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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면을 쓴 남편: Chapter 121 - Chapter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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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송지환과 최미경이 떠나자 송남지는 왠지 모르게 휑한 기분이 들었다.다행히 결혼식 뒤에 복잡한 예절 같은 건 없었다.하 씨 가문 쪽 손님들은 짜기라도 한 듯 한꺼번에 사라졌다. 심지어 하종현과 오가은조차 보이지 않았다.하정훈의 친구 몇 명만이 이곳에 남아있을 뿐이었다.송남지는 의아한 듯 물었다.“어떻게 갑자기 다들 사라졌어요?”첫 번째 결혼 때처럼 억지웃음을 지으며 밤늦도록 정신없이 바쁠 줄 알았던 것이다.하정훈은 슬며시 송남지의 손을 잡고 말했다.“하 씨 가문 친척들은 부모님이 알아서 챙기실 거야. 우리는 친구들만 잘 챙기면 돼.”송남지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테이블을 힐끗 쳐다봤다. 사람은 많지 않았고 심지어 낯익은 얼굴도 두엇 보였다.하정훈은 송남지를 이끌어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형수님이라고 불러.”곧 일제히 우렁찬 인사가 쏟아졌다.“형수님 안녕하세요!”송남지는 살짝 놀라며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안녕하세요.”하정훈은 한 명 한 명 친구들을 소개했다. 앞의 두 명은 송남지도 본 적이 있었다.유 선생님, 그리고 그날 하정훈과 함께 낡은 오두막에 갔던 남자였다.오지훈이라고 했다.하정훈은 소개를 마치고 송남지가 기억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는 듯 말했다.“기억 못 해도 괜찮아. 어차피 중요한 사람들도 아니니까.”그러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얼굴을 찌푸리며 야유했다.“하 대표, 마누라 얻더니 형제를 잊으셨네. 이러시면 안 되지.”하정훈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내가 틀린 말 했어? 내 아내한테 너희는 애초에 중요한 사람들이 아니잖아. 굳이 힘들게 기억할 필요도 없지.”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듣는 사람들은 왠지 기분이 언짢았다.하지만 하정훈에게 왈가왈부하는 사람은 없었다. 워낙 성격이 직설적인 데다, 그럴 만한 자격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하정훈은 말을 마치자마자 유경태를 쳐다보며 물었다.“약은 챙겼어?”유경태는 마지못해 입술을 삐죽이며 소중하게 보관해 온 약을 하정훈에게 건넸다.결혼식에 와서 하루 종일 약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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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더군다나 하정훈 같은 사람이 그런 취급을 받다니.과연, 하정훈의 눈빛이 험악하게 변하며 오지훈을 매섭게 쏘아봤다.오지훈은 개의치 않고 여전히 능글맞은 태도를 유지했다.하지만 송남지는 조금 안절부절못했다.그녀는 서둘러 변명했다.“오지훈 씨, 정훈 씨는 절대 그런 남자가 아니에요. 저에게도 꼬리 흔든 적이 ...”송남지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하정훈이 단호하게 말했다.“꼬리 흔들면 뭐가 나빠? 난 남지한테 꼬리 흔드는 거 좋아해. 이렇게 흔들다 보면 결국엔 모든 걸 얻게 된다는 거 몰라?”하정훈의 말에 송남지는 그가 너무 화가 나서 저런 말을 하는 거라고 짐작했다.오지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쯧쯧, 꼴 좋다. 꼴 좋아...”유경태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화제를 전환했다.“여기 술이 괜찮다고 들었는데 우리가 낸 축의금이 얼만데 안 마시면 정훈이만 좋은 일 시키는 거 아니겠어?”몇몇 사람이 무슨 술을 마실지 이야기하는 동안, 하정훈은 송남지에게 물었다.“피곤하지? 내가 먼저 집에 데려다줄게.”송남지는 어젯밤 잠을 설친 데다 오늘 하루 종일 정신적으로 너무 긴장한 탓에 몹시 지쳐 있었다.