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Chapter 441 - Chapter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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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1화 흥분

서경민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녀에게 되물었다.“당신은? 당신은 나랑 결혼한 거 후회해?”예상치 못한 반격이었다. 성문영은 질문이 자신에게 되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당연히 후회하지 않는다고 답해야 했다. 그것이 앞으로 있을 이혼 협상이나 재산 분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정답이었으니까.하지만 ‘후회 안 해’라는 그 짧은 네 글자가 목구멍에 걸려 도무지 나오질 않았다.물론 후회하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서경민과 막 결혼했을 초기, 그녀의 삶은 그야말로 천지개벽 수준으로 뒤바뀌었다. 인생의 체급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후회는커녕 하늘이 나를 이토록 가엾이 여겨 이런 기회를 주셨나 싶어 남몰래 쾌재를 부르기도 했다.하지만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고, 풍족한 생활이 익숙해지자 더 많은 것을 갈구하게 되었다. 채워지지 않는 감정적 허기에 후회라는 감정이 야금야금 머리를 쳐들었다.후회하지 않았다면 심태진과 지금 같은 관계가 되지도 않았을 터였다.그녀가 대답을 못 하고 머뭇거리자 서경민의 시선이 날카롭게 꽂혔다. 그 표정을 마주한 성문영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방금 자신이 이혼을 언급할 최적의 타이밍을 잡았다고 생각했듯, 그 역시 그녀의 덜미를 잡았다는 듯 조소 섞인 눈빛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성문영은 급히 시선을 피하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결국 속마음을 털어놓았다.“솔직히 처음에는 후회 안 했어.”그러고는 말을 이었다.“당신이랑 결혼해서 얻은 게 많으니까. 당신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나도, 지금의 성씨 가문도 없었겠지.”잠시 침묵하던 그녀가 덧붙였다.“당신은 뼛속까지 장사꾼이고 그런 당신 곁에서 30년을 살다 보니 나도 장사꾼이 다 됐네. 우리 결혼을 비즈니스로 따져본다면 당신이 남는 장사를 했는지는 몰라도 나는 남는 게 아주 많은 장사였어.”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하지만 사람 욕심이라는 게 끝이 없잖아.”서경민이 정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여기까지 말을 뱉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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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당분간 떠날 생각이 없는데

서지혁은 집을 나서며 하시윤에게 일찍 자라고 신신당부했다.하지만 하시윤은 눈이 말똥말똥한데 잠이 올 리가 없었다. 게다가 궁금증 때문에 침대 위를 이리저리 뒹굴며 연신 휴대폰만 들여다보았다.서지혁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묻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그가 지금 곤란한 상황일까 봐 차마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메시지를 보내볼까도 생각했지만 어떻게 말을 골라야 구경꾼처럼 보이지 않고 자연스러울지 도무지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한참을 그렇게 끙끙대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하시윤은 깜짝 놀랐다. 본가 일을 대충 수습한 서지혁의 보고 전화라고 확신하며 앞뒤 재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하지만 통화 버튼을 누르고 나서야 화면에 뜬 이름이 서지혁이 아닌 낯선 번호라는 것을 깨달았다.하시윤은 의아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회장님?”“나예요.”상대는 서경민이었다.하시윤은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서지혁의 말로는 본가에 큰일이 터졌다는데, 그렇다면 서경민이나 성문영, 혹은 서인준까지 그 누구도 자신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어야 정상이었다.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니 수화기 너머로 아무런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서경민은 혼자 있는 듯했다.차마 어디냐고 물을 처지가 아니라 그녀는 짧게 용건을 물었다.“무슨 일이세요?”“소식이 없길래 내가 먼저 전화했어요.”하시윤은 산후조리 기간도 끝났고 병원 검진까지 마친 상태였다. 서경민이 그녀의 검진 결과를 보고받아 몸 상태가 정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면 이제 그녀가 떠날 날짜를 조율하려 할 터였다.그가 덧붙였다.“계획을 세웠으면 나한테도 알려줘야죠. 지금은 계약금만 치른 상태고 아직 줘야 할 잔금이 남았잖아요.”하시윤은 입술을 깨물며 침대 위에서 곤히 자는 아기의 실루엣을 바라보았다.서경민이 다시 압박을 가했다.“전에 약속했듯이 하시윤 씨가 떠나고 나면 다시는 하강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 잊지 않았겠죠?”“회장님.”하시윤은 그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화제를 돌렸다.“지난번에 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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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영원히 함께하자

