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Chapter 461 - Chapter 470

565 Chapters

제461화 소식 한번 빠르시네요

하병우가 보낸 영상을 다 확인하자마자 성문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심태진에게 벌어진 일을 서경민에게 직접 물어볼 처지가 못 되었던 성문영은 결국 서지혁을 통해 이 일이 서경민의 짓인지 슬쩍 떠보려 했다.대신 물어봐 달라고는 했지만 사실 성문영의 마음속에는 이미 답이 내려져 있었다.“네 아버지는 이런 짓까지 할 사람은 아니야.”그 말에 서지혁이 대답했다.“아빠를 꽤 믿으시네요.”성문영이 한숨을 내쉬었다.“믿는다기보다 그 양반이 나를 위해 이런 수고를 할 리가 없다는 뜻이다.”서지혁이 헛웃음을 지었다.“확실히 아빠가 그런 스타일은 아니시죠.”서지혁은 잠시 망설였지만 끝내 하병우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는 그저 말을 덧붙일 뿐이었다.“그 인간더러 자기가 원한 살 만한 짓을 한 사람이 누구였는지나 잘 생각해 보라고 하세요.”전화를 끊었을 때 하시윤은 이미 침대에서 내려와 있었다.그녀는 혀를 차며 말했다.“참나, 살다 살다 하병우가 기세등등하게 구는 꼴을 다 보게 되네.”하시윤이 밖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아이들 좀 보고 올게.”서지혁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딸아이는 이미 깨어나 가정부의 품에 안겨 있었고 서정우는 여전히 단잠에 빠져 있었다.하시윤은 서둘러 다가가 아이를 건네받고는 서시은의 뺨에 입을 맞췄다.“착하기도 하지. 깨어나서도 보채지도 않네.”가정부가 말했다.“제가 들어왔을 때 시은 아가씨가 벌써 깨서 혼자 놀고 있더라고요. 옆에서 오빠가 자고 있으니까 방해 안 되게 조용히요.”말을 마친 가정부는 잠시 곁에 서 있다가 조용히 방을 나갔다.하시윤이 돌아서서 침대맡에 앉자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서지혁의 휴대폰이 두어 번 울렸다.문자를 확인한 서지혁은 내용을 대강 훑어보고는 화면을 껐다. 그는 하시윤에게 다가와 그녀와 서시은을 한꺼번에 품에 안았다.서지혁이 허리를 숙여 그녀의 머리에 입을 맞추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시윤아.”그가 말했다.“조금만 더 기다려줄 수 있어?”하시윤이 고개를 돌려 그
Read more

제462화 그는 이미 알고 있다

서경민은 서지혁의 집을 떠났다. 차가 대로변으로 접어들자 운전기사가 백미러를 통해 그를 살폈다.“회장님.”기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뗐다.“청림 쪽 거점도 아마 지키기 힘들 것 같습니다.”서경민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미간을 짚으며 짧게 대답했다.“알고 있다.”잠시 후 그가 손을 떼며 혼잣말처럼 덧붙였다.“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어. 물량 일부를 그쪽으로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이제는 물건을 잃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부하 몇 명까지 감옥으로 보내야 할 판이었다. 운전기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물건을 그쪽 창고로 옮긴 뒤에 제가 분명히 조심하라고 일러두었습니다. 요즘 단속이 워낙 심해서 꼬리가 밟힐까 봐 거래도 전부 중단시킨 상태였고요. 애들도 다들 말을 잘 듣고 있었는데 상식적으로 일이 터질 이유가 없습니다.”서경민이 코웃음을 쳤다.“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다른 놈들이 움직이면 끝나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기사는 깜짝 놀라 다시 백미러로 서경민을 바라보았다.“그럼... 누군가 우리를 찔렀다는 말씀이십니까?”그는 도무지 짐작 가는 인물이 없었다.“청림과 운성 쪽은 저희가 이미 바닥까지 다 다져놓은 곳입니다. 저희 루트 하나뿐인데 설마 다른 조직이 시장을 가로채려고 들어온 걸까요?”서경민은 눈을 감으며 더는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은 기색을 보였다.“운전에나 집중해.”그는 두 손을 깍지 껴 앞에 둔 채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입을 굳게 다물었다.차가 본가에 도착했을 때 기사는 서경민이 잠든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시동을 끄기도 전에 서경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너는 먼저 내려봐.”기사는 서둘러 알겠다고 대답하고 차에서 내려 멀찍이 떨어져 섰다.서경민은 한참 동안 내리지 않았다. 반쯤 열린 차창 너머로 보니 그는 자세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고 등받이에 머리를 기댄 채 금방이라도 잠들 것 같은 모습 그대로였다.운전기사는 신지원만큼 오래 서경민을 모시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수년 동안 그
Read more

