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가면을 쓴 남편 / Chapter 111 - Chapter 120

All Chapters of 가면을 쓴 남편: Chapter 111 - Chapter 120

394 Chapters

제111화

하정훈은 손을 휘저으며 퉁명스럽게 답했다.“결국 다 같은 거 아니었어?”그는 그 문제에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은 듯, 왠지 모르게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오지훈에게 시선을 돌렸다.“조사 결과는 어떻게 됐어?”오지훈은 모델에게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농담은 농담이고 중요한 일은 중요한 일이었다.“확실하게 알아냈어.”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날카롭게 물었다.“윤씨 가문 사람들이 꾸민 짓이야?”오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말했다.“그 집안은 진짜 문제투성이야. 그 허상미 알지?”지난 몇 년 동안 하정훈은 몰래 윤씨 가문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기에 허상미라면 당연히 알고 있었다.“허상미가 왜? 그 여자가 꾸민 짓이야?”하정훈은 혹시 허상미가 이미 윤해진의 진짜 정체를 알고 송남지를 괴롭히려고 서두르는 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오지훈은 허세준의 자료를 하정훈에게 건네주었다.“이 사람은 허상미의 오빠인데 평소에 송남지랑 접촉은 없어. 아마 허상미의 지시를 받고 송남지를 납치한 것 같아.”하정훈은 손에 든 자료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자료에는 허세준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그는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사진을 바라보며 다른 사람은 본 적 없는 잔인한 기색을 드러냈다.유경태조차 더는 참지 못하고 팔꿈치로 오지훈의 옆구리를 툭 치며 눈짓을 보냈다.오랜 친구인 오지훈은 그 의미를 단번에 알아챘다.지금 하정훈의 눈빛은 너무나 살벌했다.오지훈은 얼굴을 찡그리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려고 애썼다.“정훈아, 이런 시시한 놈 때문에 네가 직접 나설 필요 없어. 내가 알아서 처리해 줄게.”그는 하정훈이 혹시라도 너무 감정적인 행동을 할까 봐 걱정하는 마음에서 한 말이었다.저런 벌레 같은 놈 때문에 감정을 소모하는 건 손해였으니까.잠시 후, 하정훈은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험악한 기색을 거두고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애써 그런 표정을 지어 보인 것이었다오지훈과 유경태는
Read more

제112화

허세준은 몇몇 불량배들을 이끌고 거의 도망치듯 허씨 저택으로 돌아왔다.불량배들의 얼굴에는 못마땅함이 역력했다.“형님, 대체 누구길래 우리가 이렇게 쫄아야 합니까? 세준 형은 서경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고 우리도 한 자리씩 꿰차고 있는데 과부년 하나 건드리려다 꼬리 빠지게 도망치는 게 말이 됩니까?”허세준은 불안한 듯 계속해서 밖을 살피며 아무도 따라붙지 않은 걸 확인한 후에야 겨우 안심했다.그는 눈을 부릅뜨고 눈앞의 불량배들을 쏘아보며 말했다.“너희들이 뭘 안다고 함부로 지껄여. 이번에 우리가 건드린 게 누군지 알아?”허세준을 오랫동안 모셔온 한 불량배가 허세준과의 친분을 믿고 큰소리를 쳤다.“누구든 우리가 이렇게까지 겁먹을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 여자 보니까 꽤 예쁘던데, 저도 솔직히 좀 끌렸습니다. 그런데 그냥 보내라니요. 말도 안 됩니다. 형님. 오늘 밤에는 화끈한 여자 몇 명을 마련해주십시오.”허세준은 이를 갈며 눈앞의 불량배를 노려보았다.“너 지금 아랫도리가 시켜서 헛소리하는 거냐? 우리를 쫓아온 사람은 오씨 가문 도련님이야!”오씨 가문이라는 말에 방금 송남지의 외모를 칭찬했던 남자는 멍해졌다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오씨 가문이라고요? 혹시 예전에 암흑가를 휘어잡던 그 오씨 가문 말입니까?”허세준은 와인 병을 따서 숨도 안 쉬고 들이켰다.“젠장! 그 송남지가 어떻게 오씨 가문과 연줄이 닿은 거지? 깜짝 놀랐잖아. 하마터면 그년 때문에 큰일 날 뻔했어.”그는 소파에 기대앉아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됐고, 너희들은 하던 일이나 하러 가. 만약 누가 오늘 밤 일에 대해 캐묻거든 절대 입도 뻥긋하지 말고 즉시 나한테 연락해.”몇몇 불량배들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괜히 따라와서 고생만 하고 아무것도 얻은 것 없이 위험만 감수하고 돌아가야 하니 당연히 불만이 있을 수밖에.허세준 역시 이런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었다.그는 혀를 차며 말했다.“나랑 같이 일하면서 빈손으로 돌아가게 할 수는 없지. 망치야, 너
Read more

