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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141 - 챕터 150

194 챕터

제141화

최보라는 말을 마치자마자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도대체 뭐가 이상한 거지?그녀는 송남지를 바라보다가 하정훈에게 시선을 옮기며 경악에 찬 어조로 물었다.“잠깐만! 설마 댁이 서경 하씨 가문의 도련님, 하정훈인가요?”하정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대답했다.“아마... 그런 것 같은데요?”어쨌든 그는 서경시 출신이었고 성 또한 하씨였으며 이름은 정훈이었다.하정훈은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확실하진 않아요. 제가 처형이 말하는 그 유명한 서경시 하씨 가문의 도련님인지는 모르겠네요. 그냥 동명이인일 수도 있으니까요.”최보라는 방금 주차장에서 있었던 상황을 어렴풋이 떠올렸다.아까는 송남지에게 경종을 울리느라 정신이 팔려 차고에 즐비하게 늘어선 차량들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이제 와서 회상해 보니, 그 차고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들은 한 대 한 대가 모두 억 단위를 호가하는 고가의 차량들이었다.최보라는 정신을 가다듬고 옆에 서 있는 송남지에게 시선을 돌려 눈을 크게 뜬 채 목소리를 낮추어 조심스럽게 물었다.“남지야, 네가 하정훈한테 시집갔다는 말 아무도 안 해줬잖아!”송남지는 설명했다.“아빠 일 때문에 좀 민감한 부분이 있어서 이 일은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았어.”최보라는 당연히 그런 설명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다만, 여전히 뭔가 속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무엇보다 다른 사람도 아닌 하정훈이었으니까.그녀가 로스젤스에서 전시 기획을 할 때마다 그 거물들은 저스틴 하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그의 영향력은 실로 막대하여 최보라가 서경시 출신임을 밝힐 때마다 그 거물들은 그녀를 새삼 달리 보곤 했다. 저스틴 하가 서경시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최보라는 한참 만에 겨우 숨을 고르고 일어나 정중하게 하정훈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하정훈 씨, 실례했습니다.”하정훈은 겸손하게 일어나 손을 내밀어 최보라의 인사에 답하며 웃으며 말했다.“처형, 그러시면 너무 딱딱하고 어색하잖아요.”‘딱딱하고 어색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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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하지만 송남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원래 감정적인 부분에 둔감한 편이었다.반면 최보라는 심상치 않은 기류를 감지하고 팔꿈치로 송남지를 쿡 찌르며 귓속말로 말했다.“남지야, 너는 왜 나만 챙겨주는 거야? 내 접시에 음식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잖아. 네 남편도 좀 챙겨.”송남지는 멀뚱히 하정훈을 쳐다보며 난감해했다.그녀는 하정훈이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전혀 몰라서 머뭇거리며 말했다.“정훈 씨도 많이 드세요.”최보라는 속으로 절규했다.지금 그녀는 접시에 음식이 많아질수록 왠지 모를 압박감에 시달리는 기분이었다.그녀는 쉴 새 없이 음식을 입에 넣었다.그런데 그녀가 얼마나 빨리 먹든 송남지는 멈추지 않고 계속 음식을 얹어주었다.최보라는 거의 체할 뻔했다.송남지는 눈빛만으로도 그녀의 상태를 파악하고 재빨리 최보라에게 물을 따라 주었다.물을 건네주면서 그녀는 잡담을 나누듯 물었다.“언니는 그런 희한한 인간을 어떻게 만나게 된 거야? 도대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여자 화장실에 몰래 들어가는 변태가 다 있대?”최보라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송남지를 쳐다봤다. 그녀는 맞은편에 앉은 하정훈의 질투심이 폭발하기 직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여자 화장실에 숨어 몰래 사진을 찍는 사람이 희한한 게 아니라 자기 사촌 동생이 더 희한하게 느껴졌다.‘쯧. 저렇게 뻔한 눈빛을 눈치채지 못하다니.’하정훈은 최보라의 불편함을 알아챘는지 씁쓸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천천히 말했다.“처형, 천천히 드세요. 괜찮습니다.”하지만 최보라는 이것이 자신에 대한 경고라고 생각했다.그녀는 황급히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남지야, 나는 다 먹었어. 나한테는 이제 그만 집어주고 네 남편에게 좀 집어줘.”하정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방금 전에도 충분히 씁쓸했는데 또다시 씁쓸한 맛을 봐야 할까?그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그는 그 씁쓸한 감정을 말투에 담아 말했다.“괜찮습니다. 제가 알아서 집어 먹을게요.”