흡을 두어 번 하더니 갑자기 입을 열었다.“오늘 간병인한테 전화가 왔어. 우리 엄마가 웬일로 정신이 맑아졌다고 대화 좀 나눠보라더라.”정신이 맑아졌다는 표현은 사실 정확하지 않았다. 원보라는 발작 상태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아들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으니까.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뒤엉켜서 지금이 언제인지조차 잊은 상태였다. 여전히 본인이 연상훈에게 연금당해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원보라는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가 제 아들인 줄도 모르고 연신 엄마라 부르는 그 소리에 겁을 집어먹었다.사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빨리 나 좀 구해줘.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엄마, 나 좀 구하러 와줘.”연재윤이 이쪽에서 아무리 엄마를 불러봐도 그녀는 이성을 되찾지 못했다.나중에는 울음까지 터뜨렸다.“누가 나 좀 데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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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누가 이렇게 간이 부었을까

성문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 쪽을 슬쩍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너희 둘 일은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니?”서지혁은 대답 대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내가 아는 네 아버지는 절대 하시윤을 곁에 두는 걸 허락하지 않을 것이야.”성문영이 말을 이었다.처음 하시윤을 데려와 서정우를 살리기 위해 아이를 하나 더 낳기로 했을 때, 부부는 이미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었다. 당시 두 사람의 생각은 일치했다. 성문영은 하시윤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서경민 역시 감정 기복은 없었으나 결코 물러설 여지가 없다는 듯 단호하게 못을 박았었다.서경민은 철저한 사업가였다. 그는 서지혁에게 거는 기대가 컸고 아들이 자신에게 힘이 되어줄 배경을 가진 여자를 만나길 원했다.하지만 하시윤은 자격 미달이었다. 그녀를 포함한 하씨 가문 전체가 그저 짐만 될 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특히 서경민은 누군가에게 협박당하듯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을 끔찍이도 싫어했다.지금처럼 하시윤이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그것이 곁에 남을 수 있는 담보가 될 수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안 될 일이었다. 그 누구도 서경민 앞에서 패를 쥐고 협상하려 들 수는 없었다. 설령 하시윤이 아이를 둘이나 낳았고 그 아이들에게 엄마가 절실하다고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터였다.“정말로 그 아이를 곁에 두고 싶다면 네 아버지와 피 터지는 싸움을 각오해야 할 거다.”성문영이 경고하듯 말했다.서지혁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제가 겁낼 거라고 생각해요?”“네가 겁이 없다는 건 나도 잘 알지.”성문영이 한숨을 내쉬었다.“부자가 아주 똑 닮았어. 성격이 저렇게 세니 둘 중 누구 하나 굽히질 않겠지.”그녀가 덧붙였다.“그래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면 가급적 좋게 풀어보렴. 그 사람도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타이르면 좀 듣지 않겠니.”서지혁이 픽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본인이나 좋게 얘기해서 이혼부터 하고 말씀하시죠.”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오자 성문영은 더는 할 말이 없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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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착하지

서지혁은 서경민의 팔에 감긴 붕대를 슬쩍 훑어보았다.“성공적으로 습격하고 유유히 빠져나갔다는 건 상대가 단단히 준비했다는 소리네요. 동선까지 다 파악하고 있었다는 건데 전혀 눈치 못 채셨어요?”“요즘 신경 쓸 일이 많아서 말이다.”서경민이 답했다.“미처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어.”사실 이런 일들은 그동안 신지원이 도맡아 처리하던 영역이었다. 전에도 그를 노리는 습격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신지원이 곁에 있을 때는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서경민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대수롭지 않게 덧붙였다.“큰일 아니다. 금방 해결될 거야.”“이게 어떻게 큰일이 아니에요?”성문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쏘아붙였다.“팔이 이 지경이 됐는데 큰일이 아니라니? 그럼 대체 뭐가 큰일인데?”그녀가 이어서 말했다.“둘 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지 마. 상대가 누구인지, 무슨 꿍꿍이인지도 모르는데 경계심을 좀 가져야지.”그러고는 한숨을 내쉬며 서경민을 향해 말을 이었다.“당신은 언제부터 이렇게 제 몸을 안 아꼈어? 어머님이 돌아가신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사단이 나. 돌아가신 어머님이 아시면 얼마나 마음 아파하시겠어.”그전까지 무슨 말을 해도 귓등으로 듣지 않던 서경민이었다. 하지만 어머니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표정이 눈에 띄게 누그러졌다.서지혁이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어디서 당하신 거예요? 사람 보내서 알아보죠.”“관둬라.”서경민이 잘랐다.“경찰이 개입했으니 그쪽에서 조사하는 게 더 빠를 거야.”그는 몸을 바로 세우며 덧붙였다.“네 엄마가 입이 가벼워서 너희까지 불러들였구나. 굳이 알릴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다.”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인준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서경민을 보러 온 게 아니라 서지혁이 왔다는 소식에 달려온 참이었다.“형.”서지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회사 안 바빠?”“원래는 엄청 바빴지.”서인준이 대답했다.“오늘 저녁에 예원 씨랑 식사 약속이 있었거든. 그런데 엄마가 집에 큰일 났다고 전화하는 바람에 부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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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너야?