제113화

그들 중 한 명이 길을 막는 데 쓰였던 쓰레기통을 잡아끌었다.그러자 경멸하는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쓰레기통은 끌지 마, 시끄러워.”그 사람의 말투는 마치 허세준이 쓰레기통보다도 못한 존재라는 듯했다.허상미는 윤씨 저택에서 허세준을 하염없이 기다렸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내일은 그녀의 생일이었기에 손윤영과 함께 가련한 척 연기를 펼친 끝에 겨우 병원에서 윤씨 저택으로 돌아오라는 허락을 받아냈다.그녀는 속셈이 있었다.윤씨 저택으로 돌아가기 직전에 의사에게 남편과의 은밀한 관계가 가능한지 조심스럽게 문의했고 의사는 주의를 기울이면 괜찮을 거라는 답변을 내놓았다.하지만 밤이 늦도록 윤해진은 윤씨 저택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그녀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던 허세준 역시 감감무소식이었다.이제 허상미는 걱정되기 시작했다.‘혹시 오빠가 송남지를 괴롭히러 갔다가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허상미는 은밀한 장소를 찾아 허세준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는 꺼져 있는 상태였다. 더욱 이상했다. 요즘 젊은이들 중에 배터리가 없는 채로 다니는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허상미는 엄마 차해연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엄마, 오빠 집에 있어요? 내가 전화했는데 왜 안 받아요?”차해연은 여유로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아유, 네 오빠가 방금 친구들이랑 잠깐 집에 들렀는데 또 클럽에 간다고 하더라. 쯧쯧, 네 오빠도 이제 나이가 찼는데 자꾸 그런 데서만 외로움을 달래려고 하니 큰일이야. 상미야, 네가 오빠한테 재벌가 아가씨들 좀 소개시켜 줘 봐. 네 오빠도 엄마 닮아서 인물은 훤하잖아. 완전 드라마 주인공 같다니까.”차해연이 허세준에게 아무 일도 없다고 하자 허상미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전화를 끊었다.더 이야기를 나누다가는 차해연이 또 허세준에게 재벌가 아가씨를 소개시켜 달라고 성화를 부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허씨 가문이 몰락한 지금, 어느 정신 나간 재벌가 아가씨가 쳐다보기나 하겠는가?게다가 허세준은 온갖 나쁜 버릇은 다 가지고
Read more

