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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면을 쓴 남편: Chapter 341 - Chapter 350

390 Chapters

제341화

최보라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송남지의 귓가에 바싹 붙어 속삭였다. “당연히 피임했지. 너 오지훈 침대 서랍 열어보면 기절할걸? 콘돔이 백 개는 족히 있더라.”송남지는 어이가 없어 혀를 내둘렀다.오지훈이 바람둥이라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좀 심했다.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게 많다는 건 그만큼 피임을 철저히 한다는 뜻이 아니겠는가.하지만 송남지는 다른 문제가 마음에 걸렸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최보라를 일깨웠다.“언니, 마침 병원 왔으니까 온 김에 검사 한번 받아 봐.”최보라는 바로 송남지의 뜻을 알아차렸다.오지훈은 난잡한 여자관계로 악명이 자자했으니 늘 위험한 불장난을 치는데 무사할 리가 없었다.만약 오지훈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겼다면 그 불똥은 고스란히 최보라에게 튀는 셈이었다.최보라의 눈이 반짝 빛났다.“네가 말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어! 당장 검사받아야지. 하룻밤 불장난에 병까지 얻으면 얼마나 억울해!”하정훈이 최미경을 데리고 병실에 들어섰지만 최보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처형은?”“마침 병원 온 김에 겸사겸사 검진받으러 갔어요.”하정훈은 잠시 미간을 찌푸리더니 휴대폰을 꺼내 유경태에게 전화를 걸었다.“내 처형이 건강검진 받는다는데, 바로 준비해 줘.”최미경은 황송한 듯 말했다.“정훈아, 이런 일까지 신경 쓰게 해서 정말 미안하구나.”남지 일에 발 벗고 나서는 거야 당연하다 쳐도 처가 일까지 제 일처럼 챙겨줄 줄은 최미경도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전화를 끊은 하정훈이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전화 한 통이면 되는 일인데 뭐가 미안하세요?”하정훈이 최미경을 어머니라 부르는 걸 들으니 송남지는 문득 지난 일이 떠올랐다.윤해진과 막 결혼했던 그해, 윤해진은 송지환과 최미경을 볼 때마다 아버지, 어머니라고 부르지도 못하고 그저 멋쩍게 웃기만 했다.송지환과 최미경도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들이라 그럴 때마다 분위기가 어색해지기 일쑤였다.보다 못한 송남지가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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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송남지는 순간 입이 떡 벌어졌고 제 귀를 의심했다. “어머니,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제가 잘 못 들어서요.”최미경은 방금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해 주었다.송남지는 경악한 얼굴이었다.“하정훈이요? 그 사람이 아이를 못 가진다는 말씀이세요? 어머니, 그런 말 함부로 하시면 안 돼요.”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입에 올리면 안 되는 것들이 많았다.특히 건강 문제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랬다.만약 이 얘기가 최미경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라도 하면, 분명 큰 화를 입게 될 터였다.최미경이 난처한 듯 말했다.“남지야, 이건 정훈이가 방금 직접 나한테 털어놓은 얘기야. 내 귀로 똑똑히 들었으니 잘못 알 리가 없잖니. 네가 놀란 건 알지만 그저 네가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해서 말해주는 거야.”송남지의 마음이 그제야 차분히 가라앉았다.문득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하정훈은 결점 하나 없는 완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곧장 빈틈 하나가 발견된 것이다. 하지만 송남지에게 이것은 단점이 아니었다. 오히려 하늘이 내린 장점이었다.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짐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기분이었다.지금 송남지의 얼굴에 번진 미소는 아까처럼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만든 거짓 웃음이 아니었다.이를 지켜보는 최미경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더 컸다.“정훈이 그 애가 아이는 못 갖는다는 게 차라리 엄마는 마음이 놓이는구나. 남지야, 솔직히 네가 하씨 가문에 시집가 있는 동안 엄마는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어. 네가 아이를 못 가져서 시댁에서 고생할까 봐. 그런데 정훈이가 그렇게 말해주니 이제야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구나.”최미경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세간에 정훈이 몸에 무슨 병이 있다는 소문이 돌아서 걱정했는데, 알고 보니 그 병이 우리한테는 희소식이었네. 