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Chapter 661 - Chapter 670

717 Chapters

제661화 소동

지배인이 대처하고 있었기에 서인준은 사실 끼어들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지배인이 무전기를 꺼내 경호원을 부르려 하자 남자 하나가 무전기를 낚아채듯 빼앗아 바닥에 팽개쳐 버렸다.만취한 두 남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뻗쳐 눈을 부릅뜨고 지배인의 코앞에 삿대질을 해댔다. 괜히 참견했다간 너까지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과 함께였다.지배인이 억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손님, 그게 아니라...”경고도 없었다. 남자가 휙 몸을 돌리더니 옆에 서 있던 여자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그러고는 발을 들어 여자의 복부를 걷어찼다.“어디서 비싸게 굴어? 기분 좋게 한잔 마시자는데 감히 튕겨? 아주 오냐오냐해주니까 눈에 뵈는 게 없지?”무방비 상태였던 여자는 정면으로 손찌검을 당하고 발길질까지 받아 바닥으로 볼품없이 뒹굴었다.옆에 있던 다른 여자들이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지르더니 이내 악에 받쳐 남자에게 달려들었다.“미친 새끼가 누굴 때려! 오늘 너 죽고 나 죽자!”지배인이 뜯어말리려 하자 다른 남자가 그를 거칠게 밀쳐냈다.“뒤지기 싫으면 저리 꺼져!”서인준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남의 싸움에 참견하는 것은 질색이었다.하지만 지금 복도에 지배인을 제외하면 남자는 자기 하나뿐이었고 상황은 눈뜨고 봐주기 힘들 만큼 험악해져 있었다. 도저히 그냥 모른 척 넘어갈 수가 없었다.결국 그가 성큼성큼 다가갔을 때 복도 저편은 이미 한바탕 난장판이 벌어져 있었다.상대가 사내들이라지만 여자들도 결코 기죽거나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 않았다. 체력적으로는 사내들을 당해낼 리 만무했음에도 누구 하나 꽁무니를 빼기는커녕 악에 받쳐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심지어 발길질을 당해 쓰러졌던 여자까지 이 악물고 일어서더니 신고 있던 하이힐을 벗어 들고 남자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려치기 시작했다.그러나 남녀 간의 피지컬 차이는 엄연했다. 머릿수로는 이기는 듯 보였으나 실상은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다.술김에 눈이 뒤집힌 사내들은 거칠 것 없이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해대며 기세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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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인간 만상

지태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옆에 있던 성지윤이 기다렸다는 듯 나섰다.“우릴 때렸어요.”그녀가 고발하듯 소리쳤다.“당신 동생이 우리더러 억지로 같이 술 마시자고 시비를 걸었어요. 우리가 싫다고 거절하니까 다짜고짜 손찌검부터 하더라고요.”성지윤은 머리칼만 좀 흐트러졌을 뿐 다친 곳은 없었다. 그녀는 옆에 서 있던 친구의 팔을 잡아끌어 지태오의 누나 앞으로 데려갔다. 격렬한 몸싸움 중에 뺨을 맞은 그 친구는 한쪽 뺨이 벌겋게 부어올라 있었다.“여기 병원으로 실려 간 친구는 얘보다 훨씬 더 심하게 다쳤어요.”성지윤이 다그치듯 물었다.“지금 당신 동생은 뻔뻔하게 기억 안 난다고 발뺌하는데 바에 CCTV 다 있거든요? 당장 확인해 볼까요?”이어 그녀는 서인준을 가리켰다.“여기 똑똑히 지켜본 증인도 있어요.”여자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태오를 돌아보며 물었다.“사실이야?”지태오는 고개를 떨군 채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경찰서에 끌려왔을 때부터 쭉 이 상태였다. 완전히 기가 죽어 있었다.성지윤이 답답하다는 듯 참견했다.“야, 지태오. 아까는 그렇게 당당하더니...”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자가 손을 들어 짝 소리가 나게 지태오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그녀가 다시 나직하게 물었다.“사실이냐고 물었어.”거센 충격에 지태오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그가 비틀거리며 중심을 잡기도 전에 매서운 손바닥이 연달아 날아와 반대쪽 뺨을 사정없이 때렸다.짝!“사실이야?”연달아 뺨을 내려치는 과격한 모습에 성지윤도 하려던 말을 잃었다.그녀는 흠칫 놀라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어, 저기...”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여자는 다른 이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오직 제 동생만 매섭게 쏘아보며 세 번째 뺨을 갈겼다. 이번에는 손끝에 실린 무게감이 한층 더 묵직했다.“말해.”“어...”지태오가 마침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술을 많이 마셔서 제정신이 아니었어.”“제정신이 아니었다고?”여자는 그대로 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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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싫어