제114화

가정부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윤강현은 요즘 들어 사람이 변한 것처럼 매일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아침에 깨우러 가면 역정을 내기 일쑤였다.손윤영의 성화에 가정부는 어쩔 수 없이 윤강현을 깨우러 올라갔다.아니나 다를까, 윤강현은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결국 손윤영이 직접 올라가서야 그를 겨우 끌어내릴 수 있었다.허상미는 임신 중기라 조금만 늦게 식사를 해도 배가 몹시 고팠다.그녀가 막 계란 프라이를 집으려 하자 손윤영이 매섭게 쏘아보았다. “남편이 아직 식탁에 앉지도 않았는데 어디 감히 먼저 수저를 들어?”허상미는 황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해명했다.“어머니, 너무 배가 고파서 그랬어요. 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손윤영은 그제야 못마땅한 표정을 풀었다.윤해진이 내려왔을 때 허상미는 이미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을 지경이었고 식사하는 모습은 다소 급했다.윤해진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지만 예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허상미 옆이 아닌 두 자리나 떨어진 곳에 앉았다.왠지 모르게 이제 허상미를 보면 짜증이 났다.예전에는 저렇게 게걸스럽게 먹지 않고 항상 얌전하게 먹었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딘가 굶주린 곳에서 뛰쳐나온 사람처럼 허겁지겁 먹어댔다.허상미는 윤해진의 혐오스러운 표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배불리 먹은 후 입을 닦고는 가련한 눈빛으로 윤해진을 바라보았다.“강현 씨, 오늘 내 생일인데 하루만 같이 있어 줘!”그녀는 친구에게 특별히 부탁해 감정을 자극하는 묘약을 구했다. 본래 어젯밤에 쓸 생각이었지만, 윤해진이 너무 늦게 귀가하는 바람에 쓰지 못했다. 구하기도 힘든 물건인데 낭비할 수는 없었다.윤해진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시간 없어. 카드 줄 테니 나가서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알아서 사.”허상미는 실망한 듯 풀이 죽었다.“나는 당신이 옆에 있어 줬으면 좋겠는데...”손윤영은 윤해진에게 눈짓을 보냈다. 너무 티 내지 말라는 뜻이었다. 허상미 뱃속에는 윤씨 가문의 핏줄이 자라고 있었으니 말이다.
Read more

제115화

허상미의 눈에는 온통 송남지를 향한 혐오만이 가득했다.그래서인지 말투에는 자연스레 폄하가 묻어났다.“송남지 같은 여자는 딱 그런 졸부에게 어울리는 거 아니겠어? 다른 집안에서는 눈길조차 안 줄 텐데.”사실 허상미는 송남지가 졸부에게 시집가는 것조차 아깝다고 생각했다.적어도 졸부는 돈이라도 있으니까.송남지는 가난하고 못생긴 늙은이에게 시집가는 게 제격이었다.허상미는 자신의 말이 끝나자 윤해진의 얼굴에 묘한 득의감이 스치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는 송남지의 선택지 중 자신보다 나은 사람은 없다고 확신했다.그 생각에 윤해진은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각자 다른 속내를 품은 두 사람과 달리 손윤영은 얼굴에 불만과 분노가 가득했다.“내가 보기에 하씨 가문은 정말 속물이야. 서경에서 좀 잘나간다 싶더니 우리랑 왕래도 끊었잖아.”허상미는 속으로 읊조렸다.‘하씨 가문은 예전에도 윤씨 가문이랑 교류한 적 없었잖아.’하지만 손윤영의 체면을 구길까 봐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고 오히려 그 말에 맞장구치며 덧붙였다.“그러게요. 하씨 가문 사람들은 어찌나 배은망덕한지. 저렇게 근본을 잊은 집안은 오래 못 가죠.”그 말에 손윤영은 맺혔던 화가 조금 풀리는 듯했다.그러고는 빈정거리는 말투로 덧붙였다.“듣자 하니 하정훈은 하씨 가문의 외동아들이라던데, 그 아들이라도 잘못되면 하씨 가문은 정말 오래 못 가겠지. 억지로 버틴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하씨 성이 아니잖아.”이런 말은 손윤영도 집안에서나 맘껏 할 수 있는 이야기로 밖에서는 감히 입도 뻥긋 못 할 말이었다. 윤씨 저택 안에서도 손윤영은 말을 아꼈다.오가는 가정부들이 혹시라도 하씨 가문에 소식을 전할까 봐 걱정스러웠던 것이다.그랬다가는 자신은 물론 윤씨 가문도 서경시에서 발붙이기 힘들어진다.하씨 가문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손윤영은 분이 덜 풀려 송남지를 걸고넘어졌다.“송남지 그 여우 같은 년도 오늘 결혼한다지? 쯧, 예전에는 그렇게 해진을 사랑한다더니 해진이 떠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시집을
Read more

