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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면을 쓴 남편: Chapter 321 - Chapter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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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1화

양나정의 갑작스럽고 뜬금없는 행동에 하정훈은 불쾌했지만, 그가 미처 막을 틈도 없이 그녀는 이미 적당한 거리로 물러나 있었다.일방적인 포옹이 끝난 후, 양나정은 차 문을 열고 내리기 직전에 말했다.“정훈 오빠, 오빠 돈 받고 서경에서 꺼져줄 생각 없어. 안심해. 오빠한테 질척거릴 생각도, 그 여자 신경 쓰이게 할 생각도 없으니까. 그냥 내 앞가림은 내가 알아서 잘할게.”차 문이 닫히고 양나정은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하지만 양나정의 그 말 덕분에 하정훈의 걱정은 조금 줄어들었다.그는 양나정이 서경에 있는 것 자체가 싫은 게 아니었다. 그저 그녀가 무슨 짓을 해서 송남지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미리 대비하려던 것뿐이었다.집에 있을 아내를 떠올리자, 하정훈의 얇은 입술이 드물게 위로 휘어졌다.그 사람은 기분이 나쁘면 나쁘다고 말을 해도 될 텐데, 꼭 무슨 일이 있어도 혼자 속으로 꾹꾹 눌러 담는 타입이었다.양나정은 주차장 한쪽 구석에 서서 하정훈의 차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불빛이 있는 곳으로 걸어 나와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녀의 시선은 커튼이 쳐진 구석의 검은색 승합차에 꽂혔다.그녀는 그쪽으로 다가가 차 문을 두드렸다.“거래 하나 하죠?”승합차의 커튼은 쳐져 있었지만 가운데에 살짝 틈이 보였다.한참 동안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보통 사람이었다면 벌써 인내심이 바닥났겠지만 양나정은 서두르지 않았다.“당신들, 여기서 듣보잡 연예인들 파파라치 사진 찍는 거 알아요. 난 매니저도 아니고 그 연예인들이랑 아무 상관없어요. 그냥 돈 좀 쥐여주려고 온 거예요.”그녀의 말이 끝나자 차 문 쪽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뒷좌석 문이 스르륵 열렸다.온몸을 꽁꽁 싸맨 연예부 기자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양나정을 쳐다봤다.“무슨 돈이요?”양나정은 아까 하정훈의 차가 세워져 있던 자리를 가리켰다.“저 자리가 당신들 바로 앞이었는데, 방금 몰래 찍었죠?”기자는 비웃었다.“잘못 짚었네요. 그 차가 누군 줄 알고. 서경 최고 실세 차를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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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하씨 저택의 정원.이미란이 아침 식사를 내오며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저희가 혹시라도 사모님을 깨울까 봐, 나가시기 전에 몇 번이나 신신당부하셨어요. 절대 올라가지 말라고요.”송남지는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는 조금 민망해졌다. 벌써 11시였다.이 늦은 시간에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이 어쩐지 면목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미안해요, 제가 너무 늦잠을 잤나 봐요...”가을에 접어들면서 무더위가 한풀 꺾이자 송남지는 요즘 들어 잠이 더 잘 오는 것 같다고 느꼈다. 거의 잠귀신이 붙은 수준이었다.이미란은 인자하게 웃었다.“사모님, 저희한테 죄송할 게 뭐 있어요. 그리고 사모님이 푹 주무시면 도련님도 좋아하세요.”하정훈 이야기가 나오자 송남지는 우유 한 잔을 들며 물었다.“정훈 씨는 일찍 나갔나요?”그렇게 물은 이유는 만약 하정훈이 늦게 나갔다면 분명 침대에서 끈적하게 달라붙어 괴롭혔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이미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동이 트자마자 회사로 가셨어요. 중요한 해외 화상 회의를 주재하셔야 한다고요.”송남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심코 테이블 옆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그가 없으니 오히려 마음이 평온하고 자유로웠다. 식사 중에 휴대폰을 만질 여유까지 생겼으니 말이다.옆에 있던 이미란도 그런 그녀의 속을 알아챘는지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사실 도련님과 함께 계실 때 너무 격식 차리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냥 편하게 사모님답게 행동하세요. 저희 도련님은... 굉장히 너그러운 분이시랍니다.”송남지도 하정훈이 너그럽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지만, 가끔 그의 곁에 있으면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너무 강하게 느껴졌다.그래서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휴대폰에 새로운 메시지 알림이 떴다.