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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131 - 챕터 140

194 챕터

제131화

윤해진은 눈빛이 음울해지며 말했다.“그 여자가 정말 그런 더러운 짓을 했다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허상미는 윤씨 저택으로 돌아와 손윤영 앞에서 죽네 사네 난리를 쳤다.손윤영은 깜짝 놀라 허상미에게서 자초지종을 듣고 송남지에 대한 괘씸함이 더욱 커졌다.그녀는 밤에 윤해진을 따로 불러내 매섭게 말했다.“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송남지는 절대 윤씨 가문에 발을 들이지 못할 것이야!”윤해진은 손윤영을 어르고 달래며 말했다.“엄마, 이번 일은 남지가 잘못한 게 맞지만 그래도 나와 남지는 부부잖아요. 엄마가 들어오지 말라고 한다고 못 들어오게 할 수는 없어요.”윤해진은 이제 와서야 송남지와 부부라는 사실을 떠올리는 듯했다.죽은 척 연기하며 허상미의 침상으로 기어오를 때는 송남지와 자신이 부부라는 사실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던 그였다.손윤영은 그의 속셈을 꿰뚫어 보면서도 짐짓 모르는 척하며 경고했다.“나중에 네가 기어코 송남지를 다시 데려온다면 윤씨 가문은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날 거다.”허상미는 겉으로는 순종적인 척하지만 오래 겪어본 손윤영은 그녀가 보통 여우가 아니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그녀는 아주 피곤한 스타일의 여자였다.나중에 허상미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순순히 따르지 않을 수도 있었다.윤해진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엄마, 걱정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엄마가 송남지 걔 맘에 안 들어 하는 거 다 아니까 나중에 엄마 속 끓는 거 싹 다 식혀 드릴게요. 절 못 믿으세요?”손윤영에게는 지금 아들이 하나뿐이니 아들을 안 믿으면 누구를 믿겠는가?손윤영은 더 듣기 싫은 눈치였다. 지금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건 딱 하나였다.“그 일들은 네가 알아서 해. 하지만 딱 하나, 상미 배 속에 있는 아이는 윤씨 가문의 살아있는 보물이야. 그 애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가만 안 둘 거야.”...송남지는 전에는 시어머니 눈치 보면서 사는 게 일상이었다. 원래 성격이 순해서 그런 게 아니라 윤해진이 맨날 옆에서 쫑알거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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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그러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을 앞둔 시점에 서경시에서 오퍼를 받은 그녀는 해성에는 들르지도 않고 곧장 서경시로 들어왔다.사촌 언니가 귀국한다는 소식, 그것도 서경시로 돌아온다는 말을 들은 송남지는 뛸 듯이 기뻤다.지난 몇 년간 윤씨 가문에서 지내면서 변변한 친구 하나 사귀지 못했고 일도 하지 않다 보니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조차 없었기 때문이다.송남지는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하씨 가문 차고로 신나게 달려갔다.운전면허는 있었지만 예전에 윤씨 가문에서 가끔 윤해진의 차를 몰았던 정도였다.하지만 윤해진은 송남지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외출하는 일이 드물었고 운전할 기회도 거의 없었다.하씨 가문의 차고에 즐비하게 늘어선 슈퍼카들을 보니 송남지는 겁이 덜컥 났다.그녀는 하정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세 번 울리자 그가 받았다.어쨌든 하정훈의 차이니 그의 허락을 받는 게 좋다고 생각했던 것이다.“정훈 씨, 차고에 있는 차, 제가 몰아도 될까요?”“당연히 되지.”하정훈의 대답은 단호했다.송남지는 속으로 웃으며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결국 송남지가 참지 못하고 먼저 말을 꺼냈다.“제가 어디에 차를 쓰려고 하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당황한 듯한 기색이 느껴지더니, 몇 초 뒤에야 하정훈의 대답이 들려왔다.“우리 사모님도 자유가 있는 몸인데 이런 사소한 일까지 일일이 물어보면 너무 구속하는 거 아니겠어?”맞는 말이었다.송남지는 하정훈의 말에 수긍했지만 아직 두 사람 사이가 그리 친밀하지 않아서 혹시 이것도 또 다른 형식적인 표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어쩌면 하정훈은 너무 바빠서 그녀의 이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괜히 귀찮아질 일도 없으니 말이다.이미란은 송남지가 외출하려 하자 허둥지둥 달려와 송남지를 현관 옆 차 키 보관장으로 안내했다.빼곡하게 진열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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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오지훈은 다리를 꼬고 앉아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여자라면 숱하게 만나본 그는 자신들과 같은 금수저에게 진정한 사랑 따윈 없다고 믿었다.