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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면을 쓴 남편: Chapter 371 - Chapter 380

390 Chapters

제371화

찰칵 소리와 함께 사진 한 장이 휴대폰에 저장되었다.“민 실장님, 사진은 카톡으로 보내드릴게요.”민지현은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송남지를 바라보았다.송남지가 아니었으면 류무영과 사진을 찍기는커녕, 나중에 따로 사인까지 받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었다.사진을 전송받은 민지현은 금세 다시 업무 모드로 복귀했다.“선생님, 그럼 편히 쉬세요. 전 이만 나가서 남은 일들 처리하겠습니다.”류무영은 가볍게 손을 흔들며 답했다.“가보게.”민지현이 나가려는데 류무영이 한마디 덧붙였다.“송 관장은 정말 보기 드문 실력자이니 앞으로 잘 믿고 따라가 보시게. 웬만한 거물들은 다 만나게 될 게야.”민지현은 잠시 멍해졌다.솔직히 말해 그녀는 송남지의 천부적인 재능을 본 적이 없었고 그전까지는 송남지가 그저 성격 좋은 재벌가 사모님이라고만 생각했다.하지만 류무영 같은 거물이 송남지의 전문성을 저렇게 높게 평가하자, 대체 관장님의 실력이 어느 정도일지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잠시 멍하니 있던 민지현이 웃으며 대답했다.“네, 관장님 모시고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VIP룸 밖으로 나오자마자 팀원들이 민지현에게 몰려들었다.“어떻게 됐어요? 진짜 류무영 맞아요? 지금 밖은 완전 난리예요! 누가 인터넷에 올렸는지 벌써 갤러리 앞 도로가 마비됐다니까요. 팬들이 엄청나게 몰려오고 있나 봐요!”팀원 중 몇몇 걱정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안절부절못했다.“망했다, 이거 라이벌 쪽에서 파놓은 함정 아니에요? 먼저 거물이 온다고 바람 잡아놓고 정작 우리 게스트를 창피하게 만들려는 속셈 아닐까요?”민지현은 대답 대신 휴대폰을 꺼내 송남지와 나눈 카톡방을 보여주었다.“류무영 선생님 맞다니까! 진짜야!”휴대폰이 나오자마자 팀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가로챘다.“헐! 진짜 류무영이네!”“류무영 선생님은 이제 대외 활동 아예 안 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대체 어떻게 모신 거래요?”“사진, 나도 류무영 선생님이랑 같이 찍고 싶어. 이건 평생 안줏거리라고요!”“실장님, 저희도 좀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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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사실 하정훈은 오늘 아침부터 송남지가 누굴 데려올지 내심 신경 쓰였다.심지어 회의에도 집중하지 못한 채 예상 명단까지 뽑아봤지만 그 명단 어디에도 류무영의 이름은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류무영은 업계에서 성격 괴팍하고 고집 세기로 소문난 노인인 데다 송남지의 성격에 누군가에게 비위를 맞추며 매달릴 위인도 아니고 류무영이 서경 미대 시절 아꼈다던 제자가 설마 제 아내일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하정훈은 픽 웃음이 터졌다.그는 송남지를 또 한 번 과소평가했음을 깨달았다. 윤씨 가문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려면 반드시 자신이 나서야만 한다고 믿었던 그때처럼 말이다.송남지가 그 독한 여편네를 뒷목 잡게 만들기 전까지 그는 그녀가 이토록 여유롭게 적의 급소를 찌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류무영이라는 이름 석 자에 임소훈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하지만 그는 그 대단한 분을 송남지가 섭외했을 리 없다고 단정 지었다.임소훈은 괜히 헛수고를 했다는 생각에 투덜거렸다.“야 하정훈, 이미 업계 끝판왕을 섭외해 놨으면서 왜 나한테 시켰냐? 이거 완전 나 골탕 먹인 거 아냐?”하정훈은 억울함이 폭발한 임소훈을 보며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내가 널 골탕 먹인 게 아니라, 남지가 류무영 선생님을 모셔올 줄은 우리 둘 다 몰랐던 거지.”