제463화 그냥 그래요

하시윤과 서인준은 최예원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차는 마당에 멈춰 섰고 세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하시윤이 미간을 찌푸렸다.“문이 왜 닫혀 있지?”평소라면 활짝 열려 있어야 할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커튼까지 쳐져 있는 탓에 통유리창 너머로 집 안의 상황을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하시윤은 말을 뱉자마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서경민이 또 무슨 해괴한 짓을 벌인 건 아닌가 싶어 덜컥 겁이 났다.그녀는 요즘 워낙 예민해진 탓에 무슨 일이든 최악의 상황부터 상상하곤 했다.하시윤은 망설임 없이 현관문으로 달려갔다.문은 양옆으로 여는 묵직한 철제문이었는데 그녀는 문 한쪽만 거칠게 밀어젖히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지혁 씨!”암막 커튼의 성능이 어찌나 좋은지 거실 안은 온통 캄캄했다.그녀가 발을 들이자마자 창가에 있던 누군가가 커튼을 확 젖혔고 거실 안은 순식간에 환해졌다.하시윤이 상황을 채 파악하기도 전에 바닥에 깔려 있던 무언가가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복층 구조라 천장은 꽤 높았다. 위에는 이미 풍선들이 가득 메워져 있었고 방금 떠오른 풍선들 아래에는 리본 줄이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 줄 끝에는 카드들이 달려 있어 풍선이 너무 높이 뜨지 않게 했는데 마침 풍선들이 그녀의 눈 앞을 가로막았다.하시윤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녀는 눈앞을 가린 풍선들을 손으로 헤치며 시선을 옮겼다.그러다가 2층에서 꽃다발을 든 서지혁이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뒤따라 들어온 서인준과 최예원도 입구에서 그 광경을 목격했다.최예원이 한참 만에 입을 뗐다.“이거, 지금 프러포즈하는 거네요.”서인준이 거들었다.“당연히 그렇죠. 집안 꼴을 저렇게 만들어놨는데 프러포즈 말고 또 뭘 하겠어요?”최예원은 지난번 식사 자리에서 나누었던 농담을 떠올렸다.제대로 계획을 짜서 프러포즈하겠다던 서지혁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는 정말로 꼼꼼하게 준비하고 있었다.하시윤도 그제야 상황 파악이 끝났다. 그녀는 서지혁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 그의 가슴팍을 주
Read more