남지야, 너도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요즘 세상에 아이 없이 사는 부부도 많아. 오히려 둘이서 오붓하게 속 편히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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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오지훈의 빛보다 빠른 답장에 유경태는 내심 경악했다.자칭 ‘선수’라 자부하며 상대를 안달나게 하는 ‘밀당’을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리던 그답지 않은 모습이었다.오늘따라 유독 한가한 건지, 아예 휴대폰에 코라도 박고 대기 중인 모양이었다.[최보라 씨 어디 아프대?]유경태는 사실대로 말했다.[성병 관련 검사받으러 왔어. 몸에서 아직 술 냄새가 폴폴 풍기는 거 보니, 어젯밤에 진하게 마시고 통제 불가능한 사고라도 친 모양이야.]순간 오지훈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했고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최보라, 이게 무슨 뜻이야? 오전에 내 침대에서 나가더니 오후도 안 돼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는다고? 내가 무슨 병이라도 옮기는 사람처럼 보이나?’유경태는 심심했는지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저분 완전 미인인데, 어젯밤 어떤 개자식인진 몰라도 아주 땡잡았구먼.]오지훈은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액정을 쏘아보았다.[나 같은 남자랑 자는 게 그렇게 손해 보는 장사야?]유경태는 몇 초간 화면을 멍하니 보다가 문득 그 말의 섬뜩한 의미를 깨달았다.그는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최보라를 힐끔거린 뒤 다시 제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렸다.[네가 그 개자식이었냐?]오지훈이 즉각 받아쳤다.[네가 개자식이다.]메시지가 도착함과 동시에 유경태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오지훈은 이런 식의 소통이 답답했는지 직접 전화를 건 것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꽂혔다.“최보라더러 거기 꼼짝 말고 있으라고 해. 나 때문에 검사받는 거라니 내가 가서 전부 처리해 줘야 하지 않겠어?”최보라 역시 유경태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그를 보며 말했다.“유 선생님, 중요한 전화신가 봐요? 저는 나가서 기다려도 괜찮은데.”유경태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오지훈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경태야, 최보라 좀 바꿔봐. 내 입으로 직접 할 말이 있으니까.”유경태는 멋쩍게 휴대폰을 최보라에게 건네며 말했다.“이 전화, 아무래도 최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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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오지훈은 최보라를 찾아낼 생각에만 빠져 하정훈과 송남지가 병원에 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그는 양나정을 차에 태운 채 그대로 출발했다.아차 싶었을 땐 이미 출발한 뒤라, 이제 와서 내리라고 하기엔 상황이 애매했다.회사에서 병원은 멀지 않아 십여 분 만에 도착했다.오지훈은 차에서 내리기 전 한마디 툭 내던졌다.“차에서 기다리고 있어.”오늘 양나정은 포멀한 느낌의 검은색 스커트 정장 차림이었다.스타킹을 신은 다리는 길게 뻗어 있었고 얼굴에는 단정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그녀는 미소 띤 얼굴로 차에서 내리는 오지훈을 보며 말했다.“네, 대표님. 차에서 업무 보면서 기다릴게요.”하지만 오지훈은 이미 다른 생각에 빠져 황급히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한편, 최보라는 검사 결과지를 받아들었다. 다행히 별문제는 없었고 일주일 뒤에 다시 와서 검사받기로 예약했다.마침 최미경도 이야기를 다 마친 참이었다.최보라는 최미경과 함께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그녀는 한눈에 자신의 차를 발견했는데, 그 옆에 왠지 모르게 눈에 익은 차 한 대가 서 있었다.최보라는 자기도 모르게 그 차를 몇 번이고 쳐다봤다.이상하게 저 차가 눈에 익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었다.그녀가 차 문을 열려던 찰나, 바로 그 익숙한 차에서 아름다운 실루엣 하나가 내렸다.그리고 그 실루엣은 차보다도 훨씬 더 익숙했다.양나정은 눈을 살짝 접어 웃으며 최보라에게 살갑게 인사했다.“최보라 씨, 여기서 뵙다니 정말 우연이네요.”최보라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양나정 씨?”두 사람은 어젯밤 회식 자리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다만 양나정이 도착했을 때 최보라는 이미 거나하게 취해 오지훈의 차에 올라타기 직전이었기에, 딱히 교류는 없었다.최보라가 그녀를 기억해 낸 건 순전히 그 스캔들 사진을 봤기 때문이었다.최미경은 차 옆에 서 있는 여자를 보고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자기 딸 남지와 너무나도 닮아 있었는데 잠시 넋을 잃을 정도였다.