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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쓴 남편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511 - チャプター 520

580 チャプター

제511화

“박 작가님! 커피 안 가져가셨어요!”박재용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다급하게 소리쳤다.“됐어요! 급히 처리할 일이 생겨서요!”민지현은 멀어져 가는 박재용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늘 송남지 혼자 재스민의 난제들을 해결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자신도 힘을 보탠 것 같아 관장님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준 기분이었다.성은 그룹.송남지는 하정훈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랐다.하정훈이 주차장 버튼을 눌렀지만, 송남지는 그걸 취소하고 1층 버튼을 새로 눌렀다.하정훈이 의아한 듯 물었다.“내 차 안 탈 거야?”송남지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니요, 안내 데스크에 좀 볼일이 있어서요.”하정훈이 흥미롭다는 듯 대꾸했다.“오? 안내 데스크에는 무슨 일로?”“가보면 알아요.”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송남지는 하정훈을 기다리지 않고 곧장 내려 안내 데스크로 향했다.그녀는 아까 자신을 위층으로 안내해 주었던 여직원을 찾아 명찰을 확인하고는 부드럽게 인사했다.“한별 씨, 안녕하세요. 전 송남지라고 해요.”여직원이 고개를 들었다가 송남지를 보고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사모님? 어쩌다가 다시...”송남지는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그녀는 미리 그려둔 그림 한 장을 건넸다.“제 작은 성의예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직원이 받은 그림은 정교한 소묘였는데, 놀랍게도 그 속에는 직원의 얼굴이 담겨 있었다.하정훈은 그런 송남지를 가만히 지켜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어쩐지 아까 이제 그만 가자고 했을 때도 사장실에서 계속 무언가를 끄적이며 그리고 있더니, 바로 이걸 준비한 모양이었다.한별은 손에 쥔 소묘를 보며 감격한 표정으로 말했다.“사모님, 이런 선물은 정말 처음이에요. 너무 놀랍고 기뻐요!”그녀는 진심으로 감동한 상태였다.스치듯 지나가는 인연이라 사모님이 자기를 기억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억해준 것도 모자라 자신을 그려주기까지 하다니.송남지는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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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송남지는 하정훈의 차에 올라타 성은 그룹을 빠져나왔다.차 안에서 휴대폰을 충전기에 연결하자마자 화면이 켜지며 박재용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하정훈은 휴대폰 화면을 곁눈질하며 짙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박재용의 이름을 확인한 송남지의 가슴 한구석이 아릿해졌다. 레스토랑에서 그가 내뱉었던 말들은 이제 더 이상 목에 걸린 가시처럼 따끔거리는 정도가 아니었지만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 깊은 곳이 저릿하게 타올랐다.때로는 언어라는 칼날이 그 무엇보다도 잔인한 법이니까.그녀는 전화를 받으려 손을 뻗었으나, 가느다란 손목이 공중에서 하정훈에게 붙잡혔다.하정훈의 눈동자에는 걱정이 가득 서려 있었다.“남지야, 받기 싫으면 받지 마.”박재용이 계약 해지를 입에 담는 순간, 하정훈은 그가 다시는 화단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만들 명분을 이미 충분히 쥐고 있었다.하정훈은 자신이 충동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그는 송남지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이 정도까지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송남지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든, 어떤 방식으로 상처를 입혔든 결코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송남지의 손이 허공에서 잠시 굳었다.이삼 초쯤 흘렀을까, 그녀는 하정훈의 손을 가만히 뿌리쳤다.“내가 마주해야 할 일이라면 결국 피할 수 없어요. 도망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니까요.”그녀는 직감했다. 박재용의 이 전화는 99퍼센트의 확률로 소속 작가가 재스민의 관장인 자신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려는 것임을.송남지는 본래 누군가를 억지로 붙잡는 성격이 아니었다. 떠나려는 마음을 돌릴 수 없다면 추하게 매달리고 싶지 않았다. 계약서에 명시된 고액의 위약금이 아깝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박재용에게 그것을 청구할 생각은 없었다.그것을 그에게 전하는 마지막 사과라고 여기기로 했다.