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501 - Chapitre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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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1화 나를 사랑하긴 해?

서지혁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면서도 목소리만은 끝까지 다정함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하시윤의 손을 잡으려 했다.“아니야, 그런 일시적인 호기심 같은 거 절대 아니야.”그가 말을 이었다.“새로운 자극이 목적이었다면 밖에 널린 게 여자들이야. 넌 내가 호기심 때문에 널 만났다고 했지? 하지만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어디 있어, 누구나 저마다의 특별함이 있는 거지.”서지혁은 하시윤을 빤히 응시했다.“다른 건 다 상관없어. 그냥 너라서 좋은 거야.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 정말 느껴지지 않아?”하시윤은 그의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돌렸다.“하지만 내 자리에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있었어도 지혁 씨는 충분히 행복했을 거야.”“그런 건 없어.”서지혁이 단호하게 말했다.“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정해서 나한테 그런 죄목을 씌우지 마.”그는 한 걸음 더 다가가 하시윤을 창가로 몰아붙였다.“그런 말 하지 마. 최근에 너무 많은 일이 터져서 마음이 복잡해서 그런 거 알아. 내가 다 해결하겠다고 약속할게, 응? 그러니까 제발.”하시윤은 숨을 크게 두어 번 몰아쉬고 나서야 그를 쳐다보았다.“지혁 씨, 난 진심이야.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이런 삶은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그녀가 덧붙였다.“지혁 씨도 눈치채고 있었잖아. 나 요새 계속 갈등하고 있었던 거. 사실 나, 아주 예전부터 떠날 생각이었어.”하시윤은 서지혁을 밀쳐내고 옷장에서 캐리어를 꺼내 왔다.“지혁 씨도 이미 봤지?”문 앞에 캐리어를 툭 내려놓으며 하시윤이 말했다.“이거, 진작에 다 싸둔 거야.”서지혁은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오히려 하시윤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내일 떠날 거야. 염치없는 부탁이라는 건 알지만 아이들 돌보는 문제는 지혁 씨가 잘 해결해 줄 거라고 믿어.”“어디로 가려고?”서지혁이 물었다.“하강을 아예 떠나는 거야?”“응.”하시윤이 대답했다.“갈 곳은 이미 정해뒀어. 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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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그렇게 호락호락할 리가

하시윤은 밤을 꼬박 지새운 탓에 다음 날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아침 일찍 경호원이 찾아와 문을 두드렸다. 서시은이 깨어났는데 배가 고픈지 계속 칭얼거린다는 보고였다.하시윤은 서지혁이 어젯밤 나간 뒤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렸다.“지혁 씨한테 전화는 안 해봤나요?”경호원이 대답했다.“대표님께서 지금 일을 처리 중이시라 당장은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고 하십니다.”별수 없이 하시윤은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를 돌봐야 했다.서시은에게 젖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아준 뒤, 그녀는 몸을 닦아 옷까지 갈아입혔다. 그러고 나서 서정우를 데리고 세수와 양치질까지 마쳤다.아래층으로 내려오니 이미 아침 식사가 배달되어 있었다. 가정부 둘 다 집안 사정으로 자리를 비운 터라 음식을 할 사람이 없어서 서지혁이 따로 주문한 모양이었다.하시윤은 아무 말 없이 서정우를 챙겨 밥을 먹었다.상황 파악이 안 되는 서정우가 밥을 먹다 말고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다.하시윤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무 일도 아니야. 