원래는 하정훈과 함께 그의 친구들 곁에 있는 게 맞다고 생각했지만, 잠시 고민하다가 혹시라도 무슨 재미있는 활동이라도 하게 되면 자기가 있는 게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결국 송남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그녀는 자리를 털고 일어서며 말했다.“정훈 씨는 여기서 친구들 챙겨요. 나는 혼자 가도 되니까.”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송남지를 혼자 보낼 리가 없었다.“내가 데려다줄게.”송남지는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 떠나려는 찰나, 유경태가 갑자기 생각난 듯 하정훈을 불러 세웠다.“정훈아, 내가 특별히 타박상에 효험 있는 약을 좀 가져왔어. 알아서 잘 발라.”하정훈은 잠시 당황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차에 오르기 직전까지 송남지는 가늘게 뜬 눈으로 캐물었다.“다쳤어요? 어디요?”하정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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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송남지는 하정훈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발목이 저렇게 짓물렀는데 안 아플 리가 없잖아.’그녀는 조심스럽게 요오드 용액으로 소독한 다음 흰색 연고를 상처 부위에 발랐다.찢어진 상처라 송남지는 그가 아플까 봐 계속 걱정하며 연고를 조금 바르고는 그의 표정을 살폈다.고개를 들 때마다 하정훈과 눈이 마주쳤다.몇 번이나 눈이 마주치자 송남지는 분위기가 어색하게 느껴졌다.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진 사이, 운전기사가 과속방지턱을 지나면서 몸이 크게 덜컹거렸고 그 바람에 연고를 바르던 면봉이 하정훈의 상처 부위를 쿡 찔렀다.송남지는 깜짝 놀라 찡그린 하정훈을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하며 사과했다.“미안해요, 미안해요!”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사모님이 타고 계시니 운전할 때 조심하세요.”운전기사는 죄송한 듯 뒤돌아보며 송남지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사모님. 길을 잘 몰라서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제때 브레이크를 밟지 못했습니다.”송남지는 괜찮았지만 하정훈의 발목을 보니 아까 면봉에 찔린 부위가 금세 빨갛게 부어올랐다.그녀는 자책감과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 했지만, 하정훈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남지야, 나한테 미안하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마. 게다가 이건 그저 가벼운 찰과상일 뿐이야.”하정훈은 먼저 양복 바짓단을 내리고 송남지의 손에 들린 면봉을 치웠다. 다친 사람은 분명 그였는데, 오히려 송남지를 달래주고 있었다.“연고를 발랐으니 금방 나을 거야.”하정훈은 송남지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다.송남지는 하씨 가문에 친척들이 많을 줄 알았지만, 예상과는 달리 하종현과 오가은조차 보이지 않았다.하정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요즘 회사에 별다른 일도 없고 해서 바람 좀 쐬고 싶으셨나 봐. 손님들 모셔다드리고 바로 공항으로 가셨으니 지금쯤 비행기 탔을 거야.”그러고 보니 여행을 떠난 거였다.송남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번 여행은 얼마나 다녀오신대요?”하정훈은 미간을 찡그리며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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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설마, 이것 때문에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저런 태도를 보인 건가? 그렇다면 하씨 가문에서 나를 굳이 며느리로 삼으려 한 이유도 이것 때문이겠지. 둘 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니, 적어도 그 문제로 부딪힐 일은 없을 테니까.’송남지는 하정훈이 그녀를 집에 데려다준 후, 친구들을 만나러 갈 거라고 생각했다.