제116화

영문 모를 행인들은 오늘이 무슨 날인지 검색까지 해봤다.검색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자연스레 특정 검색어가 떠올랐다.[서경시 하씨 가문 도련님 오늘 결혼.]하씨 가문은 국내 각지에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어 대중에게도 익숙한 이름이었으나, 하정훈 개인 정보는 철저히 보호되어 외부인은 거의 알지 못했고 업계 관계자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그를 알고 있었다.온라인에서는 하씨 가문 도련님이 대체 누구냐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하지만 유용한 정보는 전혀 찾을 수 없었고 심지어 하씨 가문의 도련님이 누구와 결혼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그나마 온라인에서 꽤 유명한 명품 블로거가 댓글로 몇 마디 남긴 게 전부였다.빛채 유리: [하씨 가문 도련님의 결혼은 단지 어릴 적 양가 부모님의 약속 때문이래요.]빛채 유리는 평소 온라인에서 화려한 삶을 과시하며 서경시 상류층 소식을 전하는 인플루언서였기에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꽤 신뢰하는 눈치였다.하여간, 네티즌들은 또 신나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과거 하씨 가문이 오래전 어떤 집안에 빚진 약속이 있었고 이제 그 집안에서 약속을 빌미로 압박을 가하자, 하씨 가문은 체면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결혼을 한다는 시나리오였다.[하씨 가문 도련님의 결혼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이군요. 결국 가문의 명예를 위한 희생일 뿐인 건가요.]채유리는 여론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며 득의양양해 했다.그녀는 송씨 가문의 딸을 20년 전의 농담을 빌미로 뻔뻔하게 하씨 가문에 시집오려는 염치없는 여자로 몰아가려고 애썼다.채유리는 뜬금없이 나타난 이 여자가 끔찍이도 싫었다.이 여자만 없었다면 지금쯤 자신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었을 것이다.채씨 가문은 날로 번창하고 있지만 하씨 가문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경시에서 하정훈에게 가장 적합한 배우자는 자신이라고 여겼다.채유리는 갑자기 나타난 송남지를 극도로 증오했고 온라인에서의 발언도 더 이상 이성적이지 않았다.[저렇게 뻔뻔하게 들이대는 재혼녀는 조만간 버
Read more

제117화

하씨 가문의 결혼식은 비록 소박했지만 친인척만 초대된 연회장은 극도로 화려했다.하씨 가문과 연이 닿은 사람들은 대개 눈치가 빠른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이 정도의 호화로움은 하씨 가문이 새로 맞이하는 며느리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주는 증거임을 잘 알고 있었다.현재 하씨 가문은 하정훈이 이끌고 있으므로 하씨 가문과 가까워지려면 사모님에게 흠 잡힐 일은 만들지 않아야 했다.그래서 송남지가 마주친 사람들은 거의 다 그녀에게 살갑게 대했다.심지어 최미경에게까지 특별히 친절하게 굴었다.핑크색 장미를 들고 있던 송남지는 윤해진과의 결혼식을 떠올렸다.송씨 가문 하객 수가 많아 연회장 테이블이 부족했던 당시, 윤해진은 송씨 가문 하객이 너무 많다고 불평했었다.윤씨 가문의 친척들도 자기들 자리를 뺏은 송씨 가문 사람들을 못마땅해했다.그런데 지금 두 집안을 나란히 떠올리니, 사람 대하는 태도가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싶어 마음이 서늘했다.그때 어린 화동이 송남지의 드레스를 잡고 눈을 깜빡이며 송남지의 손을 꼭 쥐었다.송남지는 아이가 무언가에 시선을 빼앗긴 줄 알고 고개를 숙여 부드럽게 물었다.“왜 그래?”아이는 눈이 반달처럼 휘며 웃더니 한쪽을 가리켰다.“언니, 서두르지 마세요. 언니 데리고 레드 카펫 걸어갈 사람 저기 있어요.”송남지는 고개를 들었다가 1년 넘게 보지 못한 송지환을 보고 숨을 멈췄다.심지어 잘못 본 건가 싶어 제일 먼저 최미경을 찾아 두리번거렸다.최미경은 송남지를 보며 흐뭇하게 웃더니 슬쩍 하정훈을 가리켰다. 전부 그가 준비한 거라는 눈짓이었다.그제야 송남지는 자기 쪽으로 걸어오는 사람이 진짜 송지환이라는 걸 믿을 수 있었다.송지환은 성큼성큼 송남지에게 다가왔다.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송지환의 검은 머리는 빛이 바랬고 귓가에는 흰머리가 보였다.하지만 그의 온화한 분위기는 머리 색깔로 가려지지 않았다.송지환은 여전히 예전 그대로였다.다만 하이힐을 신은 송남지는 문득 아버지가 기억 속의 모습처럼 더 이상 그렇게 크고 든든하게
Read more