엄마가 어제 정우가 너무 보고 싶어서 이 방으로 데려온 거야.”서정우가 눈꼬리를 휘며 활짝 웃었다.“그럼 앞으로도 엄마랑 같이 자요.”하시윤은 아이의 작은 머리통을 쓰다듬어줄 뿐, 아무런 약속도 하지 못했다.식사를 마친 서정우는 마당에서 모래놀이를 하려다 말고 옆집의 시커멓게 타버린 집을 발견했다.아이가 하시윤을 급히 불렀다.“엄마, 이리 와서 좀 보세요! 저 집이 새까맣게 변했어요!”밖으로 나와 슬쩍 곁눈질한 하시윤은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발견했다. 저 정도면 복원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였다.그녀는 서정우에게 주의를 주었다.“저쪽에는 가까이 가지 말고 이 근처에서만 놀아.”잠시 후, 그녀는 경호원을 불러 아이들을 다 챙겼으니 이제 볼일이 끝났다며 가겠다는 뜻을 전했다.“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마땅치 않다면 내가 데리고 갈게요.”경호원은 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서지혁으로부터 하시윤이 이런 식으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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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너만큼은 엮이지 않았으면 해

하시윤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서지혁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나 출장 다녀와서 그때도 네 마음이 여전하면 안 잡을게. 응?”마치 달래듯 나긋나긋한 말투였다. 그는 일부러 목소리 톤을 한층 더 낮추며 다정하게 속삭였다.하시윤은 침묵했다. 거절해 봐야 소용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지금 서지혁의 말은 제안이 아니라 통보였다. 설령 그녀가 싫다고 해도 그는 기어이 ‘좋다’는 답을 받아낸 것처럼 상황을 밀어붙일 인간이었다.서지혁은 그녀의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였는지 옅게 웃으며 한마디를 덧붙였다.“착하지.”그렇게 통화가 끊겼다.휴대폰을 내려놓은 서지혁이 고개를 들어 눈앞의 여자를 응시했다.밤새 묶여 있던 여자는 손발은커녕 온몸이 마비된 상태였다. 머리는 깨질 듯 울렸고 속은 울렁거려 당장이라도 토가 터져 나올 것 같았다.무엇보다 그녀를 미치게 만드는 건 생리적인 현상이었다. 어젯밤부터 지키고 서 있던 부하에게 수십 번이나 사정했지만 돌아오는 건 싸늘한 무관심뿐이었다. 수치심을 무릅쓰고 버텨봤지만 이제는 정말 한계였다.서지혁의 통화가 끝나자마자 여자가 다급하게 소리를 냈다.옆에 있던 부하가 입에 물린 천을 꺼내자마자 여자는 말했다.“화장실 좀 보내줘요! 화장실부터 갔다 오게 해주면 그다음에 다 말할게요, 제발요!”서지혁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여자의 말 따위는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무심하게 물었다.“주호, 어디 있어?”여자는 미칠 지경이었다.“화장실부터 보내달라니까요! 묻는 건 조금 이따가 다 말해줄게요, 제발!”“어디 있냐고 물었어.”서지혁이 다시 물었다. 여전히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얼굴이었다.여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일단 저부터 좀...”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지혁이 옆에 서 있던 부하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다시 더러운 걸레가 여자의 입안으로 사정없이 처박혔다.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지만 서지혁은 가차 없이 몸을 돌렸다. 창고 입구로 걸어 나간 그는 대기하던 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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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충돌

