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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쓴 남편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521 - チャプター 530

580 チャプター

제521화

송남지는 차 안에서 아침 식사를 하느라, 맞은편에 차 한 대가 멈춰 섰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심지어 그 연예인용 밴 안의 시선이 줄곧 자신의 차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가을 씨, 도착했어요. 오늘 스케줄 먼저 보여드릴게요.”엄가을은 스케줄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그녀는 최근 주연을 맡은 고전풍 아이돌 드라마가 대박이 나면서 한창 주가가 치솟던 중이었고 회사가 그녀를 이곳에 부른 것도 그저 화제성을 모으기 위함일 뿐이었다.그녀 역시 딱히 공을 들일 생각 없이 적당히 형식적으로만 자리를 채울 요량이었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흥미를 끄는 다른 일이 생겼다.그녀가 맞은편을 가리켰다.“수진아, 저 차 낯익지 않아?”어시스던트 조수진이 고개를 들었다가 이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오늘 하루도 곱게 지나가기는 글렀다는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저건... 지난주에 예약하시려다 실패했던 그 모델이에요.”단순히 재고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브랜드 측에서 엄가을의 신분과 지위가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물량 배정을 거절했던 것이다.자신이 점찍어 두었던 바로 그 차라는 사실을 확인하자 엄가을의 얼굴에는 노골적인 불쾌감이 서렸다.인기가 곧 계급이 되는 연예계에서 그녀의 위상은 이미 정점에 달해 있었다.자신조차 구하지 못한 차를 다른 사람이, 그것도 이렇게 보란 듯이 타고 나타난 상황은 그녀에게 모욕이나 다름없었다.엄가을이 차 안의 물건들을 내던지며 히스테리를 부렸다.“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지금 누가 대세인지 모르는 거냐고! 나도 못 타는 차를 이 서경 땅에서 대체 어떤 년이 탈 수 있다는 거야?”그녀의 눈매에는 오만함과 분노가 가득 서려 있었다. 조수진은 위로의 말을 건네려다 이내 그만두었다.서경에는 연예인 말고도 거대 자본을 쥔 실력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줘 봤자 불에 기름을 붓는 격임을 알기 때문이다.조수진은 생각을 고쳐먹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엄가을은 밴 안에서 히스테리를 부리며 급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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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엄가을의 말투에는 노골적인 도발이 섞여 있었다.이런 막무가내인 기세에 송남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아마도 레투알 레스토랑에서의 일이 엄가을을 불편하게 해서 상대방이 지금 저러는 것이리라 추측했다.송남지는 서둘러 분위기를 풀어보려 말을 건넸다.“가을 씨, 어제 레투알 레스토랑에서의 일은 정말 본의 아니게 벌어진 소동이었어요. 불편하게 해 드린 점 정식으로 사과드릴게요.”엄가을은 긴 웨이브 머리를 쓸어 넘기며 차갑게 냉소를 지었다.“나도 사사건건 따지는 속 좁은 사람은 아니거든요. 바빠서 이만 실례할게요.”말을 마친 엄가을이 건물 안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자 조수진이 황급히 그 뒤를 쫓았다.그런데 엄가을이 돌연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볼 줄이야. 제때 발을 멈춘 덕에 부딪히지는 않았지만, 하마터면 애먼 화풀이 대상이 될 뻔한 순간이었다. 엄가을은 뒤를 돌아 마카롱 핑크색 차를 훑어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아, 맞다. 이 차를 어떻게 얻었는지 아직 대답 안 해주셨네요. 설마...”그녀는 말꼬리를 길게 늘어뜨렸다.“남부끄러운 수단은 아니겠죠?”송남지는 멍해졌고 그제야 엄가을이 내비치는 노골적인 악의를 온몸으로 실감했다.