대개의 재벌 2세들에게 감정이란 장난에 불과했고 예쁜 여자들은 돈 보고 알아서 꼬리치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그런 세계에서 ‘그럴 자격도 없는 여자’에게 목매는 놈이 나타났으니 오지훈은 그게 영 못마땅했다.‘제기랄, 저놈 때문에 내가 더 바람둥이처럼 보이잖아.’그래서 그는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순애보는 결국 가식으로 끝날 거라고.“이제 보니 여자는 시들하고 일이 더 재밌나 보지?”하정훈은 오지훈을 흘겨봤다.그는 당연히 오지훈에게 진심을 드러낼 생각이 없었다.그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순수한 감정을 이런 속물들에게 엿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그가 매일 정상적으로 출근하는 이유는 송남지에게 괜한 부담감을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는 그들의 관계는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익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사실 하정훈은 자신이 조급해지면 송남지가 오히려 도망치고 싶어 할까 봐 두려웠다.그 모든 것이 얼마나 어렵게 얻은 것인지 알기에, 그는 남지와의 관계를 소중히 가꿔나가고 싶었다.그는 원래 급하게 휘갈겨 쓴 이야기는 감동도 없고 완벽하지도 않다고 믿었다.하정훈은 오지훈의 말에 일일이 대꾸하기 귀찮아 손목시계만 힐끗 보며 말했다.“지민 마중 가야 한다며? 몇 시 비행기인데?”이 말에 정신이 번쩍 든 오지훈은 시계를 보더니 허둥지둥 일어섰다.“망했다, 늦었잖아. 과속해야겠네.”막 일어서려던 오지훈은 뭔가 생각난 듯 먼저 말을 꺼냈다.“진짜 나랑 같이 안 갈래? 곽 변이 이번에 네 일 엄청 도와줬잖아. 밥이라도 한 번 사야 하는 거 아니야?”하정훈은 단칼에 거절했다.“성의 표시는 이미 두둑하게 현찰로 줬어. 더 오버할 필요 없어.”그의 태도는 명확했다. 그는 곽지민을 마중 나갈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오지훈은 한숨을 쉬며 투덜거렸다.“진짜 이해가 안 돼. 다 같은 친구들인데, 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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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오지훈은 수다스럽기로 유명했지만 하정훈은 이 바쁜 와중에도 그가 유경태에게서 빼앗아 온 모델 이야기를 늘어놓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네 눈치는 알아줘야겠어. 나와 경태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도 훤히 꿰뚫고 있다니.”하정훈은 얄팍한 입술을 살짝 비틀며 무심하게 말했다.“서경시에 내가 모르는 일이 있기나 해?”오지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인정. 그런데 전에는 송남지 씨 일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더니 언제부터 나와 경태 일에까지 관심을 갖게 된 거야?”하정훈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오지훈에게 경고했다.“앞으로는 사모님이라고 불러.”오지훈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투덜거렸다.“완전 FM이시네.”볼멘소리를 내뱉은 후, 오지훈은 더 이상 머물지 못하고 황급히 대표 사무실을 빠져나갔다.송남지는 하씨 저택에서 서경시 공항까지 쉼 없이 달려갔지만 퇴근 시간과 겹쳐 차가 몹시 막혔다.결국 예정 시간보다 무려 30분이나 늦게 서경시 공항에 도착했다.해외 입국 터미널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송남지는 허둥지둥 차에서 내려 쏜살같이 입국장으로 향했다.송남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거의 다 도착했을 때 무심코 바닥을 한 번 쳐다보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입국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과 정면으로 부딪치고 말았다.그녀는 황급히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좀 급해서요, 정말 죄송합니다!”고개를 들자 젊고 낯선 얼굴이 송남지의 까만 눈동자에 비쳤다.그녀는 재빨리 상대방의 눈빛에서 어떤 질책이나 불쾌함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다행이다.’송남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제 자리를 떠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그녀와 부딪힌 남자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건넸다.“이런 우연이 다 있네?”송남지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그녀는 상대방이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저 멀리서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만 있을 뿐이었다.