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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101 - 챕터 110

194 챕터

제101화

하정훈의 어머니 소리에 송남지는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와, 이 사람 진짜 철판 깔았네!’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내일 결혼한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그 생각에 송남지는 만감이 교차했다.반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 동안 서경시에는 봄이 가고 여름이 찾아왔듯 그녀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하지만 변화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최소한 악독한 남자를 알아보고 갇혀 있던 새장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최미경의 말처럼 배우자를 고를 때는 본성 자체가 괜찮은 사람을 골라야 했다. 적어도 앞으로 50년은 함께해야 할 텐데,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으니 말이다.송남지는 하정훈이 자신을 사랑할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는 심성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직감이 들었다.웨딩드레스를 입어본 후, 송남지는 하정훈을 집 밖까지 배웅했다.하지만 이내 의아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왜 이렇게 멀리 차를 댔어요?”분명 집 아래에 주차 공간이 넉넉하게 있는 걸 봤기 때문이다.하정훈은 올 때부터 송남지가 자신을 배웅하러 나올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그래서 설령 그녀 집 아래에 주차 공간이 있었다 해도, 일부러 멀리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웠을 것이다.조금이라도 송남지와 더 오래 함께 있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속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하정훈은 에둘러 말했다.“아까 올 때 보니 여기 주차 자리가 하나도 없더라고.”송남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이상하네, 여기는 꽉 차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하정훈은 못 들은 척 화제를 돌렸다.“오늘 밤 푹 쉬고 너무 긴장하지 마. 내일 결혼식은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될 거고 하씨 가문의 가까운 친척들과 내 개인적인 친구들만 참석할 거야.”그는 잠시 멈췄다가 말을 이었다.“혹시 내 친구들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친구들은 초대하지 않아도 괜찮아.”송남지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아니에요, 그분들이 저를 불편하게 할 리 없잖아요. 그리고 결혼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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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하정훈은 송씨 저택 대문 앞 도로를 바라보며 눈썹을 치켜올리고 말했다.“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그런 대체 불가능한 기술 핵심 인력이 있는지 없는지 말해.”오지훈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대체 불가? 솔직히 말해서 CatAI에는 그런 사람 없어. 이름만 들어도 내가 대충 지은 거 알잖아. 그냥 고양이를 좋아해서 그렇게 지은 거야. 기분 내키지 않으면 언제든 팔아 버릴 수도 있어. 나도 대체 가능한데 누가 대체 불가능하겠어?”오지훈은 여전히 말이 많았다.바로 그 점 때문에 하정훈은 그에게 전화하는 것을 싫어했다.오지훈은 곧바로 말을 이었다.“대체 하 대표께서 신경 쓰시는 사람이 누군데?”하정훈은 손을 핸들에 얹고 석양이 자신의 손에 쏟아지는 것을 바라봤다. 그는 오늘따라 석양이 유난히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송남지와 결혼하기 전 마지막 석양이었기 때문일 것이다.그가 입을 열었다.“아마 송연경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런 사람이 있어?”오지훈은 한참을 떠올렸지만 도저히 기억나지 않아 멋쩍게 말했다.“미안, 그 망할 회사는 거의 가지 않아서. 알다시피 나는 그냥 돈 좀 굴리면서 심심풀이로 하는 거라서, 그런 듣보잡들 이름은 잘 기억 못 해.”하정훈은 아까 잠시나마 오지훈의 회사를 듣보잡 회사라고 폄하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럴 필요도 없었다.오지훈 본인도 그 회사를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으니까.하정훈은 비꼬는 투로 말했다.“너는 고양이, 강아지 이름은 그렇게 꼼꼼하게 다 외우면서 말이야.”오지훈의 집은 마치 애완동물 가게를 옮겨 놓은 듯 온통 고양이와 강아지로 가득했고 그 많은 동물들 이름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그러니 송연경이라는 인물의 가치는 과장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정훈은 손가락으로 핸들을 가볍게 두드리며 리듬을 탔다.