그녀는 혹시 자신이 지나치게 정중했던 것이 엄가을로 하여금 자신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물렁한 상대로 보게 만든 건 아닌지 자문했다.송남지는 미간을 찌푸리며 천천히 입을 뗐다.“가을 씨, ‘소인의 마음으로 군자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말을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네요.”송남지는 딱 거기까지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그러자 엄가을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만큼 화가 치밀었지만 차마 터뜨리지 못했다.대외적인 이미지도 문제였지만, 오지훈의 체면을 고려한 탓이 컸다.송남지가 오지훈과 연줄이 닿아 오지훈이 직접 하온 엔터 사장에게 연락을 취해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라면 송남지와의 친분이 보통은 아닐 터였다.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혹시 송남지가 오지훈의 숨겨둔 여자가 아닐까 의심했다.그때 조수진이 서둘러 엄가을을 붙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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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윤이현은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그의 젊은 얼굴에는 사업가다운 기민함과 여유로운 사교 매너가 배어 있었다.“강 총괄님, 과찬이십니다. 워낙 기획이 훌륭해서 제가 특별히 직접 나선 것뿐이에요. 저 아무 데나 직접 발걸음 하지 않는 거, 총괄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그는 능청스럽게 상대를 추켜세우며 분위기를 주도했다.대화가 끝날 무렵 송남지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제작진에게 가볍게 묵례를 한 그녀는 젊은 윤 대표를 향해 말을 건넸다.“윤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는 재스민 갤러리의 송남지라고 합니다. 불쑥 찾아뵈어 결례인 줄 알지만, 협찬 건으로 드릴 말씀이 있어 실례를 무릅쓰고 왔습니다.”윤이현은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예고도 없이 자신의 동선을 파악해 나타난 이 불청객이 달가울 리 없었다.그러나 송남지의 얼굴을 확인한 윤이현의 불쾌감은 이내 희미해졌다.우아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미소는 결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이때 송남지가 무작정 끼어든 것을 본 제작진은 윤이현이 화를 낼까 노심초사하며 앞을 가로막았다.“당신 뭐야? 이렇게 무례하게 불쑥 끼어들다니, 기본적인 예의도 없군!”윤이현은 손을 들어 제작진을 제지했다.“강 총괄님, 괜찮습니다. 아까 갤러리라고 하셨나요?”기회를 잡았다고 느낀 송남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네, 재스민 갤러리의 송남지입니다. 대표님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싶어 모든 자료를 챙겨왔습니다. 딱 5분만 시간을 내주실 수 있을까요?”강태건은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상태였다. 이름도 모를 갤러리 직원이 예고 없이 들이닥쳤으니 윤 대표가 자신들이 동선을 흘렸다고 오해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윤 대표님의 5분이 얼마나 귀한지 알고나 하는 소립니까? 대체 무슨 배짱으로 그런 입을 놀리는 거예요? 윤 대표님이 매너가 좋으셔서 가만히 계시는 거지, 다들 당신처럼 무례한 사람을 참아주는 줄 알아요? 당장 안 나가면 경비 부르겠습니다.”송남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윤이현과 강태건 사이를 거침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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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조수진은 고집을 꺾지 못하고 엄가을의 뒤를 쫓았다.엄가을은 하이힐 소리를 내며 자신의 미모에 대한 자신감을 얼굴에 가득 띄운 채 당당히 걸어갔다.