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준은 당장 돈이 들어오기라도 할 것처럼 신이 난 표정이었다.서경시에는 결혼을 앞둔 딸이 어머니와 함께 용인사에 가서 점을 치는 풍습이 있었다.송남지는 원래 갈 생각이 없었다.“엄마, 저 재혼인데, 재혼은 안 가도 되잖아요.”최미경은 부드럽게 송남지를 흘겨보며 말했다.“바보 같은 소리 마. 초혼이든 재혼이든 너에게 중요한 일인데, 인생에서 중요한 일은 당연히 챙겨야지!”송남지는 최미경의 손을 잡고 어깨에 기대며 애교를 부렸다.“엄마, 역시 엄마밖에 없어요.”최미경은 송남지를 힐끗 보며 말했다.“남지야, 네가 이런 애교를 정훈이 앞에서 좀 더 보여주면 얼마나 좋을까. 남자들은 원래 애교 많고 부드러운 여자를 좋아하잖아. 너는 정훈이한테 너무 딱딱하고 거리를 두는 것 같아.”똑똑한 딸이 뭐든 곧잘 해내고 심지어 어려운 유화까지 척척 그려내는 것을 보면 신기했지만, 유독 남자 앞에서는 어린아이처럼 서툴렀다. 최미경은 그런 딸이 늘 걱정이었다.송남지는 아까의 애교는 온데간데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하정훈 품에 안겨서 애교를 부린다고 생각하니까 왠지 쑥스러워졌던 것이다.최미경은 송남지가 쑥스러워하는 것을 알아채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 지으며 송남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엄마도 네가 아직 그 사람과 편하지 않다는 걸 알아. 억지로 할 필요는 없어. 다만 네가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 천천히 다가가면 돼. 서두르지 말고.”송남지는 자연스럽게 솔직하게 말했다.“엄마, 저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해요.”최미경은 송남지의 코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그래도 여자는 항상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법이야.”송남지는 화제를 돌리고 싶어 조심스럽게 물었다.“엄마, 아빠 일은 어떻게 되고 있어요? 내일이 결혼식인데...”그녀는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기쁜 날에 슬픈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다.송지환의 일은 현재 업계 최고의 변호사를 선임한 것만으로도 최상의 결과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그가 결혼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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