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하강에서 방성으로 향하는 비행 편이 있었기에 성기훈 부녀는 이곳에 더 머물지 않고 떠나기로 했다.출발하기 전 성기훈은 지승희와 지태오를 불러 함께 저녁을 먹었다.성지윤이 혼자 무작정 하강으로 왔을 때 지승희가 맞아주고 보살펴 준 덕분에 큰 도움을 받았다며 고마움을 전하려는 자리였다.식사가 끝난 뒤 두 부녀는 공항으로 향했고 지승희는 길가에 서서 손을 흔들어 두 사람을 배웅했다.“조심히 들어가세요.”성지윤은 잠시 망설이더니 차 문을 열고 내려 지승희를 꼭 안아 주었다.“고마워요.”그녀가 코를 훌쩍였다.“승희 씨는 서인준 그 인간보다 훨씬 낫네요.”지승희가 옅게 미소를 지었다.“됐어요, 어서 가세요.”이어서 그녀가 덧붙였다.“다음에도 시간 나면 하강에 놀러 오세요. 오기 전에 미리 연락 주면 내가 다 챙겨 놓을게요.”성지윤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좋아요.”그녀는 지승희를 놓아주고 차에 타려다가, 잠깐 주춤거리더니 다시 뒤돌아 지승희에게 물었다.“있잖아요, 내가 이렇게 앞뒤 안 가리고 달려왔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마음 한구석도 안 약해질 수가 있을까?”지승희는 눈을 깜박거렸다. 뭐라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려웠지만 그저 이렇게 전할 수밖에 없었다.“마음이 약해지지 않는 게 맞는 거라 생각해요.”지승희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대표님이 지윤 씨한테 마음도 없으면서 괜히 잘해 줘서 희망을 품게 만들고, 자기한테 계속 시간을 쏟게 만든다면 그게 오히려 지윤 씨한테 더 불공평한 일이잖아요.”때로는 모질고 차갑게, 확실하게 잘라내는 것이야말로 진짜 책임감 있는 태도일지도 몰랐다.성지윤은 입술을 씰룩거렸다. 자존심은 상했지만 틀린 말이 아니라 생각했는지 이내 중얼거렸다.“하기야, 듣고 보니 그러네요.”그녀가 손을 털털하게 흔들었다.“됐어요, 나 진짜 갈게요.”차에 올라탄 성지윤은 창문을 내리더니 지태오를 향해 한마디를 던졌다.“너, 누나 괴롭히기만 해 봐.”그러고는 덧붙였다.“이제 네 누나는 내가 챙길 거야. 너 또 헛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