“말도 안 돼. 교수님을 남지 씨가 불렀다고? 야, 농담 그만해. 나 진짜 믿는 수가 있어.”하정훈이 진지한 눈빛으로 임소훈을 바라봤다.“농담 아니야.”하정훈이 평소 빈말을 하지 않는 성격이라는 걸 알기에 임소훈은 전율했다. 하정훈의 진지하고 엄격한 태도를 본 임소훈은 벌떡 일어났다.“류무영은 내 교수님이기도 해! 가서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직접 따져봐야겠어!”하정훈은 웃음을 머금은 채 임소훈의 뒤를 따라나섰다.귀빈용 휴게실 안.커팅식까지는 이제 겨우 15분 남은 시점, 임소훈은 잔뜩 화가 난 기세로 문을 두드렸다.하정훈은 그 분노를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오히려 임소훈을 먼저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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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옆에 앉아 있던 하정훈은 순간 멍해졌다.워낙 감각이 예민한 그였기에 송남지가 자신을 피해 옆으로 비켜앉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게다가 그녀가 류무영 앞에서 자신과의 관계를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까지 정확히 간파했다.그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 하정훈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임소훈 역시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교수님한테까지 비밀 결혼을 유지하겠다는 건가?’송남지도 하정훈의 기류를 눈치챘지만 입술을 깨물며 침묵을 지켰다.류무영은 곰곰이 생각하다 마침내 하정훈을 떠올렸는지 먼저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그러나 하정훈은 더 이상 살갑지 않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냉정하게 류무영의 인사를 받았다.그는 손을 내밀고 입가에 예의 바른 미소를 띠며 말했다.“성함은 익히 들었습니다.”류무영은 자세히 생각하더니 말했다.“자네가 아주 어릴 때 내가 본 적이 있지. 어릴 때도 이렇게 엄숙했는데 자라나서도 어릴 때와 똑같을 줄은 몰랐네!”하정훈을 이렇게 묘사할 수 있는 걸 보니 분명 하정훈의 어린 시절을 정말 본 적이 있는 모양이었다.하지만 하정훈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제가 어릴 때 뵌 적이 있나요? 전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류무영은 고개를 들고 웃음을 터뜨렸다.“기억 못 하는 게 당연해. 그때 자네는 아주 어렸거든. 네다섯 살쯤 됐을까, 꼬마 정장에 넥타이까지 매고 있었지. 하 회장님 내외분이 내 전시회를 후원해주셨을 때 자네를 데려온 적이 있었어.”하정훈은 확실히 네다섯 살 무렵의 일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부모님이 그런 예술 활동에 꽤 열정적이었던 것은 기억났다.그러니 류무영과 접점이 있었다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옆에 앉아 있던 송남지는 당시 어린 하정훈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충분히 상상이 갔다.그녀는 하씨 저택에서 20년 전의 가족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사진 속의 아이는 그야말로 하정훈의 축소판이었다. 미니 버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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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귀빈 휴게실 밖에서 들려온 노크 소리가 묘하게 흐르던 긴장감을 깨뜨렸다.문이 열리고 갤러리 직원이 들어왔다.“류무영 선생님, 커팅식이 곧 시작됩니다. 준비를 위해 잠시 이동하시죠.”송남지가 손목을 들어 은회색 시계를 확인하니 커팅식까지는 딱 15분이 남아 있었다.온유미는 서둘러 일어나 류무영을 부축했다.“선생님, 이제 가시죠.”