옷차림이나 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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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최미경 같은 사람이 보기에 선망의 대상인 직장이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태도였다.최미경 또한 산전수전을 겪으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왔다.상대방의 이런 태도와 말투는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의도적인 것이었다.FunAI의 홍보팀장이라면 사회성이 낮을 리가 없으니 이건 명백히 의도된 행동이었다.최미경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싸늘하게 얼어붙더니 최보라를 쳐다봤다.어쨌든 이 사람은 최보라의 친구였으니까.최보라는 비웃음이 섞인 미소로 양나정을 쳐다보았다.이쪽에서 웃는 얼굴로 대해주었지만, 상대가 이 호의를 무시하고 나온 이상 최보라도 더는 봐줄 생각이 없었다.“양나정 씨, 말하는 거 들어보면 꼭 Fun AI가 그쪽한테 와달라고 애원이라도 한 것 같네요. 그런데 소문엔 낙하산이라던데요?”양나정의 얼굴에 순간 당혹감과 감추지 못한 분노가 스쳐 지나갔다.정곡을 찔렸지만 그녀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최보라를 흘겨보았다. 그러고는 미소를 유지하며 말했다.“정훈이랑 친구인데 지훈이랑도 당연히 친구죠. 이렇게 가까운 사이에 낙하산이라니 단어 선택이 너무 저렴한 거 아니에요? ”최미경의 마음이 긴장으로 졸아들었다.‘눈앞의 내 딸과 꼭 닮은 여자가 하정훈과도 아는 사이였단 말인가? 남지가 하씨 가문에 시집간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았으니 저 여자는 분명 하정훈이 아주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이겠지.’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최미경은 불길한 상상을 떨칠 수가 없었다.양나정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자 영리하게 화제를 돌렸다.그녀는 엘리베이터를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오 대표님이 여친 만나러 가신다더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시나 봐요. 전화도 안 받으시고. 제가 가서 모셔와야겠네요.”‘여자친구?’최보라의 눈썹이 꿈틀했다.‘오지훈, 그 자식한테 여친이 있었어? 그럼 어젯밤은 뭐였지? 서로 쿨하게 즐기고 뒤끝 없는, 누구도 손해 볼 것 없는 하룻밤인 줄 알았는데, 만약 오지훈에게 여자친구가 있었다면 그럼 나는 뭐가 되는 거지? 상간녀? 오지훈 이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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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양나정과 하정훈 사이에 별일이야 있겠어?’최보라는 속으로 그렇게 되뇌었지만, 최미경의 물음에 선뜻 확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자칫 단정 지어 말했다가 나중에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는 경계심이 일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녀의 갑작스러운 침묵을 최미경이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그녀는 무언가 깨달은 듯 더는 추궁하지 않았다.VIP 병동. 유경태의 사무실에 도착한 오지훈은 최보라를 찾지 못했다.그는 여전히 화가 가라앉지 않은 얼굴로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어딨어?”유경태가 어깨를 으쓱했다.“검사 결과 받자마자 가던데. 아마 너랑 마주치기 싫었나 보지.”유경태는 킥킥 웃으며 덧붙였다.“너랑 자고 일어나자마자 검사받으러 온 걸 보면 너에 대한 인상이 최악이었던 게 틀림없어. 이야, 우리 희대의 카사노바가 까이는 날이 오다니, 역사적인데?”오지훈이 유경태를 쏘아봤다.“네 주둥아리는 의사하기엔 딱이다. 팩트 폭력만 해대니까.”최보라를 놓쳤으니 오지훈은 타겟을 바꿨다.“정훈이는? 온 김에 얼굴이나 보고 가야지.”유경태는 송남지의 병실을 알려준 뒤 충고했다.“야, 지금 이 마당에 굳이 가야겠냐?”“이왕 온 거.”오지훈은 한마디를 던지고는 하정훈이 있는 병실로 향했다.하지만 병실에 채 도착하기도 전에, 그는 눈앞의 익숙한 그림자에 걸음을 멈췄다.“양나정?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을 텐데?”VIP 병동에 갑자기 나타난 양나정을 보며 오지훈은 경계심을 드러냈다.양나정은 오지훈을 보자 구세주라도 만난 듯 얼굴이 환해졌다.“오 대표님! 저 화장실 찾고 있었어요.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큰일 날 뻔했네요.”예쁜 얼굴로 이런 티 나는 거짓말을 하니 대놓고 면박 주기도 뭐 했다.‘주차장에도 화장실이 널린 이 병원에서, 하필 하정훈이 있는 VIP층까지 와서 화장실을 찾는다고?’오지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이 막 지나온 곳을 가리켰다.“저쪽이 유 선생 사무실인데, 거기로 가.”송남지의 병실 바로 앞이었기에, 오지훈은 어떻게든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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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오지훈은 눈썹을 까딱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웃기시네. 