전화기 너머에서 서지혁의 목소리가 들릴 줄은 몰랐던 것인지 심태진은 눈에 띄게 당황하며 말을 얼버무리고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그제야 정신이 든 성문영은 서지혁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채듯 뺏어 들고 서둘러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사시나무 떨듯이 흔들렸다.“상관, 상관하지 마.”서지혁도 굳이 참견할 마음은 없었다. 그는 한쪽 팔로 그녀를 부축해 일으키며 무심하게 뱉었다.“인준이가 오늘 야근하느라 못 온다고 안 했으면 나도 여기 올 일 없었어요.”그는 성문영을 데리고 방을 나섰다. 문턱을 넘어서야 정신이 든 그녀가 넋이 나간 눈으로 아들을 올려다보았다.“어디 가는데?”“호텔 가서 방 잡아야죠.”서지혁이 답했다.“설마 오늘 밤 여기서 자고 싶어서 그래요?”성문영은 눈만 깜빡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서지혁은 그 기색을 알아차리고 미간을 찌푸렸다.“설마 안 나가겠다고 버티는 거예요?”성문영은 시선을 내리깐 채 입술을 달싹였다.“내가 이번에 나가면... 다시는 여기 못 돌아오는 거지?”서지혁은 부축하던 손을 놓았다.“여기를 다시 오고 싶긴 해요?”“아니.”그녀가 고개를 저었다.“그런 뜻이 아니라.”서지혁이 짧게 숨을 내쉬었다.“본가는 절대 엄마한테 안 줄 거예요. 우리가 자주 안 오긴 해도 여기는 할머니, 할아버지 유산이니까요. 아빠가 여기를 아무리 싫어해도 엄마한테 이 집을 떼어줄 사람은 아니거든요.”성문영이 다시 눈을 들어 그를 보았다.그녀는 부정하지 않았다.“그럼... 집 말고 다른 건 좀 주려나?”서지혁은 그녀의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예물이며 보석들을 거의 다 팔아치운 마당에 불륜 사실까지 들통난 유책 배우자가 됐으니 재산 분할에서도 철저히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다. 한 푼도 못 건지고 쫓겨나 가난하게 살게 될까 봐 겁이 난 모양이었다.평소 사람이 잘 살지 않는 본가에 한효진까지 세상을 떠났으니 자신이 뻔뻔하게 버티면 서경민이 귀찮아서라도 이 집을 던져줄지 모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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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걱정

서지혁이 손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엄마가 오늘 회사에 나갔다고?”서인준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어, 출근했더라고.”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형의 질문에 덧붙였다.“나 어제 술자리가 길어져서 새벽이 되어서야 끝났거든. 술도 많이 마셔서 밖에서 자고 들어왔는데 하필이면 어제 그런 일이 터질 줄 누가 알았겠어.”뒤늦게 소식을 들은 서인준은 급히 성문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처음 두 번은 받지 않더니 세 번째에야 겨우 연락이 닿은 그녀는 사무실에 있다고 대답했다.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이 난리통에 출근할 정신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그래서 사무실로 바로 달려갔는데 엄마 혼자 있는 게 아니더라고. 아빠도 와 계셨어.”신출귀몰한 서경민은 아내의 사무실 소파에 아주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서인준 역시 며칠 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최근 온갖 구설수에 휘말려 수습하느라 녹초가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웬걸. 서경민은 평소와 다름없이 기운이 넘쳐 보였다.반면 성문영은 그야말로 처참하게 무너져 있었다. 평소의 완벽한 화장은 번졌고 즐겨 입던 정장 대신 대충 걸친 평상복 차림에 머리도 대충 묶은 모습이었다. 누가 봐도 간밤에 시달리다 정신없이 나온 몰골이었다.각 잡힌 슈트 차림의 서경민과 대비되어 기세에서부터 이미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런 꼴을 하고 대체 무슨 오기로 출근을 강행했는지 모를 일이었다.두 사람은 이미 무언가 이야기를 나눈 듯했다. 서인준이 들어섰을 때 성문영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고 몹시 불안해 보였다.“아빠가 계시니까 대놓고 물어볼 수가 없더라고.”그는 업무 핑계를 대며 성문영을 자기 사무실로 데려가려 했지만 서경민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는 급한 일은 나중에 하자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성문영을 향해 말을 툭 던졌다.“가자고. 사람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누구를 기다리게 한다는 건지 알 수 없는 말이었다.서지혁이 물었다.“엄마가 순순히 따라갔어?”“응.”서인준이 답했다.“내가 이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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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일부러 그런 거야