애초에 박재용은 그저 그림만 그리고 싶어 했을 뿐인데, 자신이 엄가을을 이용해 그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려 무리하게 애를 썼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까.전화를 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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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하정훈은 걱정이 앞섰지만 차마 그녀를 새장 속에 가두어 키울 수는 없었다.“알았어. 데려다줄 테니 난 밖에서 기다릴게.”말을 마친 하정훈은 가속 페달을 밟았다.박재용이 지정한 장소는 서경의 유명한 라인국 전문 식당으로 실력 있는 남양 셰프 덕분에 예약 전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예약제 식당이라 그런지 드넓은 주차장은 한산했고 차 몇 대만이 띄엄띄엄 서 있었다.송남지는 그중 박재용의 차를 단번에 알아차렸다.그가 먼저 도착한 모양이었다.아까 레투알 레스토랑에 갈 때 자신이 만나자고 해놓고 정작 운전은 박재용이 하게 했던 일이 떠오른 송남지는 하정훈에게 처음으로 제안했다.“나 업무용으로 쓸 차 한 대만 마련해줘요.”“운전기사 붙여줄게.”하정훈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송남지는 고개를 저었다.“기사는 됐어요. 그냥 내가 타고 다닐 차만 있으면 돼요. 업무 보러 다닐 때 기사가 있으면 오히려 번거롭기도 하고, 지금 재스민 형편에 불필요한 인력을 둘 상황도 아니거든요.”하정훈은 더 고집 피우지 않고 몸을 숙여 그녀의 안전벨트를 풀어주었다. 그러고는 귀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넘겨주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알았어.”안전벨트가 풀리자 송남지는 차 문을 열었다.“다녀올게요.”“그래.”하정훈은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하지만 송남지는 온실 속의 화초로만 남을 여자가 아니었다. 겪어야 할 일은 결국 스스로 겪어내야만 하는 법이었다.그리고 하정훈이 해야 할 일은 그녀가 모진 풍파를 겪고 난 뒤 곁을 지키며 여전히 내가 여기 있다고 말해주는 것 그뿐이었다.그거면 충분했다.송남지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안고 박재용이 알려준 룸으로 들어섰다.룸 밖으로는 인공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부서지는 달빛이 수면 위로 쏟아져 내려 반짝이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었다.남양 억양이 섞인 서비스 직원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송남지 씨 맞으신가요? 박 작가님께서 중요한 전화를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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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박재용의 들뜬 목소리에 박명규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재용아, 그렇게나 좋아?”박재용은 잠시 침묵하더니 미소를 거두고 진지하게 생각에 잠겼다.“삼촌, 전 원래 다들 그런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착각한 것 같아요. 세상 사람들이 전부 그렇지는 않더라고요.”박명규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굳이 파고들려 하지 않았다.박재용이 흥미를 느끼는 일을 하며 삶에 미련을 가질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으니까.한편 룸에서 송남지는 불안한 듯 자그마하고 정교한 찻잔을 손에 쥔 채 만지작거렸다.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물의 열기가 안개처럼 번지며 송남지의 시야를 부드럽게 흐트러뜨렸다.그녀는 시선을 돌려 달빛이 부서지는 호수의 물결을 바라보았다. 은은하게 반짝이는 빛과 그림자가 참으로 고왔다.그때 룸 밖에서 문을 여는 기척이 들렸다.송남지가 고개를 들자 낮에 입었던 옷차림 그대로인 박재용이 안으로 들어섰다.이미 마음을 굳게 먹은 송남지는 박재용을 마주하는 태도에 군더더기 없는 담백함이 배어 있었다.하지만 가슴 한구석에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은 상처가 남아 있었다.오후에 박재용이 퍼부었던 그 말들이 그녀에게는 너무나도 아프고 무겁게 다가왔기 때문이다.박재용이 자리에 앉자 송남지가 먼저 입을 뗐다.“민 실장님에게 들었어요. 재스민과 계약을 해지하고 싶다고요. 비서 편에 해지 합의서를 준비하라고 시켰어요. 한때 같은 길을 걸었던 사이인 만큼 끝이 지저분해지는 건 저도 원치 않아요. 어마어마한 위약금 같은 것도 재스민 쪽에서 청구하는 일은 없을 테니 걱정 마세요.”박재용은 순간 멍해졌다.송남지가 위약금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수록 그의 마음속에는 죄책감이 더 크게 일렁였다.레투알 레스토랑에서 내뱉었던 독설들이 스스로 생각해도 지나치게 잔인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웬만큼 무던한 사람이라도 견디기 힘들었을 텐데, 송남지처럼 섬세한 사람이 느꼈을 고통은 오죽했을까.박재용은 미안함을 감추지 못한 채 미간을 찌푸렸다.