“고양이, 강아지보다 못한 존재라면 당연히 대체 가능하겠네. 해고해.”오지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해고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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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화려한 조명이 빛나는 호화로운 카지노 안.꽃무늬 셔츠를 입은 남자는 헝클어진 머리를 한 채 테이블 위에 쌓인 칩을 모두 밀어 넣으며 목청껏 외쳤다.“올인!”1분 후, 허세준은 모든 칩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보며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시는 것을 느꼈다.“젠장! 또 다 잃었어!”옆에 있던 카지노 직원이 부추겼다.“세준 형, 이 정도 돈은 아무것도 아니지! 윤씨 가문은 돈이 쏟아져 나오잖아! 여기까지 왔는데 설마 이걸로 끝낼 거야? 전반에 운이 안 따랐다고 후반에도 그럴 거란 법은 없지!”허세준은 짜증스럽게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말했다.“그래, 그럼 네가 먼저 칩 좀 준비해 줘. 내가 여동생한테 전화 좀 해볼게.”화장실에서 허세준은 허상미에게 전화를 걸었다.허세준이 돈을 또 전부 탕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허상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윤씨 가문의 시내 중심가 프로젝트가 엎어진 거 몰라? 안 그래도 그 사람 머리가 터질 지경인데 나까지 돈 달라고 하면 나보고 완전히 윤씨 저택에서 쫓겨나라는 거잖아!”허세준도 방금 전 뻔뻔한 태도를 버리고 심각해졌다.“시내 중심가 프로젝트가 무산됐다고?”그럼 이제 자신에게 떨어질 콩고물도 없다는 뜻이 아닌가?“이거 이미 합의된 프로젝트 아니었어? 곧 계약할 뻔했는데, 갑자기 왜 무산된 거야?”홀로 병원에서 지내는 허상미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짜증을 냈다.“듣자 하니 송남지 그년 때문이래. 하씨 가문이랑 옛날부터 좀 아는 사이라 하던데, 하씨 가문 사람들에게 안 좋은 소리를 한 모양이야. 그래서 프로젝트가 틀어진 거래!”허세준의 얼굴에는 잔뜩 험악한 기운이 감돌았다.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이를 악물었다.“그 빌어먹을 계집애, 혼 좀 나야 쓰겠어.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구먼. 윤씨 가문의 일을 망치다니, 내 일을 망친 거나 마찬가지잖아?”허세준은 비웃듯 콧방귀를 뀌며 덧붙였다.“그 계집애는 확실히 손봐 줘야 해. 그래야 정신을 차리고 다시는 헛짓거리를 못 하지.”그는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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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허세준은 당장 돈이 들어오기라도 할 것처럼 신이 난 표정이었다.서경시에는 결혼을 앞둔 딸이 어머니와 함께 용인사에 가서 점을 치는 풍습이 있었다.송남지는 원래 갈 생각이 없었다.“엄마, 저 재혼인데, 재혼은 안 가도 되잖아요.”최미경은 부드럽게 송남지를 흘겨보며 말했다.“바보 같은 소리 마. 초혼이든 재혼이든 너에게 중요한 일인데, 인생에서 중요한 일은 당연히 챙겨야지!”송남지는 최미경의 손을 잡고 어깨에 기대며 애교를 부렸다.“엄마, 역시 엄마밖에 없어요.”최미경은 송남지를 힐끗 보며 말했다.“남지야, 네가 이런 애교를 정훈이 앞에서 좀 더 보여주면 얼마나 좋을까. 남자들은 원래 애교 많고 부드러운 여자를 좋아하잖아. 너는 정훈이한테 너무 딱딱하고 거리를 두는 것 같아.”똑똑한 딸이 뭐든 곧잘 해내고 심지어 어려운 유화까지 척척 그려내는 것을 보면 신기했지만, 유독 남자 앞에서는 어린아이처럼 서툴렀다. 최미경은 그런 딸이 늘 걱정이었다.송남지는 아까의 애교는 온데간데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하정훈 품에 안겨서 애교를 부린다고 생각하니까 왠지 쑥스러워졌던 것이다.최미경은 송남지가 쑥스러워하는 것을 알아채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 지으며 송남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엄마도 네가 아직 그 사람과 편하지 않다는 걸 알아. 억지로 할 필요는 없어. 다만 네가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 천천히 다가가면 돼. 서두르지 말고.”송남지는 자연스럽게 솔직하게 말했다.“엄마, 저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해요.”최미경은 송남지의 코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그래도 여자는 항상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법이야.”송남지는 화제를 돌리고 싶어 조심스럽게 물었다.“엄마, 아빠 일은 어떻게 되고 있어요? 내일이 결혼식인데...”그녀는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기쁜 날에 슬픈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다.