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全部章節:第 481 章 - 第 490 章

565 章節

제481화 장담할 수 없는 진실

연재윤은 그날 밤 서지혁의 집을 찾아왔다.이번에는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마당 벤치에 앉아 다리를 꼬고는 전동차를 타고 마당을 휘젓고 다니는 서정우를 지켜보았다.그 차는 서인준이 사준 것으로 핸들이 달린 사륜 전기 자동차였다. 서정우는 그 차가 마음에 쏙 들었는지 오후 내내 내리지도 않고 마당을 돌았다.연재윤은 아이가 뱅글뱅글 도는 모습을 한참 보더니 어지러운 듯 입을 뗐다.“정우야, 삼촌 머리 아프다. 직선으로 좀 가주면 안 될까?”하지만 서정우는 대답 대신 더 좁고 빠르게 원을 그리며 차를 몰았다.“제 아비랑 똑같네.”연재윤이 툴툴거렸다.“속이 시커먼 것까지 판박이야.”그가 한참 동안 마당에 앉아 있고서야 서지혁이 물컵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정우야.”서정우가 즉시 차를 몰고 달려왔다.서지혁은 무릎을 굽히고 앉아 아이의 마스크를 벗기고 물을 먹였다. 그러고는 모자를 벗겨 땀이 나지는 않았는지 아이의 머리통을 어루만졌다. 다행히 몸을 크게 움직인 게 아니었던지라 체력 소모가 적었는지 땀은 나지 않았다.안심한 서지혁이 다시 아이의 모자와 마스크를 씌워주며 말했다.“가서 더 놀아.”연재윤은 그 꼴을 가소롭다는 듯 쳐다보며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서지혁은 대꾸도 없이 다시 거실로 쏙 들어가 버렸다.그러자 연재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나 여기 앉아 있는 거 안 보여? 인사도 안 하고 그냥 들어가?”여전히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자 그는 씩씩거리며 다시 벤치에 앉았다.몇 분 뒤, 서지혁이 깎아 놓은 과일 접시를 들고나와 연재윤 맞은편에 앉았다.연재윤은 과일을 힐끗 보며 비아냥거렸다.“나를 등쳐먹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병 주고 약 주는 거야?”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의 손은 이미 포크를 집어 들고 있었다.“너 주려고 가져온 거 아니야.”서지혁이 무심하게 잘랐다.“우리 아들 줄 거야.”연재윤이 포크를 내던지며 버럭버럭했다.“이게 끝까지 사람을 무시하네!”그는 팔짱을 낀 채 등받이에 몸을 기대더니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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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무쓸모

심태진은 정오에 퇴원하기로 되어 있었다.오전 중에 검사 결과가 모두 나오자 그는 서류를 챙겨 의사를 찾아갔다. 부상 부위는 발목이었는데 촬영한 X-ray를 살피던 의사가 심태진에게 말했다.“큰 문제는 없습니다.”다만 의사는 짧은 기간 내에 같은 부위를 연달아 다쳤으니 요양 기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며, 절대로 발에 힘을 주거나 무리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심태진은 알겠다고 대답한 뒤 병실로 돌아왔다.병실에 성문영은 없었다. 며칠 전에는 머리가 아프다며 컨디션 난조를 호소하더니 나중에는 친정 엄마 박경희가 찾아왔다고 하며 자리를 비웠다.심태진도 박경희를 잘 알았다. 예전부터 심태진을 가난하다며 대놓고 무시했던 여자였다.그 시절 성문영에게는 심태진 말고는 대안이 없었기에 박경희도 두 사람의 관계를 못 본 척 눈감아주었을 뿐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서씨 가문이 어떤 집안인가. 어떻게든 인연을 맺으려고 수많은 사람이 기를 쓰고 달려드는 곳이었다. 성문영이 그런 집안에 시집을 간 뒤, 심태진 때문에 서경민과 이혼했으니 박경희가 심태진을 얼마나 증오할지 보지 않아도 뻔했다.그래서 심태진도 굳이 박경희를 만나겠다는 소리는 꺼내지 않았다. 안 보는 게 서로에게 속 편한 일이었다.그는 혼자 짐을 정리하고 침대맡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린 뒤 퇴원 수속을 밟으러 갈 생각이었다.그런데 기운을 미처 차리기도 전에 경찰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그가 아직 병원에 있는지 확인하는 전화였다.심태진은 상대가 무슨 일로 자신을 찾는지 짐작이 갔다. 뉴스를 통해 서씨 가문 본가에 불이 났으며 오랫동안 방치됐던 2층 건물이 불에 타버렸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제보 내용은 서무열의 유골이 건물 아래 묻혀 있다는 것이었다. 후속 보도는 없었지만 그는 대강 눈치를 챌 수 있었다.세상에 우연이란 없었다. 누가 불을 질렀든 간에 서무열의 유골은 분명 발견되었을 것이다.경찰이 전화를 한 건 이 사건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 심태진은 병원에 있을 테니 언제든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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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나보다 더 고달픈 사람