서지혁의 사건은 여전히 조사 중이었으나 서경민의 사건은 의외로 빨리 해결되었다.그를 찌르고 도망갔던 범인은 당일 도시를 빠져나가려다 고속도로에서 가로막혔다.경찰의 검거가 아니었다. 서경민이 미리 배치해 둔 사람들의 솜씨였다.서지혁이 조사를 돕겠다고 했을 때, 그는 경찰이 더 빠를 것이라며 거절했었다.결과적으로 경찰보다 본인의 움직임이 훨씬 더 빨랐다는 것이 입증되었다.용의자는 곧장 경찰서로 압송되었다. 그리 뼈가 굵은 놈도 아니었기에 녀석은 겁을 먹고 바로 자백했다.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사주한 배후 인물도 줄줄이 소탕되었다.서지혁이 소식을 접했을 때, 상대는 이미 경찰서에 소환된 상태였다.그 배후라는 자도 어느 정도 오기는 있었으나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 한참을 버티다 결국 실토했다.서경민을 습격하도록 사람을 고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본인과 서경민 사이에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건 아니라고 했다. 자신 역시 누군가의 부탁을 받았을 뿐이라는 것이다.이번에도 화살은 연씨 가문을 정조준하고 있었다.서지혁이 전해 들은 첩보에는 연씨 가문의 누구를 지목했는지 명확히 나와 있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서지혁은 연재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단 한 번 만에 연재윤이 전화를 받았다.그는 여태 자고 있었다. 요 며칠 내내 독한 술을 퍼마신 탓에 제정신인 시간이 거의 없었다.전화를 받은 그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잔뜩 묻어났다. 대체 무슨 용건이냐는 투였다.“우리 아빠가 습격당해서 다치셨어. 알고 있어?”서지혁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연재윤은 웅얼거리는 소리로 답했다.“지금 네가 말해줬으니까 이제 알았네.”“네가 시킨 거야?”서지혁이 물었다.“나를 의심하는 거야? 증거 있어?”연재윤이 웅얼거렸다.“있을 것 같아, 없을 것 같아?”서지혁이 받아쳤다.“네가 고용한 놈들이 생각보다 형편없더라고. 이미 너를 배후로 다 불었어.”그 말이 끝나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연재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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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어처구니가 없네

연상훈은 처음에는 어떻게든 꽃병을 받아내려 애썼으나 이내 골동품들이 연달아 박살 나자 포기한 듯 옆으로 비켜섰다. 그는 더는 만류하지 않은 채 사람이라도 죽일 듯한 기세로 옆에 서서 이를 갈았다.요란한 소동에 가정부들이 황급히 달려왔지만 현장의 살벌한 분위기를 확인하자마자 다들 숨을 죽이고 물러섰다.요즘 들어 집안의 공기가 워낙 흉흉했던 터라 그녀들은 다들 숨죽이고 눈치를 보며 지내는 중이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 감히 나설 엄두를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연재윤은 파편이 튀지 않도록 슬쩍 자리를 피했다. 집안이 난장판이 될수록 그는 오히려 즐거워 보였다. 골동품들이 모조리 박살 나자 그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뒷정리 잘하세요. 난 소인배 같은 놈이 판을 짜서 모함하는 바람에 내 일 처리하러 가봐야겠어요.”말을 마친 그가 미련 없이 집을 나섰다.등 뒤로 연상훈의 고함이 들려왔지만 그 분노의 화살은 그가 아닌 집안의 미친 여자, 김여정을 향하고 있었다.연상훈은 당장 이혼하자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자 김여정 역시 지지 않고 이혼 못 할 줄 아느냐며 맞받아쳤다.연재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는 이 집에 들어온 이후로 두 사람 입에서 이혼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을 수없이 목격했다.쉰을 넘긴 나이에 혼인의 파탄은 단순한 결별을 넘어 얽힌 이해관계가 너무도 많았다. 정말 이혼할 생각이었다면 그가 이 집에 들어왔을 때 죽네 사네 난리를 치던 김여정이 진작에 끝냈을 터였다. 그때도 못 한 이혼을 이제 와서 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마당에 세워둔 차에 올라탄 연재윤은 서지혁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 장소를 정하려 했다. 하지만 전화를 걸기도 전에 경비 아저씨를 앞세운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제복을 차려입은 세 사람. 굳이 묻지 않아도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연재윤은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경찰의 발걸음이 생각보다 빨랐다.그는 다시 차에서 내렸다. 경찰들은 연씨 가문의 차남이자 유흥가에서 이름을 날리는 연재윤을 잘 알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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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집착