임소훈도 눈치껏 류무영의 반대편에 서서 안부를 묻는 척 서운함을 토로했다.“교수님, 지난번에 제 전시회 때는 연락도 안 받으시더니 남지 갤러리에는 이렇게 선뜻 오시다니요. 저 진짜 질투 납니다!”임소훈의 목소리가 복도 너머로 서서히 사라졌다.이제 휴게실 안에는 하정훈과 송남지 두 사람뿐이었다. 공기는 어색하게 얼어붙었다.송남지가 자리를 뜨려 발을 뗐지만 이내 하정훈의 팔에 가로막혔다.하정훈의 짙은 눈썹이 서서히 좁혀졌다. 그는 제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지만 송남지는 그의 기세가 자신을 압박해 오는 것을 느꼈다.“하 대표님, 안녕하세요?”하정훈이 분노와 탐색이 섞인 낮은 목소리로 되물었다.송남지는 얼굴이 붉어진 채 우물쭈물하며 해명할 말을 찾지 못했다.그가 한 걸음 다가서면 그녀는 한 걸음 물러났고 결국 소파 끝까지 밀려나고 말았다.무릎에 힘이 풀린 송남지가 소파 위로 맥없이 주저앉았고 고개를 들어 자신을 내려다보는 하정훈을 올려다보는 수밖에 없었다.대답을 못 하는 그녀를 재촉하는 대신 하정훈은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아 그녀와 눈높이를 맞췄다.그의 눈빛은 탐색에서 이내 감탄으로 변했고 몇 초 뒤 진심 어린 고백이 홀연 튀어나왔다.“오늘 정말 예쁘네.”그 말에 송남지의 얼굴은 더 붉어졌다.“엄가을 씨 전담 스타일링 팀이라 그런지 솜씨가 대단하더라고요.”그녀가 민망한 듯 둘러대자 하정훈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엄가을? 감히 너랑 비겨? 아무리 대단한 팀을 붙여도 네 발끝도 못 따라와.”그는 어깨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보물 다루듯 부드럽게 매만졌다.“이렇게 예쁜 사람이 입으로는 어떻게 그런 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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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임소훈은 두 사람의 관계를 다 알고 있었다.그런 임소훈 앞에서 남편인 자신을 부정한 셈이니 하정훈에게는 그야말로 설상가상인 상황이었다.송남지는 하정훈을 애틋하게 바라보며 소파 팔걸이를 짚고 있는 그의 손을 살며시 찾아 쥐었다.일종의 화해의 제스처였다.“정훈 씨, 제 입장 좀 이해해 주세요. 교수님께 우리 사이를 숨기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에요. 단지 제가 재혼했다는 걸 아시면 선생님이 또 충격받으실까 봐 겁나서 그래요. 연세도 있으신데 혹시라도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해요? 선생님은 라쿠에서 사신 지 벌써 몇 년이나 돼서 서경에는 상태를 잘 아는 의사도 없단 말이에요.”말을 마친 뒤, 송남지는 눈을 두어 번 깜빡이며 하정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당신처럼 잘나고 멋진 남편을 나라고 왜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지 않겠어요!”하정훈은 송남지의 손을 맞잡아 소파 가장자리에 누르듯 고정시켰는데, 그 모습과 태도는 다소 패기 있고 위압적이었다.“오? 정말 온 세상에 알리고 싶어? 그럼 우리 지금 바로 공식 발표해?”말을 하며 하정훈은 눈썹을 치켜올리고 휴대폰을 꺼냈다.인터넷 시대에 공식 발표를 하는 것은 단 1초면 충분했다. 그 찰나의 순간이면 온 세상이 알게 될 것이었다.송남지는 눈동자를 살짝 키우며 다급하게 하정훈을 저지했다.“안 돼요, 절대 안 돼! 하필 이 타이밍에 발표하면 사람들이 다 갤러리 홍보하려고 쇼하는 거라고 수군거릴 거란 말이에요.”사실 하정훈도 딱히 기대는 없었다.송남지가 결코 그들 사이를 밝히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예전에도 그랬고 갤러리를 오픈한 지금은 더더욱 그럴 터였다.그녀는 그에게 조금이라도 덕을 보는 게 죽기보다 싫은 모양이었다.단 한 톨의 빚도 지고 싶지 않다는 그 고집에 하정훈은 깊은 상처와 좌절감을 느끼며 시선을 떨궜다.송남지는 어떻게 하정훈을 달래야 할지 몰라 그에게 다가가 그의 얇은 입술 가에 밀착하며 말했다.“내가 뽀뽀해 주면, 기분이 좀 풀릴 것 같아요?”