서경민은 청림에 머물고 있었다. 이곳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신지원이 구속되고 주호와 현수가 모두 병원에 입원해 있는 탓에 서경민은 직접 내려와 상황을 수습해야만 했다.교외의 어느 농가 마당에는 갓 내린 비 덕분에 싱그러운 공기가 감돌았다.서경민은 집 문 앞에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먼 풍경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차 한 대가 마당으로 들어와 멈춰 섰고 내린 사람이 서경민에게 달려왔다.“회장님.”그가 보고했다.“방금 보냈습니다.”서경민은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멀리 보내버려.”“명심하겠습니다. 목적지까지 확실히 데려다주고 그곳에 안착하는 것까지 확인하라고 일러두었습니다.”서경민이 침묵하자 부하는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덧붙였다.“그 친구가 원래는 흥분을 잘 안 하는데요...”얼마 전 구정환이 인력을 이끌고 청림에 들이닥쳤다. 현지 경찰과 공조해 청림의 유통망을 샅샅이 뒤지고 검거 작전을 펼쳤다. 일전에 운성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에 이곳이 털리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다만 검거 당일 밤에 예기치 못한 사고가 터졌다. 말단 조직원 중에 친형제가 있었는데 형이 동생을 지키려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인 것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형은 결국 현장에서 사살되고 말았다.서경민은 청림에 내려와 화를 면한 인원들을 대피시키려 했지만 그 동생은 떠나기를 거부했다. 형제가 워낙 우애 깊은 데다가 워낙 물불 안 가리는 성격이었던 동생은 형의 원수를 갚겠다며 길길이 날뛰었다.그는 서경민에게까지 분노를 터뜨리며 처음 했던 약속들이 다 새빨간 거짓말이었냐고, 일이 터지니 지켜주지도 못하느냐며 대들기까지 했다.이런 상황에서 서경민이 해줄 수 있는 위로는 없었다. 그저 사람들을 시켜 강제로 그를 데리고 떠나게 할 뿐이었다.마당으로 걸어 나온 서경민이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경찰 쪽 소식은 좀 들리는 게 있나?”부하가 대답했다.“저희를 계속 캐고는 있습니다. 아직은 직접적인 연결 고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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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밑천까지 다 털어주다

