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Chapter 701 - Chapter 710

717 Chapters

제701화 불만

점심식사는 정경란과 심연정이 서씨 가문 본가에서 함께했다.예전에도 이 집에서 밥을 먹은 적이 워낙 많았던 터라 이번에도 앉은 자리는 늘 앉던 곳 그대로였다.하시윤과 서지혁이 마주 보고 앉았고 두 아이가 하시윤의 양옆에 나란히 붙어 앉았다. 서지혁은 서시은의 반대편 자리에 앉았고 연재윤은 혼자 따로 떨어져 앉았다.서정우는 손이 갈 필요가 없을 만큼 밥을 의젓하게 잘 먹었다.반면 서시은은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밥을 몇 숟가락 뜨다가도 이리저리 만지작거리고는 자꾸 고개를 돌려 하시윤에게 말을 걸었다.하시윤이 상대해 주지 않자 아이는 몸을 쭉 빼고 서정우에게 질문을 던졌다.서정우는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대답은 다 해 주었고, 그 모습에 아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끝없이 조잘거렸다.그 옆에 앉은 서지혁은 쉴 새 없이 바빴다.아이가 워낙 생선을 좋아했기에 서지혁은 가시를 발라 살코기만 발라낸 뒤, 혹시 남은 가시가 없는지 확인하고서야 입에 쏙 넣어 주었다.서시은도 사람 기분을 맞추는 재주가 남달랐다. 밥을 다 먹고 나서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고개를 치켜들고 그를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정경란이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고개를 돌려 심연정을 바라보았다.심연정은 묵묵히 밥만 먹을 뿐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작위적이었다.식당에서 다 같이 밥을 먹었을 때는 인경 아주머니와 인순 아주머니가 각각 아이 한 명씩을 맡아 돌봐주었기에 별 탈 없이 넘어갔었다.하지만 지금 이 자리를 겪고 나서야 서지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그 변화의 실체를 온전히 체감할 수 있었다.그는 아이를 챙기는 데 그치지 않고 하시윤에게도 반찬을 집어 주었다. 그리고 자리가 꽤 먼 데도 서정우까지 세심하게 살폈다.사적인 대화는 오가지 않았고 식사는 금방 끝났다.정경란과 심연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을 고했고 모두가 마당까지 나와 배웅했다.주차장에 세워둔 차에 올라탄 두 사람은 창문을 내리고 밖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됐어, 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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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소란

살구와 김성빈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 하시윤은 자세히 알지 못했다.그녀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그저 이 정도뿐이었다.“제 생각엔 성빈 씨한테 살구 씨 마음을 명확하게 말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사람은 거기까지 생각 못 했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남자들이란 게 참 그래요. 일할 때는 똑부러지고 능구렁이 같은데 이럴 때는 바보처럼 답답하다니까요.”그 말을 하면서 하시윤은 문득 서지혁을 떠올렸다. 직접 겪어보지 않았다면 서지혁이 여자 마음을 그렇게도 모를 줄은 꿈에도 몰랐을 터였다.살구는 시선을 내리깐 채 말했다.“고민 좀 해볼게요.”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았다.세 사람은 한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내일 아침부터 일찍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쉬기로 했다.결혼식 당일에는 아침부터 준비할 일이 많았다. 하시윤은 간단히 씻고 침대에 누운 뒤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서지혁에게서 동영상 하나가 와 있었다.영상을 재생하자 서정우와 서시은이 귀여운 꼬마 턱시도와 드레스를 차려입고 손을 꼭 잡은 채 레드카펫을 걷는 모습이 나왔다. 둘이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이 제법 그럴싸했다.영상이 끝난 뒤에는 짧은 음성 메시지도 도착해 있었다.하시윤이 재생 버튼을 누르자 서지혁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보고 싶어.”장난기라고는 전혀 없는 묵직하고 진심 어린 목소리였다.하시윤은 입꼬리를 살짝 올려 미소를 지으며 음성 메시지를 두어 번 더 들었다. 그러고는 끝내 답장을 보내지 않은 채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지혁 씨 갈수록 표현을 잘하네.”신경 쓰이는 일이 많았던 탓에 하시윤은 밤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꿈결을 헤매는 듯 비몽사몽한 밤이었다.날이 밝아오자마자 그녀는 눈을 떴다. 시계를 확인해 보니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약속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하시윤은 서둘러 샤워를 했다.씻고 나왔지만 머리도 미처 다 말리지 못한 상태에서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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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보상