“남지 씨,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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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송남지는 박재용이 오늘 밤 자신을 부른 이유가 계약 해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리고 해지 절차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역시 위약금 문제였다.그녀는 이 정도면 서로 간의 껄끄러웠던 감정을 정리하기에 충분한 성의 표시라고 믿었다.하지만 박재용은 좀처럼 입을 떼지 않았다.송남지는 의아한 눈빛으로 박재용을 올려다보았다.“여전히 제 말을 못 믿으시는 건가요? 괜찮아요. 내일 아침 일찍 비서를 시켜 해지 합의서를 댁으로 보내드릴게요.”박재용은 송남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이미 박재용과의 결별 이후 마주하게 될 겨울 전시회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결단을 내린 사람처럼 단단해 보였다.박재용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겨울 전시회 문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 다 계획이 있는 건가요?”그 질문에 송남지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솔직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아직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했어요.”그녀의 대답은 박재용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정말요? 난 남지 씨가 이미 나를 대신할 작가를 찾아둔 줄 알았는데요.”송남지는 체념한 듯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시기적으로 봐도 이제 와서 대타를 찾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요. 전시가 코앞인데 이 무게감을 감당할 수 있는 신인 작가는 없을 테니까요. 설령 있다고 해도, 재스민은 급하다는 이유로 아무나 무턱대고 들이는 곳이 아니거든요.”송남지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담담하게 입을 뗐다.“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재스민의 원년이고 무엇보다 공들였던 겨울 전시회인데 결국 빈자리로 남겨둬야 할 것 같네요.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 할까요, 아직 초청장을 전부 발송하진 않았으니까요.”스스로를 다독이며 이미 벌어진 일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박재용은 이것이야말로 그녀가 가진 인격적인 매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최악의 상황일지라도 눈앞의 현실을 담담히 수용하는 태도 말이다.곧이어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박재용이 주문한 것들은 모두 라인국의 특색 있는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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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송남지는 방금 막 국물 한 모금을 마신 참이었다.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너무 맛있는 나머지 마치 독버섯이라도 들어있어서 환각이라도 보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그녀는 멍하니 고개를 들어 박재용을 쳐다보았다.“네?”박재용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당황한 송남지의 눈빛을 보며 박재용은 오히려 본인이 더 놀란 듯했다.“제가 지금까지 공들여 말씀드렸는데, 하나도 못 알아들으신 거예요?”송남지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환청을 들은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박재용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몸 상태도 좋지 않은데 구구절절 다시 설명하기 귀찮아진 그는 핵심만 딱 잘라 말했다.“해지 안 한다고요. 방송도 나갈 테니까 제작진더러 저한테 연락하라고 하세요. 제가 협조하죠.”송남지는 눈을 깜빡거렸다. 이 바쿠테에 독버섯이 든 것도 아닐 텐데 왜 이렇게 환청이 심한 걸까?그녀는 예쁜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박재용의 말을 가늘게 뜬 눈으로 되뇌었다.“정말 해지 안 할거예요? 프로그램도 출연하고요? 대체 왜요?”박재용이 부드럽게 웃었다.“왜냐니요, 관장님이 가장 바라시던 일 아니었나요?”송남지는 한참이 지나서야 자신이 환청을 들은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그녀는 조금 전의 침착함은 온데간데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재용의 팔을 붙잡고 흔들기 시작했다.“진짜죠? 정말 해지 안 하시는 거죠? 예능 출연도 동의하신 거 맞죠?”박재용은 정신없이 흔들리면서도 인내심 있게 대답했다.“정말 안 합니다. 방송도 나갈 거고요.”기쁨이 지나가자 송남지의 머릿속엔 의구심이 가득 찼다.“왜요?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꾸신 거예요? 혹시 누가 협박이라도 했나요?”