제464화 자꾸 하다 보면 늘겠지

서씨 가문 본가에서 보낸 가정부 두 명이 막 도착했다.1층에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풍선들이 그대로 놓여있었는데 따로 얘기하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도착하자마자 능숙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벽에 붙은 사진들을 하나하나 떼어 차곡차곡 정리했고 생화는 집 안에 있는 빈 꽃병을 찾아 예쁘게 꽂아두었다.떨어진 꽃잎까지 일일이 모았는데 저녁에 목욕물에 띄울 계획인 듯했다.역시 오래 일해왔던 사람들이라 그런지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움직였다.서정우는 자기 방으로 돌아갔고 조인경이 아이의 곁을 지켰다. 서시은은 잠이 드는 바람에 하시윤이 아이를 안아 안방 아기 침대에 눕혀두었다.그리고 몸을 돌린 하시윤은 바로 뒤에 서 있던 서지혁의 품에 그대로 부딪히고 말았다.서지혁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대답도 들었으니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될까?”하시윤이 그의 가슴팍을 손으로 밀어내며 물었다.“다음 단계가 뭔데?”서지혁이 대답했다.“프러포즈를 받아줬으니 다음 단계는 당연히 결혼이지.”그는 자신이 준비한 이벤트가 영 어설펐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 말을 덧붙였다.“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올리자. 어차피 요즘 회사 일도 안 바쁘니까 내 모든 정성을 결혼식에다가 다 쏟아부을 수 있거든.”말하는 와중에도 그는 집요하게 입을 맞춰왔다.하시윤은 처음에는 살짝 피하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들고는 그의 가슴을 밀어내던 손으로 목을 감싸 안았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몸으로 건네는 대답은 충분했다.서지혁은 처음부터 몰아붙일 생각은 아니었으나 하시윤이 이렇게 적극적인 태도로 나오니 몸이 화끈 달아올랐다.그는 하시윤을 창가로 밀어붙이며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조금 전 자신이 던진 질문 따위는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하시윤이 손을 뻗어 커튼을 잡아당겼다.서지혁은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잠시 이성을 되찾아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가 낮게 읊조렸다.“아래층에 사람도 있잖아.”새로 도착
Read more

제465화 경찰은 몰라도 나는 알지

하시윤은 서지혁의 품에 안겨 위층으로 올라갔다. 다른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었기에 부끄러워진 그녀는 몸을 버둥거렸다.“뭐 하는 거야. 내려줘.”서지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꼭 붙들었다.“부끄러워하기는. 애들도 있는 마당에 새삼스럽게.”그가 하시윤을 안고 안방으로 향하던 중, 문 근처에 다다랐을 때 서정우의 방문이 열렸다. 조인경이 서시은을 안고 나오고 있었고 방 안에는 새로 온 가정부 두 명도 함께였다.갑작스러운 광경에 모두가 제자리에 얼어붙은 채 그들을 바라보았다.하시윤은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라 발을 구르며 내려달라고 채근했다.하지만 서지혁은 눈치 따위 보지 않고 그대로 안방으로 직행하며 사람들에게 물었다.“정우는 좀 어때요?”“괜찮은 것 같아요.”조인경이 대답을 가로챘다.“시은 아가씨가 배고파하는 것 같아서 분유 좀 타 주려고요. 내려가는 길에 정우 도련님 먹을 과일도 좀 씻어 오겠습니다.”서지혁이 짧게 대답했다.“알았어요.”그는 안방에 들어가 하시윤을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하시윤은 침대에 닿자마자 서지혁을 발로 툭 차더니 이불 위로 엎어졌다.“다 지혁 씨 때문이야. 내가 창피해서 정말!”“창피할 게 뭐가 있어?”서지혁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지극히 정상이지.”그는 옷장에서 외투를 꺼내며 말을 이었다.“저분들도 나이가 있으셔서 다 알고 계실 거야. 젊은 사람들의 연애란 다 이런 거지, 뭐. 아무리 닭살 돋게 굴어도 다들 좋게 보실 테니까 걱정 마.”하시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젊은 사람들의 연애라니, 자신과 서지혁에게 쓰기에는 어딘지 맞지 않는 표현 같았다. 이미 자식까지 둘이나 있는 처지에 풋풋한 연애와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하시윤은 옷을 갈아입는 서지혁을 지켜보다가 그가 나간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그녀는 몸을 돌려 천장을 보고 누웠다.“많이 늦어?”서지혁이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아마 그럴 것 같아.”준비를 마친 그가 다가오더니 침대 위에 한쪽 무릎을 굽히고 올라왔다. 서지혁은
Read more