‘요즘 사람들은 다들 총각 파티 같은 거 하니까. 어제 일이 있어서 못 갔으니 오늘은 가겠지.’송남지는 집에 들어서자 바로 뒤따라 들어오는 하정훈을 보고 당황하여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안 나가세요?”하정훈도 약간 당황했다. 비록 결혼하여 송남지가 하씨 가문의 안주인이 되었다고 하지만 안주인이 이렇게 험악해도 되는 건가 싶었다. 첫날부터 사람을 내쫓으려 하다니.하얀 셔츠를 입은 그의 탄탄한 몸매가 눈에 들어왔다.하지만 입을 열자 억울함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묻어났다.“나더러 어디 가라는 거야?”송남지는 쿨하게 말했다.“총각 파티 같은 거 하는 거 알아요. 괜찮아요.”‘총각 파티?’하정훈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무슨 놈의 총각 파티야, 혼자였던 날들이 얼마나 지긋지긋했는데! 몇 년을 혼자 살았는데 또 뭘 놀아? 드디어 이 엿 같은 솔로 생활 끝내는 건데, 축하해야지 아쉬워할 건 아니잖아.’그는 심호흡을 하고 설명했다.“남지야, 난 싱글 생활에 미련 없어. 그러니까 그런 파티 같은 거 안 가.”송남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요. 그럼... 친구들이랑 안 놀아줘도 돼요?”그녀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친척은 못 챙겨도 친구는 반드시 챙겨야 할 터였다.윤해진도 그녀와 결혼한 날, 밖에서 친구들과 술을 아침 5시까지 마시고 동이 틀 무렵에야 윤씨 저택으로 돌아왔다.그때 송남지는 몹시 화가 났었다.하지만 윤해진은 매우 억울해하며 이건 화낼 일이 아니라고 했다.결혼하면 친구들이랑 연락도 뜸해질 텐데, 마지막으로 신나게 놀아야 한다는 거였다.그때 송남지는 자기가 너무 옹졸했나 싶기도 했다.윤해진과의 결혼 생활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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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입술이 귓불을 스치자 송남지는 미세하게 몸을 떨었고 다리에도 힘이 풀리는 듯했다.그녀는 숨을 고르며 애써 침착함을 되찾으려 했다.어느 정도 숨이 안정되자 송남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정훈 씨, 첫날밤은 밤에 하는 거고 지금은 낮이잖아요...”지금은 시퍼런 대낮으로 서경시의 뜨거운 여름 햇살이 하늘에서 이글거리고 있었다.하정훈은 짓궂은 장난처럼 입술에 힘을 주어 귓불을 더욱 괴롭혔다.귓불에 희미한 잇자국이 새겨지자 송남지는 살짝 아픈 듯 미간을 찌푸렸다.사실 아픈 건 아니었다. 다만 너무나도 노골적인 친밀함이 그녀를 압도하려 들었던 것이다.그녀는 애써 미간을 찌푸리며 그런 느낌에 저항해야 겨우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송남지는 손을 들어 자신을 안고 있는 하정훈을 밀어내려 했지만 손을 뻗자 그의 가슴팍 얇은 근육에 닿았다. 이내 전기가 통하는 듯한 감촉에 손가락 끝이 저릿해졌다.그녀는 황급히 손을 뗐다.그 모습에 하정훈은 어이없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고개를 숙여 송남지가 닿았던 곳을 바라보았다.“내 몸에 전기가 흘러? 손이 저릿할 정도로?”송남지는 고개를 푹 숙였다. 너무나... 부끄러웠다.왠지 방금 상대방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것 같았던 것이다.하정훈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송남지를 보며 더욱 사랑스러움을 느꼈다.그 사랑스러운 사람이 포도알처럼 동그란 눈동자를 굴리며 한참 만에 겨우 변명거리를 찾아냈다.“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밀어내고 싶어서 그랬어요.”하정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여름날 오후 그늘에 숨어 있는 고양이처럼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오? 밀어내고 싶어? 왜 밀어내고 싶은데?”그는 송남지의 허리를 감싼 손에 더욱 힘을 주며 그녀를 자신의 몸속으로 녹여 넣을 듯 바싹 끌어안았다.송남지는 눈을 들어 별처럼 빛나는 하정훈의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지금은 낮이잖아요...”그녀는 친절하게 상기시켜 주었다.