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Chapter 431 - Chapter 440

565 Chapters

제431화 소중히 여겨

서경민은 고작 이런 쓸데없는 얘기나 하려고 서지혁을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그에게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가벼운 대화 몇 마디를 주고받은 끝에 서경민은 본론을 꺼내며 연씨 가문을 언급했다.연상훈과 김여정은 이제 완전히 갈라설 기세였다. 양측 모두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이혼 전문 변호사를 선임해 본격적인 소송 준비에 들어갔다.두 사람이 깔끔하게 헤어지는 건 애당초 불가능했다.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재산 분할 합의에서 도무지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동안 연상훈이 저지른 외도와 결정타로 등장한 사생아 문제로 김여정은 이 기회에 연상훈을 빈털터리로 쫓아낼 기세였다.반면 연상훈은 김여정이 평생 호의호식하며 가정을 위해 기여한 바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자식 교육조차 제대로 시키지 못한 실책이 크다며 재산을 반으로 나누는 것조차 아까워했다.두 사람 중 누구 하나 물러설 기미가 없으니, 앞으로 지독한 진흙탕 싸움이 이어질 게 뻔했다.서지혁은 묵묵히 듣기만 했고 서경민의 설명은 계속되었다.서경민과 연상훈은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두 사람 모두 결혼하기 전부터 안면이 있었다.비슷한 가문 배경에 능력 있는 아버지를 두었고 나란히 가업을 이어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다만 성격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연상훈은 유독 여자 문제에 집착하며 일과 사랑을 저울질하는 타입이었다.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주변에는 지저분한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는 감정이 거의 메마른 수준인 서경민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연 회장이 쓸데없는 짓거리 안 하고 회사 경영에만 매진했으면 연씨 가문이 지금 이 모양 이 꼴은 아니었을 거다.”서경민이 냉소적으로 내뱉었다.하지만 연상훈은 제 아랫도리 하나 간수 못 하는 사람이었다. 결혼 후에도 괜찮은 여자가 보였다 하면 사족을 못 쓰고 달려들었다.김여정도 초반에는 상간녀들을 쫓아다니며 패악을 부렸지만 나중에는 기력이 다했는지 아예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다.적당히 밑밥을 깐 뒤에야 서경민이 핵심을 찔렀다.과거 연상훈
Read more

제432화 설마 그 사람 아닐까?

저녁 무렵, 하시윤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이미 드라이어를 들고 기다리고 있는 서지혁과 마주쳤다.그는 의자를 끌어당겨 하시윤을 앉히더니 정성스레 머리카락을 말려주며 입을 열었다.“나 그린타운에 집 한 채 있어. 정우 퇴원하면 그리로 이사 가자.”하시윤은 뜻밖의 제안에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본가로 안 돌아가고?”“안 가.”서지혁이 단호하게 대답했다.“산 중턱이라 오가기도 너무 번거롭잖아.”하시윤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 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그러자 서지혁이 말을 이었다.“그때 되면 우리끼리 따로 사는 거야. 서씨 가문이랑은 아예 엮일 일 없게 우리 가족끼리만 오순도순 살자.”하시윤이 고개를 돌려 그를 빤히 바라봤다.“분가하겠다는 거야?”서지혁이 짧게 긍정의 대답을 남겼다.“응, 그러려고.”하시윤이 다시 물었다.“회장님이 허락하실까?”서지혁은 그녀의 몸을 다시 돌려놓더니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정성스럽게 쓸어내리며 천천히 드라이를 이어갔다.“그게 그 사람이랑 무슨 상관이야?”상관이 없을 리 없었다. 서경민은 서지혁이 제멋대로 분가해 나가는 꼴을 두고 볼 사람이 아니었으니까.비록 서지혁이 성인으로서 제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는 해도 말이다.하시윤은 자신과 하병우의 관계를 떠올렸다. 대학 졸업 후 그녀 역시 독립해서 따로 살 생각이었지만 하병우는 단칼에 거절했었다. 그렇게 하면 조경순과 하민지가 남들에게 손가락질받는다는 게 이유였다.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저 그녀를 곁에 두고 이용해 먹을 기회만 노렸던 것뿐이었다.결국 사이가 틀어져 집을 나왔을 때도 하병우는 사사건건 그녀의 앞길을 방해하며 훼방을 놓지 않았던가.서경민 역시 결코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서지혁이 자신의 손아귀에서 쉽게 벗어나도록 내버려둘 리 없었다.또한 하시윤은 서지혁이 분가를 위해서 정말로 서경민과 완전히 갈라서서 끝장까지 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서지혁은 그녀의 머리를 다 말려주고 드라이어를 정리하며 다시 말했다.“너무 깊
Read more

