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주의력은 다른 곳으로 돌리기가 아주 쉬웠다. 서정우는 금세 하시윤 옆으로 엉금엉금 기어가 얼굴을 들이밀었다.“동생아, 뽀뽀.”서시은은 아직 뽀뽀할 줄을 몰라서 그저 입을 크게 벌린 채 오빠의 얼굴을 침 범벅으로 만들어 놓았다.서정우는 싱글벙글 웃음을 터뜨렸다.“헤헤, 침이다. 온통 침이야.”그때 서지혁이 몸을 옆으로 돌려 휴대폰을 확인했다. 전화가 걸려 오고 있었다.서지혁이 고개를 돌리고는 말했다.“나 나가서 전화 좀 받고 올게.”서인준은 눈치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거들었다.“난 담배 한 대 피우고 올게요.”두 사람이 함께 방을 나가자 하시윤은 별일 아니라는 듯 시선을 거두고 서정우를 품으로 끌어당겨 연신 뽀뽀를 퍼부었다.서정우는 여동생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놀아주다가 불쑥 입을 뗐다.“엄마, 왕할머니는 죽은 거예요?”하시윤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아이를 바라보았다.“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해?”“그냥 짐작했어요.”서정우가 말을 이었다.“그날 병원에서 좀 무서웠거든요. 왕할머니 모습이 변해 있었잖아요. 예전에 사람들이 그러는데 모습이 변하면 곧 죽는 거래요.”아이가 고개를 들어 하시윤을 쳐다보았다.“저도 그때 모습이 변했었잖아요.”하시윤이 서둘러 대답했다.“정우는 점점 더 멋지게 변할 거야. 이제는 아주 건강해졌으니까 백 살까지 오래오래 살아야지.”서시은이 하시윤의 품에 안겨 있는 동안 서정우는 엄마에게 몸을 바짝 기대며 다시 물었다.“그래서 왕할머니는 정말 죽은 거예요?”하시윤은 아이에게 죽음의 의미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아이였기에 말이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고민 끝에 하시윤은 설명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왕할머니는 다른 세상으로 가신 거야. 거기서 정우를 계속 지켜보면서 지켜주실 거야.”서정우가 다시 물었다.“엄마는 왕할머니가 미워요?”그 질문에 하시윤은 할 말을 잃었다. 예전에는 한효진을 미워하는 정도가 아니라, 독한 마음이 들 때면 증오하기까지 했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