제466화 못된 심보

심태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하시윤을 바라보았다.“그쪽이 안다고요?”이내 그가 냉소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설마 그쪽이 사람 시켜서 한 짓은 아니겠죠?”하시윤은 웃음을 흘렸다.“제가 그럴 사람처럼 보여요?”심태진은 몇 초간 침묵하다가 기운 없이 말했다.“그쪽이 아니라는 거 압니다. 농담 좀 해봤어요.”서정우가 막 퇴원한 마당에 하시윤이 이런 일을 벌일 리 없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다.심태진이 다시 말을 이었다.“알고 있다면 숨기지 말고 그냥 말하시죠.”“서경민 씨예요.”하시윤이 쐐기를 박았다.“그 사람이 한 짓이라고요.”심태진이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했다.“서경민이라고요?”“어제 정우가 퇴원할 때요.”하시윤이 말을 이어갔다.“그 사람이 우리 집에 왔었거든요.”심태진은 알아서 뒷이야기를 짐작해 냈다.“그 사람이랑 서지혁이 나누는 대화를 그쪽이 엿듣기라도 한 겁니까?”하시윤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심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그놈일 줄 알았어.”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지는 혼잣말은 너무나 작아서 하시윤조차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아니라고 잡아떼더니만.”하시윤은 잠시 기다렸다가 말을 보탰다.“하병우 씨 손발 힘줄을 끊어놓은 것도 그 사람이에요.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는 인간이죠.”“거봐요. 내 짐작이 맞았다니까요.”심태진이 즉각 반응했다.“당시 사건은 그쪽 아버지가 예전에 원한 샀던 사람 소행이라고 결론 났었지만 난 믿지 않았거든요. 그때부터 서경민 짓이라고 확신했죠. 그런데 대체 어떻게 된 건지 내가 범인이라는 소문이 돌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소문도 전부 서경민이 퍼뜨린 게 분명해요.”하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하병우 씨가 당신을 범인으로 확신했던 것도 소문이 워낙 구체적이었기 때문이죠.”그녀가 차갑게 덧붙였다.“이 모든 건 서경민 씨가 나한테 직접 인정한 사실이에요. 내가 일을 크게 벌여봤자 아무런 힘이 없다는 걸 잘 아니까 전혀 두려워하지 않더군
Read more

제467화 하나도 안 변했네

서지혁이 돌아왔을 때, 하시윤은 서정우의 방에 있었다.잠에서 깬 서시은이 그녀의 품에 안겨 있었고 하시윤은 다른 한 손에 책을 든 채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읽어주고 있었다.하시윤의 무릎을 베고 누운 서정우 역시 잠들지 않은 채 고요하게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평온해서 서지혁은 수없이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광경임에도 정작 눈앞에서 마주하니 비현실적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그는 문가에 멈춰 서서 한참 동안 그들을 바라보았다.하시윤이 동화책 한 페이지를 다 읽고 책을 내려놓고서야 서지혁을 향해 말했다.“거기 서서 뭐 해? 안 들어오고. 내가 읽어주는 이야기에 홀리기라도 한 거야?”그제야 서지혁은 다가가 서시은을 건네받아 아기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침대 위로 올라앉았다.그가 서정우에게 이리로 오라고 손짓했지만 서정우는 고개를 저으며 하시윤의 다리를 꼭 껴안았다.“싫어요.”서지혁은 허탈하게 웃으면서도 굳이 나무라지 않고 물었다.“아까 외출했었어?”하시윤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숨길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기에 굳이 핑계를 대지는 않았다.“하병우 씨를 좀 보고 왔어. 심태진을 손봐줬다기에 지금 꼴이 어떤지 궁금했거든.”그녀가 살짝 미소를 짓더니 말을 이었다.“아주 신이 났더라고. 술을 어찌나 마셨는지 잔뜩 취해 있었어.”서지혁도 웃음을 터뜨렸다.“그게 정말 기뻐서 마신 걸까, 아니면 속이 터져서 마신 걸까?”“내 눈에는 마냥 기뻐 보였어.”하시윤이 말을 이었다.“그러다 어차피 나온 김에 병원도 한번 들러봤고.”그녀는 심태진의 상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어정쩡한 상태라고 말이다.하시윤이 덧붙였다.“그때 영상을 보니 사람들이 정말 지독하게 패던데. 난 반쯤 죽었을 줄 알았거든.”그녀가 고개를 저었다.“명줄 하나는 참 기네.”서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버지도 그 사람 목숨까지 뺏을 생각은 없었을 거야.”그럴 만도 했다. 하병우 같은 겁쟁이는 일이 커져서 자신
Read more