제433화 탓

병원을 나선 두 사람은 곧장 집으로 향하지는 않았다.서지혁은 미리 골라둔 새로운 보금자리로 하시윤을 데려갔다.아담한 규모의 3층짜리 단독 주택이었는데 네 식구에 상주하는 가정부 한 명을 두기에 딱 적당한 크기였다.지은 지는 조금 되었지만 그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던 터라 집 안은 새집이나 다름없이 깨끗했다.서지혁은 하시윤의 손을 꼭 잡고 안으로 들어서며 물었다.“어때, 마음에 들어?”곳곳에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다.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었다.하시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답했다.“응, 좋아.”두 사람은 2층 안방 앞에 멈춰 섰다. 서지혁은 뒤에서 그녀를 품에 안은 채 옆에 나란히 붙은 작은방 두 개를 가리켰다.“이 방들은 애들 주자. 우리 방이랑 가까워서 밤에 애들 소리 나면 바로 들을 수 있어.”하시윤은 사실 집 구경을 할 정신이 아니었기에 그저 건성으로 대답하며 고개만 끄덕였다.위층을 다 둘러보고 거실로 내려오자마자 서지혁의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을 확인한 그가 하시윤에게 말했다.“회사에서 온 전화네. 잠시만 받고 올게.”하시윤은 고개를 끄덕이고 거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당에는 꽃과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작은 정원이 딸려 있었다.잠시 정원에 서서 바람을 쐬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왔다. 단정한 제복 차림의 관리사무소 직원이었다.상대는 매뉴얼대로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도움이 필요한 게 있는지 물었다.하시윤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그런데 직원은 가지 않고 하시윤에게 한 걸음 더 다가왔다.“하시윤 님, 여기 마음에 드세요?”하시윤은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자기소개를 한 적도 없는데 상대가 제 이름을 알고 있었다.이 집은 명백히 서지혁의 명의였고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곳이었다. 아무리 관리가 철저한 곳이라 해도 입주민도 아닌 사람의 신상을 미리 파악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하시윤의 표정이 굳어지자 직원은 생글생글 웃으며 다시 한번 물었다.“하시윤 님, 여기가 마음에 드
Read more