제118화

유경태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곽지민은 진짜 안 오는 건가?”오지훈도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폈지만 곽지민은 보이지 않았다.“안 온다더니 정말 안 오네. 그 녀석도 참 고지식해. 난 솔직히 이해가 안 돼. 왜 정훈이 라인에 곽지민 같은 이상한 애가 껴 있는 건지 말이야. 둘이 사이가 엄청 안 좋으면서 하정훈은 또 걔를 자기 주변에 얼쩡거리게 놔두잖아. 참, 경태야. 너는 걔네 둘이 왜 처음부터 으르렁거렸는지 알아?”유경태는 레드 카펫 쪽을 힐끗 쳐다봤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오지훈은 입이 싸기로 유명해서 자기가 오지훈에게 정보를 줬다는 걸 하정훈이 알게 될까 봐 걱정스러웠다.송남지는 송지환의 팔짱을 끼고 송지환이 이끄는 대로 멋지게 차려입은 하정훈에게 다가가고 있었다.베일 너머로 송남지는 하정훈을 곁눈질했다.오늘은 빈틈없이 완벽한 모습에 평소보다 더 귀티가 흐르고 젠틀해 보였다.두 사람의 시선이 딱 마주치는 순간, 송남지는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그녀는 재빨리 시선을 피하고 발밑을 바라봤다.송지환은 송남지를 데리고 하정훈 앞에 섰고 그녀의 손을 하정훈에게 넘겨줄 때, 얼굴에 안심과 고마움이 가득했다.그는 하정훈이 송남지에게 소홀히 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정훈은 송남지의 결혼식을 더욱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그를 결혼식에 초대할 만큼 애쓰는 사람이었으니까.그런 사람이 어찌 송남지를 함부로 대할 수 있겠는가.사실 이런 일들은 굳이 안 해도 될 일이었다.하지만 애써 노력하는 모습은 무언가를 증명하기에 충분했다.하정훈은 송남지의 손을 잡았고 감정이 격해진 탓인지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송남지도 그걸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화동이 하정훈에게 와인색 벨벳 상자를 건넸다.하정훈은 한쪽 무릎을 꿇고 와인색 벨벳 상자를 열었다.하객들조차 숨을 죽였다. 핑크 다이아몬드는 흔하지만, 5캐럿 핑크 다이아몬드는 매우 희귀했다.하정훈은 이번에 정말 큰돈을 쓴 모양이었다.송남지가 눈앞이 번쩍하는 느낌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
Read more

