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가면을 쓴 남편 / Chapter 531 - Chapter 540

All Chapters of 가면을 쓴 남편: Chapter 531 - Chapter 540

580 Chapters

제531화

엄가을은 그제야 모든 게 이해된다는 듯 무릎을 쳤다.“아! 어쩐지 오지훈이 그 여자를 감싸고 돈다 했더니, 알고 보니 사촌 언니랑 연애하는 사이였구나. 설마 사촌 언니랑 사귄다고 오지훈이 벌써 예비 형부라도 된 줄 아는 거 아니야? 그래서 그렇게 콧대가 높았던 거네, 쳇!”“제가 송남지 뒤를 더 캐봤는데 이성 관계 같은 건 안 나오더라고요. 대신 아주 유명한 은사님이 한 분 계시던데, 아마 그 갤러리도 그 은사님 도움을 받아서 차린 것 같아요.”조수진은 재스민 갤러리 개관식 때 류무영이 참석했던 사진을 찾아 보여주었다.엄가을은 코웃음을 치며 경멸했다.“저런 늙은이를 송남지가 받아줬다고? 비위도 참 좋네, 가리는 게 없어.”송남지에 대한 험담을 마친 엄가을은 다시 휴대폰을 확인했다.친구 신청을 보낸 지가 언제인데 박재용은 묵묵부답이었다. ‘감히 톱스타인 내가 먼저 다가갔는데 이걸 무시한다는 게 말이 돼?’기다림에 지친 엄가을은 채팅방 분위기가 무르익는데도 박재용만 조용하자 결국 먼저 수를 썼다.그녀는 박재용을 태그하며 말을 걸었다.[재스민 갤러리 겨울 전시회가 곧 열린다면서요? 저도 꽤 관심이 있거든요.]엄가을의 말은 박재용더러 알아서 초대하라는 뜻이었다.이 정도 눈치를 줬으면 상대방도 자연스럽게 초대장을 내밀 것이라 확신했다.잠시 후 엄가을은 화면에 뜬 문자를 보고 휴대폰을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하늘은 재용편:[관심 가지셔도 소용없습니다. 저희 관장님이 그쪽 성격 까칠하다고 하셔서요.]이 한마디에 단체 대화방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다들 내숭 백 단인 여우들이라 적당히 맞춰주는 척하는 게 일상인데 박재용이 이렇게 대놓고 엄가을을 저격하며 팩폭을 날릴 줄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엄가을은 휴대폰을 부서져라 쥐고 있었지만 치밀어 오르는 울화통은 도무지 가라앉지 않았다.문자를 입력하는 그녀의 손끝이 부들부들 떨렸다.가을 단풍:[송 관장님이 왜 그렇게 생각하신대요? 아까 제가 가방이 짝퉁이라고 한 것 때문에 삐치기라도 하
Read more

제532화

확실히 속이 시원하긴 했지만 송남지는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녀는 휴대폰을 박재용에게 돌려주며 말했다.“다음부터는 저런 사람 대꾸도 하지 마세요. 받아주면 더 기고만장해지거든요.”휴대폰을 받아 든 박재용은 눈매를 치켜올리며 경멸 어린 어조로 말했다.“저런 수준의 사람이 겨울 전시회 초대장을 탐내다니, 정말 주제 파악을 못 하네요. 분수를 알아야지.”박재용은 송남지를 따라 그녀의 사무실로 들어와서는 오늘 그녀가 들고 온 가방을 유심히 살펴보았다.정교한 나무 걸이에 걸린 악어가죽 가방은 박재용이 한눈에 알아볼 만큼 최근 화제가 되는 모델이었다.소위 명문가 사모님의 상징이자 그들만의 리그에 입성하기 위한 통행증과도 같은 가방이었다.그 자체의 높은 가격은 물론이고 터무니없는 구매 실적을 채워야만 살 수 있어 클래식의 반열에 오른 제품인 데다, 최근 입소문까지 타면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모델이었다.박재용이 짓궂게 농담을 던졌다.“엄가을은 명색이 톱스타라면서 보는 눈은 왜 그렇게 촌스러운지 모르겠네요.”남이 든 가방을 짝퉁이라 의심하는 사람은 대개 본인이 그 진품을 구할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송남지는 엄가을에게 큰 관심이 없었기에 그저 피식 웃고 말았다.문득 지난번의 해프닝이 떠오른 그녀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박재용을 쳐다보며 물었다.“그런데 왜 예전에 재용 씨가 엄가을의 열성 팬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거예요? 언니가 보여줬는데 재용 씨 부계정 사진 중에 엄가을 사인이 있었거든요.”박재용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정말 말도 안 되는 오해라니까요. 유학 시절 알던 친구 녀석이 서경에 놀러 왔다가 흘리고 간 겁니다.”말을 마친 그는 손목시계를 힐끔거렸다.“저녁 식사나 같이하시죠? 딱 퇴근할 때 됐는데.”송남지는 계약서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무심하게 대답했다. “잠시 후에 별무리 팀과 저녁 식사가 있어요.”박재용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고작 그 정도 일로 회식까지 한다고요?”
Read more