제434화 없어도 되는 것

하시윤은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회장님께서는 제가 떠나기만 하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가고 정현 그룹이 다시 회장님 손바닥 안으로 들어올 거라 생각하시는 건가요?”“그럴 리가요.”서경민이 덤덤하게 대답했다.“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요. 하시윤 씨, 당신은 심연정도 아닐뿐더러 그 누구도 될 수 없죠. 당신은 내 아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돼요. 우리 서씨 가문에 털끝만큼의 조력도 안 된단 말입니다.”하시윤은 짧게 수긍했다.“알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겠네요.”그녀가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회장님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건 저와 상관없는 일이에요. 저 역시 그 일에 휘말린 피해자일 뿐인데 모든 잘못을 저한테 돌리시는 건 받아들일 수 없거든요.”아무리 따져봐도 이건 심씨 가문 측의 문제였다. 심연정이 그런 수작만 부리지 않았어도 결국 서지혁과 결혼했을 터였다. 본인이 조급함을 이기지 못해 자초한 일이었다.서경민도 그녀의 뜻을 알아차렸는지 가감 없이 속내를 드러냈다.“하지만 하시윤 씨가 없었더라면 심연정의 계획은 성공했을 겁니다. 심연정이 성공했다면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겠지요.”그 말인즉, 당시 심연정이 약을 썼다는 사실을 서경민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참으로 파렴치했다. 심지어 그 파렴치함이 너무나 당당해서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하시윤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지혁 씨는 엄연히 회장님의 아들이에요. 아들을 그렇게까지 이용하시다니, 아버지로서 양심도 없으신가요?”서경민이 낮게 웃었다.“사업가는 목적이 가장 중요한 법이지요. 그 녀석도 충분히 이해할 거라 믿습니다.”이어서 그가 덧붙였다.“당신도 알아둬야 해요. 이제는 가족도 쉽게 등을 돌릴 수 있는 세상인걸요. 사사로운 감정에 연연할 수는 없죠.”과거 그가 서무열의 측근들을 포섭하려 했을 때, 그 위선자들도 정의로운 척 고결한 척을 해댔었다. 서무열
Read more

제435화 비즈니스

십여 분 뒤, 연재윤은 서지혁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그쪽 일이 이제야 좀 마무리가 된 모양인지 드디어 자신을 상대해 줄 짬이 난 모양이었다.연재윤이 입을 뗐다.“나 지금 너희 집이야.”서지혁이 알았다고 대답하자 연재윤이 곧장 말을 이었다.“현관에 있는 경호원들이 나 안 막더라? 네가 미리 말해둔 거지? 이제 나 안 막아도 된다고 말이야, 그렇지?”“안 막았다고?”서지혁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들어가면 그놈들 다 잘라버려야겠네. 일 처리를 그따위로 해서야.”연재윤은 입을 떡 벌린 채 한참 동안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서지혁이 화제를 돌렸다.“나를 왜 찾는데?”“별일은 아니야.”연재윤이 대답했다.“집에 그 영감탱이랑 여편네가 변호사를 불러왔더라고. 거실에 앉아 협상을 하네 마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데 도저히 못 있겠더라. 머리 좀 식히려고 너희 집 쪽으로 피신 온 거야.”“내 집으로 머리를 식히러 와?”서지혁이 코웃음을 쳤다.“내 집이 어디 조용하기나 한 줄 알아?”그가 덧붙였다.“하민지 불러서 밖에서 좀 놀다 오지 그래?”“말도 마.”연재윤이 손사래를 쳤다.“하민지네 엄마, 전남편한테 맞아서 병원 실려 갔다며. 하민지는 지금 병원 수발드느라 정신없어.”그는 기지개를 켜며 말을 이었다.“시도 때도 없이 나한테 전화해서 울어대는데 진짜 짜증 나 죽겠다니까.”서지혁도 그 소식은 알고 있었지만 상황이 이 정도로 심각한 줄은 몰랐다.“아직 퇴원 못 했어?”“응.”연재윤도 상세한 사정은 몰랐으나 조경순이 온몸에 골절상을 입고 뇌진탕 증세까지 있다는 말은 전해 들었다.하병우가 정말 독하게 손을 쓴 모양이었다. 상처 부위를 보면 거의 목숨을 끊어놓으려 작정하고 덤빈 수준이었다.서지혁이 비죽 웃었다.“신고는 안 했고?”“안 했대.”연재윤이 답했다.“대신 하병우한테 돈을 꽤 뜯어냈다는 소문이 있더라고.”말을 내뱉던 그가 실소했다.“그 아줌마는 눈에 보이는 게 돈밖에 없나 봐. 그런데 그러면 뭐 해? 손
Read more