서지혁은 아침부터 지금까지 쌀 한 톨은커녕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그런데도 갈증이나 허기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온몸에 힘이 넘치고 정신도 또렷했다.“난 안 먹어. 신경 쓰지 마.”하시윤이 고개를 숙이고 국수를 먹는 동안 서지혁은 그녀의 옆에 앉았다. 그러고는 무심코 그녀의 웨딩드레스 치맛단에 박힌 다이아몬드를 손끝으로 매만지며 한참 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시윤이 괜히 쑥스러워져 말했다.“그만 좀 봐.”서지혁이 웃었다.“이렇게 예쁜데 어떻게 안 봐?”하시윤이 콧방귀를 뀌며 살짝 몸을 돌렸다.“정말 못 말린다니까.”그녀가 국수를 다 먹자 서지혁이 곧바로 그릇을 받아 인순 아주머니에게 건넸다. 미리 준비해 둔 휴지로 하시윤의 입가를 닦아 준 뒤, 옆에 있던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립을 다시 손봐 달라고 했다.모든 준비가 끝나자 서지혁이 하시윤의 손을 꼭 잡았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그 안에는 새삼스러운 감회가 묻어났다.“드디어 나한테 시집왔네.”하시윤이 그의 손을 살짝 꼬집었다.“진작 혼인신고까지 했잖아. 법적으로도 부부인데 아직도 나 못 믿겠어?”“그거랑은 다르지.”서지혁이 말했다.“혼인신고는 법적으로 부부가 됐다는 거고 결혼식은 주변 사람들한테도 우리가 부부라는 걸 알리는 거니까. 의미가 다르잖아.”그러다 문득 생각난 듯 한마디를 덧붙였다.“최승우도 일단 본가에 오라고 했어. 여기 와서 얼굴이라도 비추라고.”하시윤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아, 그만 좀 해. 유치하게 왜 그러는 거야?”서지혁이 낮게 웃었다.“왜 또 삐졌어.”그때 서정우와 서시은도 아래층에서 간단히 요기를 마친 뒤 다시 올라왔다.서시은은 곧장 침대 위로 기어 올라왔다.“엄마.”그러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결혼?”서정우가 옆에서 대답했다.“응. 오늘 아빠랑 엄마 결혼하는 날이야.”서시은은 하시윤의 배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아기.”그러더니 자기를 톡톡 건드렸다.“아기.”서정우가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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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감히 엄두도 못 냈던 날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은 정말 최예원이었다.방금 전까지 그녀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거짓말처럼 바로 나타난 것이다.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딱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살구는 길을 비켜주지 않은 채 물었다.“예원 씨, 식장에 안 있고 왜 여기까지 왔어요? 승우 씨는 식장으로 갔던데요.”최예원이 답했다.“방금 오빠랑 얼굴 마주치고 나서 이쪽저쪽 둘러보다가 여기까지 왔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살짝 돌려 신부대기실 안쪽을 들여다보았다.서시은이 하얀 드레스를 입은 채 하시윤의 옆에 앉아 있었다.최예원은 서시은을 먼저 발견한 뒤, 이어서 하시윤을 보았다.그녀는 순간 멈칫했다. 무슨 감정인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가슴 한구석을 무언가가 세게 건드린 듯한 느낌이었다.하시윤은 머리에 티아라를 쓴 채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더없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이었다.서시은은 입안에 무언가를 오물거리고 있었는지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채 최예원을 바라보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보내왔다. 동그랗게 묶은 머리 위에는 생화로 만든 장식을 얹어 한껏 예쁘게 꾸민 모습이었다.아까 웨딩홀 입구에서 최예원은 서지혁을 본 적이 있었다. 그의 곁에는 어느새 훌쩍 자란 서정우가 서 있었다. 말끔한 정장에 나비넥타이까지 매고 서서 제법 의젓한 얼굴로 서지혁과 함께 하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그리고 지금은 하시윤 곁에 서시은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아이 하나씩을 데리고 하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었다.최예원이 준비해 온 의례적인 인사말은 막상 이 순간이 되자 하나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한 채 문가에 그대로 서서 한동안 굳어 있었다.지윤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싸늘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여긴 왜 왔어요?”최예원은 지윤정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평소라면 하시윤에게서 배운 대로 비슷한 또래의 사람만 보면 곧잘 ‘이모’라고 부르던 서시은도 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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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당연히 사랑하지