제533화

“사탕을 받은 아이는 울상을 짓지 않지. 오직 사탕을 받지 못한 아이만이 서운해하는 법이거든.”그의 찰떡같은 비유에 송남지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알았어요. 이따 집에 들어갈 때 사탕 사 갈게요.”하정훈은 장난기를 거두고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회식도 좋지만 넌 술 못하니까 절대 마시지 마, 알겠지?”이 순간 하정훈은 다시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와 송남지에게 주의 사항을 당부했다.“알겠어요.”별무리 측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으로 약속 장소를 정했다.송남지는 복잡한 길을 돌고 돌아 마침내 레스토랑을 찾아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라는 그곳에 손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고개를 들어보니 윤이현이 식당 한구석에 앉아 있었는데 곁에 놓인 정교한 화초 장식이 그의 윤곽을 살짝 가리고 있었다.송남지는 직원의 안내를 받아 테이블로 다가갔다.그녀는 목소리를 낮추며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여기 망하기 직전인가요?”그녀의 엉뚱한 질문에 윤이현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망하는 게 아니라 제가 통째로 빌렸습니다.”“통째로요?”송남지는 가방과 외투를 직원에게 건네며 되물었다.“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오나요?”송남지는 계약 식사 자리니 실무진 몇 명이나 오겠거니 생각했다.하지만 휑한 식당을 둘러보니 무슨 단체 회식이라도 벌일 기세였다.막 자리에 앉으려던 송남지에게 윤이현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아무도 안 옵니다. 오직 우리 둘뿐이에요.”그 말에 송남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우리 둘만요?”윤이현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네, 우리 둘만입니다.”송남지는 슬슬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단둘이 있는데 식당을 통째로 빌렸다니...이건 단순한 식사 자리가 아닌 것 같았다.경계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다행히 윤이현은 선을 넘는 짓은 하지 않았다.송남지는 혼자 오버하는 거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고쳐먹었다.‘내가 돈다발도 아닌데 만나는 사람마다 흑심을 품을 리 있겠어?’혼자만의 착각인 것 같아 민
Read more