마침 식재료를 사러 나가려던 이미란이 이 광경을 목격하고 두 사람이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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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나를 너무 얕잡아보는데...’하지만 발을 내딛자마자 거의 넘어질 뻔했다.다리에 힘이 풀린 지 너무 오래되어 지금은 아예 말을 안 들었다.하정훈은 더 이상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그는 몸을 숙여 웃으면서 그녀를 공주님 안기로 번쩍 들어 올렸다.공중에 뜬 순간, 송남지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하정훈은 그런 느낌을 즐겼다.그녀에게 필요로 받아들여지는 느낌 말이다.그는 빠른 걸음으로 회전 계단을 올라 예전처럼 침실 문을 발로 툭 차서 열었다.침실 안에는 그의 특유의 향인 우디향이 유난히 짙게 배어 있었다.송남지는 침대에 눕혀졌고 부드러운 침대는 순식간에 푹 꺼졌다.하정훈은 바로 뒤따라 누웠고 꺼진 범위는 더욱 넓어졌다.“마술 볼래?”그의 목소리는 샴페인처럼 깊고 부드러웠다.송남지는 마치 술에 취한 듯 몽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하정훈이 손을 뻗어 길고 단단한 팔로 침대 옆 탁자 위의 리모컨을 집어 들고 살짝 누르자 먹색 커튼이 서서히 닫혔다.방금까지 눈이 부시도록 밝았던 침실은 순식간에 어둡고 캄캄해져 손을 뻗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하정훈의 마술은 대낮을 밤으로 바꾸는 것이었다.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신혼 첫날밤이 이어질 터였다.다행히 너무 어두워서 송남지의 부끄러운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침실의 냉기가 다른 곳보다 조금 낮아서 화끈거리는 뺨을 식혀주기에 딱 좋았다. 다만 온도가 조금 낮아서 그녀는 약간 쌀쌀함을 느꼈다.하정훈은 적절한 시기에 그녀 위로 덮쳐왔고 그의 체온은 그녀에게 딱 맞게 보완되었다.그의 목소리는 조금 전보다 더욱 낮아졌고 송남지조차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억누르는 듯한 느낌이 담겨 있었다.“우리 마누라, 이제 드디어 첫날밤이네.”송남지는 정신이 약간 흐트러졌다.마누라라는 말이 그의 입에서 나오자 묘한 마력이 느껴졌던 것이다.그녀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맴돌았다.하정훈은 그녀의 남편이고 그녀는 이제 그의 아내가 되었다.마누라, 마누라...정말 묘한 기분이었다.그녀가 딴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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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허상미는 윤해진에게 받은 카드로 서경시에서 가장 큰 쇼핑몰에서 쇼핑을 즐겼다.그녀를 따라다니는 경호원들의 손에는 이미 쇼핑백이 가득 들려 있었다.허상미가 한창 기분 좋게 들떠 있을 때, 차해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그녀는 차해연이 돈을 달라고 전화한 줄 알고 눈살을 찌푸리며 짜증스럽게 말했다.“엄마, 아직 돈 보낼 날짜 아니잖아요. 매달 15일에 보내기로 했고 이제 막 월초인데.”차해연은 전화기 너머로 허둥지둥 말했다.“상미야! 빨리 집으로 돌아와! 큰일 났어! 네 오빠가 크게 다쳤어!”허상미는 예전에도 이런 전화를 받아 본 적이 있었다.‘허세준에게 무슨 일이 생길 수 있겠어? 도박장에서 돈을 잃고 돈이 없다는 얘기겠지.’허상미는 귀찮은 듯이 말했다.“엄마, 내가 예전부터 말했잖아요. 한 달에 정해진 금액 이상은 안 된다고. 다 쓰면 나한테 전화하지 말아요. 내가 돈 찍어내는 기계도 아니고.”차해연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그게 아니야! 네 오빠가 피투성이가 되도록 맞아서 대낮에 우리 집 앞에 버려졌어. 나가려던 참이었는데, 네 오빠가 대문 앞에 죽은 개처럼 널브러져 있었다고!”그제야 허상미는 당황하여 계산하지 않은 명품들을 내려놓고 주차장으로 향하며 다급하게 물었다. “오빠가 밖에서 누구한테 잘못한 거예요? 지금 병원에 데려갔어요? 상태는 어때요?”차해연에게는 허세준이 유일한 아들이었다. 허세준이 속을 썩이긴 했지만 차해연은 아들을 끔찍이 아꼈기에 허세준은 그녀의 심장과 같은 존재였다.그런 아들이 엉망진창으로 두들겨 맞아 죽을 뻔했으니 차해연은 울며 애원했다.“이미 병원에 데려갔어. 난 지금 집에 필요한 물건 좀 챙기러 왔어. 너도 빨리 병원으로 와! 아이고, 어쩌면 좋아! 