그게 아니라면 도무지 설명이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흥분한 그녀의 모습을 보며 박재용도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사실 그는 레투알 레스토랑에서 했던 모진 말들이 송남지에게 상처가 되어 그녀가 재스민을 포기하고 하씨 가문의 사모님으로만 살겠다고 할까 봐 꽤 겁이 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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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송남지는 하정훈의 차를 빤히 응시하며 대답했다.“아니요,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요.”박재용은 의외라는 듯 고개를 들어 하정훈의 차를 바라보았다.하정훈의 차는 주인인 그를 꼭 닮아 품격이 넘치면서도 개성이 뚜렷했다.박재용은 멍하니 있다가 한참 뒤에야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래요, 그럼 오늘은 이만하죠.”송남지는 박재용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고 하정훈의 차만 바라봤다. 누가 봐도 사랑에 푹 빠진 여자의 눈빛이었다.“네. 그럼 저 먼저 갈게요.”그녀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어린 소녀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정훈의 차를 향해 달려갔다.하정훈은 그녀가 오기도 전에 문을 열고 나와 차 옆에서 기다렸다. 마치 보란 듯이 자기 여자임을 공표하는 모습이었다.“이야기는 잘 끝났어?”송남지는 하정훈의 품속으로 뛰어들며 환하게 웃었다. 그녀는 자신을 꿀 떨어지는 눈으로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를 마주하며 고개를 들었다.“네. 다 끝났어요! 진짜 대박 좋은 소식이 있는데 들어볼래요?”하정훈은 송남지의 귀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다정함이 담긴 목소리로 속삭였다.“그래? 어떤 대박 소식인지 한번 들어볼까.”송남지의 눈이 반짝이는 작은 별처럼 휘어지며 볼가에는 달콤한 보조개가 깊게 패였다.이 소식이 그녀에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박재용이랑 오해 풀었어요! 재스민이랑 계약 해지도 안 하기로 했고 예능 출연도 하겠대요!”하정훈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송남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었지만 하정훈에게는 아니었기 때문이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그에 따른 대가는?”송남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반문했다.“대가? 무슨 대가요?”하정훈의 눈빛이 깊어졌다.송남지가 생각지 못한 부분을 그는 꿰뚫고 있었다.만약 이 식사 자리에서 대가를 치른 게 아니라면, 이미 식사 전에 치렀을 것이 분명했다.하정훈은 오늘 오후 송남지가 갑자기 전화를 받지 않고 무너졌던 일을 떠올렸다.그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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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송남지가 하정훈 앞에서 보여준 것은 정말 보기 드문 어리광 섞인 애교였다.그러니 하정훈이 이런 송남지의 애교를 무슨 수로 당해내겠는가.조금 전까지 서운함에 툴툴대던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제 그의 눈과 마음엔 오직 송남지뿐이었다.그는 손을 뻗어 송남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넓고 단단한 손바닥이 그녀의 허리에 밀착되며 가볍게 힘을 주자 두 사람 사이에는 실바늘 하나 들어갈 틈조차 사라졌다.너무 밀착된 탓에 서로의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졌다.이 차디찬 겨울날, 하정훈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 송남지의 뺨에서는 오히려 뜨거운 열기가 피어올랐다.탁 트인 야외에서 이렇게 대놓고 애정 행각을 벌이는 일은 드물었기에 송남지가 부끄러워하는 것도 당연했다.하정훈은 차 보닛에 기댄 채 송남지를 안고 있는 이 평화로운 시간을 만끽했고 송남지는 수줍게 그의 눈을 맞추다가도 이내 고개를 숙이기를 반복했다.은은한 달빛이 두 사람을 비추는 그 찰나, 하정훈은 행복의 의미를 깨달았다.사랑하는 이를 품에 안고 있는 일분일초가 모두 기적 같은 행복이었다.한편, 저만치 떨어진 차 안에서 박재용은 두 사람의 꼴사나운 애정 행각을 보며 혀를 찼다.“쯧쯧, 하정훈 저 인간, 이제는 체면이고 자존심이고 다 내다 버렸구먼. 저 사모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계약 하나 따내겠다고 당신을 병실에서 매몰차게 쫓아냈던 사람인데 말이야.”...다음 날, 송남지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하지만 이내 하정훈의 단단한 팔에 갇히고 말았다.“어디 가?”목덜미를 간지럽히는 그의 숨결 때문에 송남지는 몸을 배배 꼬다 결국 그를 향해 돌아누웠다. 그녀는 하정훈의 얼굴을 붙잡고 타일렀다.“나 오늘 박재용이랑 같이 방송국에 가기로 했어요.”하정훈의 짙은 눈썹이 불만스럽게 꿈틀거렸다.그는 몸을 숙여 송남지의 위를 덮치듯 압박해왔다.“남편은 내팽개치고 박재용을 챙기러 가겠다고? 이러면 나 정말 질투 나는데.”