제534화

송남지에게 그 자리는 그저 평범한 저녁 식사였을 뿐이었다.굳이 이상한 점을 꼽자면 막상 약속 장소에 갔을 때 별무리 측 다른 직원이 한 명도 없었다는 것 정도였다.하지만 기사 속에서 그 식사 자리는 그녀와 윤이현 사이의 모종의 거래로 둔갑해 있었다.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더럽고 추잡한 단어들이 기사를 가득 메웠다.그녀를 갤러리 관장이라는 탈을 쓰고 돈 많은 남자를 꼬시는 ‘꽃뱀’으로 묘사하고 있었던 것이다.심지어 그녀가 들었던 그 가방조차 뜨거운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일각에서는 짝퉁이라고 비난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송남지가 몸을 팔아 얻어낸 전리품이라며 떠들어댔다.악의적인 억측들이 밀물처럼 덮쳐왔다.심지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재스민 정문에 집결해 붉은 현수막을 펼쳐 들고 송남지의 직접 해명을 촉구했다.발단은 박재용이 방송팀 단체 대화방에 남긴 문자였는데 엄가을의 팬덤은 이를 엄가을에 대한 명예훼손이자 비방으로 받아들였다.갤러리 밖은 해명을 요구하는 팬들의 고성으로 가득 찼고 갤러리 안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사무실 전화기는 쉴 새 없이 울려 댔는데, 사실 확인을 요구하는 언론사, 욕설을 퍼붓는 악성 팬들, 그리고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협력 브랜드들의 통보가 빗발쳤다.이렇게까지 큰 여론의 뭇매를 맞을 줄은 상상도 못 했던 터라 제대로 된 홍보팀 하나 없는 재스민 갤러리는 속수무책으로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산전수전 다 겪은 민지현조차 눈앞에 닥친 아비규환 같은 상황에 질려버릴 지경이었다.갤러리 회의실 안, 모두의 표정은 납처럼 무거웠고 사건의 중심에 선 송남지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민지현은 쉴 새 없이 진동하는 휴대폰을 보며 신경질적으로 화면을 엎어버렸다.“이번 여론몰이는 분명 배후에 조종하는 세력이 있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순식간에 대규모로 확산될 리가 없거든요.”민지현은 자신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확신에 찬 판단을 내렸다.겨울 화전 개최를 코앞에 둔 시점이니 이런 잡음이
Read more

제535화

민지현은 일단 송남지가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주기 위해 직원들을 각자 자리로 돌려보냈다.계속 회의실에 모여 있어 봤자 나오는 답도 없었기 때문이다. 송남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약간 멍한 듯한 모습으로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최근 서경의 기온은 뚝 떨어졌지만 날씨가 추울수록 햇살은 더욱 강렬하게 부서져 내렸다.사무실에 들어선 그녀는 휴대폰을 무음으로 돌려놓고 의자를 돌려 창가로 향했다.금빛 햇살이 그녀의 얼굴에 쏟아지며 오묘한 색채를 입힌 듯 반짝였다.그녀는 그 상태로 한가롭게 눈을 감고 햇살이 주는 평온함을 만끽했다.뒤늦게 최보라가 도착했을 때, 송남지는 유유자적하게 사무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캔버스 위, 어둠 속에 잠긴 재스민 꽃다발이 초록빛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다.고요하게 피어난 재스민은 작지만 강인했다.최보라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넌 이 와중에 그림 그릴 정신이 있어? 밖은 난리가 나서 뒤집어졌는데!”송남지는 눈꺼풀조차 까딱하지 않고 오로지 화폭에만 집중했다.분통이 터진 최보라가 몇 걸음 더 다가서며 미간을 찌푸렸다.“내 말 안 들려? 송남지! 밖은 아수라장이고 민 실장님은 발을 동동 구르는데 넌 여기서 숨어서 그림이나 그리고 있다니, 정말...”최보라 곁에 서 있던 오지훈은 몰입해 있는 송남지를 흘긋 보더니 최보라의 손을 툭툭 쳤다.“보라야, 입 아프게 그러지 말고 일단 저 사람 끝낼 때까지 기다려 줘.”예술가들을 많이 겪어본 오지훈은 그들이 작업에 몰두할 때면 주변의 소란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설령 우주가 폭발한다 해도 그들과는 무관한 일인 것이다.최보라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투덜거렸다.“어쩜 부부가 쌍으로 똑같아?”송남지는 사고가 터졌는데 숨어서 그림이나 그리고 앉아 있고 하정훈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송남지의 일을 모르는 사람처럼 굴고 있었다.속이 타는 건 정작 제삼자인 그들뿐이었다.사실 오지훈도 의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상식적으로 송남지에게 이런 큰일이 생겼
Read more