도대체 어떤 짐승 같은 놈이 한 짓인지, 사람을 아주 죽이려고 작정을 했어!”허상미는 정신없이 엘리베이터 앞으로 달려가 사람들을 밀치며 소리쳤다.“비켜요! 비켜!”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뒤돌아보며 눈을 흘겼다.“임신이 벼슬인 줄 알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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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허상미는 차해연을 진정시키려 애썼다.“엄마, 이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혈압도 높으시잖아요.”차해연의 목소리가 워낙 날카로워서 허상미는 귀가 찢어지는 듯했다.“감히 내 아들을 건드려? 잡히기만 해 봐라, 아주 가죽을 벗겨 버릴 거야!”차해연이 진정될 기미가 안 보이자 허상미는 포기했다.자기 몸도 성치 않으니 괜히 옆에서 소리 지르고 난리 치는 걸 감당할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일단 자기 몸부터 챙기는 게 먼저였다.병원에 도착하니 허세준은 이미 일반 병실로 옮겨져 있었고 의사가 차해연에게 상태를 설명해주고 있었다.마침 허상미도 도착했다.차해연은 콧물, 눈물을 훔치며 허상미의 손을 잡았다.“짐승만도 못한 것들! 의사가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는 하는데 얼마나 맞았는지 몰라. 우리 아들 너무 불쌍해!”허상미는 온몸에 멍이 든 채 헐떡거리는 허세준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임신 중이라 그런지 더 안쓰러웠다.의사는 마스크를 벗고 말했다.“3개월 정도는 누워 있어야 회복될 겁니다. 경찰에 신고하시겠어요?”누가 봐도 집단 폭행을 당한 것 같았다.차해연은 분을 참지 못하고 몸을 떨며 말했다.“신고해야 돼! 무조건 신고해야 돼!”허상미는 가만히 생각해 보다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일단 상황을 보류하기로 했다.“일단 신고는 하지 말아요.”차해연은 허상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의사가 나간 후에야 의아한 표정으로 허상미를 붙잡고 물었다.“왜 신고를 안 해? 네 오빠 일, 혹시 무슨 상황인지 알고 있는 거니?”허상미는 난감했다. 그저 추측일 뿐이지만 아무래도 떳떳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우선 신고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어쩌면 허세준을 집단 구타한 사람을 찾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모의한 추악한 일까지 드러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다만 차해연을 달래는 일은 쉽지 않았다.차해연은 허세준의 침대 옆에 엎드려 통곡했다.“아들! 그렇게 큰 고생을 했는데도 신고조차 못 한다니. 엄마가 정말 쓸모없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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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허상미는 이를 악물었지만 우선 허세준을 달래야 했다.“오빠, 이 일은 나한테만 말해.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지 말고. 송남지 그 싸가지 없는 년, 내가 반드시 혼쭐을 내줄 테니까!”허세준은 불만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온몸이 성한 곳 하나 없이 병상에 누워 꼼짝도 할 수 없는 신세에 복수는커녕 움직이는 것조차 힘겨웠다.허세준의 얼굴은 퉁퉁 부어 마치 돼지머리 같았고 발음도 어눌해진 채 분노에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제기랄! 그 년이 이렇게까지 했는데 내가 떠벌려도 안 된다는 거야?”허상미는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오빠가 납치당하고 맞았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어? 어디서 어떻게 당했는지조차 모르는데 증거는 더 말할 것도 없잖아. 하지만 송남지는 증거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이 일이 알려지면 윤씨 가문에서의 내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어. 