과거에 걸었던 그 길은 연재윤에게는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탈출구였지만 다른 이들에게까지 그것만이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었다.연재윤이 한숨을 쉬었다.“그때 세력을 키우려면 내 밑으로 사람을 좀 모아야 했거든. 그래서 조직을 키우겠답시고 수단과 방법 안 가리고 애들을 끌어모았지.”제대로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가정이 복잡해 일찌감치 밑바닥으로 흘러 들어온 어린 친구들이 주축이었다. 사리 분별이 서지 않는 미성숙한 나이였기에 감언이설 몇 마디만 던져도 쉽게 꾐에 넘어가곤 했다.당시의 연재윤은 그런 거친 환경 속에서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벅찼던 터라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 수렁에서 완전히 벗어나 지난날을 복기해 보니 가슴 한구석에 묵직한 자책감이 들어찼다.아까 경찰서에서 나오기 전 연재윤은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에게 슬쩍 물어보았었다.지태오라는 녀석은 그곳에서 이미 꽤나 낯익은 얼굴이었다. 질 나쁜 무리들과 어울려 다니며 유치장 신세를 진 것만 벌써 여러 차례라고 했다. 부모도 없어 매번 누나가 쫓아와 뒷수습을 하며 거액의 합의금을 물어주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누나의 월급도 뻔한 수준일 터라 두 번 정도는 모른 척 내버려두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녀석이 전화를 걸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반성하겠다고 빌고 또 빌며 다짐을 해댔다는 것이었다.경찰은 이렇게 덧붙였다.“술만 안 마시면 참 착하고 멀쩡한 녀석인데 알코올만 들어가면 그냥 밑바닥 쓰레기가 따로 없습니다.”연재윤이 말했다.“성지윤을 보니 합의금 자체를 크게 바라진 않는 눈치인데 워낙 속이 상하고 분하다 보니 그냥 좋게 넘어가 주진 않을 것 같아서 두 녀석을 탈탈 털어줄 생각인 듯해.”물론 그 두 명 중에는 당연히 지태오도 포함되어 있었다.서인준이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호되게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지.”당시 현장에서 직접 목격했던 서인준의 기억으로도 그들의 손찌검은 꽤나 거칠고 잔인했다. 술에 취한 것도 있고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은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밑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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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전화

식사 자리에서 최예원의 이름이 오르내리더니 그날 밤 귀신같이 그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하필이면 타이밍이 무척이나 나빴다. 서지혁과 하시윤이 침대 위에서 한창 뜨겁게 사랑을 나누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침대 머리맡에 놓인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을 울려댔다. 하시윤은 차오르는 숨을 몰아쉬며 서지혁의 팔을 꾹 움켜잡았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그녀가 가쁜 숨 사이로 겨우 목소리를 냈다.“지혁 씨... 전화 와.”서지혁은 흐름이 깨진 것이 못마땅해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의 목에 입을 맞추었다.“신경 쓰지 마.”진동은 한참을 울리다 저절로 끊겼지만 이내 다시 울려대기 시작했다.도저히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끈질긴 소음에 결국 서지혁이 팔을 뻗어 휴대폰을 낚아챘다.그렇지 않아도 잔뜩 심통이 나 있었는데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하자 기분은 한층 더 바닥으로 가라앉았다.그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수신 거절 버튼을 누르고는 휴대폰을 저만치 던져버렸다.“신경 안 써도 돼.”그는 다시 하시윤을 품으로 끌어당겨 입을 맞추며 낮게 속삭였다.“계속하자.”하시윤이 그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누구인데?”서지혁이 무덤덤하게 대답했다.“스팸 전화야. 신경 쓸 거 없어.”하시윤이 슬며시 눈을 떠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이내 몸을 일으켜 그에게 먼저 입을 맞추었다.이 야밤에 스팸 전화가 올 리가 없는데 말이다....모든 폭풍이 잦아들었을 때, 하시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침대에 엎드린 채 눈을 감고 숨을 골랐다.서지혁이 욕실로 들어가 따뜻한 물을 받은 뒤 다시 나와 그녀를 부드럽게 안아 올렸다. 하시윤은 그의 목에 팔을 감고 품에 기대며 나지막이 앓는 소리를 냈다.“나 진짜 힘들어 죽겠어...”서지혁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조금 전에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해놓고.”하시윤이 주먹을 쥐고 그의 가슴을 툭 쳤으나 전혀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은 솜방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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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이간질