서지혁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저랑 관련이 있었다면 제가 이렇게 대놓고 도와드렸겠습니까? 저 이래 봬도 준법 시민이라고요.”“그럼 서지혁 씨 아버님은요?”구정환이 마치 생각났다는 듯 툭 던졌다.“아버님께서 이 일들에 조금이라도 발을 담그고 계신 건 아닌지 혹시 아는 거 있습니까?”어떤 상황에서도 서지혁은 서경민을 위해 방어막을 쳐야만 했다. 그는 태연하게 말을 돌렸다.“그럴 리가요. 우리 회사 일이 워낙 산더미라 그것만 챙기기에도 벅차실 텐데 다른 데 눈을 돌릴 짬이 어디 있으시겠어요.”구정환은 그저 알겠다며 가볍게 웃어넘겼다. 그의 볶음밥이 줄어들기도 전에 서지혁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폰 화면에는 저장되지 않은 번호가 떠 있었고 구정환의 시선이 그곳에 머물렀다.서지혁이 손을 뻗자 구정환이 선수 쳤다.“누구 전화인데 이름도 안 떠 있습니까?”그 말에 서지혁은 아예 구정환이 보는 앞에서 전화를 받으며 스피커폰을 눌렀다. 그리고 먼저 짧게 내뱉었다.“말해.”상대방이 보고했다.“대표님, 주호를 잡았습니다.”구정환은 순간 당황한 표정으로 서지혁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서지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시를 내렸다.“잘 붙들고 있어. 금방 갈게.”전화가 끊기자 서지혁이 구정환에게 물었다.“더 드실 겁니까?”구정환은 이 상황에서 밥이 넘어갈 리가 없었다. 그는 젓가락을 내던지듯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당장 출발합시다!”두 사람은 서지혁의 차에 올라탔다. 차가 속도를 높이자 구정환이 입을 열었다.“서지혁 씨한테 또 큰 빚을 지네요.”“이번에는 형사님을 도와주려던 게 아닙니다.”서지혁이 솔직하게 털어놨다.“그놈이랑은 제가 정산할 원한이 좀 있어서요.”붙잡힌 것은 주호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거느리던 부하들도 여럿이 쇠고랑을 찼다. 현장에 있던 서지혁의 부하들은 서지혁이 구정환을 대동하고 나타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구정환은 그들을 무시한 채 주호에게 다가가 몸을 낮추고 앉았다.“이게 누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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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모르는 것투성이

저녁 무렵 서인준이 집으로 찾아왔다. 딱 봐도 급한 용무가 있는 기색이었다.마당으로 들어온 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거칠게 멈췄고 서인준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거실로 뛰어 들어오며 외쳤다.“형! 형!”하시윤은 서시은을 안고 소파에 앉아 서정우와 놀아주던 중이었다.그녀는 서인준을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지혁 씨 출장 갔어요.”“출장이요?”서인준이 뜻밖이라는 듯 걸음을 재촉하며 다가왔다.“형이 무슨 출장을 가요?”하시윤이 알 턱이 없었다. 그녀는 서지혁이 자신을 피하려고 핑계를 대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중이었다.서인준은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누르며 투덜거렸다.“전화를 몇 번이나 해도 안 받아요. 출장을 갔어도 이 시간이면 호텔에는 들어갔을 텐데. 대체 뭘 하는 거야.”하시윤은 시선을 내린 채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통화 연결음이 스피커폰을 타고 거실에 울려 퍼졌지만 끝내 받는 사람은 없었다.전화가 끊기자 서인준이 고개를 돌려 하시윤을 보더니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두 사람, 혹시 싸웠어요?”하시윤은 흠칫 놀라 그를 올려다보았다.“아니요. 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요?”“표정이 안 좋아서요.”서인준이 말을 이었다.“게다가 형이 지금 회사도 안 나가는데 출장을 갈 리가 없거든요. 분명 둘이 투닥거리고 형이 어디 숨어버린 거 아니에요?”‘지긋지긋하네. 이 집안 인간들은 어쩜 이렇게 하나같이 눈치가 빠른지...’하시윤은 서시은을 달래며 끝까지 부인했다.“내가 그 사람이랑 싸울 일이 뭐가 있겠어요. 아니에요.”서인준도 듣고 보니 그럴듯하다고 생각해 수긍했다.“하긴, 형이 평소에 형수님한테 얼마나 잘하는데. 형수님이 성질을 부려도 형이 다 받아줬으면 줬지, 형이 화를 낼 사람은 아니죠.”하시윤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입을 다물었다.서인준은 한숨을 내쉬며 옆자리에 앉아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진짜 출장을 갔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하시윤은 화제를 돌리기 위해 그에게 물었다.“무슨 일인데 그래요? 그렇게 허둥지둥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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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권엽

