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혁과 서인준이 화재 현장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도착한 경찰들이 소방대원들과 상황을 주고받고 있었다.곁에 서 있던 집사는 눈에 띄게 초조한 기색이었다. 서지혁이 다가오는 것을 본 집사는 그의 뒤쪽을 연신 살피며 물었다.“회장님은 어디 계십니까?”서지혁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불당에서 부처님 가피에 감사드리고 계세요. 불길이 저렇게나 거셌는데 큰 손실이 없어서 다행이라면서요.”집사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그게 진심이 아니라 뼈 있는 비아냥이라는 걸 모를 리 없었다. 평소라면 모를까, 이런 비상사태에 할 농담은 아니었기에 집사는 입을 다문 채 옆으로 물러났다.경찰은 소방 쪽과의 대화를 마치고 서지혁에게 다가와 화재 발생 당시 본가에 누가 있었는지 물었다.곁에 있던 집사는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 할 말도 없었다.서지혁 역시 고개를 저으며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불길은 완전히 잡혔지만 소방대원들은 철수하기 전에 잔열이 심하니 절대 가까이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서지혁은 그들에게 감사를 표한 뒤 사람을 시켜 배웅하게 했다.현장 진입이 불가능해 경찰은 일단 조서만 작성하고 내일 온도가 내려가면 다시 와서 정밀 감식을 진행하기로 했다.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서경민이 나타났다. 그의 표정은 조금 전보다 훨씬 험악해져 있었다. 경찰의 심문에도 그는 그저 모른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경찰들이 물러나자 서경민은 서늘한 눈으로 서지혁을 쏘아봤다.서지혁 곁에 서 있던 서인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아빠, 오늘 밤 본가에 안 계셨던 거예요?”그가 덧붙여 물었다.“여기 밤마다 사람 붙여서 지키게 하셨잖아요. 그 사람들은 다 어디 갔어요?”서경민은 대답은커녕 서인준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저 몇 초간 서지혁을 뚫어지게 응시하더니 한마디 대꾸도 없이 몸을 돌려 사라졌다.그가 멀어지기도 전에 불당 쪽에서 대여섯 명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서로를 부축하며 걷는 그들은 걸음걸이가 위태로워 보였다.서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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