강태건의 사무실 앞에 멈춰 선 그녀는 앞머리를 매만지고 가방에서 휴대용 거울까지 꺼내 들었다. 정교하고 완벽한 화장 상태를 꼼꼼히 확인한 뒤에야 그녀는 문을 두드렸다.사무실 안에서 차를 준비하던 강태건은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반색하며 자리를 뜰 구실을 찾았다. 차만 내어주고 나면 자연스럽게 자리를 피해 윤 대표에게 오붓한 시간을 만들어줄 참이었던 것이다.“나갑니다.”그가 대답하며 서둘러 문을 열러 나갔다.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보인 것은 화려하게 꾸민 채 달콤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엄가을이었다.문이 열리는 찰나 엄가을은 사무실 안을 살폈고 역시나 한눈에 윤이현을 발견했다.지난 자선 파티에서 경매 번호표를 들어 올리던 그의 멋진 모습이 떠올라 그녀의 눈가에는 하트가 서릴 지경이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송남지를 발견하자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송남지는 시간을 아끼려는 듯 윤이현에게 협력 세부 사항을 설명하고 있었다.“이게 이번 재스민 겨울 전시회 초청 예정 명단입니다. 윤 대표님께서 이 명단을 보시면 이번 후원이 분명히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윤이현은 송남지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 듯했으나 실상은 시종일관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시선이 느껴지자 송남지는 다소 쑥스러워하며 조그만 목소리로 물었다.“윤 대표님, 혹시 제 얼굴에 뭔가 묻었나요?”윤이현이 대답하기도 전에 문 쪽에서 소리가 들려와 두 사람의 주의를 끌었다.엄가을이 강태건을 지나쳐 성큼 들어오며 윤이현에게 아는 체를 한 것이다.“윤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시나요?”윤이현은 안으로 밀고 들어온 그녀를 올려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미소를 지었다.“엄가을 씨? 여기서 다 뵙네요, 정말 우연입니다.”윤이현의 반응을 확인한 엄가을은 눈에 띄게 안도하며 자연스럽게 소파 쪽으로 걸어갔고 윤이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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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하지만 곰곰이 되짚어 보니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시장 조사 보고서를 봐도 비에가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후 별무리의 젊은 층 매출이 8퍼센트나 하락한 건 사실이니까요.”송남지는 의욕에 차서 업무 이야기를 이어가며 엄가을을 완전히 투명 인간 취급했다.“비에가 이번에 산수 갤러리와 손을 잡았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재스민 갤러리가 계약한 작가는 최근 젊은 층에서 주목도가 상당히 높은 화가라는 점입니다. 게다가 재스민 소속 박재용 작가의 작품은 강렬한 표현주의 화풍으로 우주에 대한 무한한 환상을 담고 있으며 산업 문명과 인류의 운명을 탐구하는 주제라, 요즘 감각 있는 젊은 친구들은 거의 다 관심을 가지고 있죠...”윤이현은 조잘거리는 송남지의 입술과 얼굴을 바라보며 참 예쁘다는 생각만 했다.그는 거의 고민조차 하지 않고 송남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후원 계약서에 서명을 해버렸다.송남지는 이미 서명이 끝난 계약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됐다고?’윤이현이 서류의 내용을 귀담아듣기는커녕 단 한 줄의 고민도 없이 서명해 버리자 곁에서 지켜보던 엄가을조차 경악을 금치 못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송남지는 흥분된 마음으로 계약서를 꽉 움켜쥐었다.“송... 남지 관장님 맞죠? 이번 프로젝트, 제가 후원하죠. 앞으로 소통해야 하니 연락처 좀 교환합시다. 아, 그리고 브랜드 후원사로서 초대장 한 장 챙겨 달라는 건 무리한 부탁 아니겠죠?”송남지는 휴대폰을 꺼내 윤이현을 추가하며 부드럽게 웃었다.“당연하죠. 돌아가서 바로 초대장 보내드릴게요.”엄가을은 송남지가 QR 코드를 찍는 모습을 곁눈질하며 가방에서 슬그머니 휴대폰을 꺼내 어떻게든 윤이현의 연락처를 따낼 구실을 찾고 있었다.