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윤은 그제야 번뜩 정신이 들었는지 뒤늦게 물었다.“여기는 왜 왔어?”서지혁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하시윤, 연기가 너무 어설프잖아.”하시윤이 피식 웃었다.“미안, 아까 회사 일 생각하느라 잠시 딴생각을 했어.”그녀는 고개를 들어 호텔 간판을 흘끔 바라보고는 다시 물었다.“그래서, 여기는 왜 온 건데?”그러고는 일부러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었다.“이 아침부터, 식사도 이미 다 끝냈는데 여기까지 왜 왔나 싶어서.”이번 표정 연기는 제법 그럴싸해서 눈빛에 의구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서지혁은 한동안 그녀를 지그시 노려보더니 진짜 모르는 건지 연기를 하는 건지 더는 따지지 않고 그녀를 이끌고 안으로 들어섰다.지배인이 이미 마중 나와 대기하고 있다가 두 사람을 보자마자 반갑게 맞이했다.“안녕하세요.”지배인이 정중하게 손짓했다.“이쪽으로 오시죠.”가장 먼저 들어선 곳은 대기실이었다.공간이 상당히 넓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한쪽에는 소파와 화장대가 놓여 있었고 다른 한쪽 공간은 커튼으로 푹 가려져 있었다.지배인은 문가에 서 있었고 김인순과 조인경 역시 고개만 빼꼼 내밀어 안을 들여다볼 뿐 들어오지 않았다.김인순은 서시은까지 품에 안아 들고는 소곤거렸다.“우리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서지혁이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닫았다.하시윤이 물었다.“두 분은 왜 안 들어와?”서지혁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앞으로 걸어가며 답했다.“저분들 들어올 자리가 아니니까.”커튼 앞에 서자 하시윤은 서지혁의 손에 리모컨이 쥐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언제 집어 들었는지도 모를 만큼, 이 남자는 갈수록 기척도 없이 일 처리를 깔끔하게 해냈다.리모컨에는 버튼이 하나뿐이었다. 서지혁이 그걸 누르자 이내 조용히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하시윤이 눈을 올려 바라보는 순간, 정면을 가리고 있던 커튼이 양옆으로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아까 보였던 의아한 표정은 연기였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터져 나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