송남지가 눌러보니 최보라가 보낸 연예계 가십 기사였다.그녀는 원래 스캔들 기사에는 관심이 없어서 그냥 닫으려고 했지만 제목에 선명히 박힌 ‘서경 하씨 가문 도련님’이라는 글귀가 그녀의 시선을 붙들었다.‘하정훈과 관련된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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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양나정이 서경에 왔다고? 오늘이 온 첫날인가? 그런데 첫날부터 클럽에서 만났다고?’머릿속에 떠오르는 온갖 생각에 송남지는 혼란스럽고 우울해졌다.최보라는 여전히 수다를 떨고 있었다.[우리 회사 근처에 갤러리가 하나 생겼는데 규모가 거의 박물관 급이래. 요즘 부자들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이런 금싸라기 땅에서 뭘 해도 돈을 벌 텐데, 굳이 갤러리를 차리다니...]최보라는 사진 한 장을 함께 보내왔다.서경 시내 중심가에 막 인테리어를 마친 갤러리가 유독 눈에 띄었다.송남지는 최보라가 보낸 사진을 내려다보았다. 갤러리에는 ‘재스민’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걸려 있었다.‘재스민?’그 간판을 본 순간, 송남지는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로 달려갔다.이미란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불렀다. “어머, 벌써 다 드셨어요? 사모님, 천천히 가세요, 넘어지시겠어요!”침실. 송남지는 금고를 열었다.그녀의 유화 두 점 외에 금고 안에는 두 부의 계약서가 조용히 놓여 있었다. 그녀는 황급히 계약서 한 부를 펼쳤고 그곳에 선명하게 적힌 갤러리 이름 ‘재스민’을 보았다.마침, 그녀가 계속 읽씹을 하자 참다못한 최보라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송남지, 너 요즘 왜 이렇게 시크해? 아침부터 메시지를 보냈는데 하나도 답이 없고? 내가 네 따까리야!”송남지는 최보라와 농담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재스민, 그 갤러리, 지금 내 소유인 거 같아.”전화기 너머로 최보라의 요란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이제 점심시간인데, 너 아직 잠 덜 깼니? 무슨 잠꼬대야? 거기 사려면 돈이 얼마나 드는 줄 알아? 네 거라니, 무슨 근거로 네 거래? 정신 차려!”송남지는 깊은숨을 내쉬었다.“아니, 맞아. 재스민은 지금 내 명의로 되어 있어.”그녀는 이마를 짚었다. 머리가 아파왔다. 어젯밤에 술에 너무 취해서 이 계약서에 서명한 것이 틀림없었다.계약은 서명과 동시에 효력이 발생했다.그래서 이제 재스민은 확실히 그녀의 명의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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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최보라는 송남지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몰라 그저 한숨을 내쉬며 양나정 그 이름 석 자를 곱씹을 뿐이었다.그러다 갑자기 눈을 번뜩이며 경악했다. “오늘 나랑 미팅하기로 한 사람이 양나정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무슨 미팅?”송남지가 의아한 듯 물었다.“우리 회사에서 funAI전시를 맡았는데 아까 그쪽 담당자를 확인해 보니까 이름이 양나정이었어.”송남지는 미간을 찌푸린 채 몇 초간 생각에 잠겼다. funAI는 오지훈의 회사였다.양나정이 서경에 오자마자 오지훈의 회사에서 일할 수 있다는 건 필시 오지훈이 하정훈의 얼굴을 보아 베푼 호의일 것이다.정신을 차린 송남지가 최보라에게 주의를 주었다.“언니,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함부로 행동하지 마.”그녀는 최보라를 너무나 잘 알았다.미리 말해두지 않으면 최보라는 분명 양나정의 면전에 대고 왜 하정훈과 지저분하게 엮이냐고 따져 물을 터였다.속마음을 들킨 최보라는 기분 나쁜 티를 내며 양나정을 비꼬았다.“흥, 그 여자가 먼저 공과 사를 구별 못 한 거지. 공과 사를 구별했으면 오늘 나와 미팅할 사람이 걔일 리가 없잖아. 하정훈이 꽂아준 거 아냐?”최보라는 그렇게 추측했다.송남지는 할 말을 잃었다. 방금 마신 우유가 가슴에 얹힌 듯 답답했다.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그녀는 다시 한번 최보라에게 경고했다.“언니, 그 여자가 어떻게 그 자리에 들어갔든 상관없이 그 앞에서 절대 이 얘기 꺼내지 마. 언니는 그냥 업무 얘기만 잘 끝내.”최보라는 노골적으로 불쾌한 기색을 보이며 투덜거렸다.“그럼 하정훈의 행동은 그냥 눈감아줄 거야?”누가 보아도 이것은 아련한 첫사랑과의 재회극이었다.첫사랑이 서경에 오자마자 하정훈은 스캔들 사진이 찍히고 일자리까지 알아봐 줬으니 이건 선을 넘어도 너무 넘은 짓이었다.송남지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이내 결심한 듯 말했다. “눈감아주든 아니든 우리 둘이 나서서 날뛰어 봤자 일만 더 커질 뿐이야.”전화를 끊은 뒤 송남지는 서재로 향했다.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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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그래서 대중의 호기심이 아무리 지대하고 하씨 가문의 스캔들이 막대한 수익을 보장한다 해도 연예부 기자들은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엔 왜 이렇게 타이밍이 기가 막히지? 