원보라 역시 연재윤을 발견했다. 두 사람은 서로 꽤 떨어진 거리에서 잠시 시선을 마주쳤다. 이내 원보라가 고개를 한 번 끄덕여 인사를 대신하더니 몸을 돌려 예식장 밖으로 나갔다.정식 예복까지 차려입은 걸 보면 아마 축하하러 온 듯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끝내 들어오지는 않았다.무대 위에 선 서지혁은 마이크를 손에 쥔 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원래 축사로 할 말은 미리 여러 번 써 두었고 하시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서지혁의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 둔 내용을 직접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이 순간이 되자 두 사람은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연재윤은 어딘가를 힐끗 바라본 뒤 곧 시선을 거두었다. 그러고는 서인준에게 재빨리 눈짓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쪽.”서인준이 곧바로 그쪽을 돌아보더니 객석 한곳을 향해 재빨리 손짓했다.성문영의 가족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박경희는 누군가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서인준이 미리 배치해 둔 경호원들이 곧장 앞으로 나서서 길을 막았다. 그러자 박경희는 주변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이 자식들이, 내가 누군지 알아? 감히 나를 막아? 당장 비켜!”하지만 경호원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경호원이 몰려들어 박경희와 함께 온 사람들까지 붙잡았다. 한 사람에게 경호원 두 명씩 달라붙어 꼼짝 못 하게 제압한 뒤, 그대로 예식장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소란이 제법 크게 일어나자 하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경호원들의 일 처리가 워낙 빨랐던 탓에 사람들이 무슨 일인지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박경희 일행은 이미 예식장 밖으로 사라진 뒤였다.연재윤은 곧장 사회자에게 눈짓해 다음 순서로 넘어가도록 했다.사회자 역시 이런 상황을 한두 번 겪어본 사람이 아니었다. 곧바로 마이크를 잡고 헛기침을 한 번 한 뒤 아무렇지 않은 듯 멘트를 이어가며 하객들의 시선을 다시 무대로 돌렸다.조금 전까지 가라앉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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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이 정도면 됐다