송지환의 일은 현재 업계 최고의 변호사를 선임한 것만으로도 최상의 결과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그가 결혼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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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송남지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그녀는 기억을 더듬어 그 얼굴을 찾으려 애썼다. 왠지 모르게 낯익은 얼굴이었고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도저히 누구인지 기억해낼 수 없었다.생각할 겨를도 없이, 상대방이 손을 들어 내리치자 송남지는 눈앞이 깜깜해지며 의식을 잃었다.최미경은 화장실에서 나와 절 밖으로 향했고 차를 발견했다. 하지만 밤인데도 불구하고 차 전조등이 켜져 있지 않았다. 의아한 마음으로 차에 다가간 최미경은 손잡이를 잡아당겼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검은색 선팅 사이로 최미경은 차 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처음에 최미경은 송남지가 다른 일 때문에 차에 타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늦은 시간임에도 절을 찾은 사람들의 차들이 몇 대 주차되어 있고 사람들이 띄엄띄엄 지나갔지만 송남지는 보이지 않았다.최미경은 차 옆에서 잠시 기다렸지만 송남지는 나타나지 않았다.송남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자 최미경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전화를 거는 손까지 떨리기 시작했다.최미경은 송남지가 믿음직한 성격이라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질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송남지를 찾을 수 없게 되자 최미경은 당황했다.그녀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송남지를 봤느냐고 물었지만 아무도 송남지를 기억하지 못했다.최미경은 어쩔 줄 몰라 먼저 자신의 동생, 즉 송남지의 이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최미경 쪽 친척들은 서경시 사람이 아니었기에 금방 서경시에 올 수 없었다.먼 곳의 물은 가까운 불을 끌 수 없는 법이다.최미경은 마지막 희망을 걸고 송지환 쪽 친척들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송건우 가족은 최미경의 전화를 받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폭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저런 쌍년! 집안에 온통 쌍년들 뿐이구먼! 죄다 재수 없는 것들! 네 딸은 남편 복 없는 팔자고 네 사위는 입만 열면 재앙이고 너도 별반 다를 거 없어!”그러잖아도 불안하던 최미경은 갑작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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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내가 남지를 데리고 용인사에 갔다가 나올 때 화장실에 잠깐 다녀왔는데, 그사이 사라진 거야!”하정훈은 현재 하씨 저택에 있었다.하씨 가문의 다른 어른들도 서경시 하씨 저택으로 모셔져 지금 막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심각한 표정으로 밖으로 향했다.그러자 하종현이 그를 막아서며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이 녀석, 어른들이 다 계신 데 어딜 가려고? 그렇게 일이 중요해?”하종현은 하정훈이 급한 업무 때문에 잠시 나가는 줄로만 알았다.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아직 송남지 일에 대해 확실한 것이 없었기에 함부로 소문을 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뒤돌아 하씨 가문의 어른들에게 간단히 인사를 했다.“죄송합니다, 어르신들. 갑자기 그룹 회의가 잡혀서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제대로 모시지 못해서 죄송합니다.”하정훈은 최근 몇 년간 성은 그룹을 크게 성장시켜 어른들에게 충분히 인정받고 있었다.그래서 다들 그에게 별다른 불만을 드러내지 않고 그저 웃으며 덕담을 건넸다.“결혼하면 일만 신경 쓰지 말고 가정에도 좀 신경 써야지.”하정훈은 지난 몇 년간 일부러 일에만 매달려 힘든 시간을 잊으려 했던 자신을 떠올렸다. 만약 그녀가 곁에 있었다면 그렇게 일에만 파묻혀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차는 용인사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고 가는 동안에도 하정훈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그는 다시 오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씨 가문은 과거 불법적인 사업에 관여했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사업을 정리하고 합법적인 기업으로 탈바꿈했다.하지만 하정훈은 과거의 인맥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전화가 연결되자 오지훈은 여전히 수다스러웠다.하정훈은 여느 때처럼 간단명료하게 말했다.“사람 좀 찾아줘. 송남지. 스물여섯 살, 서경시 출신이고 서경 미대 나왔어.”그는 쉴 새 없이 떠들어댔지만 오지훈은 여유롭게 말했다.“몇 기 졸업생이래?”