기분이 풀릴 거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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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송남지는 미친 듯한 파도에 휩쓸렸고 휴대폰은 자연스럽게 소파를 따라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가벼운 소리는 소파가 삐걱대는 소리에 묻혀 사라졌다.하지만 끈질기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만큼은 가릴 수 없었다.입술이 막힌 송남지는 겨우 곁눈질로 바닥을 내려다봤다.환하게 켜진 휴대폰 화면에는 비서의 이름이 떠 있었다.안 봐도 뻔했다. 빨리 나오라고 재촉하는 전화였다.송남지는 다급한 마음에 하정훈의 탄탄한 허리를 꼬집으며 말했다.“정훈 씨, 이제 진짜 늦어요...”하정훈의 키스는 목덜미까지 이어졌고 송남지의 초조함에 비해 그는 유난히 담담했다.“응, 알고 있어...”‘알면서 왜 안 놔주냐고?’송남지가 거의 애원하듯 속삭였다.“정말 늦는단 말이에요...”하정훈은 바쁜 와중에 고개를 들어 눈썹을 치켜세우며 대꾸했다.“방금 말했잖아. 시간 없는 거 안다고.”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게다가 여긴 언제 누가 들어올지 모르는 VIP 대기실이었으니 초조함보다 긴장감이 더 송남지를 짓눌렀다.머릿속을 헤집는 자극에 모든 감각이 평소보다 수십 배는 예민하게 살아났다.가벼운 스침에도 송남지는 목소리를 삼키며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하정훈의 입가에 미소가 더 짙게 걸렸다.“몸은 아주 솔직하네.”그러더니 그가 해결책을 던졌다.“빨리 끝내고 싶어? 내가 방법 알려줄까?”송남지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간절한지 하늘이 알 정도였다.하정훈이 웃음기를 지우고 송남지의 허리를 감싸 안더니 순식간에 위치를 바꿨다.송남지가 위, 그는 아래였다.그는 위에 있는 송남지에게 길을 알려주었다.“네가 주도하면 금방 끝나.”송남지는 여태껏 먼저 주도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최보라가 비법을 전수해줬던 그날 밤을 제외하면 말이다.생각해보니 그날 밤 하정훈은 평소보다 확실히 좀 빨랐다.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은 여전히 요란하게 울려대며 자잘한 움직임의 소리들을 모두 덮어버리고 있었다.송남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하정훈의 평소 시간을 생각하면 자신이 먼저 나서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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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비서는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이 정도로 긴박한 시간에 회의를 하시는 걸 보니 정말 중요한 비즈니스인가 보네요.”임소훈은 비서의 말에 아주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그러고는 뒤를 돌아보는 척하며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아냈다.확실히, 아주 ‘중요한 비즈니스’이긴 했다.커팅식이 끝나자 갤러리 안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다.류무영의 명성은 독보적이었고 오랫동안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터라 그의 등장은 현장을 뜨겁게 달구기에 충분했다.매체들은 마치 굶주린 늑대처럼 눈을 번득이며 류무영을 주시했다.누구든 류무영과 단독 인터뷰만 따낸다면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리는 셈이었다.단상에서 내려오기 전 류무영이 한마디 덧붙였다.“이번에 귀국해서 당분간 머물 계획이니 저라는 노인네에 대한 호기심은 천천히 푸셔도 됩니다. 대신 오늘은 재스민 갤러리에만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군요. 협조 부탁드립니다.”온유미의 부축을 받으며 내려온 류무영은 무리가 되었는지 심하게 기침을 내뱉었다.이에 온유미가 사색이 되어 권했다.“선생님, 병원에 갈까요?”그러자 류무영이 쏘아붙였다.“기침 몇 번에 병원이면 재채기하면 아주 제사 지내겠구나?”류무영의 까칠한 대꾸에 온유미는 입을 꾹 다물었다.류무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주위를 둘러봤다.