하지만 송남지의 관심은 오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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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청명한 달빛이 하정훈의 윤곽에 쏟아져 내렸으나 그 희미한 염려는 그림자에 가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송남지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얼굴에서는 어떠한 감정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웃으며 하씨 저택의 정원으로 걸어 들어가며 말했다.“저는 괜찮아요. 언니가 변태를 만난 거고 난 그런 불미스러운 일을 겪은 적이 없어요.”그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언니는 진짜 용감해. 그런 변태를 만나자마자 경찰서에 넘겨버렸다니. 내가 만났으면 멀리 도망갔을 텐데.”하정훈은 송남지 옆에 바짝 붙어 걸었다.그는 송남지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기 때문에 송남지의 걸음걸이는 그에게는 아주 느렸다.그는 의도적으로 걸음걸이를 늦춰야 그녀와 발걸음을 맞출 수 있었다.“너도 용감해. 윤씨 가문 사람들이 괴롭히러 왔을 때, 너도 그 사람들을 경찰서에 넘겨버렸잖아.”윤씨 가문 사람들이라는 말이 나오자 송남지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난 이미 윤씨 가문이랑 엮여버렸으니 어쩔 수 없죠.”하정훈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가 또박또박 말했다.“남지야. 윤씨 가문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 뭐든지 도와줄 테니까.”송남지는 고개를 쳐들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달빛보다 더욱 밝게 빛났다.“난 이미 윤씨 가문에서 벗어났잖아요?”하정훈은 한참 동안 생각했다.‘어쩌면 송남지는 이미 윤씨 가문에서 벗어났는지도 모른다. 정작 벗어나지 못한 건 나 자신일지도...’윤해진은 그의 눈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보였다.가장 불안한 점은 그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것이었다.당장 다음 순간일 수도, 기약 없는 다음 생일 수도 있었다.순간, 하정훈은 불안에 휩싸였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송남지의 손을 붙잡고 그녀가 지금 바로 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온전히 느끼고 나서야 비로소 약간의 안도를 얻을 수 있었다.갑작스레 손을 붙잡힌 송남지는 순간 당황했다.땅바닥에 드리워진 두 사람의 그림자는 손을 맞잡은 채 집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왠지 모르게 안심되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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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하정훈이 떠난 뒤, 화상 통화 너머의 최보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이상하네. 하정훈 씨는 밤에 나가서 놀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늦은 시간에 나가는 걸 보니 회사 일도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재벌 친구들이랑 룸살롱이라도 가는 모양인데.”송남지는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혹시 하정훈이 정말로 여자랑 놀러 간 것이라면 방금 꼬치꼬치 묻지 않은 게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캐물었다가 서로 불편해질 수도 있으니까.송남지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최보라가 물었다.“남지야, 기분 안 좋아? 남자들은 다 그런 거 아니겠어? 사회 생활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거고. 게다가 하정훈 씨 정도 되는 사람은 더 그렇겠지. 그래도 네 생각을 해 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해. 그런 남자에게 온통 너만 바라보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거잖아.”게다가 송남지의 눈치로는 남자가 온통 그녀만 바라봐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었다.송남지는 입술을 오므렸지만 얼굴에는 별다른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기분 나쁘지 않아. 언니, 정훈 씨와 나는 언니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닐 수도 있어.”그녀는 말을 하다 말고 멈칫했다. 왠지 전화로 그런 속사정을 털어놓기는 껄끄러웠던 것이다.그래서 간단히 몇 마디 나누고 나서 전화를 끊었다.밤은 이미 깊었다.송남지는 샤워를 마치고 몸에 착 감기는 실크 잠옷을 입은 채 침실의 널찍한 침대에 몸을 뉘었다. 혼자 덩그러니 누워 있자니 침대가 턱없이 넓게 느껴졌다. 침대 구석구석에 하정훈의 흔적이 배어 있었다.왼쪽으로 몸을 뒤척여도 그의 체취가 느껴지고 오른쪽으로 몸을 뒤척여도 그의 체취가 느껴졌다.심지어 이불을 끌어 올려 얼굴을 덮으니 이불에서도 그의 체취가 풍겨 왔다.온통 하정훈의 향기로 가득했지만 정작 그는 곁에 없었다.송남지는 웬일인지 잠이 오지 않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서경시 어느 구의 경찰서.오지훈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코웃음을 쳤다.“완전히 사적인 복수야! 