다른 때도 아니고 하필 나와 양나정이 함께 있는 순간을 포착하다니.’비서는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돌아와 하정훈에게 보고했다.“대표님, 오렌지 엔터 쪽은 말이 잘 통했습니다. 제가 전화 한 통 하니 바로 사진과 기사를 내리겠다고 하더군요.”스캔들이 빠르게 처리되었다는 소식에도 하정훈의 미간은 펴지지 않았다.그는 여전히 모든 것이 수상했다.하정훈이 고개를 들어 비서를 보았다.“그 기자들은 거머리 같은 놈들이야. 무슨 일이든 일단 발뺌부터 하고 스캔들로 뽑아 먹을 거 다 뽑아 먹을 때까지 최대한 시간 끄는 게 걔들 방식이지. 그런데 이번엔 왜 이렇게 쉽게 물러났을까?”비서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그야 당연히 하씨 가문의 힘을 두려워해서겠죠!”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렸다가 이내 굳었던 표정을 풀며 차갑게 웃었다.“그들이 정말 우리를 그렇게 두려워했다면 애초에 시작도 안 했겠지. 내 생각엔 네가 연락하기 전에 이미 챙길 건 다 챙긴 것 같은데.”비서는 하정훈의 말뜻을 즉시 알아차렸다.“그럼 누군가 뒤에서 이 일을 조종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면 우선 이 스캔들의 수혜자와 피해자부터 분석을...”비서가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으려 하자 하정훈이 손을 틀어막았다.“분석할 필요 없어.”그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하정훈은 의자에 걸어둔 재킷을 집어 들고 단추를 잠그며 대표실 문을 나섰다.비서가 황급히 뒤를 따르며 소리쳤다.“대표님, 오후에 중요한 만찬이 있으십니다!”하정훈은 손을 내저으며 차갑게 거절했다.“오후 스케줄 전부 조정해. 오늘 오후는 시간 비워둬야겠어.”그는 이 스캔들의 수혜자가 누군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피해자가 누군지는 확실히 알았다.가짜 아내와의 스캔들로 상처받을 사람은 진짜 아내뿐이었다.하정훈이 하씨 가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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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송남지는 이젤 위에 놓인, 방금 완성한 유화를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온몸이 알록달록한 물감으로 뒤덮인 것도, 어느새 서재로 들어온 하정훈의 존재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그는 쟁반을 든 채 옆에 서서, 송남지가 하루 종일 공들여 완성한 작품을 한번 보고는 안쓰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하씨 가문 기사에게 주는 그림이라고 해서 대충 그리지 않고 진심을 다해 온종일 정성을 쏟았다.그녀의 얼굴에 묻은 물감 자국을 본 하정훈은 입을 열어 조용히 말했다.“정말 잘 그렸네.”아이에게 주는 유화였기에 색채가 선명하고 스타일에도 동심이 묻어났다.그녀의 모든 작품은 하정훈으로 하여금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물론, 눈앞의 이 작품도 포함해서였다.송남지는 깜짝 놀라 돌아섰다. 하정훈을 본 그녀의 첫 반응은 조금 멍한 것이었다.“바쁘다고 하지 않았어요?”하정훈이 눈썹을 살짝 올리며 나지막이 웃었다.“지금 몇 시인지 한번 볼래? 아무리 바빠도 일은 다 끝났어.”그녀는 뒤늦게 고개를 들어 서재의 시계를 보았다. 어느새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그림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송남지는 시간이 흐르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하루 종일 거의 먹지 않았음에도 중간에 배고픔을 느끼지 못했다.하정훈이 손에 든 접시를 내려놓았다.“주방에서 저녁 준비 중이니까, 우선 이걸로 배 좀 채우고 있어.”음식 냄새를 맡자 송남지는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체면도 차리지 않고 작은 케이크를 집어 들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그녀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하정훈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에 소훈이가 그러는데, 미대 다닐 때 네 별명이 독종이었다면서? 난 안 믿었는데, 지금 보니 정말 그렇네.”송남지는 디저트 한 조각을 다 삼키고 나서야 고개를 들어 하정훈을 보았다. 그녀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대단한 선배도 내 별명을 알고 있었네요?”송남지의 마음속에 임소훈같은 인물은 이미 국내 미술계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사람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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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그녀는 하정훈에게 자신의 고집스럽고 융통성 없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송남지는 마치 자신의 단점을 조심스럽게 감추려는 아이처럼 손에 든 디저트를 내려놓고는 자신감 없는 눈으로 하정훈을 바라보았다.