서지혁은 다음 날 택배를 하나 받았다. 당일 배송으로 도착한 뭉툭한 봉투였다.봉투를 열어본 서지혁은 그 내용물을 확인하고는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그것은 주식 양도 합의서였다. 연재윤이 자신이 보유한 연씨 가문의 주식 전부를 서지혁에게 넘긴다는 내용이었다.당시 연상훈이 연재윤을 가문으로 데려오려 할 때, 연재윤은 빈손으로 들어가면 무시당하기 십상이라며 조건을 내걸었었다. 후계자가 급했던 연상훈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에게 적지 않은 지분을 넘겨주었었다.그 후 연재윤은 개인적으로 시장의 소액 주주들을 찾아다니며 지분을 끌어모았고 회사 내의 이사들을 구워삶아 그들의 손에 쥐어진 주식까지 사들였다.연상훈은 연재윤을 후계자로 생각했지만 평소 연재윤의 방탕하고 무능한 모습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이사들은 연재윤이 후계자가 된다면 연씨 가문의 회사가 멀지 않아 망할 것이라 직감했고 연재윤이 높은 가격을 제시하자 기꺼이 주식을 넘겼다.사실상 연성 그룹의 지분 대부분이 이미 연재윤의 손에 들어와 있었던 셈인데 그는 이제 그 모든 것을 서지혁에게 넘겨버린 것이다.서지혁은 양도 합의서를 든 채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마당에서는 하시윤이 서정우와 뛰어놀고 있었다. 서로 쫓고 쫓기며 노는 와중에 서정우가 까르르 웃으며 서지혁에게 달려와 다리를 꽉 붙잡았다.“아빠, 빨리 저 좀 구해주세요!”서지혁은 합의서를 내려놓고 허리를 숙여 아이를 번쩍 안아 올렸다. 뒤따라 달려온 하시윤이 서정우의 볼을 살짝 꼬집고는 탁자 위의 종이를 집어 들었다.“이게 뭐야?”내용을 확인한 하시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연성 그룹 주식 양도서? 이거 연재윤 씨가 준 거야?”그녀가 혀를 내두르며 덧붙였다.“정말 지혁 씨를 형님으로 모시기로 했나 보네. 이런 것까지 다 주는 걸 보면 자기 밑천까지 통째로 털어서 바친 셈이잖아.”연재윤 자신의 밑천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연상훈의 재산까지 모조리 털어서 서지혁의 손에 쥐여준 것이나 다름없었다.서지혁은 나직하게 읊조렸다.“무슨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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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수상쩍은 예감

심태진은 결국 퇴원하지 못했다. 주호에게 발목을 차여 뼈가 으스러지는 바람에 수술대 위에 올라야만 했다.수술 당일, 성문영이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아는 사람이라도 마주칠까 겁이 났던 그녀는 수술실 앞을 지키는 대신 병실에 숨어 기다렸다.수술이 끝나고 심태진이 병실로 실려 오고 나서야 그녀는 모습을 드러냈다.발목 수술은 전신 마취가 아니었기에 심태진은 의식이 또렷했다.이동 침대가 병실 안으로 들어오자 성문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갔다. 심태진은 그녀를 한 번 쓱 쳐다보았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병원의 의료진들이 심태진을 침대 위로 옮기고 이불을 덮어주었다.의사가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당부하고 떠나자 병실 안에는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병실 문이 닫힌 뒤, 성문영이 침대 곁에 앉으며 입을 뗐다.“오후에 병원을 옮기자. 다른 병원으로 옮겨서 수액 맞으며 염증 치료부터 하자고. 너 퇴원할 때쯤 맞춰서 봐뒀던 도시에 집도 다 마련해 뒀으니까 거기서 바로 지내면 돼.”성문영은 벌써 오후에 옆 동네 시립 병원으로 옮기기로 한 모양이었다. 거리도 그리 멀지 않아 크게 무리가 갈 정도는 아니었다.심태진은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내뱉은 첫마디가 병원을 옮기는 것이라는 사실에 내심 놀랐다.그는 고개를 돌려 성문영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병원까지 옮기자고? 또 누구 아는 사람이라도 마주친 거야?”성문영은 당황하며 서둘러 손사래를 쳤다.“아니, 그런 거 아니야.”그녀가 숨을 몰아쉬며 말을 이었다.“여기가 워낙 흉흉하잖아. 일단 빨리 여기를 뜨는 게 상책이야.”그 말에 심태진은 주호에게 발목이 꺾이던 순간이 떠올라 울컥했다.그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애쓰며 당장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소리쳤다. 하지만 하반신 마취 기운이 아직 가시지 않아 허리 아래로는 감각이 전혀 없었다. 몇 번이나 낑낑대며 헛수고를 하던 그는 결국 허탈하게 다시 드러누웠다.성문영은 그가 발버둥을 멈출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나 주호 봤어.”주호가 늘 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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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죽음보다 더한 지옥 속에서