서경민은 연재윤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도발에는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불쑥 한마디를 던졌다.“어머니는 평안하신가요?”그 한마디에 연재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순식간에 굳었다.하지만 그는 금세 반응하더니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예?”그가 이내 대꾸했다.“제 어머니라니, 누가 알겠어요? 옛날에 연상훈이 실컷 데리고 놀다 버렸고 그 여자는 저를 낳자마자 내팽개쳤는데 말이죠. 저한테 묻느니 차라리 연상훈한테 가서 물어보시죠. 최소한 그 영감탱이는 제 생모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거 아닙니까.”그는 몸을 낮춰 차 문에 아예 엎드리다시피 하며 덧붙였다.“그런데 김여정 앞에서는 절대 묻지 마세요. 오늘 김여정이 제대로 미쳐서 영감탱이 얼굴을 아주 난장판으로 만들어놨거든요.”서지혁이 차에서 내렸다.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서경민이 아들을 돌아보며 물었다.“연재윤 씨 데리러 온 거야?”서지혁이 입을 떼기도 전에 경찰서 로비에서 누군가 걸어 나오며 그를 불렀다.“서지혁 씨!”서지혁이 몸을 돌렸다.“구 형사님.”구 형사가 서둘러 다가오며 사과했다.“죄송합니다. 방금 회의가 있어서 시간이 좀 지체됐네요. 많이 기다리셨죠?”“아닙니다.”서지혁이 대답했다.“방금 도착했습니다.”옆에서 차 문을 쾅 닫으며 연재윤이 중얼거렸다.“나 데리러 온 게 아니었구먼.”그는 느릿느릿 제 차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괜히 김칫국부터 마셨네.”그러고는 기지개를 크게 켜더니 한마디를 남기고 떠났다.“갑니다. 데리러 오는 사람도 없으니 내 발로 가야지.”서지혁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구 형사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서경민 역시 자연스럽게 뒤를 따랐다.구 형사가 그를 슬쩍 보더니 물었다.“회장님은 어느 사건 때문에 오셨습니까?”그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옆에서 다른 경찰이 다가왔다.“회장님, 이쪽으로 오시죠.”그가 당한 습격 사건에 진전이 있어 내용을 전달하려는 참이었다.서경민은 몇 초간 망설이다가 결국 직원을 따라 발걸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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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두 번째

서정우는 무균실 유리 벽에 손을 대고 서지혁을 향해 외쳤다.“아빠, 아빠!”아이는 이내 물었다.“동생은요?”“동생은 집에서 너 기다리고 있어. 네가 나오면 바로 만날 수 있을 거야.”서지혁이 다정하게 대답했다.서정우는 기쁜 얼굴로 말하더니 덧붙였다.“엄마, 저 기다려줘야 해요. 꼭 기다려줘야 해요.”하시윤은 아이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눈물을 닦으며 대답했다.“엄마가 기다릴게. 계속 기다리고 있을게.”면회 시간은 제한되어 있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의료진이 다가와 끝을 알렸다.서정우도 상황을 이해한 듯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엄마, 걱정 마요. 저 잘 지내고 있어요. 밥도 제때 잘 먹고 책도 읽고 있다고요.”아이가 덧붙였다.“동생 잘 돌봐주세요. 저는 그거면 돼요.”면회실을 나온 하시윤은 다시 참았던 눈물을 뚝뚝 흘렸다.서지혁은 황급히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품에 안았다.“울지 마. 너 아직 산후조리도 안 끝났는데 이렇게 울면 눈 상해.”하시윤은 그의 옷자락에 눈물을 닦으며 중얼거렸다.“아직 며칠이나 더 기다려야 하잖아.”서지혁은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조금밖에 안 남았어. 생각해 보면 우리 임신 기간 열 달도 넘게 잘 버텼잖아. 고작 며칠인데 조금만 더 힘내자.”하시윤은 코를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병원을 떠나 집으로 향했다.그런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두 사람은 흠칫했다.문 앞을 항상 지키고 있어야 할 경호원들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서지혁은 걸음을 재촉해 서둘러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소파에 앉아 있는 서경민이 보였다.그는 다리를 꼬고 앉아 서시은을 품에 안고 있었다.어린 것이 무얼 아는지 아이는 옹알거리며 서경민을 보고 계속 방긋방긋 웃어댔다.서경민은 내리뜬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았고 그의 얼굴에는 보기 드물게 부드러운 미소가 어려 있었다.그는 문 열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입을 뗐다.“왔어?”서지혁은 집 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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