송남지는 손가락으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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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곽지민도 눈치 없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송남지가 도저히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송남지와 연락처를 교환한 후, 곽지민은 도착 로비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마침 친구가 마중 와서 나는 이만 가 볼게. 너도 얼른 가봐.”송남지가 시간을 확인해보니 사촌 언니 최보라가 나올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그래서 형식적으로 인사를 건넸다.“그럼 저는 먼저 마중 나가 볼게요. 다음에 기회 되면 같이 식사해요.”곽지민은 흔쾌히 승낙했다.“그래.”대형 스크린에는 도착하는 항공편 정보가 계속해서 바뀌어 나왔다.송남지는 최보라의 비행기가 도착한 지 벌써 30분이나 지났다는 것을 확인했다. 자신이 너무 늦었나 싶어 미안했는데 최보라가 아직도 나오지 않자,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 시작했다.그러다 최보라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것을 보고 나서야 송남지는 안심했다.그녀는 활짝 웃으며 최보라의 손을 잡았다.“언니, 장시간 비행 때문에 힘들었어? 왜 이렇게 뾰로통해?”최보라는 평소에 성격이 둥글둥글한 편이었는데 오늘은 왠지 모르게 예민해 보였다.송남지는 자연스럽게 짐을 받아 들고 팔짱을 낀 채 최보라의 얼굴에 가득한 짜증스러운 표정을 살폈다.최보라는 정신없이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방금 화장실에서 어떤 남자를 만났는데, 겉모습은 멀쩡하게 생겨서는 완전 변태 같은 짓을 하는 거야. 여자 화장실에 따라 들어와서 몰래 사진을 찍는 거 있지. 내가 잡아서 바로 경찰에 신고했더니, 오히려 자기가 억울하다고 변명하더라. 그래도 우리나라 경찰은 일 처리가 빠르잖아. 금방 달려오더라. 할 말 있으면 경찰한테나 하라고 했어!”송남지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어머, 그런 일을 언니가 당하다니? 정말 재수 없네. 내가 언니 마중 나온 김에 액땜 삼아 맛있는 고향 음식 사줄게.”송남지는 최보라에게 바싹 붙어서 한 손으로는 짐을 끌고 다른 한 손으로는 언니의 팔짱을 꼈다.최보라는 송남지의 팔을 잡고 힘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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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최보라는 걸음을 멈추고 송남지를 똑바로 쳐다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남지야, 그런 풍습은 다 새 신부가 행복하고 평안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거야. 너는 이 언니한테도, 이모한테도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존재야. 이렇게 귀한 내 동생이 재혼을 하든 삼혼을 하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우리는 그저 네가 행복하고 편안하게 잘 살기만을 바랄 뿐이야.”최보라의 훈계에 송남지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알았어, 언니.”그러더니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방금 전까지 시무룩했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언니! 그럼, 차라리 언니가 나 따라서 하씨 저택에 가서 저녁 먹는 건 어때? 집에 주방장이 만드는 탕수육이 진짜 끝내주거든!”원래 최보라는 그다지 가고 싶지 않았다. 낯설기도 하고 비록 송남지와 사촌 자매이긴 하지만, 송남지가 시집간 하씨 가문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남지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던 최보라는 잠시 생각하더니 흔쾌히 동의했다.하지만 그녀의 동의에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남지야, 나중에 밥 다 먹고 나서 철없이 나를 네 남편 집에 묵게 하는 일은 없기다.”송남지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왜? 내 사촌 언니가 왔는데 하룻밤 묵게 하는 것도 안될까 봐?”송남지의 억울한 표정을 보자 최보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아이고, 다 널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나는 하씨 가문에서는 그저 외부인일 뿐이잖아. 거기 머물면 그 집 사람들이 불편해할 게 뻔하고 그 불편함은 결국 너한테 돌아갈 거야.”송남지는 입술을 달싹였다. 사실 그녀는 하정훈은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하정훈이 정말 신경 쓰지 않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 일방적으로 하정훈이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뿐, 만약 하정훈이 신경 쓴다면?결국 그녀는 하정훈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송남지는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그럼 저녁에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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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겨우 한 살 많다는 말에 최보라는 안심했다.