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야. 서경에 돌아가면 우리 새로 시작하자. 그럴래?”송남지는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코다르의 햇살이 라벤더 꽃밭에 스며들 듯 아주 가볍고 아스라한 미소였다. 하지만 그 미소는 마침내 보드라워진 하정훈의 마음 밭에 한 알의 씨앗처럼 톡 떨어져 박혔다.“좋아요. 조금씩, 천천히 시작해요.”...서경으로 돌아가는 날, 하늘은 더없이 맑았다.하정훈은 코다르에서 서경까지 직항으로 이동할 소형 전세기를 마련했다. 송남지는 하연지를 품에 안고 창가 자리에 앉았고 권우빈은 뒷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에도 하연지는 겉싸개 속에서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다. 무중력감이나 엔진의 굉음조차 아이에게는 닿지 않는 듯했다.송남지는 창밖으로 점점 멀어지며 작아지는 해안선을 바라보았다.지중해의 짙은 남색 물결은 옅은 하늘색으로 변하더니, 이내 가느다란 선이 되어 구름 아래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코다르에서 보낸 지난 두 달의 시간, 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시간 동안 홀로 아이를 기다리던 그녀였지만, 이제는 세 사람이 함께하는 귀갓길이었다.송남지는 품 안의 하연지를 내려다보았다. 딸아이는 단꿈을 꾸는 듯 작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쌔근쌔근 잠들어 있었다.“연지야.”그녀가 나지막하게 속삭였다.“우리 집에 가자.”비행기가 서경에 착륙했을 때, 창밖에는 가벼운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서경의 12월은 무척이나 추웠지만, 하정훈이 준비한 차는 계류장 안쪽, 비행기 트랩 바로 아래까지 그녀들을 마중 나와 있었다. 송남지는 두꺼운 캐시미어 코트 속으로 하연지를 꼭 품은 채 차에서 내렸지만, 차까지 향하는 짧은 걸음 사이로도 찬 바람이 옷깃을 사정없이 파고들었다.그녀가 저도 모르게 몸을 잘게 떨자, 하정훈이 즉시 자신의 코트를 벗어 그녀의 어깨 위로 덮어 주었다.“얼른 타.”송남지는 굳이 사양하지 않았다. 그녀가 아이를 품에 안고 뒷좌석에 오르자 하정훈이 그 옆으로 자연스럽게 따라 앉았고 권우빈은 조수석에 올라탔다.차는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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