그 늙은 여우가 예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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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떠넘기기?’오지훈의 머릿속에는 오직 그 단어만 맴돌았다.하정훈은 완전히 책임을 떠넘기려는 수작이었다.이 사태가 최보라의 탓이 아니라면 오씨 성을 형사의 탓일 수밖에 없었다. 그 늙은 여우는 어떻게든 그를 잡아넣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가 온갖 인맥을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오 형사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묵살했으니까.그렇지 않았다면, 이 정도의 작은 일로 하정훈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두 사람은 경찰서에서 나왔고 오지훈은 차 문이 열리는 틈을 타서 쏜살같이 하정훈의 차에 올라탔다.하정훈은 서둘러 차에 타지 않고 조수석에 앉은 오지훈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택시 타고 가, 너 데려다줄 시간 없어.”말하는 동안 오지훈은 이미 안전벨트를 매고 꿈쩍도 하지 않겠다는 듯 차에 꼼짝 않고 있었다.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고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그리고 차가운 어조로 경고했다.“오지훈, 나는 똑같은 말을 두 번 하는 것을 싫어해.”하정훈은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쁜 여자가 자기에게는 단 한 번도 음식도 집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러니 씁쓸한 마음을 억누르며 오지훈의 뒤처리를 해주러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너그러운 것이었다.그런데 이제 오지훈은 그의 심기를 제대로 긁고 있었다.그 와중에도 오지훈은 능글맞게 웃으며 차창을 내리고 말했다.“정훈아, 어차피 가는 길이잖아. 나 지금 집에 들어가긴 좀 그렇고 근처에 있는 노아 클럽이나 들렀다 갈까 해.”노아 클럽은 가는 길목에 있었고 거리도 가까웠다.하지만 하정훈은 몹시 불쾌했고 오지훈을 당장이라도 차에서 내팽개치고 싶었다. 이 녀석 때문에 1분이라도 더 늦어지면 집에 1분이라도 늦게 들어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그때 오지훈이 얄밉게 눈을 찡긋거리며 말했다.“곽지민이 노아에서 파티를 하고 있어.”하정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그래서?”원래 곽지민이 있는 곳이라면 질색하는 하정훈의 성격을 오지훈도 잘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오지훈은 끈질기게 윙크를 날리며 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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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그가 성격 좋은 게 아니라 그냥 저런 인간들과 시간 낭비하기 싫었을 뿐이었다.곽지민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 하정훈은 유유자적하게 걸어갔다.그의 시선이 닿자 곽지민 옆에 있던 야한 옷을 입은 샴페인 걸은 눈치 빠르게 자리를 비켰다.하정훈이 자연스럽고 태연하게 곽지민 옆에 앉자 주변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 광경을 지켜봤다.과거의 하정훈은 곽지민을 혐오했고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불쾌해했으니까.‘오늘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곽지민은 샴페인을 든 채 눈썹을 꿈틀거렸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그의 눈빛은 혼란스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하정훈, 오늘 약이라도 잘못 먹었나?’하정훈이 자리에 앉아 막 차를 따르려 하자 유경태가 먼저 움직였다.“아이고, 이렇게 귀한 분이 납셨는데 어찌 직접 술을 따르게 하겠어?”유경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술병을 잡았다. 그러자 하정훈은 손을 들어 그의 행동을 막았다.“운전해야 하니까 그냥 차 마실게.”다행히 이 바닥은 술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없어서 유경태는 아무 말 없이 하정훈에게 차를 따라주었다.차를 받아든 하정훈은 몸을 돌려 곽지민을 향해 말했다.“네가 내 결혼식 술을 못 마셨으니 오늘 차로 술을 대신할게.”곽지민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정훈과 잔을 부딪쳤다. 속으로는 아직도 하정훈이 왜 이러는지 곱씹고 있었다.‘혹시 송지환 일에 내가 도움을 줘서 이러는 건가? 하지만 그 문제는 돈으로 깔끔하게 해결했으니 그걸로 끝이라고 저 녀석이 이미 못 박았다고 들었는데...’곽지민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하정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약간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지민아, 집사람이 결혼식 날 정말 행복해하더라. 고맙다.”그는 특히 집사람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곽지민은 대충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결국 하정훈은 자랑하러 온 거였다.