서지혁은 본가로 차를 돌렸다. 주차장에 들어섰으나 서경민의 차는 보이지 않았다.어제 성문영이 두고 간 차만이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그는 서둘러 본관으로 향하며 성문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은 가고 있지만 받는 사람이 없었다.발걸음이 점점 빨라지던 그는 거실 입구에 이르러서야 멈춰 섰다.성문영은 나가지 않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 앞 탁자 위에서는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하고 있었다.그녀는 멍한 눈으로 그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만 볼 뿐이었다. 생기는커녕 정신 줄을 놓아버린 듯 처참하게 무너진 모습이었다.서지혁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안으로 발을 들였다.그는 탁자 쪽으로 다가가 그녀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미처 받지 못한 전화가 수두룩했다. 본인의 전화는 물론 서인준과 심태진의 이름도 보였다.심태진이 보낸 메시지들도 읽지 않은 채 그대로 쌓여 있었다.서지혁이 휴대폰을 다시 내려놓으며 물었다.“아빠가 뭐라고 하셨어요?”성문영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서지혁은 옆쪽 1인용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녀를 빤히 응시했다.“빈털터리로 나가라고 하던가요?”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성문영이 반응을 보였다. 고개를 돌려 아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예상이 적중했음을 직감한 서지혁이 말을 이었다.“어떻게 말씀하시던가요? 법적으로 재산 분할을 아예 안 해줄 수는 없어요. 엄마가 작정하고 진흙탕 싸움을 시작하면 어느 정도는 챙길 수 있다고요.”성문영은 두 손을 허벅지 옆에 짚은 채 몸을 웅크렸다. 갈라진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나도 알아.”그녀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하지만 네 아버지가 쥐고 있는 게 있어서...”그녀는 끝내 뒷말을 잇지 못했다.서지혁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서경민의 손에 외도 말고도 그녀를 파멸시킬 결정적인 약점이 잡힌 모양이었다.그는 굳이 캐묻지 않고 대신 그녀의 계획을 물었다.성문영은 창백한 안색으로 입술만 달싹일 뿐, 한참 동안 대답하지 못했다.가족이라 서로를 너무 잘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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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사라진 아이

경호원도 상대가 누구인지 아는 모양인지 곧바로 보고했다.“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분은 정경란 씨입니다.”하시윤은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경란이라니.어제까지만 해도 그녀를 떠올리긴 했었다. 성문영과 심태진의 관계가 서경민에게 들통나는 상황을 지켜보며 제2의 당사자인 정경란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하시윤은 바로 들여보내라는 말을 하는 대신 경호원에게 물었다.“지혁 씨한테 보고 안 해도 돼요? 그냥 내 말 들어도 괜찮은 건가요?”경호원이 대답했다.“대표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하시윤 씨를 찾아오는 손님이 많을 텐데 그때마다 일일이 전화를 걸어 허락을 구하면 손님 기분이 상할 수도 있다고요. 그래서 앞으로 이런 일은 그냥 하시윤 씨 뜻에 따르기로 했습니다.”곁에 있던 가정부가 옆에서 어머나,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대표님께서 남을 배려할 줄도 알고. 정말 많이 변하셨네요.”가정부가 하시윤을 보며 덧붙였다.“예전에는 정말 저런 분이 아니셨거든요. 얼마나 차가웠는데요.”하시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들어오시라고 하세요.”하시윤은 정경란과 딱히 사이가 좋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자신에게 해코지할 사람은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경호원이 다시 정문 경비 쪽에 전화를 걸었고 정경란은 금방 모습을 드러냈다.원래는 건물 쪽으로 향하던 정경란은 정자 밖에 서 있는 일행을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심연정은 동행하지 않았고 그녀 혼자였다.하시윤이 정경란을 바라보았다.그녀의 상태는 꽤 좋아 보였다. 단정한 올림머리에 맞춤 제작한 정장 차림까지, 여전히 능력 있는 비즈니스 우먼의 포스가 넘쳐흘렀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관리가 잘 된 몸매 덕분에 무척 젊어 보였다.정경란은 곧장 정자로 들어왔다.“서지혁은 없나 보네?”하시윤이 대답했다.“본가에 갔어요.”정경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하시윤 곁에 있는 아이를 힐끗 보았다.서시은은 낯도 가리지 않고 입을 오물거리며 옹알이를 해댔다.그 모습에 정경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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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틀림없다니까요