연재윤이 전화를 받았을 때, 그는 요양병원 정문 바로 앞에 있었다.의사의 말에 따르면 그 남자가 다시 나타났다고 했다. 하지만 연재윤의 지시대로 물리치료를 핑계 삼아 원보라를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둔 상태였다.남자는 물리치료실 앞까지 쫓아와 서성거렸는데 지난번처럼 금방 떠나지 않고 아예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기다릴 기세라고 했다.연재윤은 알겠다고 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의사의 말을 들어보니 대충 누구인지 짐작이 갔다. 그는 요양병원 입구에서 계속 잠복하며 주차장에 들어오는 차들을 지켜봤고 차에서 내리는 인물 하나하나를 자세히 관찰했다.연재윤은 서두르지 않고 밖에서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원보라가 치료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자 그 남자도 뒤를 따라갔다는 내용이었다.치료 후 마사지를 받는 동안 남자는 침대 주변을 맴돌며 마사지가 언제 끝나느냐고 은근슬쩍 묻더니 급기야 보호사를 밖으로 내보내려 했다고 한다.연재윤이 단호하게 지시했다.“거기 딱 붙어 있으세요. 그놈 말 무시하고 우리 엄마만 지켜요. 절대로 시야에서 놓치면 안 됩니다.”그렇게 다시 30분 정도가 흘렀다. 원보라가 혼자 남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남자는 포기한 듯 밖으로 나왔다. 그는 바쁜 걸음으로 전화를 걸며 차에 올라탔다.잠시 후 차가 시동을 걸고 빠져나갔다. 연재윤 역시 시동을 걸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느릿하게 그 뒤를 쫓았다. 남자의 차는 시내로 향하더니 어느 식당 앞에 멈췄다. 남자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다시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어느 호텔 앞이었다.연재윤은 그와 동시에 차에서 내려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남자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연재윤은 입구에서 잠시 멈춰 섰다. 그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뒤에야 다가가 전광판에 찍히는 층수 숫자를 예의 주시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그 남자 외에 입구에 서 있던 남녀까지 포함해 총 세 사람이 내렸고 층수는 두 군데에 멈췄다. 연재윤은 그 층수들을 모두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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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오늘따라 왜 이렇게 적극적이야?

사내자식으로 태어나 피를 흘릴지언정 무릎은 꿇지 않고 목이 달아날지언정 지조는 꺾지 않는 법이라지만...젠장, 아무리 그래도 그곳만큼은 피를 흘리고 싶지 않았다.남자의 벨트가 잘려 나가고 그 안의 옷가지마저 날카로운 칼날에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연재윤은 무심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걱정 마. 이 칼이 워낙 예리해서 별로 아프지는 않을 거야. 혹시 몰라서 프런트에 지혈제도 미리 부탁해 뒀으니 죽을 걱정은 안 해도 돼.”옆에 놓인 수납장 위에는 정말로 지혈제가 놓여 있었다. 자세히 보니 거즈 옆에는 투박한 실타래와 바늘이 굴러다니고 있었다.“상처가 크면 내가 좀 꿰매줄게. 대신 솜씨는 기대하지 마. 내가 이런 손놀림은 좀 투박하거든.”연재윤이 덧붙였다.“인터넷으로 찾아보니까 대충 꿰매서 피만 멎게 하면 죽지는 않는다더라고.”말을 마친 그가 돌연 히죽히죽 웃더니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냈다.“너도 알지? 나 예전에 바닥에서 구를 때 별의별 인간들 다 만나고 다녔던 거.”상류층 인간들은 엘리트인 척 고상을 떨지만 속은 구정물로 가득 차 있다. 반면 그가 몸담았던 세계는 달랐다. 누구도 가식 따위는 떨지 않았고 선과 악이 날 것 그대로 표출되었다. 덕분에 그는 세상의 온갖 추태를 질리도록 목격했다.“오래전에 한 무리를 알게 됐는데 걔들은 앞쪽은 못 써도 뒤쪽은 쓸 수 있는 너 같은 놈들을 아주 환장하고 좋아하더라고. 그러니 너무 상심하지 마. 쓸모없는 놈이라고 자책할 것도 없고. 이 일이 대충 마무리되면 내가 그 친구들한테 말 잘해줄 테니까 거기 가서 새 인생 살면 되잖아.”남자는 연재윤이라는 인물을 잘 알고 있었다. 하강에 오기 전, 연재윤에 대한 자료를 이미 숙지했기에 그가 내뱉는 말에 거짓이 없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연재윤은 말을 이어가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칼끝이 남자의 속옷을 건드리는 찰나, 마침내 남자가 공포에 질려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잠깐, 제발!”갑작스러운 고함에 연재윤이 짐짓 놀란 척 손에 힘을 주었고 속옷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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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유혹