하지만 송남지의 동작이 너무 빨랐고 친구 추가도 순식간에 끝나는 바람에 QR 코드는 금세 윤이현의 손으로 거두어졌다.윤이현은 휴대폰을 들어 연락처 목록에 뜬 빨간 알림을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좋아요, 초대장 기다리겠습니다. 이번 재스민 화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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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엄가을은 순간 욱해서 송남지에게 삿대질을 했다.“그 얌전하고 조신한 척하던 거 다 남자 꼬시려는 연기였어요? 보는 눈 없으니까 바로 이빨 드러내는 것 좀 봐. 아주 날 잡아먹겠어요. 어쩜 그렇게 내숭 덩어리일 수가 있죠?”엄가을은 코웃음을 쳤다.“하긴, 그쪽 같은 내숭쟁이들 필수 아이템이 딱 짝퉁 가방이긴 하죠.”송남지는 미간을 찌푸렸는데, 엄가을이 저런 말을 하는 건 하정훈에 대한 모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어쨌든 그 가방은 하씨 저택에서 가져온 것이었으니까.엄가을의 말은 하씨 저택에 짝퉁이 있다는 뜻인가?송남지는 차라리 하씨 저택에 신선이 산다는 말을 믿을지언정 그곳에서 짝퉁이 나온다는 말은 죽어도 믿을 수 없었다.그곳의 물건들은 전부 브랜드 본사에서 직접 공수해오는 것들이니 말이다.송남지가 한심하다는 듯 여유롭게 엄가을을 응시했다.“내 가방이 짝퉁이 아니라면 어떻게 책임지실래요?”엄가을이 코웃음을 쳤다.“짝퉁이 아니라고? 짝퉁이 아니라면 그쪽이 시키는 건 뭐든지 다 할게요.”엄가을의 눈에 고작 화가 하나 관리 못 하는 갤러리 사장 따위가 대단해 보일 리 없었다.송남지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말하는 ‘뭐든 하겠다'는 약속이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임을 잘 알고 있었다.마침 박재용이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기에 송남지는 엄가을과 실랑이를 벌일 시간이 없었다.그녀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축하드려요. 아무것도 안 하셔도 되겠네요. 제가 멘 가방 짝퉁 맞으니까.”엄가을이 송남지의 손목을 낚아챘다.“이 여우 같은 게! 어딜 가!”송남지가 미간을 찌푸리며 반감이 어린 눈빛으로 자신의 손목을 잡은 엄가을을 내려다보았다.“지금 뭐 하는 거죠?”엄가을은 몇 초간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나한테 사과해요.”송남지의 미간이 더욱 깊게 패였다.“내가 왜 그쪽한테 사과를 해야 하죠?”“방금 나더러 요란하게 꾸며댔다고 했잖아요.”송남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받아쳤다.“그쪽이 먼저 나한테 요란하다고 하지 않았나요? 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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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강태건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그 부분은 저희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강태건이 이제 바로 도장을 찍을 수 있겠거니 생각한 순간, 송남지가 서명하려던 박재용의 손을 잡아서 말렸다.“잠시만요, 아직 제 말이 안 끝났어요.”송남지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말을 이었다.“박재용 작가님이 밤샘 작업을 즐기는 편이라 스케줄은 가급적 점심 이후로 잡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박 작가님이 다른 사람들처럼 유연한 편이 아니라서, 제작진이 영상을 함부로 편집해 여론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만약 이 부분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저희 재스민 법무팀에서 즉각 소송을 제기할 겁니다.”강태건의 손바닥에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외모는 저토록 여리여리한데 어쩜 이렇게 기세가 등등하고 강단이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강태건이 사람 좋게 웃어 보였다.“아유, 송 관장님도 참. 걱정 붙들어 매세요. 우리 제작진이 설마 그러겠습니까.”