“그런데 남지는 어디 갔지?”송남지가 인파를 헤치고 나오며 손을 흔들었다.“교수님! 저 여기 있어요!”류무영은 달려오는 송남지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역시 젊은 게 좋구먼, 에너지가 넘쳐.”온유미도 거들었다.“맞아요. 남지 씨는 볼수록 예쁘기도 하지만, 발그레한 두 뺨이 묘하게 분위기 있어서 훨씬 생기 있어 보이네요.”송남지는 쑥스러워하며 두 볼을 감싸 쥐고는 얼른 말을 돌렸다.“죄송해요, 마음이 급해서 뛰어오느라... 제가 조금만 움직여도 얼굴이 잘 빨개지는 편이라서요.”온유미가 송남지의 어깨를 토닥였다.“숨 좀 고르고 올라가요. 안 늦었으니까.”송남지는 웃으며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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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재스민 갤러리 개관 커팅식이 대성공을 거두며 마무리됐다.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완벽한 결과였다.온라인은 온통 이 소식으로 도배되었고 반달 동물원 벽화로 유명해진 천재 소녀가 서경 중심가에 재스민 갤러리를 오픈했다는 이야기에 사람들은 열광했다.대다수의 사람이 트래픽이 정말 이렇게 빨리 돈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사실에 부러움을 표하는 반면 이성적인 사람들은 송남지를 옹호했다. 그녀의 유명세는 결국 실력에서 나온 것이고 탄탄한 재능이 있기에 대중의 관심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라고 말이다.세상 사람들은 송남지를 그저 자본의 선택을 받은 운 좋은 예술가로만 여겼다. 그러나 그녀가 원하기만 한다면 스스로가 곧 자본이 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걸 꿰뚫어 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송남지는 명가원의 홀 두 개를 빌려 성대한 뒤풀이 자리를 마련했다.스승인 류무영과 온유미를 배웅하고 나서야 송남지는 참았던 숨을 길게 내뱉었다.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온종일 팽팽하게 긴장하고 있다가 이제야 겨우 마음이 놓였던 것이다.사람들이 대부분 빠져나가자 하정훈도 답답했던 모자와 마스크를 벗었다.임소훈이 하정훈과 함께 송남지 쪽으로 걸어와 장난스럽게 말을 건넸다.“축하 파티에 나 끼워줄 자리도 있어요?”송남지는 웃으며 고개를 돌려 임소훈을 바라보았다.“선배님, 그게 무슨 농담이세요? 선배님이 와주시면 저야말로 영광이죠.”마침 일정도 비어있던 임소훈이 제안했다.“좋아요, 남지 씨가 반겨주니 가서 한 끼 든든하게 먹어야겠네요. 마침 하 대표도 아침부터 지금까지 쫄쫄 굶었거든요.”하정훈은 묵묵히 서서 아무 말이 없었다.모자와 마스크를 벗어 던지자 하정훈의 날카로운 눈매와 차가운 입술이 온전히 드러났다.오직 눈빛 하나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만만한 상대가 아닌지 증명하는 듯했다.하정훈은 송남지의 옆모습을 훑으며 무심하게 툭 던졌다.“난 안 갈래. 네 자리는 있어도 내 자리는 없을 텐데.”그 은근한 가시가 돋친 말에 송남지는 민망함에 어쩔 줄 몰랐다.주위를 둘러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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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작은 손이 큰 손을 이끄는 느낌이 꽤 묘했다.임소훈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투덜거렸다.“내 인생엔 언제쯤 저런 달달함이 찾아오려나? 이 염장 지르는 냄새, 진짜 고역이네.”팀원들을 보낸 뒤 직접 차를 몰아 명가원으로 향하던 민지현은 서둘러 발을 떼던 찰나 마침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던 임소훈과 마주쳤다.그녀는 앞서가는 커플을 보며 씩 웃었다.“임 선생님, 하 대표님한테 광속으로 버림받으신 거예요? 진짜 너무하시네. 온종일 같이 있어 준 친구는 나 몰라라 하고 바로 와이프한테 가버리다니.”임소훈이 쓴웃음을 지었다.“민 실장님 말이 맞아요. 전 이제 차 탈 자격도 없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네요.”