점심을 먹고 나서 서지혁과 하시윤은 함께 집을 나서서 추모 공원으로 향했다.따로 풍수지리를 봐주는 역술가를 부르지는 않았고 오롯이 자신들의 마음에 드는 자리를 직접 고르기로 했다.처음에 들른 몇몇 공동묘지들은 남은 빈자리가 그리 많지 않은 데다가 구석지거나 후미진 모퉁이 자리뿐이라 당연히 성에 차지 않았다.그러다 뒤늦게 찾아간 어느 새로 조성된 추모 공원은 규모는 아담했지만 아직 안치된 이들이 많지 않아 무척 한적했다. 사방을 둘러보던 하시윤이 마음에 드는 자리를 하나 콕 집어냈다.“여기 괜찮다.”그녀가 고개를 돌렸을 때, 서지혁은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왜 그래? 무슨 일 있어?”서지혁이 이내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야.”그가 물었다.“여기로 할까?”“지혁 씨는 어때?”하시윤이 몸을 돌려 사방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난 여기가 아주 마음에 들어.”도심 한복판이 정면으로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이 꽤 훌륭했다.사실 그녀의 어머니가 예전에 묻혀 있던 묘지도 나쁜 곳은 아니었다. 하병우가 남들의 이목을 신경 쓰며 꽤 거금을 들여 골랐던 자리였기 때문이다.당시 하병우는 위선을 떨기 위한 목적도 있었겠지만 어찌 됐든 오랜 세월을 함께한 정이 아주 없지는 않았을 터였다. 어머니가 막 세상을 떠났을 때 밀려오는 슬픔만큼은 진심이었기에 기꺼이 그만큼의 정성과 돈을 들였던 것이다.자리를 꼼꼼히 살핀 부부는 관리 사무소로 가 관리인과 상담을 나누었고 계약 조율이 원만하게 끝나자 곧바로 차를 타고 추모 공원을 나섰다....차가 도로를 타고 한참을 달린 뒤에야 하시윤은 백미러에 시선을 던졌다.그녀는 흠칫하더니 이내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잠시 후, 하시윤은 휴대폰을 꺼내 무언가를 확인하고는 말했다.“윤정 씨가 연락했었네. 오랜만에 같이 쇼핑이나 하자고.”그녀는 답장을 보내며 약속 장소를 나지막이 읊조렸다.“나 거기다 좀 내려줘. 윤정 씨랑 거기서 만나기로 했거든.”메시지 전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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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냉정한 인간

지윤정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실소를 터뜨렸다.“수요일 그날 말하는 거죠?”그녀가 당당하게 말을 이었다.“나 맞아요.”그러고는 콧방귀를 뀌며 최예원을 쏘아보았다.“나한테 무슨 꼽이라도 주고 싶었던 모양인데 내 남자친구가 딴 여자랑 몰래 데이트라도 하고 다닌다는 소릴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지혁 씨한테는 또 무슨 말을 흘리고 싶었던 건데요? 승우 씨가 시윤 씨 때문에 앙심을 품고 예원 씨를 억지로 지사로 쫓아냈다는 소리라도 하고 싶었나 보죠?”두 사람 사이에도 한때는 나름대로 정이 두터웠던 시절이 있었다. 비록 최예원이 선물한 값비싼 물건들을 지윤정이 전부 돌려보내고 연락을 끊었을지언정, 대놓고 얼굴을 붉히며 언성을 높인 적은 없었다.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조목조목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사정없이 던지는 순간, 그간 실오라기처럼 남아 있던 마지막 정마저 완전히 산산조각 나버렸다.평소 온화하고 둥글둥글하던 지윤정의 얼굴이 보기 드물게 싸늘하게 굳어졌다.“공정한 경쟁으로는 이기지도 못하고 잔머리를 굴려봐야 제대로 먹히지도 않으니까 이제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이간질에 유언비어까지 퍼뜨리기로 작정한 거예요?”옆에서 지윤정을 가만히 바라보던 하시윤은 평소 유순하던 그녀가 이토록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모습이 내심 신선하고 기특해 풋 웃음을 터뜨렸다.“됐어요, 윤정 씨. 그만해요.”하시윤이 그녀의 손을 토닥이며 달랬다.“뭐 하러 그렇게 화를 내요. 그럴 가치도 없는 일인데요.”지윤정을 달래며 화제를 가볍게 돌린 하시윤은 다시 최예원을 돌아보았다.그녀의 눈가에는 여전히 은근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그래서, 예원 씨는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요?”최예원은 입술을 꾹 깨문 채 미간을 미세하게 찌푸렸다.사실 하고 싶은 말은 아주 많았다. 방금 지윤정이 단박에 꿰뚫어 본 것처럼 최승우가 여전히 하시윤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해 사적인 감정으로 자신을 지사로 좌천시킨 게 맞다고 당장이라도 폭로하고 싶었다.원래대로라면 이미 다 지나간 처사라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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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안 줘