그 모습이 귀여워 송남지는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매끄러운 허리를 감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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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가빠진 호흡 사이로 그녀가 급히 물었다.“정훈 씨, 뭐 하려는 거예요?”그녀의 목덜미에 선명하고 불규칙한 꽃잎 자국을 남기며 하정훈이 나직이 대답했다.“하려고.”그의 의도를 알아차렸을 때 송남지는 이미 도망칠 곳이 없었다. 그녀의 숨소리는 갈수록 거칠어졌고 옷장 구석에 갇힌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나 지금 급히 나가야 하는데...”서둘러 나가야 하니 이번엔 참아달라는, 일종의 거절이었다.하지만 하정훈의 귀에는 그 말이 전혀 다르게 들린 모양이었다. “응, 알아. 최대한 빨리 끝낼게.”그는 말을 뱉으며 입술을 옮겨 목덜미부터 쇄골 아래까지 차례차례 흔적을 새겼다.일부러 그러는 게 틀림없었다.옷으로 가려지지 않는 아슬아슬한 위치만 노리는 꼴이 아주 작정하고 덤비는 게 분명했다.이 흔적들을 남들이 보게 될까 봐 송남지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손으로 입술을 가린 채 최대한 엄한 목소리로 타일렀다.“정훈 씨, 나 오늘 일하러 나가야 한다고요.”하정훈은 만족스러운 듯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며 입꼬리를 올렸다.“나도 오늘 일해. 회의도 몇 개나 잡혀 있고.”말을 마친 그는 자신의 목덜미를 송남지의 입술 가까이 들이밀었다.이게 대체 무슨 뜻인가 싶어 송남지가 미간을 찌푸리자 하정훈이 덧붙였다.“공평하게 너도 나한테 몇 개 남겨줘.” 송남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투덜거렸다.“하정훈 씨! 당신 진짜 어린애처럼 왜 이래요!”하정훈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네 앞에서라면 난 언제든 막무가내 꼬마가 될 준비가 되어 있어.”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가 그녀를 덮쳐왔다.옷장 안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고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모든 소동이 끝난 뒤 송남지는 아침 식사조차 거른 채 하정훈이 골라준 검은색 니트와 코트를 걸치고 롱부츠를 신은 채 허겁지겁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이미란이 아침 식사를 차리다 말고 내려오는 송남지를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사모님, 마침 식사가 다 준비됐어요. 좋아하시는 버터 빵도 구워놨답니다!”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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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진작 챙겨줬어야 했는데 미안해, 남지야.”하정훈의 갑작스러운 사과에 송남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왜 갑자기 사과를 하세요? 차고에 차도 많은데 굳이 절 위해 따로 차를 준비하실 필요는 없었잖아요.”사실 그녀는 차고에 있는 차들이 워낙 고가라 운전 실력이 평범한 자신이 몰다가 긁히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 조심스러웠던 것뿐이었다.무엇보다 이곳의 차들은 대부분 하정훈이 각별히 아끼는 마음에 거금을 들여 사들인 것들이었기 때문이다.하정훈은 진지한 눈빛으로 송남지를 바라보았다.“어떻게 따로 준비를 안 해? 저건 다 내가 좋아하는 차들이고 남자랑 여자는 안목이 다르잖아. 네 마음에 쏙 드는 걸로 골라야지.”송남지는 눈앞의 마카롱 핑크색 차량을 살펴보았다. 작고 정교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자태가 정말 마음에 쏙 들었다.다만 이 정교한 아름다움이 엄청난 돈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짐작되어 내심 가슴이 쓰렸다.“이 차, 엄청 비싸죠?”하정훈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송남지를 바라볼 때의 그의 눈동자에는 다른 사람 앞에서 보여주는 날카로움이 전혀 없었다.그래서 송남지는 가끔 하정훈의 그 무뚝뚝한 모습이 대외용 가면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였다.“돈으로 네 기분을 맞춰줄 수 있다면 나로선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한 거야. 일종의 지름길이지.”송남지는 웃으며 대꾸했다.“비유가 그게 뭐예요, 정말.”하정훈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오늘 정말 예쁘다. 그런데 이 검은색 실크 스카프, 너무 꽁꽁 싸맨 거 아냐?”송남지는 하정훈을 빤히 노려보았다.“누구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요?”몸 곳곳에 흔적을 남겨놓은 장본인이 할 소리는 아니었다.하정훈은 능청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난 세상 사람들이 네가 내 여자라는 걸, 우리가 얼마나 뜨거운지 다 알았으면 좋겠어.”그가 다정하게 덧붙였다.“여보, 정말 나 안 데려갈 거야? 내가 운전해줄게. 가는 길에 아침도 챙겨 먹고. 세상에서 제일 안전하게 모실 자신 있는데.”송남지는 단호하게 거절했다.“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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