윤해진이 내가 송남지를 괴롭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내 이미지는 완전히 망가질 거라고.”허세준은 엉엉 울며 말했다.“상미야, 네 이미지를 위해서라면 이 억울함은 참을 수 있어. 하지만 반드시 복수해 줘야 해. 송남지가 우리 허씨 가문을 우습게 보지 않도록!”한때 잘나가던 허세준이 지금은 중환자처럼 병상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니 허상미의 마음도 착잡했다.평소에 착한 척은 다 하던 송남지가 속이 시커먼 독사 같은 여자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허상미는 이를 악물고 맹세했다.“송남지, 감히 우리 허씨 가문 사람을 건드려?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까불다니. 내가 네년을 가만두면 내 성을 갈아 버린다!”그녀는 감정을 숨기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오씨 가문이 나서서 송남지를 도와줬다고? 송남지랑 오씨 가문 사이에 무슨 관계라도 있는 거야?”허상미는 예민하게 수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그녀가 알기로는 오씨 가문의 도련님, 오지훈은 여자 문제가 복잡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그래, 오씨 가문이 맞아. 정보가 정확해. 오씨 가문이 아니었으면 내가 무서워했겠어?”허상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알았어. 엄마가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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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허상미는 윤해진의 품 안에서 매우 처량하게 울면서 억울한 듯 말했다.“허씨 가문 사람들이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는데 나도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송남지가 이렇게 괴롭히는데 차라리 죽는 게 나아.”윤해진은 영문을 몰라 허상미를 안아 차에 태웠다.“상미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차근차근 나에게 말해 줘. 죽으려고 하지 말고. 송남지가 정말 무슨 짓을 했다면, 나도 가만두지 않을 거야!”허상미는 애원하는 듯 고개를 들고 가련한 눈빛으로 윤해진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그 여자가 사람을 시켜서 오빠를 납치했어. 여러 명이서 오빠를 얼마나 때렸는지 거의 죽을 뻔했다고. 분명 내가 임신이 불안한 거 알고 일부러 우리 가족 괴롭혀서 나 불안하게 만들고 화나게 하려는 거야. 뱃속 애 떨어뜨리려는 수작이지!”윤해진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송남지가 왜 네 오빠에게 시비를 걸겠어? 네 아이를 질투한다고 해도 사람을 시켜서 네 오빠를 죽게 만들 리가 없잖아!”허상미는 훌쩍거리면서 더욱 가련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 여자는 그럴 용기가 없겠지만, 배짱 좋은 놈을 꼬드겼다면?”‘배짱 좋은 놈?’윤해진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송남지가 재혼한 그 남자를 말하는 거야? 그 남자도 송남지를 도와서 네 오빠에게 시비를 걸 리는 없잖아!”윤해진이 믿지 않자 허상미는 목 놓아 울었다.“송남지한테 남자가 딱 한 명이라고 생각해? 오빠가 처음 말했을 때 나도 안 믿었어. 그런데 오빠가 저렇게 맞은 것을 보면 거짓말은 아닐 거야...”윤해진은 의아하면서도 분노하며 물었다.“네 말은 송남지가 밖에 다른 남자가 있다는 거야? 누구야?”허상미는 몰래 윤해진의 표정을 살피면서 그가 점점 자기 말에 넘어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더욱 열정적으로 연기했다. “오씨 가문 도련님은 예전부터 정치권과 암흑가 양쪽에 발을 걸치고 있고 사생활도 문란하기로 유명하잖아. 송남지가 뭘 팔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오지훈이 송남지를 도와서 우리 오빠를 괴롭혔다고 하더라고.”‘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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