세상에 이딴 우연은 없어.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스토커처럼 쫓아다니는 거겠지.’ 누가 스토커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오지훈이 양나정의 팔을 잡아끌며 엘리베이터로 향했다.“가자, 늦겠어.”하지만 양나정은 돌부처처럼 그 자리에 버티고 서서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렸다.“대표님, 저 화장실도 못 가요? 너무하시네, 이러다 피도 눈물도 없는 악덕 자본가라고 소문낼 거예요!”연약함을 무기로 애교를 부리는 것은 양나정의 필살기였다.오지훈은 이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결국 그는 그녀의 팔을 놓아주었다.“그럼 화장실이나 찾아봐. 난 하 대표랑 할 얘기가 있으니.”일단 자기 누명부터 벗고 나면 양나정이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었다.마침 하정훈이 통화를 끝내자 오지훈이 바로 다가갔다.상대의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일 때문에 데리고 다닌다는 게 결국 나를 찾아 여기까지 온 거야?”날카로운 눈썹이 치켜 올라가자 그 기세에 오지훈은 자기가 잘못한 게 없어도 일단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설명하기 시작했다.“난 다른 사람 잡으러 왔다가 마침 이따 접대가 있어서 같이 나온 것뿐이야. 난 분명히...”오지훈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하정훈도 대강의 상황을 파악했다.그가 잠시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들었을 때, 양나정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네가 데려왔으니 알아서 처리해.”하정훈이 차갑게 한마디를 툭 던졌다.오지훈이 정신을 차렸을 땐, 양나정은 이미 두 사람의 바로 앞에 서 있었다.그녀는 웃으며 하정훈에게 인사했다.“정훈 오빠, 이런데서도 다 보네.”하정훈은 대꾸하지 않았고 시선조차 미동도 없었다.오지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일부러 손목시계를 보는 척했다.“슬슬 가봐야 할 시간이네.”노골적으로 양나정에게 보내는 신호였다.하지만 양나정은 그 신호를 완전히 무시했다.그녀는 하정훈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정훈 오빠, 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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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심지어 양나정은 말을 마치고도 하정훈의 반응을 살폈다.하정훈은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관찰자처럼 양나정의 모든 미세한 표정과 불안감에 찬 작은 몸짓까지 전부 꿰뚫어 보고 있었다.그의 입술이 막 열리려던 순간이었다.송남지가 병실 문을 열고 나왔다.고개를 들자 10미터쯤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세 사람이 보였다.그녀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고 머릿속은 온통 스캔들 사진으로 가득 찼다.양나정의 반응은 빨랐다.하정훈은 그녀가 상대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었으니 타겟은 역시, 가장 쉬운 쪽부터 공략해야 하는 법이었다.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송남지에게 달려가더니 일부러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역시 제 짐작이 맞았네요. 남지 씨가 편찮으신 거였군요. 괜찮으세요?”그러면서 양나정은 다정하게 송남지의 손을 잡으려 했다.하지만 송남지는 아무렇지 않게 그 손길을 피했다.양나정의 얼굴에 잠시 언짢은 기색이 스쳤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살갑게 굴었다.“어디가 안 좋으세요? 안색이 너무 안 좋아 보여요.”송남지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그녀의 냉담함은 양나정의 과한 열정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그녀는 입을 열어 양나정의 ‘걱정’에 무심하게 답했다.“별거 아니에요. 생리 때문에 배가 좀 아파서요.”그 말을 듣자 양나정의 얼굴이 눈에 띄게 편안해졌다.그녀가 들은 소문은 송남지가 임신했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리를 한다고 하니, 당연히 임신일 리가 없었다.양나정은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에휴, 우리 여자들은 참 힘들어요. 매달 꼭 이렇게 며칠은 고생이라니까. 괜찮아요, 며칠만 지나면 나아질 거예요.”송남지는 앞에서 재잘거리는 양나정이 거슬렸다.병실이 답답해서 잠시 산책이라도 하려고 나왔는데, 차라리 안에 있는 게 나을 뻔했다.하정훈이 어두운 눈빛으로 다가왔다. 그는 양나정을 그대로 지나쳐 송남지에게 고개를 숙여 물었다.“왜 그래? 어디 불편해? 의사 불러줘?”송남지는 고개를 저으며 나지막이 대답했다.