송남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휴대폰 녹음을 종료했다.“강 총괄님, 방금 나눈 대화는 전부 녹음했습니다.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으신다면...”강태건은 그제야 진심으로 식은땀을 흘렸다.“지킬 수 있습니다, 지키고말고요. 안심하십시오!”그는 송남지가 이런 수까지 쓸 줄은 정말이지 예상조차 못 했다.빼도 박도 못 하게 녹음까지 당했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지켜야 할 판이었다.박재용도 송남지의 치밀함에 혀를 내두르며 놀란 눈으로 쳐다봤지만 그녀는 태연하게 계약서를 훑어보고 있었다.몇 분의 정적 후 송남지는 안심하며 계약서를 박재용에게 넘겼다.“문제없어요. 사인해요.”박재용이 서명을 마치는 것을 본 송남지는 눈치껏 자리를 비켜주기로 했다.“그럼 전 먼저 가볼게요. 강 총괄님과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 있으면 이 기회에 편하게 나누세요.”나가려던 찰나 송남지는 다시금 강태건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참, 저희 재스민의 박재용 작가는 이런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처음이에요. 혹시 서툴거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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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강태건은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거물을 겪어본 사람이었다.그는 순간 박재용이 평범한 화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품었다.제아무리 업계에서 명망 높은 화가라 해도, 아니 박재용처럼 새파랗게 젊은 화가가 감히 자신을 그런 무례한 눈빛과 말투로 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박재용은 자리에서 일어나 멍한 표정의 강태건을 흘깃 바라보았다. 살벌했던 눈빛은 온데간데없이 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강 총괄님,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강태건은 사무실에 앉아 가슴을 쓸어내렸다.그는 곧바로 비서를 불러 박재용의 신상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다.평소 온라인 가십에 밝은 비서는 강태건의 이야기를 듣고 눈을 반짝였다.“저도 사실 인터넷에서 박재용에 관한 소문들을 좀 본 적이 있어요. 그래서 따로 좀 찾아봤는데... 이것 좀 보세요.”말을 마친 비서는 태블릿을 꺼내 미리 수집해둔 자료들을 강태건의 앞에 내밀었다.그걸 본 강태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뭐? 라인국 부용 그룹 최대 은행의 막내아들이라고? 배경이 이렇게 거창했어? 어쩐지!”비서는 신이 나서 제안했다.“강 총괄님, 이 가십이랑 정보를 몰래 인터넷에 뿌리는 거 어때요? 그러면 첫 방송 조회 수는 무조건 대박 날 텐데요!”강태건은 잠시 망설였다.“그렇게 하면 라인국 쪽에서 우리 제작진한테 항의하지 않겠어?”프로그램의 화제성은 분명 탐나는 요소였지만, 강태건은 이성을 잃을 만큼 허술하지 않았다.그가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철저한 선 지키기 덕분이었다.그러나 강태건의 머릿속에는 이미 완벽한 계산이 서 있었다.“리스크 없이 판만 키울 묘수가 하나 있어. 절대 손해 볼 일 없는 장사야. 아까 엄가을이 윤 대표님한테 어떻게든 붙어 있으려고 기를 쓰는 거 봤잖아. 돈 몇 푼 써서 라인국 황태자와 엮일 판만 깔아준다면 엄가을 그 여자 머리로는 분명 남는 장사라고 계산기를 두드릴 게 뻔해.”강태건의 지시를 받은 비서는 즉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아차렸다.촬영이 시작되고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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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적어도 나이 먹고 배 나온 늙은이들은 쳐다보지도 않았다.처음에는 시큰둥했던 엄가을이었지만 이번 예능 프로그램 출연진이 모두 젊은 층이라는 사실이 떠오르자 순식간에 흥미를 보였다.“어? 누군데요?”손지우는 목소리를 더 낮추고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엄가을의 귓가에 속삭였다.