그녀는 이모가 이모부 일 때문에 너무 조급해져서 남지를 서둘러 시집보낸 줄 알고 걱정했다.‘휴, 이모도 참, 남지도 딱 이모 성격 닮았어. 집안에 아무리 큰일이 생겨도 친척들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 하니...’최보라와 그녀의 어머니도 도움을 주려고 여러 번 노력했지만 이모는 번번이 거절했다.이모는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다.“가족 간에 정도 쓰면 쓸수록 닳는 거니까 함부로 쓰는 게 아니야.”최보라는 그런 이모를 융통성 없다고 생각했지만 최보라의 어머니는 항상 말했다.“사람은 다 자기 방식대로 사는 거야. 이모가 싫다면 억지로 강요하지 마. 그래야 서로 편안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최보라는 궁금해하며 물었다.“나 말고 또 누가 너더러 늙은이한테 시집갔다고 그래?”송남지는 천천히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와 주차 요금을 결제한 후, 공항 고속도로로 향했다.“윤씨 가문 사람들이지.”최보라는 윤씨 가문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았다.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분명히 너를 비웃는 거겠지? 그 사람들 중에 제대로 된 인간은 하나도 없어. 그나마 괜찮았던 윤해진도...”최보라는 자신이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 같아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송남지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무심하게 말했다.“그 집안 사람들은 예외 없이 다 똑같아.”최보라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송남지를 훑어봤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너 예전에는 완전 사랑밖에 모르는 바보였잖아. 윤해진 욕하는 사람은 절대 용납 못 하더니!”송남지는 눈을 내리깔고 미소지었다. 그녀의 눈에는 체념과 냉소가 섞여 있었지만 슬픔은 찾아볼 수 없었다.“언니, 윤해진 안 죽었어. 죽은 사람은 형 윤강현이지. 윤해진은 가짜로 죽은 척한 거야.”최보라는 너무 놀라 말을 잇지 못하고 송남지를 멍하니 바라봤다.그녀는 자신의 사촌 동생이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물며 이렇게 큰일에 대해서라면 더더욱 그럴 리 없었다.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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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이미란은 이 사모님을 진심으로 좋아했다.순수하고 마음씨 착한 게 얼굴에 다 드러났다.평소 성격도 싹싹하고 예의도 바르니 어찌 싫어할 수 있겠는가.“사모님, 언제든 편하게 친척분들을 모시고 하씨 댁에 놀러 오세요. 저희는 언제든 환영입니다. 드시고 싶은 거 있으면 뭐든지 말씀만 하세요.”송남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그럼 잘 부탁드려요!”이미란은 전화를 끊고도 얼굴에 웃음기가 가시지 않았다.마침 하정훈이 퇴근하고 돌아오자 이미란은 얼른 다가가 그의 코트를 받아들었다. 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길래 그렇게 싱글벙글거려요?”이미란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기쁘죠, 어찌 안 기쁘겠어요, 도련님께서 이렇게 좋은 아내를 맞이하셨는데. 아, 그리고 작은 사모님께서 방금 전화하셔서 언니분과 함께 저녁을 드시러 오신다고 하셨어요.”하정훈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그는 송남지가 사촌 언니와 함께 시내 구경을 하고 밖에서 저녁을 먹을 줄 알았다. 그런데 첫 식사를 하씨 저택에서 하다니.하정훈은 좌우를 둘러보며 말했다.“그럼 어서 주방에 연락해서 저녁 준비하라고 해요. 남지 친척분이 처음으로 우리 집에 오는데...”이미란은 도련님이 잔뜩 긴장했다는 것을 눈치챘다.그녀는 웃으며 말했다.“아직 한참 멀었는데요. 사모님 말씀이 막 고속도로에 진입했다고 하시니, 지금부터 준비하면 다 식어버릴 거예요. 제 생각에는 도련님께서 괜한 걱정을 하시는 것 같아요. 하씨 가문 사람들은 일 하나는 제대로 하잖아요!”자신이 조금 오버했다는 것을 깨달은 하정훈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알았어요, 알았어. 더 이상 걱정 안 할게요. 우리 집에는 미란 이모가 계셔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뭐든지 척척 잘 해내시니까.”이미란은 칭찬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그녀는 하씨 가문에서 수십 년 동안 일해왔는데, 오래된 친구들은 그녀가 갈수록 젊어지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어찌 젊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하씨 가문은 월급도 높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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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최보라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뭐? 