하시윤이 보안실을 뛰쳐나와 얼마 못 갔는데 저 멀리서 산후 도우미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그녀는 하시윤 앞에 숨을 헐떡이며 멈춰 서고는 휴대폰을 내밀었다.“대표님 전화예요!”하시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건네받아 귓가에 가져다 댔다.“여보세요.”반대편에서 서지혁이 그녀를 불렀다.“시윤아.”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하시윤의 정신 줄이 툭 끊어지고 말았다.“지혁 씨, 이건 분명 회장님이 한 짓이야. 정우를 핑계로 나를 협박하려는 게 분명해. 틀림없어. 빨리 신고해. 당장 신고해서 그 사람 좀 잡아넣으라고!”그러면서 울음이 저도 모르게 터져 나왔다.서지혁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비난에 맞대응하는 대신 차분한 목소리로 타일렀다.“진정해. 아이가 아직 이 건물 안에 있다면 절대 어디 못 가. 내가 금방 갈 테니까 아무 일 없을 거야. 내 말 믿어.”서지혁이 덧붙였다.“아빠 쪽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너 이제 막 몸 추스른 상태잖아. 제발 무리하지 마. 정우랑 시은이가 너만 기다리고 있다는 걸 잊지 마.”그제야 하시윤은 자신의 손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리에도 힘이 풀려 곧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산후 도우미가 서둘러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시윤 씨, 괜찮아요. 아무 일 없을 거예요.”서지혁이 몇 마디 더 안심시키는 말을 건넸다.그쪽은 차가 많이 막히는지 시끄러운 경적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그 소리가 크지는 않았으나 하시윤의 심란한 마음을 더욱 어지럽게 헤집어놓았다.하시윤은 마지막으로 깊은 숨을 들이켰다.“조심해서 운전하고 와. 난 사람들과 먼저 찾아볼게.”서지혁이 무어라 더 말하기도 전에 하시윤은 전화를 끊어버렸다.산후 도우미에게 휴대폰을 넘겨준 그녀는 흩어진 정신을 가다듬으며 자신을 부축하던 산후 도우미의 손을 살며시 밀어냈다.“가요. 괜찮아요. 나 버틸 수 있어요.”얼마쯤 걸었을까, 관리사무소 직원이 뒤쫓아왔다.이런 큰 사고가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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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두려움

아무도 대꾸를 해주지 않자 연재윤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형수님, 울지 마세요. 제가 지금 바로 전화를 걸어서 이 인간이 대체 무슨 생각인지 물어볼게요.”연재윤은 한 손을 허리에 얹고 휴대폰을 꺼내 서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연달아 두 번을 걸었지만 첫 번째 전화는 신호음만 울리다가 자동으로 끊겼고 두 번째는 아예 수신 거부를 당했다.연재윤이 어이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이게 무슨 상황이지?”연재윤은 하시윤을 돌아보며 다시 물었다.“서지혁이 제 전화를 안 받아요. 이게 대체 무슨 뜻일까요?”하시윤은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로 향했다.시끄러웠다. 정말이지 연재윤은 너무나도 시끄러웠다.가뜩이나 마음이 번잡해 미칠 지경인데 옆에서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연재윤 때문에 하시윤은 저도 모르게 독설을 내뱉을 것 같았다.산후 도우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거들었다.“연재윤 씨, 피곤하실 텐데 물이라도 좀 드세요.”산후 도우미도 차마 모질게 말하지는 못하고 완곡하게 주의를 주었을 뿐이었다.연재윤도 그 말뜻을 알아차렸는지 화를 내지는 않았다. 그러고는 하시윤이 침실로 들어가 문을 닫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산후 도우미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연재윤이 덧붙였다.“두 사람, 진짜로 끝장난 겁니까?”산후 도우미는 고개를 저었다. 연재윤과 서지혁이 각별한 사이라는 것을 알기에 잠시 고민하던 산후 도우미는 결국 조인경과 서시은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연재윤의 눈이 순식간에 휘둥그레졌고 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커졌다.“뭐라고요?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산후 도우미가 급히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대며 주의를 주었다.“목소리 좀 낮춰주세요. 시윤 씨가 들으면 더 괴로워하실 거예요.”산후 도우미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아이와 인경 아주머니가 아직 이 건물 안에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이미 경찰에 신고도 했어요. 대표님은 지금 관리실 직원들과 함께 집집마다 확인하러 다니시는 중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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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안도