“박재용 씨요. 라인국에서 온 재벌 2세라는데 검색 한번 해보세요. 부용 그룹의 은행...”엄가을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물론 지금 당장 검색해 볼 생각은 없었다.그녀는 그저 가볍게 웃었다.“아, 라인국 재벌가 도련님이었네요. 어쩐지 성격이 그렇게 까칠하다 했네.”그때 마침 엄가을의 촬영 차례가 다가왔고 그녀는 강태건의 비서 손지우에게 깍듯하게 말했다.“이제 촬영 들어가야 해서 나중에 봐요.”손지우는 멀어지는 엄가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강 총괄의 이 작전이 과연 통할지 반신반의했다.하지만 지금 촬영에 임하고 있는 박재용은 확실히 일반인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한눈에 봐도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그는 쟁쟁한 스타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고 오히려 뼛속 깊이 배어 있는 무심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는 자연스레 그 누구도 자신의 눈에 차지 않는다는 오만함으로 비쳤는데, 역설적이게도 그런 모습이 강렬한 매력으로 다가왔다.손지우가 강태건에게 보고하자, 강태건은 태연한 표정으로 웃으며 장담했다.“장담하는데, 엄가을은 촬영 끝나면 곧장 내 방으로 튀어 올 거다.”그는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덧붙였다.“그래, 얼추 시간이 됐어. 차 한 잔 마시고 나면 딱 도착하겠군.”손지우가 믿지 못하고 기다려 보겠다고 하자 강태건은 느끼하게 미소 지었다.“좋아, 오늘 한 수 보여주지. 넌 당장이라도 계약서 진행할 준비 해. 하온 엔터 쪽에서 또 무슨 스케줄을 잡을지 모르니 얼른 확정 지어서 우리가 낚아채야지, 안 그러면 놓칠 수도 있어.”강태건이 차를 다 비우자마자 거짓말처럼 노크 소리가 들렸다.흥분한 손지우가 문을 열자,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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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사무실을 나온 엄가을에게 하온 엔터 대표의 전화가 걸려 왔다.“강 총괄이 그러던데, 너 진짜 돈 한 푼 안 받고 그냥 고정으로 뛰겠다고 한 거야?”하온 엔터 대표가 강태건에게서 연락을 받고도 믿기지 않아 엄가을에게 직접 확인 전화를 건 것이었다.이미 밴에 몸을 실은 엄가을은 거울 속 자신의 얼굴에 도취된 채 여유롭게 입을 놀렸다.“대표님이랑 강 총괄님이랑 친하시다면서요. 그래서 제가 고정한다고 한 거예요. 대표님 얼굴 봐서 한 거지, 강태건 그 사람 봐서 한 줄 아세요?”“얼굴 봐준다는 사람이 강태건한테는 자기가 먼저 하고 싶다고 사정했다며?”그 말에 엄가을은 잠시 말문이 막혔지만 이내 표정을 싹 바꾸고 능청을 떨었다.“아니, 그럼 제가 거기서 센스 없게 굴어요? 강 총괄님한테 우리 하온 애들이 얼마나 싹싹한지 보여줘야 나중에 우리 회사 다른 애들도 써줄 거 아니에요.”겉으로는 처세술의 달인인 척했지만 전화를 끊은 엄가을은 싸늘하게 비웃었다.“내가 재벌 며느리만 되면 너희 같은 것들하고는 겸상도 안 할 거다.”조수진이 걱정스러운 듯 말을 꺼냈다.“가을 씨, 이 예능 고정으로 들어가면 이 감독님 영화는 포기해야 해요.”엄가을은 거울을 내던지듯 내려놓고 시트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영화? 나 그거 찍기 귀찮아. 지금 내 화제성이 얼마나 좋은데, 뭘 해도 이슈가 된다고. 이 감독이면 뭐 어쩌라고? 내가 찍기 싫으면 안 찍는 거지.”조수진은 엄가을을 설득하고 싶었다. 인기는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안개 같은 것이라 배우가 작품 없이 인기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만약 치고 올라오는 신인에게 화제성을 뺏기면 가장 먼저 도태될 사람은 다름 아닌 엄가을이었다.하지만 조수진은 곰곰이 생각한 끝에 입을 다물었다.엄가을은 대중 앞에서나 온화하고 상냥한 척할 뿐 뒤에서는 전혀 딴판인 사람이었기에 지금 바른말을 했다가는 엄가을의 히스테리를 감당해야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그녀는 그저 월급 받고 일하는 직장인일 뿐인데 굳이 사서 고생할 필요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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