하시윤은 오늘따라 정말 적극적이었다. 아니, 어쩌면 조금 조급해 보이기까지 했다.서지혁이 옷을 벗는 속도가 감질났던 모양인지 하시윤이 직접 나서서 서지혁의 옷을 단숨에 벗겨버렸다.서지혁의 웃음이 새어 나왔다.“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니 몸 둘 바를 모르겠는데.”하시윤은 서지혁의 목을 껴안고 다리를 그의 허리에 감은 채 입을 맞추었다.“웃지 마.”그러고는 짐짓 뾰로통하게 덧붙였다.“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서지혁은 하시윤을 품에 꼭 끌어안고 받쳐 든 채 화장대 앞 거울로 걸어갔다.“알았어, 안 웃을게.”거울 앞은 하시윤에게 일종의 금기 구역이었다. 매번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오려면 꽤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 아무리 분위기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다가도 이 거울 앞에만 서면 하시윤은 번쩍 정신을 차리고 발버둥을 치곤 했다.워낙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라 아무리 친밀한 행위를 나누더라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만큼은 그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하시윤은 매우 협조적이었고 그 정도가 얼마나 적극적이었던지 서지혁이 중간에 멈추고 그녀를 빤히 쳐다볼 정도였다.하시윤은 서지혁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칭얼거렸다.“나 진짜 힘들어 죽겠어. 이제 더는 못 서 있겠단 말이야.”서지혁은 하시윤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매끄러운 등 위로 가느다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그는 그녀의 정수리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체력도 참.”서지혁은 그녀를 안아 들고 침실로 돌아왔다. 불이 꺼진 방 안, 걷어둔 커튼 사이로 달빛이 스며들어 엉켜 있는 두 사람의 실루엣을 선명하게 비추었다.힘들어 죽겠다던 사람은 어디 가고, 하시윤은 여전히 기운차게 서지혁을 몰아붙였다.서지혁의 손이 하시윤의 허리를 지나 천천히 올라가 그녀를 감싸안더니 이내 힘을 주어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그는 하시윤의 쇄골에서 목덜미, 그리고 입술 끝으로 이어지는 입맞춤을 나누다 나직하게 물었다.“나 사랑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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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못 말리는 꼬맹이

