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정오가 다 되어가는데도 박재용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송남지는 가만히 앉아 기다릴 수만은 없어 서둘러 가방을 챙겨 들고 박재용의 별장으로 가는 택시를 잡아탔다.떠나려는 찰나, 브랜드 측과의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민지현이 다급히 송남지를 쫓아오며 물었다.“관장님, 정말 그쪽 제안을 단칼에 자르신 거예요?”송남지는 서둘러 밖으로 걸음을 옮기며 설명했다.“박재용의 작품에 자기들 브랜드를 집어넣으라는데, 그게 말이나 돼요?”민지현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요구가 무리하긴 했지만, 우리에겐 대안이 없잖아요! 현재 접촉 가능한 하이엔드 와인 브랜드는 거기뿐인데, 박재용 씨 의견이라도 물어보시지 그러셨어요.”그러자 송남지가 멈춰 서서 진지하게 그녀를 응시했다.“민 실장님, 저도 화가예요. 화가에게 자유가 얼마나 큰 영감인지 잘 알죠. 박재용 씨의 동의 여부를 떠나서, 난 창작자의 자유를 억압하는 짓은 절대 못 해요. 그건 영감을 가두는 일이니까요.”민지현이 기운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관장님은 참 좋은 화가세요.”하지만 경영자로서는 낙제점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송남지도 민지현의 걱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기에 그녀를 다독였다.“민 실장님, 맡은 일이나 잘 챙겨요. 협찬은 내가 책임지기로 했으니까 어떻게든 해결할게요.”민지현은 차에 올라타는 송남지에게 손을 흔들어 배웅할 뿐이었다.“조심히 다녀오세요, 관장님.”차가 멀어지자마자 민지현의 팀원들이 달려와 중요한 소식을 전했다.“방금 그 와인 브랜드요, 재스민 갤러리에서 나가자마자 다른 갤러리와 협약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어요. 이건 대놓고 우리 재스민 기를 죽이려는 선전포고 아닌가요?”민지현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이제 나도 모르겠다. 어쨌든 관장님이 방법이 있다고 하셨으니까, 우린 하던 대로 고객 초청이랑 행사장 세팅 업무에만 집중하도록 해.”민지현은 이 중요한 시점에 협찬사와의 관계를 망친 것이 감당하기 힘든 후폭풍을 불러올 거라 생각하면서도, 송남지를 무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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