“이제는 예전처럼, 모든 일에 그렇게 미련하게 매달리지 않아요.”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정훈의 손바닥이 다가왔다.그의 따뜻한 손이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예전의 네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좋았어. 숨길 필요도, 바꿀 필요도 없어.”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이것만 알아둬. 적어도 하씨 가문에서, 적어도 내 앞에서는 가장 너다운 모습으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송남지는 얼떨떨할 정도로 감격했다.하정훈이 그녀에게 이런 비슷한 말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고 그의 앞에서 심장의 박자가 흐트러지는 것도 처음이 아니었다.하지만 오늘은 좀 달랐다. 저녁노을의 기울어진 햇살이 문득 반사되어 그의 옆얼굴에 엷은 홍조를 드리우는 찰나, 송남지는 그가... 눈부시게 멋있다고 생각했다.석양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자 어스름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송남지는 문득 최보라가 보내준 스캔들 기사를 떠올렸다. 기사 속의 흐릿한 사진이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서 슬라이드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그녀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하정훈 역시 그 이유를 짐작한 듯했다.그가 먼저 나서서 설명했다.“어젯밤은 서정우 환영회였어. 양나정도 마침 와 있었고, 나는...”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송남지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알아요. 이해해요. 양나정 씨는 하슬기 씨랑 친한 친구이니 서정우 씨 환영회에 참석하는 것도 당연하죠. 당신이랑... 예전에 알던 사이니, 엮이는 일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고요.”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눈앞의 어른스럽고 순순한 송남지를 보자니, 마음속이 뭐라 표현할 수 없이 복잡했다.어쨌든 기분은 좋지 않았다.송남지는 손에 든 디저트를 내려놓았다.“저녁 식사 곧 준비될 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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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송남지가 먼저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오늘 오전에 최보라가 공유해 준 스캔들 기사를 봤을 때, 사실 그녀는 적잖이 혼란스러웠다.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또 어떻게 그를 마주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하지만 서재에서 하루 종일 그림에 매달려 작품 하나를 완성하고 나니 오히려 머릿속이 명확하게 정리되는 기분이었다.그녀는 하씨 가문의 안주인이라는 위치에서 상당한 이득을 얻었다.아버지의 일은 하씨 가문이 말 한마디로 해결해 주었고 마음속으로만 애타게 바라왔던,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했던 소원 역시 손 한번 까딱해 이루어 주었다.사실 송남지의 평생소원이라면 나만의 갤러리를 갖는 것이었지만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을 뿐이었다.이미 이만큼이나 많은 것을 누리고 있으니 손에 닿지 않는 것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었다. 분수를 알고 영리하게 굴면, 인생은 더 편해지는 법이다.하정훈이 굳은 얼굴로 식탁에 앉았다.이미란은 멀찍이서도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도련님은 사모님께서 식사는 하셨을지 내심 챙기셨으면서 막상 식탁에 마주 앉으니 표정이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이제 막 밤이 내린 서경의 하늘보다도 더 어두운 낯이었다.가정부들이 음식을 내어오는 동안, 송남지와 하정훈은 그저 말없이 마주 앉아 있었으나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음식이 모두 차려지고 나서도 하정훈은 움직일 기미가 없었다.오히려 침묵을 깬 것은 송남지였다. 그녀는 수저를 들며 나지막이 말했다.“식사해요. 식으면 맛없으니까.”그 말을 듣고서야 하정훈은 수저를 들었지만 그의 미간은 시종일관 굳게 찌푸려져 있었다.송남지는 눈앞의 음식에만 집중했다.하루 종일 굶었더니 정말로 배가 고팠다.하지만 그저 먹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지는 않았다.그녀는 잠시 속으로 생각을 고른 뒤 입을 열었다.“정훈 씨, 어젯밤엔 제가 술을 좀 마셔서 그 계약서 두 개에 사인할 때 제정신이 아니었어요.”