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라는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놀라움, 안타까움, 체념, 그리고 오지훈에 대한 불신까지 수많은 감정이 그녀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감탄하며 말했다.“어쩐지 하정훈이 이모를 따로 불러 얘기 나누더라니. 미리 예방주사를 놓아주려고 그랬던 거네.”말을 마치고, 최보라는 병상 곁에 앉아 송남지의 손을 잡았다.“하정훈이 그렇게 세심한 사람인 줄 몰랐어. 이렇게까지 배려할 줄은. 사실 우린 그 사람이 직접 우릴 마중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송남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정훈 씨는, 늘 정말 좋은 사람이었어요.”비록 때때로 너무 강렬한 기운 때문에 거리감이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그런 거리감이나 서늘함조차, 하정훈 특유의 부드러운 귀공자 같은 이미지를 가릴 수는 없었다.최보라는 창백한 얼굴의 송남지를 보며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내막을 알고 나니, 당연히 그녀를 위로해야 했다.“괜찮아, 아직 젊잖아. 천천히 하면 돼. 지금은 의학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아이 갖는 거 어렵지 않아.”애써 태연한 척하는 최보라의 말투를 들으며 송남지는 걱정 끼치지 않는 웃음을 지었다.“난 괜찮아. 다만 소문이 좀... 이상하게 퍼져서 마음이 좀 그렇네.”최보라는 송남지의 손을 토닥였다.“신경 쓰지 마. 하정훈이 이모 쪽은 이미 다 수습했을 거야. 이 잘못된 소식은 이제 나만 아는 거잖아. 우리 자매끼리 누가 누구한테 스트레스 주겠어?”송남지는 온화하게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어머? 언니가 나한테 스트레스 안 줄 거라고? 그럼 내가 언니한테 스트레스 좀 줘야겠네. 솔직하게 말해봐, 혹시 요즘 연애해?”최보라는 송남지의 손을 놓으며 짐짓 화난 척했다.“너 진짜 못됐다. 나한테 스트레스 준다고? 일부러 연애한다고 떠보는 거 보니 우리 엄마처럼 결혼 재촉하려는 거지?”송남지는 짓궂게 눈을 찡긋했다.“나 결혼 재촉하는 거 아니야. 언니 결혼하면 축의금도 내야 하잖아. 그냥 언니랑 오지훈 씨, 얼마나 발전했는지 궁금해서 그래.”최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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