하정훈은 숨을 몇 초 동안 참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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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하정훈도 불안했지만 지금은 최미경을 안정시키는 게 먼저였다.그는 침착해야 했다. 최미경은 도움을 받으려고 자신을 불렀지 혼란을 가중시키려고 부른 게 아니었다.하정훈은 침착하게 최미경의 손목을 잡고 물었다.“이건 사고일 뿐이에요. 어머니가 잘못하신 게 아니라고요. 남지가 연락이 끊기기 전에 윤씨 가문 사람들을 만난 적은 없어요?”최미경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만난 적 없어. 자네 생각에는 이 일이 윤씨 가문 사람들이랑 관련이 있다는 거야? 윤씨 가문 사람들이 남지를 함부로 대하긴 했지만 이런 범죄를 저지를 정도는 아닐 거야.”하정훈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그가 알고 싶은 건 남지가 단순 실종된 건지, 아니면 결혼을 엎고 도망간 건지였다.최미경이 윤씨 가문 사람들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하자 하정훈은 남지가 도망친 건 아니라고 확신했다.하지만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어쩌면 남지가 도망친 거였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랬다면 적어도 알 수 없는 위험에 빠지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하정훈은 최미경의 손을 꽉 잡고 안심시켰다.“어머니, 걱정 마세요. 제가 있는 한, 남지에게 무슨 일이 생기게 두지 않을 겁니다.”최미경은 여전히 걱정스러웠지만, 억눌렀던 감정은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사실 그녀는 하정훈이 이런 태도를 보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너무 진지하고 책임감 있어 보였다.하정훈에게 전화를 걸기 전, 최미경은 하씨 가문이 송씨 가문을 귀찮게 생각할까 봐, 하정훈이 이런 엉뚱한 일에 관여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봐 걱정했었다.하지만 하정훈은 망설임 없이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었다.최미경은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남지야, 정훈이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네가 무사히 돌아온다면 앞날은 걱정 없을 거야.'하정훈은 최미경을 조수석에 앉히고 부드럽게 말했다.“어머니는 여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제가 절 안을 다시 한번 샅샅이 뒤져볼게요.”최미경도 함께 가겠다며 일어섰지만 하정훈은 단호하게 그녀를 말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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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그도 간신히 도착한 건데 하정훈은 벌써 도착하다니 말이다.차가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하정훈은 뛰어나와 어둠침침한 오두막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오지훈은 뭐라도 말을 걸어보려 했지만 그의 눈에는 이미 뒷모습만 아른거렸다.오지훈도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오두막 안, 송남지는 눈이 가려진 채 낡은 의자에 결박되어 있었다.하정훈은 휴대폰 불빛으로 송남지를 비췄다. 찰랑대던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었고 격렬한 몸부림 탓에 붉은 자국들이 손목에 가득했다.하정훈은 몸을 숙여 송남지의 손을 묶은 나일론 끈을 풀었다. 송남지는 손길이 닿자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지만 익숙한 우디향이 느껴지자 이내 긴장을 늦췄다.하정훈이 다독이기도 전에 송남지는 차분하게 물었다.“정훈 씨, 맞죠?”하정훈은 눈가가 촉촉해진 채 서둘러 끈을 풀고 송남지의 눈을 덮은 검은 천을 벗겨냈다.낡은 방 안에는 희미한 빛이 스며들었고 송남지는 잠시 시선을 가다듬은 후에야 하정훈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하정훈의 눈에는 안쓰러움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그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송남지의 뺨을 어루만지며 나직이 속삭였다.“남지야, 아무 걱정 마. 내가 옆에 있어.”송남지는 그제야 긴장을 풀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다행히 내일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었다.그녀는 혹시라도 내일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해 하씨 가문이 송씨 가문을 신뢰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던 것이다.오지훈은 문가에 서 있었다. 저녁 식사 전이었지만 달콤한 장면을 목격하고 나니 밥생각이 없어졌다.하정훈은 몸을 숙여 송남지를 번쩍 안아 들고 낡은 문을 향해 걸어갔다.오지훈은 굳건히 문을 지키고 있었다.하정훈은 그런 오지훈을 쏘아보았고 오지훈은 그제야 눈치를 채고 길을 터주었다.송남지를 조수석에 앉히고 안전벨트를 채워준 뒤, 하정훈은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지훈이랑 잠깐 이야기 좀 하고 올게.”