하정훈은 그녀가 거절하려는 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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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그녀는 눈을 들어 의아한 듯 하정훈을 쳐다봤다.“그건 좀... 괜히 이름나서 좋을 거 없잖아요.”스스로를 지킬 힘을 갖추기 전까지는 조금도 세간의 주목을 받고 싶지 않았다.하정훈의 고지식한 면이 드러났다. “네 돈으로 하는 일인데, 네 이름을 거는 게 당연하지.”송남지는 하정훈이 늘 융통성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너무 고집스럽게 느껴졌다.그녀는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그럼 재스민은 어때요?”재스민이라는 이름에 하정훈은 흔쾌히 동의했다.그는 이미 예전에 알아본 적이 있었다. 재스민은 송남지가 미대 시절, 그림 아르바이트를 할 때 쓰던 예명이었다.재스민 얘기가 나오자 송남지는 문득 눈썹을 올리며 물었다.“정훈 씨, 혹시 갤러리 이름도... 당신이 지었어요?”새우를 까던 하정훈의 손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어깨를 으쓱하며 되물었다.“응, 왜?”송남지의 미간에 옅은 의심이 피어올랐다.‘어쩜 이렇게 절묘한 우연이 다 있을까?’그녀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사실 제가 예전에 쓰던 예명이 재스민이었어요. 나중엔 좀 유치한 것 같아서 안 썼는데, 갤러리 이름이 재스민이라니 정말 놀랐어요.”그녀가 재스민이라는 이름을 썼다는 건 하정훈이 누구보다 잘 아는 사실이었다.하지만 그는 모르는 척 얇은 입술을 올려 희미하게 웃었다.“아, 그래? 정말 우연이네. 그래도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다.”그는 송남지 앞에서 과거에 스토커처럼 그녀의 모든 것을 파헤쳤다는 사실을 차마 인정할 수 없었다.하정훈은 아무렇지 않은 척 깐 새우를 송남지의 그릇에 넣어주며 태연하게 말했다.“재스민, 듣기 좋잖아. 전혀 유치하지 않고, 난 아주 마음에 들어.”이름은 곧 그 사람의 취향이었다.송남지는 자신의 취향이 별로라고 생각해왔지만 하정훈의 인정을 받자 그런 의심이 눈 녹듯 사라졌다.요즘 들어 통통해진 뺨에 미소가 번졌다.그녀는 하정훈이 그릇에 놓아준 새우를 집어 막 입으로 가져가려다 미간을 찌푸렸다.비렸다.하정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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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송남지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그녀의 얼굴에 잠시 망설임이 스치더니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저 다 먹었어요.”냅킨을 내려놓은 그녀는 쏜살같이 몸을 돌려 나선형 계단으로 향했다.허둥지둥 도망치는 송남지의 뒷모습을 보며 이미란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도련님, 왜 그 얘기를 꺼내니 사모님께서 저렇게 기겁을 하실까요?”하정훈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는 이미란에게 주의를 주었다.“앞으로는 남지 앞에서 그런 얘기 꺼내지 마세요.”과거의 헛소문들이 아직 그녀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하정훈도 더는 식사를 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는 수저를 내려놓고 손을 닦은 뒤, 그녀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송남지는 침실 발코니에서 태블릿으로 무언가 자료를 찾고 있었다.하정훈이 발코니 문을 열며 물었다.“왜 서재 컴퓨터 안 쓰고?”그는 그녀가 발코니에서 일하는 게 불편할까 봐 걱정됐다.송남지는 태블릿을 덮었다. 그녀는 젊은 화가들의 작품을 찾아보는 중이었다. 갤러리가 자신의 명의가 된 이상, 이제 갤러리의 미래를 고민해야 했다.송남지의 무의식 속에서 서재 컴퓨터는 하정훈의 개인 물건이었다. 그녀가 설명했다.“당신은 아주 중요한 내용들을 다루잖아요.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서요. 조심하는 게 좋죠.”송남지는 성은 그룹의 사업 기밀에 엮이고 싶지 않았다.그래야 자신도 마음이 편하고 나중에 혹시라도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하정훈도 곤란해지지 않을 테니까.송남지의 대답을 듣는 순간, 하정훈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그의 얼굴에 서서히 냉기가 어렸다.지금 하정훈의 눈에 비친 송남지의 표정에는 한 줄기 차가운 거리감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그의 앞에서 늘 이런 식이었다. 마치 아무리 녹이려 해도 녹지 않는 얼음처럼, 햇살 아래에서는 따뜻해 보이지만 막상 다가가면 여전히 서늘한 냉기가 느껴졌다.그녀는 그를 단 한 번도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하정훈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나직이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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