“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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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양나정의 해명을 듣는 송남지의 귀에는, 마치 두 사람이 정말로 자신에게 못 할 짓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들렸다.하정훈 역시 미간을 찌푸렸다.도가 지나친 행동.단어 한번 기가 막히게 골랐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몸을 숙여 한번 안은 걸 두고 도가 지나쳤다고 하진 않지.”양나정은 멋쩍게 웃었다.“물론 그렇긴 하지만 난 남지 씨가 오해할까 봐 걱정돼서 그러는 거잖아.”송남지가 입꼬리를 올려 비웃었다.“아, 그래요? 근데 제 느낌엔 오히려 제가 오해를 ‘덜’ 할까 봐 걱정하는 것 같은데요.”그녀는 더 이상 양나정과 평화로운 척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아예 대놓고 직설적으로 말해버렸다.양나정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놓치지 않고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남지 씨가 저한테 불만 있는 거 알아요. 남지 씨 때문에 제가 이 서경에서 거의 쫓겨날 뻔했는데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요?”갑작스러운 애원에 송남지는 더더욱 영문을 알 수 없었다.‘이건 또 무슨 수작이지?’그녀는 선을 그었다.“양나정 씨,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꼭 제가 당신을 서경에서 내쫓기라도 하는 것처럼 들리잖아요.”그사이 양나정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워낙 예쁜 얼굴이라 그 모습이 유독 청초하고 가련해 보였다.양나정의 아름다움은 흔히 말하는 미인상과는 조금 달리 태생적으로 병약한 미인의 분위기를 풍겼다.그녀가 시선을 떨구는 순간, 웬만한 남자들은 무장해제되기 십상이었고 입도 떼기 전에 동정표를 얻는 스타일이었다.양나정은 먼저 일부러 하정훈의 눈치를 보는 척하더니, 이내 눈썹을 내리깔고 원망스럽게 말했다.“정훈 오빠가 나 때문에 남지 씨 마음 쓰일까 봐 서경을 떠나라고 하네요. 남지 씨, 제발 저 여기 있게만 해주세요. 그럼 저 진짜 조용히 지낼게요. 저 이제 남성에는 가족도, 기댈 친구 하나도 없단 말이에요...”송남지는 순간 자신이 사람을 막다른 길로 몰아붙이는 악당이라도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하지만 사실 그녀는 아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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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하정훈은 송남지의 환한 휴대폰 화면을 힐끗 보았다. 오가은에게서 온 전화라는 것을 확인하자 그의 마음에도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송남지는 전화를 받은 뒤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수화기 너머 오가은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목소리였다. 떨리기까지 했다.“남지야, 네가 임신했다는 소식 듣고 우리 바로 귀국했어. 지금 막 병원 아래 도착했으니, 금방 올라갈게!”송남지는 그대로 굳어버렸다.두려워하던 것이 기어이 현실의 문턱을 넘어버린 순간이었다.‘이 소문은 대체 누가 퍼뜨린 걸까? 어떻게 순식간에 해외까지 퍼져서 하종현과 오가은 두 사람을 귀국까지 하게 만든 거지?’하정훈의 얼굴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는 남지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으려 했는데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이제 그의 부모님까지 불러들인 꼴이 되었으니 이건 송남지의 어깨에 산 하나를 올려놓은 것과 마찬가지였다.하정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제안했다.“남지야, 마주하기 싫으면 내가 나가서 막을게.”송남지는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 상대는 하종현과 오가은이었다. 병원 문 앞까지 찾아온 어른들을 못 본 척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그녀는 하정훈의 제안을 거절했다.“괜찮아요. 오시면 그냥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돼요.”하정훈은 송남지의 옆얼굴을 바라봤다. 슬픈 기색이 역력했고 미간은 찌푸려져 있었다.절대 괜찮은 얼굴이 아니었다.곧 병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뒤이어 오가은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남지야, 우리 왔다!”송남지의 낯빛이 새까맣게 변하며 현기증이 일었다.하정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오가은은 양손 가득 제비집을 비롯한 선물을 들고 있었고 하종현의 손에도 묵직한 선물 꾸러미가 들려 있었다.“비행기 뜨기 전에 너희 아빠랑 공항에서 산 거야. 다 임산부한테 좋은 보양식이야. 그리고 아빠가 들고 있는 건 그냥 선물이고. 마음에 안 들면 옷방에 처박아 놔도 돼. 먼지 쌓여도 상관없어.”송남지는 오가은의 손에 들린 수많은 짐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토록 고고하게 살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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