제436화 제안

하시윤의 산후조리 후 정기 검진 날에는 서지혁이 동행했다. 검사 항목이 그리 많지 않아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미리 예약해 둔 친분 있는 의사가 직접 검사를 진행했다.의사는 하시윤을 보자마자 환하게 웃음을 터뜨렸다.“안색이 아주 좋으시네요. 몸조리를 정말 잘하셨나 봐요.”임신 중 검진 때부터 담당했던 의사라 격식이 없었다. 의사는 하시윤의 배 위를 가볍게 눌러보더니 감탄을 내뱉었다.“어머나, 회복력이 대단하시네요. 역시 젊음이 무기라니까.”“꼭 그런 것만도 아니에요.”하시윤이 농담조로 대꾸했다.“돈을 들인 보람이 있는 거죠, 뭐.”산후 회복 프로그램에 쏟아부은 돈이 얼만데 말이다. 혼자 힘으로만 버텼다면 절대 이 정도로 회복되지는 않았을 터였다.의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던 서지혁을 바라봤다.“아이 낳느라 고생했는데 남편분이 돈 아끼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죠.”결과는 전반적으로 양호했다. 의사는 집에 돌아가서도 완전히 방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산후조리 기간이 끝났다고 해도 출산으로 인한 손상이 단 한 달 만에 완벽히 회복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었다.의사는 앞으로 한두 달은 찬 음식이나 매운 음식을 피하라며 주의를 주더니 결정적인 한마디를 서지혁에게 던졌다.“그나저나 너무 서두르지는 마세요. 젊은 나이에 기운이 넘치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애 낳은 지 얼마 안 됐으니 기다리는 시간을 좀 가져야죠.”옆에 있던 하시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홍당무가 되었다.의사야 나이도 지긋하고 이런 일을 워낙 자주 접하니 가릴 것 없이 말한다지만 그녀는 달랐다.하시윤은 얼른 고개를 돌려 딴청을 피우며 다른 곳을 구경하는 척했다.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사실 산후조리 기간에도 서지혁이 아슬아슬하게 자제력을 잃을 뻔한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서지혁 역시 민망했는지 헛기침을 내뱉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의사는 그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덧붙였다.“부부 사이에 부끄러울 게 뭐가 있다고 그러세요.”검진을 마친 두 사람은 곧
Read more

제437화 의심

서인준이 이번에 찾아온 건 단순히 근처를 지나다 들른 게 아니었다. 확실한 목적이 있었다.서류를 내려놓은 서인준이 서지혁에게 물었다.“아빠 지금 조사받고 계신 거, 알고 있어?”서지혁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신지원 사건 때문이었다.신지원은 뼛속까지 강단이 있는 인물이라 구치소에 들어간 지 꽤 됐는데도 입 하나 뻥긋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하지만 본인이 입을 닫는다고 해서 경찰이 손 놓고 있을 리 없었다. 신지원이라는 줄기를 타고 내려가자 그의 밑에서 일하던 부하 몇 명이 줄줄이 엮여 나왔다.부하들은 신지원만큼 독종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자칫하다간 인생 종 치게 생겼다는 걸 직감한 모양이었다.그래서 경찰에 붙잡히자마자 고문이나 회유가 필요 없을 정도로 앞다투어 아는 걸 쏟아냈다. 반성하는 척이라도 해서 감형이라도 받아보겠다는 심산이었다.부하들의 자백에 따르면 시 외곽의 창고는 사료 공장 사장 명의였으나 실소유주는 신지원이었다.유통기한이 지난 사료 포대 밑에 숨겨져 있던 그 물건들의 판로 역시 부하들이 낱낱이 불었다. 일부는 국내 암시장에 유통되었고 나머지는 수출용이었다.그들의 말에 의하면 국내용은 어린이 장난감 속에 교묘하게 숨겨져 유통되었고 수출용은 식품 원재료인 것처럼 위장해 해외로 나갔다고 한다.이 진술은 공교롭게도 얼마 전 산업 단지에서 적발된 마약 사건과 딱 맞아떨어졌다. 그 공장 두 곳이 각각 장난감 도매와 식품 가공 업체였기 때문이다.부하들은 살길을 찾으려 위로는 윗선들을 물고 늘어졌고 아래로는 잔챙이들까지 엮어냈다.무를 뽑으니 흙까지 잔뜩 묻어 나온 꼴로 범죄자들이 줄줄이 잡혀 들어갔다.서경민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경찰의 중점 수사 대상인 건 분명했다. 신지원은 그의 비서이자 수십 년을 함께한 측근이었으니 혐의를 피하기 어려웠다.경찰은 이미 서경민을 몇 번이나 소환해 조사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발뺌했지만 그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적발된 마약이 시장에 풀려 현금화되었다
Read more

