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쉬쉬하고 있었지만, 성은 그룹이 나서서 기흥과는 더 이상 어떤 협력도 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 기흥에게는 결정적인 치명타가 되었다.차 한 잔을 비운 비서가 눈치껏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대표님, 더 지시하실 일이 없으시면 이만 퇴근해 보겠습니다.”하정훈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이미란이 우려냈던 차는 어느새 차갑게 식어 있었다.차가 식을 정도의 시간, 대략 15분 정도가 흘렀다는 뜻이었다.하정훈은 송남지가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고생했어.”비서가 돌아서려는 찰나, 무언가 생각난 하정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다시 불러세웠다.“참, 온라인 여론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전담팀을 꾸려. 지금은 재스민과 남지에게 우호적인 분위기지만, 조금이라도 통제 범위를 벗어나면 즉시 보고하도록. 특히 윤해진의 범죄 사실이 퍼질 때 송남지의 이름이 엮이지 않도록 언론사에 확실하게 가이드라인 전달해. 윤해진과 송남지는 이제 아무 상관 없는 사이라는 걸 분명히 박아두라고.”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 이미 세부 사항까지 밀착 마크 중이니 안심하십시오.”하정훈은 피곤한 듯 눈가를 주무르며 말을 이었다.“이번 주 일정 중에 비는 시간 확인해서 언론사 관계자들 자리 좀 만들어줘. 내가 직접 식사 대접하지.”비서는 하정훈의 말에 촉을 세웠다. 사실 언론사 사람들을 챙기는 일은 하정훈이 직접 나설 필요까지는 없는 일이었다.그런데도 본인이 참석하겠다는 건 분명 또 다른 계획이 있다는 뜻이었다.“네, 알겠습니다, 대표님.”하정훈은 손을 흔들어 비서를 보내고 2층으로 향했다.서재의 조명은 다소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송남지는 그가 평소 즐겨 앉던 업무용 의자에 앉아 있었다.그 의자엔 묘한 마력이라도 있는 건지 누가 앉아도 표정이 엄격해지곤 했는데, 지금의 송남지 역시 그랬다.그녀는 신중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자신의 생각에 깊이 빠져 하정훈이 들어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아직도 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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