서경민은 하강의 동태를 살피며 금방이라도 수배령이 떨어질 거라 짐작했다. 하지만 하강 쪽은 이상하리만큼 잠잠했다.폭풍전야 같은 고요함이었지만 서경민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신지원의 친척 어르신이 하강으로 간 이상, 경찰이 이 결정적인 단서를 썩힐 리 없었다.신지원이 끝까지 입을 다물어 본인을 지켜준 것인지, 아니면 경찰이 대어를 낚으려고 지금 일부러 때를 기다리는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이유가 무엇이든 이제 하강은 그에게 금지된 땅이었다. 하강뿐만 아니라 이곳 청림에서도 서서히 퇴로가 차단되고 있었다.엊그제 외곽에서 터진 총격전은 민가 하나 없는 오지라 조용히 묻히는 듯했다. 하지만 정보는 어디선가 샜고 경찰은 그날 밤 기다렸다는 듯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서경민이 며칠 머물렀던 은신처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생활용품들이 남아 있었다. 경찰은 유류품을 싹 쓸어갔고 곧바로 도시 전체를 이 잡듯 뒤지기 시작했다.얼마 전 터진 마약 운반과 경찰 피격 사건 때문인지 수색 강도는 유례없을 정도로 지독했다.외곽은 물론이고 사람 발길 닿지 않는 농경지와 인근 산등성이까지 경찰견들이 들이닥쳤다. 아직 아무것도 못 찾아냈지만 서경민의 목을 죄는 포위망은 확실히 좁혀지고 있었다.호텔 소파에 삐딱하게 앉은 연재윤은 이미 맥주 두 캔을 비운 상태였다. 테이블 위에는 안주 삼아 뜯어놓은 군것질거리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텔레비전을 보던 연재윤은 드라마 한 편이 끝나고서야 생각났다는 듯 침실 쪽을 향해 툭 소리를 던졌다.“야, 권엽. 기절했냐? 왜 이렇게 조용해?”30초쯤 지났을까, 침실 문이 열리며 권엽이 나타났다. 방금 씻었는지 머리는 젖어 있었고 얼굴색은 창백했다.“진통제는 어디 있어?”연재윤은 잠시 그를 훑어보더니 현관 쪽 수납장을 턱짓으로 가리켰다.“서랍 안에.”권엽은 거칠게 서랍을 뒤져 알약 하나를 꺼내더니 물도 없이 씹어 삼키듯 넘겨버렸다. 그러고는 비틀거리며 다가와 연재윤의 옆에 몸을 던졌다.연재윤이 과자 봉지를 슥 내밀었다.“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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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확인 사살

하시윤은 한동안 넋이 나간 채 서 있었다.“...돌아가셨다고요?”두어 번 눈을 깜빡이던 그녀가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정말 돌아가셨다고요?”인순 아주머니는 이미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상태였다. 소파를 짚고 몇 번이나 일어서려 애썼지만 결국 다시 무너지듯 털썩 내려앉았다.아주머니의 목소리는 이미 울음으로 범벅되어 있었다.“분명 괜찮다고 했잖아. 의사가 검사 끝나면 이제 잘 돌보기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갑자기 질식이라니.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죽냐고!”아주머니가 고개를 돌려 제 아들을 바라봤다. 전화기 너머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한 그녀가 다급하게 물었다.“왜? 의사가 왜 그랬대?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인순 아주머니의 아들은 입술을 달싹이며 대답했다.“병원에서 경찰에 신고했대요.”경찰을 불렀다는 건 사고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누군가 개입된 의문사였다.그 순간 하시윤의 머릿속에 번개처럼 스치는 이름이 있었다.서경민.이제 하시윤은 주변에 무슨 일만 생겨도 일단 그부터 떠올리는 지경에 이르렀다.경찰은 곧 현장에 도착할 것이고 유가족들도 병원으로 모여야 했다.하시윤이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물었다.“아주머니, 병원에 가실 거예요? 괜찮으시겠어요?”혹여나 충격에 쓰러질까 하시윤은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섰다.아주머니는 떨리는 고개를 끄덕였다.“가야죠. 당연히 가야죠.”