서인준은 오늘 업무가 그리 많지 않았던 덕에 서지혁의 집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하시윤이 서시은을 품에 안고 내려오자 서인준은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를 받아 들었다.“삼촌이 한번 안아보자.”그 뒤를 졸졸 따라 내려온 서정우가 고개를 들어 서인준을 올려다보았다.“삼촌.”아이가 배시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삼촌이 사준 차 정말 좋아요. 삼촌이 세상에서 제일 최고예요!”서인준은 아이를 내려다보며 웃는 건지 마는 건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원하는 게 있으면 빙빙 돌리지 말고 바로 말해.”“굴착기 사고 싶어요.”서정우는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더니 하시윤을 돌아보며 말했다.“엄마, 휴대폰 좀 빌려주세요.”하시윤은 아이가 무슨 속셈인지 단번에 알아차리고는 어린이용 장난감 자동차 홍보 영상 하나를 틀어주었다. 영상 속에는 직접 운전하고 조작까지 할 수 있는 그럴듯한 어린이용 굴착기가 나오고 있었다.서정우는 휴대폰을 챙겨 소파에 앉은 서인준 곁으로 다가가 영상을 보여주었다.“저 이거 갖고 싶어요.”그러더니 창밖의 모래 더미를 가리켰다.“저기서 모래 파고 놀 거예요.”서인준이 장난스럽게 아이를 바라봤다.“그럼 이 삼촌한테 뽀뽀나 한번 해봐.”서정우는 망설임 없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서인준을 껴안으며 볼에 입을 맞추었다. 쪽 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지자 서인준의 품에 안겨 있던 서시은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서인준도 덩달아 웃음이 터졌다.“너 이런 건 대체 누구한테 배웠어? 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은 왜 이렇게 여우처럼 굴어?”예전에도 서인준은 조카를 놀리며 장난감을 미끼로 안아달라거나 뽀뽀해달라고 애걸복걸하곤 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서정우는 콧방귀를 뀌며 삼촌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렇게 능구렁이가 다 된 건지 모를 일이었다.서인준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서시은의 발가락을 만지작거리던 서정우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대답했다.“아빠한테서 배웠어요.”뜬금없이 이름이 거론된 서지혁이 당황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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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나 안 보고 싶었어?

연재윤이 요양병원을 나설 때, 원보라는 이미 진정제를 맞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그녀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침대에 결박되어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제 입술을 피가 철철 흐를 정도로 물어뜯으며 자해를 시작한 것이었다.입안에 보호구를 물려두었는데도 원보라는 이를 악문 채 온몸을 경직시켰고 목구멍에서는 짐승 같은 거친 숨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이러다 정말 큰일이 나겠다 싶어 의사는 결국 진정제 주사를 놓아 그녀를 강제로 잠재울 수밖에 없었다.연재윤은 병원을 나와 차에 올라탄 뒤 휴대폰을 꺼내 서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동안 서지혁이 몇 차례 전화를 걸어왔지만 연재윤은 받지 않았었다. 서지혁이 주식 양도 합의서를 잘 받았다는 메시지를 보내왔을 때도 그는 답장하지 않았다. 굳이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속내를 충분히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신호음이 가고 서지혁이 전화를 받았다. 서지혁은 그가 어디인지 묻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꺼냈다.“어떻게 됐어?”연재윤은 한숨을 내쉬었다.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지만 말투만큼은 예전의 그 능청스러운 어조로 돌아왔다.“아이 참, 내가 먼저 연락하면 좀 놀라기도 하고 반가워하기도 해야지. 너는 왜 맨날 그 모양이야? 목소리에 생기가 하나도 없네.”서지혁이 대답 없이 침묵하자 연재윤이 낄낄거리며 웃었다.“나 보고 싶어지라고 일부러 며칠 동안 연락 안 한 건데 반응 보니까 전혀 안 보고 싶었나 보네.”그는 짐짓 서운한 척 너스레를 떨었다.“정말 사람 상처받게 만드네.”“할 말 있으면 해.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서지혁의 차가운 반응에 연재윤이 혀를 찼다.“넌 참 재미가 없다.”이내 진지해진 목소리로 연재윤이 물었다.“주호라고 알아?”서지혁이 알고 있다고 하자 연재윤이 말을 이었다.“그놈이 우리 엄마 계신 곳에 사람들을 보냈더라고. 다행히 내가 때맞춰 돌아와서 별일은 없었어.”잠시 뜸을 들이던 그가 덧붙였다.“그놈들은 내가 손 좀 봐서 폐물로 만들어버렸지.”원래는 경찰에 넘겨서 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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