하시윤은 사시나무 떨듯 떨리는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아이를 받아 안았다.핑크색 겉싸개 안에서 서시은은 규칙적인 숨을 내뱉으며 곤히 잠들어 있었다.다시 눈물이 왈칵 쏟아진 하시윤은 아이를 품에 꼭 껴안고 얼굴을 비볐다.“미안해, 엄마가 정말 미안해.”운전석에 앉은 서지혁은 백미러를 통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그는 깊은숨을 몇 번 내쉬고 나서야 요동치는 감정을 간신히 억눌렀다.차 밖에는 연재윤과 산후 도우미가 안절부절못하며 서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차에 올라타서 구체적인 상황을 살피고 싶어 했다.서지혁이 연재윤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넌 따라오지 마.”서지혁이 덧붙였다.“네 일이나 보러 가라고.”연재윤은 순순히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네 차 안 타도 되니까 내 차로 병원까지 따라가는 건 괜찮지?”연재윤이 투덜거렸다.“나도 걱정돼서 미치겠단 말이야.”서지혁은 그와 실랑이할 기운조차 없었다.“마음대로 해.”서지혁은 산후 도우미에게 타라는 손짓을 했다.“가죠.”차가 부드럽게 출발하자 하시윤은 코를 훌쩍이며 그제야 조인경의 안부를 물었다.“지혁 씨, 인경 아주머니는?”“다른 차로 병원에 먼저 보냈어.”서지혁이 대답했다.“발견했을 때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거든.”산후 도우미가 다급히 물었다.“두 사람을 어디서 찾은 거예요? 누가 납치라도 했던 건가요?”곁에 앉아 있던 경찰이 대신 대답했다.“옥상에서 찾았습니다. 관리소 말로는 처음에 옥상을 수색했을 때 아무도 없었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그쪽으로 옮겨진 모양입니다.”경찰이 말을 이었다.“엘리베이터 안의 CCTV가 파손된 걸 보면 범인이 아주 치밀하게 준비한 게 분명해요.”그는 서씨 가문의 복잡한 집안싸움을 알 리가 없었기에 그저 질 나쁜 범죄자의 소행이라 여기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히 아이는 무사합니다. 이렇게 어린아이는 조금만 험하게 다뤄도 큰일 날 뻔했는데 말이죠.”하시윤은 서시은을 품에 파묻을 듯 꽉 껴안았다. 끊임없이 자책감이 밀려왔다.“내 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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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그도 겁이 났던 것이다

하시윤은 아이를 산후 도우미에게 건네며 방으로 데려가라는 눈짓을 보낸 뒤, 다시 서지혁을 돌아보았다.산후 도우미는 그들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군말 없이 아이를 안고 안방으로 들어갔다.배불리 먹고 온 서시은은 오는 내내 옹알이를 멈추지 않더니 이제는 조금 피곤해 보였다.산후 도우미가 아이의 몸을 닦아주고 옷을 갈아입혀 아기 침대에 눕히자 서시은은 스스로 편안한 자세를 잡더니 혼자 손가락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산후 도우미는 안방에서 나와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병원에 다녀왔으니 옷부터 갈아입어야 했다.거실을 지나치던 산후 도우미의 귀에 서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15층 사는 놈이야.”산후 도우미는 발걸음을 잠시 멈췄다가 얼른 숨소리를 죽이고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문을 닫는 찰나 서지혁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이미 연행됐어.”서지혁과 하시윤이 사는 곳은 16층이었고 평소 이웃들과는 교류가 전혀 없었다.하시윤도 외출이 잦은 편이 아니었기에 15층에 누가 사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하시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그 사람이 왜 그런 짓을 했대?”서지혁이 대답했다.“밤마다 애 우는 소리가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잤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화풀이 좀 하려고 그랬대.”15층에 사는 독신 남성은 밤마다 들려오는 아기 울음소리에 원한이 쌓여 따끔한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진술했다.서지혁이 처음 이곳에 입주할 때 조사한 바로는 15층 집주인은 세 식구였다. 하지만 오늘 확인해 보니 그 남자가 살고 있었다.남자의 말에 따르면 자신은 집주인의 먼 친척인데 집주인 가족들이 여행을 간 사이 며칠 머물러 온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며칠 동안에도 아기 소리가 멈추지 않아 홧김에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다.연재윤이 물었다.“어떻게 찾아낸 거야?”서지혁이 대답했다.“옥상에 CCTV가 있었어.”범인은 CCTV의 위치를 미리 알고 있었는지 온몸을 꽁꽁 싸매고 있었다. 유모차를 먼저 옥상으로 밀고 올라가 구석에 세워둔 뒤,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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