‘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군.’하정훈은 평소 말이 없는 편이라 지금은 조금 말이 많아진 듯했다.“너도 오늘 오후 서경 공항에 도착했다며?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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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차를 다 마신 하정훈은 더 머무를 생각이 없는 듯 곽지민에게 물었다.“요즘 로샬기 쪽에 또 가?”곽지민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그쪽 일은 거의 마무리돼서 당분간은 서경시에 있을 거야.”하정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럼 시간 되면 우리 집에 놀러 와.”곽지민은 당연히 그곳에 가면 하정훈의 애정 과시를 보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정훈이 그를 초대하는 것 또한 그의 염장을 지르려는 의도였다.하지만 곽지민 또한 만만치 않은 고집불통이었다. 그는 오히려 가보면 누가 더 불편할지 시험해보고 싶었다.그래서 흔쾌히 승낙했다.“그래, 요즘 시간 많아.”곽지민의 예상 밖의 대답에 하정훈은 잠시 당황한 듯 멈칫하더니 이내 다른 사람들에게 가벼운 인사를 건네고 방을 나섰다.오지훈은 하정훈이 나가자마자 곽지민 옆으로 달려와 쫑알거렸다.“곽 변, 설마 진짜 가려는 건 아니지? 정훈이가 뭘 하려는 건지 뻔히 알면서.”곽지민은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가야지. 정훈이가 모처럼 초대하는데 쟤 체면 봐서라도 가야지.”오지훈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정훈이가 뭘 하려는 건지 알면서 왜 가겠다는 거야? 정말 이해가 안 돼. 너도 그렇고 정훈이도 그렇고.”유경태가 핀잔을 줬다.“너희 둘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어. 대체 뭘 그렇게 삐쳐 있는 거야?”곽지민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내가 걔한테 삐친 거냐, 걔가 나한테 삐친 거지. 사실 나도 누가 더 열 받나 한번 보고 싶다.”유경태는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곽 변, 너도 참 쟤 와이프랑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정훈이가 지금까지 저렇게 앙심을 품고 있는 거야?”곽지민은 잔에 남은 샴페인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는 감히 그 이야기를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괜히 말했다가 하정훈 그 자식이 정말로 발끈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하정훈이 하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새벽 2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고요한 침실 안, 침대에 등을 돌린 채 곤히 잠든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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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조심스럽게 하정훈의 품에서 빠져나온 송남지는 발소리를 죽여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지만, 등 뒤에서 누군가 허리를 감싸 안았다그녀는 깜짝 놀라 낮은 신음 소리를 내며 침대에 쓰러졌다.그러자 곧바로 하정훈이 그녀의 위로 올라타 시선을 마주하며 물었다.“어딜 가?”송남지는 손가락으로 욕실을 가리키며 대답했다.“씻으러, 온몸이 땀투성이에요...”“잘됐네. 일 끝내고 씻으러 가. 괜히 땀 흘리면 또 씻어야 하잖아.”‘일? 무슨 일?’송남지가 잠시 멍해 있는 사이, 하정훈은 행동으로 그녀에게 무슨 일인지 알려주었다.촘촘한 입맞춤이 쏟아지자 송남지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팔을 들어 그녀와 하정훈 사이에 벽을 만들려 했지만 두 사람의 몸은 너무나 밀착되어 있었다.하정훈의 얇은 입술이 그녀의 귓가에 바싹 다가왔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최면을 거는 듯했다.“나 안아줘.”홀린 듯이 송남지는 팔을 들어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송남지의 반응이 꽤나 마음에 드는 듯 하정훈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살살 해줘, 아니면 화끈하게 해줘?”매혹적인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터져 나왔다.그녀가 채 대답하기도 전에, 하정훈은 제멋대로 속도를 높였다.“살살 해줘, 아니면 화끈하게 해줘?”여전히 송남지의 대답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하정훈은 더욱 강하게 몰아붙였다.송남지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몇 초 후에 적응했다.왠지 오늘 아침의 하정훈은 어딘가 이상했다. 마치 배 속에 화가 잔뜩 쌓인 것 같았다.‘대체 누가 그의 심기를 건드린 걸까?’송남지는 혹시 자신 때문인가 싶어 곰곰이 생각해 봤다. 하지만 어젯밤 그는 돌아오기 전에 이미 깊이 잠들어 있었으니 자신 때문일 리는 없을 터였다.새벽부터 시작된 격렬한 정사는 거의 정오가 다 되어서야 끝날 기미를 보였다.송남지는 이미 탈진 상태였다.그녀가 간신히 신음하듯 애원하자, 그제야 하정훈은 움직임을 멈췄다.그때 이미란의 목소리가 방문 밖에서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를 덮을 만큼 크게 울렸다.