송남지의 차가 출발하는 걸 보며 그가 한탄했다.그러자 민지현이 차 키를 흔들었다.“괜찮으시면 제 차라도 타실래요?”임소훈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마침 잘됐네요, 어서 가시죠!”짧은 숏컷의 민지현은 운전 스타일도 거침없었다. 하정훈의 롤스로이스 뒤를 바짝 쫓는 그녀를 보며 임소훈이 농담을 건넸다.“이렇게 바짝 붙어 가다가 추돌 사고 나는 거 아니에요?”민지현은 어깨를 으쓱했다.“서경의 퇴근길 정체를 몰라서 그래요. 이렇게 안 붙으면 도착했을 때 우리가 먹을 음식은 하나도 없을걸요?”서경의 악명 높은 교통 체증을 비꼰 농담이었다.임소훈은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저 롤스로이스를 들이받는다 해도 남지가 같이 타고 있는 한 하 대표는 절대 화 안 낼 겁니다.”하정훈과 송남지의 이야기가 나오자 민지현의 호기심이 제대로 발동했다.그녀가 먼저 조심스레 운을 뗐다.“하 대표님은 다른 재벌들과는 참 다르신 것 같아요. 보통은 돈만 내고 마는데, 하 대표님은 돈은 물론이고 정성까지 지극히 쏟으시잖아요.” 임소훈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웃음을 이어갔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아마 목숨을 내놓으라 해도 기꺼이 내놓을걸요?”민지현은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농담 마세요. 저 바보 아니거든요. 누가 목숨까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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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민지현은 허탈해하는 임소훈을 곁눈질하며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입을 열었다.“저도 이 업계 10년 차예요. 나름 갤러리 운영에는 천재적인 소질이 있다고 자부하며 살았죠. 그런데 작년에 웬 신출내기 하나가 나타났는데, 예술 투자에 대한 감각이 정말 독보적이더라고요. 그 친구가 찍은 화가는 아무리 이름 없는 무명이라도 결국엔 숨겨진 보석이었어요.”그녀의 입가에 쓴웃음이 번졌다.“처음엔 믿지 않았어요. 설마 천재겠어 싶었죠. 그러다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그 친구를 직접 보고 깨달았어요. 단순히 투자에 천재인 게 아니라 그냥 모든 걸 다 잘하는 사람이더라고요. 거물급 인사들 사이에서 여유롭게 대화하는 걸 보면서 절감했죠. 사람마다 타고난 그릇이 다르다는 걸요. 하지만 재능이 좀 부족하다고 해서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안 살 수는 없잖아요?”임소훈은 옆에서 쫑알거리는 여자를 빤히 바라봤다.세련된 단발머리가 아주 시크해 보였는데, 입만 열면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내는 게 겉모습과는 딴판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 자꾸만 웃음이 났다.그녀의 말이 위로가 되어서인지, 아니면 운전대를 잡고 열변을 토하는 모습이 귀여워 보여서인지 알 수 없었다.신호 대기 중에 민지현이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였다.“재능 있고 잘난 사람도 멋지지만, 타인의 우월함을 쿨하게 인정하는 우리도 충분히 멋지다고 생각해요.”임소훈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화답했다.“와, 정말 멋진 마인드네요. 저도 제 열등감에만 갇혀 있으면 안 되겠어요.”민지현이 생긋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임 선생님 같은 거물께서 괴로워하시면 저희 같은 일반인은 어떡하라고요?”임소훈은 민지현을 한 번 쳐다보며 말했다.“민 실장님은 전혀 평범하지 않아요.”민지현은 바로 그가 하정훈에게 소개한 인물이었고 하정훈은 검토를 거친 후에야 그녀의 팀을 재스민의 아트 디렉터 팀으로 고용하기로 결정했다.하정훈의 눈에 들 수 있다는 것은 결코 평범한 사람일 리 없다는 뜻이었다.명가원.류무영은 채운홀에 자리를 잡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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