연재윤은 병원에서 주서연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불과 며칠 사이에 주태섭은 몰라볼 정도로 여위어 있었다. 항암 치료의 부작용 탓에 그의 몸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쇠약해져 갔다. 하지만 그와 정반대로 검사 보고서상의 모든 수치와 결과는 눈에 띄게 호전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렇다 보니 가족들은 이것을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도리어 걱정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이 상황에서 가장 가슴을 졸이고 있는 사람은 강선영과 주서연이 아니라 연재윤이었다. 자신의 소개로 주태섭이 이곳 병원으로 오게 되었으니 혹시라도 치료 결과가 좋지 못하다면 도의적인 책임을 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담당 주치의인 조민석의 사무실을 주서연보다 더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조민석 역시 연재윤의 애타는 마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가 찾아올 때마다 검사 결과를 아주 상세하게 설명해 주곤 했다.그날도 조민석의 방에서 나온 연재윤은 검사 보고서를 손에 쥔 채 병실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저만치 복도 끝에서 낯익은 실루엣이 보였다. 성지윤이었다.그녀는 지난번과 다름없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병실 문 앞에 서서 유리창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안을 훔쳐보고 있었다.연재윤이 슥 다가가 한마디 던졌다.“또 여기서 뭐 해?”깜짝 놀란 성지윤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뒤를 돌아보고는 연재윤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금세 미간을 찌푸렸다.“인기척도 없이 귀신처럼 슥 나타나고 난리야, 깜짝 놀랐잖아!”그러더니 복도 양옆을 두리번거렸다.“그때 오빠 친구는 어디 갔어? 왜 같이 안 왔어?”연재윤이 물었다.“그 녀석은 왜 찾아?”“왜 찾긴.”성지윤이 콧방귀를 뀌었다.“당연히 고맙다고 인사라도 하려는 거지. 지난번에 그 사람이 우리 도와줬잖아. 그때는 경황이 없어서 말로만 대충 고맙다고 하고 헤어졌는데 그건 내 스타일이 아니거든. 밥 한 끼라도 거하게 대접하면서 제대로 고마움을 표시해야지.”“그럼 기회 없겠네.”연재윤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걔 방성 사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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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얄미운 사람

하시윤은 퇴근을 조금 일찍 하고 서지혁의 회사로 향했다. 도착해서도 바로 위로 올라가지 않고 로비 소파에 앉아 기다리며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연재윤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는데 시간을 보니 조금 전에 보낸 것이었다.하시윤은 메시지를 열어보고는 순간 멈칫했다.그가 보낸 것은 사진 한 장이었다. 사진 속에는 두 여자가 있었다. 한 명은 주서연이었고, 다른 한 명은 사진을 한참 확대해 보고 나서야 하민지라는 걸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하민지를 안 본 지 꽤 오래되었는데 그녀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캐주얼한 차림을 한 채 주서연과 마주 앉아 있어 분위기가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워낙 얌전하고 예쁘장하게 생긴 주서연에 비해, 그 맞은편에 생기 없이 멍하니 앉아 있는 하민지는 상대적으로 아주 초라하고 나이 들어 보였다.전에 하민지가 하강을 떠났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연재윤을 찾아갔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휴대폰을 쥔 채 하시윤은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지는 것을 느꼈다.조경순 같은 어머니 밑에서 자란 탓인지, 하민지는 배우자를 선택할 때 유독 편협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상대방 자체의 능력이나 품성보다는 그 집안이 얼마나 대단한지, 남들에게 내세웠을 때 얼마나 체면이 서는지만을 중요하게 여겼다.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연재윤은 그녀의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예전에는 신분이 특이하긴 해도 별다른 능력이 없었고, 연상훈이 뒤를 봐주려 했으나 회사 실권은 넘겨받지 못했으며 집안에는 김여정이 버티고 있었다.지금은 더했다. 유일한 버팀목이던 연상훈 회장마저 무너졌으니 비록 개인적으로 모아둔 돈은 좀 있을지언정 다른 단점들을 메우기엔 턱없이 역부족이었다.그럼에도 하민지가 그를 찾아갔다니. 그저 정말로 그를 좋아했던 것이라고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하시윤은 잠깐 망설이다가 하민지가 언제 온 거냐고 답장을 보냈다.곧바로 연재윤의 음성 메시지가 도착했다.“방성에는 진작 온 것 같은데 병원에는 오늘에야 찾아왔더라고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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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고의