제438화 벽 위에 새긴 진심

지윤정과 하시윤의 손에 들려 있던 쇼핑백을 최예원이 홀랑 낚아채더니 최승우의 품에 덥석 안겨주었다.“여기 남자는 오빠 하나뿐인데 이럴 때라도 힘 좀 써야지?”최승우가 허허 웃으며 짐을 받아 들었다.“이거 참 영광이네.”그렇게 네 사람은 아래층부터 위층까지 다시금 쇼핑몰을 훑기 시작했다. 워낙 규모가 큰 곳이라 온갖 브랜드 매장이 즐비했다.최예원은 어머니에게 드릴 선물을 고르기 위해 하시윤에게 도움을 청했다. 저번에 하시윤이 추천해 준 최승우의 선물을 오빠가 워낙 애지중지하고 다니니 이번에도 그 안목을 전적으로 믿어보겠다는 심산이었다.그 말에 하시윤은 자신도 모르게 최승우 쪽을 슬쩍 곁눈질했다. 공교롭게도 그가 매고 있는 넥타이가 바로 예전에 자신이 골라주었던 그 제품이었다.하시윤이 쑥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운이 좋았던 거예요. 사실 저, 선물 고르는 재주는 꽝이거든요.”최예원은 워낙 넉살 좋고 붙임성 있는 성격이라 이번에는 다른 한쪽 팔로 지윤정의 팔짱을 꼈다.“윤정 씨도 같이 생각해 봐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지만 우리 셋이 뭉치면 뭐라도 대박 아이템이 나오지 않겠어요?”지윤정은 조금 어색한 듯 대답했다.“저도 이런 거 고르는 데에는 영 소질이 없어서요.”결국 발걸음은 주얼리 매장까지 이어졌다. 최씨 가문의 사모님이야 워낙 귀한 보석이 넘쳐날 테니 최예원은 처음부터 주얼리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런 건 정성보다는 돈으로 때웠다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하시윤은 주저 없이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이 브랜드 브로치가 꽤 유명해요. 아마 연도별 한정판 모델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거든요.”이 브랜드의 다른 제품들은 화려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내세웠지만 브로치만큼은 예외였다. 회사가 설립된 이래로 매년 한 가지 디자인을 시그니처 모델로 선정하고 뒷면에 연도를 각인해 소장 가치를 높였다.나머지 일행이 뒤따라 들어오자 직원이 친절하게 맞이했다.하시윤이 최예원에게 물었다.“부모님 생신이나 결혼기념일이 언제예요?
Read more

