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남지는 젖은 눈을 깜빡였다. 물기를 머금은 속눈썹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정훈 씨가 정말 그랬나요? 아이는 필요 없고 저만 있으면 된다고.”오가은이 사랑스럽다는 듯 미소 지었다.“그럼, 그렇고말고. 그 고집불통인 녀석이 오직 너 하나만 바라보잖아. 어릴 때부터 그랬어, 한 번 꽂히면 앞뒤 안 가리고 그것만 아는 녀석이거든.”‘내가 정말 하정훈이 일편단심으로 바라보는 유일한 사람인 걸까.’심장 부근이 몽글몽글하게 달아올랐다.오가은은 송남지의 머릿결을 부드럽게 넘겨주며 말을 이었다.“우리가 보낸 선물은 사인했어? 정훈이가 갤러리 이름을 재스민이라고 붙였더라고. 내가 핀잔을 좀 줬지. 이제 네 건데 왜 지가 나서서 이름을 짓느냐고, 네 마음에 안 들어도 거절 못 하면 어쩌냐고 말이야.”“어머니, 저 마음에 들어요.”송남지의 대답은 확신에 차 있었다.직접 이름을 지었더라도 아마 똑같았을 것이다. 스스로를 재스민이라 부르기 시작했을 때가 바로 그림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고 확신한 시점이었으니까.“다만 갤러리에 아직 가보질 못해서요...”원래는 오늘 가볼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터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괜찮다. 몸도 안 좋은데 며칠 뒤에 가면 어떠니. 그리고 남지야, 시내 한복판 최고급 갤러리라 시작이 좀 거창해 보일 순 있지만, 그냥 타고난 재벌 2세라고 생각하렴. 돈 좀 까먹으면 어떠니? 그저 네가 행복해지는 일을 하렴. 그거면 충분하단다.”송남지는 평생 부모님 말씀 한번 거역해 본 적 없는 모범생으로 살았다.그런 그녀가 스물 중반을 넘긴 나이에 시댁의 넘치는 사랑을 받는 ‘금수저’로 거듭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오가은이 아낌없는 배려를 건넸지만 송남지는 그저 흥청망청 돈이나 축내는 한량으로 남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송남지는 단호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어머니, 이건 두 분이 정성과 거금을 들여 제게 주신 선물이잖아요. 갤러리가 두 분의 고혈을 짜내는 곳이 되게 하진 않을 거예요. 이 선물을 받은 이상,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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