하시윤은 멈칫하더니 밀려드는 민망함을 감추지 못했다.“아, 정우 네가 들은 게 그거였니?”서정우가 말했다.“아빠가 매번 엄마한테 누구를 제일 사랑하냐고 물어보시면 엄마는 늘 아빠라고 대답하셨잖아요.”하시윤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침대 위에서 나누는 낯간지러운 속삭임을 평소 서지혁과 그리 자주 나누는 편은 아니었다.가장 자주 하는 말이라고 해봐야 방금 서정우가 들은 그 한마디였다. 서지혁은 늘 제 몸의 힘을 빌려 침대 위에서 그녀가 자신을 가장 사랑한다는 대답을 하도록 집요하게 몰아붙이곤 했다. 그 기세를 이겨내지 못할 때면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겨 몇 번이고 그를 가장 사랑한다고 속삭여 주었다.그 말이 아이 귀에 들어갔다니. 딱히 부끄러운 일은 아님에도 어쩐지 머쓱하고 민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그녀는 서정우를 품에 끌어안았다.“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건 정우 너랑 시은이야, 정말로.”“괜찮아요.”서정우가 말했다.“아빠를 제일 사랑하는 것도 좋은 거예요. 엄마가 아빠를 사랑하니까 저랑 시은이가 태어난 거잖아요.”어린 나이에 제법 논리 정연하게 말을 맞추는 아들의 모습에 하시윤은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졌다. 그녀는 아이의 뺨을 감싸 쥐고 이마에 연신 입을 맞추었다.“우리 정우가 벌써 이렇게 어른스러운 생각을 할 줄 아네.”“그럼요.”서정우가 으스대며 말했다.“선생님도 저보고 똑똑하대요.”하시윤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럼, 우리 정우가 얼마나 똑똑한데.”...그날 밤, 서지혁은 침대에서 서정우를 재우고 있었다.서정우는 아빠의 품에 안겨 불쑥 물었다.“아빠는 누구를 제일 사랑하세요?”서지혁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멈칫했다. 불을 끄고 커튼을 쳐둔 방 안이라 서로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녀석의 작은 손을 꼭 쥐여주며 물었다.“갑자기 그건 왜 물어?”“궁금해서요.”서정우가 재촉했다.“그러니까 아빠는 누구를 제일 사랑하시냐고요.”서지혁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엄마를 제일 사랑하지. 그다음이 너랑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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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개입

하시윤은 서지혁의 성격상 조만간 다시 들이닥쳐 훼방을 놓을 줄 알았다.그런데 웬일로 서지혁은 그녀의 쿠션 팩트를 챙겨 나간 뒤 최승우와의 대화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그게 오히려 이상해서 하시윤은 수시로 사무실 문 쪽을 곁눈질했다.그 움직임을 알아챘는지 최승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하시윤은 민망한 마음에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방해한 거 아니에요.”그렇게 말하면서도 대화를 더 이어가진 않고 최승우를 배웅하기 위해 함께 나섰다.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저 멀리 서지혁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프로젝트 부서 입구에 서서 담당 매니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비스듬히 문틀에 기대어 팔짱을 낀 태도가 꽤나 나른해 보였다. 한 손에는 그녀의 쿠션 팩트를 쥔 채, 무의식적으로 손가락 끝으로 만지작거리고 있었다.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그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더니 이내 몸을 바로 세웠다.“최승우 씨, 벌써 가시는 겁니까?”최승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분의 시간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서지혁이 엷은 미소를 지었다.“방해까지야.”그의 입술 끝에 남은 상처는 여전히 선명했다. 결국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모양이었다.하시윤이 얼른 가로막으며 나섰다.“승우 씨, 이쪽으로 오세요.”그녀가 최승우를 엘리베이터 쪽으로 인도하자 프로젝트 매니저와 목례를 나눈 서지혁도 뻔뻔하게 그 뒤를 따라붙었다.엘리베이터가 위층에 멈춰 있는 것을 보며 최승우가 돌아서서 말했다.“더 안 나오셔도 됩니다. 저는 이만 가볼게요.”그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문이 닫히기 직전 찰나의 순간, 그의 시선이 하시윤의 목덜미에 잠깐 머물렀다. 그러고는 가볍게 목례를 건넸다.문이 천천히 닫히고 하행 버튼에 불이 들어오자마자 옆에 서 있던 서지혁이 피식 낮게 실소를 터뜨렸다. 그는 하시윤의 손을 끌어당겨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얄밉게 속삭였다.“저 자식 속이 아주 말이 아니겠네.”하시윤이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서지혁은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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