지윤정은 객석에 혼자 앉아 있었다. 남자친구와 함께 앉아 있는 게 아니었기에 그녀는 틈틈이 뒤를 돌아보며 남자친구가 어디 있는지 찾아보았다.그러다가 상대의 위치를 발견했지만 하필 그 옆에 최승우도 함께 앉아 있는 게 보였다.아까 예식장 입구에서 마주쳤을 때 최승우는 슈트를 정갈하게 차려입은 채 단정하고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당시에도 최예원과 동행하지 않았는데 지금도 혼자였다.지윤정은 객석 전체를 다시 한번 슥 훑어보았다. 워낙 사람이 많아 못 보고 놓쳤을 수도 있지만 일단 최예원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잠시 후 하시윤의 드레스 교체를 도와주러 가야 했기에 지윤정은 자리를 정리하고 허리를 숙인 채 남자친구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그에게 조금 뒤 김성빈을 따라 피로연장으로 이동하라고 일러두었다.그리고 남자친구가 함께 데려온 친구들도 챙겨야 했다. 갑작스럽게 오게 된 이들이었지만 피로연장에 테이블 하나를 따로 마련해 두었으니 그쪽으로 바로 안내하면 될 일이었다.필요한 말을 다 전하고 나니 옆에 앉아 있는 최승우에게도 인사를 안 건넬 수가 없었다.지윤정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뗐다.“승우 씨, 안녕하세요.”최승우는 평범하게 축하해 주러 온 하객처럼 무덤덤한 얼굴이었다.“많이 바쁘시죠?”지윤정이 서둘러 손사래를 쳤다.“저희야 뭐 한 게 있나요. 제일 정신없는 건 시윤 씨죠.”그러고는 무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쪽은 아직 식 순서가 한창이었는데 사회자가 어느새 하시윤의 곁으로 다가가 있었다. 아까 서지혁에게만 질문을 퍼붓고 그녀를 그냥 넘어가 버린 게 뒤늦게 생각난 모양이었다.사회자는 아까 서지혁을 쩔쩔매게 만들었던 닭살스러운 질문들을 하시윤에게도 똑같이 들이대고 있었다.하시윤은 서지혁처럼 자연스럽게 받아치지 못하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쑥스러워 어쩔 줄을 몰라 했다.그러면서도 사회자의 질문에는 하나하나 진심을 담아 대답해주었다. 지윤정이 바라보는 바로 그 순간, 하시윤의 수줍은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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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마음이 향하는 곳

연재윤은 피로연장으로 가기 전, 먼저 신부 대기실에 들렀다.하시윤은 이미 피로연 드레스로 갈아입고 메이크업 수정까지 마친 채 머리를 정돈하는 중이었다.대기실 문이 열려 있어 연재윤이 문가에 서서 슬쩍 안을 들여다봤는데 두 꼬마 역시 대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서시은은 기분이 안 좋은지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었고 옆에 비스듬히 앉은 서정우가 다정한 목소리로 동생을 달래주는 중이었다.연재윤이 입을 열었다.“너희 둘 여기 있을 줄 알았다.”그러고는 두 아이를 향해 손짓했다.“이리 와. 삼촌이 맛있는 거 먹으러 데려가 줄게.”서시은은 그를 보자마자 입술을 더 내밀더니 몸을 바짝 일으켜 앉았지만 소파에서 내려오지는 않았다. 아이는 그저 조그만 손을 뻗어 옆쪽을 가리킬 뿐이었다.연재윤이 시선을 돌렸다. 아이가 가리키는 곳은 사탕 접시가 놓인 곳이었다.대충 무슨 상황인지 눈치챘지만 그는 일부러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다.“왜 그래?”말하면서 다가간 그는 간식들을 슬쩍 뒤적였다.“과자 먹고 싶어서 그래?”“아니야.”아이는 대답하고는 접시 안의 다른 것들을 눈으로 훑으며 다시 한번 되풀이했다.“아니야.”연재윤이 다시 물었다.“그럼 아몬드 먹을래?”그는 아몬드 봉지를 하나 꺼내 서시은에게 건넸다.“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삼촌이 꺼내줄 테니까.”거울을 통해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하시윤이 한마디 거들었다.“나한테 화는 못 내겠고, 혼자 속으로 툴툴거리며 심술이 난 상태예요. 조심해요, 재윤 씨. 그러다 괜히 불똥이 재윤 씨한테 튈지도 몰라요.”연재윤이 풉 하고 웃었다.“그래요?”그는 꼬마 앞으로 다가가 쪼그려 앉더니 그 작은 아몬드 포장지를 아이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이거 먹고 싶었던 거 맞아?”“흥!”서시은은 고개를 홱 돌려버리더니 아몬드를 소파 위로 툭 던져버리고는 팔짱을 끼며 그럴싸하게 폼을 잡았다.“흥!”그 모습에 연재윤이 갑자기 호들갑을 떨었다.“이게 뭐야, 빨리 삼촌한테 보여줘 봐!”그는 손을 뻗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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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내가 가르쳐줄게