제536화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마음의 평정심을 찾기는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캔버스 앞에 앉아 몰입하다 보면 되려 머릿속이 투명해지곤 했다.폭풍우가 닥치면 사람들은 두려움에 길을 잃기 마련이다.그러나 공포와 혼란은 폭풍을 잠재울 수 없으며 오히려 당황함에 그릇된 판단을 내리게 만들 뿐이었다.냉정함을 유지하고 사고를 멈추지 않는 것만이 유일한 탈출구였다.최보라는 휴대폰 연락처를 뒤적거렸다.“이 사람들 다 내가 아는 홍보 전문가들이야. 지금 당장 A급 팀 섭외해서 대응 안 하면 이번 위기 못 넘겨. 재스민 겨울 화전? 그거 다 날아간다고. 지금 엄가을 팬들이 떼로 몰려와서 너 욕하고 난리도 아니야!”안절부절못하는 최보라를 보며 송남지는 입술을 다문 채 고개를 저어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홍보팀을 써봤자 지루한 진흙탕 싸움만 될 뿐이고 결국엔 깨끗하게 해명되기도 힘들어.”오지훈도 여느 때보다 심각한 얼굴로 충고했다.“하지만 지금은 그게 최선의 방법이에요. 사람들이 남지 씨에게 오물을 뒤집어씌우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최보라가 오지훈에게 눈짓을 보내자 오지훈이 즉각 입을 열었다.“남지 씨, 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마침 나한테 신세 진 홍보팀이 하나 있는데 실력이 꽤 확실하거든요. 이번 기회에 그 신세 갚으라고 하면 시기도 딱 맞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요?”송남지는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오지훈에게 대답했다.“두 사람 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아직은 괜찮아요. 진짜 도움이 필요하면 그때 말할게요.”오지훈은 송남지의 똥고집에 혀를 내둘렀다. 정말이지 보통내기가 아니었다.하긴, 그녀가 평범했다면 하정훈의 눈에 찰 리도 없었을 것이다.그때 최보라가 휴대폰을 보더니 윤이현의 정략결혼 상대가 발표한 성명문을 발견했다.요약하자면 윤이현이 결혼 날짜 확정을 미루는 이유가 전부 송남지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최보라가 격분하며 소리쳤다.“이 여자 툭하면 자기가 윤이현 부인이라고 떠들고 다니네. 인터넷에선 1년 내내 윤이현이랑 결혼
Read more

제537화

오지훈이 궁금해하며 물었다.“무슨 일인데요?”“박재용이요.”송남지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제가 엄가을 씨 좀 까칠하다고 했더니, 글쎄 박재용이 단체 대화방에 대놓고 말해버린 거 있죠? 자기 사장님도 엄가을 씨 성격 참 까칠하다고 생각한다면서요.”오지훈과 최보라는 그제야 이번 사태가 송남지 혼자만을 겨냥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박재용 또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눈이 뒤집힌 빠순이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송남지의 우려도 바로 그 지점에 있었다.“박재용과 통화가 안 돼요. 이 시간이면 보통 자고 있을 텐데, 저녁 촬영 스케줄이 걱정돼서요. 혹시 두 분이 박재용 집에 좀 가봐 주실 수 있나요? 괜찮으시다면 촬영장까지 픽업도 부탁드려요.”최보라는 어이가 없었다. 제 코가 석 자인데 남 걱정이나 하고 있다니.그래도 송남지의 부탁을 차마 뿌리칠 순 없었다.“알았어. 박재용 주소랑 번호 보내줘. 지훈이랑 지금 바로 갈게.”자리에서 일어난 최보라는 여전히 송남지가 걱정스러웠다.“남지야, 밥은 어떻게 할 거야?”재스민 밖은 개미 새끼 한 마리 못 지나갈 정도로 포위된 상태였다. 갤러리 직원만 보여도 쌍욕을 퍼붓는데 송남지가 나가면 뼈도 못 추릴 게 뻔했다. 안에 있는 사람이 나가기도 힘들고 외부 사람이 들어오기도 힘든 상황이라 끼니를 해결하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었다.송남지는 원래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갤러리 직원들이 밥도 못 먹고 고생할 것을 생각하니 미간이 찌푸려졌다.팬들이 너무 많아 보안 요원들도 통제하기 버거운 상황이었다.송남지는 전화를 걸어 신원과 주소를 밝힌 뒤 상황을 설명했다.“지금 제 갤러리 앞에 흥분한 팬들이 몰려와서 소란을 피우고 있어요. 갤러리 업무는 물론이고 직원들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출동 좀 부탁드립니다...”경찰에 신고를 마친 후 송남지는 전 직원에게 식사를 배달시키고 추가로 케이크와 커피까지 주문했다.오지훈의 경호원들이 그와 최보라를 호위하여 갤러리 밖으
Read more

