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남지는 순간 입이 떡 벌어졌고 제 귀를 의심했다. “어머니,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제가 잘 못 들어서요.”최미경은 방금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해 주었다.송남지는 경악한 얼굴이었다.“하정훈이요? 그 사람이 아이를 못 가진다는 말씀이세요? 어머니, 그런 말 함부로 하시면 안 돼요.”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입에 올리면 안 되는 것들이 많았다.특히 건강 문제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랬다.만약 이 얘기가 최미경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라도 하면, 분명 큰 화를 입게 될 터였다.최미경이 난처한 듯 말했다.“남지야, 이건 정훈이가 방금 직접 나한테 털어놓은 얘기야. 내 귀로 똑똑히 들었으니 잘못 알 리가 없잖니. 네가 놀란 건 알지만 그저 네가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해서 말해주는 거야.”송남지의 마음이 그제야 차분히 가라앉았다.문득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하정훈은 결점 하나 없는 완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곧장 빈틈 하나가 발견된 것이다. 하지만 송남지에게 이것은 단점이 아니었다. 오히려 하늘이 내린 장점이었다.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짐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기분이었다.지금 송남지의 얼굴에 번진 미소는 아까처럼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만든 거짓 웃음이 아니었다.이를 지켜보는 최미경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더 컸다.“정훈이 그 애가 아이는 못 갖는다는 게 차라리 엄마는 마음이 놓이는구나. 남지야, 솔직히 네가 하씨 가문에 시집가 있는 동안 엄마는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어. 네가 아이를 못 가져서 시댁에서 고생할까 봐. 그런데 정훈이가 그렇게 말해주니 이제야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구나.”최미경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세간에 정훈이 몸에 무슨 병이 있다는 소문이 돌아서 걱정했는데, 알고 보니 그 병이 우리한테는 희소식이었네. 남지야, 너도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요즘 세상에 아이 없이 사는 부부도 많아. 오히려 둘이서 오붓하게 속 편히 살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