차 문을 닫기 직전, 그는 잊지 않고 말했다.“저 친구는 오지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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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하정훈은 시동을 걸고 자신의 휴대폰을 송남지에게 건넸다.“엄마께 전화해서 괜찮다고 말씀드려.”송남지는 순간 멍해졌다.‘엄마? 누구 엄마?’그녀가 당황한 기색을 보이자 하정훈은 가볍게 헛기침하며 말을 이었다.“왜 그래? 우리 결혼할 사이잖아. 네 엄마는 이제 내 엄마나 마찬가지지.”송남지는 그제야 깨닫고 잠시 머뭇거릴 틈도 없이 얼른 휴대폰을 받아 최미경에게 전화를 걸 준비를 했다.‘갑작스럽게 연락이 두절되었으니 엄마가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하지만 휴대폰을 손에 든 송남지는 이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잠금 비밀번호 때문에 휴대폰을 열 수 없어 전화를 걸 수 없었던 것이다.하정훈은 그녀를 곁눈질로 보며 빠르게 비밀번호를 불러주었다.“0125.”송남지는 무심결에 되물었다.“정훈 씨 생일인가요?”하정훈은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아니.”송남지는 더 묻지 않고 잠금을 해제한 후 다른 사적인 내용은 건드리지 않고 전화 앱을 켜 최미경의 번호를 눌렀다.번호를 입력하고 전화를 걸자 하정훈이 최미경을 ‘어머니'라고 저장해 둔 것이 보였다.처음에 송남지는 하정훈이 단순히 예의상 그렇게 부르는 줄 알았다.하지만 연락처에 그렇게 저장까지 해 놓은 걸 보니 단순한 예의는 아닌 듯했다.최미경은 재빨리 전화를 받았고 하정훈에게서 온 전화라고 생각했는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정훈아, 남지 찾았어?”송남지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엄마, 저예요. 남지. 저 괜찮아요. 지금 집에 가는 길이에요.”최미경은 기쁨에 겨워 울먹였다.“남지야! 정말 괜찮은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갑자기 사라져서 얼마나 놀랐는지... 혹시 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니지?”송남지는 입술을 오므리고 웃으며 말했다.“엄마,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냥 친구 잠깐 만나고 온 것뿐이에요.”하정훈은 송남지가 최미경을 걱정시킬까 봐 일부러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모른 척했다. 하지만 그는 송남지가 괜찮은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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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여러 명의 불량배들이 다 왔는데도 그 남자는 갑자기 전화 한 통을 받더니 허둥지둥 도망치고 말았다.송남지는 하정훈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하정훈의 눈빛에는 차가운 살기가 스쳤지만 곧 사라졌다.상황을 파악한 후 하정훈은 송남지를 차에서 내려주었다.“혼자 올라갈 수 있어요.”송남지가 그렇게 말했지만 하정훈은 기어코 그녀를 문 앞까지 데려다주겠다고 고집했다.문 앞에 도착하기 전, 하정훈은 그녀의 앞머리를 정리해 주며 말했다.“어머니 속이려면 단정하게 하고 가야지.”송남지는 그제야 자신의 머리가 헝클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하정훈이 머리를 정리해 주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그의 모습은 마치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라도 하는 듯 진지하고 섬세했다.그 순간, 송남지의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집에 돌아간 후, 송남지는 샤워를 하고 팔을 가릴 수 있는 긴 팔 잠옷을 골라 입었다.결혼식을 하루 앞둔 날, 최미경은 딸이 긴장할까 봐 밤늦도록 곁을 지키며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송남지는 졸음이 쏟아지는 가운데 문득 하정훈의 휴대폰 비밀번호가 생각나 궁금해졌다.“엄마, 정훈 씨 생일 여름 아니었어요? 얼마 전에 하씨 저택에 가서 생일 선물도 줬는데...”최미경은 부드럽게 대답했다.“응, 맞는데 왜 그래?”송남지는 눈을 가늘게 뜨고 0125가 무슨 날인지 곰곰이 생각했다.그러다 점점 잠에 빠져들었다.몸을 뒤척이는 송남지의 팔에 난 상처가 최미경의 눈에 들어왔다. 최미경은 마음이 아팠지만 모르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사실 딸이 밖에서 괴롭힘을 당했는지 아닌지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하지만 송남지가 걱정할까 봐 모르는 척했다.에어컨 바람이 불어오자 최미경은 송남지의 이불을 끌어 덮어주고 마지막으로 아쉬운 듯 문가에 서서 송남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문을 닫았다.하정훈은 차에 타 오지훈에게 주소를 물어본 후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오지훈은 전형적인 서경시 토박이였다. 하정훈과는 달리, 그는 태어나서 학교를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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