곽지민을 만났다고? 야, 걔 엄청 유명한 사람이잖아! 곽지민을 어떻게 몰라?”최보라의 놀란 표정을 보니 송남지는 자신이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물을 잊었다는 것을 직감했다.하지만 그때 송남지는 6살, 유치원생이었으니 기억하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정말 기억이 안 나. 하나도 생각나는 게 없어.”최보라는 송남지보다 몇 살 더 많아서 곽지민에 대한 기억이 꽤 또렷했다.다만 어린 시절의 곽지민보다 지금의 곽지민에 대한 인상이 훨씬 강렬했지만 말이다.“로스젤스에서 몇 번 전시 기획을 맡으면서 컬렉션에 열정적인 법조계 거물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 입에서 곽지민 이름이 나오더라. 걔도 꽤 고지식한가 봐. 영어 이름 같은 것도 없더라고. 외국인들이 어눌한 발음으로 ‘곽지민'라고 발음하는데, 겨우 알아들었다니까.”최보라의 말에 송남지는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그 사람, 그렇게 대단해?”최보라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당연하지! 완전 우리나라 자랑이야! 더욱 중요한 것은 인품 또한 훌륭하여 조금의 거드름도 없다는 점이야. 일전에 로스젤스에서 고객 접대할 때 마침 그 사람도 있어서 분위기 좀 띄워달라고 불렀더니 진짜로 오더라!”곽지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최보라의 눈은 칭찬과 감탄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녀는 눈동자를 굴리며 송남지를 응시하며 다시금 물었다.“진짜 곽지민 기억 하나도 안 나?”송남지는 최보라의 웃음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솔직하게 말했다.“정말 기억이 안 나.”최보라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네 첫 키스를 누구한테 줬는지도 기억 안 나?”송남지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내 첫 키스랑 그게 무슨 상관이야?”최보라는 곁눈질하며 계속 웃었다.“여섯 살 때, 이모랑 이모부가 네가 사탕 먹는 걸 못 먹게 하니까 곽지민한테 달려가서 사탕 달라고 징징거렸잖아. 걔가 입에 하나 있다고 하니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뺏어 먹었잖아!”송남지는 아까 공항에서 곽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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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송남지는 최보라가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언니, 무슨 뜻인지 알아. 하지만 이번에는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아내가 되고 싶지 않아. 생각해보니 나 그림도 그릴 줄 알고 꽤 잘 그리잖아. 어디를 가든 굶어 죽지는 않을 거야.”송남지가 이렇게 의욕 넘치는 모습을 보이자 최보라는 너무 기뻐하며 먼저 제안했다.“전에 전시회 준비하면서 알게 된 미술계 사람들이 몇몇 있는데, 내가 네 부탁을 한번 해볼게!”서재에서 일하던 하정훈은 차 엔진 소리가 멎자마자 재빨리 창가로 달려가 차고에 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남지가 돌아왔다!’그는 심지어 자신이 짧은 화상 회의 중이라는 것도 잊고 허둥지둥 아래층으로 내려갈 준비를 했다.하지만 컴퓨터에서 울리는 비서의 알림 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하정훈은 황급히 컴퓨터 앞으로 돌아와 카메라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미안, 와이프가 돌아왔어. 같이 밥 먹어야 해.”비서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일에 소홀한' 하 대표는 처음 봤기 때문이다.예전에는 일에 미쳐 살아서 비서인 그조차도 하 대표의 건강을 걱정할 정도였다.하지만 이제 하 대표의 관심사가 바뀌었으니,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조금은 편해질 수 있었다.송남지가 최보라와 함께 집안 거실에 도착했을 때, 하정훈은 이미 식탁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식탁에는 보기에도 좋고 냄새도 좋고 맛도 훌륭한 음식들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하지만 최보라의 눈에는 진수성찬보다 식탁 옆에 서 있는 하정훈의 훤칠한 외모가 더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하정훈을 십여 초 동안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시선을 돌리며 송남지의 귓가에 대고 몰래 속삭였다.“어린 것이 참 복도 많아.”송남지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식탁에 차려진 음식들이 푸짐하긴 하지만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산해진미는 아닌데, 왜 복이 많다는 걸까?’그러다 최보라가 하정훈을 두고 한 말이라는 것을 깨닫자 송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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