아들이 어머니를 부축하며 일어서더니 하시윤을 바라봤다.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하시윤이 선수를 쳤다.“사람 보내서 모셔다드릴게요. 우선 가서 일부터 처리하세요. 제 걱정은 마시고요.”그녀는 경호원 한 명을 불러 아주머니를 부축하게 한 뒤 병원으로 가는 차에 태워 보냈다. 사람들이 떠나자마자 그녀는 곧장 발길을 돌려 위층으로 향했다.방 안, 침대 곁에는 아기 침대가 놓여 있었다. 침대에 앉은 서정우는 동생을 달래느라 여념이 없었다.모래가 든 장난감을 흔들자 자갈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아이는 그게 뭐가 그리 좋은지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까르르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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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저돌적

서지혁은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밝히지 않은 채 그저 뭉뚱그려 대답했다.“아직 정리 안 된 업무가 좀 있어서 그래.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아.”하시윤이 물었다.“경찰이 다시 저택에 조사하러 갔다는데. 알고 있어?”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서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조사하라지 뭐. 문제가 있으면 밝혀질 거고, 없으면 자기들이 알아서 포기하겠지. 결론적으로 우리한테 지장 주는 일은 없을 거야.”하시윤이 다시 물었다.“회장님 어디 있는지 알아?”서지혁이 말했다.“몰라.”이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는 지금 서경민이 정확히 어느 구석에 박혀 있는지 알지 못했다.하시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휴대폰이 진동하며 다른 전화가 걸려 왔음을 알렸다.그녀가 입을 떼기도 전에 서지혁이 먼저 말을 가로챘다.“나도 이만 움직여야 해서 끊을게. 일 다 보고 다시 연락할게.”하시윤이 알겠다고 답하자마자 통화가 끊겼다.그녀는 곧바로 새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병원에 보냈던 경호원이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상대방이 다급하게 말했다.“하시윤 씨, 방금 큰일 날 뻔했습니다.”그 소리를 들은 하시윤은 심장이 발밑으로 툭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물었다.“무슨 일이에요?”경호원이 대답했다.“그게... 인경 아주머니가 사고를 당할 뻔했습니다.”그러더니 곧바로 말을 덧붙였다.“그래도 안심하세요. 이쪽에 미리 사람을 깔아둔 덕분에 범인은 현장에서 바로 잡았습니다.”하시윤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인경 아주머니 쪽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요?”경호원의 설명에 따르면 인순 아주머니의 남편이 죽은 직후, 서지혁이 조인경의 병실 밖에도 사람을 배치했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경호가 아니라 어둠 속에 숨은 매복이었다.결국 그 예상이 적중했다. 조금 전, 의사 차림을 한 남자가 조인경의 병실로 잠입했다.병실 안에는 간병인이 있었고 조인경도 깨어 있었지만 상대가 흰 가운을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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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경계

서경민은 허름한 나무 오두막 안에서 잠들어 있었다. 주변에는 부하들이 밤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한밤중이라 다들 쉬고 있던 참이었다.그런데 발소리가 들렸다. 서경민은 그 순간 눈을 번쩍 떴다.경계심이 강한 건 이번 일 때문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몸에 밴 것이었다.아주 오래전 일이다. 서무열에게 끌려가 어딘가에 갇혔을 때였다.한밤중에 원정희가 들이닥쳐 주먹이며 발길질을 퍼붓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 그의 머리를 밟고 서서 어머니 욕을 해댔다.서무열이 오지 않는다는 걸 알았는지 그 여자는 거리낌없이 제 마음대로 날뛰었다.