“도련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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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송남지가 정신을 차렸을 때, 하정훈은 이미 옷을 갈아입은 후였다. 오늘은 주말이었다.그는 평소보다 한결 편안해 보이는 캐주얼한 홈웨어를 입고 있었다.하지만 그 특유의 고고한 분위기는 어떤 옷을 입어도 감출 수 없었다. 하정훈은 그녀의 손을 잡고 드레스룸 문밖으로 향했다.하지만 송남지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어색함을 느꼈다.목에 남은 자국이 너무나도 선명했기 때문이다.“파운데이션으로 가릴까요?”하정훈은 웃었다. 그는 송남지의 사고방식이 꽤 귀엽다고 생각했다.왜 그녀의 목에 흔적을 남겼는지 묻는 대신, 그가 일부러 만든 흔적을 어떻게 가릴지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의 웃음에 송남지는 어쩔 줄 몰라 했다.하정훈은 솔직하게 말했다.“일부러 그랬어, 송남지.”“네?”송남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상황을 파악하는 데 2, 3초가 걸렸다.하정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아직 다리에 힘이 없어? 없으면 안아서 내려갈게.”송남지는 걸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하려는 듯 허둥지둥 하정훈보다 더 큰 걸음으로 걸었다.그런 귀여운 모습에 하정훈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곽지민은 거실에서 거의 30분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차 한 주전자가 식어갈 때쯤, 하정훈이 송남지의 손을 잡고 천천히 나타났다.나선형 계단에서 내려오는 두 사람을 보며 곽지민은 속으로 탄식했다.‘요즘 세상에 좋은 배추는 죄다 돼지가 뜯어 먹는구나. 저 여신 같은 사람이 어쩌다 하정훈에게 넘어간 걸까?’하지만 무엇보다 곽지민은 예전의 죽을상을 하던 하정훈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 아쉬웠다.“미란 이모, 주방에 브런치 준비하라고 해요.”하정훈은 지시를 내린 후, 가장 안쪽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원래 1인용 소파였지만 좀 크게 만들어진 것이었다.송남지는 다른 쪽 소파에 앉으려고 했지만 하정훈이 손목을 잡아끌었다.“내 옆에 앉아.”거의 잡아당기다시피 해서 송남지는 하정훈의 옆에 앉았고 두 사람은 매우 가까이 붙어 있었다.자리에 앉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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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그는 말을 이었다.“예전에 미술을 전공했다고 들었는데, 친하게 지내는 친구 중에 스트리트 아트를 하는 애가 있거든. 최근에 서경시 반달동물원에서 환경 보호 캠페인으로 공익 그래피티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데, 그림 그릴 사람이 부족하대. 혹시 네가 관심이 있을까 해서?”송남지는 거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동의했다.“당연히 좋죠. 다만 제가 최근 몇 년 동안 붓을 거의 잡지 않아서,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말을 끝마치고 나서야, 송남지는 뒤늦게 하정훈의 눈치를 살폈다. 섣불리 수락하기 전에 하정훈의 의견을 먼저 물었어야 했는데...과거 윤씨 가문에 머물 때였다면 허락 없이 함부로 외부 활동을 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물며 동물원에 가서 그래피티를 한다면 윤해진은 분명히 펄펄 뛰었을 것이었다.하정훈과 시선이 마주치자 그는 뜻밖에도 빙긋 웃으며 말했다.“왜 안 돼? 넌 분명히 잘 해낼 수 있을 거야.”말을 마친 하정훈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곽지민을 쏘아보며 덧붙였다.“바쁜 와중에도 이렇게 세심하게 내 와이프에게 일자리를 소개해주다니, 정말 고마워.”곽지민은 어깨를 으쓱하며 웃더니 질투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남지 더러 동물원에 가서 공익 그래피티를 하는 게 체면 손상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괜찮아. 솔직하게 말해. 반대하면 억지로 남지를 부추길 생각은 없으니까.”하정훈은 가늘게 눈을 뜨며 곽지민을 쏘아봤다. 그의 눈빛은 곽지민에게 이간질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는 듯했다.하지만 곽지민은 일부러 모른 척 외면하며 송남지에게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남지야, 아쉽게 됐어. 네 신분으로는 아무래도 좀 껄끄럽겠지. 사모님께서 길거리에서 그래피티를 하고 다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아무래도 하 대표 얼굴에 먹칠하는 셈이 될 테니까.”송남지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 드리워졌다. 확실히 곽지민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어떤 일은 하정훈이 입으로는 괜찮다고 말해도, 어느 정도는 그의 명성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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