하시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옆에 휴게실 하나 더 있어요. 거기로 데려가실래요? 안쪽에 침대도 있어서 거기서 자면 될 것 같은데요.”김성빈은 품에 안긴 살구를 내려다봤다. 술을 꽤 마신 탓에 뺨이 발그레하게 달아올라 있었다.“이럴 때만 얌전하네요.”김성빈이 말했다.“됐습니다. 이 정도로 마셨으면 하루 종일 잘 것 같은데 그냥 데리고 들어가려고요. 일찍 깨면 다시 데리고 올게요. 그런데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네요.”하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게 낫겠네요. 집에 가면 편하게 쉴 수 있으니까요.”그러다 문득 물었다.“그럼 조금 있다가 다시 오실 거예요?”“글쎄요. 살구가 깨서 오고 싶다고 하면 같이 올 거고, 안 온다고 하면 저도 안 올 거예요.”그러고는 품에 안긴 살구를 한 번 내려다봤다.“술 마시면 혼자 두기도 좀 그래요. 제가 옆에서 봐줘야 해서요.”“알겠어요. 그럼 나중에 전화할게요.”“네.”김성빈은 살구를 안은 채 휴게실을 나갔고 하시윤은 다시 테이블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지윤정도 어느 정도 식사를 마치고 시간을 확인하더니 하시윤에게 물었다.“시윤 씨, 해야 할 일 더 있어요? 나 잠깐 나갔다가 와도 될까요?”남자친구가 신경 쓰이는 걸 아는 하시윤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가요. 나도 좀 피곤해서 쉬고 싶어요. 당분간은 별일 없을 거예요.”지윤정이 웃었다.“그럼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요.”거울을 보며 립 메이크업을 한 번 고친 지윤정은 드레스 자락을 살짝 들어 올리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하시윤은 사실 배가 그다지 고프지 않아 조금 먹다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방에는 침대가 없었기에 소파에 편한 자세로 몸을 기대고는 눈을 감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휴게실 문이 열렸다가 닫혔다.이상하게도 발소리만 들어도 하시윤은 누군지 알아챌 수 있었다.그녀는 눈을 뜨지 않은 채 물었다.“인사 다 끝났어?”서지혁이 그녀 앞까지 다가와 몸을 숙였다. 가까운 거리에서 하시윤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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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그렇게는 안 좋아하겠지