제538화

하정훈은 차를 몰고 곧장 스타 미디어로 향했다.기사도 비서도 대동하지 않은 채 직접 운전대를 잡은 그는 교통 체증이 심한 서경 시내를 뚫고 불과 30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홍진성은 하정훈이 도착한 속도를 보고 그가 수백억짜리 거래라도 담판 지으러 온 줄 알고 깜짝 놀랐다.차가 다 우려지기도 전에 하정훈은 이미 홍진성의 맞은편에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그를 응시했다.홍진성은 제 발 저린 사람마냥 최근에 하정훈을 화나게 할 짓을 한 적이 있는지 스스로 검열하며 식은땀을 흘렸다.하씨 가문은 전통적으로 연예계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고 엔터 사업으로 돈 버는 걸 우습게 알았기에 두 사람 사이에는 딱히 얽힐 일도, 원한 살 일도 없었다.그래도 홍진성은 차를 내밀며 짐짓 겸손하고 부드럽게 물었다“하 대표님, 이렇게 급하게 약속 잡고 달려오신 걸 보면 무슨 급한 용무라도 있으신 겁니까?”질문을 던진 후 홍진성은 하정훈의 눈치를 살폈다.하정훈이 차를 받아 들자 홍진성은 안도했다.만약 자신이 하정훈의 심기를 거슬렀다면 그는 찻잔에 손도 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하정훈은 차를 받아 한 모금 가볍게 마신 뒤 찻잔을 다시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홍진성은 그 의미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차를 받아 마시기까지 했다는 건 상대방이 자신에게 부탁할 게 있다는 뜻이었다.긴장이 풀린 홍진성의 태도가 한결 편안해졌다. “홍 대표님, 제가 오늘 찾아온 건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입니다.”홍진성은 웃으며 답했다.“하 대표님, 우리 사이에 말씀만 하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100퍼센트 확실하게 처리해 드릴게요.”지난 세월 하씨 가문이 자신의 밥그릇을 건드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홍진성에게는 큰 은혜였다.하정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묵직하게 입을 열었다.“엄가을, 들어보셨습니까?”홍진성은 호기심이 발동했다. 연예계와 담을 쌓고 지내던 하정훈이 엄가을과는 대체 무슨 접점이 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게다가 홍진성은 하정훈의 결혼식에 초대받은 몇 안 되는 지인 중 한
Read more