제468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한밤중, 하시윤이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정체 모를 소리가 들려왔다.하시윤이 미처 소리의 정체를 파악하기도 전에 곁에 누워 있던 서지혁이 이미 몸을 일으켜 침대 밖으로 나갔다. 서지혁은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아주 살짝만 걷어낸 채 밖을 살폈다.본래라면 하시윤이 잠에서 깰 정도로 큰 소리는 아니었다. 평소 같았으면 잠결에 몸이나 한번 뒤척이고 말았을 정도의 소음이었다. 하지만 서지혁이 일어나는 바람에 하시윤도 얼떨결에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불을 켜지 않은 어둠 속에서 하시윤이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야?”서지혁은 한참 동안 밖을 주시하더니 별일 아니라고 짧게 답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겉옷을 집어 들었다.“잠깐 나가서 보고 올게.”서지혁이 밖으로 나가자 하시윤은 완전히 잠이 깨버렸다. 하시윤도 침대에서 내려와 서지혁이 서 있던 자리에 서서 커튼 틈새로 밖을 내다보았다.마당에 켜진 조명 덕분에 대문 근처의 상황이 훤히 보였다. 건장한 사내 여럿이 누군가를 바닥에 짓누르고 있었고 낮은 목소리로 윽박지르며 상대방의 움직임을 제압하고 있었다.하시윤은 조금 놀랐다. 경호원들이 낮에만 일하는 줄 알았는데 밤중에도 이렇게 주위를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건물 밖으로 나간 서지혁이 빠른 걸음으로 대문까지 걸어갔다.바닥에 깔린 채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괴한은 서지혁이 나타나자마자 맥이 풀린 듯 저항을 포기했다. 남자의 고개는 원래 서지혁 쪽을 향해 있었으나 서지혁이 가까이 다가오자 급히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려버렸다.서지혁은 남자 앞에 멈춰 서서 자초지종을 묻는 대신 짤막하게 물었다.“한 사람뿐이야?”경호원이 대답했다.“주변을 수색 중입니다만 현재까지는 이자 외에 다른 인물은 보이지 않습니다.”서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굳이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려 들지 않고 그대로 발을 들어 남자의 머리를 짓눌렀다.“누가 보냈어?”상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서지혁은 발에 힘을 실었다.남자는 몇 초도 버티지 못하고 억눌린
Read more