하시윤은 조경순의 안부 따위는 딱히 궁금하지 않았기에 대답하지 않은 채 그저 몸을 돌려 정원 쪽을 바라보았다.그곳에는 지윤정뿐만 아니라 두 아이도 함께 있었다.서시은은 빨간색 미니 드레스로 갈아입었고 머리도 새로 빗어 올려 양 갈래로 귀엽게 땋았다. 어디서 구했는지 장미꽃 두 송이를 손에 쥐고서 어설프게 머리에 꽂아보려고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짧은 앙증맞은 손으로는 머리에 손이 닿지도 않았기에 별수 없이 서정우를 쫓아가며 불렀다.“오빠, 이거 꽂아줘.”서인준을 쫓아다니며 장난을 치던 서정우가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보더니 꽃을 받아 들어 동생 머리에 정성껏 꽂아주었다. 그러고는 두 걸음 뒤로 물러서서 서시은을 조심스럽게 살폈다.“예쁘다.”서시은은 싱글벙글 웃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듯 몸을 돌리다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하시윤을 한눈에 알아보았다.아이는 더욱 신이 나서 외쳤다.“엄마!”소리를 지르자마자 아이가 바쁜 걸음으로 달려왔다.이제 막 제대로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걸음을 서두르자 몸이 기우뚱거렸다.놀란 하시윤이 서둘러 마중 나가 아이를 품에 덥석 안아 올렸다.서시은이 물었다.“엄마, 나 예뻐?”하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예쁘네.”서시은이 고개를 돌리다가 하민지를 발견하자 눈을 끔벅이더니 미소가 싹 사라졌다.하민지가 다가오며 한마디 건넸다.“예쁘네.”서시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하시윤의 목을 꼬옥 끌어안고는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아이는 싫어하는 사람에게 언제나 이런 식으로 태도를 표현하곤 했다.하민지는 이번에는 이쪽으로 걸어오는 서정우를 바라보았다. 서정우 역시 차갑게 식은 얼굴이었다. 아무런 표정 없이 차가운 모습은 서지혁과 판박이처럼 닮아 있었다.하민지가 한숨을 내쉬었다. 두 아이는 호불호가 표정에 그대로 드러나는 터라 솔직히 얼굴이 화끈거리고 체면이 서지 않았다.그녀는 몸을 돌려 하시윤을 향해 말했다.“우리 엄마가 얼마 전에 너 만났다고 하더라고.”하시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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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고

문자를 보낸 하시윤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서지혁 쪽을 바라봤다.그는 몇 샷을 더 친 상태였는데 승기를 잡았는지 입꼬리가 설핏 올라가 있었다.연재윤도 웃으며 게임을 이어갔다. 그는 서지혁에게 당구는 언제 배웠냐고 물었다.“대학 다닐 때 시간 나면 애들이랑 치러 다녔지.”말을 마친 서지혁이 덤덤하게 덧붙였다.“그땐 어렸으니까. 머리 회전이나 몸 순발력이 한창 좋을 때라 뭘 배워도 금방 익혔어.”연재윤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나도 예전에 방성에서 애들이랑 어울릴 때 이런 킬링타임용 놀거리들은 뭐든 족족 배웠거든. 며칠 전에 밑에 있던 동생 하나를 회사로 불렀거든? 나랑 같이 제대로 일 좀 해보자니까 사무실에 반나절 앉아 있다가 도망쳐 버리더라고.”그 친구는 인상을 팍 쓰면서 너무 어렵다고, 서류 한 장을 반나절 동안 붙잡고 있어도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다며 자기는 이쪽 밥 먹을 체질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그러면서 자기도 이제 늙어서 시대를 못 따라가겠다고 앓는 소리를 해댔다.하지만 다들 그래봤자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인데 늙긴 뭐가 늙었단 말인가. 청춘까지는 아니어도 지금이 가장 좋을 때였다.그 친구는 그저 고생하기 싫고 새로운 걸 배우기 귀찮았을 뿐이다. 마치 예전의 그처럼 말이다. 연상훈 때문에 억지로 회사에 갇혀 있을 때, 괜한 반항심 때문에 누군가 옆에서 하나하나 가르쳐주어도 도통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었다.잠시 후 한 게임이 끝났다. 옆에서 보던 서인준이 픽 웃으며 끼어들었다.“승복하냐?”“인정 못 해.”연재윤이 억울하다는 듯 쏘아붙였다.“내가 실수 두 번만 안 했어도 누구 승리로 끝났을지 모른다고.”서지혁이 큐대를 내려놓으며 피식 웃었다.“입만 살았지.”그는 옷을 집어 들고 하시윤 쪽으로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연재윤이 뒤에서 징징거렸다.“야, 이겨놓고 튀는 게 어디 있어? 두 판만 더 해, 삼세판으로 가자!”“너랑 놀아줄 시간 없어.”서지혁이 덤덤하게 쏘아붙였다.“내 와이프 챙기러 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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