제439화 점

하시윤은 휴대폰을 쥔 채 아무 말 없이 최예원을 향해 걸어갔다.조금 전 지윤정이 던진 농담이 현실이 된 건가 싶었다. 정말로 최예원이 자기들이 쓴 메모를 훔쳐보러 간 줄 알았던 것이다.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니 사실 그런 게 아니었다.최예원은 종업원에게 메모지와 펜을 새로 받아서 또 다른 글귀를 적고 있었다.무슨 내용을 썼는지 한참 동안 벽에 붙이지 못하고 메모지 귀퉁이를 만지작거리며 자신이 쓴 글자들을 뚫어지게 바라볼 뿐이었다.통화 너머로 아무 대답이 없자 서지혁이 다급하게 그녀를 불렀다.하시윤이 정신을 차리고 뒤로 물러나며 대답했다.“어, 듣고 있어.”그녀는 식당 주소를 알려주었다.“이리로 와. 여기서 기다릴게.”서지혁이 알겠다고 답한 뒤에야 전화가 끊겼다.그사이 최예원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벽 구석진 자리에 메모지를 슬그머니 붙였다.하시윤은 못 본 척 서둘러 방으로 돌아갔고 잠시 후 최예원도 태연하게 들어왔다.그녀는 손에 든 티슈로 손을 닦으며 정말 화장실만 다녀온 듯한 얼굴이었다.지윤정이 장난스럽게 말을 건넸다.“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 설마 진짜로 내가 쓴 거 찾아내느라 늦은 거 아니에요?”최예원이 짐짓 콧방귀를 뀌었다.“당연하죠. 윤정 씨 쓴 거 다 봤거든요? 아주 오글거리던데요?”지윤정이 소리를 내며 얼굴을 가리는 시늉을 했다.“어머, 싫어라. 창피해 죽겠네!”최예원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딱 걸렸어요, 아주.”지윤정도 최예원도 워낙 시원시원한 성격이라 초면인데도 금세 가까워졌다.그 모습을 보던 하시윤이 입을 열었다.“지혁 씨 지금 오고 있대요.”최예원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지혁 씨가?”그녀는 최승우를 힐끗 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잠깐 외출한 건데 그새를 못 참고 달려온대? 걱정도 팔자네.”하시윤이 덤덤하게 대답했다.“걱정은 무슨요. 그냥 밥 한 끼 얻어먹으러 오는 거예요.”“알겠어. 그 말도 안 되는 핑계, 내가 눈 딱 감고 믿어줄게.”얼마 지나지 않아 서지혁이 도착했다.워낙
Read more

제440화 솔직하게 털어놓다

성문영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꽤 늦은 시각이었다. 거실에 앉아 있는 서경민을 본 그녀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에 발걸음을 멈췄다.성문영이 어색하게 입을 뗐다.“당신, 집에 있었어?”서경민은 대답 대신 그녀를 슬쩍 훑어보았다.상대의 속내를 꿰뚫어 보는 듯한 그 특유의 무심하고도 예리한 시선, 마치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 상대가 연기하는 꼴을 구경하는 관찰자 같은 눈빛이었다.성문영은 예전부터 그 눈길이 끔찍이도 싫었지만 지금은 평소보다 수만 배는 더 가시방석이었다.그녀는 제 발 저린 사람마냥 옷깃을 만지작거리며 횡설수설했다.“집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친구랑 쇼핑 좀 하고 오느라 늦었어.”구태여 하지 않아도 될 변명을 늘어놓은 그녀가 얼른 화제를 돌렸다.“오늘 안 바빠?”요즘 서경민이 골치 아픈 일에 휘말려 있다는 것쯤은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평소에도 워낙 일이 많았고 물어봐야 대답도 안 해주는 사람이라 습관처럼 참견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번 사태가 꽤 심각하다는 건 눈치채고 있었지만 굳이 캐묻지 않았다.어두컴컴한 거실에 불도 켜지 않은 채 홀로 앉아 있는 서경민의 모습은 유독 쓸쓸해 보였다. 그에게 그런 감성적인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수십 년을 함께 산 세월 탓인지 성문영의 마음도 조금은 약해졌다.그녀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무슨 일 있어? 요즘 일이 많이 힘든가 보네.”서경민이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아니, 별거 아니야.”성문영은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나 옷 좀 갈아입고 올게.”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아무도 없는데도 굳이 욕실까지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옷을 벗고 거울 앞에 서서 혹시라도 몸에 남은 흔적이 없는지 꼼꼼히 살핀 뒤에야 편안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소파에 있던 서경민은 어느새 테라스 흔들의자에 옮겨 앉아 있었다.순간 성문영의 머릿속에 한효진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한효진 역시 생전에 저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좋아했었다.성문영의 기분은 묘하게
Read more
PREV
1
...
4243444546
...
57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