제119화

결혼식이 끝나고 원래대로라면 하객들에게 술을 따라야 하는 순서였다.하지만 송남지의 시선은 자연스레 송지환 쪽으로 향했다.하정훈은 손을 들어 그녀의 허리를 가볍게 감싸 안고 살짝 앞으로 밀며 말했다.“남지야, 나는 집안 친척들이랑 인사를 좀 나눠야 해서 같이 술을 따르러 가기가 어려울 것 같아. 그러니 넌 가서 아빠 엄마랑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어때?”송남지의 눈이 반짝였다. 그녀도 그러고 싶었지만 분위기 탓에 감히 먼저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앞으로 발걸음을 떼려다 송남지는 다시 조심스럽게 멈춰 섰다.그녀는 식장 전체를 둘러보았다. 온통 하씨 가문의 친척들과 하정훈의 개인적인 친구들뿐이었다.송남지는 망설이며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인사 끝나는 걸 기다렸다가 같이 술 따르러 가요.”아무래도 술 따르는 건 중요한 절차였으니까. 평범한 집안도 그런데, 하씨 가문 같은 명문가라면 더욱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하정훈은 송남지의 속마음을 단번에 알아챘다.하정훈은 얇은 입술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일부러 지친 듯한 표정을 지었다.“난 좀 피곤해서 술 따르는 인사는 생략하고 싶어.”하정훈은 말을 마치고 그녀의 드레스 자락을 내려다보며 덧붙였다.“사람을 보낼 테니까 가서 옷 갈아입어.”웨딩드레스가 예쁘긴 하지만 너무 거추장스러워서 입고 다니면 힘들 게 뻔했다.안내를 따라 드레스룸으로 향한 송남지는 하정훈이 웨딩드레스만 준비해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인사드릴 때 입을 와인색 롱드레스까지 챙겨놓은 걸 보고 조금 놀랐다.롱 드레스로 갈아입으니 송남지는 훨씬 편안해졌다.그녀는 드레스 자락을 살짝 들어 올리고 송지환과 최미경에게 달려갔다.하객이 너무 많지만 않았어도 송남지는 당장 송지환에게 달려가 안겼을 것이다.송남지가 성장하는 동안 송지환은 수많은 조언과 의견을 해주었고 사실 그녀는 송지환에게 많이 의지했다.송지환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송남지는 며칠 동안 넋을 놓고 지냈다.그녀는 처음에는 윤해진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Read more

제120화

송남지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하지만 곧 그런 기분은 싹 사라졌다.만남의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지, 귀한 시간을 슬픔에 잠겨 보낼 수는 없었다.“남지야, 지난 1년 동안 너무나 많은 것이 변했구나. 내가 지금 이런 상황이니, 네 생활도 예전보다 힘들겠지. 아빠 말을 기억하렴. 사람은 평생 강인함을 배우며 살아가는 것이고 결국에는 바위처럼 굳건해지는 거란다.”15분이라는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송지환이 다시 손목시계를 확인했을 때는 떠나야 할 시간이었다.송남지는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지만 송지환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감정을 억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나 송지환을 배웅했다.최미경은 괜한 구설에 휘말릴까 봐 송남지를 말리려 했다.“남지야, 손님들 잘 챙겨. 아빠 배웅은 내가 할게.”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하정훈이었다. 그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그는 먼저 송남지의 손을 잡고 드레스를 입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남지야, 같이 아버님 배웅해 드리자.”송지환은 일이 복잡해지는 것을 원치 않아 사양했다.“아니야. 괜찮아.”하지만 하정훈은 계속 고집했다.“그냥 보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적어도 차 타시는 데까지는 모셔다드려야죠.”최미경은 연회장의 손님들을 바라보며 난감해했다.하정훈은 재빨리 말했다.“어머니, 하씨 가문에는 그렇게 꽉 막힌 규칙 같은 건 없습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그의 말에 송지환과 최미경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았다.하정훈은 송남지의 손을 잡고 송지환과 최미경의 뒤를 따라갔다.복잡한 통로를 지나 연회장 뒷문으로 나가자 외진 곳에 검은색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송남지는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이별이라는 상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그녀가 의도적으로 그러한 상황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하정훈은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한 후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께서 곧 차에 타실 텐데, 인사 안 드릴 거야?”송남지는 하정훈의 어깨
Read more
PREV
1
...
1011121314
...
4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