제539화

그는 구구절절 에둘러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올해 그룹 중점 사업으로 샌디 수를 섭외하려 했는데, 이미 할리우드 스타가 된 마당에 다시 국내 판으로 돌아오면 급이 낮아질까 봐 몸을 사리는 것 같더라고요. 괜찮으시다면 하 대표님이 중간에서 다리 좀 놓아주셔서 의향 좀 타진해 주셨으면 합니다.”하정훈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시원하게 승낙했다.그는 나가기 전 홍진성에게 쐐기를 박듯 덧붙였다.“엄가을 일은 최대한 빨리 진행해 주시죠.”홍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최우선으로 처리하고 업계 전반에 소문도 내겠습니다.”하정훈의 ‘빨리’라는 말은 단순히 속도를 넘어 업계 전체에 공공연한 사실로 만들라는 주문이었다.이 업계 밥 먹은 지 20년이 넘은 홍진성이 그 말뜻을 모를 리 없었다.하정훈 역시 이렇게 말귀가 통하는 홍진성이 편했다.하정훈이 떠나자마자 홍진성은 비서를 호출했다.“엄가을 관련해서 요즘 무슨 뉴스 있나?”“아, 있어요. 강태건의 예능 나갔다가 화가 한 명이랑 좀 삐걱댔나 봐요. 그 화가가 자기 사장이 엄가을 씨는 까칠한 사람이라고 했다고 폭로했거든요. 솔직히 사람 사이라는 게 안 맞으면 피할 수도 있는 건데, 엄가을 팬들이 욱해서 그 갤러리에 찾아가 깽판을 치는 바람에 상황이 좀 심각해요.”홍진성은 눈매를 좁혔다.“갤러리 사장 이름이 뭐야?”비서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대답했다.“송남지였나? 갤러리 이름은 재스민이고요. 겨울 전시회 준비 중이라는데 이번 사태로 다 엎어지게 생겼대요.”송남지라는 이름을 듣자 홍진성은 기억을 되짚어 보았고 대강 짐작이 갔다.그는 의아해하며 물었다.“팬들이 그렇게 난리를 치는데 엄가을은 말리지도 않았고?”비서가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엄가을은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오히려 SNS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려서 팬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어요. 지금 팬들은 자기가 응원하는 연예인이 괴롭힘이라도 당한 줄 알고 눈이 뒤집혀서 아주 광기 어린 기세로 날뛰고 있다고요.”홍진성이 피식 웃었다.
Read more

제540화

홍진성의 말이 끝나자마자 비서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발신지는 아멜국이었다.전화를 받은 비서의 표정은 30초도 채 되지 않아 급격히 변했다.그녀는 솟구치는 환희를 가까스로 참으며 전화를 끊고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홍진성을 쳐다보았다.“대표님! 방금 누구한테 전화 온 줄 아세요?”홍진성은 흥미롭다는 듯 미소 지었다. 대략 누구인지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그는 비서의 반응을 조용히 지켜보며 물었다.“그래? 누군데 그래?”비서는 펄쩍펄쩍 뛰며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흥분해서 외쳤다.“샌디 수의 매니저한테 전화가 왔어요! 우리 스타 미디어 영화 프로젝트에 관심 있다고, 조건만 맞으면 샌디 수가 이번 주말에 귀국해서 계약하겠대요!”이건 하늘에서 떡이 떨어진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었다.그것도 아주 거대한 떡이.올해 스타 미디어의 흥행작은 이걸로 게임 끝이었다.홍진성의 예상은 적중했다.그는 오히려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저 하정훈이 어떤 사람인지 다시 한번 확인했을 뿐이다.하정훈은 본래 빚을 지고는 못 사는 성미라, 누군가에게 하나를 받으면 백 배로 되갚아주어야 직성이 풀리는 위인이었다.홍진성은 짐짓 태연하게 흥분한 비서를 응시했다.“내가 뭐랬어. 내 친구는 나 절대 손해 안 보게 한다고 했잖아. 자, 그럼 이제 뭘 해야 할지 알겠지?”비서는 한참 뒤에야 상황을 파악했다. 그리고 상황 파악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엄가을 건을 처리하러 달려갔다.오지훈이 박재용의 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최보라가 놀라움과 통쾌함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엄가을 이 여자, 자기 팬들 단속 안 하더니 꼴좋다. 이제 매장당하게 생겼네!”“매장?”오지훈이 궁금하다는 듯 눈썹을 올렸다.최보라는 방금 본 뉴스를 오지훈에게 보여주었다.오지훈이 곁눈질로 확인해보니 스타 미디어에서 발표한 내용이었다. 비록 말투는 정중하고 예의 발랐지만, 업계 사람이나 눈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엄가을과 확실하게 선을 긋겠다는 손절 선언이었다.‘업계 탑인 스
Read more
PREV
1
...
5253545556
...
58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