그리고 그 여자 지시로 밥줄이 끊겼다. 더 버티다간 굶어 죽을 판이었다.결국 서경민은 입고 있던 옷을 길게 찢어 억지로 삼키며 겨우 목숨을 이어갔다.그 세월이 지나도 그는 여전히 온전히 잠들지 못했다. 늘 뒤숭숭하고 작은 기척에도 바로 깼다.지금처럼 말이다.그는 몸을 일으키며 바로 물었다.“무슨 일이야?”부하의 목소리였다. 이 으슥한 산중에서도 상대는 바짝 목소리를 낮추고 있었다.“회장님, 뭔가 심상치 않습니다.”서경민은 옷을 입은 채 잠들어 있었던 터라 바로 움직일 수 있었다. 오두막을 나서자 부하가 문 앞에 서 있었다. 그 옆에 나란히 서서 조용히 주변 동태를 살폈다.딱히 뭔가를 잡아내기가 어려웠다. 밤바람이 세차게 불어 나뭇잎이 쏴 울어댔고 사방이 온통 뒤숭숭했다.서경민이 다시 물었다.“구체적으로 뭐가?”“아까 불 피워서 밥 해 먹던 곳, 발각된 것 같습니다.”부하도 확신하는 건 아니었다.“거기 한 명 남겨뒀는데 아까부터 연락이 안 됩니다.”손에 쥔 휴대폰 화면에는 통화 기록이 떠 있었다. 방금 전 연달아 전화를 걸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받은 사람은 없었다.서경민은 말이 없었다. 표정만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일대는 신호도 잘 안 잡혔다. 그냥 전화를 못 받았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쪽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언제 어디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르는 판이니 경계심은 살갗처럼 달고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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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은신처

강석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음만 공허하게 울릴 뿐이었다. 서경민은 상황이 틀어졌음을 직감하고 즉시 부하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그들은 군더더기 없이 움직였다.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민첩하게 장비를 챙겨 일사불란하게 숲을 빠져나갔다.마지막으로 발을 떼려던 서경민이 돌연 걸음을 멈췄다. 뒤를 돌아보니 오두막 안에는 미처 챙기지 못한 짐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잠시 망설이던 그는 다시 안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침대 위에 놓인 이불 한 귀퉁이에 불을 붙여 안쪽으로 던져버렸다.워낙 가연성 물질이 많았던 탓에 불길은 순식간에 치솟으며 주변 집기들을 집어삼켰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부하가 당황하며 물었다.“회장님, 불을 지르시면 어떡합니까?”불길이 커지면 경찰의 이목을 끄는 건 시간문제였다.서경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갑게 내뱉었다.“어차피 조만간 털릴 곳이다.”이곳에 남겨진 단서가 너무 많았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재로 만들어 흔적을 지우는 편이 나았다.부하는 더는 입을 열지 않고 서경민을 호위하며 자리를 떴다.그들은 이미 청림 경계 끝자락에 와 있었다. 조금 더 이동하자 인접 도시의 관할 구역이 나타났다.하지만 시내로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청림 경찰이 하강과 공조 중인 마당에 옆 도시라고 해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결국 그들이 새로 잡은 거처는 다시 인적이 끊긴 산간 황무지였다.날이 밝아오고서야 일행은 걸음을 멈추고 휴식을 취했다. 일행 중 가장 연장자인 서경민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상태가 가장 좋아 보였다.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은 서경민은 다시 언덕을 기어올라 청림 방향을 살폈다. 한밤중에 지른 불길이 꽤 거셌는지 멀리서도 연기가 보였다.하지만 불은 생각보다 빨리 진압되었다. 정상적인 화재 진압 속도라기에는 지나치게 빨랐다. 아마 경찰이 이미 그 근처까지 수사망을 좁혀왔다가 불이 나자마자 소방 인력을 투입한 모양이었다. 이로써 강석이 확실히 경찰에 잡혔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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