제469화 그 사람 말 들었어야지

창고는 그리 넓지 않았고 1층에는 짐이 거의 없었다.서지혁이 나무판자 침대 쪽으로 걸어가자 곁에 서 있던 남자가 황급히 자리를 비켰다. 서지혁은 침대에 걸터앉아 담뱃갑을 꺼내더니 한 대를 골라 불을 붙였다.담배를 두어 모금 채 태우기도 전에 현수가 위층에서 내려와 옆에 섰고 잠시 후 다시 누군가가 내려오는 기척이 들렸다.서지혁은 상대가 내려오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입에 담배를 문 채 휴대폰을 꺼내 엄지로 화면을 가볍게 쓸어 넘겼다.하시윤이 보낸 메시지였다. 그가 집을 나설 때 워낙 화가 나 보였던 게 걸렸는지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라는 당부가 담겨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 본인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메시지가 여러 통 이어지더니 마지막에는 일이 끝나고 바로 오지 못할 상황이면 무사하다는 연락이라도 남겨달라고 적혀 있었다.서지혁은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여 답장을 보냈다. 이쪽은 아무 일 없으니 밤새지 말고 얼른 자라고 말이다.거기에 한마디 더 덧붙였다. 돌아갔는데 안 자고 있으면 오늘 밤은 아예 재울 생각이 없다고, 아직 안 해본 자세가 아주 많다는 농담 섞인 경고였다.그 메시지를 끝으로 더 이상 답장은 오지 않았다.서지혁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주호가 내려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민소매 차림에 작업용 바지를 걸친 모습이었다.예전에 서지혁은 그를 주호 삼촌이라고 불렀었다. 서경민보다 나이가 좀 적었던 그는 서씨 가문 본가에 자주 들락거렸다.젊은 시절의 주호는 성격이 쾌활해서 서지혁과 서인준을 놀리는 걸 좋아했다.서인준은 장난을 잘 받아주지 못해 걸핏하면 화를 내며 씩씩거리며 도망치곤 했지만 서지혁만은 항상 덤덤한 반응이었다.주호는 그런 서지혁의 성격이 마음에 들었는지 본가에 올 때마다 늘 서지혁을 먼저 찾았다.그러다 서경민이 점점 바빠져 이른 아침에 나가 밤늦게 들어오게 되고 서지혁도 그를 만날 일이 거의 없어졌다.마지막으로 본 게 수년 전이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었는지조차 기억
Read more

제470화 끝나지 않았다

서지혁은 하시윤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계속 안 자고 기다린 거야?”하시윤이 대답했다.“잠이 와야 말이지.”두 사람은 위층 방으로 올라갔고 서지혁은 먼저 딸아이의 상태부터 살폈다.포동포동한 볼살을 가진 아이는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쌔근쌔근 잠들어 있었다. 서지혁은 고개를 숙여 아이에게 연신 입을 맞추었다.“너를 닮았어. 정말 너무 닮았네.”하시윤은 머릿속이 텅 빈 듯했다. 졸음과 피로가 쏟아졌지만 정작 눈을 붙이려니 정신이 말똥말똥했다.그녀는 침대 옆자리를 툭툭 치며 서지혁에게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다.“침입한 놈은 대체 누구였어?”서지혁은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올라와 하시윤을 품에 안고 누웠다. 두 사람은 나란히 누워 천장을 응시했다.서지혁이 입을 열었다.“아빠가 부리는 놈이야. 우리도 잘 아는 얼굴이고.”아마 서지혁을 대단치 않게 여겼던 모양이다. 그저 여자 하나 때문에 서경민과 갈등을 빚는 철부지 정도로 생각하고 겁이라도 줄 겸 제멋대로 찾아온 것이 분명했다.주호의 말에 따르면 그는 현수에게 담을 넘어 집 안으로 잠입한 뒤 아기 침대를 찾아내 사진 한 장만 두고 오라고 시켰다고 했다.서지혁이 회수한 그 사진 속에는 하시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마당에서 걸어 다니는 모습이 멀리서 찍힌 스냅 사진이었다.현수 역시 다른 짓을 할 생각은 없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아기 침대에 그 사진을 놓는다는 건 사실은 직접적인 해코지보다 훨씬 더 소름 끼치는 경고였다.서지혁이 사진을 건네자 하시윤은 그것을 받아 찬찬히 살폈다. 아주 일상적인 사진이었다. 옷차림을 보니 그저께 찍힌 모양이었다.하시윤이 말했다.“나를 제법 예쁘게 찍어줬네.”그녀는 사진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그래서. 그 뒤에는 어떻게 됐어?”“별거 없어.”서지혁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당연히 말이 통하게 타일러 줬지.”하시윤이 표정 없는 얼굴로 그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서지혁은 씩 웃으며 덧붙였다.“그런데 말이 안
Read more
PREV
1
...
4546474849
...
57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